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734건

  1. 2021.10.12 훈장 수여와 전투 명칭, 왜 정권 따라 바뀌나
  2. 2021.08.10 ‘같기도’ 한·미 연합훈련 부른 대통령의 지시
  3. 2021.07.13 존재 이유 의심받는 ‘군대 귀족’, 군 법무관들
  4. 2021.06.15 군 성추행 사건, 차라리 특검을 하라
  5. 2021.05.18 ‘도로 기무사’ 본색 드러내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
  6. 2021.04.20 과학화·기동화 군대의 그늘
  7. 2021.03.23 ‘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요구받는 한·미 연합훈련
  8. 2021.02.23 ‘입맛대로’ 인사 탓에 기본 무너진 군대 (1)
  9. 2021.01.27 전작권·남북대화 ‘두 마리 토끼’ 쫓기
  10. 2020.12.30 다문화 시대의 ‘개인 맞춤형’ 군대
  11. 2020.12.02 물 샐 틈 없는 철통경계 ‘도그마’는 이제 그만 (1)
  12. 2020.11.04 근본 없는 ‘악어새’ 국회협력단을 해체하라
  13. 2020.10.07 ‘유령 조직’으로 소통하는 국회와 군
  14. 2020.08.12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2)
  15. 2020.07.24 ‘전문 경영인’ 국방장관이 필요하다
  16. 2020.06.26 국민청원 게시판 글로 시달리는 군대
  17. 2020.05.29 ‘엿장수’ 유엔사의 DMZ 조사결과 발표
  18. 2020.05.29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군대는 곤란하다
  19. 2020.05.29 3사단 GP 총격 사건 '4대 쟁점’
  20. 2020.04.03 국방부의 ‘사드 페이퍼’를 기대한다 (1)
  21. 2020.03.17 김정은의 남다른 포병 사랑…‘전략적 맞대응’이냐, ‘코로나 피신’이냐
  22. 2020.03.05 ‘코로나19’ 군 1개 사단 규모 마비…‘비전통적 안보위협’ 남일 아니다
  23. 2020.02.07 문재인 청와대의 ‘별 인플레이션’과 군부 길들이기
  24. 2020.02.04 미군 사령관 ‘무단 출입’ 문제 삼은 유엔사…지나친 DMZ 관할권 집착
  25. 2020.01.21 ‘복무 중 성전환’ 군 성소수자 논의에 방아쇠를 당기다
  26. 2020.01.10 국방개혁과 병사 한 명의 가치
  27. 2020.01.07 디지털 박격포·신형 호위함·정찰비행단…육·해·공 전력 업그레이드 (1)
  28. 2019.12.13 미국 ‘키세’의 승리가 의미하는 것
  29. 2019.12.10 주한미군사령관, 미국 이익 대변하며 ‘반 정치인’ 영향력 (1)
  30. 2019.11.12 육군 2개 군단·6개 사단 해체…‘인구 절벽’ 대비 부대구조 정예화

불타는 연평부대의 K9 자주포.

무공훈장이란 무엇인가. 그 허망함을 보여주는 <철십자 훈장>이라는 오래된 영화도 있지만, 무공훈장이 주는 상징은 결코 가볍지 않다. 군인에게 수여되는 무공훈장은 대부분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의날인 지난 1일 해병대 김정수 소령과 천중규·김상혁 상사에게 각각 화랑무공훈장과 인헌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이들은 2010년 연평도 포격전 당시 연평부대 포7중대 중대장과 부사관들이다. 김 소령 등은 북한의 무차별 포격에 K9 자주포로 즉각 대응 사격한 공을 인정받았다. 당시 K9 자주포와 철모 위장포에 불이 붙은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응 사격에 나선 임준영 상병은 해병대 전투정신의 상징이다. 해병대 연평부대 전승기념관에는 임 상병의 불탄 철모를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들 해병에 대한 훈·포장 수여는 전투가 벌어진 지 11년 만에야 문재인 정권에서 결정됐다. 연평도 포격전은 2010년 11월23일 북한이 해안포 등을 동원해 170여발을 발사했고, 연평도를 지키던 해병대 연평부대가 K9 자주포로 80여발을 대응 사격한 사건이다. 당시 대포병탐지레이더가 정상 작동하지 않아 연평부대는 1차 대응 사격을 도발 원점이 아닌 북의 무도 기지를 향해 실시했고, 이후 적의 2차 사격 이후에야 탐지레이더가 정상으로 돌아와 도발 원점인 개머리 기지로 응사했다. 레이더가 제때 정상 작동되지 않은 것 때문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한미연합사의 존 A 맥도널드 장군은 적의 기습 포격에 사방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도 13분 만에 대응 사격을 한 것을 두고 연평부대 포대원들의 용기를 매우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이는 ‘파이트 투나잇’ 정신으로 평소 훈련이 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연평부대 기록에 따르면 포7중대 대원들은 2010년 1월1일부터 포격전이 벌어진 11월23일까지 전투 배치훈련을 무려 455회나 실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명박 정권의 군 수뇌부는 이들의 전공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다. 합참은 전비태세 검열 결과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났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먼저, 연평부대 K9 자주포가 대응 사격했던 외부 포상(포를 배치하는 진지) 바닥이 콘크리트로 잘못 설계됐던 점을 문제 삼았다. 북한군 포탄이 외부 포상의 콘크리트 바닥을 때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생긴 파편이 1번 자주포와 3번 자주포의 케이블을 손상시키면서 자주포를 작동 불량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훈련 중 남은 폐작약을 방치해 적 포탄에 불이 붙도록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폐작약 불똥이 튀는 바람에 자주포와 철모에도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부대 시험평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해병대의 훈장 요청도 거부했다.

 

이후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 도발’이라는 명칭을 ‘연평도 포격전’으로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다. 연평부대가 ‘북한의 기습 포격에 맞서 K9 자주포로 즉각 대응 사격해 승리를 거둔 전투’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였다. 국방부는 이 요청 역시 거부했다. 이를 놓고 군 수뇌부가 ‘자위권적 대응과 응징’에 실패한 것과 해병대의 즉각적 대응이 대비되는 것을 의식한 조치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권이 바뀐 후 해병대 숙원이 풀렸다. 국방부는 지난 3월 공식 명칭을 ‘연평도 포격전’으로 변경했다. 이어 제73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을 앞두고 연평도 포대원에 대한 훈·포장 수여안이 통과됐다.

 

정권 교체 후 남북의 군사적 충돌사건에 대한 명칭이 바뀐 사례는 여러 차례다. 2002년 일어난 제2 연평해전의 본래 명칭은 ‘서해교전’이었다. 해군은 서해교전에서 ‘NLL 수호’라는 임무를 완수해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서해교전을 ‘완패한 전투’로 규정했다가 이명박 정권이 출범하자 ‘북한의 도발을 막아낸 승전’이라고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러면서 ‘서해교전’ 명칭도 ‘제2 연평해전’으로 격상했다. 그러다보니 서해 대청도 인근 해상에서 불과 2분간 일어난 남북 해군 간 충돌조차 ‘대청해전’으로 높여 불러야 했다. 연평부대 포대원들의 목숨을 건 대응 사격이 제대로 평가받게 된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훈장 수여 기준과 기념일 명칭이 덩달아 바뀌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0년 7월 동해에서 열린 한·미 연합훈련.

한국과 미국이 10일부터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한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한·미 병력은 전투참모단에 증원 인력을 편성하지 않는 등 전반기 훈련 때보다 대폭 쪼그라든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부에서는 “이럴 바에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했다 치고’ 식의 ‘같기도 훈련’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예상대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한·미 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한 뒤부터 남남 갈등은 표면화됐다. 훈련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 얘기도 들린다. 김여정 발언 이후 통일부는 연합훈련 연기론을 띄웠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5일에는 여당 의원 74명이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연합연습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훈련 불가피론을 폈다. 그러면서 훈련의 방어적 성격, 실병력 기동 없는 지휘소 훈련, 전작권 회수를 위한 검증 필요성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야당에서는 집권여당이 북한 하명부를 자처하는 모습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미 상당수 미군은 훈련을 위해 한반도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김여정도 한·미 연합훈련 취소가 가능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이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 측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군부에 군사적 판단이 아닌 정무적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군 통수권자는 정무적 판단을 한 후 군부에 군사적 판단을 요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통수권자가 정무적 결정에 따른 부담을 국방장관에게 지운 것이다.

 

그나마 물꼬는 질병관리청이 터줬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조치를 한·미 연합훈련에도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 이뤄지는 지휘소 내부에서도 인원 간 2m 거리 두기를 엄격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미 연합훈련 참가인원 축소 요구의 핑곗거리가 됐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훈련에 백신 접종을 마친 병력만이 참가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돌파감염’ 우려를 내세웠고, 이는 ‘같기도 훈련’으로 이어졌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하는 것은 정치이며 정치는 길 안내를 하는 지성”이라면서 군사적 관점을 정치적 관점에 종속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군사를 지도한다는 의미다. 군사가 정치의 수단이라는 위치에서 이탈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서욱 국방장관이 “지시대로 신중하게 판단한 결과,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강력한 동맹의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이번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은 정상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라고 했다면 문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을까. 가정이긴 하지만 “한번 더 신중하게 판단해보라”고 다시 지시했을 것이다. 군이 정치의 눈치를 보면서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되면 망가진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말도 논리가 맞지 않는 이유다. 미국은 이미 전작권 전환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 관계에서 약소국의 침묵은 동의와 수용을 의미한다. 이해관계의 영역도 다르다. 지금 한·미 연합훈련은 미국 정부의 ‘군사 분야’이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정치 영역’이다. 미국의 군사 분야와 한국의 정치 영역을 ‘등가성’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이해가 빠르다. 미국의 지엽적 군사 분야가 한국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빛 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의 비대칭성이 갖는 현실이자 숙명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군사적 판단이 자칫 남북관계에 매달리는 한국 정부에는 치명적인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에 있어서 한·미 연합훈련은 군사적인 옵션이지만, 한국 정부에는 군사적 성격을 넘어 남북 간 평화 문제에 직결되는 최고 수준의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결단은 정치 지도자의 책무이자 숙명이다. 전략적 결단을 보여주는 대신 부하에게 “신중하게 판단하라”고만 말하는 군 통수권자는 비겁하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지시가 전략적 결단이었다면 할 말은 없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고에 대한 지난 9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조차 “미흡하다. 이게 최선인가”라면서 “합동수사단이 눈치보기, 제 식구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을 꿈꾸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수사·징계·보직해임 대상자가 총 38명”이라며 “공군 창설 이래 역대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는 내사자를 포함했고, 징계 및 보직해임자도 앞으로 할 예정까지 포함시켰다. 숫자 부풀리기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게다가 투망식 수사로 형사입건 대상 숫자를 늘리면서도 정작 핵심 연루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국방부 검찰단이 주도한 합동수사단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문에서 황당한 것은 여군 부사관의 사망 원인 부분이다. 이번 사건 개요를 ‘이 중사가 선임부사관에 의해 성추행당한 이후, 여러 차례 신고하였으나 군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회유와 협박, 면담 강요, 피해 사실 유포 등의 2차 가해가 지속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라고 해놓고, 나중에는 “피해자 사망의 원인에 대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에 있습니다”라고 전혀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짜맞추기식’ 얼렁뚱땅 수사결과 발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군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허접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군 20비행단 검찰은 부실·늑장 수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공군본부 법무실과 법무실장은 부실 초동수사의 ‘윗선’으로 지목받고 있다. 공군 법무관들을 수사해야 하는 국방부 검찰단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 검찰 법무관은 따지고 보면 군 판사 법무관이기도 하다. 군 검사를 하다가 국선 변호장교, 군 판사를 순환보직하듯 번갈아 맡는다. 여기에 과거 상관이었던 법무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면 ‘원님 재판’이 이뤄진다는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군 법무관들의 동료의식과 폐쇄적 근무환경에서는 군 사법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리 만무하다.

 

이런 폐쇄적 문화에서는 지휘관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지만, 거꾸로 법무관이 법을 잘 모르는 지휘관을 ‘가스라이팅’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허점투성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도 군 법무조직이 장관의 지휘권을 훼손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군 법무관의 자질을 의심하는 시선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일선 부대 법무관이 수사능력에 대한 부담감과 부대생활 부적응 등을 호소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발생했다. 또 군 법무조직이 피의자의 전역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다 사건을 민간으로 떠넘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수사능력 부족이나 직무태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관들은 2005년 국가를 상대로 낸 보수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본봉 35%가량을 수당으로 받는다. 조종사나 잠수함 승조원보다 많다. 일반 장교가 22년가량 근무해야 가능한 대령 진급도 15년이면 된다. 그런데도 지난 4월에는 7개월 동안 19일만 정상 출근하고 나머지는 무단결근하거나 지각, 허위 출장 등을 일삼은 한 공군 법무장교의 존재가 민간법원 판결에서 드러났다.

 

군 법무관들을 ‘군대 귀족’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8년 9월에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직원 69명이 평일 일과시간에 단체 술자리를 가졌다. 국회 국방위의 야당 의원이 징계를 요구하고 장관도 징계를 지시했으나,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과연 조사권, 징계권, 수사권, 기소권, 재판권을 모두 갖고 있는 법무병과답다’는 말이 나왔다.

 

민간법원 법관이 1인당 연평균 700건 정도를 처리할 때 군 판사는 1인당 17건(2014년 국회 법사위 국감) 담당하고 있다. 군사법원이 과도하면서도 비대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군내 범죄의 95%가 군사와 관련없는 일반범죄(2020년 국회 법사위 국감)다. 평시 군사법원 및 군 검찰 운영을 중단하고, 관련 업무를 민간법원 및 검찰로 이관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법무병과는 군사 관련 법과 연합훈련에서의 국제법적 지원, 지휘관의 원활한 지휘권 행사를 위한 법률적 조언 등에 주력하는 게 맞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공군 부대장을 지낸 예비역이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보도를 보고 보낸 것이다. 그는 사건·사고 발생 후 은폐와 회유, 조직적 왜곡의 공군부대 문화를 고발했다. 그는 ‘말로는 재정비하고 다시 태어나겠다고 하지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글을 마쳤다.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그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뭔가 이상하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감성’ 대책 먼저 내놓을 때부터 이상했다. 과거 정권이 군에서 대형사고만 일어나면 했던 ‘수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청와대는 공군참모총장부터 경질했다. 국방부는 대통령 지시라며 병영문화개선 민관군합동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 2014년 4월 윤모 일병이 선임병 4명에게 구타당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청와대는 육군참모총장부터 잘랐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발족했다. 7년 전 대책과 이번 사건 대책이 정확히 겹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한 후 총장이 경질되면, ‘진짜’ 책임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참모총장 경질이라는 대형 폭풍이 오히려 보호막이다. 이들은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계선상에서 책임질 일이 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갔다. 이번에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이번 사건의 관건은 보고 누락과 늑장 수사 의혹을 밝히는 일이다. ‘지휘체계에 따른 보고’ ‘공군 양성평등센터를 통한 보고’ ‘군 수사단계 보고’ 등 세 가지가 다 작동해야 정상이었다. 그러나 모두 ‘먹통’이었다. 그 이유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누구누구는 정권 실세가 시켰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말이 나돈다. 그런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들은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와 인권나래센터에 대한 뒤늦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공군본부 법무실 관계자들과 웃으며 안부를 주고받는 등 압수수색 분위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한다. 한 검찰단 수사관은 ‘친정집에 오는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라는 발언까지 해놓고 ‘피압수자의 저항감을 완화하려는 의도’라는 변명을 내놓았다. 2곳을 압수수색하는 데 4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일반 법무관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사건의 양성평등센터를 통한 보고와 군 수사단계 보고의 정점은 공군본부 법무실이다. 이곳을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이번 사건의 수사가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공군본부 법무실을 쏙 빼놓았다. 앞서 한 압수수색도 20비행단 군사경찰,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와 인권나래센터 등으로 시차를 두고 찔끔찔끔 했다. 수사 대상 기관의 ‘시간 벌기’를 도와준 압수수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압수수색은 수사 대상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 여러 곳을 동시에 전격적으로 실시해야 하는데 그 원칙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봐주기 수사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다는 게 현역 법무관(대령)의 말이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지난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대한 직무감찰을 실시했다. 내부 고발에 따른 감사였다. 여러 혐의 중 하나가 근무지 무단이탈과 함께 수사활동을 하지 않는 공군 법무실장(준장)의 군검찰 수사활동비 부정 수령이었다. 이에 대해 법무실장은 공군검찰의 수사를 지휘하는 활동을 하기 때문에 부정 수령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국방부 직무감찰담당관실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법무실장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공군본부 법무실에 대해선 ‘경고처분’으로 마무리해 ‘봐주기 감사’라는 말이 나왔다.

 

법무병과는 조사권, 징계권, 수사권, 기소권, 재판권을 전부 관할하고 있다.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공군검찰의 부실 수사와 사건 뭉개기, 늑장 보고 등과 어떤 식으로든 연계돼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국방부 감사관실도 자칫 이번 성추행 사건 조사로 그들의 지난해 부실 감사가 드러날 것을 우려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군에서는 국방부 감사관실이 봐주기식 ‘부실 감찰’ 등으로 형평성을 잃은 조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차라리 군 최초로 특검을 하라.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 내 보안·방첩부대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공식 약칭은 ‘안지사’다. 군사안보지원사는 2018년 9월 출범하면서 조직의 약칭을 안지사로 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군사안보를 통해 군 내 작전부대의 성공을 ‘지원’하는 것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핵심 역할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랬던 안지사가 최근 태도를 슬그머니 바꿨다. 알음알음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약칭으로 ‘안지사’ 대신 ‘안보사’를 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원보다는 안보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약칭을 안지사에서 안보사로 바꾸면 ‘전제용 안지사령관’은 ‘전제용 안보사령관’이 된다. 안보의 최고 책임자라는 얘기인가. 현재 군사안보지원사 내부 문서에서는 조직의 약칭을 ‘안보사’로 쓰고 있다고 한다. 군사안보지원사가 출범했을 때부터 약칭을 외부에는 안지사로, 내부 문서에는 ‘안보사’로 했다면 국민과 언론에 이중적 얼굴을 보여준 셈이다. 또 출범 때 사용했던 ‘안지사’란 약칭을 이후 ‘안보사’로 바꿨다면 해편 후 약속한 초심을 배신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해편’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출범시켰다.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은 조직 해체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내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참여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까지 “졸속으로 만든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기무사 개혁은 실패했다”며 “안보지원사는 기무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안지사 출범 당시 폐쇄 구조였던 사령부에 외부 조직의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 상호 견제와 조직 쇄신을 도모하겠다며 기존 10% 수준이던 군무원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꼼수’ 채용으로 변질됐다. 안지사는 지난해 군무원 채용에서 과거 퇴출시켰던 기무부대원을 다시 군무원으로 받아들이는 등 합격자 96%를 전·현직 부대원으로 채웠다. ‘도기사’(도로 기무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안지사가 오히려 영향력을 기무사 시절보다 더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령급 이상 진급 대상자에 대한 인사자료로 제공되는 소위 ‘세평’ 수집은 이제 훈령으로도 보장받고 있다. 방위산업체에 대한 영향력도 더 확장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1일자로 계약업체 선정을 위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해 시행했다. 이 지침을 보면 ‘전년도 방위산업기술보호 통합 실태조사 우수업체’에는 가(산)점을 주도록 돼 있다. 이는 안지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방위산업기술보호 우수업체라 함은 국가정보원과 방사청, 안지사가 참가하는 실태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입찰 제안서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소수점 이하에서 점수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실태조사를 주도하는 안지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방산기술 보호라는 거창한 명분 뒤에서 안지사의 영향력 챙기기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방산업계에서는 다 안다.

