'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715건

  1. 2020.04.03 국방부의 ‘사드 페이퍼’를 기대한다
  2. 2020.03.17 김정은의 남다른 포병 사랑…‘전략적 맞대응’이냐, ‘코로나 피신’이냐
  3. 2020.03.05 ‘코로나19’ 군 1개 사단 규모 마비…‘비전통적 안보위협’ 남일 아니다
  4. 2020.02.07 문재인 청와대의 ‘별 인플레이션’과 군부 길들이기
  5. 2020.02.04 미군 사령관 ‘무단 출입’ 문제 삼은 유엔사…지나친 DMZ 관할권 집착
  6. 2020.01.21 ‘복무 중 성전환’ 군 성소수자 논의에 방아쇠를 당기다
  7. 2020.01.10 국방개혁과 병사 한 명의 가치
  8. 2020.01.07 디지털 박격포·신형 호위함·정찰비행단…육·해·공 전력 업그레이드
  9. 2019.12.13 미국 ‘키세’의 승리가 의미하는 것
  10. 2019.12.10 주한미군사령관, 미국 이익 대변하며 ‘반 정치인’ 영향력
  11. 2019.11.12 육군 2개 군단·6개 사단 해체…‘인구 절벽’ 대비 부대구조 정예화
  12. 2019.10.29 등 돌린 법제처…‘헌병 → 군사경찰’ 명칭 변경 1년째 지지부진
  13. 2019.10.18 ‘한·미동맹’ 디테일에 숨은 악마
  14. 2019.10.18 북 신형 미사일이 소환한 ‘해킹의 추억’…한반도 사이버전은 진행형
  15. 2019.10.01 공군의 생일 ‘10월1일’이 국군의날이 된 이유
  16. 2019.09.2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방의무
  17. 2019.09.17 미국판 ‘공중 일대일로’…F-35 벨트로 들어간 한국
  18. 2019.09.03 한반도 주변, 10년 후엔 ‘항모 러시’…한국은 2033년 ‘경항모’ 진수
  19. 2019.08.20 스피드·스마일·시그널…북한 ‘1호 사진’의 3S 전략
  20. 2019.08.16 정부는 GSOMIA ‘조건부 파기’ 선언을 빨리하라
  21. 2019.08.06 ‘GSOMIA 파기’ 카드는 일본에 입김 행사하라는 미국 향한 메시지
  22. 2019.07.30 요격체계 허점 찌른 북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게임체인저’ 되나
  23. 2019.07.19 ‘운장’도 모자라 ‘묵장’까지 등장한 군
  24. 2019.07.16 ‘유엔사 보폭’ 넓히려는 미국…북한 넘어 ‘동북아 체스판’까지 보나 (1)
  25. 2019.07.08 휴가중이던 23사단장은 왜 징계대상이 됐나
  26. 2019.07.02 ‘북 목선 귀순’ 발표 전, 군 수뇌부는 왜 사흘간이나 대책 회의했나
  27. 2019.06.21 “국방 SC 쇼는 그만, ‘숨은 손’을 처벌하라”
  28. 2019.06.18 F-4 팬텀, 공군의 패러다임 바꾸고 F-35 스텔스 전투기와 ‘바통 터치’
  29. 2019.06.03 요새 군대는 '총검술 빼고, 스마트폰 넣고’
  30. 2019.05.23 ‘지뢰영웅’의 진실과 라쇼몽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더 포스트>라는 영화를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으로 미국 정부가 30년간 숨겨온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미국 여성 최초로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을 지냈던 캐서린 그레이엄과 편집국장을 지냈던 벤 브래들리가 등장하면서 기자들의 세계가 나오고, 정부의 취재 방해가 나오고, 특종이 나오는 영화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등 명대사도 많이 등장한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기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영화다. 직업이 기자인 데다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 영화를 두 번 봤다.


영화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닉슨 대통령 시대가 배경이다. 그 유명한 통킹만 조작 사건 등 당시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담긴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가 뉴욕타임스 특종 보도로 세상에 폭로되면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미국 정부는 법원에서 공표금지 명령을 얻어내고 뉴욕타임스를 국가반역죄로 기소하겠다고 윽박질러 관련 보도를 금지시킨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후속 보도를 못하게 되지만, 경쟁지 워싱턴포스트는 베트남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건다. 결국 4000장에 달하는 기밀문서를 손에 쥔 여성 발행인과 편집국장이 “그들(정부)의 거짓말을 이제 끝내야 한다”면서 신문사의 모든 것을 걸고 보도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추가 폭로로 뉴욕타임스와 함께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받게 되고 대법원은 6 대 3으로 언론의 손을 들어준다. 결과적으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미국의 베트남 정책에 대한 허상을 벗겨내고 실태를 알리는 ‘위대한 폭로’라고 불릴 만한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펜타곤 리포트라고도 불리는 펜타곤 페이퍼는 1967년 로버트 맥나마라 미국 국방장관의 책임 아래 18개월에 걸쳐 작성되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1968년 5월까지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이 수행한 역할을 기록한 보고서의 공식 명칭은 ‘미합중국-베트남 관계, 1945~1967년’이다. 맥나마라는 비록 국민들에게는 거짓말을 했지만, 베트남전쟁의 실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그랬기 때문에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쟁의 정확한 사실을 담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정부가 한 일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는가. 여기에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그나마 외교문서는 본국과 주재국 대사관이 주고받은 게 있어 나름 정확하게 사실이 기록되고, 시간이 지나면 공개된다. 외교부가 지난달 31일 작성한 지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 24만여쪽을 원문해제한 게 대표적이다. 일반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보면 노태우 정부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와 수교하기 위해 거액의 차관을 건넨 일이나 아키히토 당시 일왕의 방한 관련 사항 등 노태우 정부 초기의 주요 이슈들이 흥미롭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2만8000여권(약 391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외교안보 부서인 국방부는 어떠한가. 


기자가 출입하면서 겪은 큰 사건만 열거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당장 생각나는 대표적인 이슈만 해도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미군기지 이전 등이다. 그렇다면 이 굵직굵직한 이슈에 대한 군당국의 기록은 얼마나 있는가. 또 얼마나 정확한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그나마 백서를 만든 천안함 사건은 일반 국민들에게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결과까지 상세하게 공개했다. 하지만 그 기록이 100% 정확한가에 대해서는 논란거리다. 99%의 과학적 뒷받침이 있다 하더라도 1%의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밝혀내겠다는 의지로 대신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과학적으로 풀지 못한 미진한 부분조차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백서를 제작했다. 그러다보니 1%의 부족한 부분 탓에 99%의 사실조차 색안경을 끼고 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천안함 사건은 백서라도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백서는커녕 나중에라도 교훈이 될 만한 기록을 남겼는지 의문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초래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군부의 허술한 대처 과정도 당시 상황을 아는 관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만 전달될 뿐 정확한 기록이 없다.


과거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군사 양해각서는 밀실처리됐다.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한국이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국가는 UAE를 포함해 사실상 2개국”이라는 말까지 했다. 군 안팎에서 나돌았던 한국과 UAE의 상호방위조약설은 언제 다시 활화산이 돼 문제가 될지 모른다.


군은 군사기밀이라는 방패 뒤에서 대부분의 정책 사안을 밀실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예민한 정책 사안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은 잘 남기려 하지 않는다. 단순한 팩트 체크를 위해 기자들이 정보공개 요청을 해도 ‘군사적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제한된다는 답변을 받기가 일쑤다.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의 베트남전쟁을 다룬 펜타곤 페이퍼 작성을 지시했다. 기록은 상황을 정확히 읽게 하고 나중에라도 유사한 경우에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국방부는 늦었지만 우선 ‘사드 페이퍼’라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조선인민군 제7군단과 제9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참관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3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동해안 일대에 머물며 2주일 연속 군사훈련을 지휘하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평양을 떠난 이후 동해안을 돌며 4차례 군사훈련을 직접 참관·지휘했다. 이 훈련들이 모두 포병 중심 훈련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육해공 합동 타격 훈련, 지난 2일과 9일 연발 사격 능력을 검증한 초대형 방사포 발사, 12일 포병 대항경기 등이 모두 포병과 관련 있는 훈련이었다. 김 위원장은 포병 훈련을 계속해 최강 병종으로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이처럼 연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동부전선 일대를 돌며 군사훈련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 김정은의 ‘포 사랑’


방사포 섞어쏘기 등 전력 향상에

최근 비행거리 짧고 고도 낮아져

F-35 있는 청주·평택 기지 겨냥

한·미 MD 맞춤형 전력 증강 분석


김 위원장이 12일 참관·지도한 훈련은 함경남도와 동해안을 담당하는 제7군단과 함경북도 국경을 관리하는 제9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였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해안 방어용인 133㎜ 견인포, 연평도 포격 때 쏜 122㎜ 방사포, 107㎜ 방사포 등이 동원됐다.


현대전의 핵심을 포병전으로 간주하는 김 위원장의 각별한 ‘포 사랑’은 오래됐다. 그는 스위스 유학 뒤 귀국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포병을 전공했다. 졸업 논문도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위성항법장치 활용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기간 내내 김 위원장을 수행한 박정천 총참모장은 포병국장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남한의 합참의장 격으로 북한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에 전격 임명됐다. 전임자 대부분이 군단장이나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거친 정통 야전군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 인사였다. 김 위원장의 ‘포병 중시’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의 4차례 군사훈련 지휘현장에 모두 수행한 군 인사는 박 총참모장이 유일하다. 앞서 박정천은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5월 동부전선방어부대와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 훈련, 7월 말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와 8월 초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시위 발사 참관·지휘 때도 수행했다.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재래식 무기에서는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비대칭 전력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군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이 장기간 평양을 비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연결시켜 ‘도피성 시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군 동계훈련 지휘·참관을 내세워 동해 청정지역으로 피신했다는 해석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훈련 현지지도를 이유로 평양을 장기간 비워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장에서 실시한 비슷한 형태의 훈련을 계속해서 참관하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를 경계하며 최근 오랜 기간 평양을 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13일(미국시간) 화상 언론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에 발병 사례가 있다고 단호히 말할 수 없지만 있다고 꽤 확신한다”며 “북한군이 코로나19 여파로 약 30일간 봉쇄됐다가 최근 훈련을 재개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 거주 구역은 방역이 매우 엄격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코로나19 우려로 평양을 벗어났다는 것은 표피적 분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동해안에서 군사 행보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 등으로 뒤숭숭해진 민심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북한 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지난 12일 포사격을 하고 있다. 이번 포사격에는 평사포, 곡사포, 122㎜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 위주로 동원됐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육·해·공군 합동타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맞대응 훈련


동해안 돌며 2주 연속 직접 지휘

비슷한 훈련임에도 계속 참관

이례적으로 평양 장기간 비워

코로나 도피성 시찰 가능성 제기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전력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2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2발을 20초 간격으로 연속 발사하며 향상된 기습 발사 능력을 보였다. 9일 발사는 초대형 방사포와 함께 다양한 구경의 발사체를 연달아 쏴 대응을 어렵게 하는 ‘섞어 쏘기’였다.


군 당국은 김 위원장의 군사훈련 참관·지휘에 대해 “군사적으로는 동계훈련 일환으로 단거리 발사체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성능 점검 차원, 정치적으로는 북·미 협상 교착 상태에서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주도권 확보와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 내부적으로는 전 세계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김정은 리더십과 주도적 상황관리 능력 과시 측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일 담화에서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고 그 무슨 결의 위반으로 된다면 우리더러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군사적 차원의 훈련일 뿐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남한 전력은 공군의 F-35다. F-35가 ‘참수작전’에 사용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 북한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작년 3월부터 F-35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공교롭게도 북한은 두 달 후부터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 신형 전술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를 잇달아 선보였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종류를 늘리고 고도화하려는 시도는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MD) 체계와 F-35를 겨냥한 ‘맞춤형 전력’ 증강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담화를 통해 ”(남한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북한은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격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김여정은 “몰래몰래 끌어다놓는 첨단전투기들(F-35)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최근 ‘3월2일 북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함의’라는 글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여러 북한 군사 전문가들 견해를 종합해 북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궤도(최고 고도 35㎞·사거리 240㎞)를 보면 F-35A를 배치한 충북 청주 공군기지와 경기 평택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등 핵심 표적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가 380㎞ 이상의 비행거리와 97㎞의 고도를 기록한 것과 견주면 올해는 비행거리가 짧아졌고 고도도 낮아졌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다양한 탄도 비행 시험을 통해 한·미 연합군의 MD 체계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이언 윌리엄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달 두 차례 발사 모두 발사각도가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짧아진 비행거리와 낮은 고도 등을 고려하면, 낮은 발사각으로 발사하면서 다양한 궤도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행고도를 40㎞ 이내로 제한한 것은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요격고도(40~150㎞)를 피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MD’를 군비 증강의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에 맞서 북한도 최근 수년 동안 단거리 발사체의 다양한 고도·사거리·회피기동 발사로 사드를 비롯한 한·미 연합군의 MD를 무력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사적인 정면돌파 원칙과 방향하에서 내부적으로는 안보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됨을 보여준다”며 “대외적으로는, 군사훈련은 자위적 방어훈련으로서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이미 스텔스전투기 F-35A,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대형 공격헬기 AH-64E 아파치 가디언과 해상초계기 P-8A,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수백발 등을 구매했다”며 한·미가 만약 결단을 내린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언제라도 제거할 수 있는 정밀타격 능력도 보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이라며 “오히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무시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 관리와 향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현명한 접근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제독차들이 2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이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는 군 1개 사단 규모 병력을 사실상 마비시키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날 “확진자가 28명으로 보건당국 기준 격리자는 860여명이지만, 군 자체 기준 예방적 격리자까지 포함하면 8270여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일 대비 1510여명이 줄어든 수치로, 군 당국의 ‘봉쇄 조치’로 격리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비전통적 군사 위협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보평론가인 한설 순천대 초빙교수(예비역 육군준장)는 대한민국의 제1 안보 위협은 북한에 의한 전통적 안보 위협이지만,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 전통적 안보 위협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각성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전파는 대한민국이 비전통적 안보 위협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군 “예방적 격리자 포함 8270명”

안보전략연구원 ‘2020 정세 전망’

“동북아 내 미세먼지·감염병 문제 

역내 갈등 유발·중요 의제 될 것”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지난해 말 ‘2020 정세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와 감염병 문제도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에서는 미세먼지와 감염병 문제가 역내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함과 동시에 협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코로나19는 한국인들의 입국을 통제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외교갈등 요소가 됐다.


전염병 확산은 ‘전시(war time)’와 다름없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미사일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2018년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본부 백서’는 해외 유입 감염병이 국가안보의 위협 요소로 작용함을 시사하고 있다.


■ ‘준전시 상황’


국방부 장관 “전시에 준한 상황” 

야외·대규모 연합훈련 모두 중지

 해군은 함정·육상 접촉 엄격 제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오전 화상으로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현시점을 전시에 준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자원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군이 감염병 사태를 ‘전시에 준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응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군 대비태세는 비상이 걸렸다. 대구지역 부대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 동안 한시적 비상근무체제로 전환됐다. 지휘관 등 필수인력은 영내 대기 근무를 하도록 했고, 필수인력이 아닌 간부 군인과 군무원은 희망할 경우 재택근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사상 초유의 간부 재택근무 지침이다.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휴가 중 대기 상태나 다름없게 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야외 훈련을 전부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각 부대에선 계획된 훈련을 실내 정신전력교육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지만, 자칫 장병들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격리 병사들이 경계 근무 등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격리되지 않은 인원들이 그 몫을 떠맡게 됐다. 2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예비군 동원훈련 및 지역 예비군 훈련도 다음달 17일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주한미군에서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미군 병사와 미군 가족, 한국인 근로자 등 3명의 확인자가 나왔다. 주한미군은 사실상 ‘기지 봉쇄’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위험 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으로 높인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한반도 전역의 위험 단계를 ‘높음(High)’으로 격상했다. 기지 출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사실상 ‘준폐쇄’ 상태다. 필수적인 임무 수행자가 아닐 경우 미팅, 집회, 임시 파견 등도 제한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자원의 사령부 산하 한국행을 모두 제한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단독 및 연합훈련 역시 중지됐다. 오는 9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한·미 연합훈련도 연기했으나, 사실상 취소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은 1954년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이 감염병으로 일정에 영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군에서는 감염병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단계마다 국방부와 육·해·공 각 군 본부,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등이 각각 주어진 임무와 역할에 따라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각 군에는 과거 북한 도발 등으로 대비태세가 격상됐을 때 못지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질병과 감염병이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군인 한 명의 감염으로 전 부서 및 부대가 마비되지 않도록 근무 방식도 분할 편성 등으로 조정됐다. 육군의 경우 GP·GOP 등 최전방 현행 작전 부대와 각 부대의 지휘통제실 근무자 및 핵심·긴요전력 운용요원 등이 대상이다. 해군은 함정과 함정, 함정과 육상 간 공간을 분리했다. 이에 따라 정박 함정의 타 지역 이동을 제한하고, 함정 간 접촉은 물론 함정과 육상 인원의 접촉도 최소화하고 있다. 공군 역시 기지 내 비행대대별 근무자의 이동 동선과 시간을 분리하고, 항공기의 다른 기지 전개를 중지했다. 또 중앙방공통제소(MCRC) 근무자들은 교대시간과 근무 공간을 분리했다.


중동부 전선 육군 모 사단은 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전쟁 이외 군사작전(MOOTW)’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ㄱ사단장(소장)은 “정체불명 테러집단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유포한 상황으로 가정해 사고 전환을 하면 부대 대응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테러집단이 포섭한 민간인을 통해 외출 나온 장병들에게 감염병을 퍼뜨리고 있다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부대 장병들의 외출·외박·면회 통제 등을 시행하면서 유사시 차단, 식별, 분리 등의 대응작전으로 이어갈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모든 부대 활동을 작전명령화해 하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방역 ‘최전선’


포괄 안보 차원 주도적 역할 전환

“뒤늦은 민관군 통합대응” 지적


감염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과 관련해 군대와 정부, 비정부기구(NGO)와 민간 당국과의 다자협력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2017년 열린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와 태평양 육군 관리세미나(PACC&PAMS)’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테러, 사이버공격, 감염병, 난민, 자연재해, 국제범죄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의 확산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은 비군사적이지만 초국가적 위협으로 등장했다.


국방부는 2일부터 본격적으로 군 자원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는 조치를 취했다. 군의관과 간호사 증원 투입은 물론 행정 지원병력까지 늘리고 있다. 군 당국은 군단, 사단, 연대, 대대에 군 의료공백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의무인력을 차출하기로 했다. 군 당국은 의료진이 지치고 피로해지면 감염되기 쉽다는 점에서 대구 의료진의 노동강도를 줄이고 감염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군대는 국민의 공권력으로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가가 요구하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포괄 안보 개념으로 간주하고 군 내 유입 차단 수준을 벗어나 민간병원 진료공백 최소화와 함께 대민 지원, 의무인력 지원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에 민관군 통합대응이 조기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간호장교, 의무병, 특전사 의무특기 장병, 화생방 병과까지 일찌감치 동원해 국가의 대응 능력을 조기에 보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은 초기에 감염자 접촉을 피하기 위해 부대 문을 걸어 잠그고 피해를 줄이는 데 우선 주력했다가 나중에 적극적 방역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군이 정부, NGO 유관기관과도 신속한 통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리와 교범, 계획을 지속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민군 협력을 위한 소프트 파워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이 코로나19 사태를 생물학 방어작전에 준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강한 군대는 훌륭한 장교들이 만든다. 훌륭한 장교는 유능한 전문직업군인이다. 훌륭한 장교단은 올바르게 정립된 민군관계에서 나온다. 고급장교들이 인사철만 되면 여기저기 민간 권력기관을 기웃거리거나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실력자를 찾는 군대라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반대 논리도 성립된다. 권력기관이나 실력자들이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성한 고급장교들로 하여금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게 만든다면 그 군대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우리 군은 오랜 세월 동안 사조직과 연줄, 파벌 등으로 인한 폐해를 겪어 왔다. 김영삼 정부 이후 사조직이 공식적으로 정리됐다고 했으나, 그 이후에도 군 인사에서 이런저런 연줄과 파벌은 작동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군 최고책임자는 진급을 사적관계 보상으로 이용했다는 내부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노무현 군부’의 색깔을 뺀다며 전 정권 때 잘나갔던 장성 상당수를 1차 진급에서 탈락시킨 후 한직으로 밀어냈다. 군내에서는 ‘전 정권 군부 수혜자 명부’, 소위 ‘살생부’가 나돌아다닌다는 소문까지 돌았고, 육본 인사참모부장(소장)의 사표 제출 파동까지 일어나는 등 내홍으로 시끄러웠다. 과거 정권에서 잘나갔던 고급장교들의 빈자리는 당시 군 최고실력자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은 역전됐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관 등으로 청와대에 파견근무를 했던 고급장교들은 진급 ‘0순위’였다. 대신 과거 정권에서 잘나갔던 인사들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역차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이라이트’는 박찬주 현역 육군대장의 구속이었다. 본래 박 대장에 대한 수사의 본질은 공관병 갑질 의혹이었다. 국방부는 박 대장의 전역지원서도 받아들이지 않고 법령에도 없는 임시 보직인 ‘육군인사사령부 정책연수’를 명령했다. 이후 수사는 별건으로 이어졌고, 갑질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어 수갑을 찬 그의 모습이 일반에 공개됐다. 현역 육군대장이 수갑을 찬 모습을 지켜본 고급장교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대법원은 박 전 대장 사건 상고심에서 뇌물 혐의는 무죄로 보고, 부하 중령에게 보직 청탁을 받고 들어준 혐의만 김영란법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사의 단초였던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부인의 ‘갑질 혐의’와는 별개로 박 전 대장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현역 육군대장의 자진전역까지 막고 수갑을 채웠던 박 전 대장에 대한 수사는 결과적으로 ‘망신주기’였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현역 신분의 대장을 포승줄에 묶어 대중 앞에 세운 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신모 대장 사건’의 재연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 검찰단은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신모 육군대장을 구속 기소하고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 역시 수갑을 찬 채로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공개됐다. 그러나 결과는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고 벌금형에 그쳐 석방됐다. 그는 법정 최종진술에서 “금전적인 문제만큼은 부대와 부하를 위해 사용했다고 생각했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기꺼이 책임지겠다”며 “38년 동안 쌓아온 명예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비통하다”고 말했다. 당시까지는 군내에서 부대 지휘관이 부대 운영비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구속 수사는 다른 군 장성들을 겁주기 위한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경우 혐의를 피할 수 있는 부대 지휘관은 거의 찾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국방부 수석검찰관은 최강욱 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다.


노무현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나 수갑을 찬 현역 대장이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공개되자 일선 지휘관들은 권력에 찍힐까 봐 ‘말 조심’ ‘행동 조심’에 나섰다. 정부의 거리낌 없는 장군 인사에 ‘토’를 다는 장군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30대 초반의 청와대 행정관과 50대 후반의 육군참모총장이 커피숍에서 만나 군 인사 관련 사항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도 군인들은 뒤에서나 수군거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또 하나의 특징은 청와대나 총리실에 근무하는 장성들의 ‘별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청와대 경호실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다. 안보실 1차장은 과거 정부에서는 주로 국정원이나 외교부 출신이 맡았던 자리였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예비역 준장이 맡았던 직위다. 총리실 대테러센터장은 김혁수 육군중장이다. 전임자는 예비역 준장이었다. 두 자리 모두 ‘별 하나’ 자리에서 ‘별 셋’ 자리로 껑충 뛰었다.


