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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1 공군의 생일 ‘10월1일’이 국군의날이 된 이유
  2. 2019.09.20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방의무
  3. 2019.09.17 미국판 ‘공중 일대일로’…F-35 벨트로 들어간 한국
  4. 2019.09.03 한반도 주변, 10년 후엔 ‘항모 러시’…한국은 2033년 ‘경항모’ 진수
  5. 2019.08.20 스피드·스마일·시그널…북한 ‘1호 사진’의 3S 전략
  6. 2019.08.16 정부는 GSOMIA ‘조건부 파기’ 선언을 빨리하라
  7. 2019.08.06 ‘GSOMIA 파기’ 카드는 일본에 입김 행사하라는 미국 향한 메시지
  8. 2019.07.30 요격체계 허점 찌른 북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게임체인저’ 되나
  9. 2019.07.19 ‘운장’도 모자라 ‘묵장’까지 등장한 군
  10. 2019.07.16 ‘유엔사 보폭’ 넓히려는 미국…북한 넘어 ‘동북아 체스판’까지 보나 (1)
  11. 2019.07.08 휴가중이던 23사단장은 왜 징계대상이 됐나
  12. 2019.07.02 ‘북 목선 귀순’ 발표 전, 군 수뇌부는 왜 사흘간이나 대책 회의했나
  13. 2019.06.21 “국방 SC 쇼는 그만, ‘숨은 손’을 처벌하라”
  14. 2019.06.18 F-4 팬텀, 공군의 패러다임 바꾸고 F-35 스텔스 전투기와 ‘바통 터치’
  15. 2019.06.03 요새 군대는 '총검술 빼고, 스마트폰 넣고’
  16. 2019.05.23 ‘지뢰영웅’의 진실과 라쇼몽
  17. 2019.05.21 ‘지뢰영웅’ 이종명 3대 미스터리···‘사고자’에서 ‘관계자’로
  18. 2019.05.07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섞어 쏘기’는 다목적 노림수
  19. 2019.04.26 군부는 문 대통령의 ‘절치부심’을 이해하고 있는가
  20. 2019.04.22 국방부 '무궁화 동산’ 절개해 테니스장···결정과정도 '미스터리’
  21. 2019.04.17 합참 체육대회 놓고 시끌···테니스장·풋살장 예산으로 8억 잡아
  22. 2019.03.29 ‘천안함’은 진행형···‘2%의 진실 찾기’ 계속돼야 한다
  23. 2019.03.26 “천안함 침몰 때 ‘괴물체 영상 삭제’ 혐의 속초함 함장 긴급체포 시도했다”
  24. 2019.03.12 내달 대장급 인사 단행…50년 만에 ‘비육사 육군총장’ 나올까
  25. 2019.03.05 군 스스로 관성을 깨기 어렵다면…
  26. 2019.03.05 월말이면 한·일 상공 넘나드는 ‘불청객’…1석3조 노리는 중 군용기
  27. 2019.02.01 ‘합참 제2작전본부’가 필요하다
  28. 2019.01.28 한일 ‘초계기’ 해결책은 ‘CUES’···군사력 충돌은 손해
  29. 2019.01.22 ‘초계기 사건’의 전말, 일본 측 ‘로그파일’에 들어있다
  30. 2019.01.07 경고등 켜진 대북 군사정보 신뢰성…합참은 “북한의 기만전술”

ㆍ육·해군 이어 1949년 10월1일 공군이 가장 늦게 창설…

ㆍ육·해·공 ‘3군 체제 완성의 날’ 통합 기념일로 제정

ㆍ‘38선 돌파 날짜서 유래’ 주장엔 군 “공식입장 아니다”…

ㆍ문 정부 들어 “광복군 창설한 9월17일로 바꾸자” 잇따라


영국 종군기자 존 매켄지가 1907년경 촬영한 구한말 의병들(위 사진)과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전례식 후 한·중 대표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아래). 국군의 뿌리를 의병과 광복군에서 찾아야 한다며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71주년 국군의날 행사가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거행된다. 창군 이래 최초로 공군전투비행단에서 열린다. 대구 기지는 F-15K 전투기를 운용하는 11전투비행단과 공중전투사령부, 군수사령부가 있는 대한민국 영공 방어의 핵심 작전기지다.


■ ‘국군의날’ 논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행 국군의날을 10월1일에서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 등 다른 날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4월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고 국경일로 격상하자는 국경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에도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자며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문희상·민병두·박광온·이해찬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등 32명이 결의안에 서명했다.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은 국군의 정통성을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서 16대 국회 때인 2003년, 17대 때인 2006년에도 각각 ‘국군의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한국광복군동지회에서는 그동안 “한국광복군이 우리 민족의 군대로서 의병과 독립군의 전통을 이어 성립된 맥으로 보나, 우리나라 헌법정신에 입각한 정부 법통 계승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한민국 국군의 원류임이 분명하다”며 “한국광복군 창군일인 9월17일로 (국군의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군의날 변경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에서는 “독립세력과 건국세력 편가르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 ‘10월1일’은 왜


10월1일 국군의날은 1956년 9월21일 대통령령 1173호에 의해 제정됐다. 1950년 6·25전쟁 당시 육군 제3사단이 처음으로 38선을 돌파해 북진한 날을 기념해 국군의날로 정했다는 주장은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국회 제출 자료 등에 따르면 10월1일을 국군의날로 정한 것은 창군 이후 각 군별로 창설기념일을 정해 시행해 오던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제일 마지막으로 출범한 공군 창립일이 1949년 10월1일로, 한국군이 육·해·공군 3군 체제를 완성하게 됐기에 그 날에 맞춰 국군의날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이후 육·해·공군 기념일은 국군 전체 통합 기념일로 단일화됐다.


국군의날을 확정한 당시 국무회의 심의경과표를 보면 국군의날 제안 이유와 제정 배경에 대해 ‘3군 단일화와 국군의 사기, 그리고 국민의 국방사상 함양에 바탕을 두고 재정 및 시간을 절약하는 데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육군의 38선 돌파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국방부 역시 국군의날이 38선 돌파일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다. 이날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날이기도 하다.


국군의날이 정해지기 전까지 육군은 1946년 1월15일 미군정 아래서 남조선국방경비대 1연대가 창설된 날을, 해군은 1945년 11월11일 조선해안경비대의 모체가 된 해방병단의 창설일을, 공군은 1949년 10월1일 육군에서 분리된 날을, 해병대는 1949년 4월15일 부대 창설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국군의날이 논란이 된 이유는 육군 3사단 23연대 3대대가 38선을 돌파한 1950년 10월1일을 기념하는 것이 국군의날 지정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 때문이다. 육군은 1955년 ‘육군의날’을 당초 국방경비대 창설일에서 유엔군이 ‘작전명령 제2호’로 38선 돌파를 공식 승인한 10월2일로 변경했다. 이후 육군 3사단이 38선 위로 진격한 날짜가 10월1일이라는 게 확인되자 정부가 국군의날을 공군 창설일과 겹치는 10월1일로 정했다는 게 육군의 일반적 시각이다.


■ ‘9월17일’·‘8월1일’


1940년 9월17일은 상해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기념일이다. 광복군은 1940년 9월17일 중국 임시 수도였던 충칭에서 “한·중 두 나라의 독립을 회복하고자 공동의 적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며 연합군 일원으로 항전할 것을 목적”(한국광복군 선언문)으로 내걸고 창설됐다.


광복군은 광복 전까지 중국군사위원회에서 파견된 군인들과 함께 공동 항일전선을 구축하면서 항일 무장투쟁의 심장부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장제스의 중국군사위에 예속돼 활동했다. 주요 부서 간부직에도 중국군을 두고 있었다. ‘5성 장군’으로 유명한 김홍일 장군(1898~1980)이 중국군 제19사단장 대리와 광복군 참모장으로 장제스의 중국군과 광복군을 넘나들며 일본과 싸울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중국군에서 중장(한국군 2성 장군급), 한국군에서 중장(3성 장군)을 역임해 ‘5성 장군’으로 불렸다.


이런 배경에서 국군 군번 1호인 이형근 예비역 대장은 “광복군은 망명군으로서 정식 군대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일본 육사 56기 출신인 그는 “조선경비대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남조선국방경비대 창설일인 1946년 1월15일을 국군의날로 정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군 해산일인 8월1일이 국군의날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재향군인회가 1993년 8월 펴낸 ‘광복군전사와 국군의 맥’은 국군의 정통성이 의병에서 이어져 온다고 분석했다.


대한제국군은 을사늑약 이후 1907년 8월1일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1940년 9월 광복군을 재조직할 때 기록인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보고서’를 보면 ‘정미년(1907년) 8월1일 국방군(대한제국군) 해산의 날이 곧 광복군이 창립된 날이라 할 것이다’라면서 일제에 선전포고한 날로 규정했다. 이 정신이 이후 의병과 독립군, 광복군, 국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광복군 역사의 정통성은 독립군인 셈이고, 한국군의 뿌리는 항일 의병에 있다는 의미다.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2017년 국군의날 기념식. 국군 의장대와 최신 무기들이 도열해 있다. 국군의날 행사가 해군기지에선 열린 것은 창군 이후 처음이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방부도 국군의 근원이 된 실체를 한국광복군에서 구한말 ‘의병’으로 재평가했다. 대신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첫 공식 군대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올해 2월 ‘대한민국 국군’ 제목의 홍보책자를 발간하고 “강제로 해산된 대한제국 군대가 의병으로, 일제강점기 독립군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으로 발전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됐다”고 기술했다. 국군 모태를 광복군 창설 이전인 의병으로까지 확대 재조명한 것이다.


국방부는 국군의 역사를 1894~1910년(의병전쟁기)에서 시작해 1910~1919년(의병항전 및 독립군 정비기), 1919~1933년(독립전쟁 발전기), 1933~1938년(독립군 개편기), 1938~1945년(광복전쟁기), 1945~1950년(건군기) 등으로 구분했다. 이어 1950~1961년(전쟁 및 전후 정비기), 1961~1972년(국방체제 정립기), 1973~1980년(자주국방 기반 조성기), 1981~1990년(자주국방 강화기), 1991년~현재(국방태세 발전기)로 나누고 있다.


■ ‘아버지’ 없는 육군


해군은 해방병단 창설을 주도한 손원일 초대 참모총장을 ‘해군의 아버지’로 꼽는다. 해군 214급 잠수함이 손원일급 잠수함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이었던 손정도 선생의 장남이다. 공군은 초대 국방차관인 최용덕 장군을 ‘공군의 아버지’로 부른다. 공군사관학교 교가도 작사한 그는 1913년 중국으로 망명해 중국 육군 군관학교를 졸업했고, 의열단과 광복군총사령부 총무처장 등을 거쳤다.


육군에는 ‘아버지’로 불리는 창군 원로가 없다. 이범석 초대 국방장관이나 김홍일 장군 같은 광복군 출신들이 있었지만, ‘1~16대 육군참모총장 가운데 12명이 일본군·만주군 출신’인 점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1~16대 육군참모총장 13명 중 최영희 12대 참모총장을 뺀 12명 전원이 일본군(학도병 포함)이나 만주군 출신이다. 육군은 광복군 역사 찾기나 국군의날 변경에 대해 해·공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육군 출신들이 국군의날을 38선 돌파일로 정의하고 싶어 한 것도 6·25 이전 친일 역사를 부정하려는 일본군이나 만주군, 학도병 출신 창군 원로들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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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력 50만명 시대’가 불과 3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18일 인구감소에 따른 ‘군인력 획득체계’에 대한 개선 방침으로 ‘첨단 과학기술 중심 전력구조로 개편’ ‘병역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전환복무(의경·해경·소방 등) 및 대체복무(전문연구요원·산업기능요원 등) 적정수준 검토’ 등을 내놓았다. 여군 활용 확대 방안 모색, 부사관 임용제도 개편 및 귀화자 병역 의무화 검토도 포함시켰다.


수년 전부터 나온 대책의 재탕이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국방의무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인데도, 병역자원 숫자에 집착하는 과거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반증이다. 시대에 맞게 병과제도를 혁신하는 군 내부의 소프트웨어 변화도 보이지 않는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현역자원 부족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국방부와 병무청이 현역자원 부족을 막기 위해 무리한 현역 판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등은 적정한 현역 판정률을 평균 83%로 잡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그 부작용으로 매년 현역병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조기 전역하거나 자살 예방을 위한 관리 프로그램인 그린캠프 입소자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지난해 국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높은 현역 판정률에 의한 병역 약자들의 군 입대로 병역 부적합자의 조기전역이 연간 7000명, 그린캠프 입소자가 4000명, 입실자가 3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복무기간을 21개월로 가정해도 오는 2020년 군의 규모를 52만명으로 유지하려면 현역 판정률은 92.4%까지 높아지게 된다”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감소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현역 판정률이 90%를 넘는다는 것은 외형적으로 장애를 갖고 있지 않다면 대부분 군 입대를 해야 한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는 현역 판정을 할 때 병력이 모자라면 신체 기준을 낮추고, 여유가 있으면 높이는 것으로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프로크루스테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그네를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키가 침대보다 길면 그만큼 잘라내고, 키가 침대보다 짧으면 억지로 침대 길이에 맞춰 늘여서 죽였다.


이제는 국방부와 병무청도 상상력을 발휘해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도 기존 외교 문법의 틀을 벗어난 상상력이 만든 세계적 사건이었다”고 말했듯이 병무행정도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는 군대 가고 누구는 안 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누구라도 군 복무를 기꺼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 데이터를 활용한 징집이 가능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모집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할 수 있는 맞춤형 군대를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난수표 컴퓨터 배치와 같은 산술적 평등에서 벗어나 적재적소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 병역자원을 컴퓨터 무작위 배치가 아닌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병역자원 관리개념을 바꿔야 한다. 병역자원 배치도 국가와 군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과 맞물려 이뤄질 수 있다. 가령 군에서 컴퓨터 운용과 사이버전을 수행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선발해 실무 훈련을 시켜 활용해야 한다. 병사들은 전역 후에도 관련 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 물론 병사 모두에게 전문성을 부여할 수는 없지만 군대가 비전과 목표를 가지고 본인의 역량을 키우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굳이 28세로 군대 징집 연령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스라엘군의 ‘9900부대’는 정보국 산하 리얼타임 인텔리전스 센터의 영상정보관리조직이다. 이곳에서는 30여명의 병사가 위성 사진 판독 등 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들의 업무집중도와 전문성은 최고 수준이다. 그 배경에는 18~22세 고졸 인터넷 및 게임 마니아들이 배치된 데 있다. 자폐증세가 심한 ‘서번트 지니어스’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군대에서는 장애인이라도 얼마든지 근무할 수 있는 보직을 만들 수 있다.


이스라엘군은 여러모로 한국군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이스라엘군은 우수한 인재가 군복무 기간 동안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군도 이를 벤치마킹해 과학기술전문사관제도를 도입했지만, 최상위 고교 졸업생 50명을 뽑아 양성한 후 국가 핵심 두뇌로 양성하는 탈피오트 프로그램과는 사뭇 다르다.


이스라엘은 엘리트 음악인을 위한 ‘아웃스탠딩 뮤지션 프로그램’도 운용하고 있다. 일부 소수 인원에게만 혜택을 주는 한국의 병역특례제도와는 다르다. 해당 병역자원들은 5주 기초군사훈련 후 하루 6시간을 근무한다. 이들은 퇴근 후 레슨 및 개인연습을 할 수 있고 90일간 출국도 가능하다. 대신 출국기간만큼 복무기간이 연장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에도 적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군 병과제도는 원정군 개념의 미군을 본떠 만든 6·25 당시 시스템이 4차 혁명시대인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발전적 재편이 필요하다. 한반도가 전장인 한국군은 독일군처럼 재정과 군종, 법무 등 민간위임이 가능한 분야는 민간인이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도 병력 수를 줄이는 하나의 방안이다.


인구절벽으로 모자라는 자원을 모병제로 충원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일종의 징병제와 모병제의 혼용이다. 필요하다면 남녀평등 차원에서 여성자원도 병사로 모집할 수 있어야 한다. 


병역자원을 모병하는 데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극복해야 한다. 군대도 하나의 직장이다. 입대부터 적정 보수를 받으며 장기 복무할 전문 병사가 필요하다. 모병 자원은 숙련도와 동기부여가 높아 군 전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저소득층만 주로 지원할 거라는 우려에 대해선 군대를 어엿한 일자리로 자리매김해주고, 장기 복무에 대한 사회적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 대학 특별전형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징병·모병 혼합제로 전환할 경우 북한과의 전력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병력구조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필요한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등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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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력 패러다임 바뀌는 공군

ㆍ국군의날 첫선…연말까지 10+@ 대 보유 예정

ㆍ스텔스 기능으로 선제타격·응징보복 능력 탁월

ㆍ해킹 가능성·운영유지비·정비 종속 등 해결해야


상공을 비행 중인 F-35A 스텔스 전투기. 한국 공군이 지난 3월부터 도입을 시작한 F-35A는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침투해 지휘소 등 전략표적을 타격할 수 있어 한반도 하늘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F-35A는 다음달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첫선을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반도 상공에도 레이더로 잡기 힘든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날고 있다. F-35A가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돼 공군은 연말까지 F-35A ‘10+α’대를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내후년까지는 총 40대를 미국에서 인도받게 된다. 정부는 F-35급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F-35A는 제71주년인 올해 국군의날(10월1일) 기념식에서 국민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F-35A는 공군 주력 F-15K 전투기 등과 함께 ‘공중 분열(Fly-by)’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 ‘게임 체인저’


F-35는 ‘대북 킬체인(미사일 선제 타격 시스템)’의 핵심 전력이다. F-35는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은밀히 침투해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미사일·핵 기지, 비행장 등 전략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F-35는 AN/APG-81 레이더로 저피탐 전파를 발산해, 적의 전자정찰을 회피하면서 지상공격과 공중전 등은 물론 조기경보기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다.


F-35A는 한국 공군의 전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공군은 2000년대 F-15K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장거리 정밀유도폭격 능력을 확보했는데, 이제는 F-35A를 통해 선제타격과 응징보복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공군은 F-35A 전력화 과정에서 기존 주력기인 F-15K 및 KF-16 등과 어떻게 혼합해 운용할지에 대한 상호운용 개념 및 작전계획 반영 등을 고심 중이다. 공군 장성 ㄱ씨는 “F-35는 새로운 개념의 전투기로 무기체계 특성에 맞게 작전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미 공군도 F-35를 4년 운용하면서 전술·전략적 개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F-35A는 한반도 개전 초 북한 방공망을 제압하고 전략표적을 파괴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공군의 F-35A 도입은 한·미 연합작전계획에 따른 항공임무명령서(Pre-ATO)의 전시 북한 핵심 표적 분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신문은 F-35A를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부른다는 북한 관계 소식통의 언급을 소개하면서, 지난 6일 “북한이 무기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 있는 것은 한국군이 올해 3월부터 배치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의 존재”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5월 이후 F-35A 기지인 청주비행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단거리 발사체 발사 실험을 거듭했다.


2016년 7월 영국 런던 판보로 에어쇼에 참가한 F-35. 경향신문 자료사진


■ 공중 일대일로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5세대 전투기 F-35 도입은 ‘군사적’ 차원을 넘어 미국의 ‘F-35 벨트’ 가입을 의미한다. 


포린폴리시는 7월 F-35를 중국의 ‘일대일로’와 비교하는 글 ‘F-35 Sales Are America’s Belt and Road’를 실었다. 생산대수 등을 감안한 F-35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이 1조달러를 넘고, 참여하는 작은 국가들을 하나의 큰 국가(미국)와 비대칭적인 상호의존 관계로 얽어매고 결과적으로 주도국 미국이 이해관계를 관철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미국판 ‘공중 일대일로’이자 글로벌 경제·안보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나아가 F-35의 글로벌 배치는 중국·러시아 등에 맞선 배타적 연합전선이라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F-35 우산’으로 묶는 안보블록을 구축 중이라고 볼 수 있다. F-35는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만 2025년까지 총 220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7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강연회에서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 F-35 전투기의 75%는 미국이 아닌 동반자 국가들이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반자 국가 간의 상호운영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태평양 F-35 운용국 콘퍼런스’가 3월12∼13일 하와이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에서 개최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시 미국, 호주, 한국 그리고 일본의 F-35 운용부대 작전장교, 기술진, 군수지원 요원, 정보분석관 등 80여명은 하와이 펄하버 히캄 합동기지에서 F-35의 운용 개념, 전술기량, 공중작전 시 상호운용성 등에 대해 토의했다. 한국 공군에서는 청주 제17전투비행단 F-35 전투비행대 작전, 정보 및 군수 운용 요원들이 참가했다. 콘퍼런스를 주관한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미국·호주·한국·일본 간 F-35 연합작전 능력의 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F-35 프로젝트는 국가 간 네트워크 사업 성격을 띠고 있다. 조종사 훈련과 운용기술 이전, 전용 부대 설치와 기지 운영까지 한 세트로 구성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정비 종속


스텔스 기능 못지않은 F-35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 중심전을 위한 데이터 통신 성능이다. F-35는 대량의 디지털 정보를 송수신하면서 비행지역의 전장 상황을 지휘부 및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F-35가 ‘날아다니는 컴퓨터’로도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F-35 프로젝트는 ‘해킹 가능성’ ‘후속 군수지원 비용 상승’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재고 관리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최첨단 전투기의 부품 조달을 글로벌 재고 돌려쓰기에 의존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주기적인 스텔스 도료 페인팅이 필요하고, 조종사 대신 다양한 전투상황을 판단하는 다기능 때문에 우주왕복선 못지않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이런 요소를 고려해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은 F-35에 대해 기존 세대 전투기와 다른 ‘자율군수정보체계(ALIS)’를 적용하고 있다.


ALIS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비행임무(작전), 군수(정비·보급), 교육훈련 등 주요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특정 국가의 부품 재고가 F-35를 운용하는 다른 국가의 부품 재고 상태와 연결돼 통합 관리되는 등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다.


F-35 데이터의 통합 관리는 인터넷 해킹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외국군과 F-35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해킹됐을 때를 대비한 자체 방화벽을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F-35 기지인 청주비행장도 미국 보안요원들이 핵심 시설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F-35 비행 기록을 보관·처리하는 시설이 미국과 공유되는 시스템인 만큼 2중, 3중 점검을 하고 있다. 청주 기지 부대원이라 하더라도 특별접근인가(SAP) 자격이 없으면 F-35 핵심 시설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 밖에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이 넘는 F-35는 기체 가격보다 수명 주기 동안 유지 및 정비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20년 수명 기준으로 1대당 2500억원이 소요된다.