 

안지사는 인원이 기무사 시절 4200여명에서 2900여명으로 줄었지만, 장군 숫자는 3성장군(중장)인 사령관과 2성장군(소장)인 참모장을 포함해 6명이다. 군사경찰이 인원 1만6000여명에 장군은 준장만 2명뿐인 것과 견줘 과도한 계급 인플레 조직임을 알 수 있다. 안지사 역시 기무사처럼 군 내 권력기관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오죽하면 다이어트로 기무사보다 더 튼튼해진 안지사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기무사 공군 부대장 출신인 전제용 현 안지사령관은 이례적으로 임기제 진급을 두 차례나 하면서 조종사 동기생보다 1년3개월이나 더 빨리 중장으로 진급하는 기록을 세워 특혜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기무사를 이름만 바꿔 계속 활용하는 쪽을 선택한 결과다. 안지사령관을 계속 3성장군으로 하는 것은 ‘국방개혁 2.0’에도 어긋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국방개혁도 버전업 시대다. 참여정부에서 만들어진 ‘국방개혁 2020’은 군 구조·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목표로 한 장기적 국방개혁 청사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한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완결을 목표로 했다.

 

그렇다면 국방개혁 2.0은 지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을까. 국방부는 지난 15일 서욱 장관 주재로 국방개혁 2.0 추진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정부의 국방개혁 추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수정하는 자리였다. 국방부는 22사단 ‘헤엄 귀순’으로 뚫린 경계 실패의 원인도 진단했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의 노후화와 기능 미흡으로 과도한 오경보 발생’ ‘육상·해안 동시 경계 등 경계작전 여건의 상대적 부족’이 지목됐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인공지능(AI) 기반 과학화경계시스템 시범사업의 추진이었다.

 

국방부 설명을 들으면 AI 시스템이 도입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들린다. 과연 그럴까. 과학화경계시스템은 2015~2016년 사이에 전력화됐다. 당시만 해도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 시스템의 핵심은 광케이블망(광망)을 사용한 철책이었다. 광망에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경보가 울리는 방식이다. 문제점은 곧 드러났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장비 기능이 약해지고 결함이 발생하는 순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고라니, 토끼 등이 건드려 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아지는 바람에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기피제를 담은 깡통들을 줄줄이 매달아야 했다. 장비 오작동도 수시로 일어났고, 기상상황에 따라 경보가 울리는 ‘민감도’가 달랐다. 경사가 심한 산악지대 광망은 폭우가 내리고 태풍이 불면 유실되기도 했다. 지금도 작년 8월 악천후로 유실된 광망 17㎞ 중 상당 부분이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저런 환경을 생각하면 AI 시스템 도입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다. 경계 실패의 책임은 장비에 있으니,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미봉책일 뿐이다. AI 시스템 경계가 뚫리면 그때는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과연 철책만을 바라보는 경계가 최선인가를 놓고도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국방개혁 2.0의 현실은 뚫려서 문제가 된 후에야 개선점을 찾는 과학화경계시스템과 같다. 곳곳에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복병이 숨어 있다. 군은 첨단전력 위주의 기동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30×70㎞’인 군단의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병력 우위의 기계화보병사단도 몸집을 줄인 기동사단으로 개편돼 K-2 전차와 K-21 보병전투차량으로 무장하게 된다. 군단과 사단이 기동하는 데는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을 모토로 하는 공병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유사시 공병이 전차와 자주포가 갈 수 있는 길을 뚫어줘야 하고, 도하작전을 통해 기동부대의 강습도하를 지원해야 한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는 평지작전 위주의 유럽이나 사막의 중동지역보다 공병의 역할이 더 크다. 그러나 공병의 경우 4.3%에서 3.5%로 병력을 줄인다고 한다. 공병이 7%인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교훈으로 8%대까지 높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보니 공병을 투입하는 훈련은 ‘했다 치고’ 하는 시뮬레이션이 많다. 이미 알려진 지뢰지대 100m를 개척하는 데 보통 3~4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확인 지뢰지대를 개척하는 데도 짧은 시간에 ‘했다 치고’ 식으로 훈련이 이뤄진다.

 

군수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작전 종심이 길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군수 지원이 시원치 않으면 기동화 군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첨단장비 도입은 서두르면서 막상 장비 가동률과 전쟁 지속 능력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다. 소위 과학화·기동화 군대의 그늘에 가려진 부분도 잘 살펴야만 국방개혁 2.0이 국방개혁 3.0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사용어에서 ‘훈련’과 ‘연습’의 정의는 다르다. ‘합참 훈령’을 보면 연습(Exercise)은 ‘연합·합동 작전 과정에서 작전술 제대의 작전 기획·준비·시행을 포함한 군사 기동 또는 모의된 전시작전 시행 절차 숙달 과정’이다. 연습은 최대한 실제처럼 실시해야 한다. 훈련(Training)은 ‘전술 제대의 개인 및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과 행동을 체득하는 조직적인 숙달 과정’으로 유격 훈련, 사격 훈련, 화생방 훈련 등을 말한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군에서 훈련과 연습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18일 끝난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도 그렇다. 시대가 바뀌면 용어 사용 방법도 변하나 보다.

 

1954년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실시한 포커스 렌즈 연습에서부터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은 그 명칭과 방식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다. 포커스 렌즈는 포커스 레티나, 프리덤 볼트, 팀스피릿,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 키리졸브(KR) 및 프리덤가디언(FG) 연습 등 여러 명칭으로 이어졌다. 2019년에는 키리졸브를 대체해 ‘동맹 19-1’ 훈련이 처음 시행됐으나 이후 ‘동맹’이란 명칭도 사라졌다. 지금은 상반기 및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란 이름으로 실시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한·미 연합훈련도 일종의 진화를 거듭한 셈이다. 반면 이를 두고 보수층에서는 북한 눈치를 보며 한·미 연합훈련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년에 두 차례 실시해 온 정기적인 한·미 연합훈련은 태권도에서 말하는 일종의 ‘약속 대련’이다. 한·미 연합작전계획인 작계5015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통상 2주에 걸쳐 진행된다. 북한의 남침을 1, 2차 저지선에서 막아낸 후 평양이나 개성까지 진격한다는 게 대체적인 기본 골격이다.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나 하와이·괌 등에서 증원되는 전력을 수용·대기·전장이동·통합(RSOI)하는 연습이다. 한때 한·미 연합훈련에 RSOI 연습이란 명칭을 붙였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한·미 연합훈련 RSOI의 전제는 대규모로 증원되는 미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실현 가능할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에는 미군이 최대 69만명의 증원 전력을 한반도로 보내게 돼 있다고 기술됐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이 기술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한·미 연합작계는 북한의 핵공격 능력을 반영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훈련은 없다. 현행 작전계획 시나리오대로 훈련을 한다면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의 남침을 격퇴하고 평양까지 탈환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란 얘기다. 또 북한이 한반도 해역으로 향하는 미군 증원 병력의 접근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미국이 증원 전력을 보내겠는가. 북한의 핵공격 이후에는 그 자체가 파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핵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실현 여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보고문에서 전술핵무기 완료를 시사했다. 전략핵무기가 아닌 북한의 전술핵무기는 남한을 상대로 한 것이다. 혹자는 북한이 KN-23과 같은 단거리미사일이나 방사포 체계에 전술핵탄두를 실전 배치한다 해도 한·미 연합전력의 우선 선제타격 대상이기 때문에 위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0.1~0.2KT(킬로톤) 정도의 야포용 핵탄두까지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의 상황을 대입해 풀어나가는 ‘정치·군사게임(Pol·Mil Game)’이 한·미 연합훈련에 더 유용한 시점이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자신의 인식론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했다. 천동설은 아무리 개선하고 발전시켜도 천체의 운행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이기지 못한다. 지금은 한·미 연합훈련도 칸트처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대가 알게 모르게 무너지고 있다. 군 기강이 훼손되고 기본이 무너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위아래가 따로 논다. 또 뚫린 최전방 경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동해 최북단 해안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은 폐쇄회로(CC)TV에 최소한 4차례 이상 포착됐는데도 감시병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설치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근무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만 설치해주면 된다고 여긴 군 수뇌부 책임이 적지 않다.

 

한두 곳도 아니고 최소한 4곳 이상에서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아무도 녹화 화면을 되돌려 움직이는 물체를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관행적으로 경보를 무시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부대 관리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부대원이 새벽 운동을 한다며 감시구역을 달려 장비 경고음을 작동시키는 사례가 잦다는 제보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작전군기 문란 행위다. 8군단의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의 늑장 발령도 비정상적이다. 지휘관의 책임의식 부재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일이 북한 통치자였을 때는 군내에서 ‘김정일이 한국군 장성 인사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처럼 북한 도발에 대한 부실 대응 등으로 군 수뇌부가 대폭 교체되는 사례가 왕왕 나오게 된 것을 두고 한 얘기였다. 역설적으로 북한 도발이 한국군의 실체를 드러냈다는 방증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 도발을 했어도 이전 정권처럼 국지도발은 별로 없었다. 9·19 군사합의 영향이 컸다. 대신 이번에는 탈북자가 한국군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군 인사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군 서열 1위인 합참 의장은 최소한 30년이 넘는 야전 생활에서 쌓은 노하우를 부하들에게 전수하면서 전군의 작전 지휘에 혼신의 전력을 쏟아내는 직위다. 언제부터인지 합참 의장이 ‘대령급 TF그룹’을 만들어 작전환경을 배워가면서 전군을 지휘한다거나, 4성 장군 계급에 걸맞지 않게 사단장 수준의 지침을 전군에 내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또 작전보다 워라밸을 우선하는 합참 의장도 등장했다. 경험과 경륜이 모자란 장군을 정권 입맛대로 임명하다보니 생긴 결과였다. 과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무능한 대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 인사를 놓고 이번 정권에서는 뒷말이 더 무성하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군부 인사들이 고위층과 관변 조직을 나눠먹고, 장군 인사는 원칙보다는 정권 줄서기처럼 비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군단이 능력보다는 정권과의 연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군내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을 살린 인사가 되기 어렵고, 부하들이 지휘관을 존경할 리 만무하다. 군에서 전문성을 더 쌓기보다는 국회 국방위원들과 안면을 트거나, 권력기관으로 파견을 나가는 게 진급의 지름길이 됐다. 과거 정권보다 훨씬 더 그렇다. 경계가 뚫린 8군단과 22사단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경계수요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군 간부들은 입을 모은다.

 

지휘관이 부하 눈치를 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군대 내 ‘소원 수리함’과 같은 고발 창구가 된 지 오래다. 강철같은 규율과 기강을 앞세워 솔선수범하기보다는 ‘워라밸’을 강조하는 지휘관이 인기가 높다. 얼마 전에는 육군 원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육군참모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존칭을 쓸 수도 있고 반말을 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놓고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창군 이래 부사관의 육군참모총장 고발은 초유의 일인 것 같다. 인권위원회가 인격권 침해가 아니라고 기각하면서 이 문제는 흐지부지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군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육군참모총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군내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군 인사를 전문성보다는 정권의 ‘입맛’대로 한 탓이 크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파나마 2021.02.25 0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팩트를 알고 계시는군요 일단 전문성이 없지만 정권가의 연줄로 장군되는 경우가 많지요
    능력도 부족한 사람들을~~ 심각한 일입니다
    출신좋고 교육성적 좋으면 거의 승진하는 사례 발생~~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는 문재인 정부 안보정책의 핵심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는 신년회견 메시지를 내놓았다. 보수층 반발이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남북, 북·미 대화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타당하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군사적 합의가 적대국 사이에서 이뤄졌다. 한반도에서 ‘적’과의 협의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있어 왔다.

 

문제는 한·미연합훈련을 둘러싸고 전작권 전환과 남북대화가 엉켜 있다는 점이다. 한·미연합훈련에서 전작권 전환 조건을 평가한다는 것은 한·미 간 합의사항이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에 대해 군사적 대응까지 시사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데, 남북대화 조성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의 축소 또는 보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서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에 대해 1단계 기본운용능력(IOC), 2단계 완전운용능력(FOC),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을 검증·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는 2019년 IOC 검증을 끝내고 지난해 FOC 검증을 마치려 했으나 3월 연합훈련은 취소, 8월 훈련은 대폭 축소하면서 올해로 미룬 상황이다. 국방부는 FOC 검증을 조기에 시행한다는 계획이지만, 미측은 ‘그것은 한국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일축하는 분위기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해 11월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작권 전환 시점을 현 정부 임기 내로 예측하는 것에 대해 ‘날짜를 못 박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사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능력보다는 미국 의지에 달려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2009년 10월 조기 전환’을 주장했던 미국이었다. 한·미가 현재 합의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3가지 조건은 ‘한·미 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등이다. 그러나 한국군의 핵심능력 확보를 의미하는 FMC는 전작권 전환 후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오히려 갖춰질 수 있는 요소다. 게다가 ‘한반도 및 지역 안보환경 평가’는 너무 포괄적 개념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미래연합사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과제 중심으로 전작권 전환 조건의 수정 및 보완을 미측에 요구해야 한다. 한·미는 이미 2004년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전작권 전환을 최종 합의한 이래 수차례 조건과 내용을 수정한 바 있다. 특히 지금의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 당시 합의했던 ‘한측 주도, 미측 지원의 병렬형 지휘체계’에서 ‘한측 주도 일체형 연합지휘체계’로 바뀐 것이다. 이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사령관과 부사령관의 국적만 바뀌었을 뿐 현재의 연합사 체계와 큰 차이가 없다. 즉 한국군 4성 장군이 연합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만 검증되면 얼마든지 전작권 전환이 가능한 구조라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또 ‘한반도 및 지역안보’를 인도·태평양 영역에 포함시키고 싶어한다. 로이드 오스틴 신임 미 국방장관은 서욱 국방장관과의 첫 상견례 통화에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의미하며, 중국 견제도 포함된다. 게다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면 한국군은 한반도 전장만을 바라보지만, 미군은 따로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움직임을 구도로 작전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코로나19 확산방지 명목과 한국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는 형식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내지는 보류하면서, 이를 핑계로 미군의 전작권을 그대로 유지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무늬만 환수’라는 비판을 받는 일체형 전작권 환수조차 이루지 못하는 것은 정권의 무능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미군은 일찍부터 장병들에게 특정 종교를 위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할랄(무슬림)·코셔(유대교인) 인증 전투식량(MRE)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군에도 미군처럼 무슬림 식단이 도입된다고 한다. 국방부는 내년 중 무슬림(이슬람교도) 병사에게도 종교를 고려한 맞춤형 음식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지난 27일 밝혔다. 무슬림 병사가 맞춤형 식단을 선택할 경우 자연스럽게 자신의 종교가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군에 복무 중인 병사 가운데 자신이 무슬림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사례는 1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군 내에도 다문화가정 출신 입영자를 중심으로 무슬림 병사가 상당수 있으나 이를 밝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차별을 의식한 게 아닌가 싶다. 국방부는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 현황을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 부대관리 훈령’ 제122조에도 “다문화 장병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국민으로서 별도의 관리 대상이 아니며 다른 장병과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 동반입대병 제도를 2019년 말 폐지한 것도 신청자가 다문화가정 출신임을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차별 요소가 있다고 병무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한국군도 다문화 물결에 예외일 수 없다. 국가수호에 있어서 ‘민족’이라는 협소한 개념이 ‘국민’이라는 공통의식으로 대체된 지 오래다. 다문화 시대를 반영해 장병 임관(입영) 선서문에서 충성 대상은 ‘민족’이 아닌 ‘국민’이다. 군 내에는 이미 병사뿐만이 아니라 다문화가정 출신 군 간부도 상당수가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가 밝히고 있는 ‘다문화 장병’의 범주는 외국인 귀화자, 북한이탈주민 가정 출신 장병, 국외 영주권자 입영 장병, 결혼이민자 등이다. 1991년생까지는 인종, 피부색으로 외관상 명백한 혼혈인은 5급 제2국민역으로 군복무가 면제됐다. 그러다 한국 국적이면 모두가 병역의무를 지도록 2010년 병역법이 개정된 이후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군 입대가 속속 늘기 시작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가정 출신 징병검사 대상이 3000여명 수준이었고, 2028년에는 다문화가정 출신 현역병 수가 1만2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가정 출신도 다문화 장병 범주에 포함돼 있다. 대한민국 병역법을 보면 탈북 주민 가족이 한국에 정착한 후 태어난 자녀는 군 입대 대상이다. 탈북 청소년은 병역의무가 면제되지만, 본인이 원할 경우 군 입대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탈북 청소년이라 하더라도 입영 연령이 되면 의무적으로 군복무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해당자가 한 해 200명 안팎이지만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로 다문화가정 출신 병사들은 귀중한 병력 자원이다. 대신 군은 다문화가정 출신이 이슬람교를 포함한 소수종교를 믿는 경우에도 종교활동 등의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요새는 다문화가정이 아니더라도 종교를 다양하게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군에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는 물론 유대교와 이슬람교, 힌두교 군종도 있다. 국내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분류하고 있는 모르몬교 군종도 포함된다. 한국군에는 군종장교를 둘 수 있는 종교가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개뿐이다. 한국군에서는 신자나 신도가 일정 비율 이하면 군종장교를 둘 수 없지만, 외국군의 경우에는 종교나 종파 비율을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다.

 

과거에는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에게 차별화된 관심과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이 때문에 군의 다문화 장병에 대한 관리의 핵심도 이들을 차별대우하지 않겠다는 데 모아졌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의 전투력 향상을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해 ‘맞춤형’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것이 굳이 다문화 장병들만 대상은 아닐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의 경계작전 문제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질병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달 초 발생한 북한 주민의 탈북 당시 22사단 최전방 철책의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놓고 방위사업청과 육군이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을 때 전방 GOP(일반 전초) 철책 그물형 광망의 윗부분에 설치된 ‘감지유발기’가 작동하지 않아 경고 센서가 울리지 않은 것이 누구 탓이냐는 것이다. ‘감지유발기’는 압력을 센서에 전달해주는 나사가 풀려 있는 바람에 작동하지 않았다. 군은 앞으로 나사가 풀렸는지 여부까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155마일 철책선의 봉인된 리벳까지 일일이 뜯어 그 안에 있는 나사 상태를 확인하겠다는 게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군의 경계인력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이처럼 현실에서는 뚫려봐야 문제가 뭔지 드러나는 수준이다.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관리가 더 어렵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이채익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를 보면, 2015년 9월부터 5년간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장비 작동 오류 및 고장은 2749건이었다. 하루 평균 1.5건꼴이다. 경보음이 울린 것은 2016년 이후 총 1만2190여회로 집계됐다. 동물이 광망을 건드려 경보음이 울린 것은 2300여회(18.9%)였다. 철책마다 동물기피제 깡통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이유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것은 3290여회(27%)였다. 시스템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유지·보수 예산이 매년 늘고 있다.

 

22사단의 경계작전은 사실 ‘모범 사례’다. 비록 광망시스템이 장비 오류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열상감시장비(TOD)로 이중철책을 넘는 상황을 포착하고 수색 작전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포착 후 14시간이 지나서야 탈북자 신병을 확보했다면서 ‘늑장 대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밤중에 지뢰밭까지 깔려 있는 가파른 산악 지형에서 섣부른 작전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장병들은 작전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했지만, 철책이라는 ‘경계선’이 뚫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평균 1개 소대 병력으로 좌우 길이 5㎞ 정도의 휴전선 일대 경계를 맡는 상황에서 북한군 한 명도 철책을 뚫고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학화경계시스템도 만능이 아니다. 한국군의 휴전선 방어 태세의 본래 목적은 북한군 병사 한두명이나 탈북자를 찾아내는 개념이 아니다. 중대나 대대 규모 이상의 병력이 전면전을 위해 남하할 때 철책에서 시간을 끌도록 만든 방어 태세다. 적 동향 등을 파악하는 경계 태세가 먼저다.