현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은 김현종 육군중장이다. 청와대는 육군소장이던 그를 중장으로 진급시켜 계속 근무하게 하고 있다. 국방개혁비서관 계급을 ‘별 둘’에서 ‘별 셋’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과거 대통령 국방비서관 직제 때는 주로 ‘준장’이 임명됐던 직위다. 과거 정부에서는 ‘별 하나’인 준장 자리였던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별 둘’인 소장 자리로 높였다.


군 안팎에서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장군들의 계급이 역할에 견줘 너무 높다는 여론이 주류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전·현직 장군들이 계급에 걸맞은 역할을 찾으려다 ‘월권’할 우려도 크다. 


지난해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사건 때 빚어진 문제점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장군들은 ‘별 숫자’로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다. 군내 상황의 종합·정리·보고가 주업무다. 설마 청와대가 ‘폼’ 재려고 ‘별 인플레이션’을 한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현 정부 청와대의 군 인사에 대한 인식은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적어도 삭막하고 외로운 전방고지와 망망대해, 순간이 생명을 가르는 하늘에서 청춘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장교들에게는 그렇게 비치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해 5월22일 시민들이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출입구를 군의 안내를 받으며 지나고 있다.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현재 DMZ 출입 통제는 6·25전쟁 후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된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다. 이 때문에 남북 간 군사적 합의도 DMZ 관련 부분에서는 유엔사의 승인이 없으면 이행이 불가능하다. 사진공동취재단


유엔군사령부(UNC)의 ‘군사분계선(MDL) 통과 허가권’과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권’ 문제 등 유엔사의 관할권이 여전히 한·미 군 당국 간 ‘뜨거운 감자’다. MDL 통과·DMZ 출입 허가권과 관련한 이슈가 잊혀질 만하면 다시 툭툭 불거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남북 협력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북한 개별관광도 제3국을 경유하지 않는 육로 관광일 경우 유엔사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유엔사는 지난달 29일 마치 ‘난수표’를 연상케 하는 입장 자료를 내놓았다. 내용인즉, “유엔군사령관은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이행을 감독할 권한과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DMZ 출입에 관한 정책과 규정이 모든 인원에게 적용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DMZ 내 활동에 대해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상시 문의를 한다. 그 결과 문제가 발생했을 땐, 보통 낮은 수준에서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내 한 언론이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그동안 유엔사에 별도 사전통보 없이 비무장지대를 출입했던 한국군의 관행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 보도 내용의 진위를 묻는 질의에 대한 유엔사 답변이었다.


■ UNC 항의 미스터리


유엔사 입장 자료를 보면 도대체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이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인지, 안 했다는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한 한국군 설명을 들어보면 더욱 헷갈린다. 통상적으로 유엔사는 DMZ 출입 이슈가 있을 경우 한국군 측에 관련 사항을 확인하는데, 이것이 일상업무 차원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5일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은 케네스 윌스백 미 7공군사령관과 함께 강원 철원군 3사단 감시초소(GP) 일대를 방문해 군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백골부대로 불리는 육군 3사단은 지작사 소속인 육군 5군단 예하 최전방 사단이다.


남 사령관 일행이 DMZ에 출입하기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하고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군에 출입규정 위반을 추후 통보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군 당국은 부인했다. 남 사령관 일행의 DMZ 출입과 관련해 지작사는 미측으로부터 사실 확인만 있었을 뿐, 어떤 항의나 문제제기도 없었다고 3일 밝혔다. 지작사 상급 부대인 합동참모본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3사단을 관할하는 5군단도 유엔사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항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DMZ 상비사단을 관할하는 군단 사령부는 유엔사로부터 MDL 통과·DMZ 출입 허가를 위임받아 DMZ 내 군사작전을 하고 있다. DMZ 출입과 관련해 유엔사의 소통 통로가 되는 군 당국이 모두 유엔사 측 항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은 김종문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겸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육군 소장)에게 ‘12월5일 DMZ 무단 출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6·25 후 정전협정에 권한 규정

합참의장·참모총장 예외 없이

48시간 전 통보·허락받게 해



이와 관련해 한국군 고위 관계자는 “최전방 군단의 작전을 지휘하는 지작사령관은 DMZ 상시 출입이 가능한 직위”라며 “유엔사가 윌스백 미 7공군사령관의 DMZ 출입을 내부적으로 문제 삼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엔사 규정에 따르면 지작사령관의 동반자가 윌스백 미 7공군사령관이라 하더라도 DMZ 내 GP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지작사 측이 DMZ에 출입하기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하고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사가 애매모호한 입장 자료를 낸 것도 규정 위반 대상이 미군 3성 장군인 미 7공군사령관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엔사가 “문제가 발생했을 땐, 보통 낮은 수준에서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 7공군사령관의 출입까지 경위 조사를 지시한 것은 DMZ 관할권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현재 DMZ 출입 통제는 6·25전쟁 후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된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다. 이 때문에 한국군 대장이라도 유엔사에 48시간 전 통보해 승인을 받지 않고는 DMZ 출입이 불가능하다. 육·해·공군 3군 참모총장은 물론 한국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평시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합참 작전본부장이나 작전부장 모두 마찬가지다.


■ UNC의 ‘딴지걸기’



정전협정 이행·감독 이유로

주요 남북교류 사업 수차례 딴지

지난해부터 JSA 관광도 금지

북한 개별관광·육로관광 추진도

미국 승인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


유엔사가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로서 정전협정을 이행·감독한다는 이유로 남북 교류와 도로·철도 연결 사업 등에 제동을 걸어왔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북 군사적 합의도 DMZ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유엔사 승인이 없으면 이행이 불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남북 화해무드에서 유엔사가 남북 교류에 첫 제동을 건 사례가 발생한 것은 2002년 11월24일이었다. 남북은 DMZ 지뢰 제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증단을 교환하기로 했으나, MDL 통과 승인권 고수를 고집한 유엔사 태도로 검증작업이 무산됐다. 당시 판문점 장성급 회담 유엔사 측 대표인 제임스 솔리건 주한미군 부참모장 겸 유엔사 부참모장(미 공군 소장)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서 MDL 통과는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인도 유엔사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측이 유엔사의 승인을 계속 배제하려 든다면 금강산관광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8년 8월에는 유엔사가 남북 철도 연결을 승인하지 않아 정부 계획보다 석 달 넘게 지난 11월30일에야 가까스로 이뤄졌다. 2019년 6월에는 제9차 한·독 통일자문위원회에 참가한 독일 정부 대표단이 강원도 고성 GP를 방문하려 했지만 유엔사가 ‘안전상 이유’를 내세워 DMZ 출입 허가를 해주지 않아 불발됐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유엔군사령관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협조 요청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9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DMZ 내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 했으나 유엔사가 동행 취재진의 방문을 불허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유엔사가 DMZ 출입을 불허하는 사유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엔사는 지난해 10월부터 3일 현재까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방문과 관광도 금지하고 있다. 방문 및 관광을 허가할 수 없는 이유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들고 있다. 유엔사는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관해서도 개별관광객이 DMZ를 통과해 북으로 갈 경우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승인이 필수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DMZ 육로를 통과하는 북한 개별관광 역시 미국 승인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17일에는 유엔사의 DMZ 출입·허가권과 관련한 ‘유엔사 비군사적 출입통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엔사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고스트 아미(ghost army)”(이해영 한신대 부총장)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민변 미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종귀 변호사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조치는 정전협정 규율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합의 이행을 위해 출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근거해 출입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현행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등 유엔사 문제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유엔 단체도 기구도 아니다”

유엔사 권한에 끝없는 의문 제기

정부 “제도 보완” 밝혔지만 답보



한국에서는 유엔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한 유엔사는 유엔의 ‘활동단체’도 ‘기구’도 아니다. 게다가 유엔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는 조직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전협정에는 허가권이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며 “환경 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 방문 등 비군사적 성질에 대한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와 유엔사의 DMZ 출입 허가권 문제 협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은 유엔사 재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국군에 ‘LGBT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16일 육군 남성 부사관 ㄱ하사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여군 복무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군내 성소수자 문제가 부상했다. 군 당국도 중장기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성소수자를 말한다.


육군은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ㄱ하사의 복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ㄱ하사는 관할 법원에 신청한 성별정정허가 결정 이후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일 군내 분위기를 종합하면 ㄱ하사가 군복무를 이어나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단 현행 육군 기준으로는 ㄱ하사가 생식기를 절제해 의무심사에서 심신장애 3급을 받은 만큼 계속 군복무가 어렵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차후에 관련 복무규정이 바뀌어 성전환이 ‘성주체성 장애’가 아닌 ‘성별 부조화’로 간주되고 심신장애로 판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지금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즉 군의 전역처분은 법령에 따른 적법 처리로 ‘성전환자 차별’이나 ‘성전환자 계속 복무’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ㄱ하사의 경우 의무복무를 겸한 남군 단기부사관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해준다 하더라도 본인이 군복무를 이어가겠다면 다시 여군 부사관 시험을 치러 입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ㄱ하사를 남군에서 여군으로 전환시켜 줄 경우 여군 부사관 정원(TO)에서 가져가는 것으로, 이 경우 다른 여군 지원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 당국 판단이다. ㄱ하사는 지난달 23일부터 국군병원에 입원해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정신과 등 관련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외국군은 어떻게



해외 20개국 성전환 복무 허용

미국은 2017년 오바마 정부 때

전환 수술·호르몬 치료비 지원

트럼프 집권하면서 입대 금지



전 세계적으로 성전환자에게 군복무를 허용하는 국가는 20개국이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벨기에·체코·덴마크·에스토니아·핀란드·프랑스·독일·아일랜드·네덜란드·노르웨이·스페인·스웨덴·영국 등 15개국이다. 나머지 5개국은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태국이다. 태국의 경우 호르몬 치료나 가슴수술 등으로 외형상 부분적으로 여성으로 보이는 경우는 군복무 대상이나, 성기 수술까지 완료한 경우 군복무가 면제돼 부분적 허용 국가로 볼 수 있다.


미군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허용’은 오락가락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허용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는 군복무를 금지하고 있다.


미군은 1994년 빌 클린턴 정부 때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을 시행하면서 성소수자가 군복무를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금지했다. 미군은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정책을 폐지하고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도 차별 없이 군 요직에 등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6월 성전환자의 신병 입대 허가는 물론 트랜스젠더 군인의 성전환 비용을 국방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 11월 미 국방부는 복무 중인 병사의 성전환 수술을 허용하는 한편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수술·호르몬 치료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 금지 지침을 마련했다. 미군 내 트랜스젠더는 엄청난 의료 비용과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또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성전환 수술을 할 의향이 있는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를 금지했다. 다만 이미 군에 복무하고 있는 공개적인 트랜스젠더에게는 예외를 적용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 방침에 대해 하급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2019년 1월 연방대법원은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 금지 지침 허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미군은 ‘트랜스젠더 복무 제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군은 현재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이 필요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제한하고 있다. 또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장병은 자신의 타고난 성별에 맞는 복장과 외모를 갖춰야 계속 복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육군부나 공군부 등 장관급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를 인정토록 했다. 미국 국립트랜스젠더평등센터(NCTE) 자료를 보면 미군 장병 130만명 가운데 트랜스젠더는 1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16일 ‘트랜스젠더 부사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성애


군 당국은 20일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동성애자 병사가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돼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지휘관들은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사생활 관련 질문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동성애자 병사는 전역 시까지 대대장의 도움·배려 병사로 보호 및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병영 내 동성애자에 대한 면담·상담 기록 등도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병영 내 동성애자가 몇명인지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군내에서는 ‘아웃팅’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아웃팅’은 타인에 의해 동성애자인 것으로 밝혀지는 것을 말한다. 군내 상담으로 알게 된 지휘관은 해당 병사 부모에게도 이를 알려서는 안된다.


동성애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은 금지돼 있지 않다.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혀도 이에 대한 처벌이나 강제 전역조치를 할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동성애자와는 차이가 있지만 이번에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군 복무를 희망한 ㄱ하사는 자신의 성소수자성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한국군 ‘1호 커밍아웃’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다만 동성애자 군인의 병영 내 성적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이성애자 장병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군뿐만 아니라 미군도 군 영내에서의 성행위는 동성 간이나 이성 간 모두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군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레바논에 파견된 동명부대의 남녀 군인이 부대 생활관 등에서 성관계를 한 사실이 적발돼 품위유지 위반으로 정직 또는 감봉 징계를 받았다.



‘군형법상 추행죄’ 논란 여전

‘자의적 해석’ 동성애자 처벌

“평등 원칙에 위배” 지적 불구

세 차례 합헌 결정으로 유지



그러나 군내 동성애 문제는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다. 이성 군인 간의 성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과 달리 군인 동성 간 성행위는 성범죄 추행죄로 처벌하도록 돼 있어 이 조항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이다.


군형법 추행죄는 1962년 제정 이후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조항은 “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에 대해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행위의 정도·장소 등에 대해 법이 규정하는 바가 명확지 않아 자의적인 법 해석을 초래한다는 게 위헌 주장의 핵심이다. 강제성이 없어도 군형법 92조의6을 적용해 동성애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군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법률이라는 것이다. 군내 동성애를 ‘추행’ 범주에 넣어 성범죄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2011년,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리 때도 나온 바 있다.



군 당국, 군대 성소수자 문제

중장기적 종합 대책 마련 필요



군형법상 추행죄는 제정 이후 세 차례나 헌재에 위헌심판이 제청됐지만, 최종적으로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군 전투력 보존을 위해서는 동성이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에 이 같은 형법 조항이 있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군 당국도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 기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군의 경우 군사법에서 동성과 성관계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1993년 폐지했다. 2012년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와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는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바야흐로 ‘버전 업’ 시대다. 운동화까지 ‘2.0’이니 ‘3.0’이니 하면서 버전 업이 됐음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국방개혁도 ‘버전 업’을 했다.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은 군 구조·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목표로 한 청사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진화 발전시킨 ‘국방개혁 2.0’을 국민에게 내놓은 것이다.  


이는 군 지휘구조 및 개편, 방산비리 척결, 상비병력 감축, 병사 복무기간 단축, 무기체계 개편,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이 국방개혁 2020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혁이라고 공언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완결을 목표로 하는 진화적 개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비병력을 줄이면서 병사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전체 전력지수 강화 측면에서 보면 모순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제활동 인구 증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병력 자원 문제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국방개혁 2.0의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


미국 남북전쟁 중이던 1862년 9월17일에 시작된 북부연방과 남부동맹의 앤티텀 전투는 양쪽 모두 약 2만3000명의 전사상자 및 행방불명자가 발생해 미국 역사상 단일 전투로는 가장 많은 피를 흘렸다. 이는 남군이 나폴레옹이 구사했던 결정적 순간에 적을 여러 방향에서 타격을 하는 ‘분진합격(分進合擊)’ 기동에 집착한 결과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기병대가 독일 기갑부대와 맞서다 전멸하는 모습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비극적인 장면이었다. 윙드 후사르(Winged Hussar)로 알려진 폴란드 기병부대는 최고 정예부대였다. 그들은 우연히 조우한 독일 기갑부대와 격전을 벌여 순식간에 100여명이 전사했다. 독일군 전차들에 포위당한 폴란드 기병대가 항복 대신 돌격을 선택한 결과였다. 현장에 있었던 이탈리아 기자는 ‘바보 같은 폴란드 기병들의 돌격’이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6·25 전쟁은 ‘고지전’이었다. 고지 점령을 위해 이동하는 수단도 대부분 걸어서였다. 이제는 보병이 10시간 정도 걸어서 가야 하는 산악 목표도 헬기로 이동하는 공중강습 병력은 불과 10분이면 갈 수 있다. 작전지역에서는 소형전술차량이나 신형 바퀴식 장갑차로 이동하는 시대가 됐다. 한정된 인적자원으로 전술적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동력이 필수이기에 나온 결과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초연결 지상전투 체계가 접목된 미래 전장 환경에서는 전투 현장에 인간 병사가 나설 필요가 없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지금도 정찰 정보 획득은 육안이나 쌍안경 수준에서 무인정찰 차량, 드론과 무인기, 중·고고도정찰기 등 각종 정찰자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참모는 적군의 규모와 위험가중치, 아군의 현재 상황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최적의 전투방안을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시대가 예견되고 있다. 정보 수집과 분석, 판단, 결정 등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과거 수십시간에서 이제는 수분이면 끝나게 된다. 거의 실시간 상황 파악과 대응이 이뤄지게 된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과거처럼 전쟁을 하면 병사들의 피로 대가를 치른다. 현대전에서도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과거 전사를 답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장군들이 새로운 전장 환경에 적응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병사들의 몫이다.


이제 군에서 가장 비싸고 소중한 자원은 사람이다. 오늘날 군대는 인해전술처럼 ‘사람을 가장 싼 자원’으로 투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미군의 예를 보면 20대 병사가 부상할 경우 국가가 부담하는 평생 치료비가 680만달러라고 한다. 해마다 들어가는 13만6000달러의 치료비를 50년 동안 더한 결과다. 여기에 다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에 진출해서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α’로 더하면 병사 한 명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부상 병사 개인이 느끼는 상실감과 주변의 아픔은 측량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국 병사들의 생존성을 높이는 개인 방호 장비와 견마로봇, 드론 등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전장에서의 인명 손실에 따른 손익계산과 견주어 보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군이나 한국군이나 병사의 ‘몸값’은 갈수록 뛰고 있다. 사상자 발생은 국가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는 시대다. 게다가 한국군은 병력자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장병 1인이 지켜야 할 국민의 수도 올해 106명에서 2022년이면 13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녀 가정도 ‘1차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드는 2년 후면 전체 가구의 6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누군가의 아들딸들이 군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면 그 후유증은 과거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방개혁 2.0’이 인력동원 중심 군대에서 기계화·기동화, 나아가서 첨단지능형으로 나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중국군도 400만명에서 최근 상비병력 200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병력 줄이기가 대세다. 그러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환경을 보면 아직까지는 인구 대비 대규모 병력 유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올해 국방예산이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세계 10위권의 국방 예산이라고 하더라도 병력 전부를 첨단 전력으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탓이다. 게다가 첨단 전력 무장 또한 약점이 있다.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첨단전력을 만나면 손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방개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사람이 비싼 자원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경자(庚子)년 새해에도 우리 군의 무기·장비들은 속속 업그레이드된다. 육군은 국산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의무후송전용헬기 ‘메디온’(위 사진) 8대를 올해 전력화한다. 중증환자 2명의 응급처치가 가능하고 최대 6명의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 해군은 올해 하반기에 첫 훈련함 ‘한산도함’(아래)을 인수받아 실전배치를 준비한다. 4500t급으로 76㎜ 함포와 대유도탄 기만체계를 장착해 유사시에는 전투함 임무도 수행할 수 있으며 2021년 초 실전배치된다. 육·해군 제공


2020년 경자년 시작과 함께 육·해·공군은 ‘정중동’ 움직임이다. 남북 군사합의 이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이 대미·대남 비난과 함께 한국군 전력 증강에 대해서까지 시비를 걸고 있어서다. 군은 표면적으로는 북을 자극하는 전략무기 도입을 하지 않는 등 ‘로키(low key)’로 대응하면서도 무기·장비 배치와 부대 개편 등을 계속하고 있다.


육군은 미래 육군 ‘아미 타이거 4.0’ 청사진에 따라 장병 한 명당 작전반경이 넓어지는 것을 반영한 장비와 무기 배치를 올해부터 본격화했다. 해군은 일정 연한이 지난 함정을 퇴역시키는 한편 그 자리를 업그레이드된 함정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올해도 계속하고 있다. 퇴역 함정도 유사시 언제든 작전에 다시 투입될 수 있다는 게 해군 설명이다. 공군은 올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핵심인 정찰능력 극대화를 위한 자산 도입과 조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육군


육군은 병력집약형 부대 구조에서 전투효율을 높인 맞춤형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에는 제20기계화보병사단과 제2보병사단을 해체했다. 대신 올해 2사단을 모체로 201·203특공여단을 묶어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7기동군단 예하에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미 육군의 101공중강습사단을 벤치마킹해 공중강습할 수 있는 ‘신속대응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육군은 올해 UH-1H 헬기를 도태시킬 예정이다. 육군 1군단 11항공단 203항공대대는 UH-1H 헬기를 운용하는 마지막 육군 항공부대다. UH-1H 헬기는 1968년 처음 도입된 이후 지휘통제, 헬기 로프 하강, 조명탄 투하작전,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다 공중 기동전력화된 수리온(KUH-1)에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의무후송 전용헬기인 ‘메디온’ 8대는 올해 전력화된다. 국산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메디온 헬기는 전·평시 응급구조 및 환자 수송을 위한 의무 및 지원장비가 갖춰져 있다. 중증환자 2명의 응급처치가 가능하며 최대 6명의 환자를 동시에 후송할 수 있다. 산소공급장치와 의료용흡인기, 심실제세동기, 인공호흡기, 환자감시장치 등 응급의료장비가 장착돼 있다.


노후화된 81㎜ 박격포를 대체하는 ‘81㎜ 박격포-Ⅱ’가 올해 전력화된다. 보병 대대급의 주요 화력체계인 신형 박격포는 경량화·기동성·자동화가 특징이다. 레이저·위치정보시스템(GPS) 기술 등을 접목해 타격의 신속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레이저 및 GPS 기술을 활용해 관측에서 사격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사격정보를 자동으로 산출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기존 박격포는 수동으로 입력하고 전송해야 했다. 자동화된 만큼 운용 인원도 1문당 5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무게가 기존 박격포 42㎏보다 20%가량 가벼워진 34㎏ 정도인 데다 전용 차량에 탑재할 수 있어 기동성과 생존성도 높아졌다.


장애물 개척 전차 ‘올인원’ 등

의무후송전용헬기 올해 전력화

육군 “1인당 작전 반경 확대”


육군은 장애물 개척 전차인 ‘올인원(All in One)’도 올해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력화할 예정이다. 기계화부대의 장애물 극복용 전차인 ‘올인원’은 차체, 지뢰제거쟁기, 자기감응지뢰 무력화 장비, 통로표식장비, 굴삭팔 등으로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차체 전면에 장착한 거대한 ‘지뢰제거쟁기’는 굴착기처럼 전방의 땅을 갈아엎어 묻혀 있던 지뢰를 흙과 함께 전차 좌우측으로 밀어낼 수 있다. 또 강력한 자기장을 발사하는 자기감응지뢰 무력화 장비로 원거리의 자기감응지뢰를 터뜨려 파괴할 수 있다. 그만큼 인력 투입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북한 전투기와 저공저속기는 물론 소형 무인기까지 탐지할 수 있는 국지방공레이더도 전력화된다. 국지방공레이더는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를 통해 적 항공기나 무인기 등 표적 위치를 즉시 아군의 타격전력에 실시간 전파하게 된다. 감시정찰과 타격능력을 높이기 위한 차기 군단급 무인기와 사단 정찰용 무인기 등은 시험비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해 2020년까지 전력화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개인 장비에도 변화가 있다. 육군은 K3 경기관총을 대체하기 위해 올해부터 구경 5.56㎜인 K15 경기관총(LMG-Ⅱ) 전력화에 나섰다. K15엔 다양한 부수기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이 장착돼 있고, 개머리는 병사 신체조건에 따라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발사속도는 분당 700~1000발, 유효사거리는 800m다.