F-35는 5년, 10년 단위 주기 창정비가 아니라 수시 정비 개념으로 관리된다. 그렇지만 F-35의 내부 계통 고장으로 인한 분해 정비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작업이 한국군 F-35에는 제한된다. 미 국방부가 2014년 12월 F-35 기체의 ‘정비 및 장비 업그레이드(MRO&U)’ 권한을 일본에 배정했고, 남태평양 지역의 경우 호주에 제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구성품 정비 수준만 할 수 있어 한국군 F-35 엔진 정비와 수시 업그레이드 작업은 미국이나 일본, 호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일본에서의 정비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체나 엔진 분해가 필요한 F-35를 거리가 먼 미국이나 호주로 보내는 것은 정비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미국은 한·일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해 F-35의 엔진 정비 등을 일본에서 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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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중국의 팽창 전략, 미국의 안보 전략, 일본의 보통국가 기조가 맞물린 역학 구조

ㆍ중, 원자력 항모까지 최소 4척 보유 계획…일본은 헬기 탑재형 2척을 개조키로

ㆍ국방부, 급변하는 정세와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 위한 전략으로 사업비 편성


지난해 5월13일 중국의 첫 자국산 항모 ‘001A’함이 시운항에 나서는 모습을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북아시아 바다가 ‘항공모함 러시’를 이룰 날이 머지않았다. 2030년대 중반이 되면 한반도 주변 해상은 중국 항모 4~6척과 이에 맞선 한·미·일 항모 5~7척 등 항모 9~13척이 떠다니는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이 항모 건조를 서두르는 가운데 국방부도 지난달 29일 공개한 내년 국방예산에서 급히 사업비를 증액 편성해 3만t급 경항공모함(사업명 대형수송함-Ⅱ) 건조를 공식화했다. 당초 경항모 사업은 ‘장기전력소요’였는데, 이를 대폭 앞당겨 2033년쯤 진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기계획이 한 달 만에 중기계획으로 바뀌어 내년부터 당장 예산을 투입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청와대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국방부가 밝힌 경항모 사업 배경은 ‘전방위 안보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경항모급 수송함은 군사 정찰위성, 차세대 잠수함(3000~3450t급)과 함께 주도적인 안보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 동북아 ‘항모 방정식’


동북아시아는 중국의 팽창전략,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안보전략 기조, 일본의 보통국가 논리 등 3대 역학요인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미·중의 동북아 패권경쟁과 이 틈을 타 일본이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고, 틈새에 끼인 한국도 ‘최소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항모 경쟁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한국의 경항모 건조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우리 해양 안보의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해양전력 증강으로 독도와 이어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등에서의 전략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해군이 지켜야 할 해양 안보에는 유사시를 대비함은 물론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해상 교통로 역시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는 큰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서·남해를 중국 영역으로 집어넣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서해상 124도 E선 서쪽을 중국 바다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124도 E선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나아가 그 대상을 이어도까지 포함시키는 해양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해군은 우려하고 있다.


중·일 항모의 한반도 주변 해역 활동은 우리 해군의 작전구역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항모 함재기는 동북아 제공권과도 관계가 있다. 한국도 주변 열강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항모를 ‘고슴도치 전력’의 하나로 선택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지원 차원도 고려됐다.


둘째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과 함께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 일환으로 항모를 선택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국 해군은 국방예산 절감 등으로 전 세계 해양에서 요구되는 작전소요를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분담케 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추진의 배경이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경항모 등의 전력화로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력 전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군이 기동함대·항공·잠수함 전력으로 이뤄진 제2작전사령부를 만들어 미래의 잠재적·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신도함(백령도함)


한국 해군 첫 대형수송함 독도함. 3번함을 독도함의 2배 크기경항공모함으로 건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군은 독도함(1번함)에 이어 작년 5월 진수한 마라도함 등 대형수송함(1만4000t급) 2척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 개념설계에 착수하는 대형수송함은 3번함에 속하지만, 1·2번함과 구조와 운용방식 등이 완전히 다르고, 배수량도 2배에 달해 ‘경함모’로 분류된다.


국방부는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 탑재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비로 271억원을 편성했다. 수직 이착륙기 하중을 견디는 갑판기술 연구에 255억원, 설계 전 함정 모양과 구조 등의 개념연구에 16억원 등이다.


한국의 경항모급 대형수송함에서 운용할 유력한 기종으로는 F-35B가 유력하다. 수직 이착륙을 하는 F-35B는 바퀴 무게가 F-35A보다 훨씬 무거운 데다 내부 무장도 많다. 함정 갑판도 수직 이착륙기가 뜨고 내릴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


군은 애초 F-35A 6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2013년 40대를 먼저 구매한 후 나머지 20대는 안보 환경 변화를 고려한 기종을 선정해 추가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추가 구매’ 분량으로 남겨 놓은 20대를 놓고 모두 F-35B 기종으로 도입하거나, 10대 등 일부만 F-35B로 하고 나머지는 F-35A로 하는 방안을 놓고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F-35B 20대를 도입할 경우 이를 공군에 배치하고, 작전 등 필요할 때만 해군 경항모에 탑재해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35A와 F-35B의 운용개념이 달라 조종사를 별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공군에 부담이다.


새롭게 건조될 예정인 경항모의 명칭도 관심거리다. 최동단을 상징하는 독도함과 최남단을 나타내는 마라도함에 이어 최서단을 표현하는 섬 이름을 붙인다면 백령도함일 것이라고 했지만, 해군이 당초 생각했던 섬은 평안북도 용천군 신도였기 때문이다. 압록강 하구로부터 약 12㎞ 떨어진 신도는 동경 124도10분47초로 한반도 최서단이다. 백령도는 남한 최서단 섬이다.


■ 중·일 항모


중국은 최근 나온 원자력 추진 항모 건조계획까지 합치면 최소 4척 이상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6척의 항모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항모굴기’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랴오닝호(5만860t)에 이어 ‘001A함’인 산둥호(6만5000t급)가 내년에는 취역할 것으로 전망된다. 랴오닝호는 젠(J)-15 함재기를 26대 탑재할 수 있으나, 001A함은 32대 탑재할 수 있다.


국영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 소속 ‘현대함선’사는 지난 4월호에 중국 항모와 함재기 중·장기단계 계획에 관한 논문인 중국함재기발전계획을 게재했다.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수행하는 항모전투군을 발전시켜 2015년 랴오닝에 이어 2020년에 제1번 국산 항모 1척, 2030년에 제1번 신형 대형항모 1척, 2035년에 미 해군 제럴드 포드급 핵추진 항모와 비슷한 제2번 신형 대형항모(10만t급) 1척 등 모두 4척의 항모를 건조하겠다는 것이다. 함재기 대수는 적 내륙으로 군사적 투사를 하기 위해 최소 40대로 잡았고, 향후 미 해군 항모처럼 최대 70대 탑재를 목표로 했다.


일본은 무라카와 유타카 해상막료장이 올해 1월 신년사에서 ‘게임 체인저’ 개발을 언급했다. 이를 놓고 F-35B 스텔스기를 탑재한 항모와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이즈모. 일본은 이즈모를 2020년 F-35B를 탑재하는 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길이 248m·만재배수량 2만7000t)와 ‘가가’ 등 2척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2014년 말에 취역한 ‘이즈모’는 2020년에, 2016년 말에 취역한 ‘가가’는 2022년에 각각 F-35B 탑재를 위한 갑판 내열 강화 등 보수를 앞두고 있다. 일본은 내년에 우선적으로 810억엔을 투입해 F-35B 6대를 처음 도입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헬기 탑재 호위함 4척을 모두 경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즈모급 항모 이후 ‘호우쇼우’라는 5만t급 항공모함 건조 계획도 갖고 있다.


이즈모급 호위함이 항모로 개조돼 F-35B를 탑재하면 일본 정부가 그간 지켜왔던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은 사실상 무너진다. 항모에 전투기를 탑재하는 것은 원거리 전투 및 작전에 대비하는 사실상 공격용이기 때문이다. 일본 항모의 역할은 아베 정권이 추구해온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원거리 작전능력 확보를 통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지원이다.


한국 해군의 경항모는 주변국 전단을 상대로 장거리 단독 작전을 펼치기에는 부족하다. 이 경우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기본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한·미·일 연합작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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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사진·동영상을 이용한 프로파간다에 한국군이 속수무책이다. 조선중앙TV,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7일 김 위원장의 지도하에 전날 ‘새 무기 시험사격’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3주 사이 여섯 차례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자, 올해 전체로 보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8번째 발사였다.


북한은 이날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발사된 미사일이 함경남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 ‘알섬’인 것으로 추정되는 해상의 작은 바위섬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발사체의 바위섬 타격 성공을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진전된 미사일 기술을 과시해 왔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진을 신문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사진 한 장을 TV 화면에 10초 정도 띄워놓고 아나운서가 노동신문 기사를 그대로 읽는 식이다. 1~2분짜리 동정 보도에 10여장의 사진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 김정은의 ‘3S’


북한 김정은 사진의 특징은

빠른 배포·웃음·의도 전달

아버지의 ‘비밀주의’와 달라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얼굴 사진은 소위 ‘1호 사진’으로 통한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1호 사진은 수년 전부터 ‘3S’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빠른 전달(스피드·SPEED)’ ‘웃는 모습(스마일·SMILE)’ ‘의도된 메시지 노출(시그널·SIGNAL)’ 등이 그것이다.


김 위원장의 행태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 사진을 한참 지난 뒤에 공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촬영 날짜도 알리지 않았다. 이는 ‘최고사령관 동지 초청행사의 비밀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며 신변안전 문제를 들어 시찰 일정 자체를 보안에 부치는 게 관례였던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주일은 물론 한 달이 지난 다음에 군부대를 다녀간 사실이 북한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흔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진은 조작되거나 변형된 사례도 상당수였다. 군부대 시찰 사진에서 인민군 장병의 그림자는 비스듬한 반면 김정일 위원장 그림자만 반듯한 사례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처럼 1호 사진에 시간·장소가 표기되지 않은 것도 과거 북한의 일반적인 보도 방식이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정보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서방 정보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나오는 사진의 배경에 있는 초목 상태 등을 분석해 사진이 찍힌 시기를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등장 이후 북한 매체는 그의 움직임을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보도했다. 심지어 보도가 당일 저녁에 나온 경우도 있다. 김정일 시대와 견주면 매우 빠른 전달임을 알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모습도 1호 사진의 상징처럼 됐다. 주먹을 불끈 쥐고 웃는 김 위원장 사진도 쉽게 볼 수 있다. 그의 웃는 모습은 2년 전부터 두드러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7년 8월23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사찰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이때 김 위원장이 웃고 있는 모습 뒤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북한이 1호 사진을 통해 SLBM 발사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한·미 정보당국에 전달한 것이다.


이보다 일주일 정도 앞서 북한은 노동신문 등에서 김정은의 지하벙커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보고받는 김 위원장 뒤로 벽에 걸린 3개의 지도 때문에 전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사진에서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 등의 글씨로 북한의 미사일별 작전 가능 범위를 표시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북한이 한·미에 보내는 위협 메시지였다. 


그러나 북한이 보여준 사진들 가운데 괌 미군기지가 6년 전 찍힌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변변한 위성사진 한 장 없는 북의 현실이 노출되는 역효과를 냈다.


미사일·작전판·스마트폰 등

장면·소품으로 대외 메시지

주먹 불끈·밝게 웃는 모습

당일 저녁 신속 보도되기도


북한은 지난달부터 단거리 미사일 전력 ‘3종 세트’를 잇따라 발사하면서 김 위원장이 주먹을 불끈 쥐고 웃으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장면을 연이어 내보냈다. 북한 내부용을 벗어나 글로벌 시대 맞춤용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1호 사진도 흔해졌다.


1호 사진은 이미지 기획자들 및 영상 전문가들이 각각 연출과 촬영을 맡아 주연 배우 ‘김정은’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사일 발사 때는 ‘자아도취’한 듯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뒤에서 관계자들이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만세를 외치거나 격렬한 박수를 치는 모습을 연출한다. 지난 2일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때의 경우 이를 지켜보는 김 위원장 책상 위에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재떨이, 쌍안경, 담뱃갑과 라이터 등이 소품으로 놓여 있었다. 벽면에는 스마트TV도 걸렸다. 북한의 정보기술(IT) 발달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정보당국은 해석했다.


■ 김정은의 미디어전략


“사진 의도 분석 중요하지만

북한, 현실 조작·왜곡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 잊어선 안돼”


남한 정보당국은 북한이 내놓는 김 위원장 사진이나 동영상의 정보를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그 정보가 ‘100% 팩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는 이제 전통적인 전쟁의 의미를 벗어나 ‘제3의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정보 왜곡과 굴절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는 ‘미디어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위원장 자신이 등장하는 1호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서방에 원하는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진 노출 빈도도 그의 아버지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늘었다는 게 정보당국 분석이다. 하루에 많아야 1~2장씩 사진이 노출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20~30장의 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유난히 미사일 발사장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것은 군심 다독이기 차원의 ‘사진 정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감을 강조하기 위해 김정은의 뒷모습과 하늘로 날아가는 무기들의 화염을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TV에서 본 장면은 아무리 현실감이 있다 하더라도 한 단계 건너서 보는 ‘2차 세계’이지, 결코 ‘1차 세계’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진에 숨어 있는 의도와 배경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은 현실을 왜곡하는 상징과 조작의 도구로 사진을 활용하는 국가”라며 “북한이 공개하는 미사일 발사 장면에는 ‘정보 왜곡’이 숨어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언론매체가 북한이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을 검증 절차 없이 이미지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화려한 이름(Glittering Generality), 나쁜 이름(Name Calling)’ 붙이기식의 나치 선전술을 모방한 북한의 프로파간다를 주목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웃으면서도 당당하고 결의에 찬 모습은 일종의 ‘화려한 이름 붙이기’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우월감과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반면 남측에 대해서는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나쁜 이름 붙이기’로 남남 갈등과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과 언론의 수동적 전달은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적절한 분석 및 대응과 언론의 적확한 해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군사정보를 다루는 합참 정보본부는 미군의 도움을 얻어 북 미사일 궤도 추적에나 집중할 뿐, 북한이 공개한 표적 폭발 장면이 실제 발사체에 정확하게 맞은 것인지, 연출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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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는 지금 시계 두 개가 ‘최종시간’을 향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 먼저 ‘연장이냐, 파기냐’를 결정해야 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시계가 오는 24일을 마감으로 시곗바늘을 돌리고 있다. 그 옆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조치의 시곗바늘이 효력 발생일인 오는 28일을 향해 재깍거리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GSOMIA 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데 ‘안보협력국’을 전제로 한 GSOMIA 유지는 상호모순이기 때문이다. 반면 GSOMIA 파기는 한·일관계뿐 아니라 한·미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일부에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틀을 유지하면서 일본에 대한 대응조치도 되는 방안으로 GSOMIA를 연장하되 ‘정보 공유의 일시중단’을 선언하는 것을 제시한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처럼 여러 입장이 있지만, 이제는 정부가 ‘GSOMIA 조건부 파기’를 하루라도 빨리 선언해야 할 때이다. 오는 24일까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GSOMIA는 파기될 수밖에 없다고 발표해야 한다.


한국은 GSOMIA를 파기해도 한·미·일 정보보호약정(TISA)을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GSOMIA를 파기하면 미·일도 TISA를 통한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고, 한·미동맹이나 한·미·일 안보협력 틀이 무너진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GSOMIA는 한·미·일 안보협력 사안의 전략적 옵션 중 하나일 뿐, 전부가 아니다. GSOMIA는 2016년 한국이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미국이 강요한 협정이다. 당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GSOMIA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GSOMIA는 표면적으로 북한에 대한 대응 차원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GSOMIA 체결을 압박한 당사자인 만큼 ‘결자해지’ 차원에서 GSOMIA 유지를 위해 일본 정부에 압박을 가해야 하는 게 도리다. 


세부적으로 보면 GSOMIA는 호혜적 정보 교환이지만, 현재는 일본에 매우 유리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은 조기경보가 핵심임을 감안하면 한국이 제공하는 정보가 일본 안보에 지대한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GSOMIA가 파기되면 일본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많은 외교 전문가들은 GSOMIA를 파기하면 한국이 미국의 외교적 지원을 받아내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미국의 동북아 핵심전략은 더욱 친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는 GSOMIA가 한·미·일 관계의 핵심이며, 미국은 한·미동맹보다 미·일동맹을 더 중요시한다는 얘기와 다름없다. 즉 GSOMIA를 파기하면 한·미동맹이 약화된다는 이들의 주장은, 한국은 미·일동맹의 종속변수 정도임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거나 마찬가지다.


현재 한·미·일 관계는 상당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안보구조는 동등한 대칭적인 것이 아니라, 한·일관계를 미·일관계 밑에 두는 계선적인 하부구조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수직적 한·미·일 계선구도 속에서 GSOMIA가 한국의 전략적 역할과 중요성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파기하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미국은 일본의 경제침략 도발을 묵인하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2일 지난달 방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미국이 한·미·일 공조를 더 중요시하는지, 재무장한 일본을 위주로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을 종속변수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운용하려 하는지를 파악하려 했던 것”이라며 “미국이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관여를 할 것이고, 무장한 일본 위주로 아시아 외교정책을 하겠다고 하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의 말대로 미국이 한·미·일 안보관계보다 일본의 재무장을 더 중요하게 판단한다면, GSOMIA 파기를 무시할 것이다. 반면 한·미·일 3각관계를 중요시한다면 일본이 경제도발을 중지하도록 나설 것이다. 특히 미국이 만일 일본과 경제도발을 협의하지 않았다면, 동북아 안보질서를 한·미·일 구도로 가져가기 위한 첫걸음인 GSOMIA의 파기 상황을 그대로 지켜볼 수는 없을 것이다.


‘GSOMIA 카드’는 미국에 한·미·일 안보체제를 유지하려면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침략을 중지시키란 궁색한 요구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다. 미국은 3국 안보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도 한·일 간 경제전쟁에 개입해 더 이상 피해를 확산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 정부는 GSOMIA 파기를 통해서라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중단을 시도해야 한다. 상대방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카드를 사용조차 못한다면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GSOMIA 파기 선언은 일본이 지난달 각의 결정을 하기 전에 했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일이 고민하는 시간을 줄여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이다. GSOMIA 파기는 또 박근혜 정부 이전으로 한·일관계를 복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동맹 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은 상호 신뢰다. 일방적 요구나 양보는 신뢰 상실로 이어진다. 한·미동맹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지나치면 지나치다고 이야기해야 동맹이 강화된다. 한·일 간 생존적인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미국 심기를 건드릴까 우려해 GSOMIA 파기조차 결정하지 못하는 나라는 비정상 국가다.


설사 정부의 GSOMIA 파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일이 아무런 행동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이 견고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차원의 의미가 나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방위비 분담금 6조원을 준다 하더라도 한·미동맹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현실에 눈뜨게 될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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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때 ‘밀실 협상’ 논란으로 무산됐다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속전속결로 체결

미국이 ‘중국 견제’ 의도로 한·일에 체결 압박…북 미사일 방어 등 3각 공조의 핵

일본이 정보자산 더 강하지만 파기 땐 한국보다 손해 크다는 미 의회 보고서도 나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제외 결정으로 격화된 한·일 갈등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가 최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가 1년마다 자동 연장되는 GSOMIA를 파기하려면 협정 만료 90일 전인 이달 24일까지 서면으로 상대국에 통보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GSOMIA 체결 후 일본과 공유한 군사기밀은 올해 3건을 포함해 총 26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GSOMIA 파기 가능성에 대해 “GSOMIA 자체 효용성보다, 여러 안보와 관련된 우호 동맹국(미국) 간 관계가 복합적으로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협정시한을 넘겨 파기를 선언해도 파기 효력은 내년 11월 이후부터 발생하지만, 파기 선언 직후부터 한·일 군사정보 교환을 실질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아베의 꼼수’


당초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이 GSOMIA 연장 여부를 마지막으로 결정하기 이틀 전인 오는 22일쯤 시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감안한 결과였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4박5일 휴가를 빌미로 각의 의결을 5일이나 미루는 ‘꼼수’를 부렸다. 그 바람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날짜도 28일로 정해졌다. 한국 정부가 GSOMIA를 파기하려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전인 24일 이전에 먼저 결정해야만 한다. 이 경우 국제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GSOMIA를 폐기하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이 강행되는 것처럼 비치는 등 한국 정부로서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한·일 GSOMIA는 논의 초창기부터 시끄러웠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져 막판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군사작전하듯 2016년 11월23일 체결했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GSOMIA 서명식 장면도 비공개로 해 ‘졸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2012년 문건과 다를 바 없는 전문과 21개 조문으로 구성된 2016년 한·일 GSOMIA는 양국 정보당국이 기밀을 공유하는 선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군사정보뿐만 아니라 군사정보시설까지 개방할 수 있도록 했고, 제16조에서는 상대국 군사기밀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국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보당국 간 서면동의로 협정을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국 간 군사협력을 훨씬 더 강화하는 쪽으로 협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의 군사협력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GSOMIA 체결 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로드맵까지 추진하다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GSOMIA 서명식을 비공개로 하자 사진기자들이 바닥에 카메라를 놓고 취재거부를 하며 항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한·미·일 체제


미국 정부가 협정 체결을 압박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속전속결’식 한·일 GSOMIA의 진행은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압박한 ‘미국 변수’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예비역 장성 ㄱ씨는 “미국이 GSOMIA를 통한 한·일 안보협력을 원하는 것은 한·미·일의 북한 위협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군사적 부담 상당 부분을 일본에 맡기겠다는 미국 의도도 반영됐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 ㄴ씨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한·미·일 미사일방어를 위한 공동의 교전수칙과 작전계획까지 공유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한·미·일은 미사일방어 공동훈련을 연례 행사로 하고 있다. 한·미·일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에는 위성 정보, 레이더 정보 등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GSOMI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당사국 간 군사정보의 비밀등급 분류, 보호원칙, 정보 열람권자 범위, 정보 전달과 파기 방법, 분실·훼손 시 대책, 분쟁해결 원칙 등을 담고 있다. 당사국들은 이 협정을 안전판으로 2급 이상 정보를 교환한다. 정부는 현재 일본을 포함한 21개국과 GSOMIA 협정을 맺고 있다. 이외에 13개국 및 1개 국제기구(NATO)와 군사기밀정보 보호에 관한 약정을 맺고 있다. 협정은 국내법 효력을 갖고 있으나, 약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GSOMIA 파기는 ‘일본의 손해’다. 상당수 군사 전문가들은 GSOMIA로 일본이 제공할 수 있는 고급 대북 정보가 더 많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정보수집 위성 6기와 탄도미사일 탐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내놓고 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미사일도 먼 동해상의 정확한 낙하지점 포착에는 일본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의 정보능력은 한반도 전구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북한 미사일이 동쪽이 아닌 한반도 남쪽으로 날아오는 경우에는 한국 정보자산으로 100% 잡아낼 수 있고, 일본 정보자산은 차후 분석 과정에 도움이 되는 정도기 때문이다.


■ 일본이 요구한 GSOMIA


원래 GSOMIA는 정보자산이 부족한 한국군이 1989년부터 먼저 일본에 제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군 정보능력을 얕잡아 본 일본은 소극적이었다. 이후 한국군이 이지스 레이더 등 탐지자산을 확충하고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자 일본은 2010년부터 GSOMIA 체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서로 2012년 체결이 무산되자 한·미·일 미사일 공조체계 구축이 급한 미국은 2014년 말 3국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한·일 양국은 이를 토대로 미국을 매개로 해 간접적으로 북핵과 미사일 군사정보를 공유했다. 한국군으로서는 미국을 경유한 북핵·미사일 정보가 적시성 면에서 제한이 있었을 뿐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2016년 한·미·일 안보협력을 내세워 한·일 GSOMIA를 관철시켰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당시 GSOMIA 체결 이유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내세웠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013년 발간한 보고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북한에서 미사일이 수분 내에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한·미·일 3국 미사일방어 공조에서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의 이지스함이나 백두(신호)·금강(영상) 정찰기가 수집한 감청·영상 정보(SIGINT·시긴트) 등에서 잡아낸 북한 미사일 움직임은 일본 측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때문에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일본 측에 훨씬 이득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올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한다. 일본은 절대 확보할 수 없는 고해상도 북한 지상 영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정보력은 미국의 종합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GSOMIA를 통해 한·일 군사정보를 묶으려 한 목적은 한·미·일 3각 안보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 정부는 GSOMIA 파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우리에게 GSOMIA를 강요했던 미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안보를 내세워 경제도발을 한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압력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GSOMIA 파기는 단순한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 쇠태(衰態)로 해석되면서 동북아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긴다는 의미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동북아 및 태평양 전략의 핵심적 기반이 훼손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주도한 한·일 GSOMIA를 한국 정부가 먼저 파기할 경우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균열에 대한 책임을 놓고 한·미·일이 낯을 붉힐 수도 있게 됐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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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장면 지켜보는 김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3종 세트’로 유사시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6일 공개한 이미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과 남측의 신형 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1967년 스틱스·샘릿 등 해외 도입으로 시작한 북한 미사일이 변형·유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급 발사 성공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3종 세트’로, 유사시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ICBM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증명되지 않았고, SLBM은 바지선에서 시험 발사한 것이어서 실제 잠수함 발사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 우주·미사일사령부(DEFSMAC)가 KN-23으로 분류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게임체인저 중 유일하게 성공을 인정받은 셈이다.