 

휴전선 GP(감시초소) 경계작전도 선의 개념이 아닌 공간 개념이다. 이에 따라 ‘철책 전방’ ‘철책 선상’ ‘종심 지역에서의 차단 작전’ 등 3단계로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이 뚫리면 군의 ‘기강 해이’와 ‘경계 허술’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전방보다 병력이 부족한 후방 지역 경계는 더욱 어렵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말들이 역설적으로 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맥아더 장군이 실제 한 말이 아니다. 맹목적인 ‘경계 도그마’를 합리화하기 위한 가짜 경구다. “물샐틈없는 경계태세로 (바다인) NLL을 지키겠다”는 말도 가당치 않은 표현이다.

 

한국군은 세계에서 경계 근무 비중이 가장 큰 군대다. 문제는 병역 자원 감소로 갈수록 인력 투입형 경계작전이 불가능해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실천이 불가능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소위 물샐틈없다는 식의 ‘경계 도그마’만 내세우면 병력의 피로와 전력 약화만 초래한다.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비슷한 사례는 언제든 되풀이된다. 군 수뇌부가 좋아하는 특단의 대책보다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합리적 대응을 말할 때다. 그것은 병사들의 훈련과 휴식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oddamn 2021.03.01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같은 시각이라면
    일과시간 이후의 미군의 경우
    상하관계가 없고 바에서는 맞잔도 하는데 그럼 군기가 빠지고 정신빠진 인간들 군대겠네?

    예전 군부독재정권 하의 군기나 안보 그리고 획일적 군인사 시스템을 원하냐?
    언론이 안보상업주의로 시민들을 토끼몰이하여 자본을 축적하던 경직된 그딴 시각으로 바라보니까

    우물안 개구리 꼰대식 시각의 글로 자기기만을 일삼는 기레기사회의 시각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국회와 군의 관계란 어떤 것일까. 34년 전 얘기다. 1986년 3월21일 ‘국방위 회식사건’이라는 전대미문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임시국회를 마치고 육군 수뇌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서울 회현동의 요정 ‘회림’으로 초청해 폭탄주 술자리를 가졌다. 참모총장을 비롯한 육군 참석자들 거의가 하나회 소속인 신군부 쿠데타 주역들이었고, 국방위원 상당수가 여야 중진이었다.


여야 원내총무가 약속 시간에 늦으면서 싸늘하게 시작된 폭탄주 술자리는 국회의원들과 군인들 간의 감정싸움으로 번지면서 난투극으로 변질됐다. 말이 난투극이지 많이 다친 사람들은 국회의원이었다. 참석자들은 ‘술자리의 일이니 술자리에서 풀기’로 했으나 정치 사건으로 비화됐다. 이후 육군참모차장은 예편 조치됐지만 공천을 받고 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인사참모부장은 좌천 형식을 취했지만 나중에 중장으로 진급했다. 이 사건은 군벌의 권력이 다른 권력보다 우세했던 시절의 한 단면이었다.


이후 회식사건 당시 술잔을 던졌던 의원은 한 신문 칼럼에서 국방위원장 출신 예비역 대장이 전방을 방문했을 때 발언을 소개했다. 한 장성이 “국회의원하고 장군하고 어느 쪽이 더 높습니까” 하고 묻자 “그것은 사과하고 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좋은 과일인가 하고 묻는 것과 같은 거야. 장군은 장군 격이 있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격이 있는 것이지”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우문현답이다.


지금은 어떨까. 국방부엔 국방위원을 깍듯이 모시는 군 조직이 있다. 국회 본청에 사무실을 둔 국방부 국회협력단이다. 현역 육군 준장이 단장, 국방부 소속 중령이 총괄담당이다. 또 협력관이란 명칭의 육·해·공·합참·방사청·해병대 소속 대령들과 주무관, 위관 장교 등 10명이 사무실에 상주한다.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 및 국회와 국방정책 현안에 대한 연락협조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한다.


국회협력단은 1963년 ‘국방부 국회연락단’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군사 쿠데타 이후 군 출신이 국회 국방위를 장악하면서 편의를 위해 만든 조직이었다. 비슷한 조직인 국정원과 기무사, 경찰청 연락단은 1988년 모두 사라졌지만, 국회협력단은 수년 전부터 외려 규모가 커졌다. 영관급이던 단장 계급까지 장군으로 올라갔다. 군 간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모은다. 국회협력단을 국방위 ‘민원창구’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의 휴가처리 과정에 갑자기 등장한 대위가 국회협력단의 연락을 받고 나타났다는 소문이 군 안팎에서는 파다했지만 군은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국방위원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들인 김모 상병의 죽 배달 사건에도 국회협력관이 관련됐다는 말이 나왔지만, 군 수사기관은 파악 중이라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회협력단이 ‘법적 근거가 전혀 없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협력단장이라는 직위도 공식적으로 없는 자리다. 입법기관인 국회와 행정부처인 국방부가 함께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가 국회협력단장을 국회 소속의 ‘정원 외’ 군 장성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은 더 웃기는 일이다. 장성 수를 줄이는 게 국방개혁의 한 축이라고 한 정부 설명과도 전혀 맞지 않는다. 굳이 현역 장성을 국회 소속으로 하겠다면 법으로 그 근거를 만들고, 미국처럼 국회의장의 안보보좌관 역할이어야 하는 게 상식에 맞다. 지금처럼 군부의 ‘로비스트’라든지, 정치권의 ‘민원 해결사’로 인식돼서는 곤란하다.


국방위와 국회협력단은 ‘악어와 악어새’ 관계로 변질됐다. 국방위원들의 군부대 시찰 방문과 전투기 시승 안내 등을 잘 챙겨야 유능한 국회협력단장이라는 말을 듣는다. 국방위원들이 타는 헬기 배치도 잘하고 나중 선거 홍보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진도 잘 나오도록 해야 한다. 거꾸로 일부 장성급 부대장이 국회협력단에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를 방문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진급을 위해 정치인에게 ‘눈도장’ 찍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마침 군 인사철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12년 전 일이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 국방위원회 요청으로 국방부 국회연락단 철수를 요구했다. 국회 본청에 마련돼 있던 국방부 연락단 ‘방을 빼라’는 얘기였다. 국방부 국회연락단은 국방부와 국방위의 협조 연락 창구라는 이유로 1963년 이후 45년간 유지돼 오던 터였다. 결국 대령급 단장을 비롯한 군 장교 6명의 사무실 출입이 봉쇄됐다.


당시 국방위는 국회연락단 철수 요구 배경으로 국방장관의 국정감사 답변 내용 및 태도와 국방 현안에 대한 국방부의 무성의를 내세웠다. 또 국방부 국회연락단 자체가 ‘그 어떤 법적 근거가 없는 편제기구’라는 점을 들었다. 한마디로 국방부 국회연락단 자체가 ‘유령 조직’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국회연락단 폐쇄는 당시 국방위 차원에서 요구한 국회연락단장 A대령의 장군 진급을 국방장관이 거부한 데 따른 후폭풍이었다는 것을 알 만한 군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


1년 후 국방장관이 바뀌자 반전이 이뤄졌다.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 국회연락단’ 부활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새 장관이 온 만큼 과거를 잊고 국회와 국방부의 가교 역할을 잘하도록 하자는 게 취지였다.과거 국회연락단장은 사실상 국방위원들의 ‘심부름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회연락단 장교들은 군 골프장 정회원 대우를 받지만 공식 부킹이 쉽지 않은 국방위원이나 보좌관들의 군 골프장 예약까지 국방장관실에 연락해 대신해주기도 했다. 국회연락단장은 소위 ‘잘 나가는’ 대령들이 기피하는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장군 진급이 어려운 환경의 간부들이 국방위원들의 로비로 별을 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국방위원 모시기’에 최선을 다하는 직위로 인식됐다. 국회연락단장으로 임명된 이유도 국방위원장의 고교 후배여서, 기무사(현 안보지원사)에서 퇴출됐지만 로비력이 뛰어나서, 능력이 뛰어난 아까운 인재여서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서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후 국방부 국회연락단은 국회협력단이란 이름으로 다시 국회 본청에 자리 잡았다. 협력단장의 계급은 대령급에서 장군으로 높아졌다. 문제의 A대령도 나중에 준장으로 진급했다. 군 내부에서는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길들이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회협력단을 바라보는 군내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군 정기 인사가 끝날 때면 누구누구가 진급한 데는 특정 국방위원의 ‘입김’이 있었다는 뒷말이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협력단은 국방장관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창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 국회 국방위가 지적했듯이 국회협력단은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조직’이라는 점이다. 군에는 국방부와 육해공군 각 군에 다른 행정부처럼 국회담당이 각 1명씩 있을 뿐이다. 당연히 ‘국회협력단장’이라는 직위도 공식적으로 없는 자리다. 입법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유령 조직’을 통해 업무 협조를 한다는 사실에 기가 찰 노릇이다. 국회협력단이 꼭 필요하다면 법으로 설립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단장 계급도 장군이어서는 안 된다. 대령 계급으로도 그 역할을 하기에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국방개혁으로 내세운 장군 숫자 줄이기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국회협력단과 함께 국방장관 정책보좌관들의 역할도 논란거리다. 국방정책이 정권 철학에 맞도록 제어하고, 국회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정무적 역할이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당 의원이 민감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양해를 구하는 소위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치권 민원을 국방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정치권과 군부가 유령 조직인 국회협력단이나 정치권 출신 정책보좌관들을 통해 ‘악어-악어새’와 같은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사이 정치군인의 토양은 커진다. 검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문제를 군 간부들이 ‘국회협력단과 정책보좌관’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면서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최근 정부의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 추진과 맞물려 전국 지자체들이 육군사관학교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에 나섰다. 육사 유치 경쟁에는 충남 논산시, 강원 화천군, 경북 상주시 등이 뛰어들었다. 동두천·연천 등 경기 북부 지자체와 전북 장수군도 유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육사 이전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육사도 결국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가운데 육사는 유일하게 서울에 남아 있다. 공사는 청주, 해사는 진해에 있다.


군 내부 기류는 부정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육사는 국군 역사와 호국정신이 깃든 곳”이라며 “차라리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게 지방을 살리는 길”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게다가 육사 바로 옆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육사의 녹지와 체육시설을 개방하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정부는 정권 초기에 택지 개발 차원이 아니라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합을 위한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육사 이전 후보지를 살펴본 적이 있다. 이는 육사뿐만 아니라 해사와 공사 이전까지 아우르는 3군 통합사관학교 후보지로, 새만금 일대가 거론됐다. 이곳에 3군 통합사관학교를 세울 경우 공군사관학교를 위한 활주로와 해군사관학교를 위한 항구 건설도 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육해공군 통합사관학교, 가칭 국군사관학교가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래전에 대비하고 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개혁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꾸준히 제기됐다.


국방부는 2009년 3월 ‘사관학교 교육운영 개선 TF’를 구성해 사관학교 교육과정의 합동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따로 놀던 육해공 3군의 통합성을 제고하기 위한 해법으로 사관학교 교육 통합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각 군의 미온적 입장과 조직이기주의에 눌려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지금의 사관학교 교육이 폐쇄적인 군 특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21세기 다변화된 전장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육군은 보병, 해군은 함정, 공군은 조종 병과가 진급과 서열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에도 변함이 없다. 그 결과 육해공군 간 상호 합동 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군 작전지휘구조 개편은 ‘합참의장(합동군사령관 기능)-3군 참모총장’으로 개편하고 육해공군 합동성을 강화해 군의 신속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이 개편안은 “군 안팎의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육군 주도로 통합군제를 도입하려는 꼼수”라고 규정한 해군과 공군 예비역 장성들과 “참모총장의 효과적인 지휘가 어렵고 한·미 연합작전이 혼란에 빠진다”는 일부 육군 예비역 장성들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그 논리는 해석하기에 따라 모두 일응 타당했지만, 결국은 각 군이 서로 특성과 작전을 이해하는 ‘합동성 마인드’를 공유하지 못했다. 지금도 육해공군 지휘부 사이에서 합동성 강화 방안에 대한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통합사관학교 계획이 무산되자 국방부가 내놓은 게 1학년 생도들의 순환교육이었고, 지금은 2~3주간 생도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동성 강화 차원으로 포장했을 뿐, 사실 합동성을 높이는 것과는 별 관계없는 생도들 간의 친목 강화 조치에 불과하다. 일본 방위대학의 경우 군사전략이나 전사 등 핵심 공통과목에 대해 2년간 통합교육을 한 뒤 고학년이 되면 육해공군의 특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해 나머지 과정을 이수한 후 초급장교로 임관하는 시스템이다.


통합사관학교는 현재 사관학교 교육의 폐쇄성을 깨고, 학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절실하다. 사관학교 교수진은 거의 대부분이 군 출신으로 민간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생도들이 군사학 분야를 제외한 국제관계·경제학 등 주요 학문에서 민간 수준의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군사학 분야에서조차 3군 전체를 아우르는 교육을 받기 어렵고 전략가를 키우기 힘든 구조다. 박사학위 보유자까지 일반 대학 교수진에 견줘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초급장교 교육과정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설, 비용의 중복 투자를 없애기 위한 국방개혁 차원에서도 통합사관학교는 필요하다. 생도 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의 사관학교 교육시스템은 비효율적이다. 육사는 생도 1200여명, 교수진 150여명이다. 해사는 생도 680명, 교수진 100여명이고, 공사는 생도 750여명, 교수진 110여명이다. 전문가들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운용하면 교육자원 집중으로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운영유지비가 들어가는데도 장기 복무 자원을 배출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 등으로 국방개혁 차원에서 폐교 위기까지 갔던 간호사관학교도 3군 사관학교에 더해 통합 대상으로 포함시킬 만하다. 3군 사관학교가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교장이 꼭 군인일 필요도 없다.


통합사관학교가 되면 관리 주체를 군에서 정부로 바꿔 국가 핵심 인재를 유치하는 등 위상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사관생도들을 안보·외교·행정의 국가 인재로 키우자는 것이다. 군에 남길 원하는 인재는 장교로, 사회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에는 5년 의무복무 이후 사회 각계에서 두루 활약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자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5년 군 복무 후 사회에 진출한 미 육사 출신이다. 각 군의 의견을 듣고, 공청회라도 열어 한 발짝씩 발걸음을 뗐으면 싶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yngshik 2020.08.16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합사관학교는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하다

  2. ynkshik 2020.08.16 1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합사관학교는 자칫 3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하나의 동기생으로 뭉칠 수있고
    그래서 태국이나 인니 사례를 참고해야한다

청와대가 다음주에 참모진을 개편하면서 일부 부처 장관도 바꿀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금 국방장관이 여기에 포함될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앞으로 임명될 국방장관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이 문제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 계기는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추경 편성이었다.


정부는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국방비에서 1조8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삭감했다. 당초 총 국방예산의 3.6% 수준이다. 국방부는 예산 삭감에 대해 “이번 감액 추경으로 인해서 어떤 장비의 도입 시기가 늦어진다든가 전력화가 지연되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군 내부에서는 “1조8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깎아도 문제가 없다는 게 더 이상하다”는 말이 나왔다.


세부 내역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단군 이래 처음으로 5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2020년 국방예산안(50조1527억원)을 의결했다. 세계 7위 규모였다. 이를 놓고 정부가 진보 정권임에도 불구하고 ‘국방예산 50조원을 돌파했다’는 상징성을 만들기 위해 ‘부풀리기식’ 예산 편성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50조원을 넘어서는 2020년은 국방예산 역사에 남을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면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며 “2020년대 중반쯤 국방예산 규모가 사실상 일본에 거의 상응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까지 말했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 위기 극복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깎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상작전헬기 사업비 2000억원을 삭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방위사업청이 전력화가 시급한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전력’이란 이름으로 엉터리 포장해 예산을 배정했지만, 애초부터 예산 투입이 시급한 게 아니었다.


국방부는 1조8000억원 가까이 삭감하면서도, ‘황당한’ 사업에 예산을 새로 배정했다. ‘4차 산업 체험장’의 시범 구축을 구실로 군사훈련과 무관한 ‘무조건 이기는 가위바위보 로봇’이나 ‘사탕 뽑기 머신’ ‘로봇 바리스타 커피머신’ 등을 구입하는 비용으로 수억원을 끼워 넣었다. 그런 ‘강심장’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는 것은 국방예산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방예산은 해마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국방예산이 20조원에서 30조원을 돌파하는 데 6년, 30조원에서 40조원 시대를 여는 데 다시 6년이 걸렸다. 하지만 국방예산 50조원 시대는 이의 절반인 3년 만에 다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민주평통자문회의에서 “그 많은 국방비, 다 떡 사먹었습니까, 자기 나라 군대의 지휘를 외국 군대에 맡기고, 지휘를 받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라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처럼 그 많은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한국군이 북한군에 견줘 우세하다고 자신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군 간부들이 지금도 상당수다. 북핵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도 우세를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군이 매년 북한의 국민총생산(GNP) 규모를 국방예산으로 사용하고, 지난 10년간 420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투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방예산의 상당 부분이 인건비로 나가기 때문”이라는 것도, “북한 통계는 숨겨져 있는 게 많아 정확한 평가가 아니다”라는 것도 핑곗거리에 불과할 뿐이다.


이제는 안보를 경제적 관점에서 책임져야 할 시점이다. 강한 군대는 마구잡이식 예산 투입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투입된 비용으로 성과를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경영인 출신인 로버트 맥나마라 전 미 국방장관은 1960년대에 컴퓨터를 이용한 국방예산과 전략의 합리화를 추진시켜 국방계획에 ‘비용 대 효과비’를 도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소련과의 체제경쟁을 핑계로 국민 세금을 물 쓰듯 하면서 비효율이 만연했던 미군을 개혁했다.


프랑스 국방장관이 국영철도회사 경영진 출신인 것처럼 상당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국방장관은 민간 전문 경영인 출신이 맡고 있다. 군 복무 경험이 없는 여성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사례도 적지 않다. 국방부 차원의 업무를 전쟁을 감당하고 부대를 관리하는 군인의 시점만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에 따른 것이다.


이제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당연히 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다수 현역 군인들조차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도 국무위원이면서 국방 업무의 전반을 전문성 있게 담당할 경영인 출신의 장관이 나올 때가 됐다. 전문 경영인 출신의 국방장관은 예비역·퇴역 단체나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군 조직의 효율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국방사업에서도 비용 지출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중간 점검, 획득, 운용, 문제점 처리에 이르기까지 조직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유리하다. 전투 임무태세는 ‘전쟁 전문가’로서 군복을 입은 합동참모본부 및 각군 지휘관들에게 맡겨도 문제가 없다.


한국군은 강력한 구조조정 개혁이 필요하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3대 국방과제인 ‘국방개혁 2.0’과 ‘전작권 전환’ ‘남북 군사합의’와는 결이 다른 문제이다. 국방예산은 ‘단군 이래 최초의 50조 돌파’ 운운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


국방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군 통수권자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는 이유로 장성 출신이, 막연히 문민이라는 이유로 경영 마인드가 떨어지는 정치인 출신이 임명되는 자리가 돼서는 곤란하다. 국방장관이라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게 덕목이 아니라, 국방 철학을 교감하기 위해 맥나마라처럼 대통령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미·중관계 악화와 함께 맞이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3대 국방과제도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군대에서 병사의 자격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기본 능력만 갖추면 충분하다. 그런데 요새 병영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병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집단 생활문화에 거부감을 표시한다. 심한 경우에는 사회에서는 없던 신체 질환증세까지 입대 후에 나타났다면서 지휘관에게 특별한 조치를 요구하기도 한다. 소위 ‘병영 부적응’ 병사들이다. 이에 따른 지휘관들의 고민이 크다. “‘아들이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 특별히 잘 돌봐달라’는 병사 부모의 지속적인 전화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털어놓는 간부도 있다.