분대원 간 상황 공유가 가능한 ‘전투원용 무전기’도 특수부대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보급된다. 앞으로는 작전에 투입되는 분대 전투원 개개인의 활동반경이 넓어져 분대원 개인마다 무전기를 갖고 있어야 작전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부대장만 무전기를 사용했으나 이제는 분대원 개개인마다 소형 무전기를 휴대하는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이 무전기는 2~5㎞ 단거리에서 문자 및 음성 전송이 가능하다. 소음이 극심한 전장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넥 마이크나 골전도 마이크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 해·공군


알루에트 해상작전헬기 퇴역

첫 훈련함 한산도함 등 실전에

해군 “전역 함정 언제든 복귀”


해군은 지난달 ‘알루에트(ALT)-Ⅲ’ 해상작전헬기를 퇴역시켰다. 이것은 대잠작전 능력을 보유한 해군의 첫번째 함정 탑재 헬기로 1977년부터 12대가 도입됐다. 1983년 8월 동해에서 북한 간첩모선을 추적해 해담미사일(AS-12)로 격침시키기도 했다.


해군은 또 국산 전투함 시대를 열었던 호위함(FF·1500t급) ‘마산함’과 ‘경북함’, 초계함(PCC·1000t급) ‘순천함’도 지난달에 전역시켰다. 1세대 국산 전투함인 이 함정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한반도 바다를 지켜왔다. 이들 세 함정은 앞으로 예비역 함정으로 관리되지만, 유사시 군함 임무를 부여받고 다시 임무에 투입된다. 올해도 초계함 1~2척이 현역에서 은퇴해 전역 또는 퇴역할 예정이다.


해군은 대신 올해 하반기에 첫 훈련함 ‘한산도함’과 신형 호위함(FFG BATCH-II) ‘경남함’,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등을 인수받아 실전 배치를 준비한다. 또 기뢰탐색 소해함과 3000t급 잠수함 진수식을 갖는다.


4500t급 한산도함은 해군 역사상 첫 교육·훈련용 함정이지만, 유사시에는 76㎜ 함포와 대유도탄 기만체계를 장착한 전투함 임무와 구조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올해 전력화 과정을 거친 뒤 2021년 초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공군 전력에서 2020년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은 ‘정찰비행단’ 창설이다. 공군은 올해 하반기 정찰비행단을 창설할 예정이다. 감시정찰 능력 개선 및 확대를 위한 군 정찰위성, 중·고고도 무인 정찰기 등 정찰 자산, 신호정보 수집 능력이 향상된 백두체계 등이 주요 전력이다. 공군은 여러 정보자산을 통해 수집한 실시간 정보의 융합·전파 체계를 구축해 미군 의존도를 줄이면서 한국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을 완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군 정찰비행단의 핵심 자산은 ‘고고도 무인정찰시스템(HUAS)’인 글로벌호크(RQ-4)와 새매 정찰기(RF-16), 백두·금강 정찰기 등이다. 글로벌호크는 2023년 이후 본격 전력화할 예정이다. 군은 지난해 말 1대를 들여왔고, 올해 상반기까지 나머지 3대를 모두 도입할 예정이지만, 표적촬영과 판독, 정보 전송으로 이어지는 영상정보처리체계까지 갖춰야 100% 능력 발휘가 가능해서다.


독자 감시정찰 능력 완비 계획

공군 “하반기 정찰비행단 창설”

북 자극 않고 무기 배치는 계속


공군은 현재 백두(RC-800B)·금강(RC-800G) 정찰기와 새매 정찰기 등 대북 정찰수단을 운용 중이다. 금강과 새매는 영상정보, 백두는 신호정보 수집 정찰기다. 글로벌호크가 전력화되더라도 개량형 백두 정찰기는 신호수집장비가 없는 글로벌호크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개량형 백두 정찰기는 전자장비 간에 주고받는 신호 교환을 알아내는 계기정보(Fisint) 기능도 갖고 있다.


한국형 중고도무인정찰기(MUAS)도 전력화되면 공군 정찰비행단에 편입될 예정이다. 10㎞ 상공에서 북한의 주요 시설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MUAS는 ‘2019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외형이 공개됐다. 준장이 지휘관인 공군 정찰비행단은 향후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425사업’을 통해 전력화한 정찰위성들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찰위성과 고고도·중고도 정찰기를 모두 갖추게 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국 ‘키세(KISE)’의 승리였다. 정부는 지난 11일 “제200차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서 한·미 양측은 오염 정화 책임과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에 대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하에 4개 기지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환 합의는 이날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이와 함께 용산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협의 절차도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키세는 미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논리였다. 키세는 미국이 내세운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기준인 ‘KISE(Known·Imminent·Substantial·Endangerment to Human health)’를 말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인·급박한 위험’을 의미한다. 그동안 10년 넘게 한국 측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영향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미국 측은 키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해 왔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정부는 반환되는 기지들의 환경오염 정화비용으로 추정되는 1100억원을 먼저 우리가 부담한 뒤, 차후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비용 부담과 책임 소재 등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미측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진 불투명하다. 미측은 ‘배째라’식으로 10년을 넘게 버텨 문제가 된 기지의 열쇠를 한국 정부에 넘겼다. 이후 협상에서 미측이 정화비용을 부담하리라 여기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말이 좋아 ‘선 환경정화비용 부담, 후 분담금 청구’다. 사실상 안 주겠다고 버티면 그만이다.


키세는 한·미 간 문화 차이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키세는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 환경폐기물을 묻을 곳이 많은 미국의 환경오염 치유기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키세를 반영했다가는 당장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날 일이다.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국면에서 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측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지역 숙원사업 해결 차원이라면 10년 넘게 이 문제를 왜 질질 끌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미국은 한국 내 기지 반환 과정에서 비용을 분담할 경우 향후 전 세계 미군기지의 반환 시 적용할 선례가 된다는 점 때문에 환경정화비용 부담에 확실히 선을 그어왔다. 실제 SOFA에 환경조항이 신설된 2003년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80곳의 반환 대상 미군기지 중 54개 기지를 반환하면서 환경정화비용을 단 한 번도 분담한 적이 없다. 미측 입장에서는 기지를 반환하면 이미 협상은 종료된 거나 마찬가지다. 당장 환경단체들은 ‘미군에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용산기지 등 반환되지 않은 나머지 22개 기지 역시 이들 4개 기지처럼 한국 정부의 ‘선 비용 부담·후 협의’로 갈 것이다. 여기서도 미국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군이 그동안 마구 버린 기름과 중금속 등으로 야기된 오염의 정화비용을 한국이 떠안고 갈 것이라는 말이다. 예상대로 주한미군 보도자료를 보면 오염 정화 관련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 의도를 거스르지 않았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문재인 정부의 어떤 주체적인 결정이나 선택도 미국은 용납하지 않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조건부 연장 결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GSOMIA 종료 선언을 지속하는 역량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GSOMIA 종료 유예를 실용적·전략적 선택을 했다면서 ‘솔모론의 지혜’인 양 포장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정부의)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적절한 카드로 당시 잘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GSOMIA는 이번 기회에 그 정체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일 양국 간 군사비밀보호협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달려들어 GSOMIA 종료를 막았다.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GSOMIA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 종료 직후 열린 양국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GSOMIA의 만료로 이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GSOMIA 체결 당시에는 중국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미·일 3각 동맹을 만들어 중국을 봉쇄하고자 GSOMIA 체결을 압박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동등한 지위를 지니는 한·미·일 3각관계도 아니고 미국을 정점으로 일본을 중간 파트너로, 그리고 한국을 제일 말단의 하위 파트너로 하는 수직적 동맹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GSOMIA의 조건부 연장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정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는 일본의 태도를 보고 종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럴 거라고 믿기는 어렵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지난 9월 말 미 대사관저에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게 사실이냐”라고 물은 것으로 최근 전해졌다. 국방부가 F-35 추가 구매를 시사하는 등 문 대통령이 미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좌파’여서 GSOMIA를 종료하려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상식밖의 무례였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키세나 GSOMIA 유지처럼 압력에 굴복하는 동맹의 미래는 밝지 않다. 동맹은 상호 이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강화된다. 한·미동맹 자체에 비대칭 성격이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심기를 건들이지 않기 위해 우리가 심각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동맹이 어떻게 정상적인 동맹이겠는가. 미측에 끌려다니면서도 자주성을 발휘한 것처럼 포장하는 정부도 한심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독특한 위상 배경에…한국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도 가능

ㆍ전직 사령관들도 GSOMIA·방위비 분담 등에 발언 쏟아내

ㆍ친미단체·보수언론의 과도한 ‘띄워주기’가 영향력 더 키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청와대에서 한·미 군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간담회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이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해 이뤄진 자리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전·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목소리와 행동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개월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핵 등에 대한 진단을 놓고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발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국내 보수단체들은 이들을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 앞다퉈 부르고 있다. 언론인 단체도 가세해 이들에게 한반도 안보 진단 기고를 요청했다. 미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인터뷰 보도를 내보내면서 미국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독특한 역할 및 위상, 한국에서 사실상 ‘반 정치인’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분석했다.


■ ‘모자 4개’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직책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 등 4개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모자를 4개 쓰고 있는 셈이다. 각 사령관 직위에 따라 역할이 제각각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주요 임무는 한반도 위기 시나 전시 상황이 닥칠 때 한미연합사령부를 지원하는 일이다. 미 정부가 지정한 인원에 대한 ‘비전투원 소개작전(NEO)’ 지원도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또 미군과 다국적군에 대한 전시증원(RSO)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인도태평양사령부 및 미군의 각 기능별 전투사령부(COCOM), 미 합참, 미국 정부 등과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기도 하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지휘소와 구성군사령관들로 구성돼 있지만, 평시에 상설 전투부대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는 주한미군이 평시에는 한미연합사 소속이 아니라, 유사시에 통제 전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연합사는 평시 상설부대는 없지만, 연합위임권한(CODA·Combined Delegated Authority) 사항에 의해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CODA는 평시와 한반도 위기 시 초기에만 적용되고, 이후에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준비된 작전계획에 의거해 전구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군사위원회의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받아 전시에 한미연합군을 지휘하게 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사령관의 소전구 통합군사령관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한미연합사는 인도태평양사를 통해 주한미군의 지원을 받도록 돼 있다.


현재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 간 합의된 전략지시 1호에 따라 한국군 통수권자인 한국 대통령과 미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합의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리면, 이를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게 돼 있다. 전략지시 1호에 의하면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은 4성 장군인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함으로써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언 라포트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과거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계획에 대해 “나는 주한미군사령관이면서 유엔군사령관이기에 그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의 작전지휘권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UNC)사령관도 겸하고 있어 평시에는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전쟁 발발 시에는 전력 제공국 병력을 협의에 따라 미8군이나 한국군에 배속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또 주한미군 선임장교(SUSMOAK)로서 본인이 겸직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과의 업무를 조정하는 책임자다. 미 합참의장을 대리한 주한미군 선임장교 자격일 때는 한국군 카운터파트는 한국군 합참의장이다. 동시에 미 국방부 대표 권한을 부여받은 자격일 경우에는 한국 국방장관이 카운터파트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업무는 3개 사령관 직위가 엉켜 있는 만큼 미측은 주한미군사와 한미연합사, 유엔군사 등 3개 사령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겸직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각 사령부 참모직을 겸직하게 함으로써 미측 사령부들의 복잡한 상호관계를 단순화시켜 지휘 및 통제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런 만큼 한국군으로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과 위상이 한미연합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등을 겸직했을 때와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백선엽 전 육군대장(가운데)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 전 대장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면서 ‘영웅’이라고 치켜세워 광복회의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 ‘앞다퉈 모시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군 주요 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실 이 자리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강력하게 요구해서 이뤄진 자리였다는 후문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이라는 독특한 위상을 배경으로 할 수 있는 면담 요청이었다.


이런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광복회는 지난 5일 강력한 항의 공문을 전달했다. 백선엽 ‘전쟁영웅’ 찬양에 대해 사과 및 재발 방지,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광복회는 공문에서 “최근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장성들이 독립군 학살에 앞장섰던 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며, 그를 ‘영웅’이라 치켜세운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을 모욕하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는 행위로 인식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lt;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gt;와 &lt;친일인명사전&gt;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하켄크로이츠 깃발 아래 ‘하일 히틀러!’를 외치며, 레지스탕스 대원을 학살한 나치 친위대원을 ‘영웅’이라고 찬양하는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백선엽 장군을 예방하고 주한미군이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백선엽 장군은 진정한 전사이자 지도자이며 오늘날도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 데 대한 항의였다.


역대 주한미군사령관은 취임 후 갖는 중요한 의전 중 하나가 백선엽 전 육군대장에게 부임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불편하게 보이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상처를 주는 장면이라는 게 광복회 입장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나 주한미8군사령관, 주한미해군사령관, 주한미공군사령관들이 부임하면 의례적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행사가 있다. 한국 이름 작명식이다. 박유종(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보우해(마이클 보일 주한미해군사령관), 우기수(케네스 윌스바흐 미7공군사령관) 등 전·현직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 수십명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준 단체는 한미동맹친선협회다. 회장단이 육군 사단에서 명예사단장으로 위촉되고 지프를 타고 열병식까지 해 물의를 빚었던 바로 그 단체다. 외교부의 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인 이 단체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지난 3년간 활동 내역을 보면 주한미군 고위층 한글 이름 지어주기, 미군과 한국군 부대 방문, 미군 지휘관들의 이·취임식 참가, 한·미 군 관계자들과의 리셉션이 대부분이다.


주한미군을 가까이서 수십년 동안 지켜본 ㄱ씨는 주한미군 고위 간부들이 한·미동맹을 내세우는 미군 주변 단체들과의 접촉을 통해 한국민 정서를 일방적으로 읽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미단체 주장을 대다수 한국민 정서로 받아들여 잘못된 판단을 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방위비 분담금 관련 세미나에서 분담금 인상이 결국 미국산 무기 구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10월24일 ‘유엔군사령부 해체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하다’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 한·미 간 각종 현안에 편승해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발언이 나오면 국내 언론은 워싱턴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붙여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구조다. 이들 중 몇몇은 미국 방위산업체의 로비스트나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육군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병력은 줄이고 부대 구조는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하는 대대적 개편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육군은 ‘8개 군단, 39개 사단’ 체제에서 ‘6개 군단, 33개 사단’ 체제로 정예화하게 된다. 지난 8월8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이 샤워 터널을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위 사진). 지난해 11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무인이동체 시스템산업 엑스포’의 육군 부스에 군수품 수송용 드론이 전시돼 있다(아래). 연합뉴스·경향신문 자료사진


육군 부대의 대대적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방부는 이를 ‘국방개혁 2.0’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에 대응하면서 부대 구조를 정예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방개혁 2.0’ 일환으로

2022년까지 9만여명 감축

‘6개 군단·33개 사단’으로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57만9000명인 육·해·공군 상비병력은 2022년 말 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축 병력 대부분은 육군이다.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육군은 2개 군단과 최근 없어진 사단까지 포함해 6개 사단을 해체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줄어드는 병력만 8만명에 가깝다.


현재 대상 부대 2053개 중 602개(29.3%)에 대한 개편이 완료됐다. 2025년까지 나머지 1451개 부대의 개편도 마무리된다. 육군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력 수준을 올해 46만4000명에서 2022년까지 36만5000명으로 9만9000명을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병력 감축 규모만 해도 2만명이다.


■ 사라지는 사단


수년 전만 해도 육군은 ‘8개 군단·39개 사단’ 체제였다. 육군은 병력 절감형 부대 구조개편을 통해 2025년 ‘6개 군단·33개 사단 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부대는 제20·26·30 기계화보병사단과 제2·27·28 보병사단 등 6개 사단이다. 26사단은 이미 2018년 부대기를 내렸고, 20사단과 2사단은 올해 말까지 해체된다. 27·28·30사단은 수년 내 해체 대상이다. 이 밖에 철원지역 6사단은 경기 포천으로 이전하고, 강원 고성 22사단이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오뚜기 부대’ 8사단과 ‘불무리 부대’ 26사단 통폐합은 육군 구조개편 공식화의 신호탄이었다. 중서부 전선의 주력 사단으로 경기 양주에 있던 26사단은 지난해 12월 기계화보병사단(기보사)으로 재편된 8사단과 통폐합되면서 65년 만에 부대기를 내렸다. 육군은 이처럼 여러 군단에 흩어져 있던 기계화사단을 7기동군단 예하로 재편하고 정예화하기 위해 예하 기계화사단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8사단은 26사단의 주력 2개 여단과 수도기보사 1개 여단, 20기보사 1개 여단을 흡수·통합해 ‘기계화보병사단’으로 재탄생했다. 8사단은 이름만 취했을 뿐, 사실상 기존 26사단 전력인 73기계화보병여단과 포병여단 등이 8기보사 주력이다. 8기보사의 핵심 전력은 최신예 K2 흑표 전차다.


다음달 1일부로 아시아 최강 기계화보병사단이란 평가를 받던 20기보사는 단대호(단위부대 번호)가 빠른 11기보사에 통합된다. 애초 최전방 경계부대였던 20기보사는 대대장의 무전병 대동 월북사건으로 1978년 사단 전체가 경기 양평에 있던 5사단과 주둔지를 맞바꿨다. 1980년에는 하나회 출신인 박준병 사단장 지휘로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도 동원됐다. 이후 1983년 수기사에 이은 육군의 두 번째 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됐다.


2020년 말에는 30기계화보병사단도 독립기갑여단인 30기갑여단으로 축소된다. 육군 기계화사단은 8기보사와 11기보사 ‘투 톱’ 체제를 형성하면서 기존 ‘6개 기보사·5개 기갑여단’ 체제가 ‘3개 기보사(수기사 포함)·8개 기갑여단’ 체제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군은 “앞으로 기갑여단에는 배속 전차대대가 많아지는 등 현재 여단과 사단의 중간급에 가까워진다”며 “전력이 증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 기보사에는 항공단을 창설해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를 배속할 계획이다.


3군단 예하 ‘노도부대’ 제2보병사단도 올해 말이면 사라질 예정이다. 2보병사단 내 3개 연대는 인근 21사단과 12사단으로 통합된다. 국방부는 대신 해체하는 2보병사단을 모체로 201·203특공여단을 묶는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7기동군단 예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후방 각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공중강습부대인 ‘신속대응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군단 작전지역 3~4배 확장

기갑여단·항공단 편성키로

보병사단도 통폐합에 박차

각 기보사엔 항공단 창설도


신속대응부대는 소수 병력이지만 특수작전용 헬기 등 기동장비로 무장한 특수목적 부대다. 미 육군의 101공중강습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병사단보다 적은 병력에다 헬기 등 항공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동부전선 핵심 전투사단을 후방으로 빼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군단·모듈형


육군은 6군단과 8군단 등 2개 군단을 폐지해 숫자를 줄이는 대신 작전수행체계를 야전군사령부에서 군단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작전수행체계가 군단으로 이동하면 현재 ‘30(가로)×70㎞(세로)’인 군단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개편 군단은 과거 야전군사령부의 인사·군수·전투근무지원 등 군정 기능과 작전지휘 기능을 모두 행사하게 돼 사실상 ‘미니 야전군사령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군단별로 1~2개 기갑여단 및 공격·기동항공 지원을 할 수 있는 항공단을 편성할 계획이다. 전방 군단에는 다련장 로켓대대도 크게 신·증설된다.


부대 구조는 병력집약형에서 전투효율을 높인 맞춤형으로 개편한다. 육군은 “사단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한국형 기동헬기 등 필수전력을 적기에 전력화해 확장된 책임지역에 대한 제대별 감시정찰, 기동, 화력 등의 능력을 증대할 계획”이라며 “부대 수는 줄지만, 전투수행능력을 보강해 정예화된 구조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육군이 내세우는 미래 육군의 모습은 ‘아미 타이거 4.0’이다. 보병부대를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해 최적의 탐지·결심·타격 기능을 갖춘 고효율의 치명적 미래 전투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탄기능, 센서와 슈터, 원격사격통제체계를 갖춘 장갑차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육군은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전력화한 25사단 1개 대대를 대상으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2020년까지 전투실험을 진행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실제 야전 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친 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개 대대에 시험 적용하고 2025년 이후 사단·여단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동군단도 마찬가지다. 예하 각 기계화보병사단에는 이전에 없던 항공단이 새로 창설된다.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최대 변혁

군 중심 사단서 여단으로

2025년 ‘모듈형 부대’ 마련


국방개혁 2.0이 완료되는 시점인 2025년부터는 군 중심이 사단에서 여단으로 바뀐다. 창군 이래 최대 변혁이다. 1948년 연대급 중심으로 창설된 육군은 6·25전쟁 이후 삼각편제와 사각편제를 혼용해오면서도 사단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육군의 미래 ‘여단 전투단’은 모듈형으로, 각종 지원부대가 상설 배치된 연대전투단의 확대판 격이다. 육군은 미래 여단이 기존 사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성패는 개별 병사 및 부대 장비의 확충, 특히 네트워크 통신망 확보에 달렸다. 12개 전방 사단의 보병연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보병여단 전환에 나섰다. 사단 화력이던 105㎜ 견인식 곡사포를 차륜식 자주곡사포로 개량해 보병여단 화력으로 배치한다. 보병 기준으로 1개 연대는 3개 대대로 구성되지만 새로운 여단은 포병 등을 포함해 최대 5개 대대까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주둔지가 대부대 단위로 통합되고 기동장비 보급이 확대되면서 부대 모듈화 환경이 마련됐다. 모듈화 관건은 단위부대를 미군과 같이 ‘레고’ 블록처럼 운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한국 주둔 미 육군은 2보병사단처럼 예하 여단이 2사단 소속이 아니라 다른 사단 소속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식이다.


모듈화 부대 구조개편은 2030년까지 모든 보병을 기동화하겠다는 ‘아미 타이거 4.0’과도 맞물려 있다. 여단전투단이 지금의 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기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는 “한 시간 동안 5㎞를 도보로 이동하는 부대와 50㎞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부대가 맡을 수 있는 영역 차이를 생각해 보라”며 “전개 속도가 10배라면 작전영역은 100배 넓어진다”고 말했다. 단위시간당 작전 가능영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헌병이 창설 70년 만에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는 등 변신을 모색하고 있지만 관련 법의 표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헌병’을 새긴 기존 헬멧을 전통 투구를 응용한 새 디자인으로 변경하는 등 복장과 장구류의 변화도 추진 중이지만 시행은 미뤄지고 있다. 왼쪽 사진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속 헌병의 모습. 오른쪽은 지난 4~7일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 지상군 페스티벌에 전시된 새 헌병 복장 시제품들로 전통 투구 디자인에 대한제국 시기 의복을 본뜬 행사복(오른쪽) 등이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헌병 창설 70년 만에 명칭을 군사경찰로 변경하겠다던 국방부 계획이 1년이 다 되도록 표류하고 있다. 법제처의 ‘입맛대로’ 입장 탓이다. 헌병을 군사경찰로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법제처는 상위법을 수정하는 게 먼저라며 국방부 안을 퇴짜놓은 후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법제처가 국군기무사령부 명칭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꿀 때는 가만있다가 헌병 명칭 변경안에만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 표류하는 법안


국방부는 28일 “헌병 병과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기 위한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11월14일부터 12월24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쳤으나 다음 단계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1월 이미 통과돼 헌병은 군사경찰로 활동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개정안 입법예고에도

법제처 “상위법 수정이 먼저”

1년여 동안 개정안 심사 중단


법제처는 지난 1월14일 해당 개정안을 접수한 이후 사실상 심사를 중단했다. 이는 헌병을 군사경찰로 변경하기 위한 군인사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이 대통령령인 만큼,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상위 법률인 ‘군사법원법’과 ‘군인사법’ 등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법제처 입장에서 비롯됐다.


군사법원법은 군사법경찰관인 헌병의 정의와 역할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상위법인) 법률에서 정한 ‘헌병’이란 명칭이 ‘군사경찰’로 고쳐져야 하위법인 시행령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게 법제처 의견”이라고 말했다.