■ 진화와 교란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개발사를 크게 도입기(1960년대 말~1970년대 중반)와 모방 생산기(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 독자 생산기(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성능 개선기(1990년대 중반~)로 구분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 이후 단·중·장거리 미사일의 완전 전력화 및 체계화에 속도전을 펼쳤다. 그 결과 2017년 들어서부터는 동해상에서 태평양상으로 작전 반경을 넓혔고, 지난 25일에는 변형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편심탄도(Eccentric Ballistic) 비행의 일종인 회피기동을 할 때 ‘유사 탄도궤적’을 보였다. 추력 및 방향제어용 소형추진시스템 등을 이용해 정점고도를 낮추고 하강단계에서 풀업기동까지 한 것이다. 북한은 이를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저고도 활공 도약형 비행 궤도 특성’이라고 했다. 이 미사일은 50㎞ 정점고도를 찍고 하강했다. 50㎞ 이내는 성층권 영역이어서 비행체·탄두 유도 제어에 유리하다. 전체 비행거리 중 약 20%가 변형된 비행 패턴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과 천궁 등 한·미 지대공미사일은 이스칸데르급의 불규칙한 비행 궤적 때문에 요격 성공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이번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면에서 군의 허점을 찔렀다. 북이 이번에 발사한 두 발은 50여㎞의 일정한 고도를 유지했으며, 비행거리도 600㎞로 같았다. 군 당국은 이 두 발을 탐지·추적하는 데 있어 ‘사각지역’, 즉 레이더 음영구역을 노출했다. 마지막 궤적 추적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탐지거리가 800㎞가량인 그린파인 레이더는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될 때부터 이를 포착해 탐지했으나, 원산에서 430㎞ 이상 날아가자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지구 곡률(지구가 둥글어 생기는 각도)로 레이더 음영구역이 존재한다”며 “그로 인해 초기에 비행거리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동해 공해상에 이지스함을 배치했다면 레이더 음영구역을 없앴을 수 있었지만, 미사일 발사 당시 동해에는 이지스함이 없었다.


두 번째는 이스칸데르급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KN-06 단거리 미사일(사거리 150㎞) 발사차량과 혼동해 이스칸데르급 발사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이동식 발사차량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6일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미사일을 쏠 때마다 새로운 TEL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사용한 이스칸데르급 TEL은 지난 5월 초 이용한 것과 달랐다. 북한은 지난 5월4일 강원 원산에서 쏠 때는 차륜형 TEL을, 5월9일 평북 구성에서 발사할 때는 무한궤도(캐터필러)형 TEL을 동원했다. 지난 25일에는 KN-06 차륜형 TEL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적재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발사 2주 전부터 KN-06 계열의 지대공미사일 TEL과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TEL을 섞어 동해안으로 전개했다가 일부를 남겨 놓고 철수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KN-06 발사를 예측했는데, 정작 발사한 것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었다. 이는 다양한 이동발사대 동원으로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혼란을 야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스칸데르급 발사에 대비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E-737의 출동이나 이지스함의 동해 공해상 배치를 하지 못했고, 이는 600㎞까지 날아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궤적을 놓치는 사태로 이어졌다.


북한이 보유한 이동식발사대(TEL)는 110여기로, 통상 4축에 바퀴 수가 8개인 스커드 계열 발사용이다. 5축에 바퀴 수 10개는 노동미사일 발사용으로 분류된다. 한·미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등 영상 정보로 미사일 종류를 판단할 때 사전에 움직이는 TEL의 바퀴 숫자로 1차 기준을 삼았는데, 이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빨리·멀리 보고, 재빨리 요격’하는 군 대응책에도 일정 부분 구멍이 났음을 의미한다.


■ 스커드 대체


고체추진체를 사용하는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발사 준비 시간이 짧은 데다 저각 발사로 레이더가 조기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다. 기존의 액체추진체로 발사되는 스커드와 같은 단거리 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종으로, 남측에 새로운 위협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5∼16분 만에 두 발 연속 발사가 가능하다. 액체연료형의 경우 발사 준비에 1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에 견주면 효용성과 생존성이 훨씬 뛰어나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북한이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줄이고, 노동·무수단 미사일은 보유량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고체 연료인 이스칸데르급으로 액체 연료인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것을 이번 시험발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 환경에서 새로운 유형의 단거리 미사일 등장은 심각한 위협이다. 게다가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탄두를 분산자탄형, 연료기화탄, 관통포탄, 전자기탄 등으로 다양화할 경우 위협 강도는 배가된다.


도깨비 궤적

저고도 불규칙한 회피 기동

군, 마지막 궤적 탐지 못해

이동식 발사차량 혼용하거나

300㎜ 방사포와 섞어 쏘면

우리 측 대응 한층 어려워져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300㎜ 방사포를 혼용 운용하면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러시아군은 2010년쯤 300㎜ 대구경 방사포와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군도 이를 벤치마킹해 지난 5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300㎜, 240㎜ 방사포와 섞어 발사했다. 이는 남측 포병·방공 작전의 혼선을 초래해 요격시스템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 역시 상이하기 때문이다.


■ 살라미식 발사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발사에 대해 관영매체를 통해 ‘전투적 성능 지표들이 만족스럽게 검증’됐고 ‘완벽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새로 작전 배치하게 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라는 표현도 썼다. 미사일 개발을 최종 완료하고 양산체제 및 작전부대 배치와 실전 운용까지 가능함을 시사한 것이다.


고무줄 사거리

북, 최근 600여㎞까지 발사

제주 외 남측 전역 타격 가능

1000㎞ 넘을 땐 미국도 고민

고체연료 사용, 연속발사 용이

액체연료 쓰는 스커드 대체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사거리를 200~400여㎞에서 600여㎞로 늘리고 있다. ‘고무줄 사거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사거리 조절이 가능한 것이 확실하다면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미사일 ‘3대 벨트’에 고루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미사일 3개 축선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50~90㎞ 떨어진 1벨트와 비무장지대 북방 90~120㎞ 지역인 2벨트, 비무장지대 175㎞ 북쪽의 후방지역인 3벨트로 통상 구분된다.


사거리 600여㎞만 해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남측 전역 타격이 가능하다. 주요 군사시설인 계룡대, 평택 미군기지, 사드 배치 지역,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배치 지역 등은 물론, TEL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사한다면 미국 항공모함이 기항하는 일본 사세보항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를 1000㎞ 안팎으로 확장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1000㎞라면 단거리를 넘어 준중거리 미사일(MRBM)로 분류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살라미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 거리를 늘려 1000㎞까지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에 대한 정치적 대응에서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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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서해 행담도 휴게소 인근 해상에서 ‘잠수함 잠망경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지난 17일 군이 보인 태도가 딱 그짝이다. 잠망경 추정 물체 신고는 5시간 만에 신고자의 착각으로 결론이 났다. 이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는 언론에 두 차례 문자 공지를 하고 상황 종료 후 작전상황 백브리핑까지 실시했다. 이는 과거 사례와 견줘 매우 이례적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합참은 5시간 동안 벌어진 해프닝에 대해 마치 중계하듯 브리핑했다. 고속도로 순찰대원의 신고 순간부터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32사단에 전달된 과정, 신고 내용이 다시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합참에 전파돼 박한기 합참의장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관련 상황을 보고받고 위기조치반을 가동한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장관과 합참의장 주관의 상황평가회가 열렸던 사실도 전달했다. 그러면서 현장 해역 수심 등을 고려할 때 오인 신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지만, 해상과 육지에서 수중 침투 상황 등에 대비한 다중 수색·차단 작전을 펼쳤다고 했다. 수로 집중탐색 작전과 대잠초계 작전을 실시하고, 침투자의 이동속도를 고려한 차단 작전도 전개했다는 것이다.


합참은 오인 신고 가능성이 큼에도 관련 상황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개한 배경에 대해 “병력이 현장에 출동하면 외부에서도 알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군의 정상적인 노력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달빛이나 등대에 비친 물체를 보고 신고하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사건’ 등을 계기로 불거진 은폐·축소 논란을 고려한 조치라는 점도 밝혔다. 그러면서 출동한 장병들이 다 휴대폰을 쓰고 있고 이후에라도 알려질 부분이라서 설명한 거라고 했다. 최근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해군 2함대사령부 거짓 자백 등 잇단 은폐·조작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군이 혹시라도 모를 논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상세하게 브리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군 당국의 이례적인 ‘친절’은 잇단 경계작전 실패와 은폐·조작 의혹으로 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정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신 대공 수색·탐지 작전 상황을 공개하는 합참 장성들의 표정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군 당국의 이 같은 대언론 브리핑은 군의 ‘전략적 소통’, 즉 전략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에 따라 이뤄진다. SC는 9·11 테러 이후 미군의 전략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강화·유지하기 위한 개념으로 만들어졌다. 한국군은 미군을 모방해 ‘핵심 대상’에게 영향을 극대화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며 SC를 활용하고 있다.


군이 규정하는 SC는 “전·평시 국가의 전략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대상의 인식, 신념, 행동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부 차원의 통합된 체계와 과정”이다. 문제는 군이 국민을 상대로 SC를 적용하면서 정확한 상황을 전달하기보다는 기만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6월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반도 연합훈련을 ‘로키(low-key)’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놓고 국방부는 “연합훈련을 진행하되, 전략적 소통 차원에서 과다한 홍보를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발언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약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훈련은 과거처럼 고강도로 하지만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만 자제하겠다는 건지 모호했다.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 무능을 숨기기 위한 의도로 필요하다면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을 부풀리는 것도 SC에 포함했다. 


이런 사례는 약과다.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불리한 건 숨기고, 변명거리는 장황하게 늘어놓는 게 요새 군의 SC다. 과거 정부와 다를 바 없는 ‘이기적 소통(Selfish Communication)’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탄핵정국 때는 군사뉴스 자료를 집중적으로 뿌려 이른바 ‘시국 물타기’를 시도하기도 했다. 군사뉴스를 양산해 탄핵뉴스 꼭지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대선정국에서는 안보 위기감을 키우려 했다는 의혹을 샀다. 실제로 탄핵정국 당시 각군 총장들과 해병대사령관의 훈련 지도 보도자료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급증했다.


심지어 댓글 공작까지 SC 일환으로 여겼다. 이명박 정부 때 군의 댓글 공작을 주도한 이태하 전 사이버사 530단장(심리전 단장)은 “한국 대·총선, 미 대선, 러 대선 등 과도기를 이용한 북한·종북(세력의) 활개가 예상된다”며 “전략적 커뮤니케이션(SC)에 따라 국가·국방정책 홍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서 보여준 군의 ‘SC 메시지 관리’는 대실패작이었다. 군 수뇌부는 잘못된 SC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책임을 야전군 지휘관에게 떠넘겼다. 윗선이 두리뭉실하게 또는 딴 얘기를 하면 부하가 책임을 안고 가는 꼴이었다. 이 과정에서 지장·용장·덕장은 없었다. 다만 운으로 진급하고 영전했다는 ‘운장(運將)’과 책임을 피하기 위해 침묵하는 ‘묵장(默將)’만 있었다. 국방부가 주요한 언론 관련 대응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가이드라인(PG)’을 작성한다는 것을 알 만한 군 간부는 다 알고 있던 터다.


국방 역시 공공재다. 최근 군에 대한 불신은 공공재 정보를 선택적으로 알리고 수위를 조절해 여론을 관리하려는 SC에서 비롯됐다. 군 고위층을 두고 책임에서 빠져나가는 자신들을 위한 SC만 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입맛에 따라 팩트도 무시하고 여론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른바 SC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고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된다. 군이 국민의 알권리가 뭔지를 모르는 철학의 빈곤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호들갑스러운 잠수함 ‘오인 신고’ 브리핑을 보면 아직 먼 길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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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한·미,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개념 놓고 이견

ㆍ미국은 ‘6·25 참전국’이 아닌 국가들에도 문호 개방해 몸집 키우기 움직임

ㆍ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중국 견제’를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분석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수’로 등장했다.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의 잘못된 번역과 미국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일군 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일련의 사건들이 빚은 결과다.


유엔사의 미래는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이지만, 양측은 애써 구체적 언급을 피해 왔다. 유엔사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조율이 어긋날 경우 동맹의 또 다른 주요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유엔사 영역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유엔사 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 유엔사는 ‘휴화산’


한·미 양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가 규정한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은 ‘6·25전쟁 당시 전투 병력을 파병한 국가 중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워싱턴 선언(1953년 7월27일)을 통해 재참전 의사를 표명한 나라’로 똑같았다.


그러나 미 합참이 지난해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을 개정하면서 한·미 간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정의가 달라졌다. 미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을 확대시킨 후 6·25 의료지원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가입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측이 주장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이들 3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투 파병 14개국 등 총 17개국이다.


미국은 앞으로 6·25 참전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가입국가라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엔사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엔사 회원국가도 이들 17개국으로,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유엔사 연락장교단은 대부분 대사관 무관이나 외교관들이 겸직하면서 군정위 순환대표, 정전협정 조사관 등 유엔사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사 연락단을 운용하고 있을 뿐 회원국은 아니다.


미국은 최근 주한 독일무관을 유엔사에 파견하는 방안을 독일과 협의했다.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미국과 독일의 협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독일이 파견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독일이 동의했을 경우 우리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일단 6·25전쟁 참전국을 대상으로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확대한 후 6·25 비참전국으로까지 문호를 개방해 늘려 나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측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가입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다만 유엔사는 지난 11일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일본은 (한국 정부 기준으로)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체 “유엔사 해체하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엔사 전력제공국 확대와 관련, ‘미국 규탄 및 유엔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해체 VS 강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을 보면, 남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진보진영 단체들은 평화협정이 미래에 체결되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되므로 정전체제 유지·관리를 담당해 온 유엔사는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엔사 해체는 유엔사가 창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거나 미국 정부가 해체 결정을 내려야만 가능하다는 게 국제법적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은 2014년부터 본격화한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엔사 부사령관을 미군이 아닌 장성에게 맡긴 것은 처음이었다. 후임으로도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소장이 임명됐다. 유엔사 참모장으로 취임한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을 겸직하지 않은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전략은 크게 세 방향이다. 첫째는 미군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 주요 보직을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사 주요 보직에서 미군을 줄이는 대신 영국, 캐나다 등 한·미를 제외한 다른 16개국의 인원을 증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비무장지대(DMZ) 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전에는 거의 한국군에 맡겼으나 앞으로는 유엔군 스스로 독자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라도 평화협정 내용에 평화협정 준수 감독 및 분쟁 발생 시 사실 조사 등을 유엔사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이브 아이(Five Eye)’로 불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유엔군 재활성화’의 핵심이다. 지난 5년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사 참여국들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참가가 늘었다.


미국의 구상은 유엔사의 현 상태를 유지하되 유엔사 참모 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를 한반도 작전 주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측은 지난해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관련 약정(TOR-R)을 맺었다. 2급 비밀로 분류된 이 약정은 그동안 모호했던 유엔사와 연합사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을 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가진 연합사령부로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우려하는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현실적인 작전 주도 능력이 없으면 유엔사로 작전권이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미래연합군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항모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 전략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한·미 장성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형편이다.


미국이 유엔사 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 평화관리 기구’로 변환해 존속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유엔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롤랜드 윌슨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지난달 한반도 안보환경 평가 세미나에서 “미래에는 유엔사 역할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나토를 벤치마킹한 동맹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 앞날에 대한 진단이 제각각인 가운데 미국은 이미 유엔사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엔사는 50년 전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 때처럼 유엔안보리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사 강화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불러 협상 과정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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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실버스타 2019.08.04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49년 6월말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7월1일부터 국군의 지휘권이 한국군에 돌아왔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7월1일 이후에도 지휘통제권이 계속 미국에 있었습니다.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

    1950년 1월 26일 협정서명
    1949년 7월 1일 소급발효

    < 제1조 골자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과 경찰의 조직 통할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

    1960년 10월 21일 개정서명
    1960년 10월 21일 발효

    < 제1조 개정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의 조직관리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

    -------------------------------------------------------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는 뜻은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대통령)보다 우위라는 뜻입니다.
    조직 통할은 작전통제,군수,인사,행정 모두 포함되고 그때는 작전통제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국군과 경찰의 모든 통제는 군사고문단이 한다는 협정입니다.
    이유는 미국에서 제공하는 군사원조를 유용하게 쓰기위한 조건이며 원조를 받는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군사고문단은 미국 대사관 소속이기에 미국 국무장관에게 국군과 경찰의 지휘통제권이 있습니다.

    한국군의 참모총장은 미국 군사고문단의 명령에 따랐고 허수아비에 불과했습니다.
    1960년 10월21일 되어서야 겨우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로 바뀌었습니다.

    이형근 장군이 말한 10대 불가사의는 모두 군사고문단의 작품입니다.
    모든 책임을 채병덕에게 뒤집어 쒸우고 무능한 사람으로 비하합니다.
    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협정 내용을 감추고 막연히 군사고문단이 조언만 했다고 합니다.
    군사전문가도 무기와 탄약의 관리를 고문관이 직접 했음을 수치로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6.25전쟁중 다급한 국군은 눈치게임으로 고문관을 이겼죠 ?

    1950년 7월 14일 맥아더가 한국군의 지휘통제권을 인수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맥아더가 이승만 대통령이 자기에게 지휘권을 의뢰하는 편지를 받았으니 이를 수락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즉 한국은 발표가 없었고 지휘통제권을 넘길수도 없습니다.
    협정에 따라 국군의 지휘통제권이 국무장관에 있는 상태에서 이승만 대통령도 권한이 없습니다.

    평시작전통제권 전환시 미 국무부가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받은 사실이 없어 돌려줄 필요도 없다"

    작전통제권은 미군이 아닌 미 국무부에 있었고 1960년 10월 21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작전통제권이 미군에 넘어간 사실이 없으나 앞뒤가 맞지않는 현실에 미국도 부담이 될것입니다.
    미국도 작전통제권을 빨리 넘겨서 과거의 이상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것입니다.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지난 3일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핵심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관련자들의 징계도 끼워맞추기식으로 진행돼 ‘엿장수 맘대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승복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북한 소형목선 상황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을 예하부대 경계작전태세 감독의 소홀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조치했다. 또 평시 해안경계태세 유지의 과실이 식별됐다며 육군 8군단장을 보직해임했다.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제1함대사령관에 대해서는 통합방위태세 유지에 과오가 밝혀졌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앞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17일 군의 경계작전은 관련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시행되었으므로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되었다’고 밝혔다. 해상이나 해안선 작전단계에서 목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메뉴얼 등 시스템 문제로 추후 보완할 요소가 있지만, 인사 문책까지 할만큼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군이 경계에 실패했다’고 질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꾸려져 그동안 관행이었던 시스템 문제까지 해당부대 지휘관들이 책임지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한 책임 있는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나갔다.


■휴가중 ‘날벼락’ 맞은 사단장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장은 휴가 중이었고 행정부사단장이 직무대리를 수행 중이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23사단장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 당직근무자는 행정부사단장에 대한 보고를 누락하고 대량문자전송서비스 및 고속상황 전파체계로 예하부대에 전파하지 않아 상황 판단을 안일하게 한 것이 드러났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상시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했어야 할 23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당직근무자의 실수를 문책하지 않은 것은 군의 사기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징계의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 것임을 국방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국방부는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해경의 전파를 ‘늑장 보고’한 군 실무자들에 대해서도 ‘기관 간 규정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문책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마치 23사단장이 전투준비태세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징계하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통합방위태세 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강원도 동부지역 통합방위 책임자는 8군단장이다. 동해안에서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통합방위 사령관인 8군단장이 해군과 해경을 통합지휘하는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도 마련돼 있다. 통합방위지침 제13조(군과 해양경찰 간의 지휘 및 협조체계)에 따라 대북 상황 발생시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육군 23사단은 8군단 지시를 받는 부대다. 육군 23사단과 해군 1함대, 동해 해양경찰청도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을 숙달하기 위해 매년 화랑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 해경은 상황전파 대외기관으로 1함대만 지정하고 지역책임부대인 8군단과 23사단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 합동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민관군 통합방위훈련인 화랑훈련이 동해 바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해군과 해경 사이의 공조체계를 중심으로 실시돼 왔던 데 따른 것이다. 육군 부대인 23사단과 해경 사이에는 직통 라인이 개설되지 않았던 사실은 이번에 조사됐다.


게다가 군은 유선과 C4I 위주로 상황을 전파하고 FAX는 일반자료와 문서를 받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해경은 FAX로 신속한 상황전파를 하게 돼 있는 등 정부 유관 기간 사이에 서로 관련 규정이 달랐던 사실도 정부 합동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23사단 당직근무자는 북한 목선이 지난달 15일 오전 6시20분에 삼척항에 접안한 지 55분이 지난 오전 7시 15분에 해군 1함대사령부로부터 최초 상황을 접수했다. 이후 23사단 당직근무자는 오전 7시 22분에야 해안대대에 관련 상황을 유선으로 전파했다. 이마저도 해안 소초까지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아 소초 초동조치부대는 오전 7시 25분에 상황을 접수받고 07시 35분에 소초를 출발하여 3.5㎞ 떨어진 현장에는 오전 7시 45분에 도착했다. 그때는 이미 북한 소형목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고 난 뒤 10분이나 지난 후였다.


이런 제반 사항 등을 감안했을 때 국방부는 23사단장의 경우 화랑훈련 등을 통해 통합방위체제를 유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실패했다고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통합방위체계 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동해해경으로부터 최초상황 및 북한 소형목선 예인상황이 사단에 통보되지 않는 등, 상황공유 및 협조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 상황 발생 후 부대 내부적으로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도 지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방위체제 유지의 과오를 묻는다면, 이번 사건의 책임을 현 23사단장에게만 묻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런 잣대라면 과거 23사단을 거쳐간 지휘관들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합동조사단은 애초에 해경의 상황전파 대외기관에서 23사단을 뺀 메뉴얼이 작성된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존 상황전파 메뉴얼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23사단장에게 지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뒤늦게 상황전파 지연 문제와 관련해 ‘긴급상황보고 목록 보완’, ‘군-해경 간 지휘협조체계 강화’, ‘유관기관 간 지휘관 회의 및 실무협의체 정례화’, ‘유관기관 간 다중전파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또 통합방위지침(제13조)을 개정해 각 군과 해경·경찰 상호간 상황전파 및 정보공유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2019넌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모습. 국방부


■국방부의 ‘유체이탈’


이번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 대한 징계 대상에서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 나갔다. 이들은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였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가 북한 어선이 표류했고, 발견 위치도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인근이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허위 브리핑 논란이 일면서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진형 국방부 정책기획관(육사 44기)은 지난달 26일 실시한 ‘북한 목선 사건’ 합동조사 브리핑에서 북한 어선의 발견 위치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한 경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저희가 북한 상황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군사보안 때문에 그 지점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오해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인근’이란 표현 등으로 ‘허위보고·은폐’ 의혹을 야기한 국방부 보도문안 작성에 관련한 간부 중 핵심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국방 현안을 청와대와 조율하는 것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역할이다.