야전에서는 병사들이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행군에 불참해도 군 간부들이 시빗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세한 사유 묻기를 피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발생하면 아예 해당 병사를 현역 복무 부적합 심의 대상으로 분류해 전역조치시켜 병사 관리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지휘관도 생긴다.

공군이 지난 24일 부대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황제 복무’ 의혹이 제기된 병사에 대한 감찰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이른바 ‘병영 부적응자’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거나 지휘감독이 소홀했다며 건강 문제나 병영생활 부적응 등 관리가 필요한 병사들을 투명하게 지원하기 위한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감찰 결과를 보면 지난해 9월 부대에 전입한 ㄱ상병은 평소 매주 주말 가족 면회 시간에 자신의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2월 말 코로나19로 인해 면회가 제한되자, ‘피부질환 때문에 생활관 공용 세탁기 사용이 어려우니 부모를 통해 자가에서 세탁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소속 부서 간부인 ㄴ중사에게 요청했다. ㄴ중사는 3월부터 5월까지 13회에 걸쳐 세탁물을 부모에게 전달했다. 이를 놓고 ㄴ중사는 ‘병사 애로사항’ 해결 차원이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이는 “병사가 부사관 간부에게 ‘빨래 셔틀’을 시키는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며 특혜라고 비판했다.


보는 각도에 따라 ‘특혜’로도 비칠 수 있고, ‘배려’로도 볼 수 있다. 특혜라는 시각으로 보면 ‘간부의 빨래 셔틀’이고, ‘배려’라는 시선으로 보면 ‘부적응 병사를 위한 친절’이다. 이런 행위를 처벌하려면 빨래의 영외 반출이 병영생활지침에 따른 규정 위반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살피면 된다. 지휘관 허가가 있으면 규정 위반이 아니지만, 허가가 없으면 규정 위반이라는 게 군 당국의 입장이다. 그렇더라도 문제는 생긴다. 지휘관 허락이 있더라도 주변에서 ‘지휘관의 과도한 배려는 특혜’라고 여기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릴 수 있는 소지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 병사들은 ㄱ상병이 아프기에 편의를 제공해준다고 하지만, 돈 없고 집안 배경이 좋지 않은 병사에게도 같은 편의를 제공해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 배경에는 ‘군대만큼은 평등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병영 부적응 병사들을 일반 병사들과 똑같이 다루었다가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몰라 지휘관들은 머리 아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병사의 경우 부대의 배려가 없어서 본인 질환이 악화됐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군대 병사들의 주류는 이제 2000년대생들이다. 이들은 ‘평등’과 ‘공정’을 얘기하면서도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군대 행정을 요구한다. ㄱ상병의 부모도 ‘애가 아프니 좀 도와달라’는 식의 전화를 간부들에게 수십통 한 것으로 조사됐다. ㄱ상병은 맞춤형 배려를 요구하고, 동료들은 평등을 앞세운다. 그러다보니 건강문제나 병영 부적응 등으로 관리가 불가피한 병사들에 대한 군내 관리 매뉴얼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이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군대 내 ‘소원 수리함’과 같은 고발 창구 통로가 돼버렸다.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고, 인터넷 게시판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글을 올리는 세태와 맞물렸다. 부대 내 시스템을 통해 신고하면 지휘관이나 선임에게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심지어 부대장의 훈련에 대한 지휘판단까지 국민청원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6월 ‘현역 중장의 보직 해임을 요구한다’는 글이 청원 게시판에 올랐다. “현역 군단장이 비합리적인 부대 운영과 지휘, 명령으로 젊은 장병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군단장이) 특급전사만을 강요하며 특급전사가 되지 못한 장병은 휴가와 외박을 제한시키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온라인상에서는 “훈련이 과도하다”는 의견과 “군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반론이 맞섰다. 육군본부 감찰 결과, 군단장의 지휘·명령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지난 18일에는 한 육군 여단장이 일병에게 “너는 뭐가 불만이냐. 태도가 왜 그러냐”라고 지적한 뒤 여단장실로 불러 부모까지 거론하며 인격모독을 했다고 주장하는 글도 올라왔다. 이 역시 육군본부가 감찰 중이다. 청원 게시판에 올리면 청와대를 의식해 육군본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인식이 장병 사이에 퍼져 있다고 한 육군 간부는 병영 분위기를 전한다. 이를 놓고도 ‘군 기강 해이’와 ‘군의 잘못된 관행이 빚은 불신’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병사 관리에 지친 지휘관들은 “차라리 모병제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군 당국은 병영생활 도움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병사들 스스로 21세기에 걸맞은 시민의식을 갖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야만 가능하다. 


각종 사건의 시시비비를 떠나 지휘관들이 위축되고 있다. 이런 현실은 젊은 장병들의 병영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은 기본적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힘을 평소에 키우는 곳이다. 병사들의 애로사항을 잘 살피는 것 못지않게 야전 지휘관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유엔군사령부(UNC)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를 놓고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보수정권에서 일어난 정전협정 위반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는 철저히 숨기고, 진보정권에서 발생한 정전협정 위반 사건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엿장수 맘대로’식 발표다.


유엔사는 지난 3일 발생한 북한군의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 남북한 모두 정전협정을 위반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이는 유엔사가 비무장지대 내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아온 관행에 크게 어긋난 사례다. 게다가 유엔사는 공보실장인 리 피터스 대령이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피터스 대령의 왼쪽 가슴에는 ‘U.S. ARMY’라는 군 식별 표지가 선명했다. 그는 주한미군 공보실장을 겸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미군 식별 표지를 단 채 유엔사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어색하다. 한국군 선수와 미군 선수가 한편을 먹고 북한군을 상대로 축구경기를 하다 북한군의 도발로 주먹다짐이 벌어졌다고 하자. 이때 같이 선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던 미군이 느닷없이 동료 선수인 한국군과 상대방 선수인 북한군에게 ‘레드카드’를 동시에 들이대는 것과 뭣이 다른가. 미군은 ‘선수가 아닌 심판’이라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즉각 “유감”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역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동맹군인 주한미군에 유감을 표시했다고 해석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유엔사는 28일 현재까지도 페이스북을 통한 공개 외에는 한국군 측에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동맹에 대한 태도가 아니다.


이번 유엔사의 조사결과 발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5년 8월20일 일어난 국군과 북한군 포격사건에 대한 태도와는 정면 배치된다. 당시에는 언론의 조사결과 발표 요구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이번에는 한국 국방부를 자극하는 내용을 공식 공개했다. 두 사건에는 유엔사 조사결과 ‘한국군의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엔사의 이례적인 조사결과 발표에 한국군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유엔사는 민감한 대북 기술정보(감청 등 포함)까지 언급하며 북 GP의 총격을 우발적인 상황으로 판단한 한국군의 입장과 배치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례와 달리 유엔사는 2015년 8월20일 발생한 ‘포격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했다. 당시 합참은 “DMZ 포격은 북한군의 도발로 시작된 것이 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엔사 군사정전위는 북측이 아닌 남측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고도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5년 전 사건과 이번 사건 모두 유엔사가 한국군 주장과 다른 결과를 도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만, 유엔사는 보수정권 때는 침묵했고, 진보정권에서는 이례적 공개를 택했다.


5년 전 사건과 이번 사건은 비슷한 듯하지만 다른 부분이 여럿 있다. 먼저 5년 전에는 남측이 76.2㎜ 북한군 포탄 3발이 떨어졌다는 탄착지점도 확인하지 않고 155㎜ K55A1 자주포 29발을 북쪽으로 발사하는 대응 포격을 실시했다. 북한군 도발원점도 찾지 못했다. 당시 합참은 전군에 최고 수준 경계령을 내렸고, 북한은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GP 부대원들이 북한군 14.5㎜ 고사총 탄흔을 확인한 후 절차에 따라 대응 사격했다.


유엔사는 5년 전 남북 간 포격 사건 조사결과를 철저히 ‘비밀’에 부쳤고, 이번에는 GP 총격 사건 조사결과를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특히 5년 전에는 한·미 군 당국이 유엔사 1차 조사결과를 수정한 후 비공개하기로 사전 조율했다는 소위 ‘짬짜미’ 의혹까지 제기됐다. 당시 미 공군 소령을 팀장으로 군사정전위·중립국감독위·연락단으로 구성된 유엔사 특별조사팀(SIT)이 비무장지대 포격 사건에 대해 ‘북한 포격의 명백한 증거가 없다’는 1차 조사결과를 작성했고, 이후 한국군 수뇌부 요구를 반영한 최종 조사결과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합참은 “한국군과 유엔사 군사정전위가 DMZ 포격 사건에 대해 서로가 일치된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유엔사 공보실장 겸 주한미군사령부 공보실장인 로버트 매닝 대령은 “유엔사는 (DMZ 포격 사건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비무장지대 포격 사건 발생 1년 후 유엔사 중감위 스위스 대표인 우르스 게르브르 육군 소장이 판문점 중감위를 찾은 기자에게 “작년 8월 DMZ 포격 사건 때도 사건을 면밀히 조사하고 보고서를 작성했다”며 “(민감한 문제로) 자세히 말하고 싶지 않지만 (DMZ 포격 사건에 대해) 남측과 미측, 중감위 결론이 동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군과 유엔사 군정위가 포격 사건에 대해 내린) 결론은 제각각이었고, 그 같은 결론을 내린 이유도 제각각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 발표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유엔사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소위 ‘유엔사 재활성화’와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GP 총격 사건 조사결과 발표는 유엔사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엔사는 왜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정전협정 위반사항에 대한 조사결과 공개에 대해 정권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유엔사는 5년 전 보수정권을 불편하게 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했고, 이번에는 공개 행보를 통해 진보정권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이다. 이번 ‘한국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발표는 군사조직인 주한미군이 유엔사를 통해 정치적 행보를 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있는 군은 지금 ‘투서의 계절’이다. 군에서는 정기 인사철만 되면 비리를 폭로하는 투서가 육·해·공군을 가리지 않고 난무한다. 그러다보니 이미 잊혀진 과거 사건까지 다시 들먹이는 경우가 있다. 투서가 군 지휘부나 군 수사기관, 감찰기관에 전달되는 비리 고발 성격이라면 제보는 군 밖 언론기관이나 인권단체 등에 전달되는 사건·사고들이다. 군 관련 제보는 군 내부 조사·수사가 이뤄졌거나 이미 조사 등이 진행 중인 사건·사고를 외부에 알려 사안을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 올해는 투서 못지않게 제보까지 봇물을 이루면서 군 ‘기강 해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통계적으로는 군내 사건·사고 발생에 따른 징계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전체적으로 군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5년 전과 비교하면 50% 정도로 줄었다”고 밝혔다. 군의 징계 건수는 2015년 6만2359건에서 2019년 4만2038건으로 줄었다는 것이다. 매년 4000∼8000건가량 꾸준히 감소한 결과다. 혹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제보가 많아져 군내 사건·사고가 많아진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통계상으로는 감소한 ‘하극상’ 사건의 경우, 형사사건화된 건수는 2015년 63건에서 2019년 217건으로 3배 이상으로 늘어 비행의 ‘수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육군에서는 상병이 상관인 여성 중대장을 야전삽으로 폭행하고, 부사관이 위관급 장교를 성추행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휘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휘관 의중을 파악한다며 군단 지휘통제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회의 내용을 엿듣다 수사를 받고 있는 대령의 사례가 언론에 제보됐다. 전방 부대에서 병사들이 3급 기밀인 암구호를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렸다가 적발된 사례도 마찬가지다. 전투력 유지보다 부대원 관리가 먼저고, 투서와 제보에 흔들리는 군대다.


정 장관은 국회에서 “젊은 장병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고, 민주적이고 투명하고 지금은 모든 것이 드러난다”면서 “법규에 따라 정확하게 지휘권을 보장해주고, 그러면서도 장병들 인권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선진화된 병역으로 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은 최근 연일 ‘지휘관 대책 토의’를 열어 ‘기강’과 ‘소통’을 함께 확립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장 지휘관들은 부대의 전투력 유지보다 부하들 ‘모시기’가 더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명확하게 일벌백계하는 미군을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주한미군은 최근 코로나19 관련 수칙을 어긴 상병을 훈련병으로 강등시키고 2개월 급여를 몰수했다. 승인 없이 기지 밖 술집에 가고, 기지 울타리 구멍을 통해 부대에 복귀한 일병 등 3명도 계급을 훈련병으로 강등하고, 역시 2개월간 급여를 몰수했다. 그러나 모병제로 입대한 지원병이 아닌 징집병인 한국군 병사에게 미군과 같은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군대에서는 병사들 사이에 서로를 부르는 명확한 호칭도 없다. 같은 부대원이 아니라고 병장이 일병에게 “병사님”이라고 부른다. “아저씨” “저기요”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게 요새 군대다. 혹자는 장병들의 군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전쟁이 나면 명령에 불복종하는 병사 1~2명만 즉결처분해도 군기는 바로잡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시가 되더라도 지휘관은 부하를 즉결처분할 수 없다. “돌격 앞으로!” 명령에 불복해 도망가더라도 군법회의에 넘겨 사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6·25전쟁 초기에 있었던 분대장급 이상 간부의 즉결처분권은 사라진 지 오래다. 지휘관에게는 평소에 기강과 소통을 확립해 유사시 죽음을 감수하고 명령에 복종하도록 훈련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르다. 차라리 휴대폰을 병사들 손에 쥐여주는 게 부대 관리가 수월해서 좋다는 말이 나오는 판이다.


간부들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하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으면 과거 일까지 들먹이며 상관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일선 지휘관들도 면피성 상부 보고가 일상화돼 있다. 


자신이 책임지고 종료할 수 있는 사안도 일단 상부에 보고부터 하고 본다. 혹시라도 나중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동티가 날까 우려해서다. 군 고위층도 가벼운 경고조치면 될 만한 사안에 대해서까지 툭하면 감찰과 일벌백계를 강조한다. 외부의 시선을 의식하는 탓이다.


군 부대 경계를 한번 보자. 육군 대대급 부대의 경우 주둔지가 보통 5000~1만평(33만㎡) 정도이며 외곽 울타리 둘레만 3~4㎞다. 100m 간격으로 경계병력 2명이 근무하는 초소를 둔다면 교대병력까지 감안해 200명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30명 정도가 교대로 2~3㎞를 경계하는 게 현실이다. 해·공군 기지는 육군보다 수십~수백배 넓다.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는다’는 철통같은 경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탄약고와 주요 군사장비 등 핵심 경계시설 위주의 3선 방어개념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막대한 예산과 인원을 투입하면 울타리 경계까지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만큼 경계 책임 한계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규정이 있어야 하지만, 일단 사건이 터지면 부대장은 희생양이 되는 게 현실이다. 군 최고위층이 지시한 ‘특단의 대책’은 주한미군처럼 기지 울타리를 높은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친다면 모를까 현실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 희생양 찾기를 하게 되면 군 인사가 지휘관의 능력과 관계없는 ‘복불복’ 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그런 탓에 나름 최선을 다하는 지휘관이 대다수겠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일어날까 두려워 훈련을 건성건성으로 하는 지휘관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러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군대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 3일 북한군의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당시 남측 GP는 북한군 사격에 맞서 북측 GP에 조준 사격으로 맞대응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13일 밝혔다. 합참은 GP 총격 사건에 대한 전모를 열흘이 지난 이날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GP에 설치된 KR-6 중기관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의혹이 증폭되면서 지난해 6월 북한 목선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발될까 우려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지난해 북한 소형 목선 삼척항 접안 사건 당시 ‘인근’이라는 표현을 넣도록 지시해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사건 초기에 북한군이 총격에 사용한 화기, 군 대응 총기 및 방식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북한 GP의 오발 가능성을 강조하도록 국방부와 합참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 통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빚자 상황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꿔 이날 익명 브리핑이 실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이 북한군 고의가 아닌 우발적인 상황에서 빚어졌지만, ‘9·19 군사합의’ 위반사항은 맞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총격 사격과 관련한 쟁점들을 분석했다.



①‘늑장 대응’ VS ‘신속 대처’



남측 GP를 관할하는 GOP 대대장은 지난 3일 오전 7시 41분쯤 GP 부대원들이 처음 총탄 충격음을 청취한 지 15분만인 오전 7시 56분 대응 사격을 지시했다. 그러나 KR-6 원격사격체계 기능이 공이(뇌관을 쳐서 폭발토록 하는 쇠막대) 파열로 작동하지 않았다. 원격사격체계는 사수의 피격을 막고자 지휘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사격하는 소위 ‘자동화 시스템’이다.


만약 KR-6 중기관총이 불발되지 않고 8시 1분에 정상 발사됐다면 북 GP에서 날아온 총알 흔적을 발견한 지 10분 만이고, 총탄 충격음을 청취한 지 20분 만에 대응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후 연대장 지시에 따라 남측 GP 장병들은 오전 8시 13분쯤 북측 GP 건물 앞쪽을 향해 K-3 기관총 15발을 발사했다. 총알 흔적을 발견한 지 22분 만이고, 총탄 충격음을 청취한 지 32분 만의 대응이다. 이어, 5분 후에는 사단장 지시로 북한군 GP 감시소(탑)를 향해 12.7㎜ K-6 중기관총 15발로 2차 대응 사격을 했다.


앞서 GP 근무자 전원은 7시 45분쯤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했다. 만약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현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면 GP에서 즉각 북한군 14.5㎜ 고사총에 대응해 중기관총으로 즉각 사격하는 ‘선 조치, 후 보고’ 상황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합참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총탄이 날아온) 원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GP장은 대대장의 명령을 일단 기다렸다는 것이다. 메뉴얼상 KR-6와 같은 중화기의 사격 지시권한은 대대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탄흔을 바탕으로 북한군 사격 원점을 파악한 시간과 북측 GP 감시소를 겨냥해 고장난 KR-6 대신 K-6 중기관총을 새롭게 거치한 후 조준하는 데 걸린 시간 등을 감안하면 대응 사격이 결코 늦지 않았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게다가 당시는 안개로 시정이 악화돼 시계가 0.5~1㎞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합참 관계자는 “원격사격체계가 정상 가동됐고, (총알이 날아온) 원점이 바로 확인됐더라면 2∼3분 이내로 응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북한군 사격 원점을 파악하지 않고 대응 사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남측 GP가 상대하는 북측 GP가 4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해당 GP는 좌측 2.6㎞ 지점과 정면의 1.5㎞ 지점, 우측 1.7㎞ 지점 및 1.9㎞ 지점 등 4곳의 북측 GP를 상대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북한군 14.5㎜ 고사총이 네 곳에서 동시에 불을 뿜을 수도 상황에서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당시 대대장은 출근길 차량 안에서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 GOP 대대장은 일주일에 한차례 부대밖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마침 이날이 부대 밖에서 출근하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상황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합참 고위관계자는 “해당 GP는 훈련이 잘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GP 총격사건 시간대별 상황. 연합뉴스



②KR-6 불발은 ‘누구 탓’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기관총 원격사격체계인 12.7㎜ KR-6 중기관총으로 첫 대응 사격을 시도했으나 작동하지 않자 5.56㎜ K-3에 이어 K-6 중기관총으로 대응 사격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해당 GP는 피격 20분 만인 오전 8시1분부터 3분까지 KR-6 중기관총 원격사격체계로 세 차례 타격을 시도했으나, 기능 고장으로 불발됐다. 이 자동화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GP 장병들은 방호 시설이 잘 돼있는 지통실을 벗어나 목숨을 걸고 수동으로 K-6 중기관총 사격을 실시했다.