법제처, 기무사 명칭 변경 땐

‘상위법’ 원칙 적용 안 해

일관성 없다 군 안팎 비판


그러나 법제처는 국군기무사령부가 폐지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출범할 당시에는 이 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안보지원사로 해편(解編)된 기무사 역시 군사법원법에는 ‘기무부대’라고 돼 있다. 또 군사법경찰관의 자격을 규정한 군인사법 43조는 ‘법령에 따른 기무부대에 소속된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과 보안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처럼 안보지원사로 바뀐 옛 기무사의 경우 상위법인 군사법원법에는 여전히 ‘기무부대’로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제처는 기관의 동일성이 인정돼 실무상 문제가 없다는 해석에 따라 군인사법 부칙을 통해 이름을 바꾸는 것을 허용했다. 군 쇄신을 위해 법 해석을 유연하게 한 결과다.


법제처가 헌병에 대해 기무사와 다른 잣대를 들이밀게 된 데는 국회 관련 상임위의 질책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법제처는 기무사 명칭 변경으로 ‘혼쭐’이 나자 나중에 명칭을 바꾸겠다고 나선 헌병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을 요구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법제처장에게 기무사와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달라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국방부는 법률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에 군사법원법과 군인사법 등의 개정을 요청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군사법원 업무보고를 통해 현재 ‘헌병’ 용어가 명시된 ‘군사법원법’과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법률 개정과 동시에 명칭 변경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조차 ‘조국 사태’로 올해 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등이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 법률안은 ‘헌병’을 ‘군사경찰’로 고쳐놨지만 법안 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헌병 측은 당초 1월 시행령 개정 완료를 예상하고 이미 부대마크, 깃발, 간판, 현판, 차량 등을 제작했으나 현재는 ‘무용지물’인 상태다.


■ 정치 비밀경찰


헌병은 현재 군대 안에서 질서 유지와 군기 확립, 법률이나 명령 시행, 범죄 예방과 수사 활동, 교도소 운용, 교통 통제, 포로 관리, 군사시설과 정부 재산 보호 등 임무를 맡고 있다.


헌병 명칭은 일본 군국주의에서 비롯됐다. 일본 켄페이타이(憲兵隊·헌병대)는 정치 비밀경찰 임무를 수행하면서 국민을 감시하고 모략·암살까지 하는 조직으로 악명 높았다. 일본은 1896년 청일전쟁 후 대한제국에 헌병대를 처음 설치했다. 이후 대한제국 군대에도 1900년 헌병사령부가 설치됐다. 한국군 헌병은 이를 ‘헌병의 기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1907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면서 대한제국 헌병도 폐지됐으나, 1948년 12월15일 국방경비대 예하 군기병을 헌병으로 명칭을 바꾼 이후 현재에 이르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군은 헌병이 일제강점기 헌병대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에 따라 병과 명칭을 군경(軍警), 군경찰(軍警察), 경무(警務) 중 하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 국방부가 전군 의견을 수렴한 결과 헌병 명칭에 대해 군사경찰(40%), 군경찰(30%), 군경(17%), 경무(5%), 현행처럼 헌병(3%), 기타(5%) 순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군사경찰’ 명칭은 민간경찰과 구분하면서 민간경찰의 파트너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영국·인도·호주·브라질이 군사경찰(Military Police), 이탈리아·프랑스는 기병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 ‘환골탈태’ 헌병


헬멧·부대마크 등 새로 제작

복장·장구 디자인 변경에도

무용지물 상태로 남겨져


헌병은 명칭뿐만 아니라 복장과 장구류 등의 디자인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작업으로 육군 헌병은 올해 말까지 헬멧을 전통 투구를 응용한 새 디자인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행 헬멧에는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앞면 중앙에 ‘헌병’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영화 &lt;공동경비구역 JSA&gt;에서 이수혁 병장(이병헌) 등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가 쓴 헬멧 이미지다.


육군 헌병의 새 헬멧은 앞면에 ‘헌병’이란 글자가 육군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바뀌게 된다. 헬멧 윗부분에는 작은 뿔 장식을 달았다. 옆면과 뒷면에도 뿔 장식으로 이어지는 금테를 둘렀다. 육군 관계자는 “조선시대의 ‘두석린 갑주(갑옷과 투구)’ 중 투구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응용해 겨레를 지키는 정통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육군 헌병은 짙은 녹색 계열의 행사복도 검은색 계열로 바꾸고, 하의 측면 봉제선엔 빨간 줄을 더 넣기로 했다. 대한제국 군인의 복제를 본뜬 것으로, 군의 뿌리를 대한제국군으로까지 넓히겠다는 군 당국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이 같은 디자인을 포함, 여러 안을 검토해 최종 확정한 뒤 12월부터 새 헬멧 등을 각급 부대 헌병대에 보급할 계획이다.


국방개혁 2.0과 연계한

헌병 병과 명칭 개정 지연에

‘헌병 작전·수사 조직 분리’

군 사법제도 개혁안

물 건너간 거 아니냐 비판도


그러나 정작 중요한 국방개혁 2.0과 연계한 헌병 병과 명칭 개정이 지연되면서 군 사법제도 개혁에 따라 헌병 작전과 수사 조직을 분리한다는 계획은 지지부진하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 시절 추진한 헌병개혁안이 사실상 ‘물 건너간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초기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사 전문부대와 야전 헌병조직의 전문화를 추진했다. 송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헌병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조직을 떼어내 각 군 참모총장 직속의 수사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군 본부 헌병실 및 중앙수사단 등의 상부 조직과 일선 부대의 구조 개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병의 기능 분리 방안은 육군헌병실과 중앙수사단 등 상부 조직과 야전부대의 구조를 개편해 수사 전문부대와 야전 헌병부대의 전문화 및 수사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병과 명칭 개정과 함께 헌병의 수사와 작전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군 수사기관 개선 작업은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군의 수사 및 경비·경호·군기 확립·교통까지 전담하는 헌병은 현재 육군 6000여명, 공군 7000여명, 해군 4000명 등 총 1만7000여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안보지원사 병력 4300여명보다 4배가량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병은 장군이 준장 2명인 데 반해 안보지원사는 중장 1명, 소장 1명, 준장 4명 등 6명으로 3배 많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교육방송 EBS가 동양인과 서양인 간 사고방식의 차이를 비교하고 그 이유를 찾는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다. 원숭이와 판다, 바나나 등을 놓고 그룹으로 묶는 실험을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를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원숭이, 판다, 바나나 등을 놓고 셋 가운데 둘을 묶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피실험자들에게 던졌다. 한·중·일 3국의 동양인은 원숭이와 바나나를 엮었다. 동양인의 경우 원숭이가 바나나를 ‘먹는’ 관계라는 이유로 이 같은 조합을 선택했다. 그러나 서양인은 원숭이와 판다를 선택했다. 둘 다 ‘동물’이라는 개체의 속성에서 공통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심리학자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이 같은 차이가 개인적 성향에서 오는 게 아니고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즉 동양인은 사물을 볼 때 전체 속의 조화를 중시하고 서양인은 각 사물의 개별성을 먼저 본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동료들 사이에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해석하는 방식에서도 있었다. 동료들은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있는데 가운데 서서 혼자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에 대해 동양인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양인은 행복해 보인다고 해석했다. 동양인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분석했으나, 서양인은 웃고 있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주변인들과 별개로 간주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서양인들과 만나면서 ‘이들은 왜 이렇게 행동할까’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한·미관계를 취재하면서 동양과 서양의 다른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갈등과 오해를 많이 지켜봤다. 멀리는 ‘미선·효순양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건이 발생하고 촛불시위까지 벌어졌을 때 한·미 간에 심각한 이슈가 될 것으로 직감했다. 그러나 주한미군 관계자를 비롯해 미국 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양인 관점에서 단지 국도에서 일어난 하나의 교통사고가 왜 국가적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사건은 뒤늦게 미군이 한국적 정서를 파악하면서 수습됐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주한미군의 ‘함께 갑시다(Go Together)’ 프로그램이다.


리처드 니스벳이 쓴 책 <생각의 지도> 역시 동양문화권과 서양문화권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설파하고 있다. 저자는 무역을 우선시했던 서양인들에게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주장을 설득시킬 수 있도록 논리적인 사고가 요구됐고, 농경을 중심으로 한 동양인들은 논쟁보다 타협하는 문화를 발전시키도록 유도했다고 분석했다.


전시작전권 전환이나 유엔사 문제, 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한·미 간 협상에서도 양측은 접근 방법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한국 측은 현안을 전체적으로 보는 반면 미국 측은 철저히 세부 사안별로 분리해 분석해서 접근한다. 그러다보니 한국 측은 디테일에 소홀한 측면이 있다. 심지어 “한·미동맹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며 미측의 요구를 다 수용하면 미국이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는 전·현직 장군들도 있다. 그러나 이런 맹목적인 ‘미국 바라보기’를 틈타 미측이 무리한 요구를 두루뭉술하게 관철시킨 사례도 여러 차례다.


우선 전작권 전환과 유엔사 문제를 보자. 지난 8월에 실시했던 후반기 한·미 지휘소훈련 기본운영능력(IPC) 검증 연습 중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은 ‘데프콘 3’ 시뮬레이션 상황에서 유엔군사령관 자격으로 평시 유엔사 교전규칙을 적용하겠다고 나서 한국군 합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반면 합참은 평시작전권이 1994년 한국군에 이양된 만큼 유엔사령관의 요구는 월권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결국 미측의 요구대로 훈련은 진행됐다.


주한미군 최선임장교인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모자를 4개 쓰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전작권이 한국군으로 이양되면 한미연합사령관직은 한국군 4성 장군이 맡게 된다. 이 경우 한반도 ‘데프콘 3’ 단계를 누가 통제하느냐는 문제가 이번에 제기된 것이다. 현재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을 겸하고 있어 한반도 전투준비태세가 ‘데프콘 3’로 격상된다 하더라도 지휘권에 문제가 없지만,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이 각각 다른 사람이면 이번 훈련에서처럼 권한 다툼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미군은 치밀한 논리를 준비했고, 한국군은 전혀 준비가 없었다. 결국 한국군은 전작권 전환이라는 큰 틀만 주장하다 세밀한 부분까지 치고 들어온 미측의 논리에 밀린 셈이 됐다.


유엔사가 작전사령부로 변신할지 여부를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합의문에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 부분에서도 한국군이 미측의 선의만 믿고 향후 협상에서 명확한 합의를 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갈 경우 미군은 과거의 합의문을 들고나올 개연성이 있다. 문서로 뒷받침되지 않는 말의 약속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다음주로 예정된 제11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2차 회의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직간접적인 주한미군 운용비용이 연간 50억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50억달러는 전략자산(무기) 전개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그러나 SMA는 인건비와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3개 항목으로만 구성돼 있다. 미국 전략자산 전개비용 등은 지불할 근거가 없다. ‘동맹 비용’이라는 두루뭉술한 미측의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초부터 이런 요구는 미국 스타일도 아니다. 또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는 경구는 한·미 협상에 유효한 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제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4일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국감은 지난 2일 시작돼 21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과학연구소(ADD) 국감에서는 북한이 잇따라 선보인 신형 미사일이 남측 기술로 제작됐을 개연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북한의 ‘해킹 가능성’이다. ADD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국방위원들은 과거 북한 해킹의 ‘추억’을 들춰가며 그럴 가능성에 대해 유의할 것을 촉구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2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감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위 사진). 북한이 8월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두번째). 북한 조선중앙TV가 7월26일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세번째). 북한이 2016년 4월 공개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수중발사 모습(아래). 북한의 잇단 신형 미사일 발사를 두고 이번 국감에서는 과거 해킹된 남측 기술로 이들 미사일이 제작됐을 개연성이 제기됐다. 김영민 기자·경향신문 자료사진


■ ‘해킹설’ 배경


북한이 한국 기술을 해킹해 신형 미사일을 만들었을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북한이 최근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조종방사포가 남측 무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2014년과 2016년 북한의 해킹으로 국방 자료가 대량 유출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2014년 4월 ADD를 해킹했고, 2016년 8월에는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를 해킹 공격해 국방망 PC 3200여대를 악성코드에 감염시켰다.


무기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우리 현무2B 미사일과 형태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또 북한이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라고 밝힌 발사체는 천무2와 닮았고, 신형 미사일은 군이 지난해 개발을 마친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북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

최근 발사 무기 한국과 유사

국감서 ‘해킹 가능성’ 제기

북, 2014·2016년에도 ‘공격’

무기 기술 등 군사기밀 빼가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 7일 “북한의 이스칸데르는 우리 현무2B와 유사하고, 다른 건(발사체)은 미국의 에이태킴스. 케이티즘(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과 유사하다. 분석이 맞는 건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남세규 ADD 소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북한이 급격하게 기술 진보를 이룬 배경이 뭐냐, 그래서 다시 돌이켜보는 게 뭐냐면 2014년 ADD에 대한 북한의 해킹이 있었다”며 “엄청난 우리 기술 개발 문서들이 도용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년에만 쏜 북한 미사일 방사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체들이 고도의 기술을 갖춘 걸 보면, 북한 자체 기술 개발로는 되기 어렵고, 우리 쪽 기술을 도둑질해서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 소장은 “지금 말씀하신 무기들은 아예 2중망으로 해서 (외부)망과 연결되지 않도록 돼 있다”면서 해킹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또 “(북의) 이스칸데르는 현무2와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보고 비슷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에이태킴스 등도 일반에 공개되고 하니까 그걸 확대해서 만든 거 아닌가 싶다”며 “외형만 그렇지 안에 들어가 있는 기술은 동일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북한 해킹 부대 공격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방위사업청과 ADD 관계자들은 “지난 한 해에만 200건이 넘는 ADD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2014년 ADD 해킹 사건에 대해 외부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북 해킹의 ‘추억’


경향신문은 2017년 9월25일 북 정찰총국 관련 조직이 국내 방산업체를 해킹해 해군의 ‘3000t급 장보고Ⅲ 설계도’와 ‘콜드론치(Cold Launch)’ 기술을 절취한 사실을 보도했다. 콜드론치는 잠수함 발사관 내부에서 고압 압축공기시스템을 이용해 미사일을 사출시킨 뒤 공중에서 점화하는 기술로, 북한 SLBM 콜드론치 기술의 획기적인 진전을 감안하면 해킹한 우리 해군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국방부는 이 보도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지만, 한 달 후인 같은 해 10월31일 국정감사에서 사실임이 확인됐다. 북한이 2016년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잠수함 장보고III와 이지스함 율곡이이함,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II, 수상함구조함 통영함 등의 설계도, 건조기술 자료, 무기체계 자료 등 60여건의 군사기밀을 절취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전투체계 개발 로드맵과 관련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 등이 유출됐다는 것은 무기체계 특성과 작전반경 등이 그대로 노출됐음을 의미한다.


군 당국은 쉬쉬했지만, 2016년 9월 국방망 해킹으로 빠져나간 자료만 235기가바이트나 됐다. ‘작계 5015’ 등 유출 내용이 확인된 데이터는 22.5%(1만700여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유출 흔적만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최신 무기는 플랫폼에 전자시스템을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이지스 전투체계 프로그램은 ‘함정의 전투 두뇌’ 역할을 한다. 함정에 탑재된 모든 탐지체계와 무장체계, 항해 지원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된 하나의 전술상황 정보를 만들어 공유하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컴퓨터’로도 불리는 F-35 역시 마찬가지다. F-35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 중심전을 위한 데이터 통신 성능에서 나온다. F-35는 대량의 디지털 정보를 송수신하면서 비행지역의 전장 상황을 지휘부 및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F-35는 비행임무(작전), 군수(정비·보급), 교육훈련 등 주요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프로그램에 묶여 있다. 이 같은 F-35 데이터의 통합 관리는 인터넷 해킹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한국의 F-35 기지인 청주비행장에서 같은 부대원이라 하더라도 특별접근인가(SAP) 자격이 없으면 F-35 핵심 시설 접근을 막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F-35는 ‘해킹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가령 적성국 무인기가 F-35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그 순간 F-35의 헬멧 디스플레이 시스템 내 숨겨져 있던 초미세 안테나가 작동한다. 이 초미세 안테나는 정비과정에서 수많은 마이크로 칩 가운데 일부를 교체할 때 심어진 것이다. 그 결과 이 초미세 안테나가 적이 쏜 미사일의 특정 주파수에 의해 활성화된 후 그 신호를 포착해 F-35를 끝까지 따라붙는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F-35는 해킹이 가능해진 마이크로 칩을 부착했을 때 이미 격추가 예정된 셈이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이지스함과 F-15K도 얼마든지 해킹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런 만큼 모의 해킹을 통해 취약점을 미리 찾아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이버 전문가의 모의 해킹 시도 제안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이버전


남북 적대행위 전면중지에도

북, 대남 사이버 공격 지속

군사적 긴장 완화 영역에

사이버 테러 금지 포함해야


한반도 ‘사이버전’은 진행 중이다. 남북은 지난해 4월27일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선언문에 적시한 ‘모든 공간’에 사이버 공간이 포함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지만 북한의 대남 사이버 공격은 계속되고 있고,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 적어도 ‘제5의 전장’인 사이버 공간에서 적대행위는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사이버 전력을 핵·미사일과 함께 3대 비대칭 전력으로 설정해 놓고, 해커조직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강의 사이버 전투력을 확보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에서 발표한 2018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은 6800여명이다. 최근 10년간 2~3배 증가한 수치다. 양성과정 인원까지 판단하면 인원은 훨씬 늘어난다.


북한은 사이버 활동 근거지를 중국에서 동아시아·중동·남아메리카 등으로 넓혔다는 게 정보당국 분석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적극적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해 2월 “미국이 중앙정보부(CIA)와 국방정보국(DIA) 역량을 총동원해 ‘한국미션센터(KMC)’를 신설해 2017년 중반부터 한국·일본에 북한 인터넷을 원격 감청하는 기지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지금도 한국의 잘 갖춰진 정보시스템과 네트워크는 북한의 실질적 공격 대상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영역에 비핵 의제뿐만 아니라 ‘사이버 테러’ 금지를 구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테면 사이버 공간의 평화선언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육·해군 이어 1949년 10월1일 공군이 가장 늦게 창설…

ㆍ육·해·공 ‘3군 체제 완성의 날’ 통합 기념일로 제정

ㆍ‘38선 돌파 날짜서 유래’ 주장엔 군 “공식입장 아니다”…

ㆍ문 정부 들어 “광복군 창설한 9월17일로 바꾸자” 잇따라


영국 종군기자 존 매켄지가 1907년경 촬영한 구한말 의병들(위 사진)과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전례식 후 한·중 대표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아래). 국군의 뿌리를 의병과 광복군에서 찾아야 한다며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71주년 국군의날 행사가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거행된다. 창군 이래 최초로 공군전투비행단에서 열린다. 대구 기지는 F-15K 전투기를 운용하는 11전투비행단과 공중전투사령부, 군수사령부가 있는 대한민국 영공 방어의 핵심 작전기지다.


■ ‘국군의날’ 논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행 국군의날을 10월1일에서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 등 다른 날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4월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고 국경일로 격상하자는 국경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에도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자며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문희상·민병두·박광온·이해찬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등 32명이 결의안에 서명했다.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은 국군의 정통성을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서 16대 국회 때인 2003년, 17대 때인 2006년에도 각각 ‘국군의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한국광복군동지회에서는 그동안 “한국광복군이 우리 민족의 군대로서 의병과 독립군의 전통을 이어 성립된 맥으로 보나, 우리나라 헌법정신에 입각한 정부 법통 계승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한민국 국군의 원류임이 분명하다”며 “한국광복군 창군일인 9월17일로 (국군의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군의날 변경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에서는 “독립세력과 건국세력 편가르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 ‘10월1일’은 왜


10월1일 국군의날은 1956년 9월21일 대통령령 1173호에 의해 제정됐다. 1950년 6·25전쟁 당시 육군 제3사단이 처음으로 38선을 돌파해 북진한 날을 기념해 국군의날로 정했다는 주장은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국회 제출 자료 등에 따르면 10월1일을 국군의날로 정한 것은 창군 이후 각 군별로 창설기념일을 정해 시행해 오던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제일 마지막으로 출범한 공군 창립일이 1949년 10월1일로, 한국군이 육·해·공군 3군 체제를 완성하게 됐기에 그 날에 맞춰 국군의날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이후 육·해·공군 기념일은 국군 전체 통합 기념일로 단일화됐다.


국군의날을 확정한 당시 국무회의 심의경과표를 보면 국군의날 제안 이유와 제정 배경에 대해 ‘3군 단일화와 국군의 사기, 그리고 국민의 국방사상 함양에 바탕을 두고 재정 및 시간을 절약하는 데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육군의 38선 돌파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국방부 역시 국군의날이 38선 돌파일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다. 이날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날이기도 하다.


국군의날이 정해지기 전까지 육군은 1946년 1월15일 미군정 아래서 남조선국방경비대 1연대가 창설된 날을, 해군은 1945년 11월11일 조선해안경비대의 모체가 된 해방병단의 창설일을, 공군은 1949년 10월1일 육군에서 분리된 날을, 해병대는 1949년 4월15일 부대 창설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국군의날이 논란이 된 이유는 육군 3사단 23연대 3대대가 38선을 돌파한 1950년 10월1일을 기념하는 것이 국군의날 지정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 때문이다. 육군은 1955년 ‘육군의날’을 당초 국방경비대 창설일에서 유엔군이 ‘작전명령 제2호’로 38선 돌파를 공식 승인한 10월2일로 변경했다. 이후 육군 3사단이 38선 위로 진격한 날짜가 10월1일이라는 게 확인되자 정부가 국군의날을 공군 창설일과 겹치는 10월1일로 정했다는 게 육군의 일반적 시각이다.


■ ‘9월17일’·‘8월1일’


1940년 9월17일은 상해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기념일이다. 광복군은 1940년 9월17일 중국 임시 수도였던 충칭에서 “한·중 두 나라의 독립을 회복하고자 공동의 적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며 연합군 일원으로 항전할 것을 목적”(한국광복군 선언문)으로 내걸고 창설됐다.


광복군은 광복 전까지 중국군사위원회에서 파견된 군인들과 함께 공동 항일전선을 구축하면서 항일 무장투쟁의 심장부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장제스의 중국군사위에 예속돼 활동했다. 주요 부서 간부직에도 중국군을 두고 있었다. ‘5성 장군’으로 유명한 김홍일 장군(1898~1980)이 중국군 제19사단장 대리와 광복군 참모장으로 장제스의 중국군과 광복군을 넘나들며 일본과 싸울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중국군에서 중장(한국군 2성 장군급), 한국군에서 중장(3성 장군)을 역임해 ‘5성 장군’으로 불렸다.


이런 배경에서 국군 군번 1호인 이형근 예비역 대장은 “광복군은 망명군으로서 정식 군대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일본 육사 56기 출신인 그는 “조선경비대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남조선국방경비대 창설일인 1946년 1월15일을 국군의날로 정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군 해산일인 8월1일이 국군의날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재향군인회가 1993년 8월 펴낸 ‘광복군전사와 국군의 맥’은 국군의 정통성이 의병에서 이어져 온다고 분석했다.