현역 육군 소장인 이 기획관은 육군 6사단장을 지냈다. 그는 2017년 9월 강원도 철원 6사단 사격장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길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이모 일병(22)이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부대장이었다. 당시 사고는 군 장성 인사가 늦춰지면서 군 지휘관들이 청와대와 국방부만 바라봐 야전부대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비판이 나오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6사단 사격장 사망 사고는 어이없는 인재였다. 부대 관리 부실로 사격장 사로는 표적이 고장났고, 출입통제 초소는 폭우로 떠내려갔는데 복구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통제 요원조차 사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일병을 포함한 일행들을 위험지역으로 통행토록 한 사실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군 당국은 이진형 6사단장에 대해 부대지휘 및 관리감독 소홀 등의 책임을 묻고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으나, 나중 그에 대한 징계는 심의후 유예되는 등 흐지부지됐다. 이후 이 소장은 부대관리 부실로 심각한 악성 사고를 야기하고도 군단장 진급이 유력한 자리인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영전했다. 그리고 나서는 야전부대 지휘관들의 징계까지 포함한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국방부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이번 북한 목선 사건 징계를 바라보는 야전군 간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방부 고위층이 자신들은 ‘유체이탈’하고, 청와대 눈치를 보며 ‘끼워맞추기’식 징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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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폐 의혹 등을 빚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상당부분 마무리돼 곧 결과가 발표된다. 사진은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을 해경정이 지난달 15일 예인해 가는 장면이다. 독자 제공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을 조사해온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이번주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군의 ‘허위보고·은폐 의혹’과 ‘경계근무 태세 문제’ 두 가지다. 이를 놓고 국방부 감사관실을 주축으로 작전·정보 분야 군 전문가,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1일 현재 큰 틀의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사항을 확인 중이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 발표 날짜와 장소 등을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다.


야권 등에서 지적한 청와대가 관여한 정황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 차원에서 설명할지, 아니면 아예 ‘무시 전략’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육군 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 합동조사단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0일부터 합동참모본부, 해군 1함대와 육군 23사단 등에 대한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북한 목선의 항적 분석 등을 통해 경계근무 태세와 보고체계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인근’은 군 용어인가


삼척항 ‘방파제 입항’을

‘인근서 발견’으로 발표

축소·은폐 의혹의 발단

청 “군 용어일 뿐” 거들어


군이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언론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은폐 또는 허위·축소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은 이번 합동조사의 핵심이다. 군의 허위보고·은폐 의혹은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17일 백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이 실제 발견된 장소인 ‘삼척항 방파제’를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하면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는 군 당국이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북한 목선이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는 게 논란으로 확산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방부의 지난달 17일 발표에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인근은) 군에서 대북 보안상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며 “해경 공지문에서 발표한 목선 발견 지점(삼척항)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이미 공개된 장소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드린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브리핑에서도 “(국방부 발표 중) ‘인근’이라는 표현은 군에서 많이 쓰는 용어”라고 재차 언급했다.


고 대변인의 설명은 ‘팩트’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합참은 탄도미사일 발사 장소와 같은 북한 정보 사안을 브리핑할 때 정확한 좌표를 밝힐 경우 군의 대북 정보능력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인근’이나 ‘일대’ 표현을 써왔다. 지난 5월4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오늘 09시06분경부터 09시27분경까지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발사하였음’이라고 발표한 것이 최근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북 정보사안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우선인 공보사항에 대해 ‘인근’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을 은폐하려고 의도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짙다. 군 당국은 사건 당일 이미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는 모습을 여러 주민이 목격한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눈 가리고 아웅’식 브리핑이 통할 것으로 봤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군 안팎에서는 합동조사단이 허위보고·은폐 의혹의 발단이 된 브리핑에 대해 용어 사용이 부적절했던 측면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식으로 정리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설명이 신중하지 못했지만, 징계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식의 결론이 나면서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은폐 책임자는 누구


국방장관 주재 연석회의서

언론 가이드라인 만들어

군 합조단 ‘셀프조사’ 한계

부실 조사 가능성 우려 나와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내려온 지난달 15일부터 16일, 17일 등 사흘에 걸쳐 매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주재한 관계자 회의가 열렸다. 1.8t 규모의 목선이 함북 경성에서 삼척항까지 군경의 경계를 뚫고 700~800㎞를 이동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허위보고·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지난달 17일 브리핑을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는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과 대변인,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과 공보실장 등 6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는 합참 작전 담당 조직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 삼척항 방파제란 구체적인 위치를 빼고 ‘인근’이란 단어를 집어넣은 PG(언론 가이드라인)가 만들어졌다. 내부 문건 원본은 북 어선이 15일 오전 6시50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적시하면서 관련 요도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으로도 기술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목선이 엔진으로 움직여 삼척항에 입항한 사실을 숨기고 표류한 것처럼 브리핑하기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목선은 지난 15일 야간에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한참을 대기했다.


실제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삼척항 입항’이 명시된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브리핑 준비 과정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전비태세검열실장인 조모 해병 소장은 “(삼척항에 들어와 있는 북한 목선을 주민이 신고한 것을 지난달 17일 브리핑에서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PG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국방부의 언론대응 지침에 따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PG를 누가 작성했느냐는 점이다.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ㄱ씨는 “언론대응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주로 장관과 정책실장, 관련 부서 국·실장, 대변인이 머리를 맞대고 브리핑에 필요한 PG를 만든다”며 “장관이 작성된 PG를 최종 승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관행대로라면 국방장관도 PG 작성에 일정 부분 이상 관여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이순택 국방부 감사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이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을 조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방부 장관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합동조사단이 과연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까지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합조단의 결과가 나오나 마나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부실 조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났다. 국방부 차원의 ‘셀프조사’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국방부 백브리핑에 두 차례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관계당국의 허위보고·은폐 의혹 논란을 키웠던 김모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에 대한 합동조사단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논란거리다. 해군 대령 진급 예정자인 김 행정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야당에서 주장하는 청와대의 개입 여부가 정확히 가려질 수 있어서다.


경계 실패인가


군 ‘경계 실패’ 인정했지만

“작전 문제없었다” 주장도

해경과 ‘통합방위’에 허점

NLL 경계 근본대책 필요


국방부는 합동조사단이 공식 조사를 착수하기도 전에 경계 실패가 명확하다고 정의하고, 정 장관은 지난달 20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 검열실장은 지난달 17일 최초 브리핑에서 “경계작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9일 브리핑에서 “합조(합동심문조의 조사) 결과 대입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일부 과오가, 미비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작전이 됐지만 탐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서는 레이더에 포착된 표적을 판독하고 식별하는 작업과 경계근무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감시레이더 한 대에 북한 목선이 남긴 물결 흔적이 찍혀 있는 것이 사후 조사 과정에서 파악됐지만, 해당 경계요원의 책임구역 밖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지역에서 대북상황이 발생하면 해군과 해경을 지휘하는 통합방위작전 책임을 지는 육군 23사단이 해경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직접 통보받지 못한 것은 통합방위 허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계 전력을 강화한다 해도 ‘북·중 합영조업구역’ 확대로 조업 경쟁에서 밀린 북한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면서 해상 경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중국 어선들이 조업할 수 있도록 수천만달러를 받고 꽃게철인 4~6월에는 서해 조업권을, 오징어철인 6~12월에는 동해 조업권을 판매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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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경계태세 문제점의 해결책에 대한 군의 태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단 불리한 건 숨기고, 변명거리는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군이 좋아하는 전략커뮤니케이션(SC)이다. 그런 후 장비가 노후화됐느니, 감시전력이 충분치 않느니 하면서 국민들에게 읍소한다. 잘못을 나무라고 때릴 땐 때리더라도 안보를 위해 줄 건 줘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그러다보면 책임소재를 놓고 직위해제나 보직해임 등으로 한바탕 푸닥거리를 벌이고, 대신 신형 무기나 장비를 손에 쥔다. 마치 무슨 태권도 품새라도 펼치는 듯 순서가 딱딱 맞아떨어진다. 국민감정과 정치권 질타에 편승한 대증요법만 난무하고, 정확한 현상 진단은 뒷전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사건 때로 돌아가보자. 북의 연어급 잠수정에 해군 초계함이 침몰하는 역대급 참사가 발생하자 군은 여러 정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국방부는 천안함이 침몰하는 장면이 찍힌 열영상감시장비(TOD) 영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거짓이었음이 금방 들통났다. 이후 언론 브리핑도 계속 헛발질이었다. TV로 생중계되는 브리핑에서 국방부 대변인은 “거짓말하지 말라”는 기자들의 항의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합참의장을 해임하고 간부들을 줄줄이 징계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군은 서해에 배치된 대잠 소나가 구형이어서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변명을 빠뜨리지 않았다. 해병대는 TOD 노후화를 주장하며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음탐 장비와 초계함의 레이더 교체, 소해헬기 도입, 대포병레이더(AN/TPQ-36·37)와 K-9 자주포 고정 배치, 신형 TOD 배치 등으로 이어졌다.


2010년 11월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때는 업자들과 일부 군인이 국민을 등쳤다. 국방장관이 경질되고 군은 서북도서 북쪽 북한군, 특히 포병 동향을 24시간 감시한다는 명목으로 240억원을 들여 무인 전술비행선 2대를 도입했다. 그러나 2대 모두 파손되거나 추락했다. 알고봤더니 이 전술비행선은 이미 수년 전 효용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포격 도발을 틈타 들여온 것이었다. 마약 단속 등의 목적으로 주로 미국 남부 해안지역에서 사용하던 전술비행선을 바람이 강하고 기온차가 큰 서북도서에서 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


대당 50억여원에 달하는 음향표적탐지장비 ‘할로(HALO)’의 도입은 더 기가 막힌다. 할로 역시 우리 군에 적합한 장비가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던 것인데, ‘땜질처방’ 전력으로 긴급 배치됐다. 할로는 파도가 심한 서해5도 지역에서는 파도 소리 등에 간섭을 받아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사막지대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할로를 서해5도에 배치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닌 듯싶다. 군 당국은 지난 17일 “북한 귀순 선박이 높이 1.3m, 폭 2.5m, 길이 10m로, 당시 동해상 파고 1.5∼2m보다 낮아 근무요원들이 파도가 일으키는 반사파로 인식했다”고 했다. 이 배가 엔진 동력으로 삼척항 부두에까지 접안한 사실은 아예 숨기고 통일부 발표를 인용했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면서도 벌써 군 관계자 입을 빌려 ‘해안 감시전력 보강’ ‘견고한 해안 감시시스템 구축’ 등 얘기가 나온다. 해안 감시레이더와 TOD를 대거 해안에 깔겠다는 것이다. 장비가 수명 연한을 넘겼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해안 감시레이더 핵심 부품을 개량하거나 신규 장비를 도입해 대체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중에서 해상을 밀착 감시할 수 있는 초계기 전력 보강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TOD는 야간에만 운용하기 때문에 해가 뜬 이후 삼척항에 접근한 북한 귀순 어선 탐지와는 관계없는 장비다. 연안 레이더 탐지 역시 소형 선박이 정지돼 있거나 저속으로 파도 높이로 움직여도 레이더 조사 각도에 따라 희미하게라도 인식되는 것을 근무요원들이 훈련을 통해 체크하는 방법을 익히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근무요원의 숙련도가 더 필요하고, 이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더 필요할 뿐이다.


해안선 영상감시체계와 해양수산청·해경의 폐쇄회로(CC)TV에도 귀순 어선이 촬영되어 있었지만, 남측의 어선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 역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 문제다.


군과 해경은 57시간이 넘는 동안 이 선박의 동태를 식별하지 못했다. 만 이틀이 넘는 동안 우리 영해상을 떠돌아다닌 것을 포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 선박이 간첩선이었으면 어떡할 뻔했느냐는 주장은 논리 비약이다. 바다에서의 군 작전은 잠수함 또는 고속 침투하는 반잠수정과 같은 해상 침투 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하거나 적 동향을 주시하는 방향으로 특화되어 있다. 경운기 동력 수준으로 움직이는 소형 목선을 잡는 것은 주요 업무 밖이다. 그래서 바다에서는 군의 몫과 해경의 몫이 따로 있다. 민간 어선의 신고 도움을 받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소형 목선까지 쪽집게처럼 잡아내려면 군의 경계작전 개념과 계획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번 북한 소형 목선 귀순 사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핵심은 군이 왜 ‘엉터리 브리핑’으로 국민 불신을 초래했느냐였다. 애초에 군의 해상작전 대응의 개념과 한계를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으면 될 문제였다. 그러나 군이 불편한 것을 감추기에 급급해 불신이 확산됐다. SC의 부작용이다.


물론 조사과정에서 허위보고나 은폐행위가 드러나면 당연히 처벌해야겠지만, 그것보다 ‘엉터리 브리핑’을 하도록 뒤에서 조종한 ‘숨은 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다. 


군의 과거 사례를 보면, 사건 파장이 계속 확산되면 흔히 고위층이나 상부로 불리는 ‘숨은 손’은 더 깊숙이 숨고 먼지털이식으로 ‘희생양’을 찾은 일이 다반사여서 하는 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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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F-4E.


F-35 스텔스 전투기는 JSF(Joint Strike Fighter)로 불린다. 공군과 해군, 해병대가 함께 통합해 사용한다는 의미다. JSF에 앞서 미국 해군과 해병대, 공군이 함께 주력기로 처음 사용했던 전투기는 F-4 팬텀이다. 팬텀은 애초 미 해군용으로 개발됐으나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미 국방장관 지시로 공군과 해병대도 임무 특성에 맞게 개량한 기종을 운영했다.


F-35와 F-4의 또 하나 공통점은 대량 생산이다. 미군이 도입하려는 F-35 대수는 2243대다. 여기에 개발에 동참한 영국을 비롯한 8개국 소요와 수출까지 포함하면 F-35 생산 대수는 3000대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팬텀은 1961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981년까지 5195대가 생산됐다.


■ F-35에 둥지 내준 F-4E


공군의 청주 제17전투비행단은 ‘F-4E 팬텀의 고향’이다. 1977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F-4E 팬텀 95대가 지난해 1월까지 청주 비행단에 둥지를 틀었던 까닭이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당시 전두환 군부는 북한에 응징보복하겠다며 청주 기지에 F-4E 전투기로 구성된 ‘살수 대기’ 부대를 만들기도 했다. 말하자면 원조 ‘참수 부대’인 셈이다. 이는 그만큼 군 수뇌부가 F-4E 팬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F-4E 팬텀은 청주 기지의 ‘터줏대감’ 자리를 F-35A에 넘겨줬다. 마지막까지 청주 비행단에 배치됐던 F-4E 팬텀 대대는 지난해 1월 수원 제10전투비행단으로 옮겨 갔다. 전력화가 시작된 F-35 스텔스기 부대에 둥지를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공군의 첫 스텔스기인 F-35A 2대는 지난 3월29일 청주 기지에 도착했다. 올해 말까지 10여대가 배치되고 2021년이면 청주 기지에 F-35A 40대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된다.


한국 공군에 처음으로 인도된 F-35A.


북한은 우리 공군이 F-35A 전투기 2대를 처음 배치하자, 지난 4월 ‘동족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 공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F-35A의 스텔스 성능이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공군은 전통적으로 한반도 공역의 중심인 청주 기지에 최정예 비행부대를 배치해 왔다. 청주 기지에서 평양까지는 약 300㎞, 신의주까지는 약 500㎞다. F-35A는 북한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 기지, 비행장 등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F-35는 여러모로 F-4의 데자뷔 느낌을 준다. F-35와 F-4 모두 한국 공군의 전력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 체인저’다. F-35가 지금 공군 전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면, F-4는 1970년대 공군 전력을 수직 상승시킨 주역이었다.


한반도 하늘, 판도 바꾸다

1960~70년대 최강의 팬텀

베트남 파병 대가 무상임대

F-4D 18대 아시아 유일 운용

공군 전력 수직 상승의 주역

국민성금 구매 5대로 시작

개량 F-4E ‘참수 부대’ 원조

1994년 전력화한 KF-16과

공군 주력기로 종횡무진


F-4 팬텀 역시 ‘1960년대 말~1970년대’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였다. 동시대 전투기 중 비행성능 및 공대공, 공대지 등 모든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지금으로 치면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나 F-35에 해당하는 위상이었다. 대한민국 공군이 1969년 F-4 팬텀을 도입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팬텀을 운용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공군이 팬텀을 들여오기 전만 해도 북한 공군력은 한국 공군에 비해 수적으로 2배 이상인 데다, 성능 면에서도 우수한 미그 계열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깊게 분산 배치된 작전기지들의 주요 장비 및 시설물들은 엄체화 또는 지하화돼 있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5분 내지 15분 이내에 항공기 150여대를 전 기지에서 비상 출격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군은 북한의 이 같은 기습공격 능력과 주변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1966년 ‘공군력 증강 5개년 계획서’를 통해 1968년부터 F-4D 팬텀을 도입할 것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 무렵은 1968년 1월21일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1월23일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이 발생한 때였다.


삼척, 울진 무장공비 사건 등도 연이어 일어나면서 한국 정부는 당시 베트남에 파병한 국군의 철군을 고려했다. 미국은 자국 다음 규모의 대병력을 파병한 국군이 철군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해 한국을 달래려 팬텀 공급을 약속했다. 


당시 국군이 보유 중인 F-5A를 베트남에 보내는 대신 F-4D 18대를 임차해 준 것이다. 임차 조건은 가격 무료, 기간 무기한이었다.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군은 무상임대했던 F-4D 18대의 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공군 전력의 감소를 우려한 정부는 국민성금 163억원을 모아 1975년 이 중 5대를 구매했다. 이 5대가 ‘방위성금헌납기’로, 공군은 헌납 전투기 편대를 ‘필승편대’로 명명했다. 


이후 공군은 F-4D를 추가 도입했고, 대구 제2전투비행단에서 F-4D 74대를 운용하면서 팬텀은 공군 주력기로 자리매김했다.


‘1980~1990년대’에도 팬텀은 7.25t에 달하는 강력한 무장 능력과 고성능 레이더 및 항법장치 등을 갖춘 다목적·전천후 항공기로 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다. 공군이 1994년 KF-16을 전력화하기 이전까지는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는 전투기로 공대공 및 공대지 임무를 수행했다. KF-16 도입 이후에도 F-4 팬텀은 (F-16 계열 항공기와 함께) 한국 공군의 핵심전력이었다.


F-4E 팬텀기가 지난 4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공군의 주력기로 활약한 ‘방위성금헌납기’ F-4D 필승편대의 비행 모습. 공군 제공


■ ‘불멸의 도깨비’


국내에서 F-4 팬텀의 별명은 ‘불멸의 도깨비’다. 수평꼬리날개 사이로 두 개의 엔진이 내뿜는 붉은 화염은 도깨비 얼굴을 연상시킨다. 팬텀의 전투력이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질 만큼 막강해서 붙었다는 설도 있다.


팬텀은 1958년 첫 비행을 한 후 1961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팬텀은 공중전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폭격 및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도 가능하다. 미군이 운용했던 팬텀은 핵폭탄까지 투하할 수 있었다.


한국 공군이 도입한 팬텀은 F-4D와 이를 업그레이드한 F-4E, 정찰기 버전인 RF-4C 등 세 종류다. 공군은 1969~1989년에 도입한 F-4D를 2010년 6월 퇴역할 때까지 100대 이상 운용했다. F-4D 생산 당시 설계수명은 4000시간이었다. 미 공군은 1974년부터 1983년까지 항공기 동체와 날개 등 18개 부위를 보강하는 항공기 기골보전 프로그램을 통해 수명을 8000시간으로 연장했다. 한국 공군도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이를 동일하게 적용해 수명을 연장했다. 이후 한국 공군은 정비사들의 노력으로 다시 F-4D 경제수명을 9600시간으로 추가 적용했다.


팬텀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단일기종 41년’ 기록 F-4D

마지막 대대 2010년 해체돼

현충원 등 7곳에 ‘위용’ 전시

‘불멸의 도깨비’ F-4E 대대

지난해 수원기지에 새 둥지

최후 20여대 2024년에 퇴역

청주기지 넘겨받은 F-35A

2021년 40대 ‘게임 체인저’로


마지막까지 F-4D를 운용한 151 비행대대는 단일 기종 41년 운용, 24년 7개월 무사고라는 기록을 세우고 2010년 6월 해체됐다. 더 이상 날지 않게 된 F-4D는 대전 현충원과 가평군청 등 지상 전시대 7곳에 전시되고 있다.


공군은 F-4를 개조한 RF-4C 정찰기 18대를 1989~1990년에 도입했다.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RF-4C 생산을 1966년 11월 시작한 이후 1973년 종료했다.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이 운용하던 RF-4C 정찰기를 1990년 9월 15억4000만원을 주고 처음 구매한 이후 군사분계선(MDL) 남쪽 상공에 띄워 북한군에 관한 정보 수집에 적극 활용해 왔다. RF-4C는 2014년 6월 한국 공군에서도 사라졌다.


공군은 아직까지도 수원 기지에서 F-4E 1개 대대 20여대를 운용 중이다. 지금도 근접항공지원 등 한반도 전구에서의 작전적 유용성은 지속되고 있다. 공군은 마지막 팬텀 20여대를 2024년 퇴역시킬 예정이다. 2024년은 F-4E 팬텀의 설계수명인 생산 후 45년이 되는 해다.


팬텀 개발국이자 최대 사용국이던 미국에서는 2016년 12월 표적기로 활용하던 F-4 팬텀을 공식 퇴역시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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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 월급은 19년만에 34배 인상

다양해진 병사 식단···푸드 트럭도 가능


병영 풍속도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병사들의 아버지 세대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낄만큼 변화가 빠르다. 봉급만 해도 상병의 경우 2000년 9900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33만6200원이다. 19년만에 34배가 올랐다.


식단 변화도 상전벽해다. 1년에 4차례에 불과하지만 육군의 경우 사단장 허가가 있으면 대대급 단위 식사 시간에 피자·치킨 등을 배달시킬 수 있고, 푸드트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육군 마스코트 ‘호국이’를 활용한 총검술과 수류탄 던지기 캐릭터. 출처/육군


■‘총검술’ 역사속으로


육군, ‘20㎞ 완전군장 행군’ 대체재 검토

소요진압 목적 실시하던 충정훈련은 구시대 유물

군. 면세담배 2009년 퇴출한 이후 ‘금연 상담실’ 운영


소총 끝에 대검을 꽂은 뒤 적과 육탄전을 벌이는 총검술 훈련은 군 신병교육에서 퇴출됐다. 해군은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의 특성상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총검술을 일찌감치 폐지했다. 공군 역시 신병 교육 훈련 과목 중 총검술 과목을 폐지하고 기지방어 기술과 통합했다.


육군도 최근 신병교육 과목을 통폐합하면서 총검술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미국 육군도 2011년부터 총검술 교육을 폐지하고 권총과 격투기를 통해 근접전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은 ‘20㎞ 완전군장 행군’의 폐지 여부를 놓고 육군훈련소와 1개 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대상으로 시험중이다. 행군 ‘실시 집단’과 ‘미실시 집단’의 체력 및 전투 기술을 이달 말까지 비교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20㎞ 완전군장 행군’으로 훈련이 완성된다는 의견과 화생방·각개전투 훈련에서도 완전군장으로 총 20㎞ 이상의 거리 이동을 하면 기본적인 전투력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총검술이 폐지되고 20㎞ 완전군장 행군까지 폐지를 검토하게 된 것은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신병 훈련 기간도 5주에서 4주로 감축된 데 따른 것이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신병교육 방안이 필요해진 것이다.


‘충정훈련’은 완전히 사라졌다. 충정훈련은 명목상으로는 대정부 전복행위와 소요를 진압하기 위한 군의 훈련이었지만, 실제로는 민주화운동 진압 훈련이었다. 신군부는 1980년 초부터 수도권 인근 부대를 충정부대로 삼았다. 수방사 예하사단과 특전사 1·3·7·9여단, 수도권 17·20·26·30사단 등이 충정부대였다. 충정작전에 나선 군인들은 진압봉을 휴대하고 시위대를 향해 돌격했다.


충정훈련은 문민화 정부 출범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는 2012년 충정작전과 충정훈련을 완전히 페지했다.


군 면세담배는 2009년 사라졌다. 군은 무료로 지급하던 담배와 연초비를 없앤 후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훈련소와 사단 의무대, 군병원, 여행장병 라운지에서는 상설 금연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 출처/육군


■‘스마트 철책’ 등장


사라진 GOP ‘24시간 3교대’ 근무···순찰용 산악오토바이 등장

이동식 PX ‘황금마차’도 퇴역중···‘멧돼지 잔반’ 금지


과거 155마일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병사들은 대거 철책 인근 초소에 투입돼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 휴전선에서 윤형 철조망이 뚫리지나 않았는지 Y자 막대기로 찔러보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철조망을 흔들어 침입 흔적을 찾지도 않는다. 2016년부터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다.