그렇다면 KR-6 공이 파열은 왜 사격 전까지 발견되지 않았을까. 그것은 자동화 시스템인 KR-6 중기관총의 경우 GP 소대원들이 매일 직접 실시하는 ‘사용자 정비’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동인 K-6 중기관총은 장병들이 직접 분해·결합해 총기를 점검하지만, KR-6 중기관총은 자동화시스템으로 복잡한 구조다. 그런만큼 사단 정비대대의 ‘총기점검반’ 만이 노리쇠 뭉치를 분해·결합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사단 정비대대 총기점검반이 매일 GP를 돌아다니면서 KR-6 중기관총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역설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된 중기관총이 정비가 까다로워져 정작 실제 사격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현장 점검은 매일 하루에 한 번씩 하는데 노리쇠 후퇴 전진, 격발 점검을 다 하고 있다”면서 “공이 파손은 정비팀이 해당 GP에 가 분해해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합참은 “일단 다른 GP의 KR-6 중기관총은 정상 작동됨을 확인했다”며 “작동되지 않은 KR-6 중기관총의 경우 총기점검이 어떻게 이뤄졌는 지를 정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북한 GP로부터의 총격이 남한 GP 무기체계의 허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KR-6 중기관총 고장 사실은 지난 3일 사단장까지 보고됐다. 합참과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다음날 지작사 현장조사반이 낮 12시 30분쯤 고장 사실을 확인하고 보고한 이후에야 알게 됐다. 왜 사단에서 상급 부대 보고를 누락했는 지 부분에 대한 군 당국의 공식 설명은 아직까지 없다.




③왜 3사단인가



북 GP에 대응 사격을 한 부대는 철원군 일대에 위치한 육군 3사단이다. 중부전선을 지키는 3사단은 ‘백골 부대’로 잘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3사단장은 터프한 강골 출신이 많다. 대표적인 사단장이 2016년 작고한 박정인 장군이다. 그는 1973년 3월 7일 DMZ에서 군사분계선(MDL) 푯말 정비작업을 하던 우리 군 1개 소대를 향해 북한군이 총격을 하자 도발 원점인 북한군 GP를 향해 백린탄 포 사격 명령을 내렸고, 이로 인해 북한군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부 지시 없이 포격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된 후 전역했지만, 북한군에게 3사단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줬다.


3사단이 지키는 평야 지역으로 ‘민들레 평원’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북한군 기계화부대가 이곳을 지나가면 수도권이 바로 뚫린다. 그런만큼 군 수뇌부는 관행적으로 성격이 강한 장군들을 3사단장에 임명했다. 적의 도발에 가차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현종 5군단장, 남영신 지작사령관, 김운용 전 3군사령관, 신원식 전 합참차장 등이 3사단장 출신들이다. 현재는 신상균 소장(육사 45기)이 부대장이다.


북한군이 도발 후 남측 반응을 떠보기 좋은 대상이 중부전선을 지키는 3사단이다. 서울에서 먼 동부전선 부대는 남한 주민들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이고, 수도권을 지키는 서부전선 부대의 경우에는 남한 국민들의 대북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초래할 수 있어 도발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곳이기 때문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전통적으로 강골 장군들이 부대장으로 부임하는 3사단의 군사대비태세를 시험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9·19 군사합의’ 이후 군의 대적관이 무너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군은 이번 북의 GP 총격에 대해 강력하게 원칙 대응했다.



3사단 상징물인 ‘백골’



④과연 오발인가



합참은 이번 총격 사건이 북한군의 우발적인 상황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군이 두차례 대응 사격에도 불구하고 북측 반응이 없었고, 북한군은 일상적인 영농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 상황이 벌어지면 근무자가 철모를 써야 하는데 당시 북한군 GP 근무자들이 철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도적 도발’이었다면 철모 등 안전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합참 관계자는 또 “군은 우발적 상황이라는 정황을 분명히 입수했으나 그것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이 ‘SI’로 불리는 감청 등을 통해 취득한 특별취급 정보로 우발 정황을 판단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사건 직후 북한군쪽에서 ‘총기 관리에 신경 쓰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군은 수년 전부터 남측의 감청을 의식해 휴전선 일대에서 중요한 교신은 무선 대신 유선 통신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군이 교란작전의 일환으로 일부로 오발 사고 정황을 드러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참은 사건 초기 이번 총격사건에 사용된 북한군 고사총의 유효사거리가 1.4㎞이기 때문에 1.5㎞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측 GP를 상대로 한 의도적 도발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합참은 고사총 유효사거리가 지상에서 3㎞라고 한 2018년 국회 보고자료가 드러나자, “수년 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명시된 3㎞는 한미 군 당국이 공식 인정하는 책자 외의 자료를 당시 실무자가 잘못 쓴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는 대공용일 때 1.4㎞라는 것만 한미 군사당국이 공식 인정하는 팩트”라며 “그밖에 고사총의 최대 사거리가 대공용일 때 5㎞, 지상용일 때 8㎞라는 사항도 알려져 있지만 고사총에 있어 유효 사거리란 대공용일 때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3일 “북한 GP는 우리 군 GP보다 낮은 지형에 위치해 있어 도발에는 부적절한 GP”라며 “GP가 보유한 화기로 도발 효과를 낼 수 있는 유효 사거리 내에서 도발하는 것이 도발의 일반적인 양상”이라면서 북한 GP의 오발 가능성을 강조했다. 합참은 또 해당 GP 일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정상적인 사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총격을 전후로 북한군이 GP 주변에서 영농작업을 하는 등 특이 동향이 나타나지 않은 점들도 북한군의 고의 도발로 보기에 어려운 부분들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쏜 4발은 남측 GP 관측실 방탄 창문 아랫쪽 벽에 1∼2의 탄착군을 명확히 만들었다. 이는 (남북) 쌍방 GP에서 평소에 공용화기를 정확히 조준해 놓고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총탄을 발사하면 어려움 없이 상대 GP를 타격하기 때문이다. 이는 표적을 겨냥하도록 미리 세팅돼 있는 GP 총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도발 사격과 의도하지 않은 오발 사격 모두 날씨와 사격 위치 등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사건 당시 나쁜 날씨와 좋지 않은 사격 위치로 인해 의도적 사격이 어렵고, 오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입맛대로’ 분석을 내놓았다.


합참은 사건 초기에 총격 시점인 7시 41분은 북한군의 근무 교대시간이어서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군 GP 근무 교대시간은 오전 7시“라는 지적이 나오자, 합참 관계자는 13일 ”북한군 GP의 근무 교대시간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북한군 근무 교대 등의 행태를 분석할 때 대략적으로 교대 시간이 언제쯤이란 걸 알 수는 있지만, 정확히 딱 떨어지게 특정할 수는 없다“고 결이 다른 설명을 했다. ”안개가 끼어서 늦어지지 않았을까 추정만 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북한군이 총격 당시 철모를 착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영농 작업을 한 것 역시 특정 목적을 지닌 고의적 도발을 숨기기 위한 북한군의 위장술일 가능성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더 포스트>라는 영화를 봤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으로 미국 정부가 30년간 숨겨온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한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다. 미국 여성 최초로 워싱턴포스트의 발행인을 지냈던 캐서린 그레이엄과 편집국장을 지냈던 벤 브래들리가 등장하면서 기자들의 세계가 나오고, 정부의 취재 방해가 나오고, 특종이 나오는 영화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겁니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등 명대사도 많이 등장한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기자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지를 생생하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영화다. 직업이 기자인 데다 흥미를 끄는 요소가 많아 영화를 두 번 봤다.


영화는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닉슨 대통령 시대가 배경이다. 그 유명한 통킹만 조작 사건 등 당시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담긴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가 뉴욕타임스 특종 보도로 세상에 폭로되면서 미 전역이 발칵 뒤집힌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 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베트남전쟁의 비밀이 알려지자 미국 정부는 법원에서 공표금지 명령을 얻어내고 뉴욕타임스를 국가반역죄로 기소하겠다고 윽박질러 관련 보도를 금지시킨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는 후속 보도를 못하게 되지만, 경쟁지 워싱턴포스트는 베트남전쟁의 진실이 담긴 정부 기밀문서 펜타곤 페이퍼 입수에 사활을 건다. 결국 4000장에 달하는 기밀문서를 손에 쥔 여성 발행인과 편집국장이 “그들(정부)의 거짓말을 이제 끝내야 한다”면서 신문사의 모든 것을 걸고 보도를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추가 폭로로 뉴욕타임스와 함께 연방 대법원의 판결을 받게 되고 대법원은 6 대 3으로 언론의 손을 들어준다. 결과적으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는 미국의 베트남 정책에 대한 허상을 벗겨내고 실태를 알리는 ‘위대한 폭로’라고 불릴 만한 역사적인 결정이었다.


펜타곤 리포트라고도 불리는 펜타곤 페이퍼는 1967년 로버트 맥나마라 미국 국방장관의 책임 아래 18개월에 걸쳐 작성되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1968년 5월까지 인도차이나에서 미국이 수행한 역할을 기록한 보고서의 공식 명칭은 ‘미합중국-베트남 관계, 1945~1967년’이다. 맥나마라는 비록 국민들에게는 거짓말을 했지만, 베트남전쟁의 실상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기록하도록 했다. 그랬기 때문에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전쟁의 정확한 사실을 담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정부가 한 일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는가. 여기에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그나마 외교문서는 본국과 주재국 대사관이 주고받은 게 있어 나름 정확하게 사실이 기록되고, 시간이 지나면 공개된다. 외교부가 지난달 31일 작성한 지 30년이 경과한 외교문서 24만여쪽을 원문해제한 게 대표적이다. 일반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보면 노태우 정부가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와 수교하기 위해 거액의 차관을 건넨 일이나 아키히토 당시 일왕의 방한 관련 사항 등 노태우 정부 초기의 주요 이슈들이 흥미롭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지금까지 총 27차례에 걸쳐 2만8000여권(약 391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외교안보 부서인 국방부는 어떠한가. 


기자가 출입하면서 겪은 큰 사건만 열거해도 열 손가락이 모자란다. 당장 생각나는 대표적인 이슈만 해도 연평해전, 연평도 포격사건, 천안함 침몰사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미군기지 이전 등이다. 그렇다면 이 굵직굵직한 이슈에 대한 군당국의 기록은 얼마나 있는가. 또 얼마나 정확한가.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 그나마 백서를 만든 천안함 사건은 일반 국민들에게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결과까지 상세하게 공개했다. 하지만 그 기록이 100% 정확한가에 대해서는 논란거리다. 99%의 과학적 뒷받침이 있다 하더라도 1%의 미진한 부분이 있으면 끝까지 밝혀내겠다는 의지로 대신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과학적으로 풀지 못한 미진한 부분조차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백서를 제작했다. 그러다보니 1%의 부족한 부분 탓에 99%의 사실조차 색안경을 끼고 보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천안함 사건은 백서라도 만들었다. 대부분의 사건들은 백서는커녕 나중에라도 교훈이 될 만한 기록을 남겼는지 의문이다. 중국의 경제보복을 초래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긴 했지만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북의 연평도 포격에 대한 군부의 허술한 대처 과정도 당시 상황을 아는 관계자들의 입에서 입으로만 전달될 뿐 정확한 기록이 없다.


과거 정부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맺은 군사 양해각서는 밀실처리됐다. 정부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한국이 상호방위조약을 맺은 국가는 UAE를 포함해 사실상 2개국”이라는 말까지 했다. 군 안팎에서 나돌았던 한국과 UAE의 상호방위조약설은 언제 다시 활화산이 돼 문제가 될지 모른다.


군은 군사기밀이라는 방패 뒤에서 대부분의 정책 사안을 밀실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예민한 정책 사안을 담당하는 인사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에 대한 기록은 잘 남기려 하지 않는다. 단순한 팩트 체크를 위해 기자들이 정보공개 요청을 해도 ‘군사적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제한된다는 답변을 받기가 일쑤다. 맥나마라 국방장관은 자신에게 불리한 자료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국의 베트남전쟁을 다룬 펜타곤 페이퍼 작성을 지시했다. 기록은 상황을 정확히 읽게 하고 나중에라도 유사한 경우에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국방부는 늦었지만 우선 ‘사드 페이퍼’라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조선인민군 제7군단과 제9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참관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3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동해안 일대에 머물며 2주일 연속 군사훈련을 지휘하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평양을 떠난 이후 동해안을 돌며 4차례 군사훈련을 직접 참관·지휘했다. 이 훈련들이 모두 포병 중심 훈련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육해공 합동 타격 훈련, 지난 2일과 9일 연발 사격 능력을 검증한 초대형 방사포 발사, 12일 포병 대항경기 등이 모두 포병과 관련 있는 훈련이었다. 김 위원장은 포병 훈련을 계속해 최강 병종으로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이처럼 연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동부전선 일대를 돌며 군사훈련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 김정은의 ‘포 사랑’


방사포 섞어쏘기 등 전력 향상에

최근 비행거리 짧고 고도 낮아져

F-35 있는 청주·평택 기지 겨냥

한·미 MD 맞춤형 전력 증강 분석


김 위원장이 12일 참관·지도한 훈련은 함경남도와 동해안을 담당하는 제7군단과 함경북도 국경을 관리하는 제9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였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해안 방어용인 133㎜ 견인포, 연평도 포격 때 쏜 122㎜ 방사포, 107㎜ 방사포 등이 동원됐다.


현대전의 핵심을 포병전으로 간주하는 김 위원장의 각별한 ‘포 사랑’은 오래됐다. 그는 스위스 유학 뒤 귀국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포병을 전공했다. 졸업 논문도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위성항법장치 활용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기간 내내 김 위원장을 수행한 박정천 총참모장은 포병국장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남한의 합참의장 격으로 북한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에 전격 임명됐다. 전임자 대부분이 군단장이나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거친 정통 야전군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 인사였다. 김 위원장의 ‘포병 중시’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의 4차례 군사훈련 지휘현장에 모두 수행한 군 인사는 박 총참모장이 유일하다. 앞서 박정천은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5월 동부전선방어부대와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 훈련, 7월 말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와 8월 초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시위 발사 참관·지휘 때도 수행했다.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재래식 무기에서는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비대칭 전력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군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이 장기간 평양을 비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연결시켜 ‘도피성 시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군 동계훈련 지휘·참관을 내세워 동해 청정지역으로 피신했다는 해석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훈련 현지지도를 이유로 평양을 장기간 비워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장에서 실시한 비슷한 형태의 훈련을 계속해서 참관하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를 경계하며 최근 오랜 기간 평양을 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13일(미국시간) 화상 언론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에 발병 사례가 있다고 단호히 말할 수 없지만 있다고 꽤 확신한다”며 “북한군이 코로나19 여파로 약 30일간 봉쇄됐다가 최근 훈련을 재개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 거주 구역은 방역이 매우 엄격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코로나19 우려로 평양을 벗어났다는 것은 표피적 분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동해안에서 군사 행보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 등으로 뒤숭숭해진 민심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북한 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지난 12일 포사격을 하고 있다. 이번 포사격에는 평사포, 곡사포, 122㎜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 위주로 동원됐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육·해·공군 합동타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맞대응 훈련


동해안 돌며 2주 연속 직접 지휘

비슷한 훈련임에도 계속 참관

이례적으로 평양 장기간 비워

코로나 도피성 시찰 가능성 제기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전력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2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2발을 20초 간격으로 연속 발사하며 향상된 기습 발사 능력을 보였다. 9일 발사는 초대형 방사포와 함께 다양한 구경의 발사체를 연달아 쏴 대응을 어렵게 하는 ‘섞어 쏘기’였다.


군 당국은 김 위원장의 군사훈련 참관·지휘에 대해 “군사적으로는 동계훈련 일환으로 단거리 발사체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성능 점검 차원, 정치적으로는 북·미 협상 교착 상태에서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주도권 확보와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 내부적으로는 전 세계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김정은 리더십과 주도적 상황관리 능력 과시 측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일 담화에서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고 그 무슨 결의 위반으로 된다면 우리더러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군사적 차원의 훈련일 뿐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남한 전력은 공군의 F-35다. F-35가 ‘참수작전’에 사용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 북한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작년 3월부터 F-35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공교롭게도 북한은 두 달 후부터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 신형 전술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를 잇달아 선보였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종류를 늘리고 고도화하려는 시도는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MD) 체계와 F-35를 겨냥한 ‘맞춤형 전력’ 증강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담화를 통해 ”(남한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북한은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격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김여정은 “몰래몰래 끌어다놓는 첨단전투기들(F-35)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최근 ‘3월2일 북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함의’라는 글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여러 북한 군사 전문가들 견해를 종합해 북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궤도(최고 고도 35㎞·사거리 240㎞)를 보면 F-35A를 배치한 충북 청주 공군기지와 경기 평택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등 핵심 표적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가 380㎞ 이상의 비행거리와 97㎞의 고도를 기록한 것과 견주면 올해는 비행거리가 짧아졌고 고도도 낮아졌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다양한 탄도 비행 시험을 통해 한·미 연합군의 MD 체계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이언 윌리엄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달 두 차례 발사 모두 발사각도가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짧아진 비행거리와 낮은 고도 등을 고려하면, 낮은 발사각으로 발사하면서 다양한 궤도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행고도를 40㎞ 이내로 제한한 것은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요격고도(40~150㎞)를 피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MD’를 군비 증강의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에 맞서 북한도 최근 수년 동안 단거리 발사체의 다양한 고도·사거리·회피기동 발사로 사드를 비롯한 한·미 연합군의 MD를 무력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사적인 정면돌파 원칙과 방향하에서 내부적으로는 안보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됨을 보여준다”며 “대외적으로는, 군사훈련은 자위적 방어훈련으로서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이미 스텔스전투기 F-35A,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대형 공격헬기 AH-64E 아파치 가디언과 해상초계기 P-8A,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수백발 등을 구매했다”며 한·미가 만약 결단을 내린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언제라도 제거할 수 있는 정밀타격 능력도 보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이라며 “오히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무시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 관리와 향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현명한 접근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제독차들이 2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염병이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는 군 1개 사단 규모 병력을 사실상 마비시키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날 “확진자가 28명으로 보건당국 기준 격리자는 860여명이지만, 군 자체 기준 예방적 격리자까지 포함하면 8270여명”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일 대비 1510여명이 줄어든 수치로, 군 당국의 ‘봉쇄 조치’로 격리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비전통적 군사 위협이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안보평론가인 한설 순천대 초빙교수(예비역 육군준장)는 대한민국의 제1 안보 위협은 북한에 의한 전통적 안보 위협이지만, 비전통적 안보 위협이 전통적 안보 위협 못지않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각성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전파는 대한민국이 비전통적 안보 위협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군 “예방적 격리자 포함 8270명”

안보전략연구원 ‘2020 정세 전망’

“동북아 내 미세먼지·감염병 문제 

역내 갈등 유발·중요 의제 될 것”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지난해 말 ‘2020 정세 전망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와 감염병 문제도 여전히 인류를 위협하는 중요한 글로벌 이슈로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에서는 미세먼지와 감염병 문제가 역내 국가 간 갈등을 유발함과 동시에 협력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코로나19는 한국인들의 입국을 통제하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국가 간 외교갈등 요소가 됐다.


전염병 확산은 ‘전시(war time)’와 다름없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미사일보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서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2018년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본부 백서’는 해외 유입 감염병이 국가안보의 위협 요소로 작용함을 시사하고 있다.