대한제국군은 을사늑약 이후 1907년 8월1일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1940년 9월 광복군을 재조직할 때 기록인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보고서’를 보면 ‘정미년(1907년) 8월1일 국방군(대한제국군) 해산의 날이 곧 광복군이 창립된 날이라 할 것이다’라면서 일제에 선전포고한 날로 규정했다. 이 정신이 이후 의병과 독립군, 광복군, 국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광복군 역사의 정통성은 독립군인 셈이고, 한국군의 뿌리는 항일 의병에 있다는 의미다.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2017년 국군의날 기념식. 국군 의장대와 최신 무기들이 도열해 있다. 국군의날 행사가 해군기지에선 열린 것은 창군 이후 처음이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방부도 국군의 근원이 된 실체를 한국광복군에서 구한말 ‘의병’으로 재평가했다. 대신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첫 공식 군대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올해 2월 ‘대한민국 국군’ 제목의 홍보책자를 발간하고 “강제로 해산된 대한제국 군대가 의병으로, 일제강점기 독립군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으로 발전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됐다”고 기술했다. 국군 모태를 광복군 창설 이전인 의병으로까지 확대 재조명한 것이다.


국방부는 국군의 역사를 1894~1910년(의병전쟁기)에서 시작해 1910~1919년(의병항전 및 독립군 정비기), 1919~1933년(독립전쟁 발전기), 1933~1938년(독립군 개편기), 1938~1945년(광복전쟁기), 1945~1950년(건군기) 등으로 구분했다. 이어 1950~1961년(전쟁 및 전후 정비기), 1961~1972년(국방체제 정립기), 1973~1980년(자주국방 기반 조성기), 1981~1990년(자주국방 강화기), 1991년~현재(국방태세 발전기)로 나누고 있다.


■ ‘아버지’ 없는 육군


해군은 해방병단 창설을 주도한 손원일 초대 참모총장을 ‘해군의 아버지’로 꼽는다. 해군 214급 잠수함이 손원일급 잠수함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이었던 손정도 선생의 장남이다. 공군은 초대 국방차관인 최용덕 장군을 ‘공군의 아버지’로 부른다. 공군사관학교 교가도 작사한 그는 1913년 중국으로 망명해 중국 육군 군관학교를 졸업했고, 의열단과 광복군총사령부 총무처장 등을 거쳤다.


육군에는 ‘아버지’로 불리는 창군 원로가 없다. 이범석 초대 국방장관이나 김홍일 장군 같은 광복군 출신들이 있었지만, ‘1~16대 육군참모총장 가운데 12명이 일본군·만주군 출신’인 점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1~16대 육군참모총장 13명 중 최영희 12대 참모총장을 뺀 12명 전원이 일본군(학도병 포함)이나 만주군 출신이다. 육군은 광복군 역사 찾기나 국군의날 변경에 대해 해·공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육군 출신들이 국군의날을 38선 돌파일로 정의하고 싶어 한 것도 6·25 이전 친일 역사를 부정하려는 일본군이나 만주군, 학도병 출신 창군 원로들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병력 50만명 시대’가 불과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8일 인구감소에 따른 ‘군인력 획득체계’에 대한 개선 방침으로 ‘첨단 과학기술 중심 전력구조로 개편’ ‘병역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전환복무(의경·해경·소방 등) 및 대체복무(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등) 적정수준 검토’ 등을 내놓았다. 여군 활용 확대 방안 모색, 부사관 임용제도 개편 및 귀화자 병역 의무화 검토도 포함시켰다.


수년 전부터 나온 대책의 재탕이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국방의무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인데도, 병역자원 숫자에 집착하는 과거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반증이다. 시대에 맞게 병과제도를 혁신하는 군 내부의 소프트웨어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현역자원 부족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현역자원 부족을 막기 위해 무리한 현역 판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등은 적정한 현역 판정률을 평균 83%로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부작용으로 매년 현역병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조기 전역하거나 자살 예방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인 그린캠프 입소자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높은 현역 판정률에 의한 병역 약자들의 군 입대로 병역 부적합자의 조기전역이 연간 7000명, 그린캠프 입소자가 4000명, 입실자가 3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복무기간을 21개월로 가정해도 오는 2020년 군의 규모를 52만명으로 유지하려면 현역 판정률은 92.4%까지 높아지게 된다”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감소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현역 판정률이 90%를 넘는다는 것은 외형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지 않다면 대부분 군 입대를 해야 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는 현역 판정을 할 때 병력이 모자라면 신체 기준을 낮추고, 여유가 있으면 높이는 것으로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키가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서 죽였다.


이제는 국방부와 병무청도 상상력을 발휘해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도 기존 외교 문법의 틀을 벗어난 상상력이 만든 세계적 사건이었다”고 말했듯이 병무행정도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는 군대 가고 누구는 안 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누구라도 군 복무를 기꺼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징집이 가능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모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는 맞춤형 군대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수표 컴퓨터 배치와 같은 산술적 평등에서 벗어나 적재적소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병역자원을 컴퓨터 무작위 배치가 아닌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병역자원 관리개념을 바꿔야 한다. 병역자원 배치도 국가와 군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과 맞물려 이뤄질 수 있다. 가령 군에서 컴퓨터 운용과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선발해 실무 훈련을 시켜 활용해야 한다. 병사들은 전역 후에도 관련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 물론 병사 모두에게 전문성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군대가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본인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굳이 28세로 군대 징집 연령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스라엘군의 ‘9900부대’는 정보국 산하 리얼타임 인텔리전스 센터의 영상정보관리조직이다. 이곳에서는 30여명의 병사가 위성 사진 판독 등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들의 업무집중도와 전문성은 최고 수준이다. 그 배경에는 18~22세 고졸 인터넷 및 게임 마니아들이 배치된 데 있다. 자폐증세가 심한 ‘서번트 지니어스’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군대에서는 장애인이라도 얼마든지 근무할 수 있는 보직을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여러모로 한국군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스라엘군은 우수한 인재가 군복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군도 이를 벤치마킹해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를 도입했지만, 최상위 고교 졸업생 50명을 뽑아 양성한 후 국가 핵심 두뇌로 양성하는 탈피오트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르다.


이스라엘은 엘리트 음악인을 위한 ‘아웃스탠딩 뮤지션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일부 소수 인원에게만 혜택을 주는 한국의 병역특례제도와는 다르다. 해당 병역자원들은 5주 기초군사훈련 후 하루 6시간을 근무한다. 이들은 퇴근 후 레슨 및 개인연습을 할 수 있고 90일간 출국도 가능하다. 대신 출국기간만큼 복무기간이 연장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에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군 병과제도는 원정군 개념의 미군을 본떠 만든 6·25 당시 시스템이 4차 혁명시대인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전적 재편이 필요하다. 한반도가 전장인 한국군은 독일군처럼 재정과 군종, 법무 등 민간위임이 가능한 분야는 민간인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도 병력 수를 줄이는 하나의 방안이다.


인구절벽으로 모자라는 자원을 모병제로 충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일종의 징병제와 모병제의 혼용이다. 필요하다면 남녀평등 차원에서 여성자원도 병사로 모집할 수 있어야 한다. 


병역자원을 모병하는 데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극복해야 한다. 군대도 하나의 직장이다. 입대부터 적정 보수를 받으며 장기 복무할 전문 병사가 필요하다. 모병 자원은 숙련도와 동기부여가 높아 군 전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저소득층만 주로 지원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선 군대를 어엿한 일자리로 자리매김해주고, 장기 복무에 대한 사회적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대학 특별전형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징병·모병 혼합제로 전환할 경우 북한과의 전력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병력구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필요한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등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전력 패러다임 바뀌는 공군

ㆍ국군의날 첫선…연말까지 10+@ 대 보유 예정

ㆍ스텔스 기능으로 선제타격·응징보복 능력 탁월

ㆍ해킹 가능성·운영유지비·정비 종속 등 해결해야


상공을 비행 중인 F-35A 스텔스 전투기. 한국 공군이 지난 3월부터 도입을 시작한 F-35A는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침투해 지휘소 등 전략표적을 타격할 수 있어 한반도 하늘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F-35A는 다음달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첫선을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반도 상공에도 레이더로 잡기 힘든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날고 있다. F-35A가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돼 공군은 연말까지 F-35A ‘10+α’대를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내후년까지는 총 40대를 미국에서 인도받게 된다. 정부는 F-35급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F-35A는 제71주년인 올해 국군의날(10월1일) 기념식에서 국민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F-35A는 공군 주력 F-15K 전투기 등과 함께 ‘공중 분열(Fly-by)’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 ‘게임 체인저’


F-35는 ‘대북 킬체인(미사일 선제 타격 시스템)’의 핵심 전력이다. F-35는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은밀히 침투해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미사일·핵 기지, 비행장 등 전략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F-35는 AN/APG-81 레이더로 저피탐 전파를 발산해, 적의 전자정찰을 회피하면서 지상공격과 공중전 등은 물론 조기경보기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다.


F-35A는 한국 공군의 전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공군은 2000년대 F-15K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장거리 정밀유도폭격 능력을 확보했는데, 이제는 F-35A를 통해 선제타격과 응징보복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공군은 F-35A 전력화 과정에서 기존 주력기인 F-15K 및 KF-16 등과 어떻게 혼합해 운용할지에 대한 상호운용 개념 및 작전계획 반영 등을 고심 중이다. 공군 장성 ㄱ씨는 “F-35는 새로운 개념의 전투기로 무기체계 특성에 맞게 작전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미 공군도 F-35를 4년 운용하면서 전술·전략적 개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F-35A는 한반도 개전 초 북한 방공망을 제압하고 전략표적을 파괴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공군의 F-35A 도입은 한·미 연합작전계획에 따른 항공임무명령서(Pre-ATO)의 전시 북한 핵심 표적 분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신문은 F-35A를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부른다는 북한 관계 소식통의 언급을 소개하면서, 지난 6일 “북한이 무기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 있는 것은 한국군이 올해 3월부터 배치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의 존재”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5월 이후 F-35A 기지인 청주비행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단거리 발사체 발사 실험을 거듭했다.


2016년 7월 영국 런던 판보로 에어쇼에 참가한 F-35. 경향신문 자료사진


■ 공중 일대일로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5세대 전투기 F-35 도입은 ‘군사적’ 차원을 넘어 미국의 ‘F-35 벨트’ 가입을 의미한다. 


포린폴리시는 7월 F-35를 중국의 ‘일대일로’와 비교하는 글 ‘F-35 Sales Are America’s Belt and Road’를 실었다. 생산대수 등을 감안한 F-35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이 1조달러를 넘고, 참여하는 작은 국가들을 하나의 큰 국가(미국)와 비대칭적인 상호의존 관계로 얽어매고 결과적으로 주도국 미국이 이해관계를 관철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미국판 ‘공중 일대일로’이자 글로벌 경제·안보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나아가 F-35의 글로벌 배치는 중국·러시아 등에 맞선 배타적 연합전선이라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F-35 우산’으로 묶는 안보블록을 구축 중이라고 볼 수 있다. F-35는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만 2025년까지 총 220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7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강연회에서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 F-35 전투기의 75%는 미국이 아닌 동반자 국가들이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반자 국가 간의 상호운영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태평양 F-35 운용국 콘퍼런스’가 3월12∼13일 하와이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에서 개최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시 미국, 호주, 한국 그리고 일본의 F-35 운용부대 작전장교, 기술진, 군수지원 요원, 정보분석관 등 80여명은 하와이 펄하버 히캄 합동기지에서 F-35의 운용 개념, 전술기량, 공중작전 시 상호운용성 등에 대해 토의했다. 한국 공군에서는 청주 제17전투비행단 F-35 전투비행대 작전, 정보 및 군수 운용 요원들이 참가했다. 콘퍼런스를 주관한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미국·호주·한국·일본 간 F-35 연합작전 능력의 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F-35 프로젝트는 국가 간 네트워크 사업 성격을 띠고 있다. 조종사 훈련과 운용기술 이전, 전용 부대 설치와 기지 운영까지 한 세트로 구성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정비 종속


스텔스 기능 못지않은 F-35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 중심전을 위한 데이터 통신 성능이다. F-35는 대량의 디지털 정보를 송수신하면서 비행지역의 전장 상황을 지휘부 및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F-35가 ‘날아다니는 컴퓨터’로도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F-35 프로젝트는 ‘해킹 가능성’ ‘후속 군수지원 비용 상승’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재고 관리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최첨단 전투기의 부품 조달을 글로벌 재고 돌려쓰기에 의존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주기적인 스텔스 도료 페인팅이 필요하고, 조종사 대신 다양한 전투상황을 판단하는 다기능 때문에 우주왕복선 못지않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이런 요소를 고려해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은 F-35에 대해 기존 세대 전투기와 다른 ‘자율군수정보체계(ALIS)’를 적용하고 있다.


ALIS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비행임무(작전), 군수(정비·보급), 교육훈련 등 주요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특정 국가의 부품 재고가 F-35를 운용하는 다른 국가의 부품 재고 상태와 연결돼 통합 관리되는 등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다.


F-35 데이터의 통합 관리는 인터넷 해킹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외국군과 F-35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해킹됐을 때를 대비한 자체 방화벽을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F-35 기지인 청주비행장도 미국 보안요원들이 핵심 시설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F-35 비행 기록을 보관·처리하는 시설이 미국과 공유되는 시스템인 만큼 2중, 3중 점검을 하고 있다. 청주 기지 부대원이라 하더라도 특별접근인가(SAP) 자격이 없으면 F-35 핵심 시설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 밖에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이 넘는 F-35는 기체 가격보다 수명 주기 동안 유지 및 정비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20년 수명 기준으로 1대당 2500억원이 소요된다.


F-35는 5년, 10년 단위 주기 창정비가 아니라 수시 정비 개념으로 관리된다. 그렇지만 F-35의 내부 계통 고장으로 인한 분해 정비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작업이 한국군 F-35에는 제한된다. 미 국방부가 2014년 12월 F-35 기체의 ‘정비 및 장비 업그레이드(MRO&U)’ 권한을 일본에 배정했고, 남태평양 지역의 경우 호주에 제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구성품 정비 수준만 할 수 있어 한국군 F-35 엔진 정비와 수시 업그레이드 작업은 미국이나 일본, 호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일본에서의 정비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체나 엔진 분해가 필요한 F-35를 거리가 먼 미국이나 호주로 보내는 것은 정비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미국은 한·일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해 F-35의 엔진 정비 등을 일본에서 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중국의 팽창 전략, 미국의 안보 전략, 일본의 보통국가 기조가 맞물린 역학 구조

ㆍ중, 원자력 항모까지 최소 4척 보유 계획…일본은 헬기 탑재형 2척을 개조키로

ㆍ국방부, 급변하는 정세와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 위한 전략으로 사업비 편성


지난해 5월13일 중국의 첫 자국산 항모 ‘001A’함이 시운항에 나서는 모습을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북아시아 바다가 ‘항공모함 러시’를 이룰 날이 머지않았다. 2030년대 중반이 되면 한반도 주변 해상은 중국 항모 4~6척과 이에 맞선 한·미·일 항모 5~7척 등 항모 9~13척이 떠다니는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이 항모 건조를 서두르는 가운데 국방부도 지난달 29일 공개한 내년 국방예산에서 급히 사업비를 증액 편성해 3만t급 경항공모함(사업명 대형수송함-Ⅱ) 건조를 공식화했다. 당초 경항모 사업은 ‘장기전력소요’였는데, 이를 대폭 앞당겨 2033년쯤 진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기계획이 한 달 만에 중기계획으로 바뀌어 내년부터 당장 예산을 투입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청와대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국방부가 밝힌 경항모 사업 배경은 ‘전방위 안보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경항모급 수송함은 군사 정찰위성, 차세대 잠수함(3000~3450t급)과 함께 주도적인 안보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 동북아 ‘항모 방정식’


동북아시아는 중국의 팽창전략,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안보전략 기조, 일본의 보통국가 논리 등 3대 역학요인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미·중의 동북아 패권경쟁과 이 틈을 타 일본이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고, 틈새에 끼인 한국도 ‘최소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항모 경쟁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한국의 경항모 건조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우리 해양 안보의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해양전력 증강으로 독도와 이어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등에서의 전략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해군이 지켜야 할 해양 안보에는 유사시를 대비함은 물론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해상 교통로 역시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는 큰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서·남해를 중국 영역으로 집어넣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서해상 124도 E선 서쪽을 중국 바다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124도 E선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나아가 그 대상을 이어도까지 포함시키는 해양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해군은 우려하고 있다.


중·일 항모의 한반도 주변 해역 활동은 우리 해군의 작전구역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항모 함재기는 동북아 제공권과도 관계가 있다. 한국도 주변 열강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항모를 ‘고슴도치 전력’의 하나로 선택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지원 차원도 고려됐다.


둘째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과 함께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 일환으로 항모를 선택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국 해군은 국방예산 절감 등으로 전 세계 해양에서 요구되는 작전소요를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분담케 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추진의 배경이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경항모 등의 전력화로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력 전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군이 기동함대·항공·잠수함 전력으로 이뤄진 제2작전사령부를 만들어 미래의 잠재적·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신도함(백령도함)


한국 해군 첫 대형수송함 독도함. 3번함을 독도함의 2배 크기경항공모함으로 건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군은 독도함(1번함)에 이어 작년 5월 진수한 마라도함 등 대형수송함(1만4000t급) 2척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 개념설계에 착수하는 대형수송함은 3번함에 속하지만, 1·2번함과 구조와 운용방식 등이 완전히 다르고, 배수량도 2배에 달해 ‘경함모’로 분류된다.


국방부는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 탑재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비로 271억원을 편성했다. 수직 이착륙기 하중을 견디는 갑판기술 연구에 255억원, 설계 전 함정 모양과 구조 등의 개념연구에 16억원 등이다.


한국의 경항모급 대형수송함에서 운용할 유력한 기종으로는 F-35B가 유력하다. 수직 이착륙을 하는 F-35B는 바퀴 무게가 F-35A보다 훨씬 무거운 데다 내부 무장도 많다. 함정 갑판도 수직 이착륙기가 뜨고 내릴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


군은 애초 F-35A 6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2013년 40대를 먼저 구매한 후 나머지 20대는 안보 환경 변화를 고려한 기종을 선정해 추가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추가 구매’ 분량으로 남겨 놓은 20대를 놓고 모두 F-35B 기종으로 도입하거나, 10대 등 일부만 F-35B로 하고 나머지는 F-35A로 하는 방안을 놓고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F-35B 20대를 도입할 경우 이를 공군에 배치하고, 작전 등 필요할 때만 해군 경항모에 탑재해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35A와 F-35B의 운용개념이 달라 조종사를 별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공군에 부담이다.


새롭게 건조될 예정인 경항모의 명칭도 관심거리다. 최동단을 상징하는 독도함과 최남단을 나타내는 마라도함에 이어 최서단을 표현하는 섬 이름을 붙인다면 백령도함일 것이라고 했지만, 해군이 당초 생각했던 섬은 평안북도 용천군 신도였기 때문이다. 압록강 하구로부터 약 12㎞ 떨어진 신도는 동경 124도10분47초로 한반도 최서단이다. 백령도는 남한 최서단 섬이다.


■ 중·일 항모


중국은 최근 나온 원자력 추진 항모 건조계획까지 합치면 최소 4척 이상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6척의 항모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항모굴기’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랴오닝호(5만860t)에 이어 ‘001A함’인 산둥호(6만5000t급)가 내년에는 취역할 것으로 전망된다. 랴오닝호는 젠(J)-15 함재기를 26대 탑재할 수 있으나, 001A함은 32대 탑재할 수 있다.


국영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 소속 ‘현대함선’사는 지난 4월호에 중국 항모와 함재기 중·장기단계 계획에 관한 논문인 중국함재기발전계획을 게재했다.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수행하는 항모전투군을 발전시켜 2015년 랴오닝에 이어 2020년에 제1번 국산 항모 1척, 2030년에 제1번 신형 대형항모 1척, 2035년에 미 해군 제럴드 포드급 핵추진 항모와 비슷한 제2번 신형 대형항모(10만t급) 1척 등 모두 4척의 항모를 건조하겠다는 것이다. 함재기 대수는 적 내륙으로 군사적 투사를 하기 위해 최소 40대로 잡았고, 향후 미 해군 항모처럼 최대 70대 탑재를 목표로 했다.


일본은 무라카와 유타카 해상막료장이 올해 1월 신년사에서 ‘게임 체인저’ 개발을 언급했다. 이를 놓고 F-35B 스텔스기를 탑재한 항모와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이즈모. 일본은 이즈모를 2020년 F-35B를 탑재하는 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길이 248m·만재배수량 2만7000t)와 ‘가가’ 등 2척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2014년 말에 취역한 ‘이즈모’는 2020년에, 2016년 말에 취역한 ‘가가’는 2022년에 각각 F-35B 탑재를 위한 갑판 내열 강화 등 보수를 앞두고 있다. 일본은 내년에 우선적으로 810억엔을 투입해 F-35B 6대를 처음 도입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헬기 탑재 호위함 4척을 모두 경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즈모급 항모 이후 ‘호우쇼우’라는 5만t급 항공모함 건조 계획도 갖고 있다.


이즈모급 호위함이 항모로 개조돼 F-35B를 탑재하면 일본 정부가 그간 지켜왔던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은 사실상 무너진다. 항모에 전투기를 탑재하는 것은 원거리 전투 및 작전에 대비하는 사실상 공격용이기 때문이다. 일본 항모의 역할은 아베 정권이 추구해온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원거리 작전능력 확보를 통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지원이다.


한국 해군의 경항모는 주변국 전단을 상대로 장거리 단독 작전을 펼치기에는 부족하다. 이 경우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기본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한·미·일 연합작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사진·동영상을 이용한 프로파간다에 한국군이 속수무책이다. 조선중앙TV,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7일 김 위원장의 지도하에 전날 ‘새 무기 시험사격’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3주 사이 여섯 차례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자, 올해 전체로 보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8번째 발사였다.


북한은 이날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발사된 미사일이 함경남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 ‘알섬’인 것으로 추정되는 해상의 작은 바위섬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발사체의 바위섬 타격 성공을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진전된 미사일 기술을 과시해 왔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진을 신문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사진 한 장을 TV 화면에 10초 정도 띄워놓고 아나운서가 노동신문 기사를 그대로 읽는 식이다. 1~2분짜리 동정 보도에 10여장의 사진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 김정은의 ‘3S’


북한 김정은 사진의 특징은

빠른 배포·웃음·의도 전달

아버지의 ‘비밀주의’와 달라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얼굴 사진은 소위 ‘1호 사진’으로 통한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1호 사진은 수년 전부터 ‘3S’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빠른 전달(스피드·SPEED)’ ‘웃는 모습(스마일·SMILE)’ ‘의도된 메시지 노출(시그널·SIGNAL)’ 등이 그것이다.


김 위원장의 행태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 사진을 한참 지난 뒤에 공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촬영 날짜도 알리지 않았다. 이는 ‘최고사령관 동지 초청행사의 비밀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며 신변안전 문제를 들어 시찰 일정 자체를 보안에 부치는 게 관례였던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주일은 물론 한 달이 지난 다음에 군부대를 다녀간 사실이 북한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흔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진은 조작되거나 변형된 사례도 상당수였다. 군부대 시찰 사진에서 인민군 장병의 그림자는 비스듬한 반면 김정일 위원장 그림자만 반듯한 사례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처럼 1호 사진에 시간·장소가 표기되지 않은 것도 과거 북한의 일반적인 보도 방식이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정보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서방 정보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나오는 사진의 배경에 있는 초목 상태 등을 분석해 사진이 찍힌 시기를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등장 이후 북한 매체는 그의 움직임을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보도했다. 심지어 보도가 당일 저녁에 나온 경우도 있다. 김정일 시대와 견주면 매우 빠른 전달임을 알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모습도 1호 사진의 상징처럼 됐다. 주먹을 불끈 쥐고 웃는 김 위원장 사진도 쉽게 볼 수 있다. 그의 웃는 모습은 2년 전부터 두드러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7년 8월23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사찰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이때 김 위원장이 웃고 있는 모습 뒤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북한이 1호 사진을 통해 SLBM 발사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한·미 정보당국에 전달한 것이다.