과거 장병들이 24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육안으로 감시하던 GOP 경계작전 개념이 바뀌었다. 24시간 주간-전반야-후반야 3교대로 이뤄지던 경계근무는 사라졌다. 과거 1개 소대가 맡은 구간은 1.5~3㎞. 소초 간 거리가 300m를 넘는 곳도 있었다.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GOP 부대 병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제는 감시·감지·통제시스템으로 철책에 하얀색 광그물(광망)을 씌우고, 감시카메라와 열영상감시장비(TOD) 등으로 낮엔 1~2㎞, 야간엔 200~400m 경계가 가능하다. 광그물망에 침입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호가 울리고 카메라가 촬영해 영상을 지휘 통제실과 소초로 보내는 방식이다. 소위 ‘스마트 철책’이다.


GOP대대 지휘통제실에서는 가로 약 4.5m, 세로 약 4.3m 크기의 비디오 월을 통해 중·근거리 감시카메라와 TOD, 레이더, 광망 등 과학화 장비를 조종하며 전방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개폐 센서가 부착된 통문은 3㎝ 이상만 벌어져도 바로 지휘통제실에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깜깜한 밤에도 LED 투광등이 대낮처럼 밝히고 있어 감시카메라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로 GP를 철수시켜도 경계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광그물망은 짐승을 따로 구분하지 못해 감지되면 경계음이 울리고 통제실이 파악해 5분 대기조를 보내야 한다. 안개나 바람에 영향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너구리와 토끼는 기피 동물이다. 광그물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성분을 담은 봉지나 통들을 달아놓고 있다. 철책을 넘으려는 고라니도 골칫거리다. 군은 아예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을 겸한다는 자세로 출동한다.


병력들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초동 조치가 가능한 최소 인원만 감시초소에 직접 투입된다. 기존에는 대대급 부대의 40여개 감시초소에 장병들이 투입돼 보초를 섰다면, 지금은 6개 초소에만 병력이 투입된다. 도보 순찰은 철책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맨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점검 차원으로 매일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이뤄진다. 수색대대의 정찰·매복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GOP 부대의 ‘멧돼지 잔반’도 사라졌다. 멧돼지 스스로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찾도록 하는 동시에 멧돼지의 철책선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GOP 부대에는 유사시 신속한 대응과 기동순찰을 위한 순찰용 산악오토바이도 있다. 중대당 1대씩 배치된 산악오토바이는 988cc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철책의 스마트화로 이동식 PX인 ‘황금마차’도 사라지고 있다. 육군이 소초들을 마트 PX가 있는 중대 이상 단위로 통폐합하면서 황금마차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음료수·라면·담배 등 100여가지 물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던 ‘황금마차’는 대부분 퇴역 절차를 밟아 가고 있다.


국방부의 병사 휴대전화 사용 안내문. 출처/국방부


■스마트폰 병영문화


‘이등병의 편지’는 옛말···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 예약, 인터넷 강의 시청

군 ‘3득(소통·학습·창조적 휴식) 3독(도박·음란·보안위반)’ 운동 전개


병사용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최근 들어 병영에서 가장 큰 변화다. 국방부는 사회와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장병들의 단절감을 해소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계발 기회 확대 및 건전한 여가 활동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했다. 병사들은 지난 4월부터 부대별로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평일에는 오후 6시~10시, 휴일에는 오전 7시~오후 10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사이버지식정보방이나 공중전화 사용은 감소 추세다.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라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노래 가사는 옛말이 됐다.


생활관에서 TV채널 다툼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을 예약하고, 병영에서 은행업무까지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병사들도 생겨났다. 모바일 게임 열풍까지 불고 있다.


대신 생활관에서 대화가 줄어들었다. 농구나 족구 등 운동을 하는 병사들도 많이 줄었다. 체력단련실도 한가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지금은 과도기로 병사들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벌써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병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기원 육군 인사근무과장(대령)은 “병사 휴대전화 사용은 일과 이후 병사들을 통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수반되는 생산적인 군 복무를 돕는 혁신적인 시도”라며 “휴대전화를 교육훈련에도 적용해 원격교육 및 과학화훈련 등에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3득 3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휴대폰을 통한 소통·학습·창조적 휴식은 ‘3득’이고, 도박·음란·보안위반은 ‘3독’이라는 것이다.


병사들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는 ‘SECRET’이라고 쓰인 특수 보안스티커가 부착돼 있어 영상통화를 해도 자신의 영상은 상대방에게 보낼 수 없다. 육군 관계자는 “규정 위반 시 규정대로 처리하게 된다”며 “장병들이 자율적으로 규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휴대전화 촬영, 녹음 기능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올해 곧 장병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군은 과거 주말 위주로 실시했던 병사들의 외출도 지난 2월부터 평일 일과 후에도 월 2회 허용하고 있다. 일과 후 본인이 원하는 영화관람, 병원진료, 도서관 이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게 육군 설명이다.


병영 내에서 창업 동아리도 생겨났다. 육군 제3포병여단 병사 3명은 2018년 바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ECO-STI’를 만들어 K-스타트업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전역 후 실제 창업으로 이어나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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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수 없어.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작 영화 라쇼몽(羅生門)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숲길에서 무사가 도적에게 살해당했다는 한가지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진술은 모두 제각각이다.


라쇼몽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잊어버린다. 대신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진술 속에는 각자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사건에 모순된 진술과 입장이 공존한다. 심지어 그 진술과 입장이 번복되기도 한다.


지뢰지대 표식.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60·육사 39기)의 ‘영웅 조작설’ 논란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마치 라쇼몽을 보는 듯 하다. 핵심은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27일 육군 1사단 전방 수색부대 대대장(중령)으로 근무할 당시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을 때의 육군 발표를 둘러싼 의문이다.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 중령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 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이 중령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위험을 자초했다는 주장이 사실인 지 여부를 가리면 이 논란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


이게 쉽지 않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사고 다음날인 28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서 사고 장소를 ‘미개척된 3m 지점’으로 특정했다. 작전로가 아닌 곳에서 지뢰를 밟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조사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박모 대령도 경향신문의 서면 질의에 ‘(사고 장소가) 개척된 수색로였다”고 답변했다. 두사람 모두 당시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군의 공식 보고서 내용을 지금에 와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상황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주장이 모두 엇갈린다. 육군 헌병과 5부 합동조사단의 보고서는 일관되게 이 중령과 후임대대장인 설 중령, 중대장인 박 대위 등이 군사분계선(MDL) 가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MDL 선상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MDL쪽으로) 앞에 가고 그다음이 중대장, 설 중령이 맨 뒤에 따라갔다가 돌아나올 때는 역순으로 설 중령이 맨 앞에 나오고 자신이 맨 뒤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당시 중대장은 “진출 및 복귀간 이종명 의원이 제일 선두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선임 대대장이었던 이 의원과 중대장이었던 박 대령, 군 조사보고서가 당시 상황을 놓고 모두 엇갈리는 모순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살인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제각각이었던 영화 ‘라쇼몽’의 장면들이 철책선 인근에서 재현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 포스터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Courage Under Fire)’의 한 장면. 1991년 1월, 걸프전에 투입된 기갑대대 대대장 나다니엘 설링 중령(덴젤 워싱턴 분)은 알 바스라에서 야간 공격 작전 도중 T-54 적군 탱크라고 여겨진 물체에 포격을 명령한다. 그러나 그가 폭파한 것은 아군 탱크였고, 이 사고로 미군 수명이 숨졌다.


진상조사에 착수한 국방부는 이 사건을 ‘아군에의 오발’로 무마하고 설링 중령을 국방성의 ‘훈장 및 포상업무 부서’에 배속한다. 설링 중령은 작전중 숨진 ‘구조 헬리콥터 조종사’ 카렌 월든 대위(맥 라이언 분)의 명예훈장 자격 여부를 심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월든 대위는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용기’로 이 상의 수여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상부에서는 ‘공적이 확실하니’ 명예훈장 수여 승인을 빨리 할 것을 재촉한다. 그러나 설링 중령은 부상자 구출 작전 도중 월든 대위의 행동에 대한 구출팀 대원들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에 의혹을 품고 불확실한 보고서 제출을 거부한다.


설링 중령은 국방부의 애초 발표가 월든 대위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영웅’으로 포장한 언론 플레이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국방부 압력을 거부하고 월든 대위 죽음의 진상과 국방부의 은폐, 조작을 공개한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실링 중령의 오발 사건에 대해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 결정내리겠다고 협박하지만, 그는 진실을 택한다. 국방부는 공격 받은 아군 전차가 피아식별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사실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난다. ‘진실의 왜곡과 그것의 규명’이란 점에서 이 영화는 19년 전 지뢰폭발 사고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난주에 육군에 질의했다. 이종명 의원 등을 포함해 당시 지뢰폭발 사고 당시 수색대대원들의 훈장 및 포상이 있었는 지에 대한 문의였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는 “훈·포상은 개인 신상에 관계된 사안으로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육본 법무실의 공식 답변이라는 것이다. 과거 언론 보도를 검색해보니 이 의원은 이 사고와 관련해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공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는 지 다시 물었더니 육군본부의 돌아온 답변은 “훈장 공적서 보존 기간 5년이 지나 폐기한 관계로 내용을 알 수 없다”였다.


육군은 지난 16일 김승겸 참모차장 주재로 언론대응 대책회의를 열고 “기자 질문에는 ‘검토중’ 스탠스를 유지하고 이슈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육군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17번이나 했다. 국방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차원의 조사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육군 확인 이후에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시간끌기를 하다 나중에 ‘뭉개버리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검토하겠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말은 군이 실제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때 주로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은 진실을 ‘거추장스러운 악세사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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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언론에서 ‘살신성인’ 보도가 나오자 이종명 중령을 ‘사고자’에서 ‘관계자’로 표기

군 조사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적시


동료를 구하려다 지뢰를 밟았다는 일화의 주인공 이종명 의원(육사 39기·60)이 ‘영웅조작설’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 27일 전방수색부대 대대장 당시 M3로 추정되는 대인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가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을 때 육군 발표가 의문 투성이라는 것이다.


사고 이후 상이군인으로는 첫 대령 진급자가 된 이종명 대대장은 2002년 제1회 ‘올해의 육사인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한 성대한 전역식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어 2016년 초에는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보국훈장 삼일장도 수상했고, 군은 그의 영웅담을 군가로 만든데 이어 뮤지컬 ‘마인’까지 제작했다. 육군 1사단 주둔지인 경기 파주시에는 이 중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겠다는 ‘살신성인탑’도 세웠다.


그러나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 중령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당시 이종명 대대장이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위험을 자초했느냐 여부다.


국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연합뉴스


①사고자→관계자


2000년 6월 27일 오전 9시쯤, 판문점 동쪽으로 5㎞ 지점 비무장지대. 육군 1사단 수색대대원 20명이 최전방지역 정찰에 나섰다. 이날 정찰엔 수색대대장 이종명 중령과 후임 대대장 설모 중령도 참가했다. 군사분계선 근처에 다다른 오전 10시 40분쯤, 폭음과 함께 앞서 가던 설 중령이 1950년대 매설된 대인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종명 중령은 병사들의 접근을 막은 뒤, 지형을 잘 아는 자신이 구조하겠다며 쓰러진 설 중령에게 혼자 다가갔으나, 잠시 뒤에 이 중령 역시 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 중령은 두 다리를 잃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위험하니 오지 말라’며 자신에게 접근하려던 병사들을 제지했다. 그런 뒤, 철모와 소총을 끌어안은 채 혼자 힘으로 기어서 사고현장을 빠져나왔다는 게 군의 설명이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60·육사 39기)은 전방 수색부대 대대장(중령)이던 2000년 6월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지면서 언론 등에 ‘살신성인’ ‘영웅’으로 표현됐다. 사진은 사고 당시 발목이 절단돼 지팡이를 짚고 있는 전역 때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시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28일 보고한 중간 사건보고서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등 전·후임 대대장 2명은 ‘사고자’로, 중대장 박모 대위는 ‘피해자’로 분류됐다. 1사단 헌병대 보고서 역시 6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일관되게 전·후임 대대장 2명을 ‘사고자’로 규정했다. 이 중령과 설 중령이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이란 의미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서 이 중령을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보도한 이후부터 육군참모총장과 육군 헌병감에게 올라간 ‘중요 사건 보고’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그리고 박 대위 3명을 모두 ‘관계자’로 기재됐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사고자는 ‘사고를 낸 사람’, 관계자는 ‘어떤 사건과 현상 따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육군 헌병은 왜 보고서를 2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지는 재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수색로 VS 미개척지


이 중령 일행이 수색로를 벗어난 정황은 논란의 핵심 의문이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사고 다음날인 28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사고 장소를 ‘미개척된 3m 지점’으로 특정하고 있다. 사고장소는 ‘99. 3. 23 수색대대에서 새로 개척한 GP 작전도로 MDL(군사분계선)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임’이라고 기술했다.


사고 당일 헌병감실이 작성해 육군참모총장 등 육군본부 고위간부들에게 배부한 보고서에도 지뢰 사고 장소를 ’MDL, 작전로 부근 앞“이라고 돼 있다. 작전로가 아닌 곳에서 지뢰를 밟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종명 중령이 ‘사고자’로 표기된 육군 헌병감실 보고서(위 사진·사고 발생일인 2000년 6월27일 작성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됨)와 이 중령이 ‘관계자’로 표기된 헌병 보고서(가운데·사고 발생 다음날인 6월28일 작성),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6월28일 국방장관에게 전달한 보고서에는 사고 장소가 ‘작전도로 MDL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이라고 명기돼 있다.


1사단 상급부대인 1군단이 사고 다음날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를 담은 5부(정보·인사·군수·감찰·헌병) 합동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에 대해 “수풀이 많아 식별 곤란(5m 후방에서 관찰)”으로 기술했다. 정확한 폭발 지점을 찾지 못했고 사고 현장에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사고가 수색로를 이탈한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5부 합동보고서가 사고원인을 ‘수색로 부근에서 M3 대인지뢰(추정)를 밟아 발생’으로 분명하게 적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즉, 이 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가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분명히 적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근 MBC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장소가) 수색로상이었고, 개척된 그 수색로를 5~6번 이상 정찰했던 장소“라고 반박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박모 대령도 경향신문의 서면 질의에 ”(사고장소가) 개척된 수색로였다“고 답변했다.


만약 이 의원과 박 대령의 주장대로 사고현장이 개척된 수색로였다면 1군단 5부 합동조사단이 ”식별이 곤란해 5m 후방에서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성립하기 힘들다. 게다가 또 다른 군 보고서에는 지뢰 폭발 지점과 안전지대까지 거리를 20m 정도로 표기했다.


미개척지에 들어가서 지뢰를 밟아 사고가 일어났다면 당사자들은 징계 대상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당시 사고는 수색대대장 전후임이 지뢰를 밟아서 둘 다 발목이 잘리고, 중대장까지 다쳐 최전방 대대 지휘부가 붕괴된 사건이었다. 이때문에 설사 정상적인 수색로라고 해도 이동중 지뢰가 두 번이나 터졌으면 제대로 지뢰를 제거하지 못해서 수색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책임을 지휘관에게 물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또 수색로를 이탈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면, 지휘관이 규정 위반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한 정밀 조사가 이뤄졌다면 훈장 대신 징계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연대장과 사단장까지 줄줄이 책임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대장(이 중령), 중대장(박 대위) 진술도 엇갈려···두사람 모두 ‘5부 합동조사보고서’ 내용은 부인

이종명 의원 “안전지대 복귀중 사고” VS 군 조사보고서 “MDL 접근중 사고” 


③관측중 VS 복귀중


사고가 발생한 시기도 논란거리다. 육군 헌병과 5부 합동 조사단의 보고서는 일관되게 이 중령과 설 중령, 박 대위 등이 군사분계선 가까이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가까이 대대장 2명과 중대장 등 세 명만 따로 이동한 건 전방을 더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1사단 헌병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장 박 대위는 “정보장교가 (1000㎜ 니콘카메라로) 사진촬영한 곳에서 지형을 관찰하던 이 중령과 설 중령이 공간이 협소해 군사분계선 방향 우측 수색로 약 15m 지점으로 이동했다”며 “이 중령이 좌우측 지형설명을 해주자 설 중령이 우측 지형을 상세히 보기 위해 약 5m 가량 맨 앞에서 접근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 장소 등을 포함해 군의 공식 조사보고서에 담긴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MDL 선상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다. 즉 정찰 임무를 마치고 안전지대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내가 제일 앞에 가고 그 다음에 중대장이 가고 설 중령이 맨 뒤에 따라갔고. 돌아나오는 게 설 중령이 맨 앞에 나오고 내가 맨 뒤에 나왔다”면서 “그 역순으로 나오는데 (맨 앞장 섰던) 설 중령이 지뢰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중령이 자신의 앞에서 다리를 잃고 피를 흘리는 설 중령을 지나쳐 위험지역을 혼자 빠져나온 후 다시 설 중령을 구하러 들어갔다 지뢰를 밟은 것으로 된다. 설 중령이 지뢰를 밟은 직후, 이종명 중령이 후방의 소대원들에게 급히 돌아와 ‘위험하니 내가 가서 구출하겠다’고 말한 후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당시 조사보고서는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당시 적진을 관측하려다 사고가 일어났다고 진술했던 박 대위는 경향신문 질의에 “이 중령이 (군사분계선쪽으로) 진출할 때도, (안전지대로) 복귀할 때도 제일 선두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는 본인이 1사단 헌병 및 1군단 합동조사에서 진술했던 내용과도 상이한데다 ‘복귀할 때는 설 중령이 앞쪽에 있었다’고 한 이 의원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후임 대대장인 설 중령을 구한 사람은 소대장···대검으로 땅을 찌르며 들어가 구조

“국방부가 재조사해야” 여론···이종명 의원 스스로 재조사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④모순되는 정황들


1사단 헌병 보고서와 1군단 5부 합동보고서를 보면 사고 당시 이 중령은 “6월 27일 오전 10시 42분경 000GP 추진철책 작전로상을 약 5m 앞서가던 설 중령이 갑자기 ‘꽝’ 소리와 함께 구조하려 했으나 2차 폭발이 예상돼 정보장교에게 병력 접근 통제를 위해 ‘내가 지형을 아니까 너희들을 기다려라’라고 한 후 사고장소로 들어가다 지뢰가 폭발해 다리를 다쳐 혼자 기어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이 중령의 진술과 정보장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당시 맨 앞에는 설 중령과 중대장이 앞서가고, 5m 뒤에 이 중령, 이 중령의 5m 뒷편에 정보장교가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대장이 지휘하는 2개 수색조는 사고장소에서 약 30m 후방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사고 이후 여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차 지뢰 폭발 당시 자신과 설 중령, 박 대위 등 3사람이 2m 범위 안에 있었고, 자신도 다리에 가벼운 파편상을 입었다고 했다. 이는 설 중령이 이 중령의 5m 전방에 있었다는 군 조사보고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박 대위도 이 의원의 주장이 맞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군 조사보고서가 틀렸다는 얘기다.


지뢰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다른 지뢰 위험 때문에 무리하게 들어가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결국 2차 사고로 이어진 것도 논란거리다. 이 중령이 후임 대대장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2차 사고를 일으켰고, 결국 설 중령을 구조한 사람은 사고지점 40m 뒤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소대장이었다. 소대장이 (지뢰 탐지를 위해) 대검으로 찌르면서 들어가서 설 중령을 끌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육군은 지난 2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된 확인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당시 수사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내에서는 당시 부실한 조사로 논란을 자초한 육군이 재조사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국방부 감사관실과 전비태세검열실 등에서 정밀 재조사를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본부의 ㄱ 대령은 ”이종명 의원 본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스로의 명예와 육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조사를 먼저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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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일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사진을 5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훈련 상황이 나온 모니터를 가리키자 수행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10여발 가운데는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기종이 포함됐다. 이를 놓고 군사 전문가들은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했지만, 한·미 당국은 6일에도 여전히 미사일로 공식 규정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은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일석삼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 대한 압박’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과 장사정포 혼용 발사를 겸한 복합 전술훈련’ 등이 그것이다.


■ 도발 VS 맞대응


주변국 반응 ‘조용’한 건

“남측 서해 5도 점령 목표”

2년 전 직접 위협과 달리

이번엔 ‘자주적 훈련’ 강조

폼페이오 “선 지켰다” 평가


한·미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측의 비핵화 협상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TV 시사프로에서 북한이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미 정부 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북측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남측 서해 5도 일부의 점령을 목표로 실시했다’고 직접적으로 위협했던 2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자위권 차원의 화력타격훈련’ 성격임을 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김정은 동지(국무위원장)께서 5월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하고 혁명의 전취물과 인민의 안전을 보위할 수 있게 고도의 격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이 2017년 8월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북 방향 김책 남단 연안의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을 당시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북한은 당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도발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동지가 섬 점령을 위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대상물 타격경기를 지도하셨다”면서 “이번 대상물 타격경기는 비행대와 포병, 특수작전부대들의 긴밀한 협동 밑에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계획의 현실성을 확정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백령도와 연평도를 ‘타격 및 점령’ 목표로 하는 작전지도까지 TV 화면에 노출시켰다.


남측은 최근 미 공군과 함께 기존 ‘맥스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5일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무력시위를 경고한 바 있다. 그 경고가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반발 배경에는 세부사항에서 불완전한 9·19 군사합의에서 비롯된다.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 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 상황에서는 서로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여서 남북 모두 ‘장군 멍군’을 교환한 셈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이라는 예민한 변수를 하나 더 추가해 상대 반응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


■ 진화하는 북 SRBM


북한이 얻은 ‘일석삼조’

미에 제재 완화 압력 넣고

한·미 연합훈련에는 ‘경고’

‘복합 전술’ 첫 시험해보면서

진화한 단거리 미사일 과시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작년 2월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지대지 탄도미사일)로 분석하고 있다. 외형이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를 빼닮았다는 평가에서다.


이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SRBM)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과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계열 단거리 미사일을 주력으로 하다가 고체연료형 이동식 단거리 미사일인 KN-02 ‘독사’ 미사일을 개발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시리아에서 러시아판 랜스 미사일인 SS-21 스캐럽을 들여와 KN-02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이 액체연료형에서 고체연료형으로, 다시 다단계 비행기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칸데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적 측면에서 기존 발사체보다 훨씬 유용하다. 러시아식 GPS인 글로나스와 광학탐색기 등을 이용한 종말 단계에서의 회피기동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대 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구체적인 제원과 타격 능력, 더 나아가 탄도미사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불꽃 색깔과 형상, 관성항법, 비행거리, 발사각도, 비행고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후 한·미는 서로의 감시자산에서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발사체 성격을 각각 잠정 평가한다. 그런 후 한·미가 발사 정보를 교환하고 정밀 분석한 다음 발사체가 어떤 종류이고, 어떤 궤도와 고도로 비행했는지를 종합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군의 추적자산은 주로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그린파인 레이더 등이다. 이 장비들을 통해 북한 발사체의 초기 발사부터 마지막 낙하 지점까지 레이더로 추적한다. 미국은 고해상도 정찰위성으로 북한 발사체의 발사 준비와 발사 과정 등을 영상으로 관측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단거리 발사체의 최대 고도와 비행거리, 발사각도 등 제원은 이미 분석이 끝나야 맞다. 이런 정황 등을 감안할 때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정체에 대해 최종 분석이 마무리된 후에도 결과를 내놓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정보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측으로서는 굳이 괌이나 미 본토는 물론 일본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 발사체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포병·방공작전 혼선 초래


북한은 이번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각이한 목표에 따르는 여러가지 사격 방식으로 진행한 사격시험과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사격 방식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 등 다양한 목표물에 대해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타격 목표에 따라 탄두 중량을 달리할 수 있고, 비행경로를 다르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240·300㎜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탄도미사일)를 섞어서 실시했다. 실전이라면 우리 군은 대응 작전에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응책이 절실하게 됐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완전히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비슷할 수 있지만 탄두 무게와 속도, 비행궤적, 파괴력 등에서 차이가 난다. 통상 방사포는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하기 때문에 비행고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낮다.