■ ‘준전시 상황’


국방부 장관 “전시에 준한 상황” 

야외·대규모 연합훈련 모두 중지

 해군은 함정·육상 접촉 엄격 제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오전 화상으로 긴급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고 “현시점을 전시에 준한다고 생각하고 모든 자원을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군이 감염병 사태를 ‘전시에 준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대응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군 대비태세는 비상이 걸렸다. 대구지역 부대의 경우 지난달 27일부터 1주일 동안 한시적 비상근무체제로 전환됐다. 지휘관 등 필수인력은 영내 대기 근무를 하도록 했고, 필수인력이 아닌 간부 군인과 군무원은 희망할 경우 재택근무를 허용하도록 했다. 사상 초유의 간부 재택근무 지침이다. 필수인력을 제외하고는 휴가 중 대기 상태나 다름없게 됐다.


국방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야외 훈련을 전부 중단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각 부대에선 계획된 훈련을 실내 정신전력교육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지만, 자칫 장병들의 전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격리 병사들이 경계 근무 등에 투입되지 못하면서 격리되지 않은 인원들이 그 몫을 떠맡게 됐다. 2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예비군 동원훈련 및 지역 예비군 훈련도 다음달 17일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주한미군에서는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미군 병사와 미군 가족, 한국인 근로자 등 3명의 확인자가 나왔다. 주한미군은 사실상 ‘기지 봉쇄’ 수준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위험 단계를 ‘낮음(Low)’에서 ‘중간(Moderate)’으로 높인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한반도 전역의 위험 단계를 ‘높음(High)’으로 격상했다. 기지 출입 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사실상 ‘준폐쇄’ 상태다. 필수적인 임무 수행자가 아닐 경우 미팅, 집회, 임시 파견 등도 제한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도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필수적이지 않은 자원의 사령부 산하 한국행을 모두 제한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단독 및 연합훈련 역시 중지됐다. 오는 9일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한·미 연합훈련도 연기했으나, 사실상 취소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군 당국은 1954년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이 감염병으로 일정에 영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군에서는 감염병 위기경보가 발령되면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단계마다 국방부와 육·해·공 각 군 본부, 국군의무사령부, 국군의학연구소 등이 각각 주어진 임무와 역할에 따라 행동에 나서고 있다.


각 군에는 과거 북한 도발 등으로 대비태세가 격상됐을 때 못지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질병과 감염병이 새로운 안보 위협 요인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군인 한 명의 감염으로 전 부서 및 부대가 마비되지 않도록 근무 방식도 분할 편성 등으로 조정됐다. 육군의 경우 GP·GOP 등 최전방 현행 작전 부대와 각 부대의 지휘통제실 근무자 및 핵심·긴요전력 운용요원 등이 대상이다. 해군은 함정과 함정, 함정과 육상 간 공간을 분리했다. 이에 따라 정박 함정의 타 지역 이동을 제한하고, 함정 간 접촉은 물론 함정과 육상 인원의 접촉도 최소화하고 있다. 공군 역시 기지 내 비행대대별 근무자의 이동 동선과 시간을 분리하고, 항공기의 다른 기지 전개를 중지했다. 또 중앙방공통제소(MCRC) 근무자들은 교대시간과 근무 공간을 분리했다.


중동부 전선 육군 모 사단은 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전쟁 이외 군사작전(MOOTW)’ 차원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ㄱ사단장(소장)은 “정체불명 테러집단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유포한 상황으로 가정해 사고 전환을 하면 부대 대응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테러집단이 포섭한 민간인을 통해 외출 나온 장병들에게 감염병을 퍼뜨리고 있다는 상황도 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부대 장병들의 외출·외박·면회 통제 등을 시행하면서 유사시 차단, 식별, 분리 등의 대응작전으로 이어갈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모든 부대 활동을 작전명령화해 하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방역 ‘최전선’


포괄 안보 차원 주도적 역할 전환

“뒤늦은 민관군 통합대응” 지적


감염병과 같은 비전통적 안보 위협과 관련해 군대와 정부, 비정부기구(NGO)와 민간 당국과의 다자협력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2017년 열린 ‘태평양지역 육군참모총장회의와 태평양 육군 관리세미나(PACC&PAMS)’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테러, 사이버공격, 감염병, 난민, 자연재해, 국제범죄 등 초국가적·비군사적 위협의 확산으로 안보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데 따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은 비군사적이지만 초국가적 위협으로 등장했다.


국방부는 2일부터 본격적으로 군 자원을 코로나19 대응에 투입하는 조치를 취했다. 군의관과 간호사 증원 투입은 물론 행정 지원병력까지 늘리고 있다. 군 당국은 군단, 사단, 연대, 대대에 군 의료공백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의무인력을 차출하기로 했다. 군 당국은 의료진이 지치고 피로해지면 감염되기 쉽다는 점에서 대구 의료진의 노동강도를 줄이고 감염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군대는 국민의 공권력으로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가가 요구하는 기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군 당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포괄 안보 개념으로 간주하고 군 내 유입 차단 수준을 벗어나 민간병원 진료공백 최소화와 함께 대민 지원, 의무인력 지원 등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사태에 민관군 통합대응이 조기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간호장교, 의무병, 특전사 의무특기 장병, 화생방 병과까지 일찌감치 동원해 국가의 대응 능력을 조기에 보강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군은 초기에 감염자 접촉을 피하기 위해 부대 문을 걸어 잠그고 피해를 줄이는 데 우선 주력했다가 나중에 적극적 방역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군이 정부, NGO 유관기관과도 신속한 통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리와 교범, 계획을 지속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를테면 민군 협력을 위한 소프트 파워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이 코로나19 사태를 생물학 방어작전에 준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강한 군대는 훌륭한 장교들이 만든다. 훌륭한 장교는 유능한 전문직업군인이다. 훌륭한 장교단은 올바르게 정립된 민군관계에서 나온다. 고급장교들이 인사철만 되면 여기저기 민간 권력기관을 기웃거리거나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실력자를 찾는 군대라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반대 논리도 성립된다. 권력기관이나 실력자들이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성한 고급장교들로 하여금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게 만든다면 그 군대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우리 군은 오랜 세월 동안 사조직과 연줄, 파벌 등으로 인한 폐해를 겪어 왔다. 김영삼 정부 이후 사조직이 공식적으로 정리됐다고 했으나, 그 이후에도 군 인사에서 이런저런 연줄과 파벌은 작동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군 최고책임자는 진급을 사적관계 보상으로 이용했다는 내부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노무현 군부’의 색깔을 뺀다며 전 정권 때 잘나갔던 장성 상당수를 1차 진급에서 탈락시킨 후 한직으로 밀어냈다. 군내에서는 ‘전 정권 군부 수혜자 명부’, 소위 ‘살생부’가 나돌아다닌다는 소문까지 돌았고, 육본 인사참모부장(소장)의 사표 제출 파동까지 일어나는 등 내홍으로 시끄러웠다. 과거 정권에서 잘나갔던 고급장교들의 빈자리는 당시 군 최고실력자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은 역전됐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관 등으로 청와대에 파견근무를 했던 고급장교들은 진급 ‘0순위’였다. 대신 과거 정권에서 잘나갔던 인사들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역차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이라이트’는 박찬주 현역 육군대장의 구속이었다. 본래 박 대장에 대한 수사의 본질은 공관병 갑질 의혹이었다. 국방부는 박 대장의 전역지원서도 받아들이지 않고 법령에도 없는 임시 보직인 ‘육군인사사령부 정책연수’를 명령했다. 이후 수사는 별건으로 이어졌고, 갑질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어 수갑을 찬 그의 모습이 일반에 공개됐다. 현역 육군대장이 수갑을 찬 모습을 지켜본 고급장교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대법원은 박 전 대장 사건 상고심에서 뇌물 혐의는 무죄로 보고, 부하 중령에게 보직 청탁을 받고 들어준 혐의만 김영란법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사의 단초였던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부인의 ‘갑질 혐의’와는 별개로 박 전 대장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현역 육군대장의 자진전역까지 막고 수갑을 채웠던 박 전 대장에 대한 수사는 결과적으로 ‘망신주기’였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현역 신분의 대장을 포승줄에 묶어 대중 앞에 세운 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신모 대장 사건’의 재연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 검찰단은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신모 육군대장을 구속 기소하고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 역시 수갑을 찬 채로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공개됐다. 그러나 결과는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고 벌금형에 그쳐 석방됐다. 그는 법정 최종진술에서 “금전적인 문제만큼은 부대와 부하를 위해 사용했다고 생각했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기꺼이 책임지겠다”며 “38년 동안 쌓아온 명예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비통하다”고 말했다. 당시까지는 군내에서 부대 지휘관이 부대 운영비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구속 수사는 다른 군 장성들을 겁주기 위한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경우 혐의를 피할 수 있는 부대 지휘관은 거의 찾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국방부 수석검찰관은 최강욱 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다.


노무현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나 수갑을 찬 현역 대장이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공개되자 일선 지휘관들은 권력에 찍힐까 봐 ‘말 조심’ ‘행동 조심’에 나섰다. 정부의 거리낌 없는 장군 인사에 ‘토’를 다는 장군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30대 초반의 청와대 행정관과 50대 후반의 육군참모총장이 커피숍에서 만나 군 인사 관련 사항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도 군인들은 뒤에서나 수군거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또 하나의 특징은 청와대나 총리실에 근무하는 장성들의 ‘별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청와대 경호실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다. 안보실 1차장은 과거 정부에서는 주로 국정원이나 외교부 출신이 맡았던 자리였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예비역 준장이 맡았던 직위다. 총리실 대테러센터장은 김혁수 육군중장이다. 전임자는 예비역 준장이었다. 두 자리 모두 ‘별 하나’ 자리에서 ‘별 셋’ 자리로 껑충 뛰었다.


현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은 김현종 육군중장이다. 청와대는 육군소장이던 그를 중장으로 진급시켜 계속 근무하게 하고 있다. 국방개혁비서관 계급을 ‘별 둘’에서 ‘별 셋’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과거 대통령 국방비서관 직제 때는 주로 ‘준장’이 임명됐던 직위다. 과거 정부에서는 ‘별 하나’인 준장 자리였던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별 둘’인 소장 자리로 높였다.


군 안팎에서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장군들의 계급이 역할에 견줘 너무 높다는 여론이 주류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전·현직 장군들이 계급에 걸맞은 역할을 찾으려다 ‘월권’할 우려도 크다. 


지난해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사건 때 빚어진 문제점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장군들은 ‘별 숫자’로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다. 군내 상황의 종합·정리·보고가 주업무다. 설마 청와대가 ‘폼’ 재려고 ‘별 인플레이션’을 한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현 정부 청와대의 군 인사에 대한 인식은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적어도 삭막하고 외로운 전방고지와 망망대해, 순간이 생명을 가르는 하늘에서 청춘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장교들에게는 그렇게 비치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지난해 5월22일 시민들이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출입구를 군의 안내를 받으며 지나고 있다. 철원 구간은 15㎞이며, 차량과 도보로 이동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현재 DMZ 출입 통제는 6·25전쟁 후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된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다. 이 때문에 남북 간 군사적 합의도 DMZ 관련 부분에서는 유엔사의 승인이 없으면 이행이 불가능하다. 사진공동취재단


유엔군사령부(UNC)의 ‘군사분계선(MDL) 통과 허가권’과 ‘비무장지대(DMZ) 출입 허가권’ 문제 등 유엔사의 관할권이 여전히 한·미 군 당국 간 ‘뜨거운 감자’다. MDL 통과·DMZ 출입 허가권과 관련한 이슈가 잊혀질 만하면 다시 툭툭 불거지고 있어서다. 정부가 남북 협력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북한 개별관광도 제3국을 경유하지 않는 육로 관광일 경우 유엔사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유엔사는 지난달 29일 마치 ‘난수표’를 연상케 하는 입장 자료를 내놓았다. 내용인즉, “유엔군사령관은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이행을 감독할 권한과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DMZ 출입에 관한 정책과 규정이 모든 인원에게 적용되고 시행될 수 있도록 DMZ 내 활동에 대해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에 상시 문의를 한다. 그 결과 문제가 발생했을 땐, 보통 낮은 수준에서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내 한 언론이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이 그동안 유엔사에 별도 사전통보 없이 비무장지대를 출입했던 한국군의 관행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 보도 내용의 진위를 묻는 질의에 대한 유엔사 답변이었다.


■ UNC 항의 미스터리


유엔사 입장 자료를 보면 도대체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이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인지, 안 했다는 것인지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에 대한 한국군 설명을 들어보면 더욱 헷갈린다. 통상적으로 유엔사는 DMZ 출입 이슈가 있을 경우 한국군 측에 관련 사항을 확인하는데, 이것이 일상업무 차원이라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2월5일 남영신 육군 지상작전사령관(대장)은 케네스 윌스백 미 7공군사령관과 함께 강원 철원군 3사단 감시초소(GP) 일대를 방문해 군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백골부대로 불리는 육군 3사단은 지작사 소속인 육군 5군단 예하 최전방 사단이다.


남 사령관 일행이 DMZ에 출입하기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하고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국군에 출입규정 위반을 추후 통보했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군 당국은 부인했다. 남 사령관 일행의 DMZ 출입과 관련해 지작사는 미측으로부터 사실 확인만 있었을 뿐, 어떤 항의나 문제제기도 없었다고 3일 밝혔다. 지작사 상급 부대인 합동참모본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3사단을 관할하는 5군단도 유엔사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항의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DMZ 상비사단을 관할하는 군단 사령부는 유엔사로부터 MDL 통과·DMZ 출입 허가를 위임받아 DMZ 내 군사작전을 하고 있다. DMZ 출입과 관련해 유엔사의 소통 통로가 되는 군 당국이 모두 유엔사 측 항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것이다. 다만, 에이브럼스 유엔군사령관은 김종문 한미연합사 부참모장 겸 유엔사 군사정전위 수석대표(육군 소장)에게 ‘12월5일 DMZ 무단 출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6·25 후 정전협정에 권한 규정

합참의장·참모총장 예외 없이

48시간 전 통보·허락받게 해



이와 관련해 한국군 고위 관계자는 “최전방 군단의 작전을 지휘하는 지작사령관은 DMZ 상시 출입이 가능한 직위”라며 “유엔사가 윌스백 미 7공군사령관의 DMZ 출입을 내부적으로 문제 삼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엔사 규정에 따르면 지작사령관의 동반자가 윌스백 미 7공군사령관이라 하더라도 DMZ 내 GP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지작사 측이 DMZ에 출입하기 48시간 전 유엔사에 통보하고 유엔군사령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사가 애매모호한 입장 자료를 낸 것도 규정 위반 대상이 미군 3성 장군인 미 7공군사령관이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엔사가 “문제가 발생했을 땐, 보통 낮은 수준에서 원만하게 해결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 7공군사령관의 출입까지 경위 조사를 지시한 것은 DMZ 관할권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현재 DMZ 출입 통제는 6·25전쟁 후 체결된 정전협정에 규정된 유엔사의 고유 권한이다. 이 때문에 한국군 대장이라도 유엔사에 48시간 전 통보해 승인을 받지 않고는 DMZ 출입이 불가능하다. 육·해·공군 3군 참모총장은 물론 한국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평시 작전을 책임지고 있는 합참 작전본부장이나 작전부장 모두 마찬가지다.


■ UNC의 ‘딴지걸기’



정전협정 이행·감독 이유로

주요 남북교류 사업 수차례 딴지

지난해부터 JSA 관광도 금지

북한 개별관광·육로관광 추진도

미국 승인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


유엔사가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로서 정전협정을 이행·감독한다는 이유로 남북 교류와 도로·철도 연결 사업 등에 제동을 걸어왔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남북 군사적 합의도 DMZ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유엔사 승인이 없으면 이행이 불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남북 화해무드에서 유엔사가 남북 교류에 첫 제동을 건 사례가 발생한 것은 2002년 11월24일이었다. 남북은 DMZ 지뢰 제거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검증단을 교환하기로 했으나, MDL 통과 승인권 고수를 고집한 유엔사 태도로 검증작업이 무산됐다. 당시 판문점 장성급 회담 유엔사 측 대표인 제임스 솔리건 주한미군 부참모장 겸 유엔사 부참모장(미 공군 소장)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에서 MDL 통과는 정전협정에 따라 민간인도 유엔사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측이 유엔사의 승인을 계속 배제하려 든다면 금강산관광 등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8년 8월에는 유엔사가 남북 철도 연결을 승인하지 않아 정부 계획보다 석 달 넘게 지난 11월30일에야 가까스로 이뤄졌다. 2019년 6월에는 제9차 한·독 통일자문위원회에 참가한 독일 정부 대표단이 강원도 고성 GP를 방문하려 했지만 유엔사가 ‘안전상 이유’를 내세워 DMZ 출입 허가를 해주지 않아 불발됐다. 정경두 국방장관이 유엔군사령관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협조 요청까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8월9일에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DMZ 내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려 했으나 유엔사가 동행 취재진의 방문을 불허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유엔사가 DMZ 출입을 불허하는 사유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유엔사는 지난해 10월부터 3일 현재까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방문과 관광도 금지하고 있다. 방문 및 관광을 허가할 수 없는 이유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들고 있다. 유엔사는 한국 정부의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관해서도 개별관광객이 DMZ를 통과해 북으로 갈 경우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승인이 필수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DMZ 육로를 통과하는 북한 개별관광 역시 미국 승인이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17일에는 유엔사의 DMZ 출입·허가권과 관련한 ‘유엔사 비군사적 출입통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유엔사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고스트 아미(ghost army)”(이해영 한신대 부총장)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민변 미군위원회에서 활동하는 김종귀 변호사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조치는 정전협정 규율 대상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합의 이행을 위해 출입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유엔사가 정전협정에 근거해 출입권을 발동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현행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등 유엔사 문제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유엔 단체도 기구도 아니다”

유엔사 권한에 끝없는 의문 제기

정부 “제도 보완” 밝혔지만 답보



한국에서는 유엔사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한 유엔사는 유엔의 ‘활동단체’도 ‘기구’도 아니다. 게다가 유엔의 ‘지휘’나 ‘통제’를 받지 않는 조직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정전협정에는 허가권이 군사적 성질에 속한 것으로 한정돼 있다”며 “환경 조사, 문화재 조사, 감시초소 방문 등 비군사적 성질에 대한 허가권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도적 보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와 유엔사의 DMZ 출입 허가권 문제 협의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은 유엔사 재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국군에 ‘LGBT 태풍’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 16일 육군 남성 부사관 ㄱ하사가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여군 복무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동안 수면 아래 있던 군내 성소수자 문제가 부상했다. 군 당국도 중장기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LGBT는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성소수자를 말한다.