이보다 일주일 정도 앞서 북한은 노동신문 등에서 김정은의 지하벙커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보고받는 김 위원장 뒤로 벽에 걸린 3개의 지도 때문에 전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사진에서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 등의 글씨로 북한의 미사일별 작전 가능 범위를 표시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북한이 한·미에 보내는 위협 메시지였다. 


그러나 북한이 보여준 사진들 가운데 괌 미군기지가 6년 전 찍힌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변변한 위성사진 한 장 없는 북의 현실이 노출되는 역효과를 냈다.


미사일·작전판·스마트폰 등

장면·소품으로 대외 메시지

주먹 불끈·밝게 웃는 모습

당일 저녁 신속 보도되기도


북한은 지난달부터 단거리 미사일 전력 ‘3종 세트’를 잇따라 발사하면서 김 위원장이 주먹을 불끈 쥐고 웃으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장면을 연이어 내보냈다. 북한 내부용을 벗어나 글로벌 시대 맞춤용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1호 사진도 흔해졌다.


1호 사진은 이미지 기획자들 및 영상 전문가들이 각각 연출과 촬영을 맡아 주연 배우 ‘김정은’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사일 발사 때는 ‘자아도취’한 듯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뒤에서 관계자들이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만세를 외치거나 격렬한 박수를 치는 모습을 연출한다. 지난 2일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때의 경우 이를 지켜보는 김 위원장 책상 위에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재떨이, 쌍안경, 담뱃갑과 라이터 등이 소품으로 놓여 있었다. 벽면에는 스마트TV도 걸렸다. 북한의 정보기술(IT) 발달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정보당국은 해석했다.


■ 김정은의 미디어전략


“사진 의도 분석 중요하지만

북한, 현실 조작·왜곡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 잊어선 안돼”


남한 정보당국은 북한이 내놓는 김 위원장 사진이나 동영상의 정보를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그 정보가 ‘100% 팩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는 이제 전통적인 전쟁의 의미를 벗어나 ‘제3의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정보 왜곡과 굴절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는 ‘미디어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위원장 자신이 등장하는 1호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서방에 원하는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진 노출 빈도도 그의 아버지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늘었다는 게 정보당국 분석이다. 하루에 많아야 1~2장씩 사진이 노출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20~30장의 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유난히 미사일 발사장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것은 군심 다독이기 차원의 ‘사진 정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감을 강조하기 위해 김정은의 뒷모습과 하늘로 날아가는 무기들의 화염을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TV에서 본 장면은 아무리 현실감이 있다 하더라도 한 단계 건너서 보는 ‘2차 세계’이지, 결코 ‘1차 세계’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진에 숨어 있는 의도와 배경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은 현실을 왜곡하는 상징과 조작의 도구로 사진을 활용하는 국가”라며 “북한이 공개하는 미사일 발사 장면에는 ‘정보 왜곡’이 숨어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언론매체가 북한이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을 검증 절차 없이 이미지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화려한 이름(Glittering Generality), 나쁜 이름(Name Calling)’ 붙이기식의 나치 선전술을 모방한 북한의 프로파간다를 주목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웃으면서도 당당하고 결의에 찬 모습은 일종의 ‘화려한 이름 붙이기’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우월감과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반면 남측에 대해서는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나쁜 이름 붙이기’로 남남 갈등과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과 언론의 수동적 전달은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적절한 분석 및 대응과 언론의 적확한 해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군사정보를 다루는 합참 정보본부는 미군의 도움을 얻어 북 미사일 궤도 추적에나 집중할 뿐, 북한이 공개한 표적 폭발 장면이 실제 발사체에 정확하게 맞은 것인지, 연출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반도에는 지금 시계 두 개가 ‘최종시간’을 향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 먼저 ‘연장이냐, 파기냐’를 결정해야 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시계가 오는 24일을 마감으로 시곗바늘을 돌리고 있다. 그 옆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조치의 시곗바늘이 효력 발생일인 오는 28일을 향해 재깍거리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GSOMIA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데 ‘안보협력국’을 전제로 한 GSOMIA 유지는 상호모순이기 때문이다. 반면 GSOMIA 파기는 한·일관계뿐 아니라 한·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에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틀을 유지하면서 일본에 대한 대응조치도 되는 방안으로 GSOMIA를 연장하되 ‘정보 공유의 일시중단’을 선언하는 것을 제시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처럼 여러 입장이 있지만, 이제는 정부가 ‘GSOMIA 조건부 파기’를 하루라도 빨리 선언해야 할 때이다. 오는 24일까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GSOMIA는 파기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해야 한다.


한국은 GSOMIA를 파기해도 한·미·일 정보보호약정(TISA)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GSOMIA를 파기하면 미·일도 TISA를 통한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고,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 틀이 무너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GSOMIA는 한·미·일 안보협력 사안의 전략적 옵션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GSOMIA는 2016년 한국이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미국이 강요한 협정이다.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GSOMIA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GSOMIA는 표면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 차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GSOMIA 체결을 압박한 당사자인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GSOMIA 유지를 위해 일본 정부에 압박을 가해야 하는 게 도리다. 


세부적으로 보면 GSOMIA는 호혜적 정보 교환이지만, 현재는 일본에 매우 유리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은 조기경보가 핵심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제공하는 정보가 일본 안보에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GSOMIA가 파기되면 일본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많은 외교 전문가들은 GSOMIA를 파기하면 한국이 미국의 외교적 지원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미국의 동북아 핵심전략은 더욱 친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는 GSOMIA가 한·미·일 관계의 핵심이며, 미국은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을 더 중요시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즉 GSOMIA를 파기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는 이들의 주장은, 한국은 미·일동맹의 종속변수 정도임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거나 마찬가지다.


현재 한·미·일 관계는 상당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안보구조는 동등한 대칭적인 것이 아니라, 한·일관계를 미·일관계 밑에 두는 계선적인 하부구조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수직적 한·미·일 계선구도 속에서 GSOMIA가 한국의 전략적 역할과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파기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미국은 일본의 경제침략 도발을 묵인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2일 지난달 방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지,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을 종속변수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운용하려 하는지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며 “미국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관여를 할 것이고, 무장한 일본 위주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하겠다고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의 말대로 미국이 한·미·일 안보관계보다 일본의 재무장을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면, GSOMIA 파기를 무시할 것이다. 반면 한·미·일 3각관계를 중요시한다면 일본이 경제도발을 중지하도록 나설 것이다. 특히 미국이 만일 일본과 경제도발을 협의하지 않았다면, 동북아 안보질서를 한·미·일 구도로 가져가기 위한 첫걸음인 GSOMIA의 파기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다.


‘GSOMIA 카드’는 미국에 한·미·일 안보체제를 유지하려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을 중지시키란 궁색한 요구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다. 미국은 3국 안보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한·일 간 경제전쟁에 개입해 더 이상 피해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는 GSOMIA 파기를 통해서라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중단을 시도해야 한다. 상대방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카드를 사용조차 못한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GSOMIA 파기 선언은 일본이 지난달 각의 결정을 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일이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GSOMIA 파기는 또 박근혜 정부 이전으로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동맹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은 상호 신뢰다. 일방적 요구나 양보는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한·미동맹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지나치면 지나치다고 이야기해야 동맹이 강화된다. 한·일 간 생존적인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미국 심기를 건드릴까 우려해 GSOMIA 파기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나라는 비정상 국가다.


설사 정부의 GSOMIA 파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일이 아무런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이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의 의미가 나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방위비 분담금 6조원을 준다 하더라도 한·미동맹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현실에 눈뜨게 될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MB 때 ‘밀실 협상’ 논란으로 무산됐다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속전속결로 체결

미국이 ‘중국 견제’ 의도로 한·일에 체결 압박…북 미사일 방어 등 3각 공조의 핵

일본이 정보자산 더 강하지만 파기 땐 한국보다 손해 크다는 미 의회 보고서도 나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제외 결정으로 격화된 한·일 갈등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가 최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가 1년마다 자동 연장되는 GSOMIA를 파기하려면 협정 만료 90일 전인 이달 24일까지 서면으로 상대국에 통보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GSOMIA 체결 후 일본과 공유한 군사기밀은 올해 3건을 포함해 총 26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GSOMIA 파기 가능성에 대해 “GSOMIA 자체 효용성보다, 여러 안보와 관련된 우호 동맹국(미국) 간 관계가 복합적으로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협정시한을 넘겨 파기를 선언해도 파기 효력은 내년 11월 이후부터 발생하지만, 파기 선언 직후부터 한·일 군사정보 교환을 실질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아베의 꼼수’


당초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이 GSOMIA 연장 여부를 마지막으로 결정하기 이틀 전인 오는 22일쯤 시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감안한 결과였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4박5일 휴가를 빌미로 각의 의결을 5일이나 미루는 ‘꼼수’를 부렸다. 그 바람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날짜도 28일로 정해졌다. 한국 정부가 GSOMIA를 파기하려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전인 24일 이전에 먼저 결정해야만 한다. 이 경우 국제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GSOMIA를 폐기하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이 강행되는 것처럼 비치는 등 한국 정부로서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한·일 GSOMIA는 논의 초창기부터 시끄러웠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져 막판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군사작전하듯 2016년 11월23일 체결했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GSOMIA 서명식 장면도 비공개로 해 ‘졸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2012년 문건과 다를 바 없는 전문과 21개 조문으로 구성된 2016년 한·일 GSOMIA는 양국 정보당국이 기밀을 공유하는 선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군사정보뿐만 아니라 군사정보시설까지 개방할 수 있도록 했고, 제16조에서는 상대국 군사기밀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국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보당국 간 서면동의로 협정을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국 간 군사협력을 훨씬 더 강화하는 쪽으로 협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의 군사협력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GSOMIA 체결 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로드맵까지 추진하다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GSOMIA 서명식을 비공개로 하자 사진기자들이 바닥에 카메라를 놓고 취재거부를 하며 항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한·미·일 체제


미국 정부가 협정 체결을 압박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속전속결’식 한·일 GSOMIA의 진행은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압박한 ‘미국 변수’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예비역 장성 ㄱ씨는 “미국이 GSOMIA를 통한 한·일 안보협력을 원하는 것은 한·미·일의 북한 위협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군사적 부담 상당 부분을 일본에 맡기겠다는 미국 의도도 반영됐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 ㄴ씨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한·미·일 미사일방어를 위한 공동의 교전수칙과 작전계획까지 공유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한·미·일은 미사일방어 공동훈련을 연례 행사로 하고 있다. 한·미·일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에는 위성 정보, 레이더 정보 등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GSOMI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당사국 간 군사정보의 비밀등급 분류, 보호원칙, 정보 열람권자 범위, 정보 전달과 파기 방법, 분실·훼손 시 대책, 분쟁해결 원칙 등을 담고 있다. 당사국들은 이 협정을 안전판으로 2급 이상 정보를 교환한다. 정부는 현재 일본을 포함한 21개국과 GSOMIA 협정을 맺고 있다. 이외에 13개국 및 1개 국제기구(NATO)와 군사기밀정보 보호에 관한 약정을 맺고 있다. 협정은 국내법 효력을 갖고 있으나, 약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GSOMIA 파기는 ‘일본의 손해’다. 상당수 군사 전문가들은 GSOMIA로 일본이 제공할 수 있는 고급 대북 정보가 더 많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정보수집 위성 6기와 탄도미사일 탐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내놓고 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미사일도 먼 동해상의 정확한 낙하지점 포착에는 일본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의 정보능력은 한반도 전구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북한 미사일이 동쪽이 아닌 한반도 남쪽으로 날아오는 경우에는 한국 정보자산으로 100% 잡아낼 수 있고, 일본 정보자산은 차후 분석 과정에 도움이 되는 정도기 때문이다.


■ 일본이 요구한 GSOMIA


원래 GSOMIA는 정보자산이 부족한 한국군이 1989년부터 먼저 일본에 제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군 정보능력을 얕잡아 본 일본은 소극적이었다. 이후 한국군이 이지스 레이더 등 탐지자산을 확충하고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자 일본은 2010년부터 GSOMIA 체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서로 2012년 체결이 무산되자 한·미·일 미사일 공조체계 구축이 급한 미국은 2014년 말 3국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한·일 양국은 이를 토대로 미국을 매개로 해 간접적으로 북핵과 미사일 군사정보를 공유했다. 한국군으로서는 미국을 경유한 북핵·미사일 정보가 적시성 면에서 제한이 있었을 뿐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2016년 한·미·일 안보협력을 내세워 한·일 GSOMIA를 관철시켰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당시 GSOMIA 체결 이유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내세웠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013년 발간한 보고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북한에서 미사일이 수분 내에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한·미·일 3국 미사일방어 공조에서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의 이지스함이나 백두(신호)·금강(영상) 정찰기가 수집한 감청·영상 정보(SIGINT·시긴트) 등에서 잡아낸 북한 미사일 움직임은 일본 측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때문에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일본 측에 훨씬 이득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올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한다. 일본은 절대 확보할 수 없는 고해상도 북한 지상 영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정보력은 미국의 종합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GSOMIA를 통해 한·일 군사정보를 묶으려 한 목적은 한·미·일 3각 안보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 정부는 GSOMIA 파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우리에게 GSOMIA를 강요했던 미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안보를 내세워 경제도발을 한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압력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GSOMIA 파기는 단순한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 쇠태(衰態)로 해석되면서 동북아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긴다는 의미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동북아 및 태평양 전략의 핵심적 기반이 훼손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주도한 한·일 GSOMIA를 한국 정부가 먼저 파기할 경우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균열에 대한 책임을 놓고 한·미·일이 낯을 붉힐 수도 있게 됐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발사 장면 지켜보는 김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3종 세트’로 유사시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6일 공개한 이미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과 남측의 신형 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1967년 스틱스·샘릿 등 해외 도입으로 시작한 북한 미사일이 변형·유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급 발사 성공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3종 세트’로, 유사시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ICBM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증명되지 않았고, SLBM은 바지선에서 시험 발사한 것이어서 실제 잠수함 발사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 우주·미사일사령부(DEFSMAC)가 KN-23으로 분류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게임체인저 중 유일하게 성공을 인정받은 셈이다.


■ 진화와 교란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개발사를 크게 도입기(1960년대 말~1970년대 중반)와 모방 생산기(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 독자 생산기(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성능 개선기(1990년대 중반~)로 구분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 이후 단·중·장거리 미사일의 완전 전력화 및 체계화에 속도전을 펼쳤다. 그 결과 2017년 들어서부터는 동해상에서 태평양상으로 작전 반경을 넓혔고, 지난 25일에는 변형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편심탄도(Eccentric Ballistic) 비행의 일종인 회피기동을 할 때 ‘유사 탄도궤적’을 보였다. 추력 및 방향제어용 소형추진시스템 등을 이용해 정점고도를 낮추고 하강단계에서 풀업기동까지 한 것이다. 북한은 이를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저고도 활공 도약형 비행 궤도 특성’이라고 했다. 이 미사일은 50㎞ 정점고도를 찍고 하강했다. 50㎞ 이내는 성층권 영역이어서 비행체·탄두 유도 제어에 유리하다. 전체 비행거리 중 약 20%가 변형된 비행 패턴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과 천궁 등 한·미 지대공미사일은 이스칸데르급의 불규칙한 비행 궤적 때문에 요격 성공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이번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면에서 군의 허점을 찔렀다. 북이 이번에 발사한 두 발은 50여㎞의 일정한 고도를 유지했으며, 비행거리도 600㎞로 같았다. 군 당국은 이 두 발을 탐지·추적하는 데 있어 ‘사각지역’, 즉 레이더 음영구역을 노출했다. 마지막 궤적 추적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탐지거리가 800㎞가량인 그린파인 레이더는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될 때부터 이를 포착해 탐지했으나, 원산에서 430㎞ 이상 날아가자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지구 곡률(지구가 둥글어 생기는 각도)로 레이더 음영구역이 존재한다”며 “그로 인해 초기에 비행거리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동해 공해상에 이지스함을 배치했다면 레이더 음영구역을 없앴을 수 있었지만, 미사일 발사 당시 동해에는 이지스함이 없었다.


두 번째는 이스칸데르급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KN-06 단거리 미사일(사거리 150㎞) 발사차량과 혼동해 이스칸데르급 발사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이동식 발사차량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6일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미사일을 쏠 때마다 새로운 TEL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사용한 이스칸데르급 TEL은 지난 5월 초 이용한 것과 달랐다. 북한은 지난 5월4일 강원 원산에서 쏠 때는 차륜형 TEL을, 5월9일 평북 구성에서 발사할 때는 무한궤도(캐터필러)형 TEL을 동원했다. 지난 25일에는 KN-06 차륜형 TEL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적재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발사 2주 전부터 KN-06 계열의 지대공미사일 TEL과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TEL을 섞어 동해안으로 전개했다가 일부를 남겨 놓고 철수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KN-06 발사를 예측했는데, 정작 발사한 것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었다. 이는 다양한 이동발사대 동원으로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혼란을 야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스칸데르급 발사에 대비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E-737의 출동이나 이지스함의 동해 공해상 배치를 하지 못했고, 이는 600㎞까지 날아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궤적을 놓치는 사태로 이어졌다.


북한이 보유한 이동식발사대(TEL)는 110여기로, 통상 4축에 바퀴 수가 8개인 스커드 계열 발사용이다. 5축에 바퀴 수 10개는 노동미사일 발사용으로 분류된다. 한·미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등 영상 정보로 미사일 종류를 판단할 때 사전에 움직이는 TEL의 바퀴 숫자로 1차 기준을 삼았는데, 이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빨리·멀리 보고, 재빨리 요격’하는 군 대응책에도 일정 부분 구멍이 났음을 의미한다.


■ 스커드 대체


고체추진체를 사용하는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발사 준비 시간이 짧은 데다 저각 발사로 레이더가 조기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다. 기존의 액체추진체로 발사되는 스커드와 같은 단거리 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종으로, 남측에 새로운 위협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5∼16분 만에 두 발 연속 발사가 가능하다. 액체연료형의 경우 발사 준비에 1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에 견주면 효용성과 생존성이 훨씬 뛰어나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북한이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줄이고, 노동·무수단 미사일은 보유량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고체 연료인 이스칸데르급으로 액체 연료인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것을 이번 시험발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 환경에서 새로운 유형의 단거리 미사일 등장은 심각한 위협이다. 게다가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탄두를 분산자탄형, 연료기화탄, 관통포탄, 전자기탄 등으로 다양화할 경우 위협 강도는 배가된다.


도깨비 궤적

저고도 불규칙한 회피 기동

군, 마지막 궤적 탐지 못해

이동식 발사차량 혼용하거나

300㎜ 방사포와 섞어 쏘면

우리 측 대응 한층 어려워져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300㎜ 방사포를 혼용 운용하면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러시아군은 2010년쯤 300㎜ 대구경 방사포와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군도 이를 벤치마킹해 지난 5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300㎜, 240㎜ 방사포와 섞어 발사했다. 이는 남측 포병·방공 작전의 혼선을 초래해 요격시스템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 역시 상이하기 때문이다.


■ 살라미식 발사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발사에 대해 관영매체를 통해 ‘전투적 성능 지표들이 만족스럽게 검증’됐고 ‘완벽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새로 작전 배치하게 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라는 표현도 썼다. 미사일 개발을 최종 완료하고 양산체제 및 작전부대 배치와 실전 운용까지 가능함을 시사한 것이다.


고무줄 사거리

북, 최근 600여㎞까지 발사

제주 외 남측 전역 타격 가능

1000㎞ 넘을 땐 미국도 고민

고체연료 사용, 연속발사 용이

액체연료 쓰는 스커드 대체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사거리를 200~400여㎞에서 600여㎞로 늘리고 있다. ‘고무줄 사거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사거리 조절이 가능한 것이 확실하다면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미사일 ‘3대 벨트’에 고루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미사일 3개 축선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50~90㎞ 떨어진 1벨트와 비무장지대 북방 90~120㎞ 지역인 2벨트, 비무장지대 175㎞ 북쪽의 후방지역인 3벨트로 통상 구분된다.


사거리 600여㎞만 해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남측 전역 타격이 가능하다. 주요 군사시설인 계룡대, 평택 미군기지, 사드 배치 지역,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배치 지역 등은 물론, TEL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사한다면 미국 항공모함이 기항하는 일본 사세보항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를 1000㎞ 안팎으로 확장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1000㎞라면 단거리를 넘어 준중거리 미사일(MRBM)로 분류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살라미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 거리를 늘려 1000㎞까지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에 대한 정치적 대응에서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서해 행담도 휴게소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 잠망경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 17일 군이 보인 태도가 딱 그짝이다. 잠망경 추정 물체 신고는 5시간 만에 신고자의 착각으로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는 언론에 두 차례 문자 공지를 하고 상황 종료 후 작전상황 백브리핑까지 실시했다. 이는 과거 사례와 견줘 매우 이례적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합참은 5시간 동안 벌어진 해프닝에 대해 마치 중계하듯 브리핑했다. 고속도로 순찰대원의 신고 순간부터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32사단에 전달된 과정, 신고 내용이 다시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합참에 전파돼 박한기 합참의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위기조치반을 가동한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장관과 합참의장 주관의 상황평가회가 열렸던 사실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현장 해역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오인 신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해상과 육지에서 수중 침투 상황 등에 대비한 다중 수색·차단 작전을 펼쳤다고 했다. 수로 집중탐색 작전과 대잠초계 작전을 실시하고, 침투자의 이동속도를 고려한 차단 작전도 전개했다는 것이다.


합참은 오인 신고 가능성이 큼에도 관련 상황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한 배경에 대해 “병력이 현장에 출동하면 외부에서도 알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군의 정상적인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달빛이나 등대에 비친 물체를 보고 신고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사건’ 등을 계기로 불거진 은폐·축소 논란을 고려한 조치라는 점도 밝혔다. 그러면서 출동한 장병들이 다 휴대폰을 쓰고 있고 이후에라도 알려질 부분이라서 설명한 거라고 했다. 최근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해군 2함대사령부 거짓 자백 등 잇단 은폐·조작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군이 혹시라도 모를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상세하게 브리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군 당국의 이례적인 ‘친절’은 잇단 경계작전 실패와 은폐·조작 의혹으로 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정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대공 수색·탐지 작전 상황을 공개하는 합참 장성들의 표정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대언론 브리핑은 군의 ‘전략적 소통’, 즉 전략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에 따라 이뤄진다. SC는 9·11 테러 이후 미군의 전략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강화·유지하기 위한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한국군은 미군을 모방해 ‘핵심 대상’에게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SC를 활용하고 있다.


군이 규정하는 SC는 “전·평시 국가의 전략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상의 인식, 신념,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부 차원의 통합된 체계와 과정”이다. 문제는 군이 국민을 상대로 SC를 적용하면서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기보다는 기만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6월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연합훈련을 ‘로키(low-key)’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놓고 국방부는 “연합훈련을 진행하되, 전략적 소통 차원에서 과다한 홍보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발언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약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훈련은 과거처럼 고강도로 하지만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만 자제하겠다는 건지 모호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 무능을 숨기기 위한 의도로 필요하다면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을 부풀리는 것도 SC에 포함했다. 