방사포는 탄두가 작고 비행궤적도 저고도이기 때문에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포병작전으로 대응한다.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방공작전이 이뤄진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을 통해 비행궤적을 탐지·추적해 패트리엇 등 무기체계로 요격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처럼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과 방사포 발사 차량을 동시에 끌고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사거리와 비행고도를 조절해 기만 발사할 경우 대응체계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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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공군 출신 국방장관과 학군(ROTC) 출신 합동참모본부의장은 상대적 ‘비주류’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과거 정권이 육군 출신 국방장관과 육사 출신 합참의장을 주로 임명해 온 것과 견줘 하는 비유다. 6·25전쟁을 빼고 육군에서 비육사 출신 대장이 육사 출신 보다 더 많이 배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현 정부가 ‘비주류’ 군 고위층에게 맡긴 핵심 미션은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이다. 이들에게 문 정부 임기내 전작권 전환을 책임지라고 한 것이다. 이는 과거 주류인 육군과 육사 출신이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이고, 그 결과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사실상 퇴행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기내 전작권 전환 의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 후 가진 환담에서 한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전 후 70년 가까이 아직도 한미 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독자적 전작권까지 갖지 못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핵도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도 강한 힘이 있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절치부심(切齒腐心)을 8차례나 언급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를 예로 들며 “이를 갈고 가슴에 새기면서 치욕이나 국란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새로 ‘별 넷’을 단 군 고위층들은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한목소리로 “전작권 전환 추진”을 강조했다.


과거 10여년 동안 전작권 전환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육사와 육군이 주축인 ‘군 수뇌부’의 소극적 자세가 한몫했지만, 북한의 도발과 위협, 특히 핵무장 능력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당장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앞세운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였던 탓에 전작권 전환은 후순위로 밀렸다. 북의 현실적 군사위협은 지지부진한 전작전 전환에 대한 ‘핑곗거리’로는 충분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한의 도발 위협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런만큼 군 당국이 전작권 전환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합참도 합참의장 직속으로 ‘전작권 전환추진단’ 편제를 반영하는 등 외견상으로 전작권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군 당국은 올해 한국군 주도의 작전지휘체계를 구축하여 전작권의 안정적 전환여건을 조성하고 미래연합지휘구조 개편(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초작전운용능력(IOC)을 평가할 때는 미래 연합군사령부 편성안을 적용하고, 전환조건을 조기 충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 및 위기관리체제를 규정하는 근거문서와 관련약정도 작성해야 한다.


국방부는 25일 “한미 국방부가 23∼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5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남북 군사합의 이행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계획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국방부 발표와 설명을 듣고 있자면 ‘무지개 빛’ 얘기처럼 들린다. 무지개 건너편에 뭐가 있는 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군사비밀이라니 공식 발표 때까지는 세부사항을 알 수 없다. 지상전은 한국군이, 해전·공중전은 미군이 주도한다는 과거 ‘무늬만 전작권 전환’이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이 어렵다. ‘막연한 안보’, ‘막연한 국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합참은 이번주에 “근무직원들의 사기진작과 화합, 단결 차원”이라며 매일 반나절씩 4일간 체육대회를 열었다. 직원들간에 서로 얼굴을 익히는 단합의 계기였다고 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서로 얼굴을 모르는 직원이 많았다는 것으로, 합참 기능이 수평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비효율적인 업무환경이라는 반증이다.


합참체육대회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군의 ‘치열한 몰입’과는 거리가 있다. 합참은 체육대회로 친목을 도모해야 하는 단순한 단위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육대회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합참은 전쟁을 대비하는 육·해·공군의 최고 군령기관이다. 군정기능까지 겸하는 행동부대인 일선 야전 사단이라면 체육대회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지휘부인 합참은 성격이 다르다. 분야별 전략, 전력·작전기획 등 전문가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간과 관계없이 일해야 하는 군의 ‘고급 두뇌’ 집단이다. 800여명 근무자들이 반나절씩이라고는 하지만 나흘간 단체로 체육대회를 하는 모습은 합참이 한가롭게 비쳐지게 한다. 누가 합참이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보겠는가. 게다가 합참 근무자들에게는 수요일 전투체육의 날을 제외하고라도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씩 체력 단련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합참 체육대회는 북의 도발 위협이 없으니까 여유가 생겨 하는 것으로 밖에서는 보여진다. 북의 군사위협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전작권 전환에 군 당국이 ‘일로매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러다가 남북관계가 급냉각되면서 북한 도발이 재현되면 전작권 전환은 ‘조건에 의한’이란 단서 조항에 더 힘을 실어주면서 또다시 후순위로 밀려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우 군의 ‘주류’와 ‘비주류’나 똑같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최근 불법 논란과 함께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는 ‘워라밸’을 위한 테니스장 건설로 시끄럽다.


문 대통령은 새로 임명된 군수뇌부 신고를 받으며 ‘칼은 칼집에 들어 있을 때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금의 모습을 보면, 군 수뇌부 칼집에서 나온 ‘칼’의 날이 시퍼렇게 서 있을 지 의문이다. 전쟁에 임한 7년 동안 허리 요대를 풀지 않았다는 ‘칠년불해대(七年不解帶)’란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 생각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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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15년 전에는 용산(龍山) ‘명맥’ 복원한다며 ‘무궁화 동산’ 조성


·‘테니스 애호가’ 정경두 국방장관 취임 후 ‘일사천리’ 진행···구청 명령으로 8일째 공사 중단



테니스장 시공업체가 지난 15일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중장비 등을 동원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해 놓은 모습.


대한민국 국방부가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20일 시작한 영내 테니스장 건설 공사로 시끄럽다. 22일 국방부와 용산구에 따르면 국방부가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시작했던 테니스장·족구장, 라커룸 조성 공사가 용산구청 명령으로 8일째 중단된 상태다.


국방부가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테니스장 건설을 진행중인 곳은 2004년 국방부가 용산의 명맥을 잇겠다며 자발적으로 복원했던 야산이다. 그러던 땅을 15년이 지나자 국방부는 절개했다. 이곳은 국방부와 용산미군기지 등을 포함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국민세금으로 국방부에 테니스장·족구장을 무리하게 짓는 것은 국민 감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연환경 파괴’ 논란


국방부 테니스장 예정 부지는 신청사와 구청사 사이에 위치한 잔류부지 1만2000여평 내에 있다. 국방부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 ‘용머리’로 불리는 곳이다. 용산 터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경내 부지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번지’인 국방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용산 미군기지를 포함해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무궁화 동산 일대는 오래 근무한 국방부 직원들에게는 ‘용머리’로 불린다. 이곳을 기준으로 이태원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는 녹사평이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용머리’는 그동안 수차례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질뻔 했다가 살아남기까지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과거에도 국방부는 영내 부지 활용을 위해 용머리 일대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용산’의 상징인 이곳을 함부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현재의 모습으로 남은 것이라 전해진다.


국방부는 1993년 이곳에 있던 무기고를 철수시키고 보전해 왔다. 이후 블럭 건물 등 인공 건조물이 생기면서 곳곳이 심하게 훼손되고 정상과 기슭 등에 소나무와 잡목 등 약 300그루가 어지럽게 자생해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국방부는 2004년 신청사 건립을 계기로 이곳을 다시 정비하고 대한민국 상징이 무궁화꽃임을 감안해 무궁화 나무로 조림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다. 당시 국방부는 조영길 장관 지시로 신청사 주차장 공사현장에 나오는 15트럭 1460대 분량의 흙으로 복토작업을 해 무궁화 동산을 더 높이는 방안을 한때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정상에는 돌탑이 조성돼 있다.


국방부가 ‘무궁화 동산’에 조성해 놓은 돌탑 모습.


무궁화 동산에서는 남산을 포함한 서울 시내 조망이 가능하다. 야간에는 서울시내 야경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지대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무궁화 동산 꼭대기 일부만 남기고, ‘ㄴ자’로 이미 절개해 놓은 상태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용의 정수리’를 쪼개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ㄱ씨처럼 국방부 근무자 상당수는 용머리 일대 테니스장 신축공사는 ‘용산’의 ‘지기(地氣)’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용산에 터를 잡고 있는 국방부는 물론,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용산은 도성 서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한강변을 향해 꾸불꾸불하게 지나가는 모양이 마치 용이 몸을 틀어 움직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으로 조선 고종 때까지만 해도 수풀이 무성했다.


용산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일본 관동군이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규모 택지와 상가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국방부 경내의 1만2000평을 제외하고는 용맥이 끊겼다고 풍수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이 한 곳밖에 없어 불편이 좀 많다. 영내 직원 후생복지를 위해 실시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용머리’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용산 지명과 관련된 사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용산의 용머리는 국방부가 있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동여지도, 서울역사편찬원, 한국땅이름학회, 용산향토사료편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옛 ‘용머리’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라 용산 청암동, 원효로 4가 일대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현재의 국방부 영내는 목멱산(남산)에서 뻗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형성된 과거 둔치산 지역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15년전 ‘용머리’를 보전한다면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방부의 테니스장 공사 구역은 ‘용머리냐 아니냐’ 논란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녹지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용산구청의 녹지축 구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한미군 부지를 생태공원(용산공원)으로 조성해 남산~용산공원~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들겠다고 공헌해 왔다.


녹지구역을 파괴하고 테니스장 등을 건설하려는 국방부 구상은 도시공원을 보호하면서 시내 곳곳에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잡고 도심 열섬현상도 막겠다는 서울시 정책에도 역행하는 조치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한 후 쌓인 토사 모습.



·국방부 “테니스장 조성, 문제 없다”

·MB 때는 기무사 골프장 건설하다 ‘원래 땅주인’ 반발에 무산



군의 체육시설 건설을 앞세운 자연환경 파괴는 한두번이 아니다. MB 정권 때는 국군기무사령부가 과천 기무사 영내에 골프장 조성을 시도했다.


당시 기무사는 건설예산까지 확보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원래 땅주인’들의 반발에 공사가 중단됐다. 이들은 “군이 군사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서 땅을 팔았지, 군 골프장 지으라고 땅을 판게 아니다”라며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단시켰고, 기무사 골프장 건설은 무산됐다.


국민세금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짓는 테니스장 건설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라도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MB 정권 당시 기무사의 골프장 건설 추진과 현 정부 국방부의 테니스장 건설 추진이 본질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의문 투성이’ 결정과정


국방부는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지난달 20일 용산구 인가가 나지 않았는데도 테니스장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관할 용산구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해 지난 15일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단체장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벌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야전부대 같으면 지휘관까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군 최상급 부서에서 저러면서 그 많은 예하부대를 뭐라하며 통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내 체육시설 조성은 ‘국방·군사시설 시행에 관한 법률로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할 수 있다”며 “용산구가 이달 말쯤 인가를 내줄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건축물인 라커시설만 용산구청 인가 사항인데 아직 라커시설 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테니스장 기반 공사만 먼저 했기 때문에 위법 사항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신규 테니스장 옆에 장병들을 위한 풋살장도 함께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공업체는 공사안내판에 ‘족구장 공사’라고 명시했다. 규모도 455㎡(138평)로 국방부의 기존 풋살장 크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테니스장 설치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족구장’을 끼워넣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족구장이 풋살장과 배드민턴장을 겸하는 다목적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테니스장 증설은 다른 체육시설들 조성 비용까지 포함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승인을 받아 청사종합발전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테니스장만 따로 조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국방부는 수송대대(과거 육군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종합스포츠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것이 ‘테니스 애호가’인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해 9월 21일 취임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12월 10일 테니스장 설계 공고를 결정하고 같은달 17일 이를 공고했다. 이후 지난 2월 25일 테니스장 건설 입찰공고를 냈고, 지난달 20일 계약체결과 동시에 공사가 일사천리로 시작됐다.


국방부는 “2016년부터 테니스 동호회가 지속적으로 테니스장 증설을 요청했다”며 “일부 고위급을 위해 테니스장을 짓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직원 ㄷ씨는 “당구도 스포츠”라며 “국당회(국방부 당구 동호회)가 당구시설과 당구장 건설을 요구하면 만들어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테니스장 조성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서울 용산일대 석양 모습.


테니스장 예산 편성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족구장 설계비는 2018년 국방부의 ‘기타 일반지원시설’ 집행 잔액 가운데 2000만원으로 충당했다. 당시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행정·복지시설 개선비‘ 예산은 모두 집행된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건설비는 올해 ‘기타 일반지원시설비’ 7억9000만원으로 집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테니스장·족구장은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복지시설 개선비’ 항목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다. 국방부가 ‘기타 일반지원시설’ 항목으로 설계비와 공사비로 책정한 것은 국방예산의 편법 집행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방부 고위간부 ㄹ씨는 “기타 일반지원시설비로 테니스장을 지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난해에 테니스장 조성을 위한 설계비를 배정한 것도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건설비 8억1000만원 가운데 설계비용으로 2000만원만을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불용예산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호회의 테니스장 증설 요청을 테니스장 조성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국방부 테니스 동호회는 합참에 근무하는 현역 군 간부들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민간 공무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역 군인들 부대인 국방부근무지원단이 공사를 발주하고 근무지원단 소속 병사들이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또 어떤 구체적인 절차를 거쳐 테니스장 건설이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누가 기안을 했고, 누가 최종 결정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테니스장 공사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남산타워 모습.


·건설비 8억1천만원이면 3개 여단병력에 ‘워리어 플랫폼’ 자켓 시범 보급 가능


게다가 8억1000만원은 야전부대 연병장이 3000여평 규모라면 10여곳에 잔디를 입힐 수 있는 돈이다. 그러면 병사들이 잔돌이 깔린 연병장에서 축구를 하다 다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공병 장교 ㅁ씨는 평당 2만~3만원이면 잔디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8억1000만원‘은 또 육군이 미래 병사를 키운다는 워리어플랫폼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액수다. 병사 6200여명에게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 간부 ㅂ씨는 “예산부족으로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시범 보급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8억1000만원이면 3개 여단 병력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는 액수”라고 말했다. 워리어플랫폼은 장병의 신체와 미래기술을 결합해 전투원 개개인의 생존성 및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개념의 최첨단 개인전투체계다.


용산지역 땅값은 최근 1억원에서 떨어져서 평당 7000만~8000만원 정도를 호가하고 있다. 합참 간부 ㅅ씨는 “아무리 국방부가 군사시설이라고 하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국민 세금으로 굳이 야산까지 절개해가면서 테니스장 건설을 강행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며 “국방부에서 가까운 효창운동장 부근이나 한강공원에도 테니스 코트는 많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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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 ‘백호리그’ 부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육해공군 각 군의 작전부대를 지휘, 감독하는 군령 최고 지휘부다. 9년 전 합참에서는 장성들을 주축으로 한 ‘별들의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합참은 2010년 2월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각 본부별로 4개 축구팀 발대식을 갖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리그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리그전 이름은 ‘백호리그’였다. 본부별로 나뉜 팀은 본부장을 주장으로 장성 진급 대상인 대령, 준장에서 대장까지 장성들, 2급 이상 군무원 등 과장급 이상 150여명으로 이뤄졌다. 백호리그는 합참 간부들의 근무 여건에 맞춰 화합 차원에서 진행돼 팀별 고정선수는 없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취임 후 첫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호리그는 그해 12월까지 운영 예정으로 6월과 12월에 해트트릭상, 발전상, 수비상, 득점상 수상자를 선정해 표창할 계획이었다. 백호리그는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제안해서 시작됐다. ‘군인의 1차 조건은 체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간부들과 축구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군 간부들의 체력관리 필요성이 리그 출범의 동기라고 당시 합참은 밝혔다.


하지만 백호리그는 두 달을 가지 못했다. 그해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고, 이상의 합참의장의 경질과 함께 백호리그도 사라졌다.


8년 뒤인 2018년 정경두 합참의장(현 국방장관) 제안으로 합참 체육대회가 사상 처음 개최됐다. 축구대회도 과거 백호리그처럼 시즌 대회는 아니지만 합참 체육대회 종목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부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합참 체육대회는 4월 말 열릴 예정이다. 종목은 축구와 줄다리기, 계주 등이다. 당초 올해 대회는 9일 축구리그 ‘킥 오프’를 시작으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강원도 산불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연기됐다.


축구리그는 상금 100만원을 내걸고 ‘킥 오프’한 후 4일간 열린다. 한 팀당 150여명 선으로 합참의 4개 본부 4개팀과 본부에 속하지 않는 부서를 모은 1개 팀 등 5개 팀이 참가한다. 9년 전처럼 팀별 고정선수 없이 두루 출전할 수 있다.


올해 축구대회는 첫날부터 셋째날까지는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예선리그를 치른다. 그런 뒤 12일 하루 종일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결승전을 벌인다. 합참은 비상대기와 필수요원들은 근무하기 때문에 합참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육군대령)은 8일 “합참 체육대회는 근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화합, 단결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합참 직원들끼리 각 본부별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합참 체육대회는 직원들 간에 서로 얼굴을 익히며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머리’와 테니스장


합참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다. 사무업무는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 합참 근무자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체력단련으로 시간을 보낸 후 오후 5시30분에 퇴근한다. 영내 목욕탕도 오후 4시30분에 문을 연다.


합참은 또 매주 수요일이 ‘전투체력의 날’로 사무업무는 오전에 종료된다.


국방부는 기존 테니스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새로운 테니스장 개장을 위해 영내 ‘용머리’로 알려진 언덕에서 관련 공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아리 회원 등 직원들의 요청으로 기존 테니스장 외에 새로 한 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37.6×35m 규모 테니스장과 26×17.5m 규모 풋살장, 6×9m 규모 라커룸의 조성을 준비 중이다. 국방부는 용산구청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신청하고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 공사를 오는 6월17일 마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내 근무인원은 군인을 포함해 간부 4000여명, 병사 1000여명 등 5000여명에 이르나, 영내 체육시설은 축구장 등 10개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로부터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방부 영내 테니스장 증설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테니스장을 조성하려는 언덕은 10년 전에도 시설 공사를 하려 했던 곳이다. 10년 전에는 용산 지명이 ‘용’에서 유래하고, 이 언덕이 풍수적으로 ‘용의 머리’로 알려진 곳이어서 “지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 국방부가 공사를 하지 못했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서울시와 용산구는 남산과 연결된 용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는 테니스장 공사를 위해 용산을 파헤치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그 기운으로 국방과 나라가 잘되는데, 용산의 정산에 길을 내 두 개로 갈라버리고 머리를 파헤치고 있으니 문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영내는 도시구역상 자연녹지구역에 있는 군사시설이다. 이에 따라 시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국방부는 용산구청과 시설 공사 협의를 마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공사라는 입장이다.


■ ‘행정군대’로 복귀


합참 체육대회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합참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성 ㄴ씨는 “군 최고 군령기관인 합참을 일반 야전사단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참이 조직적으로 일을 하면 체육대회 시간은 내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합참은 전쟁에 대비하는 지휘본부로서의 ‘배틀리듬’ 같은 것이 없다”며 “이는 합참 기능이 통합되지 않고 수직적으로만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업무가 특정 직원에게 몰리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직원이 생기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가 집중되는 합참 부서 직원들은 ‘전투체력의 날’이나 ‘체력단련 시간’에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서류 업무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라는 데 합참 간부들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워라밸 군인’ 따로 있고, ‘과로 군인’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ㄴ씨는 “군의 최고 작전지휘부가 체육대회를 할 여유가 있으면 합참 인원을 감축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며 “적절한 인원이 넘으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합참 간부 ㄷ씨는 합참이 전작권 전환 준비를 이유로 야전에서 많은 장교들을 차출해 놓고 이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내부 문제점을 전했다.


군 장성 ㄹ씨는 “합참은 분야별 전략, 전력·작전기획 등 소그룹별 발전분야 토의가 이뤄져야 하는 곳”이라며 “장병이 혼연일체로 움직이는 행동화된 야전부대와는 다르게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뇌집단에 걸맞은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합참은 요즘 ‘무사고 100일 작전’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를 놓고도 군사작전을 하는 군령기관이 사단급에서나 하는 ‘군사 행정’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고 군 간부들은 지적한다. 합참이 사단급 제대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군사작전을 총지휘하는 기관이 ‘무사고 작전’을 표방할 경우 예하 부대로 내려가면서 ‘몸사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북 위협이 줄어들고 합참 작전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형식에 치중하는 행정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참 보고문서는 육·해·공군의 공식 보고문서와 다르게 색깔이 들어가 있다. 보고서류에 동그라미와 네모 등을 표시한 후 3가지 색깔로 구분하라는 지시는 과거 행정군대에서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합참 장성 한 명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사건에 연루돼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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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은 진행형이다. 상당수 진실이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지진판 감지기록 시간인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1분58초에 멈춰 있다.


이명박 정부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침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후 관련 책자도 쏟아졌다.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관계자나 사건을 나름대로 해석한 기자들이 저자였다. 그러나 애매모호했던 부분들에 대한 의문점들을 이 책들에서 해소하기란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에 ‘천안함의 진실’은 파고들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공방 대상이 돼버린 대통령의 추모식 참석 여부가 더 큰 취재거리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났는데도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국민들은 여전히 많다. 왜 합동조사단 발표를 믿지 않는 국민들이 상당수인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라는 발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뭔가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북한 소행이라는 100% 근거를 찾아내 완벽한 조사를 했다고 발표한 탓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진실은 팩트가 모여 만들어지지만 팩트가 취사선택될 경우 진실은 가려질 수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합조단이 수집하고 분석한 증거들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도 이를 조합해서 발표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파생시켰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제라도 합조단이 발표한 내용의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러 정황과 증거들을 볼 때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은 98%의 확률로 보인다. 이는 100%에서 2%가 모자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합조단 발표가 100% 과학적 결론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며 국내외 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근거가 미약한 주장도 있지만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학자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부분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침몰됐다는 것을 부인한 게 아니라, 합조단 발표의 과학적 허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걸어 이 학자들을 비난했다.


문제는 과학적인 허점이 드러나는 2%가 98% 확률을 깨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합조단은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확실’ ‘단언’ 등 단어가 들어간 확신에 찬 발표였다.


합조단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 하더라도 겸허했어야 했다. 당시 합조단 발표가 확신의 ‘100% 확률’을 채우기에 ‘2%’ 부족했던 사실은 나중에 드러났다. 그런 만큼 ‘최종 조사결과’도 ‘중간 조사결과’ 발표였어야 했다. “98%의 확신이 있지만, 나머지 모자라는 2%의 확률을 채우기 위한 과학적 검증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어야 했다.


게다가 조사결과 발표 전에 군 당국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사건 초기에는 “천안함 침몰 영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가 언론 보도로 관련 영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공개했다. 속초함이 76㎜ 함포로 사격한 대상인 괴물체가 ‘새떼냐 잠수정이냐’를 두고 논란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격파사격 영상 일부가 삭제된 사실조차 비밀에 부쳤다. 은폐 사실은 9년이 지난 최근 드러났다. 당연히 이 사실은 백서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설사 기기 오작동으로 녹화영상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1분가량이 삭제됐다 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실제로 기계가 고장난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똑같은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장비 결함 여부를 살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또 포렌식을 통해 지워진 영상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군 당국은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증거를 찾기 위해 ‘군의관이 백령도 인근에서 발견된 돌고래 사체까지 부검’한 해프닝까지 언론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증거를 놓고 ‘입맛’에 맞게 가공했다는 의혹은 사지 말아야 한다. 검증한 결과 부식 정도로 봤을 때 1번 어뢰가 1개월 보름 정도 바닷속에 있었다고 발표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국방과학연구소(ADD)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그 어떤 전문가도 그런 결론을 내리고 합조단에 통보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합조단의 발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와 어느 전문가 회의를 통해 나온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굳이 논문과 비교하자면 각주가 제대로 달린 것인지를 검증해 보자는 것이다.