육군은 22일 전역심사위원회를 열어 ㄱ하사의 복무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ㄱ하사는 관할 법원에 신청한 성별정정허가 결정 이후 위원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일 군내 분위기를 종합하면 ㄱ하사가 군복무를 이어나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단 현행 육군 기준으로는 ㄱ하사가 생식기를 절제해 의무심사에서 심신장애 3급을 받은 만큼 계속 군복무가 어렵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차후에 관련 복무규정이 바뀌어 성전환이 ‘성주체성 장애’가 아닌 ‘성별 부조화’로 간주되고 심신장애로 판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지금 규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즉 군의 전역처분은 법령에 따른 적법 처리로 ‘성전환자 차별’이나 ‘성전환자 계속 복무’ 여부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ㄱ하사의 경우 의무복무를 겸한 남군 단기부사관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해준다 하더라도 본인이 군복무를 이어가겠다면 다시 여군 부사관 시험을 치러 입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ㄱ하사를 남군에서 여군으로 전환시켜 줄 경우 여군 부사관 정원(TO)에서 가져가는 것으로, 이 경우 다른 여군 지원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 당국 판단이다. ㄱ하사는 지난달 23일부터 국군병원에 입원해 비뇨기과와 산부인과, 정신과 등 관련 진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외국군은 어떻게



해외 20개국 성전환 복무 허용

미국은 2017년 오바마 정부 때

전환 수술·호르몬 치료비 지원

트럼프 집권하면서 입대 금지



전 세계적으로 성전환자에게 군복무를 허용하는 국가는 20개국이다. 유럽에서는 오스트리아·벨기에·체코·덴마크·에스토니아·핀란드·프랑스·독일·아일랜드·네덜란드·노르웨이·스페인·스웨덴·영국 등 15개국이다. 나머지 5개국은 호주와 뉴질랜드, 캐나다, 이스라엘, 태국이다. 태국의 경우 호르몬 치료나 가슴수술 등으로 외형상 부분적으로 여성으로 보이는 경우는 군복무 대상이나, 성기 수술까지 완료한 경우 군복무가 면제돼 부분적 허용 국가로 볼 수 있다.


미군의 ‘트랜스젠더 군복무 허용’은 오락가락이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성전환자의 군복무를 허용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는 군복무를 금지하고 있다.


미군은 1994년 빌 클린턴 정부 때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 정책을 시행하면서 성소수자가 군복무를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밝히는 것을 금지했다. 미군은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묻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라’는 정책을 폐지하고 커밍아웃한 성소수자도 차별 없이 군 요직에 등용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6년 6월 성전환자의 신병 입대 허가는 물론 트랜스젠더 군인의 성전환 비용을 국방부가 부담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 11월 미 국방부는 복무 중인 병사의 성전환 수술을 허용하는 한편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통해 수술·호르몬 치료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 금지 지침을 마련했다. 미군 내 트랜스젠더는 엄청난 의료 비용과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또 자신의 생물학적 성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성전환 수술을 할 의향이 있는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를 금지했다. 다만 이미 군에 복무하고 있는 공개적인 트랜스젠더에게는 예외를 적용했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 방침에 대해 하급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렸으나, 2019년 1월 연방대법원은 트랜스젠더의 군 입대 금지 지침 허용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미군은 ‘트랜스젠더 복무 제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군은 현재 호르몬 치료나 성전환 수술이 필요한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제한하고 있다. 또 복무 중인 트랜스젠더 장병은 자신의 타고난 성별에 맞는 복장과 외모를 갖춰야 계속 복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역시 육군부나 공군부 등 장관급의 승인을 받으면 예외를 인정토록 했다. 미국 국립트랜스젠더평등센터(NCTE) 자료를 보면 미군 장병 130만명 가운데 트랜스젠더는 1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16일 ‘트랜스젠더 부사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동성애


군 당국은 20일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동성애자 병사가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는 평등하게 취급돼야 하며, 동성애 성향을 지녔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현역복무 부적합 처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지휘관들은 병영 내 동성애자 병사에 대한 사생활 관련 질문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동성애자 병사는 전역 시까지 대대장의 도움·배려 병사로 보호 및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병영 내 동성애자에 대한 면담·상담 기록 등도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병영 내 동성애자가 몇명인지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게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다.


군내에서는 ‘아웃팅’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아웃팅’은 타인에 의해 동성애자인 것으로 밝혀지는 것을 말한다. 군내 상담으로 알게 된 지휘관은 해당 병사 부모에게도 이를 알려서는 안된다.


동성애자가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은 금지돼 있지 않다.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스스로 밝혀도 이에 대한 처벌이나 강제 전역조치를 할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 동성애자와는 차이가 있지만 이번에 성전환 수술을 하고 여군 복무를 희망한 ㄱ하사는 자신의 성소수자성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한국군 ‘1호 커밍아웃’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다만 동성애자 군인의 병영 내 성적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이성애자 장병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군뿐만 아니라 미군도 군 영내에서의 성행위는 동성 간이나 이성 간 모두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군법으로 처벌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0년 레바논에 파견된 동명부대의 남녀 군인이 부대 생활관 등에서 성관계를 한 사실이 적발돼 품위유지 위반으로 정직 또는 감봉 징계를 받았다.



‘군형법상 추행죄’ 논란 여전

‘자의적 해석’ 동성애자 처벌

“평등 원칙에 위배” 지적 불구

세 차례 합헌 결정으로 유지



그러나 군내 동성애 문제는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다. 이성 군인 간의 성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보지 않는 것과 달리 군인 동성 간 성행위는 성범죄 추행죄로 처벌하도록 돼 있어 이 조항 자체가 차별이라는 것이다.


군형법 추행죄는 1962년 제정 이후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조항은 “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에 대해 항문성교 및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생활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행위의 정도·장소 등에 대해 법이 규정하는 바가 명확지 않아 자의적인 법 해석을 초래한다는 게 위헌 주장의 핵심이다. 강제성이 없어도 군형법 92조의6을 적용해 동성애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군 성소수자를 억압하는 법률이라는 것이다. 군내 동성애를 ‘추행’ 범주에 넣어 성범죄화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2011년, 201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리 때도 나온 바 있다.



군 당국, 군대 성소수자 문제

중장기적 종합 대책 마련 필요



군형법상 추행죄는 제정 이후 세 차례나 헌재에 위헌심판이 제청됐지만, 최종적으로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군 전투력 보존을 위해서는 동성이 집단생활을 하는 군대에 이 같은 형법 조항이 있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였다. 군 당국도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 기강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군의 경우 군사법에서 동성과 성관계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을 1993년 폐지했다. 2012년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와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에서는 “군형법 92조의6을 폐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바야흐로 ‘버전 업’ 시대다. 운동화까지 ‘2.0’이니 ‘3.0’이니 하면서 버전 업이 됐음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있다. 국방개혁도 ‘버전 업’을 했다. 참여정부 ‘국방개혁 2020’은 군 구조·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목표로 한 청사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진화 발전시킨 ‘국방개혁 2.0’을 국민에게 내놓은 것이다.  


이는 군 지휘구조 및 개편, 방산비리 척결, 상비병력 감축, 병사 복무기간 단축, 무기체계 개편,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방개혁 2.0이 국방개혁 2020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개혁이라고 공언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완결을 목표로 하는 진화적 개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상비병력을 줄이면서 병사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은 전체 전력지수 강화 측면에서 보면 모순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경제활동 인구 증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병력 자원 문제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국방개혁 2.0의 핵심으로 다뤄야 한다.


미국 남북전쟁 중이던 1862년 9월17일에 시작된 북부연방과 남부동맹의 앤티텀 전투는 양쪽 모두 약 2만3000명의 전사상자 및 행방불명자가 발생해 미국 역사상 단일 전투로는 가장 많은 피를 흘렸다. 이는 남군이 나폴레옹이 구사했던 결정적 순간에 적을 여러 방향에서 타격을 하는 ‘분진합격(分進合擊)’ 기동에 집착한 결과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기병대가 독일 기갑부대와 맞서다 전멸하는 모습은 시대가 바뀌었음을 알려주는 비극적인 장면이었다. 윙드 후사르(Winged Hussar)로 알려진 폴란드 기병부대는 최고 정예부대였다. 그들은 우연히 조우한 독일 기갑부대와 격전을 벌여 순식간에 100여명이 전사했다. 독일군 전차들에 포위당한 폴란드 기병대가 항복 대신 돌격을 선택한 결과였다. 현장에 있었던 이탈리아 기자는 ‘바보 같은 폴란드 기병들의 돌격’이라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6·25 전쟁은 ‘고지전’이었다. 고지 점령을 위해 이동하는 수단도 대부분 걸어서였다. 이제는 보병이 10시간 정도 걸어서 가야 하는 산악 목표도 헬기로 이동하는 공중강습 병력은 불과 10분이면 갈 수 있다. 작전지역에서는 소형전술차량이나 신형 바퀴식 장갑차로 이동하는 시대가 됐다. 한정된 인적자원으로 전술적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동력이 필수이기에 나온 결과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초연결 지상전투 체계가 접목된 미래 전장 환경에서는 전투 현장에 인간 병사가 나설 필요가 없을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지금도 정찰 정보 획득은 육안이나 쌍안경 수준에서 무인정찰 차량, 드론과 무인기, 중·고고도정찰기 등 각종 정찰자산으로 대체되고 있다. 나아가 인공지능 참모는 적군의 규모와 위험가중치, 아군의 현재 상황 등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최적의 전투방안을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시대가 예견되고 있다. 정보 수집과 분석, 판단, 결정 등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과거 수십시간에서 이제는 수분이면 끝나게 된다. 거의 실시간 상황 파악과 대응이 이뤄지게 된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과거처럼 전쟁을 하면 병사들의 피로 대가를 치른다. 현대전에서도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과거 전사를 답습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장군들이 새로운 전장 환경에 적응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병사들의 몫이다.


이제 군에서 가장 비싸고 소중한 자원은 사람이다. 오늘날 군대는 인해전술처럼 ‘사람을 가장 싼 자원’으로 투입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미군의 예를 보면 20대 병사가 부상할 경우 국가가 부담하는 평생 치료비가 680만달러라고 한다. 해마다 들어가는 13만6000달러의 치료비를 50년 동안 더한 결과다. 여기에 다치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회에 진출해서 기여할 수 있는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α’로 더하면 병사 한 명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부상 병사 개인이 느끼는 상실감과 주변의 아픔은 측량하기 힘든 부분이다. 결국 병사들의 생존성을 높이는 개인 방호 장비와 견마로봇, 드론 등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전장에서의 인명 손실에 따른 손익계산과 견주어 보면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군이나 한국군이나 병사의 ‘몸값’은 갈수록 뛰고 있다. 사상자 발생은 국가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는 시대다. 게다가 한국군은 병력자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장병 1인이 지켜야 할 국민의 수도 올해 106명에서 2022년이면 13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자녀 가정도 ‘1차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드는 2년 후면 전체 가구의 67%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누군가의 아들딸들이 군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면 그 후유증은 과거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방개혁 2.0’이 인력동원 중심 군대에서 기계화·기동화, 나아가서 첨단지능형으로 나아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중국군도 400만명에서 최근 상비병력 200만명 수준으로 줄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병력 줄이기가 대세다. 그러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안보환경을 보면 아직까지는 인구 대비 대규모 병력 유지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올해 국방예산이 50조원을 넘어서는 등 세계 10위권의 국방 예산이라고 하더라도 병력 전부를 첨단 전력으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한 탓이다. 게다가 첨단 전력 무장 또한 약점이 있다.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첨단전력을 만나면 손쉽게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방개혁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사람이 비싼 자원이라는 점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경자(庚子)년 새해에도 우리 군의 무기·장비들은 속속 업그레이드된다. 육군은 국산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의무후송전용헬기 ‘메디온’(위 사진) 8대를 올해 전력화한다. 중증환자 2명의 응급처치가 가능하고 최대 6명의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 해군은 올해 하반기에 첫 훈련함 ‘한산도함’(아래)을 인수받아 실전배치를 준비한다. 4500t급으로 76㎜ 함포와 대유도탄 기만체계를 장착해 유사시에는 전투함 임무도 수행할 수 있으며 2021년 초 실전배치된다. 육·해군 제공


2020년 경자년 시작과 함께 육·해·공군은 ‘정중동’ 움직임이다. 남북 군사합의 이후 군사적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한이 대미·대남 비난과 함께 한국군 전력 증강에 대해서까지 시비를 걸고 있어서다. 군은 표면적으로는 북을 자극하는 전략무기 도입을 하지 않는 등 ‘로키(low key)’로 대응하면서도 무기·장비 배치와 부대 개편 등을 계속하고 있다.


육군은 미래 육군 ‘아미 타이거 4.0’ 청사진에 따라 장병 한 명당 작전반경이 넓어지는 것을 반영한 장비와 무기 배치를 올해부터 본격화했다. 해군은 일정 연한이 지난 함정을 퇴역시키는 한편 그 자리를 업그레이드된 함정으로 대체하는 작업을 올해도 계속하고 있다. 퇴역 함정도 유사시 언제든 작전에 다시 투입될 수 있다는 게 해군 설명이다. 공군은 올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핵심인 정찰능력 극대화를 위한 자산 도입과 조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육군


육군은 병력집약형 부대 구조에서 전투효율을 높인 맞춤형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에는 제20기계화보병사단과 제2보병사단을 해체했다. 대신 올해 2사단을 모체로 201·203특공여단을 묶어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7기동군단 예하에 두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미 육군의 101공중강습사단을 벤치마킹해 공중강습할 수 있는 ‘신속대응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육군은 올해 UH-1H 헬기를 도태시킬 예정이다. 육군 1군단 11항공단 203항공대대는 UH-1H 헬기를 운용하는 마지막 육군 항공부대다. UH-1H 헬기는 1968년 처음 도입된 이후 지휘통제, 헬기 로프 하강, 조명탄 투하작전, 산불 진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다 공중 기동전력화된 수리온(KUH-1)에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됐다.


의무후송 전용헬기인 ‘메디온’ 8대는 올해 전력화된다. 국산 헬기 수리온을 기반으로 한 메디온 헬기는 전·평시 응급구조 및 환자 수송을 위한 의무 및 지원장비가 갖춰져 있다. 중증환자 2명의 응급처치가 가능하며 최대 6명의 환자를 동시에 후송할 수 있다. 산소공급장치와 의료용흡인기, 심실제세동기, 인공호흡기, 환자감시장치 등 응급의료장비가 장착돼 있다.


노후화된 81㎜ 박격포를 대체하는 ‘81㎜ 박격포-Ⅱ’가 올해 전력화된다. 보병 대대급의 주요 화력체계인 신형 박격포는 경량화·기동성·자동화가 특징이다. 레이저·위치정보시스템(GPS) 기술 등을 접목해 타격의 신속성과 정확도를 높였다. 레이저 및 GPS 기술을 활용해 관측에서 사격까지 모든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사격정보를 자동으로 산출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기존 박격포는 수동으로 입력하고 전송해야 했다. 자동화된 만큼 운용 인원도 1문당 5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무게가 기존 박격포 42㎏보다 20%가량 가벼워진 34㎏ 정도인 데다 전용 차량에 탑재할 수 있어 기동성과 생존성도 높아졌다.


장애물 개척 전차 ‘올인원’ 등

의무후송전용헬기 올해 전력화

육군 “1인당 작전 반경 확대”


육군은 장애물 개척 전차인 ‘올인원(All in One)’도 올해부터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전력화할 예정이다. 기계화부대의 장애물 극복용 전차인 ‘올인원’은 차체, 지뢰제거쟁기, 자기감응지뢰 무력화 장비, 통로표식장비, 굴삭팔 등으로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차체 전면에 장착한 거대한 ‘지뢰제거쟁기’는 굴착기처럼 전방의 땅을 갈아엎어 묻혀 있던 지뢰를 흙과 함께 전차 좌우측으로 밀어낼 수 있다. 또 강력한 자기장을 발사하는 자기감응지뢰 무력화 장비로 원거리의 자기감응지뢰를 터뜨려 파괴할 수 있다. 그만큼 인력 투입에 따른 사고 위험을 줄여준다.


북한 전투기와 저공저속기는 물론 소형 무인기까지 탐지할 수 있는 국지방공레이더도 전력화된다. 국지방공레이더는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를 통해 적 항공기나 무인기 등 표적 위치를 즉시 아군의 타격전력에 실시간 전파하게 된다. 감시정찰과 타격능력을 높이기 위한 차기 군단급 무인기와 사단 정찰용 무인기 등은 시험비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해 2020년까지 전력화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개인 장비에도 변화가 있다. 육군은 K3 경기관총을 대체하기 위해 올해부터 구경 5.56㎜인 K15 경기관총(LMG-Ⅱ) 전력화에 나섰다. K15엔 다양한 부수기재들을 활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이 장착돼 있고, 개머리는 병사 신체조건에 따라 길이 조절이 가능하다. 발사속도는 분당 700~1000발, 유효사거리는 800m다.


분대원 간 상황 공유가 가능한 ‘전투원용 무전기’도 특수부대를 시작으로 올해부터 보급된다. 앞으로는 작전에 투입되는 분대 전투원 개개인의 활동반경이 넓어져 분대원 개인마다 무전기를 갖고 있어야 작전 성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부대장만 무전기를 사용했으나 이제는 분대원 개개인마다 소형 무전기를 휴대하는 개념으로 바뀌게 된다. 이 무전기는 2~5㎞ 단거리에서 문자 및 음성 전송이 가능하다. 소음이 극심한 전장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넥 마이크나 골전도 마이크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 해·공군


알루에트 해상작전헬기 퇴역

첫 훈련함 한산도함 등 실전에

해군 “전역 함정 언제든 복귀”


해군은 지난달 ‘알루에트(ALT)-Ⅲ’ 해상작전헬기를 퇴역시켰다. 이것은 대잠작전 능력을 보유한 해군의 첫번째 함정 탑재 헬기로 1977년부터 12대가 도입됐다. 1983년 8월 동해에서 북한 간첩모선을 추적해 해담미사일(AS-12)로 격침시키기도 했다.


해군은 또 국산 전투함 시대를 열었던 호위함(FF·1500t급) ‘마산함’과 ‘경북함’, 초계함(PCC·1000t급) ‘순천함’도 지난달에 전역시켰다. 1세대 국산 전투함인 이 함정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한반도 바다를 지켜왔다. 이들 세 함정은 앞으로 예비역 함정으로 관리되지만, 유사시 군함 임무를 부여받고 다시 임무에 투입된다. 올해도 초계함 1~2척이 현역에서 은퇴해 전역 또는 퇴역할 예정이다.


해군은 대신 올해 하반기에 첫 훈련함 ‘한산도함’과 신형 호위함(FFG BATCH-II) ‘경남함’, 대형수송함 ‘마라도함’ 등을 인수받아 실전 배치를 준비한다. 또 기뢰탐색 소해함과 3000t급 잠수함 진수식을 갖는다.


4500t급 한산도함은 해군 역사상 첫 교육·훈련용 함정이지만, 유사시에는 76㎜ 함포와 대유도탄 기만체계를 장착한 전투함 임무와 구조 임무도 수행하게 된다. 올해 전력화 과정을 거친 뒤 2021년 초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공군 전력에서 2020년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부분은 ‘정찰비행단’ 창설이다. 공군은 올해 하반기 정찰비행단을 창설할 예정이다. 감시정찰 능력 개선 및 확대를 위한 군 정찰위성, 중·고고도 무인 정찰기 등 정찰 자산, 신호정보 수집 능력이 향상된 백두체계 등이 주요 전력이다. 공군은 여러 정보자산을 통해 수집한 실시간 정보의 융합·전파 체계를 구축해 미군 의존도를 줄이면서 한국군의 독자적인 감시정찰 능력을 완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군 정찰비행단의 핵심 자산은 ‘고고도 무인정찰시스템(HUAS)’인 글로벌호크(RQ-4)와 새매 정찰기(RF-16), 백두·금강 정찰기 등이다. 글로벌호크는 2023년 이후 본격 전력화할 예정이다. 군은 지난해 말 1대를 들여왔고, 올해 상반기까지 나머지 3대를 모두 도입할 예정이지만, 표적촬영과 판독, 정보 전송으로 이어지는 영상정보처리체계까지 갖춰야 100% 능력 발휘가 가능해서다.