이런 사례는 약과다.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불리한 건 숨기고, 변명거리는 장황하게 늘어놓는 게 요새 군의 SC다.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이기적 소통(Selfish Communication)’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탄핵정국 때는 군사뉴스 자료를 집중적으로 뿌려 이른바 ‘시국 물타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군사뉴스를 양산해 탄핵뉴스 꼭지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대선정국에서는 안보 위기감을 키우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실제로 탄핵정국 당시 각군 총장들과 해병대사령관의 훈련 지도 보도자료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급증했다.


심지어 댓글 공작까지 SC 일환으로 여겼다. 이명박 정부 때 군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이태하 전 사이버사 530단장(심리전 단장)은 “한국 대·총선, 미 대선, 러 대선 등 과도기를 이용한 북한·종북(세력의) 활개가 예상된다”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SC)에 따라 국가·국방정책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서 보여준 군의 ‘SC 메시지 관리’는 대실패작이었다. 군 수뇌부는 잘못된 SC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책임을 야전군 지휘관에게 떠넘겼다. 윗선이 두리뭉실하게 또는 딴 얘기를 하면 부하가 책임을 안고 가는 꼴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장·용장·덕장은 없었다. 다만 운으로 진급하고 영전했다는 ‘운장(運將)’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묵장(默將)’만 있었다. 국방부가 주요한 언론 관련 대응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가이드라인(PG)’을 작성한다는 것을 알 만한 군 간부는 다 알고 있던 터다.


국방 역시 공공재다. 최근 군에 대한 불신은 공공재 정보를 선택적으로 알리고 수위를 조절해 여론을 관리하려는 SC에서 비롯됐다. 군 고위층을 두고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자신들을 위한 SC만 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맛에 따라 팩트도 무시하고 여론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른바 SC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고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된다. 군이 국민의 알권리가 뭔지를 모르는 철학의 빈곤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호들갑스러운 잠수함 ‘오인 신고’ 브리핑을 보면 아직 먼 길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한·미,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개념 놓고 이견

ㆍ미국은 ‘6·25 참전국’이 아닌 국가들에도 문호 개방해 몸집 키우기 움직임

ㆍ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중국 견제’를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분석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수’로 등장했다.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의 잘못된 번역과 미국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일군 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일련의 사건들이 빚은 결과다.


유엔사의 미래는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이지만, 양측은 애써 구체적 언급을 피해 왔다. 유엔사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조율이 어긋날 경우 동맹의 또 다른 주요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유엔사 영역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유엔사 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 유엔사는 ‘휴화산’


한·미 양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가 규정한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은 ‘6·25전쟁 당시 전투 병력을 파병한 국가 중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워싱턴 선언(1953년 7월27일)을 통해 재참전 의사를 표명한 나라’로 똑같았다.


그러나 미 합참이 지난해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을 개정하면서 한·미 간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정의가 달라졌다. 미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을 확대시킨 후 6·25 의료지원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가입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측이 주장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이들 3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투 파병 14개국 등 총 17개국이다.


미국은 앞으로 6·25 참전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가입국가라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엔사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엔사 회원국가도 이들 17개국으로,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유엔사 연락장교단은 대부분 대사관 무관이나 외교관들이 겸직하면서 군정위 순환대표, 정전협정 조사관 등 유엔사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사 연락단을 운용하고 있을 뿐 회원국은 아니다.


미국은 최근 주한 독일무관을 유엔사에 파견하는 방안을 독일과 협의했다.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미국과 독일의 협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독일이 파견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독일이 동의했을 경우 우리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일단 6·25전쟁 참전국을 대상으로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확대한 후 6·25 비참전국으로까지 문호를 개방해 늘려 나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측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가입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다만 유엔사는 지난 11일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일본은 (한국 정부 기준으로)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체 “유엔사 해체하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엔사 전력제공국 확대와 관련, ‘미국 규탄 및 유엔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해체 VS 강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을 보면, 남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진보진영 단체들은 평화협정이 미래에 체결되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되므로 정전체제 유지·관리를 담당해 온 유엔사는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엔사 해체는 유엔사가 창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거나 미국 정부가 해체 결정을 내려야만 가능하다는 게 국제법적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은 2014년부터 본격화한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엔사 부사령관을 미군이 아닌 장성에게 맡긴 것은 처음이었다. 후임으로도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소장이 임명됐다. 유엔사 참모장으로 취임한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을 겸직하지 않은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전략은 크게 세 방향이다. 첫째는 미군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 주요 보직을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사 주요 보직에서 미군을 줄이는 대신 영국, 캐나다 등 한·미를 제외한 다른 16개국의 인원을 증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비무장지대(DMZ) 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전에는 거의 한국군에 맡겼으나 앞으로는 유엔군 스스로 독자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라도 평화협정 내용에 평화협정 준수 감독 및 분쟁 발생 시 사실 조사 등을 유엔사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이브 아이(Five Eye)’로 불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유엔군 재활성화’의 핵심이다. 지난 5년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사 참여국들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참가가 늘었다.


미국의 구상은 유엔사의 현 상태를 유지하되 유엔사 참모 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를 한반도 작전 주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측은 지난해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관련 약정(TOR-R)을 맺었다. 2급 비밀로 분류된 이 약정은 그동안 모호했던 유엔사와 연합사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을 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가진 연합사령부로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우려하는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현실적인 작전 주도 능력이 없으면 유엔사로 작전권이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미래연합군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항모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 전략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한·미 장성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형편이다.


미국이 유엔사 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 평화관리 기구’로 변환해 존속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유엔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롤랜드 윌슨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지난달 한반도 안보환경 평가 세미나에서 “미래에는 유엔사 역할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나토를 벤치마킹한 동맹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 앞날에 대한 진단이 제각각인 가운데 미국은 이미 유엔사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엔사는 50년 전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 때처럼 유엔안보리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사 강화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불러 협상 과정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실버스타 2019.08.04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49년 6월말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7월1일부터 국군의 지휘권이 한국군에 돌아왔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7월1일 이후에도 지휘통제권이 계속 미국에 있었습니다.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

    1950년 1월 26일 협정서명
    1949년 7월 1일 소급발효

    < 제1조 골자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과 경찰의 조직 통할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

    1960년 10월 21일 개정서명
    1960년 10월 21일 발효

    < 제1조 개정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의 조직관리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

    -------------------------------------------------------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는 뜻은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대통령)보다 우위라는 뜻입니다.
    조직 통할은 작전통제,군수,인사,행정 모두 포함되고 그때는 작전통제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국군과 경찰의 모든 통제는 군사고문단이 한다는 협정입니다.
    이유는 미국에서 제공하는 군사원조를 유용하게 쓰기위한 조건이며 원조를 받는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군사고문단은 미국 대사관 소속이기에 미국 국무장관에게 국군과 경찰의 지휘통제권이 있습니다.

    한국군의 참모총장은 미국 군사고문단의 명령에 따랐고 허수아비에 불과했습니다.
    1960년 10월21일 되어서야 겨우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로 바뀌었습니다.

    이형근 장군이 말한 10대 불가사의는 모두 군사고문단의 작품입니다.
    모든 책임을 채병덕에게 뒤집어 쒸우고 무능한 사람으로 비하합니다.
    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협정 내용을 감추고 막연히 군사고문단이 조언만 했다고 합니다.
    군사전문가도 무기와 탄약의 관리를 고문관이 직접 했음을 수치로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6.25전쟁중 다급한 국군은 눈치게임으로 고문관을 이겼죠 ?

    1950년 7월 14일 맥아더가 한국군의 지휘통제권을 인수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맥아더가 이승만 대통령이 자기에게 지휘권을 의뢰하는 편지를 받았으니 이를 수락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즉 한국은 발표가 없었고 지휘통제권을 넘길수도 없습니다.
    협정에 따라 국군의 지휘통제권이 국무장관에 있는 상태에서 이승만 대통령도 권한이 없습니다.

    평시작전통제권 전환시 미 국무부가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받은 사실이 없어 돌려줄 필요도 없다"

    작전통제권은 미군이 아닌 미 국무부에 있었고 1960년 10월 21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작전통제권이 미군에 넘어간 사실이 없으나 앞뒤가 맞지않는 현실에 미국도 부담이 될것입니다.
    미국도 작전통제권을 빨리 넘겨서 과거의 이상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것입니다.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지난 3일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핵심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관련자들의 징계도 끼워맞추기식으로 진행돼 ‘엿장수 맘대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승복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북한 소형목선 상황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을 예하부대 경계작전태세 감독의 소홀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조치했다. 또 평시 해안경계태세 유지의 과실이 식별됐다며 육군 8군단장을 보직해임했다.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제1함대사령관에 대해서는 통합방위태세 유지에 과오가 밝혀졌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앞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17일 군의 경계작전은 관련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시행되었으므로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되었다’고 밝혔다. 해상이나 해안선 작전단계에서 목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메뉴얼 등 시스템 문제로 추후 보완할 요소가 있지만, 인사 문책까지 할만큼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군이 경계에 실패했다’고 질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꾸려져 그동안 관행이었던 시스템 문제까지 해당부대 지휘관들이 책임지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한 책임 있는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나갔다.


■휴가중 ‘날벼락’ 맞은 사단장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장은 휴가 중이었고 행정부사단장이 직무대리를 수행 중이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23사단장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 당직근무자는 행정부사단장에 대한 보고를 누락하고 대량문자전송서비스 및 고속상황 전파체계로 예하부대에 전파하지 않아 상황 판단을 안일하게 한 것이 드러났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상시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했어야 할 23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당직근무자의 실수를 문책하지 않은 것은 군의 사기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징계의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 것임을 국방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국방부는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해경의 전파를 ‘늑장 보고’한 군 실무자들에 대해서도 ‘기관 간 규정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문책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마치 23사단장이 전투준비태세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징계하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통합방위태세 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강원도 동부지역 통합방위 책임자는 8군단장이다. 동해안에서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통합방위 사령관인 8군단장이 해군과 해경을 통합지휘하는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도 마련돼 있다. 통합방위지침 제13조(군과 해양경찰 간의 지휘 및 협조체계)에 따라 대북 상황 발생시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육군 23사단은 8군단 지시를 받는 부대다. 육군 23사단과 해군 1함대, 동해 해양경찰청도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을 숙달하기 위해 매년 화랑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 해경은 상황전파 대외기관으로 1함대만 지정하고 지역책임부대인 8군단과 23사단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 합동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민관군 통합방위훈련인 화랑훈련이 동해 바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해군과 해경 사이의 공조체계를 중심으로 실시돼 왔던 데 따른 것이다. 육군 부대인 23사단과 해경 사이에는 직통 라인이 개설되지 않았던 사실은 이번에 조사됐다.


게다가 군은 유선과 C4I 위주로 상황을 전파하고 FAX는 일반자료와 문서를 받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해경은 FAX로 신속한 상황전파를 하게 돼 있는 등 정부 유관 기간 사이에 서로 관련 규정이 달랐던 사실도 정부 합동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23사단 당직근무자는 북한 목선이 지난달 15일 오전 6시20분에 삼척항에 접안한 지 55분이 지난 오전 7시 15분에 해군 1함대사령부로부터 최초 상황을 접수했다. 이후 23사단 당직근무자는 오전 7시 22분에야 해안대대에 관련 상황을 유선으로 전파했다. 이마저도 해안 소초까지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아 소초 초동조치부대는 오전 7시 25분에 상황을 접수받고 07시 35분에 소초를 출발하여 3.5㎞ 떨어진 현장에는 오전 7시 45분에 도착했다. 그때는 이미 북한 소형목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고 난 뒤 10분이나 지난 후였다.


이런 제반 사항 등을 감안했을 때 국방부는 23사단장의 경우 화랑훈련 등을 통해 통합방위체제를 유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실패했다고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통합방위체계 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동해해경으로부터 최초상황 및 북한 소형목선 예인상황이 사단에 통보되지 않는 등, 상황공유 및 협조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 상황 발생 후 부대 내부적으로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도 지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방위체제 유지의 과오를 묻는다면, 이번 사건의 책임을 현 23사단장에게만 묻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런 잣대라면 과거 23사단을 거쳐간 지휘관들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합동조사단은 애초에 해경의 상황전파 대외기관에서 23사단을 뺀 메뉴얼이 작성된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존 상황전파 메뉴얼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23사단장에게 지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뒤늦게 상황전파 지연 문제와 관련해 ‘긴급상황보고 목록 보완’, ‘군-해경 간 지휘협조체계 강화’, ‘유관기관 간 지휘관 회의 및 실무협의체 정례화’, ‘유관기관 간 다중전파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또 통합방위지침(제13조)을 개정해 각 군과 해경·경찰 상호간 상황전파 및 정보공유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2019넌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모습. 국방부


■국방부의 ‘유체이탈’


이번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 대한 징계 대상에서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 나갔다. 이들은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였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가 북한 어선이 표류했고, 발견 위치도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인근이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허위 브리핑 논란이 일면서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진형 국방부 정책기획관(육사 44기)은 지난달 26일 실시한 ‘북한 목선 사건’ 합동조사 브리핑에서 북한 어선의 발견 위치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한 경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저희가 북한 상황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군사보안 때문에 그 지점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오해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인근’이란 표현 등으로 ‘허위보고·은폐’ 의혹을 야기한 국방부 보도문안 작성에 관련한 간부 중 핵심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국방 현안을 청와대와 조율하는 것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역할이다.


현역 육군 소장인 이 기획관은 육군 6사단장을 지냈다. 그는 2017년 9월 강원도 철원 6사단 사격장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길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이모 일병(22)이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부대장이었다. 당시 사고는 군 장성 인사가 늦춰지면서 군 지휘관들이 청와대와 국방부만 바라봐 야전부대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비판이 나오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6사단 사격장 사망 사고는 어이없는 인재였다. 부대 관리 부실로 사격장 사로는 표적이 고장났고, 출입통제 초소는 폭우로 떠내려갔는데 복구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통제 요원조차 사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일병을 포함한 일행들을 위험지역으로 통행토록 한 사실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군 당국은 이진형 6사단장에 대해 부대지휘 및 관리감독 소홀 등의 책임을 묻고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으나, 나중 그에 대한 징계는 심의후 유예되는 등 흐지부지됐다. 이후 이 소장은 부대관리 부실로 심각한 악성 사고를 야기하고도 군단장 진급이 유력한 자리인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영전했다. 그리고 나서는 야전부대 지휘관들의 징계까지 포함한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국방부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이번 북한 목선 사건 징계를 바라보는 야전군 간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방부 고위층이 자신들은 ‘유체이탈’하고, 청와대 눈치를 보며 ‘끼워맞추기’식 징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은폐 의혹 등을 빚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상당부분 마무리돼 곧 결과가 발표된다. 사진은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을 해경정이 지난달 15일 예인해 가는 장면이다. 독자 제공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을 조사해온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이번주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군의 ‘허위보고·은폐 의혹’과 ‘경계근무 태세 문제’ 두 가지다. 이를 놓고 국방부 감사관실을 주축으로 작전·정보 분야 군 전문가,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1일 현재 큰 틀의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사항을 확인 중이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 발표 날짜와 장소 등을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다.


야권 등에서 지적한 청와대가 관여한 정황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 차원에서 설명할지, 아니면 아예 ‘무시 전략’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육군 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 합동조사단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0일부터 합동참모본부, 해군 1함대와 육군 23사단 등에 대한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북한 목선의 항적 분석 등을 통해 경계근무 태세와 보고체계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인근’은 군 용어인가


삼척항 ‘방파제 입항’을

‘인근서 발견’으로 발표

축소·은폐 의혹의 발단

청 “군 용어일 뿐” 거들어


군이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언론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은폐 또는 허위·축소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은 이번 합동조사의 핵심이다. 군의 허위보고·은폐 의혹은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17일 백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이 실제 발견된 장소인 ‘삼척항 방파제’를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하면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는 군 당국이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북한 목선이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는 게 논란으로 확산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방부의 지난달 17일 발표에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인근은) 군에서 대북 보안상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며 “해경 공지문에서 발표한 목선 발견 지점(삼척항)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이미 공개된 장소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드린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브리핑에서도 “(국방부 발표 중) ‘인근’이라는 표현은 군에서 많이 쓰는 용어”라고 재차 언급했다.


고 대변인의 설명은 ‘팩트’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합참은 탄도미사일 발사 장소와 같은 북한 정보 사안을 브리핑할 때 정확한 좌표를 밝힐 경우 군의 대북 정보능력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인근’이나 ‘일대’ 표현을 써왔다. 지난 5월4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오늘 09시06분경부터 09시27분경까지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발사하였음’이라고 발표한 것이 최근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북 정보사안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우선인 공보사항에 대해 ‘인근’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을 은폐하려고 의도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짙다. 군 당국은 사건 당일 이미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는 모습을 여러 주민이 목격한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눈 가리고 아웅’식 브리핑이 통할 것으로 봤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군 안팎에서는 합동조사단이 허위보고·은폐 의혹의 발단이 된 브리핑에 대해 용어 사용이 부적절했던 측면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식으로 정리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설명이 신중하지 못했지만, 징계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식의 결론이 나면서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은폐 책임자는 누구


국방장관 주재 연석회의서

언론 가이드라인 만들어

군 합조단 ‘셀프조사’ 한계

부실 조사 가능성 우려 나와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내려온 지난달 15일부터 16일, 17일 등 사흘에 걸쳐 매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주재한 관계자 회의가 열렸다. 1.8t 규모의 목선이 함북 경성에서 삼척항까지 군경의 경계를 뚫고 700~800㎞를 이동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허위보고·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지난달 17일 브리핑을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는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과 대변인,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과 공보실장 등 6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는 합참 작전 담당 조직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 삼척항 방파제란 구체적인 위치를 빼고 ‘인근’이란 단어를 집어넣은 PG(언론 가이드라인)가 만들어졌다. 내부 문건 원본은 북 어선이 15일 오전 6시50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적시하면서 관련 요도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으로도 기술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목선이 엔진으로 움직여 삼척항에 입항한 사실을 숨기고 표류한 것처럼 브리핑하기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목선은 지난 15일 야간에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한참을 대기했다.


실제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삼척항 입항’이 명시된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브리핑 준비 과정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전비태세검열실장인 조모 해병 소장은 “(삼척항에 들어와 있는 북한 목선을 주민이 신고한 것을 지난달 17일 브리핑에서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PG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국방부의 언론대응 지침에 따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PG를 누가 작성했느냐는 점이다.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ㄱ씨는 “언론대응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주로 장관과 정책실장, 관련 부서 국·실장, 대변인이 머리를 맞대고 브리핑에 필요한 PG를 만든다”며 “장관이 작성된 PG를 최종 승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관행대로라면 국방장관도 PG 작성에 일정 부분 이상 관여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이순택 국방부 감사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이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을 조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방부 장관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합동조사단이 과연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까지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합조단의 결과가 나오나 마나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부실 조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났다. 국방부 차원의 ‘셀프조사’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국방부 백브리핑에 두 차례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관계당국의 허위보고·은폐 의혹 논란을 키웠던 김모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에 대한 합동조사단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논란거리다. 해군 대령 진급 예정자인 김 행정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야당에서 주장하는 청와대의 개입 여부가 정확히 가려질 수 있어서다.


경계 실패인가


군 ‘경계 실패’ 인정했지만

“작전 문제없었다” 주장도

해경과 ‘통합방위’에 허점

NLL 경계 근본대책 필요


국방부는 합동조사단이 공식 조사를 착수하기도 전에 경계 실패가 명확하다고 정의하고, 정 장관은 지난달 20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 검열실장은 지난달 17일 최초 브리핑에서 “경계작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9일 브리핑에서 “합조(합동심문조의 조사) 결과 대입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일부 과오가, 미비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작전이 됐지만 탐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서는 레이더에 포착된 표적을 판독하고 식별하는 작업과 경계근무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감시레이더 한 대에 북한 목선이 남긴 물결 흔적이 찍혀 있는 것이 사후 조사 과정에서 파악됐지만, 해당 경계요원의 책임구역 밖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지역에서 대북상황이 발생하면 해군과 해경을 지휘하는 통합방위작전 책임을 지는 육군 23사단이 해경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직접 통보받지 못한 것은 통합방위 허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계 전력을 강화한다 해도 ‘북·중 합영조업구역’ 확대로 조업 경쟁에서 밀린 북한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면서 해상 경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중국 어선들이 조업할 수 있도록 수천만달러를 받고 꽃게철인 4~6월에는 서해 조업권을, 오징어철인 6~12월에는 동해 조업권을 판매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경계태세 문제점의 해결책에 대한 군의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단 불리한 건 숨기고, 변명거리는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군이 좋아하는 전략커뮤니케이션(SC)이다. 그런 후 장비가 노후화됐느니, 감시전력이 충분치 않느니 하면서 국민들에게 읍소한다. 잘못을 나무라고 때릴 땐 때리더라도 안보를 위해 줄 건 줘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그러다보면 책임소재를 놓고 직위해제나 보직해임 등으로 한바탕 푸닥거리를 벌이고, 대신 신형 무기나 장비를 손에 쥔다. 마치 무슨 태권도 품새라도 펼치는 듯 순서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국민감정과 정치권 질타에 편승한 대증요법만 난무하고, 정확한 현상 진단은 뒷전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사건 때로 돌아가보자. 북의 연어급 잠수정에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는 역대급 참사가 발생하자 군은 여러 정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국방부는 천안함이 침몰하는 장면이 찍힌 열영상감시장비(TOD) 영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거짓이었음이 금방 들통났다. 이후 언론 브리핑도 계속 헛발질이었다. TV로 생중계되는 브리핑에서 국방부 대변인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기자들의 항의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합참의장을 해임하고 간부들을 줄줄이 징계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군은 서해에 배치된 대잠 소나가 구형이어서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변명을 빠뜨리지 않았다. 해병대는 TOD 노후화를 주장하며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음탐 장비와 초계함의 레이더 교체, 소해헬기 도입, 대포병레이더(AN/TPQ-36·37)와 K-9 자주포 고정 배치, 신형 TOD 배치 등으로 이어졌다.


2010년 11월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업자들과 일부 군인이 국민을 등쳤다. 국방장관이 경질되고 군은 서북도서 북쪽 북한군, 특히 포병 동향을 24시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240억원을 들여 무인 전술비행선 2대를 도입했다. 그러나 2대 모두 파손되거나 추락했다. 알고봤더니 이 전술비행선은 이미 수년 전 효용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포격 도발을 틈타 들여온 것이었다. 마약 단속 등의 목적으로 주로 미국 남부 해안지역에서 사용하던 전술비행선을 바람이 강하고 기온차가 큰 서북도서에서 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


대당 50억여원에 달하는 음향표적탐지장비 ‘할로(HALO)’의 도입은 더 기가 막힌다. 할로 역시 우리 군에 적합한 장비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던 것인데, ‘땜질처방’ 전력으로 긴급 배치됐다. 할로는 파도가 심한 서해5도 지역에서는 파도 소리 등에 간섭을 받아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사막지대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할로를 서해5도에 배치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싶다. 군 당국은 지난 17일 “북한 귀순 선박이 높이 1.3m, 폭 2.5m, 길이 10m로, 당시 동해상 파고 1.5∼2m보다 낮아 근무요원들이 파도가 일으키는 반사파로 인식했다”고 했다. 이 배가 엔진 동력으로 삼척항 부두에까지 접안한 사실은 아예 숨기고 통일부 발표를 인용했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면서도 벌써 군 관계자 입을 빌려 ‘해안 감시전력 보강’ ‘견고한 해안 감시시스템 구축’ 등 얘기가 나온다. 해안 감시레이더와 TOD를 대거 해안에 깔겠다는 것이다. 장비가 수명 연한을 넘겼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해안 감시레이더 핵심 부품을 개량하거나 신규 장비를 도입해 대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중에서 해상을 밀착 감시할 수 있는 초계기 전력 보강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TOD는 야간에만 운용하기 때문에 해가 뜬 이후 삼척항에 접근한 북한 귀순 어선 탐지와는 관계없는 장비다. 연안 레이더 탐지 역시 소형 선박이 정지돼 있거나 저속으로 파도 높이로 움직여도 레이더 조사 각도에 따라 희미하게라도 인식되는 것을 근무요원들이 훈련을 통해 체크하는 방법을 익히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근무요원의 숙련도가 더 필요하고, 이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뿐이다.