군 당국은 미국과 호주, 영국, 스웨덴 전문가가 합조단에 합류해 국제 공조체제하에 합동조사를 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도출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합조단에 참여한 국내 인사들은 이들 국가 전문가의 경우 전시가 아닐 때 발생한 어뢰 폭발이 매우 희귀한 사례여서 관련 자료를 연구하기 위해 온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나 합조단의 종합조사결과는 향후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데 중요한 자료라는 점이다. 깔끔한 북한의 사과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여는’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대신 북한의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측이 꼬투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깔끔한 근거자료가 마련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의 천안함 백서나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조금이라도 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천안함 관련 재판에서 조사결과 발표의 일부라도 부정하는 판결이 나오면 어쩔 것인가. 남은 2%를 최대한 찾아내는 것 역시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방식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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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9년…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꼬리 무는 의문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1분58초. 지진파 감지기록을 토대로 한, 해군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이 시작된 시간이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은 구조되지 못했다. 3월27일 0시4분쯤 천안함은 완전 침몰했다. 26일이면 천안함 침몰 9주기다.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침 사건’으로 규정하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다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해군의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26일로 침몰 9주기를 맞지만 북한 잠수정의 폭침 사건이라는 당시 정부의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의원들이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를 방문,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 새떼 vs 잠수정


합조단 관계자 “영장 신청 안 받아져 사실 확인 못해”

군, 초기엔 북 잠수정 소행 추정 유력 증거 폐기 의혹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당시 군 수사기관이 해군 초계함인 속초함의 함장에 대해 긴급체포를 시도하려 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당시 ‘천안함 합동조사단’ 핵심 관계자였던 ㄱ씨는 25일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이 미확인 물체를 녹화한 광학추적장비(EOTS) 영상 2분 분량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속초함 함장 ㄴ중령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사관은 ‘긴급체포영장 신청 요청이 2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 이상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천안함 종합조사결과 발표 후 남이섬에서 열린 조사본부 워크숍 토의 과정에서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는 괴물체 정체가 북한 잠수정이 유력하다는 증거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군은 사건 초기에는 천안함 침몰과 북한 도발 가능성의 연관성을 지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당시 ‘속초함’은 작전명령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남단까지 북상했다. 속초함은 오후 10시55분쯤 사격통제 레이더상에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시속 76㎞)로 고속 북상하는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다. 이후 76㎜ 함포로 9.3㎞ 떨어진 물체를 향해 오후 11시부터 약 5분간 경고사격 후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속초함 레이더상에 포착된 물체가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합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육지 쪽으로 사라졌다며 새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EOTS에도 분산된 점의 형태로 나타났고, 고속 항해 시 발생하는 물결 흔적(웨이크)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새떼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6월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새떼 보고’를 놓고 국방부와 감사원이 주장과 반박을 거듭했다.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은 “속초함이 괴물체를 발견해 발포했고, 이를 2함대사령부에 보고하면서 속초함장과 승무원은 ‘이것은 괴물체, 나아가 북한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동참모본부 예규에 따라 가감 없이 상급부대에 보고토록 돼 있지만 2함대사령부가 새떼라고 유도해 왜곡시킨 잘못을 우리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속초함에선 검은 물체라고만 보고했지 신형 반잠수정이라고 보고한 적이 없다”며 “속초함과 2함대사령부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떼로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어뢰추진체 부식 상태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 공격의 ‘스모킹 건’이라고 제시한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어뢰추진체 스크루는 페인트칠된 표면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상태였다. 당시 독자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조사한 러시아 조사단은 ‘1번 어뢰’의 부식 정도 등에 비춰봤을 때 물속에 있던 기간에 문제가 있으며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김의수 박사(한국교통대 안전공학부 부교수)는 최근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합조단의 보고서 중 선체와 어뢰의 부식 상태 비교 분석 관련 내용이 검증 차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8년 만에 밝혔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있으면서 합조단 자문으로 위촉돼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검사를 담당했다. 그는 부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굉장히 많아 어뢰추진체가 바닷속에 얼마나 있었는지 최종적으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통보했는데도 정부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엔 (1번 어뢰와) 천안함 선체 부식 정도가 유사한 것처럼 돼 있다고 지적했다.


ㄱ씨도 “윤덕용 당시 합조단 공동단장(KAIST 명예교수)의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국과수나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그런 분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윤 공동단장이 해명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 당시 공동단장은 “(어뢰 모터에 있는) 철의 부식 상태를 보면 함수는 약 한 달 동안 해저에 있었고 (어뢰)추진체는 한 달 반 동안 해저에 있어서 부식 정도가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 화약성분의 출처


당시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HMX, RDX, TNT 등의 화약성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분석한 결과 어뢰에 들어가는 화약성분이라며 북한 어뢰나 중국 어뢰의 화약성분 표본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뢰가 누구 것이냐까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검출된 화약성분이 천안함의 40㎜ 함포나 76㎜ 함포의 포연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 내부에서도 “‘포항함’ 같은 해군의 다른 초계함의 함수와 연돌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될 경우 이는 함포에서 나온 포연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RDX 등은 증거 능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비교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묵살됐다. 이 밖에 ‘어뢰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백색 물질의 정체’ 등을 놓고도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어뢰 설계도 논란


어뢰 설계도 출처 또한 북한제냐 아니냐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의 핵심이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백령도 인근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산 ‘CHT-02D’라고 밝혔다. 그 근거는 북한의 해외 수출용 어뢰 카탈로그에 나온 설계도면이라고 발표했다. 카탈로그 출처에 대해서는 정보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함구했다.


이를 놓고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용 카탈로그에 설계도가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회로도까지 들어간 제작용 설계도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구조를 개념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1번 어뢰’ 추진체를 보고 북한제 CHT-02D 설계도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누가 내렸느냐이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은 두리뭉실하게 북한 설계도를 근거로 했을 뿐, 조사단의 누가 어떤 근거로 일치한다고 결론을 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서두른 조사결과 발표


어뢰 부식 상태와 설계도 논란, 화약 성분 출처 놓고도

이견 분분한데 ‘100% 과학적 검증’ 거친 것처럼 발표

당시 6·2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설 제기


당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은 발생 초기와 나중이 확연히 달랐다. 이는 사건 초기 청와대 내에서 ‘북이 그랬을 리 없다’고 여기던 분위기가 팽배하다가 나중에 북한 소행으로 단정지었던 과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피격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는 부분들까지 마치 100% 과학적 검증을 거친 것처럼 발표해 ‘의혹의 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당시 핵심 관계자 ㄱ씨는 “한국산 제품에 필리핀산 장신구를 달고 중국제 페인트를 칠해놓고 100% 한국산이라고 주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명백한 것으로 보지만, 당시 합조단 발표는 중간 조사단계 발표였어야 맞다”며 “당시 조사단이 마치 모든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100% 확인한 것처럼 공식 발표하는 바람에 오히려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키웠다”고 말했다. 사실상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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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동맹’ 한·미 연합연습이 12일 끝난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계없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군 고위 장성 인사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군 대장급 인사는 4월에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에는 대한민국의 대장 계급 8자리 가운데 7명이 바뀌었다. 육군의 경우 최소한 2.5기수가 젊어졌다. 이후 인사에서도 ‘진급 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세대교체가 이어졌다. 군에서는 전 정권에서 진급한 3성 장군 이상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현 정권에서 진급시킨 인사들로 ‘물갈이’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군 고위 장성 인사가 다음달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이 처음으로 배출될지 등에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진급자의 삼정검에 보직·계급 등이 새겨진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주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음달 인사 관전 포인트는 크게 4가지 정도다. 첫째는 50년 만의 첫 비육사 육군참모총장 배출 여부다. 둘째는 1971년 이후 48년 만에 해병대 대장이 나올 것인가, 셋째는 정보부대장 출신이 육군 대장으로 진급할 것인가, 넷째는 누가 공군참모총장이 될 것인가이다. 정부는 해병대 사령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2일을 전후해 대장급 인사를 실시하고 이어 육군 군단장급 등 3성 장군 이하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일정과 인사폭이 변수다. 다만, 정부가 군 수뇌부 인사를 하는 데 군사적 측면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사례가 많았다는 점은 유력 후보를 점치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 ‘바로미터’는 해군총장

 

청와대, ‘첫 비육사 육군총장’ 임명 의지 강해…
학군 22·23기, 3사 20기 주요 후보군

 

다음달로 예정된 군 수뇌부 인사의 ‘바로미터’(척도)는 해군참모총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해사 39기인 심승섭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해군참모총장에 임명했다. 3개 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 심 총장 선배인 해사 36~38기 장성 10여명이 군복을 벗고 전역해야 했다. 이런 배경에서 차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에 심 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선배 장군을 임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 총장의 육군 임관 동기는 육사 41기와 학군 23기다. 공사 동기는 33기다. 소위 81학번들이다.

 

‘육사 41기’ 육군총장 후보군으로는 최영철 교육사령관,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 최병혁 육군참모차장, 이정기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이상 중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육군 대장 진급 후보자들이기도 하다. 이석구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중장)도 육사 41기이지만 기무사령관 재직 당시 입은 ‘상처’가 워낙 크다.

 

그러나 육군총장의 경우 해군총장이나 공군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전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육사 40기인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과 김병주 연합사 부사령관(이상 대장) 가운데서 차기 총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이 나올 지 여부다. 이번 정부는 출범 이후 국회 청문회를 의식해 합참의장과 육군총장 인사를 사실상 ‘대장 돌려막기’ 식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육사 육군총장이 탄생하면 육군 인사행정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후보군은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학군 23기·중장)과 황인권 제2작전사령관(3사 20기·대장)으로 압축된다. 육군 내부 인사에서 3사 20기는 육사 41기와 비슷한 기수로 분류된다. 김성진 국방대 총장(학군 22기)도 넓은 후보군에 포함된다.

 

‘비육사’ 나오면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 깨져…
현 정부 ‘대장 돌려막기’ 비판도

 

이번에 비육사 출신이 육군총장에 임명되면 1969년 서종철 총장(육사 1기) 이후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이 깨지게 된다. 서 전 총장 이전에는 창군 주역이었던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 주로 육군총장을 맡았다.

 

남 사령관은 총장이 아니더라도 대장 진급은 유력하다. 44대 기무사령관 겸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인 남 중장이 진급하게 되면 군 정보기관장 출신으로는 20년 만의 대장 배출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합참의장을 지낸 이남신 전 기무사령관이 1999년 대장으로 진급한 이후 군 정보기관장 출신 대장은 없었다.

 

김용우 육군총장과 함께 2017년 8월 임명된 이왕근 공군총장(공사 31기) 교체도 확실시된다. 후임 공군총장 후보군은 공사 33기인 황성진 공군참모차장과 최현국 공사 교장(이상 중장)이 거론된다. 공사 32기인 원인철 합참차장과 이건완 공군작전사령관은 해군총장보다 선배 기수인 탓에 확률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해군처럼 기수를 건너뛰어 공사 33기인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의 발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군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미 이뤄진 만큼 일부 중장·소장급 지휘관들의 수평 이동이 예상된다.

 

■ 해병대 4성 장군

 

해병대 4성 장군 길 열렸지만 보직 형평성 둘러싼 갈등 많아
당장 실행될지는 미지수

 

3성 장군인 해병대사령관의 4성 장군 길이 최근 열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병대사령관이 임기를 마친 뒤에 전직이나 진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군 인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합·합동작전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해병대사령관을 다른 중장급 보직으로 임명하거나 대장급 직위로 진급시켜 군사력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였다. 현행 군 인사법은 중장 계급인 해병대사령관이 2년 임기를 마치면 ‘당연 전역’토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각군 수뇌부는 관계법 개정안을 반대하다 지난달 고위 정책간담회에서 입장을 바꿨다. 여야 모두 법 개정 취지에 찬성하는 사안을 무작정 반대만 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해병대사령관을 거친 뒤에 대장으로 진급해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자리로는 합동참모본부 차장(현재 중장 직위에서 대장 직위로 변경한 후 임명),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합참의장과 해군총장도 가능하다. 또 중장으로 전직이 가능한 자리로는 합참 차장·본부장과 해군참모차장, 해사 교장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육·해·공군은 불편한 입장이다. 해병대사령관의 대장 진급이나 중장급 2차 보직이 가능해지면 각군의 장군 보직에 미치는 영향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합참 본부장 자리에 해병대사령관 출신이 임명되면 육·해·공군 장성 가운데 1명은 합참을 나가야 한다.

 

육군과 공군은 해병대가 해군 소속인 만큼 해병대사령관의 2차 보직은 해군 몫에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육군 ㄱ중장은 “병력 2만9000여명인 해병대에서 4성 장군이 나온다면 병력 59만9000여명인 육군에서는 대장이 20명 나와야 비율이 맞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관계법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이는 근거조항 마련일 뿐 (3성 장군 이상) 정원 조정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가 있다”며 “실제 인사 실시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해병대사령관인 전진구 중장(해사 39기)이 이번 인사법 개정안 통과의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전 사령관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 12일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사령관이 중장 2차 보직을 받거나 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군 인사법 개정안이 4월12일 이전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게다가 전 사령관은 심승섭 해군총장과 동기생이어서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합참 1·2차장과 연합사 부사령관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개정된 군 인사법은 예비역이 전역 당시 계급으로 재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놔 전 사령관이 전역 후에 다시 군에 복귀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군총장, 해군처럼 ‘파격 임명’ 가능성…
안보지원사 출신 육군대장 나올지도 관심

 

이번 군 인사에서는 지난달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발탁된 김유근 예비역 중장(육사 36기)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거리다. 전임자인 이상철 차장이 예비역 준장이었고, 육사 38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체감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직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 1차장이 정경두 국방장관(공사 36기)보다 사관학교 기수가 2년 선배인 점을 감안하면 군 통수권자의 안보실을 통한 안정적인 군부 통제 의지가 읽혀진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는 2005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경호실 종합상황실장을 지내다 준장으로 1차 진급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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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 이후 국민들이 체감하는 남북 군사적 긴장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군사력은 한반도를 에워싸면서 한국 해군과 공군의 작전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마치 우리 군의 전력을 ‘가두리 양식장’ 속 물고기처럼 일본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촉발한 ‘초계기 위협’과 중국의 반복되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진입과 ‘서해의 내해화(內海化)’ 움직임이 그 방증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지난해 말부터 1월까지 수차례 한국 해군 함정을 위협하는 저공비행을 한 배경에는 한국 해군으로 하여금 카디즈 바깥 해역으로 나오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숨어 있다. 군사적으로 분쟁지역을 확대해 자위대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표면적인 정치·군사적 목적 외에, 토끼몰이 하듯 한국 해군을 카디즈 안쪽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실질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사건의 발단은 일본 초계기가 카디즈 바깥쪽에서 조난당한 북한 어선 구조작전을 실시하던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180)로부터 조사(겨냥해 비춤)를 받았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는 사태를 봉합하기보다는 한국 해군의 율곡이이함과 노적봉함에까지 저공 위협비행을 실시했다. 그 이면에는 한국 해군이 굳이 카디즈를 벗어나 작전을 하지 말라는 경고가 숨어 있다고 해군 장교들은 지적한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은 한 수 더 뜬다. 전자전 정찰기를 중심으로 한 중국 군용기는 아예 카디즈를 무시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가 불과 2년 사이에 카디즈를 무단진입한 횟수는 2.8배나 늘어났다. 무단진입 범위는 더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찰기는 카디즈나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에 무단진입할 때 중국 군함과 함께 움직이는 입체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카디즈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사 패권주의’나 다름없다.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공역인 제주와 이어도 공역에서도 중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그들의 앞마당인 양 지나다니고 있다. 중국 해군 함정도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 이어도 해역에 대한 실질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군당국의 분석이다. 

 

중국은 서해와 이어도 근해에 ‘중국해양관측부표’나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표시한 부표 8개를 설치했다. 이 부표들 가운데 4개는 한국 해군의 공해상 작전구역에 설치했다. 중국이 한·미·일 잠수함과 함정에 대한 감시·경계 목적으로 부표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의심받는 이유다. 해군은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해를 내해화하기 위한 중국의 기도는 124도 E선을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틈만 나면 이곳 해역에서 매년 대규모 해군 연습을 정례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해군에 124도 E선을 넘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24도 E선이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굳어지면 서해 대부분은 중국 바다가 된다.

동해는 각국이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치열한 각축장이다. 공중에서는 미국의 RC-135 정찰기·MC-12W 정찰기·RQ-4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이 날아다닌다. 일본은 EP-3, YS-11 전자정보 수집기를, 중국은 Y-8·Y-9 정찰기를, 러시아는 IL-20·Tu-214R 신호정보 수집기를 운용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일본의 정보수집함은 물론 중국의 동디다오급(815식) 정보수집함과 러시아의 발잠급 정보수집함 등이 활동하고 있다. 동해를 자신들의 작전 영역으로 여기는 주변국들은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한국 해군 자체 훈련도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의 정보수집함이 몰려드는 바람에 해군이 훈련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연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한 한국군의 전력은 언감생심이다. 금강 정찰기는 대북 정보 전용이다. 정보수집함은 속도가 느려서 기동훈련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한국군이 대북 정보 외에 주변국 군사동향을 탐색하고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라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미군이 관련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다. 이어도 해역에는 중국과 일본 해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해상 레이더조차 없다. 그나마 공중급유기를 들여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것이 위안거리다.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이나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진입은 단순한 일회성 무력시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구체적 대응전략을 세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대북 상황에만 몰입하던 관성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에서 일본, 중국, 러시아 전문가는 찾기 힘들다.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그동안 인재를 키우지 않은 탓이다.

 

주변국의 위협은 지금까지의 우리 안보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안보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군사 전략이나 정책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우리 군은 한반도 주변의 바다와 하늘이 중국이나 일본의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일깨워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주변국의 살라미식 도발이라 하더라도 안보 상황은 한번 밀리면 계속해서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된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군의 대응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주변국 위협에 대응해 카디즈 전 공역에서의 정례 훈련이 가능한지도 보고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가 의지가 반영된 ‘톱다운’ 방식의 전략지침이라도 군에 내려야 한다. 군 스스로 관성을 깨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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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공식별구역 ‘카디즈’ 무단 진입…사상 처음 울릉도·독도 사이 비행
중국기 뜰 때마다 동해에선 한·일 전투기 맞대응 출격, 공중에서의 긴장 고조
안보패권 과시와 한·미·일 전력 관찰, 신호정보 수집  등 다목적 노림수 분석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진입 구역도 독도·울릉도·강릉 앞바다까지 더 깊숙해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중국 국방당국이 공개한 ‘신형 폭격기’. 중국군망 캡처 _ 연합뉴스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이 점입가경이다. 횟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범위는 깊어지고 있다.

 

중국 Y-9 정찰기는 지난 23일 카디즈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을 넘나들었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가기까지 했다.

 

■ ‘무단 진입’ 2년 만에 2.8배↑

 

울릉도 일대까지 침범하는 중국 군용기의 장거리 비행은 2017년 말부터였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은 주로 이어도 인근 지역과 서해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해협을 거쳐 강릉 앞바다까지 접근해 한국을 직접 압박하는 장거리 무단 진입 비행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는 8차례 카디즈를 무단 진입했다. 모두 이번처럼 월말에 들어왔다. 가까운 날짜순으로 보면 작년 12월27일, 11월26일, 10월29일, 8월29일, 7월27일, 4월28일, 2월27일, 1월29일 등이다. 그러다 보니 합참은 월말만 되면 카디즈를 예의주시하다가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하면 전투기 대응출격을 지시하는 게 월례 행사처럼 돼 버렸다.

 

중국 군용기는 통상 한 번 비행에 카디즈를 2~3회 드나들고 있다. ‘제주도와 이어도 주변~포항과 강릉 동쪽~울릉도 주변 북상’ 후 다시 왔던 경로를 따라 비행한 후 복귀하는 식이다.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와 맞닿은 자디즈를 넘나들며 월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해쪽에서는 맞대응 출격하는 한국 전투기 10여대와 일본 전투기 10여대 등 20여대가 중국 군용기에 근접비행을 하며 경고 통신을 하는 등 공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은 동·서·남해 전 지역에 걸쳐 확대되고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합참은 25일 “2016년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 횟수는 50여차례였지만 2017년엔 80차례, 작년엔 140여차례였다”고 밝혔다. 2년 만에 2.8배로 늘어났다.

제주와 이어도 주변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공역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군용기가 이곳을 진입하더라도 한국 공군은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 핫라인 등을 통해 적절한 교신이 이뤄지면 전투기의 대응출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해지역 카디즈는 한국의 고유 방공식별구역인 만큼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할 경우 전투기의 즉각 출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 이어도 노리는 중국

 

중국은 2013년 실질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센카쿠(尖閣) 열도와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배타적경제수역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더불어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카디즈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해군은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전조가 이제는 정례화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이라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된 구역이다.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한 임의선인 것이다. 항공기 속도가 워낙 빨라 적 항공기가 영공에 들어온 뒤 대응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다.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는 국가는 28개국 정도로, 국제법상에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무단 진입한 항공기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대응 출격해 정체를 확인하고,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날 때까지 퇴거를 유도하고 감시한다는 의미의 ‘요격’도 가능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처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한국은 한국전쟁 기간이던 1951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카디즈를 설정했다. 당시에는 중공군 항공작전 능력을 고려해 독도와 울릉도 일대, 마라도 남방까지만 포함했고 이어도는 제외했다.

 

러시아는 2017년 10여차례, 2018년 10여차례, 올해 1차례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 개념 자체가 없어 사전 통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카디즈를 이어도까지 확장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1969년 일본이 자디즈를 설정할 때 이어도 주변 수역까지 포함한 데 이어 2013년 11월23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데 대응해 이어도 남쪽 236㎞ 상공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후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민감한 공역이 됐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은 2014년 중첩된 방공식별구역을 지날 때 상대국에 제공하는 비행정보 교환방법과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 등에 합의했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와 관련한 합의를 하자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계속 카디즈를 침범하면서 한국 공군의 “귀측은 카디즈 통과를 허락받지 않았다. 즉시 벗어나라”는 경고 통신에 대해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1타 3피’ 노리는 중국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동중국해뿐만이 아니라 태평양까지 진출을 노리는 중국군의 안보 패권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정례적인 카디즈와 자디즈 무력화를 통해 한반도와 동해를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굳히려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중국 군함과 공동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안보 발전 태세 2018 연례 보고서’의 전략폭격기 장거리 훈련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은 태평양 서부의 미군과 동맹국 군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8월, 2017년 1·8·12월 네 차례 동해에서 진행한 전략폭격기 ‘H(轟·훙)-6K’ 훈련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은 카디즈와 자디즈 무단 진입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3국의 항공, 해상 군사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디즈와 자디즈를 무단 진입하고 있는 중국 군용기는 Y(運·윈)-8 조기경보기와 Y-9 정찰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이다. 이 가운데 수송기를 개조한 Y-9 정찰기가 가장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Y-9 정찰기의 동해상 장거리 비행에 대해 신호정보(SIGINT)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더, 통신, 무기의 각종 전파 신호들을 파악해 분류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중국 정찰기가 정례 비행을 하는 것도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 장거리 비행을 통해 한·미·일 군사 전력과 훈련상황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 카디즈 정례 훈련 필요

 

정부는 중국 측에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한·중 해·공군 간 직통전화 실무회의 개최와 직통망 추가 설치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응하지 않고 있다. 예비역 공군중장 ㄱ씨는 “공군력으로 실질적인 대응을 해 중국이 스스로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이어도 지역의 해상 레이더 설치와 공중급유체계와 같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구축해 카디즈 전 공역에서 정례 훈련 강화를 포함한 전술조치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카디즈와 자디즈를 넘나들며 불편한 한·일관계를 이용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할 경우 중국 군용기가 도발적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밖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외교장관 회담,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짚어 한국 정부의 명확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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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사건은 국방백서에서 말하는 ‘잠재적 위협’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시사해줬다. 개인적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가 ‘어거지’ 부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일반 사회라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는 힘의 논리에 묻히는 현실을 목격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의 도발에 가까운 초계기 위협비행은 군사적으로 분쟁지역 확대를 통해 자위대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입을 모은다. 군사력 보유 명분의 확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국방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군사 갈등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2019년 이후 5년간 시행되는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서 이즈모급 함의 항모화와 F-35B 추가 도입 등을 위해 약 274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이미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 군사비 책정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처럼 일본 군사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일본 자위대를 공격형 군대로 바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는 ‘자위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앞뒤 맞지 않는 말이 돼버렸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도발에 가까운 군사적 행위 역시 상궤를 넘은 지 오래다. 중국은 서해 내해화를 위한 기도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적 위협보다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중 해군은 124°E 선을 놓고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에서 124°E 선을 사실상의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고착시키려 하고 있다. 124°E 선이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굳어지면 서해 대부분이 중국 바다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해군은 124°E보다 훨씬 먼 123°E 선 주변 바다에서 주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함정 역시 한국 함정을 따라다니며 밀착 감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양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일본의 초계기 위협처럼 언제 한국 해군 함정에 근접해 위협을 가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중국은 서해를 일종의 군사적 안전해역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곳 해역에서 매년 대규모 해군연습을 정례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이어도와 주변 배타적 경제수역(EEZ)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를 포함하는 수역으로 확장했다. 이후 이어도 인근 해·공역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겹치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영역이 돼버렸다.