독자 감시정찰 능력 완비 계획

공군 “하반기 정찰비행단 창설”

북 자극 않고 무기 배치는 계속


공군은 현재 백두(RC-800B)·금강(RC-800G) 정찰기와 새매 정찰기 등 대북 정찰수단을 운용 중이다. 금강과 새매는 영상정보, 백두는 신호정보 수집 정찰기다. 글로벌호크가 전력화되더라도 개량형 백두 정찰기는 신호수집장비가 없는 글로벌호크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야 한다. 개량형 백두 정찰기는 전자장비 간에 주고받는 신호 교환을 알아내는 계기정보(Fisint) 기능도 갖고 있다.


한국형 중고도무인정찰기(MUAS)도 전력화되면 공군 정찰비행단에 편입될 예정이다. 10㎞ 상공에서 북한의 주요 시설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MUAS는 ‘2019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 외형이 공개됐다. 준장이 지휘관인 공군 정찰비행단은 향후 정찰위성을 개발하는 ‘425사업’을 통해 전력화한 정찰위성들도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찰위성과 고고도·중고도 정찰기를 모두 갖추게 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미국 ‘키세(KISE)’의 승리였다. 정부는 지난 11일 “제200차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에서 한·미 양측은 오염 정화 책임과 주한미군이 현재 사용 중인 기지의 환경관리 강화 방안, SOFA 관련 문서의 개정 가능에 대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하에 4개 기지 즉시 반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반환 합의는 이날 즉시 효력을 발휘했다. 이와 함께 용산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협의 절차도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키세는 미측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논리였다. 키세는 미국이 내세운 반환기지 환경오염 치유기준인 ‘KISE(Known·Imminent·Substantial·Endangerment to Human health)’를 말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임박한·실질적인·급박한 위험’을 의미한다. 그동안 10년 넘게 한국 측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영향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내세웠고, 미국 측은 키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해 왔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정부는 반환되는 기지들의 환경오염 정화비용으로 추정되는 1100억원을 먼저 우리가 부담한 뒤, 차후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비용 부담과 책임 소재 등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미측이 협의를 지속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하지만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할진 불투명하다. 미측은 ‘배째라’식으로 10년을 넘게 버텨 문제가 된 기지의 열쇠를 한국 정부에 넘겼다. 이후 협상에서 미측이 정화비용을 부담하리라 여기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말이 좋아 ‘선 환경정화비용 부담, 후 분담금 청구’다. 사실상 안 주겠다고 버티면 그만이다.


키세는 한·미 간 문화 차이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키세는 땅덩어리가 워낙 넓어 환경폐기물을 묻을 곳이 많은 미국의 환경오염 치유기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키세를 반영했다가는 당장 환경단체가 들고 일어날 일이다.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 국면에서 미군기지 반환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측이 무시하면 그만이다. 지역 숙원사업 해결 차원이라면 10년 넘게 이 문제를 왜 질질 끌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미국은 한국 내 기지 반환 과정에서 비용을 분담할 경우 향후 전 세계 미군기지의 반환 시 적용할 선례가 된다는 점 때문에 환경정화비용 부담에 확실히 선을 그어왔다. 실제 SOFA에 환경조항이 신설된 2003년 이후 미국은 지금까지 80곳의 반환 대상 미군기지 중 54개 기지를 반환하면서 환경정화비용을 단 한 번도 분담한 적이 없다. 미측 입장에서는 기지를 반환하면 이미 협상은 종료된 거나 마찬가지다. 당장 환경단체들은 ‘미군에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용산기지 등 반환되지 않은 나머지 22개 기지 역시 이들 4개 기지처럼 한국 정부의 ‘선 비용 부담·후 협의’로 갈 것이다. 여기서도 미국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미군이 그동안 마구 버린 기름과 중금속 등으로 야기된 오염의 정화비용을 한국이 떠안고 갈 것이라는 말이다. 예상대로 주한미군 보도자료를 보면 오염 정화 관련 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미국 의도를 거스르지 않았다. 뒤집어 얘기하자면 문재인 정부의 어떤 주체적인 결정이나 선택도 미국은 용납하지 않았고,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조건부 연장 결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GSOMIA 종료 선언을 지속하는 역량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GSOMIA 종료 유예를 실용적·전략적 선택을 했다면서 ‘솔모론의 지혜’인 양 포장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정부의) 외교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적절한 카드로 당시 잘 활용됐다”고 평가했다.


GSOMIA는 이번 기회에 그 정체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일 양국 간 군사비밀보호협정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행정부와 입법부가 모두 달려들어 GSOMIA 종료를 막았다.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성명에서 “GSOMIA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정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지난달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회의 종료 직후 열린 양국 국방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GSOMIA의 만료로 이득을 보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GSOMIA 체결 당시에는 중국은 전혀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한·미·일 3각 동맹을 만들어 중국을 봉쇄하고자 GSOMIA 체결을 압박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기도 하다. 문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이 동등한 지위를 지니는 한·미·일 3각관계도 아니고 미국을 정점으로 일본을 중간 파트너로, 그리고 한국을 제일 말단의 하위 파트너로 하는 수직적 동맹관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GSOMIA의 조건부 연장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정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정부는 일본의 태도를 보고 종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럴 거라고 믿기는 어렵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는 지난 9월 말 미 대사관저에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소속 여야 의원 1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좌파들에 둘러싸여 있다는 게 사실이냐”라고 물은 것으로 최근 전해졌다. 국방부가 F-35 추가 구매를 시사하는 등 문 대통령이 미국에 우호적인 정책을 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좌파’여서 GSOMIA를 종료하려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상식밖의 무례였다.


한·미동맹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키세나 GSOMIA 유지처럼 압력에 굴복하는 동맹의 미래는 밝지 않다. 동맹은 상호 이익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강화된다. 한·미동맹 자체에 비대칭 성격이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 심기를 건들이지 않기 위해 우리가 심각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동맹이 어떻게 정상적인 동맹이겠는가. 미측에 끌려다니면서도 자주성을 발휘한 것처럼 포장하는 정부도 한심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독특한 위상 배경에…한국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도 가능

ㆍ전직 사령관들도 GSOMIA·방위비 분담 등에 발언 쏟아내

ㆍ친미단체·보수언론의 과도한 ‘띄워주기’가 영향력 더 키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청와대에서 한·미 군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간담회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이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해 이뤄진 자리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전·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목소리와 행동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개월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핵 등에 대한 진단을 놓고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발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국내 보수단체들은 이들을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 앞다퉈 부르고 있다. 언론인 단체도 가세해 이들에게 한반도 안보 진단 기고를 요청했다. 미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인터뷰 보도를 내보내면서 미국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독특한 역할 및 위상, 한국에서 사실상 ‘반 정치인’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분석했다.


■ ‘모자 4개’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직책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 등 4개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모자를 4개 쓰고 있는 셈이다. 각 사령관 직위에 따라 역할이 제각각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주요 임무는 한반도 위기 시나 전시 상황이 닥칠 때 한미연합사령부를 지원하는 일이다. 미 정부가 지정한 인원에 대한 ‘비전투원 소개작전(NEO)’ 지원도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또 미군과 다국적군에 대한 전시증원(RSO)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인도태평양사령부 및 미군의 각 기능별 전투사령부(COCOM), 미 합참, 미국 정부 등과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기도 하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지휘소와 구성군사령관들로 구성돼 있지만, 평시에 상설 전투부대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는 주한미군이 평시에는 한미연합사 소속이 아니라, 유사시에 통제 전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연합사는 평시 상설부대는 없지만, 연합위임권한(CODA·Combined Delegated Authority) 사항에 의해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CODA는 평시와 한반도 위기 시 초기에만 적용되고, 이후에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준비된 작전계획에 의거해 전구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군사위원회의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받아 전시에 한미연합군을 지휘하게 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사령관의 소전구 통합군사령관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한미연합사는 인도태평양사를 통해 주한미군의 지원을 받도록 돼 있다.


현재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 간 합의된 전략지시 1호에 따라 한국군 통수권자인 한국 대통령과 미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합의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리면, 이를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게 돼 있다. 전략지시 1호에 의하면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은 4성 장군인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함으로써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언 라포트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과거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계획에 대해 “나는 주한미군사령관이면서 유엔군사령관이기에 그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의 작전지휘권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UNC)사령관도 겸하고 있어 평시에는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전쟁 발발 시에는 전력 제공국 병력을 협의에 따라 미8군이나 한국군에 배속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또 주한미군 선임장교(SUSMOAK)로서 본인이 겸직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과의 업무를 조정하는 책임자다. 미 합참의장을 대리한 주한미군 선임장교 자격일 때는 한국군 카운터파트는 한국군 합참의장이다. 동시에 미 국방부 대표 권한을 부여받은 자격일 경우에는 한국 국방장관이 카운터파트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업무는 3개 사령관 직위가 엉켜 있는 만큼 미측은 주한미군사와 한미연합사, 유엔군사 등 3개 사령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겸직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각 사령부 참모직을 겸직하게 함으로써 미측 사령부들의 복잡한 상호관계를 단순화시켜 지휘 및 통제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런 만큼 한국군으로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과 위상이 한미연합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등을 겸직했을 때와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백선엽 전 육군대장(가운데)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 전 대장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면서 ‘영웅’이라고 치켜세워 광복회의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 ‘앞다퉈 모시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군 주요 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실 이 자리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강력하게 요구해서 이뤄진 자리였다는 후문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이라는 독특한 위상을 배경으로 할 수 있는 면담 요청이었다.


이런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광복회는 지난 5일 강력한 항의 공문을 전달했다. 백선엽 ‘전쟁영웅’ 찬양에 대해 사과 및 재발 방지,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광복회는 공문에서 “최근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장성들이 독립군 학살에 앞장섰던 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며, 그를 ‘영웅’이라 치켜세운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을 모욕하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는 행위로 인식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lt;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gt;와 &lt;친일인명사전&gt;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하켄크로이츠 깃발 아래 ‘하일 히틀러!’를 외치며, 레지스탕스 대원을 학살한 나치 친위대원을 ‘영웅’이라고 찬양하는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백선엽 장군을 예방하고 주한미군이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백선엽 장군은 진정한 전사이자 지도자이며 오늘날도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 데 대한 항의였다.


역대 주한미군사령관은 취임 후 갖는 중요한 의전 중 하나가 백선엽 전 육군대장에게 부임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불편하게 보이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상처를 주는 장면이라는 게 광복회 입장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나 주한미8군사령관, 주한미해군사령관, 주한미공군사령관들이 부임하면 의례적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행사가 있다. 한국 이름 작명식이다. 박유종(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보우해(마이클 보일 주한미해군사령관), 우기수(케네스 윌스바흐 미7공군사령관) 등 전·현직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 수십명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준 단체는 한미동맹친선협회다. 회장단이 육군 사단에서 명예사단장으로 위촉되고 지프를 타고 열병식까지 해 물의를 빚었던 바로 그 단체다. 외교부의 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인 이 단체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지난 3년간 활동 내역을 보면 주한미군 고위층 한글 이름 지어주기, 미군과 한국군 부대 방문, 미군 지휘관들의 이·취임식 참가, 한·미 군 관계자들과의 리셉션이 대부분이다.


주한미군을 가까이서 수십년 동안 지켜본 ㄱ씨는 주한미군 고위 간부들이 한·미동맹을 내세우는 미군 주변 단체들과의 접촉을 통해 한국민 정서를 일방적으로 읽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미단체 주장을 대다수 한국민 정서로 받아들여 잘못된 판단을 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방위비 분담금 관련 세미나에서 분담금 인상이 결국 미국산 무기 구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10월24일 ‘유엔군사령부 해체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하다’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 한·미 간 각종 현안에 편승해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발언이 나오면 국내 언론은 워싱턴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붙여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구조다. 이들 중 몇몇은 미국 방위산업체의 로비스트나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tvple.me/tv/c/드라마 BlogIcon 드라마다시보기 2020.08.24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육군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병력은 줄이고 부대 구조는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하는 대대적 개편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육군은 ‘8개 군단, 39개 사단’ 체제에서 ‘6개 군단, 33개 사단’ 체제로 정예화하게 된다. 지난 8월8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이 샤워 터널을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위 사진). 지난해 11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무인이동체 시스템산업 엑스포’의 육군 부스에 군수품 수송용 드론이 전시돼 있다(아래). 연합뉴스·경향신문 자료사진


육군 부대의 대대적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방부는 이를 ‘국방개혁 2.0’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에 대응하면서 부대 구조를 정예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방개혁 2.0’ 일환으로

2022년까지 9만여명 감축

‘6개 군단·33개 사단’으로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57만9000명인 육·해·공군 상비병력은 2022년 말 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축 병력 대부분은 육군이다.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육군은 2개 군단과 최근 없어진 사단까지 포함해 6개 사단을 해체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줄어드는 병력만 8만명에 가깝다.


현재 대상 부대 2053개 중 602개(29.3%)에 대한 개편이 완료됐다. 2025년까지 나머지 1451개 부대의 개편도 마무리된다. 육군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력 수준을 올해 46만4000명에서 2022년까지 36만5000명으로 9만9000명을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병력 감축 규모만 해도 2만명이다.


■ 사라지는 사단


수년 전만 해도 육군은 ‘8개 군단·39개 사단’ 체제였다. 육군은 병력 절감형 부대 구조개편을 통해 2025년 ‘6개 군단·33개 사단 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부대는 제20·26·30 기계화보병사단과 제2·27·28 보병사단 등 6개 사단이다. 26사단은 이미 2018년 부대기를 내렸고, 20사단과 2사단은 올해 말까지 해체된다. 27·28·30사단은 수년 내 해체 대상이다. 이 밖에 철원지역 6사단은 경기 포천으로 이전하고, 강원 고성 22사단이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오뚜기 부대’ 8사단과 ‘불무리 부대’ 26사단 통폐합은 육군 구조개편 공식화의 신호탄이었다. 중서부 전선의 주력 사단으로 경기 양주에 있던 26사단은 지난해 12월 기계화보병사단(기보사)으로 재편된 8사단과 통폐합되면서 65년 만에 부대기를 내렸다. 육군은 이처럼 여러 군단에 흩어져 있던 기계화사단을 7기동군단 예하로 재편하고 정예화하기 위해 예하 기계화사단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8사단은 26사단의 주력 2개 여단과 수도기보사 1개 여단, 20기보사 1개 여단을 흡수·통합해 ‘기계화보병사단’으로 재탄생했다. 8사단은 이름만 취했을 뿐, 사실상 기존 26사단 전력인 73기계화보병여단과 포병여단 등이 8기보사 주력이다. 8기보사의 핵심 전력은 최신예 K2 흑표 전차다.


다음달 1일부로 아시아 최강 기계화보병사단이란 평가를 받던 20기보사는 단대호(단위부대 번호)가 빠른 11기보사에 통합된다. 애초 최전방 경계부대였던 20기보사는 대대장의 무전병 대동 월북사건으로 1978년 사단 전체가 경기 양평에 있던 5사단과 주둔지를 맞바꿨다. 1980년에는 하나회 출신인 박준병 사단장 지휘로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도 동원됐다. 이후 1983년 수기사에 이은 육군의 두 번째 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됐다.


2020년 말에는 30기계화보병사단도 독립기갑여단인 30기갑여단으로 축소된다. 육군 기계화사단은 8기보사와 11기보사 ‘투 톱’ 체제를 형성하면서 기존 ‘6개 기보사·5개 기갑여단’ 체제가 ‘3개 기보사(수기사 포함)·8개 기갑여단’ 체제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군은 “앞으로 기갑여단에는 배속 전차대대가 많아지는 등 현재 여단과 사단의 중간급에 가까워진다”며 “전력이 증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 기보사에는 항공단을 창설해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를 배속할 계획이다.


3군단 예하 ‘노도부대’ 제2보병사단도 올해 말이면 사라질 예정이다. 2보병사단 내 3개 연대는 인근 21사단과 12사단으로 통합된다. 국방부는 대신 해체하는 2보병사단을 모체로 201·203특공여단을 묶는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7기동군단 예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후방 각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공중강습부대인 ‘신속대응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군단 작전지역 3~4배 확장

기갑여단·항공단 편성키로

보병사단도 통폐합에 박차

각 기보사엔 항공단 창설도


신속대응부대는 소수 병력이지만 특수작전용 헬기 등 기동장비로 무장한 특수목적 부대다. 미 육군의 101공중강습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병사단보다 적은 병력에다 헬기 등 항공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동부전선 핵심 전투사단을 후방으로 빼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군단·모듈형


육군은 6군단과 8군단 등 2개 군단을 폐지해 숫자를 줄이는 대신 작전수행체계를 야전군사령부에서 군단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작전수행체계가 군단으로 이동하면 현재 ‘30(가로)×70㎞(세로)’인 군단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개편 군단은 과거 야전군사령부의 인사·군수·전투근무지원 등 군정 기능과 작전지휘 기능을 모두 행사하게 돼 사실상 ‘미니 야전군사령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군단별로 1~2개 기갑여단 및 공격·기동항공 지원을 할 수 있는 항공단을 편성할 계획이다. 전방 군단에는 다련장 로켓대대도 크게 신·증설된다.


부대 구조는 병력집약형에서 전투효율을 높인 맞춤형으로 개편한다. 육군은 “사단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한국형 기동헬기 등 필수전력을 적기에 전력화해 확장된 책임지역에 대한 제대별 감시정찰, 기동, 화력 등의 능력을 증대할 계획”이라며 “부대 수는 줄지만, 전투수행능력을 보강해 정예화된 구조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육군이 내세우는 미래 육군의 모습은 ‘아미 타이거 4.0’이다. 보병부대를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해 최적의 탐지·결심·타격 기능을 갖춘 고효율의 치명적 미래 전투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탄기능, 센서와 슈터, 원격사격통제체계를 갖춘 장갑차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육군은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전력화한 25사단 1개 대대를 대상으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2020년까지 전투실험을 진행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실제 야전 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친 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개 대대에 시험 적용하고 2025년 이후 사단·여단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동군단도 마찬가지다. 예하 각 기계화보병사단에는 이전에 없던 항공단이 새로 창설된다.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최대 변혁

군 중심 사단서 여단으로

2025년 ‘모듈형 부대’ 마련


국방개혁 2.0이 완료되는 시점인 2025년부터는 군 중심이 사단에서 여단으로 바뀐다. 창군 이래 최대 변혁이다. 1948년 연대급 중심으로 창설된 육군은 6·25전쟁 이후 삼각편제와 사각편제를 혼용해오면서도 사단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육군의 미래 ‘여단 전투단’은 모듈형으로, 각종 지원부대가 상설 배치된 연대전투단의 확대판 격이다. 육군은 미래 여단이 기존 사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성패는 개별 병사 및 부대 장비의 확충, 특히 네트워크 통신망 확보에 달렸다. 12개 전방 사단의 보병연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보병여단 전환에 나섰다. 사단 화력이던 105㎜ 견인식 곡사포를 차륜식 자주곡사포로 개량해 보병여단 화력으로 배치한다. 보병 기준으로 1개 연대는 3개 대대로 구성되지만 새로운 여단은 포병 등을 포함해 최대 5개 대대까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주둔지가 대부대 단위로 통합되고 기동장비 보급이 확대되면서 부대 모듈화 환경이 마련됐다. 모듈화 관건은 단위부대를 미군과 같이 ‘레고’ 블록처럼 운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한국 주둔 미 육군은 2보병사단처럼 예하 여단이 2사단 소속이 아니라 다른 사단 소속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식이다.


모듈화 부대 구조개편은 2030년까지 모든 보병을 기동화하겠다는 ‘아미 타이거 4.0’과도 맞물려 있다. 여단전투단이 지금의 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기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는 “한 시간 동안 5㎞를 도보로 이동하는 부대와 50㎞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부대가 맡을 수 있는 영역 차이를 생각해 보라”며 “전개 속도가 10배라면 작전영역은 100배 넓어진다”고 말했다. 단위시간당 작전 가능영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