해안선 영상감시체계와 해양수산청·해경의 폐쇄회로(CC)TV에도 귀순 어선이 촬영되어 있었지만, 남측의 어선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 역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군과 해경은 57시간이 넘는 동안 이 선박의 동태를 식별하지 못했다. 만 이틀이 넘는 동안 우리 영해상을 떠돌아다닌 것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선박이 간첩선이었으면 어떡할 뻔했느냐는 주장은 논리 비약이다. 바다에서의 군 작전은 잠수함 또는 고속 침투하는 반잠수정과 같은 해상 침투 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적 동향을 주시하는 방향으로 특화되어 있다. 경운기 동력 수준으로 움직이는 소형 목선을 잡는 것은 주요 업무 밖이다. 그래서 바다에서는 군의 몫과 해경의 몫이 따로 있다. 민간 어선의 신고 도움을 받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소형 목선까지 쪽집게처럼 잡아내려면 군의 경계작전 개념과 계획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북한 소형 목선 귀순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핵심은 군이 왜 ‘엉터리 브리핑’으로 국민 불신을 초래했느냐였다. 애초에 군의 해상작전 대응의 개념과 한계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으면 될 문제였다. 그러나 군이 불편한 것을 감추기에 급급해 불신이 확산됐다. SC의 부작용이다.


물론 조사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드러나면 당연히 처벌해야겠지만, 그것보다 ‘엉터리 브리핑’을 하도록 뒤에서 조종한 ‘숨은 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다. 


군의 과거 사례를 보면, 사건 파장이 계속 확산되면 흔히 고위층이나 상부로 불리는 ‘숨은 손’은 더 깊숙이 숨고 먼지털이식으로 ‘희생양’을 찾은 일이 다반사여서 하는 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반도 상공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F-4E.


F-35 스텔스 전투기는 JSF(Joint Strike Fighter)로 불린다. 공군과 해군, 해병대가 함께 통합해 사용한다는 의미다. JSF에 앞서 미국 해군과 해병대, 공군이 함께 주력기로 처음 사용했던 전투기는 F-4 팬텀이다. 팬텀은 애초 미 해군용으로 개발됐으나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미 국방장관 지시로 공군과 해병대도 임무 특성에 맞게 개량한 기종을 운영했다.


F-35와 F-4의 또 하나 공통점은 대량 생산이다. 미군이 도입하려는 F-35 대수는 2243대다. 여기에 개발에 동참한 영국을 비롯한 8개국 소요와 수출까지 포함하면 F-35 생산 대수는 3000대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팬텀은 1961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981년까지 5195대가 생산됐다.


■ F-35에 둥지 내준 F-4E


공군의 청주 제17전투비행단은 ‘F-4E 팬텀의 고향’이다. 1977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F-4E 팬텀 95대가 지난해 1월까지 청주 비행단에 둥지를 틀었던 까닭이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당시 전두환 군부는 북한에 응징보복하겠다며 청주 기지에 F-4E 전투기로 구성된 ‘살수 대기’ 부대를 만들기도 했다. 말하자면 원조 ‘참수 부대’인 셈이다. 이는 그만큼 군 수뇌부가 F-4E 팬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F-4E 팬텀은 청주 기지의 ‘터줏대감’ 자리를 F-35A에 넘겨줬다. 마지막까지 청주 비행단에 배치됐던 F-4E 팬텀 대대는 지난해 1월 수원 제10전투비행단으로 옮겨 갔다. 전력화가 시작된 F-35 스텔스기 부대에 둥지를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공군의 첫 스텔스기인 F-35A 2대는 지난 3월29일 청주 기지에 도착했다. 올해 말까지 10여대가 배치되고 2021년이면 청주 기지에 F-35A 40대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된다.


한국 공군에 처음으로 인도된 F-35A.


북한은 우리 공군이 F-35A 전투기 2대를 처음 배치하자, 지난 4월 ‘동족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 공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F-35A의 스텔스 성능이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공군은 전통적으로 한반도 공역의 중심인 청주 기지에 최정예 비행부대를 배치해 왔다. 청주 기지에서 평양까지는 약 300㎞, 신의주까지는 약 500㎞다. F-35A는 북한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 기지, 비행장 등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F-35는 여러모로 F-4의 데자뷔 느낌을 준다. F-35와 F-4 모두 한국 공군의 전력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 체인저’다. F-35가 지금 공군 전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면, F-4는 1970년대 공군 전력을 수직 상승시킨 주역이었다.


한반도 하늘, 판도 바꾸다

1960~70년대 최강의 팬텀

베트남 파병 대가 무상임대

F-4D 18대 아시아 유일 운용

공군 전력 수직 상승의 주역

국민성금 구매 5대로 시작

개량 F-4E ‘참수 부대’ 원조

1994년 전력화한 KF-16과

공군 주력기로 종횡무진


F-4 팬텀 역시 ‘1960년대 말~1970년대’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였다. 동시대 전투기 중 비행성능 및 공대공, 공대지 등 모든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지금으로 치면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나 F-35에 해당하는 위상이었다. 대한민국 공군이 1969년 F-4 팬텀을 도입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팬텀을 운용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공군이 팬텀을 들여오기 전만 해도 북한 공군력은 한국 공군에 비해 수적으로 2배 이상인 데다, 성능 면에서도 우수한 미그 계열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깊게 분산 배치된 작전기지들의 주요 장비 및 시설물들은 엄체화 또는 지하화돼 있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5분 내지 15분 이내에 항공기 150여대를 전 기지에서 비상 출격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군은 북한의 이 같은 기습공격 능력과 주변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1966년 ‘공군력 증강 5개년 계획서’를 통해 1968년부터 F-4D 팬텀을 도입할 것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 무렵은 1968년 1월21일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1월23일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이 발생한 때였다.


삼척, 울진 무장공비 사건 등도 연이어 일어나면서 한국 정부는 당시 베트남에 파병한 국군의 철군을 고려했다. 미국은 자국 다음 규모의 대병력을 파병한 국군이 철군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해 한국을 달래려 팬텀 공급을 약속했다. 


당시 국군이 보유 중인 F-5A를 베트남에 보내는 대신 F-4D 18대를 임차해 준 것이다. 임차 조건은 가격 무료, 기간 무기한이었다.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군은 무상임대했던 F-4D 18대의 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공군 전력의 감소를 우려한 정부는 국민성금 163억원을 모아 1975년 이 중 5대를 구매했다. 이 5대가 ‘방위성금헌납기’로, 공군은 헌납 전투기 편대를 ‘필승편대’로 명명했다. 


이후 공군은 F-4D를 추가 도입했고, 대구 제2전투비행단에서 F-4D 74대를 운용하면서 팬텀은 공군 주력기로 자리매김했다.


‘1980~1990년대’에도 팬텀은 7.25t에 달하는 강력한 무장 능력과 고성능 레이더 및 항법장치 등을 갖춘 다목적·전천후 항공기로 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다. 공군이 1994년 KF-16을 전력화하기 이전까지는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는 전투기로 공대공 및 공대지 임무를 수행했다. KF-16 도입 이후에도 F-4 팬텀은 (F-16 계열 항공기와 함께) 한국 공군의 핵심전력이었다.


F-4E 팬텀기가 지난 4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공군의 주력기로 활약한 ‘방위성금헌납기’ F-4D 필승편대의 비행 모습. 공군 제공


■ ‘불멸의 도깨비’


국내에서 F-4 팬텀의 별명은 ‘불멸의 도깨비’다. 수평꼬리날개 사이로 두 개의 엔진이 내뿜는 붉은 화염은 도깨비 얼굴을 연상시킨다. 팬텀의 전투력이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질 만큼 막강해서 붙었다는 설도 있다.


팬텀은 1958년 첫 비행을 한 후 1961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팬텀은 공중전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폭격 및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도 가능하다. 미군이 운용했던 팬텀은 핵폭탄까지 투하할 수 있었다.


한국 공군이 도입한 팬텀은 F-4D와 이를 업그레이드한 F-4E, 정찰기 버전인 RF-4C 등 세 종류다. 공군은 1969~1989년에 도입한 F-4D를 2010년 6월 퇴역할 때까지 100대 이상 운용했다. F-4D 생산 당시 설계수명은 4000시간이었다. 미 공군은 1974년부터 1983년까지 항공기 동체와 날개 등 18개 부위를 보강하는 항공기 기골보전 프로그램을 통해 수명을 8000시간으로 연장했다. 한국 공군도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이를 동일하게 적용해 수명을 연장했다. 이후 한국 공군은 정비사들의 노력으로 다시 F-4D 경제수명을 9600시간으로 추가 적용했다.


팬텀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단일기종 41년’ 기록 F-4D

마지막 대대 2010년 해체돼

현충원 등 7곳에 ‘위용’ 전시

‘불멸의 도깨비’ F-4E 대대

지난해 수원기지에 새 둥지

최후 20여대 2024년에 퇴역

청주기지 넘겨받은 F-35A

2021년 40대 ‘게임 체인저’로


마지막까지 F-4D를 운용한 151 비행대대는 단일 기종 41년 운용, 24년 7개월 무사고라는 기록을 세우고 2010년 6월 해체됐다. 더 이상 날지 않게 된 F-4D는 대전 현충원과 가평군청 등 지상 전시대 7곳에 전시되고 있다.


공군은 F-4를 개조한 RF-4C 정찰기 18대를 1989~1990년에 도입했다.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RF-4C 생산을 1966년 11월 시작한 이후 1973년 종료했다.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이 운용하던 RF-4C 정찰기를 1990년 9월 15억4000만원을 주고 처음 구매한 이후 군사분계선(MDL) 남쪽 상공에 띄워 북한군에 관한 정보 수집에 적극 활용해 왔다. RF-4C는 2014년 6월 한국 공군에서도 사라졌다.


공군은 아직까지도 수원 기지에서 F-4E 1개 대대 20여대를 운용 중이다. 지금도 근접항공지원 등 한반도 전구에서의 작전적 유용성은 지속되고 있다. 공군은 마지막 팬텀 20여대를 2024년 퇴역시킬 예정이다. 2024년은 F-4E 팬텀의 설계수명인 생산 후 45년이 되는 해다.


팬텀 개발국이자 최대 사용국이던 미국에서는 2016년 12월 표적기로 활용하던 F-4 팬텀을 공식 퇴역시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상병 월급은 19년만에 34배 인상

다양해진 병사 식단···푸드 트럭도 가능


병영 풍속도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병사들의 아버지 세대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낄만큼 변화가 빠르다. 봉급만 해도 상병의 경우 2000년 9900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33만6200원이다. 19년만에 34배가 올랐다.


식단 변화도 상전벽해다. 1년에 4차례에 불과하지만 육군의 경우 사단장 허가가 있으면 대대급 단위 식사 시간에 피자·치킨 등을 배달시킬 수 있고, 푸드트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육군 마스코트 ‘호국이’를 활용한 총검술과 수류탄 던지기 캐릭터. 출처/육군


■‘총검술’ 역사속으로


육군, ‘20㎞ 완전군장 행군’ 대체재 검토

소요진압 목적 실시하던 충정훈련은 구시대 유물

군. 면세담배 2009년 퇴출한 이후 ‘금연 상담실’ 운영


소총 끝에 대검을 꽂은 뒤 적과 육탄전을 벌이는 총검술 훈련은 군 신병교육에서 퇴출됐다. 해군은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의 특성상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총검술을 일찌감치 폐지했다. 공군 역시 신병 교육 훈련 과목 중 총검술 과목을 폐지하고 기지방어 기술과 통합했다.


육군도 최근 신병교육 과목을 통폐합하면서 총검술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미국 육군도 2011년부터 총검술 교육을 폐지하고 권총과 격투기를 통해 근접전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은 ‘20㎞ 완전군장 행군’의 폐지 여부를 놓고 육군훈련소와 1개 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대상으로 시험중이다. 행군 ‘실시 집단’과 ‘미실시 집단’의 체력 및 전투 기술을 이달 말까지 비교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20㎞ 완전군장 행군’으로 훈련이 완성된다는 의견과 화생방·각개전투 훈련에서도 완전군장으로 총 20㎞ 이상의 거리 이동을 하면 기본적인 전투력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총검술이 폐지되고 20㎞ 완전군장 행군까지 폐지를 검토하게 된 것은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신병 훈련 기간도 5주에서 4주로 감축된 데 따른 것이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신병교육 방안이 필요해진 것이다.


‘충정훈련’은 완전히 사라졌다. 충정훈련은 명목상으로는 대정부 전복행위와 소요를 진압하기 위한 군의 훈련이었지만, 실제로는 민주화운동 진압 훈련이었다. 신군부는 1980년 초부터 수도권 인근 부대를 충정부대로 삼았다. 수방사 예하사단과 특전사 1·3·7·9여단, 수도권 17·20·26·30사단 등이 충정부대였다. 충정작전에 나선 군인들은 진압봉을 휴대하고 시위대를 향해 돌격했다.


충정훈련은 문민화 정부 출범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는 2012년 충정작전과 충정훈련을 완전히 페지했다.


군 면세담배는 2009년 사라졌다. 군은 무료로 지급하던 담배와 연초비를 없앤 후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훈련소와 사단 의무대, 군병원, 여행장병 라운지에서는 상설 금연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 출처/육군


■‘스마트 철책’ 등장


사라진 GOP ‘24시간 3교대’ 근무···순찰용 산악오토바이 등장

이동식 PX ‘황금마차’도 퇴역중···‘멧돼지 잔반’ 금지


과거 155마일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병사들은 대거 철책 인근 초소에 투입돼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 휴전선에서 윤형 철조망이 뚫리지나 않았는지 Y자 막대기로 찔러보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철조망을 흔들어 침입 흔적을 찾지도 않는다. 2016년부터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다.


과거 장병들이 24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육안으로 감시하던 GOP 경계작전 개념이 바뀌었다. 24시간 주간-전반야-후반야 3교대로 이뤄지던 경계근무는 사라졌다. 과거 1개 소대가 맡은 구간은 1.5~3㎞. 소초 간 거리가 300m를 넘는 곳도 있었다.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GOP 부대 병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제는 감시·감지·통제시스템으로 철책에 하얀색 광그물(광망)을 씌우고, 감시카메라와 열영상감시장비(TOD) 등으로 낮엔 1~2㎞, 야간엔 200~400m 경계가 가능하다. 광그물망에 침입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호가 울리고 카메라가 촬영해 영상을 지휘 통제실과 소초로 보내는 방식이다. 소위 ‘스마트 철책’이다.


GOP대대 지휘통제실에서는 가로 약 4.5m, 세로 약 4.3m 크기의 비디오 월을 통해 중·근거리 감시카메라와 TOD, 레이더, 광망 등 과학화 장비를 조종하며 전방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개폐 센서가 부착된 통문은 3㎝ 이상만 벌어져도 바로 지휘통제실에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깜깜한 밤에도 LED 투광등이 대낮처럼 밝히고 있어 감시카메라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로 GP를 철수시켜도 경계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광그물망은 짐승을 따로 구분하지 못해 감지되면 경계음이 울리고 통제실이 파악해 5분 대기조를 보내야 한다. 안개나 바람에 영향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너구리와 토끼는 기피 동물이다. 광그물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성분을 담은 봉지나 통들을 달아놓고 있다. 철책을 넘으려는 고라니도 골칫거리다. 군은 아예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을 겸한다는 자세로 출동한다.


병력들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초동 조치가 가능한 최소 인원만 감시초소에 직접 투입된다. 기존에는 대대급 부대의 40여개 감시초소에 장병들이 투입돼 보초를 섰다면, 지금은 6개 초소에만 병력이 투입된다. 도보 순찰은 철책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맨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점검 차원으로 매일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이뤄진다. 수색대대의 정찰·매복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GOP 부대의 ‘멧돼지 잔반’도 사라졌다. 멧돼지 스스로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찾도록 하는 동시에 멧돼지의 철책선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GOP 부대에는 유사시 신속한 대응과 기동순찰을 위한 순찰용 산악오토바이도 있다. 중대당 1대씩 배치된 산악오토바이는 988cc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철책의 스마트화로 이동식 PX인 ‘황금마차’도 사라지고 있다. 육군이 소초들을 마트 PX가 있는 중대 이상 단위로 통폐합하면서 황금마차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음료수·라면·담배 등 100여가지 물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던 ‘황금마차’는 대부분 퇴역 절차를 밟아 가고 있다.


국방부의 병사 휴대전화 사용 안내문. 출처/국방부


■스마트폰 병영문화


‘이등병의 편지’는 옛말···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 예약, 인터넷 강의 시청

군 ‘3득(소통·학습·창조적 휴식) 3독(도박·음란·보안위반)’ 운동 전개


병사용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최근 들어 병영에서 가장 큰 변화다. 국방부는 사회와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장병들의 단절감을 해소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계발 기회 확대 및 건전한 여가 활동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했다. 병사들은 지난 4월부터 부대별로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평일에는 오후 6시~10시, 휴일에는 오전 7시~오후 10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사이버지식정보방이나 공중전화 사용은 감소 추세다.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라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노래 가사는 옛말이 됐다.


생활관에서 TV채널 다툼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을 예약하고, 병영에서 은행업무까지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병사들도 생겨났다. 모바일 게임 열풍까지 불고 있다.


대신 생활관에서 대화가 줄어들었다. 농구나 족구 등 운동을 하는 병사들도 많이 줄었다. 체력단련실도 한가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지금은 과도기로 병사들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벌써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병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기원 육군 인사근무과장(대령)은 “병사 휴대전화 사용은 일과 이후 병사들을 통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수반되는 생산적인 군 복무를 돕는 혁신적인 시도”라며 “휴대전화를 교육훈련에도 적용해 원격교육 및 과학화훈련 등에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3득 3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휴대폰을 통한 소통·학습·창조적 휴식은 ‘3득’이고, 도박·음란·보안위반은 ‘3독’이라는 것이다.


병사들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는 ‘SECRET’이라고 쓰인 특수 보안스티커가 부착돼 있어 영상통화를 해도 자신의 영상은 상대방에게 보낼 수 없다. 육군 관계자는 “규정 위반 시 규정대로 처리하게 된다”며 “장병들이 자율적으로 규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휴대전화 촬영, 녹음 기능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올해 곧 장병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군은 과거 주말 위주로 실시했던 병사들의 외출도 지난 2월부터 평일 일과 후에도 월 2회 허용하고 있다. 일과 후 본인이 원하는 영화관람, 병원진료, 도서관 이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게 육군 설명이다.


병영 내에서 창업 동아리도 생겨났다. 육군 제3포병여단 병사 3명은 2018년 바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ECO-STI’를 만들어 K-스타트업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전역 후 실제 창업으로 이어나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 “알수 없어.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작 영화 라쇼몽(羅生門)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숲길에서 무사가 도적에게 살해당했다는 한가지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진술은 모두 제각각이다.


라쇼몽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잊어버린다. 대신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진술 속에는 각자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사건에 모순된 진술과 입장이 공존한다. 심지어 그 진술과 입장이 번복되기도 한다.


지뢰지대 표식.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60·육사 39기)의 ‘영웅 조작설’ 논란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마치 라쇼몽을 보는 듯 하다. 핵심은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27일 육군 1사단 전방 수색부대 대대장(중령)으로 근무할 당시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을 때의 육군 발표를 둘러싼 의문이다.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 중령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 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이 중령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위험을 자초했다는 주장이 사실인 지 여부를 가리면 이 논란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


이게 쉽지 않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사고 다음날인 28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서 사고 장소를 ‘미개척된 3m 지점’으로 특정했다. 작전로가 아닌 곳에서 지뢰를 밟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조사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박모 대령도 경향신문의 서면 질의에 ‘(사고 장소가) 개척된 수색로였다”고 답변했다. 두사람 모두 당시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군의 공식 보고서 내용을 지금에 와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상황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주장이 모두 엇갈린다. 육군 헌병과 5부 합동조사단의 보고서는 일관되게 이 중령과 후임대대장인 설 중령, 중대장인 박 대위 등이 군사분계선(MDL) 가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MDL 선상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MDL쪽으로) 앞에 가고 그다음이 중대장, 설 중령이 맨 뒤에 따라갔다가 돌아나올 때는 역순으로 설 중령이 맨 앞에 나오고 자신이 맨 뒤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당시 중대장은 “진출 및 복귀간 이종명 의원이 제일 선두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선임 대대장이었던 이 의원과 중대장이었던 박 대령, 군 조사보고서가 당시 상황을 놓고 모두 엇갈리는 모순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살인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제각각이었던 영화 ‘라쇼몽’의 장면들이 철책선 인근에서 재현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 포스터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Courage Under Fire)’의 한 장면. 1991년 1월, 걸프전에 투입된 기갑대대 대대장 나다니엘 설링 중령(덴젤 워싱턴 분)은 알 바스라에서 야간 공격 작전 도중 T-54 적군 탱크라고 여겨진 물체에 포격을 명령한다. 그러나 그가 폭파한 것은 아군 탱크였고, 이 사고로 미군 수명이 숨졌다.


진상조사에 착수한 국방부는 이 사건을 ‘아군에의 오발’로 무마하고 설링 중령을 국방성의 ‘훈장 및 포상업무 부서’에 배속한다. 설링 중령은 작전중 숨진 ‘구조 헬리콥터 조종사’ 카렌 월든 대위(맥 라이언 분)의 명예훈장 자격 여부를 심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월든 대위는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용기’로 이 상의 수여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상부에서는 ‘공적이 확실하니’ 명예훈장 수여 승인을 빨리 할 것을 재촉한다. 그러나 설링 중령은 부상자 구출 작전 도중 월든 대위의 행동에 대한 구출팀 대원들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에 의혹을 품고 불확실한 보고서 제출을 거부한다.


설링 중령은 국방부의 애초 발표가 월든 대위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영웅’으로 포장한 언론 플레이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국방부 압력을 거부하고 월든 대위 죽음의 진상과 국방부의 은폐, 조작을 공개한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실링 중령의 오발 사건에 대해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 결정내리겠다고 협박하지만, 그는 진실을 택한다. 국방부는 공격 받은 아군 전차가 피아식별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사실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난다. ‘진실의 왜곡과 그것의 규명’이란 점에서 이 영화는 19년 전 지뢰폭발 사고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난주에 육군에 질의했다. 이종명 의원 등을 포함해 당시 지뢰폭발 사고 당시 수색대대원들의 훈장 및 포상이 있었는 지에 대한 문의였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는 “훈·포상은 개인 신상에 관계된 사안으로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육본 법무실의 공식 답변이라는 것이다. 과거 언론 보도를 검색해보니 이 의원은 이 사고와 관련해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공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는 지 다시 물었더니 육군본부의 돌아온 답변은 “훈장 공적서 보존 기간 5년이 지나 폐기한 관계로 내용을 알 수 없다”였다.


육군은 지난 16일 김승겸 참모차장 주재로 언론대응 대책회의를 열고 “기자 질문에는 ‘검토중’ 스탠스를 유지하고 이슈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육군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17번이나 했다. 국방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차원의 조사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육군 확인 이후에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시간끌기를 하다 나중에 ‘뭉개버리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검토하겠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말은 군이 실제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때 주로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은 진실을 ‘거추장스러운 악세사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