 

중국은 이어도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KADIZ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조는 이제는 정례화되다시피 한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이다. 중국 정찰기는 이어도와 제주도 인근 해역에 진입한 후 한국 연안에 근접해 울릉도 동쪽 해역까지 북상 비행하다가 다시 같은 경로로 복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또 지난해 2월과 8월 사이에 서해와 이어도 근해상에 폭 3m, 높이 6m의 주황색 부표를 8개 설치했다. 이어도 관할권 확보나 한국과 EEZ 경계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차원이다. 실효적 지배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일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해양 관측으로 가장해 잠수함 운항 정보 탐지용 감시장비를 겸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부표 4개는 한국 해군의 공해상 작전구역에 있다. 이는 한국 안보에 또 다른 도전이다.

 

중국과 일본의 행동은 미국이 빠진 힘의 공백만큼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툭하면 유엔사 후방기지가 자국 내 위치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한반도 유사시 일본 허락이 없으면 유엔사 후방기지 물자가 반출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가세한 한반도 부근에서의 군사활동은 점점 더 강화되고 횟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언제 ‘쓰나미’로 변해 한반도로 몰려올지 모르는 형편이다.

 

물론 주변국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이 먼저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남북 군축을 넘어 동북아 군축까지 제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주변국까지 가세한 잠재적 군사 위협은 안보 프레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북한에 집중했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새롭게 검토할 요인이 생긴 것이다.

 

현재 군 대비태세의 우선순위는 대북 작전에 있다보니 주변국의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위협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당장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제78집단군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중국은 북한 내 중국인 보호를 명분으로 유사시 대북 군사개입까지 할 것으로 한·미 군 정보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군은 평시작전권의 경우 ‘유엔군사령부의 정전 시 교전규칙’에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이 도발할 경우에 대해서도 이 교전규칙을 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가 우방국 소속이라는 이유로 근접 위협비행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 명분을 위한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제는 만에 하나라도 주변국이 도발할 경우를 대비한 독자적 교전규칙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변국 군사활동에 대한 대응을 전담하는 ‘합동참모본부 제2작전본부’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합참 제2작전본부는 주변국 안보 상황 변화에 따른 최대한의 방어 전략까지 구상해야 한다. 육·해·공 각군의 교육사령부도 주변국 군사상황에 맞춘 교리를 개발해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이 밖에 북한이 비난하는 F-35와 공중급유기 도입도 동북아 군사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더 이상 시비를 걸 사항이 아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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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은 치밀한 ‘시나리오’ 도발 VS 韓은 ‘냉·온탕’ 대응

· 지금 상황이 악화되면 ‘한·일 무력 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

· 일본의 의도된 무력충돌에 잘못 말려들면 ‘포크랜드 전쟁’ 악몽 재현될수도

 

일본의 도발로 촉발된 한·일 초계기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사소한 불씨’ 하나로 무력충돌로까지 번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 사진 가운데)이 지난 26일 해군 초계기 조종사 가죽점퍼를 입고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부두에서 출항 준비중인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에 강력한 대응을 지시하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25일 초계기가 배치된 가나가와현 아쓰기 기지를 찾아 지속적 경계 감시활동을 당부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6일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초계기가 다시 위협비행을 할 경우 군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의 해작사 방문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전날 해상자위대 아쓰기 기지를 찾은 데 대한 맞불 차원이다. 아쓰기 기지는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저공 위협비행을 했던 P-1 초계기가 배치된 곳이다. 이와야 방위상은 이곳에서 “주변 해역의 경계 감시 활동을 착실하게 실시하라”면서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바다, 하늘, 영토, 국민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익없는 군사력 대응

 

그러나 국제 여론은 이와야 방위상의 발언과 정 장관의 발언을 비교해본 후 한국 군부가 ‘호전적’이라고 평가할까 우려스럽다. 정 장관 발언은 ‘무력사용도 불사하라’는 의미로 읽혀지는 반면, 이와야 방위상 발언은 해상 자위대원들에 대한 격려발언에 방점을 두는 것처럼 외견상으로는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와야 방위상 발언의 뒤에 숨은 뜻까지 파악할 수 있지만 ‘제 3자’인 외국인 입장은 다르다.

 

이는 자칫하면 일본의 의도적인 도발에 이은 계획적인 군사적인 충돌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일본은 치밀한 도발로 군사적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살라미’식으로 한국을 자극해 왔다. 교활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 특히 국방부의 대응은 전략적인 시나리오 없이 ‘즉흥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은 한일 갈등을 이용해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율을 어느정도 높이는데는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를 위기상황까지 몰아부쳐 더 높은 지지율을 얻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국제 여론전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 자위대의 질주에 대한 경계심도 읽혀진다. 군사적으로는 한국 보다는 일본 입장을 거들어준 사례가 많은 미군조차도 개입을 거부했다.

 

‘말폭탄’ 수준을 넘어선 도발에 응징하라는 한국군 군령·군정권자의 발언의 파장은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사력이 대치하는 현장에서는 사소한 자극 하나가 확대돼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일본의 의도된 계산인지 모른다.

 

한일간 군사분야 갈등에서 ‘버퍼링’(완충) 역할을 했던 미군이 끼어들 틈도 없이 양측이 무력충돌할 경우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만큼 이제는 군사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무력 대응은 실익이 없다. ‘전쟁은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손자병법에도 어긋난다. 국내 여론을 의식해 시작한 아르헨티나의 ‘포크랜드 전쟁’ 악몽은 자칫 한반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냉정한 현실은 무력충돌이 벌어지더라도 일본측에 승산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이 군사적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개연성이 있는 배경이다.

 

일본은 해상초계기는 물론, 전투함정, 잠수함 등 거의 모든 해상전력에서 한국에 저만치 앞서 있다. 해상초계기만 살펴봐도 한국 해군은 P-3 16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해상자위대는 P-3 80여대와 P-1 3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대수로 일본에 1대7의 압도적 열세다. 일본이 자체 제작한 신형 P-1은 최대속도, 항속거리, 최대이륙중량 등 모든 면에서 P-3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해군력 비교의 잣대인 함정 총 보유톤수는 일본이 46만t, 한국이 19만t으로 일본이 2.5배 앞선다. 초계기 사건이 발생한 원양에서의 작전이 가능한 대형 함정도 일본이 더 많이 갖고 있다.

 

작전 훈련중인 광개토대왕함. 해군 제공

 

■서태평양 23개국 해군이 배심원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의 해상규범인 ‘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에 있다.

 

WPNS는 서태평양 지역 해군 간 해양 안보협력과 상호신뢰, 이해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1988년부터 2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는 서태평양 역내 유일의 다자간 협의체다. WPNS는 돌발적인 해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해군 함정과 항공기들이 예기치 않은 만남에서 사용할 표준화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CUES는 2014년도에 호주 주도로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에서 한·일·미·중·러·싱가포르·뉴질랜드·베트남 등 아태지역 25개 국가들의 만장일치로 비준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해상위에서 예상치 못한 선박·항공세력간 조우가 있을시 적대적인 행동이나 오해없이 서로 잘 넘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상호 무전방법 무터 대형, 속도까지 매우 상세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 역시 이 CUES에 서명했다. 비록 국가간 약속의 성격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어기면 국제 여론에 반하는 것이다.

 

12월 22일 일본 방위성은 광개토대왕함의 사격 관제 레이더 사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는 2014년 한일 양국이 모두 서명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관한 강령’(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광개토대왕함이 ‘승선중인 지휘관(해군 함장)이 적대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금한다’는 CUES 2조 8.2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CUES 2조 8.2항은 ‘···공격행위와 유사한 주포·미사일·대공포·사격통제(화기관제)레이더· 어뢰관 또는 다른 무기를 조우한 함선 또는 비행체 방향으로 향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와 관련한 과학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억지 주장만을 반복했다.

 

■‘CUES’ 위반한 日 초계기

 

일본 와야 방위상은 또 P-1 초계기가 150m 이하로 저공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에 규정된 것보다 높게 비행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이 기준은 일본이 마음대로 독자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제법 또는 국내법, CUES나 항공법 등에 따른 것”이라며 “미군이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등도 거의 같은 기준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싱가포로 회담에서도 초계기 특성 및 전술 목적상 저고도 비행을 자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 해군 초계기도 (북한 상선 정찰을 위해) 저고도 비행을 하지 않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 목적 항공기의 운용은 군사자원의 운용에 관한 부분이고, 주권사항으로 그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한국 국방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은 민간항공기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군용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CUES 2조 8항에서는 ‘해군기(초계기 포함)에 대해 함정 주변에서의 곡예 비행이나 공격 태세 시연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저공비행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일상적인 관행이라 하더라도 해군 함정에 저공으로 위협적인 근접 정찰비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만큼 국방부는 WPNS 회원국들에 일본 초계기가 CUES를 위반했는 지 여부를 물으면 된다. 일본에도 공동으로 하자고 제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역시 CUES 합의국이니만큼 WPNS에 유권해석을 함께 요청하자고 하는 데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다.

 

정상적인 상식을 지닌 국가라면 일본 초계기가 CUES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CUES에 합의한 25개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그 어느 국가도 일본 초계기의 도발적인 정찰활동을 용납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회원국들이 ‘강령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린다 해도, 앞으로 해군 초계기도 일본 함정에 대해 똑같은 비행패턴으로 감시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도 일본 초계기 도발은 일상화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WPNS 회원국에 CUES 문제를 제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기간만큼은 일본도 국제여론을 의식해 초계기 도발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한기 합참의장(가운데)이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기 전 식순에 따라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합참의장 지휘서신의 ‘부작용’

 

박한기 합참의장의 지난 26일 ‘지휘서신 1호’는 예하 부대 입장에서는 자칫 무책임한 지시로 해석될 수 있다. 박 의장은 서신에서 최근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상황과 관련, 작전 반응 시간 단축과, 작전현장 가시화를 위한 신속·정확한 상황 보고체계 확립 및 행동화 숙달을 강조했다. 이 지휘서신은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위협비행에 대한 지침으로 보인다.

 

합참은 군의 작전 대응 시간 단축과 신속 정확한 상황 보고체계 확립을 주문했다고 하지만, 합참의장 지휘서신에는 이율배반적인 내용이 숨어있다. 상부에 신속 정확한 상황보고를 하면서 동시에 작전 대응시간을 단축하기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작전 현장의 지휘관이라면 상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북한군 도발에 대해서 ‘선 조치 후 보고’라는 작전 지침이 전군에 내려졌던 것이다.

 

현재 군지휘통제 및 전술통신체계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인근 해상에서 해군 함정과 일본 초계기가 맞대응을 하는 상황이라도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동시에 인지하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돼 있다. 해군과 일본 자위대의 대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합참과 해군작전본부는 지통실에서 상황을 24시간 정밀하게 모니터하면서 먼 바다에서 작전중인 해군 함정으로부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보고 외에는 현장 조치를 우선시하도록 해 상부 보고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

 

게다가 합참은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응수칙 매뉴얼을 다단계로 구체화한 터다. 그런만큼 바다위 함정에서는 각 단계마다 상부보고 절차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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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국방부 “경보음 시점·방위각·주파수 데이터 공개하라”

ㆍ일 ‘자위대 자랑’ 해상 초계기 장비 오류 가능성은 외면

ㆍ‘독도 지킴이’ 광개토대왕함 견제, 정치적 목적 분석도

 

국방부는 21일 ‘초계기 사건’을 해결하려면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하라고 일본에 촉구했다. 로그파일 기록이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공개하겠다는 경고음(RWR·Radar Warning Receiver)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시와 방위,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며 일본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레이더 정보의 공개를 재차 요구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유튜브에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 위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서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원 안)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일본 초계기가 나타나기 직전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모습이다. 연합뉴스

 

그는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180)로부터 조사(겨냥해 비춤)를 받았다는 시점의 경고음인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를 탐지하고 냈다는 경보음이 울린 시점과 방위각, 주파수 특성 등이 함께 공개되지 않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될 경우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탐색용 레이더(MW-08)라면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음이, 강한 전파를 연속해 방사하는 사격통제레이더(STIR)라면 강한 음이 일정 시간 계속된다.

 

■ 데이터 없는 경보음 공개 무의미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단순히 레이더 경보음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초계기에 녹음됐다는 경보음이 한국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STIR-180)에서 나온 것인지를 분석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에는 녹음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달 28일 레이더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초계기가 녹음한 레이더 경보음도 함께 공개했어야 했다”면서 “뒤늦게 공개하면 그것이 당시 레이더 경보음인지, 아니면 일본 측에서 나중에 더빙한 경보음인지 누가 알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로그파일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그파일은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사용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파일이다. 항공기의 운항내역을 기록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최 대변인은 일본이 P-1 초계기의 레이더 탐지 당시 경보음을 공개할 방침인 것과 관련해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레이더)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경고음 공개도 일본이 불리한 국제적 관심을 전환하기 위해 벌이는 부적절한 여론전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경보음을 탐지했다고 주장한 시점부터 실시간으로 위협 시현 계기판에 기록된 자료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 성능 맹신, 장비 오류일 수도

 

일본 P-1 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0일 한국 해군작전사령부와 일본 해상자위대 사이의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았다. 그만큼 다급하고 심각한 사항으로 한·일 양측이 간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일본은 다음날 오후 와타나베 다쓰야 일본 해상자위대 무관(대령)을 통해 해당 해역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작전을 했는지 여부와 함께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광개토대왕함은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 중이었고,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하지 않고 탐색·추적레이더(MW-08)를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일본 무관은 국방부 설명을 본국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방부 답변을 무시했다. 지난달 22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한국 해군 함정이 화기관제레이더(사격통제레이더의 일본식 표현)로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 이는 일본이 실무적인 추가 협의도 없이 한국 국방부 설명을 일방적으로 거짓으로 간주한 처사였다.

 

이 같은 일본 행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 제고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치적 목적에다 일본이 자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 전자장비 성능에 대한 과신이 겹쳐 무리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P-1 초계기 장비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해군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일본이 확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는 P-3C를 대체하고 있는 일본의 주력 대잠초계기다.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P-1을 ‘대동아공영권 초계기’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자랑하는 전력이다.

 

전문가들은 P-1 초계기가 당시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구조작업 중이었던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탐색 및 사격통제 겸용인 삼봉호 켈빈 레이더는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와 같은 ‘I밴드’(주파수 8~12㎓)를 쓰기 때문에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가 사격통제레이더에 접촉했다고 말하는 순간 광개토대왕함은 삼봉호와 유사한 선상에 위치한 상태였다.

 

만약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다면, P-1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까지 저공비행을 하면서도 레이더파의 방위분석도 하지 못한 꼴이 된다.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 ‘초계기 도발’ 배경과 전망

 

해군은 P-1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한국 해군을 무시한 사실상 ‘도발’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초계기가 사격통제용 STIR 추적레이더 빔에 노출됐다면 상대방이 사격 조준 및 장전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일본이 공개한 영상에서 P-1은 오히려 고도 150m로 광개토대왕함에 500m까지 근접해 비행했다. 그러면서 함정에 헬기는 탑재돼 있지 않으며 함포는 우리 측을 향하고 있지 않다고 승무원끼리 이야기한다. 승무원들의 통신음에선 전혀 긴박함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예비역 해군 제독은 “만약 일본 초계기가 STIR의 위협을 감지했다면 대공 무기를 회피하도록 하는 금속물질인 ‘채프’를 발사하고, 즉시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났어야 한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기본 매뉴얼”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그토록 위험한 레이더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즉시 회피기동을 했어야 함에도 여유있게 비행을 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일본 측에 요구한 이유다.

 

사건이 발생한 공해상은 한·일 해상경계선상(양국 공유 수면)의 공해 어장이지만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수역이다. 한국 해군이 이곳을 통행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상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일본은 독도를 지키는 1함대의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이 나타나자 P-1 초계기를 발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연례적인 독도 방어훈련이 실시된 지난달 초순쯤을 전후해 훈련의 핵심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의 움직임에 신형 초계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초계기 위협비행과 함께 촉발된 레이더 공방의 진실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측이 레이더 정보를 일방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주파수 폭(PW), 주파수 간격(PRI)과 같은 고유 주파수 특성이 드러나면 상대방 전파방해(재밍) 공격으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모두 전파 데이터는 중요 기밀이다. 정보를 공개하면 관련 장비의 거리분해 능력과 방위분해 능력, 파형분석 능력 등과 같은 군사기밀이 모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보의 대칭성과 비례성만 확보되면 장비 제작사 등 제3자를 통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한 팩트 확인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면서 한국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를 달라고 하는,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이미 국제사회에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알렸는데, 이제 와서 다른 함정이라고 번복하거나 착각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본의 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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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정보 문제’ 언급

·일부 대북 전술정보 오류···합참은 “북의 ‘기만전술’ 주장

·자의적 정보판단·오류 반복되면 ‘외과수술’ 불가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가운데)이 중동부전선 철원 지역 GP 철거현장을 둘러본 뒤 GP 뒤편에서 북측을 바라보며 군사분야 합의 이행과제를 현장토의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국방정보본부를 비롯한 군의 대북 군사정보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군 안팎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들 기관이 생산하는 북한군 전술·전략 정보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군사회담 협상 과정에서는 정확한 북한 군사정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군사정보 최고 책임부서인 국방정보본부 등에 대한 ‘경고등’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미 켜진 것으로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방정책 토론 자리에서 (대북) 정보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국방부 간부 ㄱ씨는 “VIP(대통령)께서 말씀 도중에 ‘정보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이는 합참정보본부를 비롯한 군 대북 정보부서를 언급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국방정보본부에서 특히 대북 군사정보는 합참정보본부 관할이다.

 

■ ‘괴물 정보’로 변질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보 문제’는 우선 합참의 대북 전술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참정보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군 관련 전술정보 일부가 남북 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팩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군이 아군의 혼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만전술을 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정보는 중요한 것도 아니고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군이 남북 군사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남측에 노출한 일부 정보는 북의 ‘기만전술’인 데다 정보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탈북 북한군에 대한 합동심문과 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탈북 북한군이 진술한 정보가 전술 군사정보에 반영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ㄱ씨는 ‘군사정보’가 ‘괴물 정보’로 변질되는 경우를 우려했다. 합참정보본부의 고질적인 관행이 전임자가 ‘A’라는 군사위협 정보를 생산하면 후임자가 전임자 판단을 뒤집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임자가 자신의 진급·보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개인적 친분이 깊은 선임자를 의식해 ‘A’를 기본으로 추가 정보를 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괴물 정보가 만들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정보본부 내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자의적 판단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 군사정보를 과대 포장했다는 의심을 산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북한군이 한때 장비 노후화와 기름 부족으로 일부 전차사단과 포병사단을 해체하자 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해체한 사단을 경보병 사단으로 재편해 전투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북한군 전투력이 줄어든 것을 오히려 높아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잘못 생산된 표적 정보 등으로 인한 유사시 아군의 화력 낭비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잘못된 정보 판단으로 다연장로켓체계(MLRS) 공격이면 충분한 표적에 대해 1발에 20억원 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까지 동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역 장성 ㄷ씨는 “정보본부가 생산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가끔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본부가 이순진 합참의장(육군 대장)에게 보고했던 북한군 ‘장사정포’ 관련 사례를 들었다. 당시 정보본부는 “북한군이 대공포로도 활용이 가능한 개량형 장사정포를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장사정포가 항공기도 격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공군의 전시 목표물 타격작전 방식을 모조리 뜯어고쳐야 할 판이었다. 종합적인 분석·조사 결과 이 보고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만약 이 보고에 기초해 전력증강이 이뤄졌다면 국민 ‘혈세’가 엉뚱한 곳에 투입될 수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부를 의식한 비효율적인 중복 보고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합참 간부 ㄹ씨는 “남북 군사합의 이후 북한정보부와 정보융합실의 대북 정보 상당 부분이 중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군 수뇌부 관심이 높아지자 양측이 정보를 조율하기보다는 경쟁적으로 보고를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본부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는 블랙북(일일 특수정보 보고서)조차 핵심적 분석은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단순한 정보 모음집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유효한 형편이다.

그러나 합참 장성 ㅁ씨는 “정보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팩트에 근접해 나가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감수한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현역 장성 ㅂ씨는 “적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는 비효율적인 전력 대응으로 돌아온다”며 “그런데도 ‘적에 대해서는 최대 평가, 아군에 대해서는 최소 평가’를 해야 전쟁에서 안전하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고급 지휘관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적을 과대 포장하면 자칫 적에 대한 잘못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는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 독점’을 활용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해외 무관 출신인 예비역 대령 ㅅ씨는 “지난 정권에서 ㅇ정보본부장(중장)이 무관 내정자들을 상대로 교육하면서 ‘북한 정권이 3년 이내에 붕괴한다’고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한 발언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합참정보본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북한 핵실험을 예측하지 못했다. 나아가 징후조차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정보본부장은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북의 핵실험 징후는 1개월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2016년 1월 북의 4차 핵실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해 ‘망신’을 샀다. 이후 군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후에는 언제 발사 버튼을 누를지 알 수 없다”며 “게다가 핵실험은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더더욱 알기 어렵다”고 변명했다.

 

■ ‘왔다 갔다’ 정보 분석

 

합참정보본부는 2016년 8월 북한 노동미사일 2발 발사를 1발 발사라고 정보를 왜곡해 발표한 사례도 있다. 당시 첫 번째 노동미사일 발사가 폭발로 실패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효용성 논란에 이용될 수 있다는 청와대 판단을 고려해 정보를 왜곡했다고 당시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군 정보당국의 이런 ‘왔다 갔다식’ 정보 분석이 나올 때마다 정보사항을 정치적으로 가공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안보 마케팅’이 필요할 경우 안보 위기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분석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낙관적인 ‘로 키’로 방향을 잡는 식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합참정보본부는 ‘안이한’ 정보 분석으로 또 질타를 받았다. 앞서 전년도 5월8일 북한이 SLBM 모의탄 사출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북한이 공중점화쇼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제 SLBM 개발 완료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하자 합참정보본부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북한의 죽기 살기식 도전’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군 정보당국 간부들의 일탈도 심상치 않다. 정보부대 ㅈ장군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에 부하 여성 장교를 성추행했다가 구속됐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국군정보사령부 간부들이 다른 국가 정보요원들에게 수천만원을 받고 해외 비밀공작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 100여건을 팔아넘겼다 구속 수사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정보본부 등은 군사기밀을 군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부서로 국가정보원 외에는 사실상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다. ‘정보 서비스’보다는 ‘정보 독점’에 집중하는 등 군 정보당국의 정보 전달체계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도 인식했다. 그는 재임 시절 국방정보본부에 정보병과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군 대북 군사정보당국의 자의적 정보 판단과 오류가 반복 노출될 경우 대대적인 ‘외부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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