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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5.23 ‘지뢰영웅’의 진실과 라쇼몽
  2. 2019.05.21 ‘지뢰영웅’ 이종명 3대 미스터리···‘사고자’에서 ‘관계자’로
  3. 2019.05.07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섞어 쏘기’는 다목적 노림수
  4. 2019.04.26 군부는 문 대통령의 ‘절치부심’을 이해하고 있는가
  5. 2019.04.22 국방부 '무궁화 동산’ 절개해 테니스장···결정과정도 '미스터리’
  6. 2019.04.17 합참 체육대회 놓고 시끌···테니스장·풋살장 예산으로 8억 잡아
  7. 2019.03.29 ‘천안함’은 진행형···‘2%의 진실 찾기’ 계속돼야 한다
  8. 2019.03.26 “천안함 침몰 때 ‘괴물체 영상 삭제’ 혐의 속초함 함장 긴급체포 시도했다”
  9. 2019.03.12 내달 대장급 인사 단행…50년 만에 ‘비육사 육군총장’ 나올까
  10. 2019.03.05 군 스스로 관성을 깨기 어렵다면…
  11. 2019.03.05 월말이면 한·일 상공 넘나드는 ‘불청객’…1석3조 노리는 중 군용기
  12. 2019.02.01 ‘합참 제2작전본부’가 필요하다
  13. 2019.01.28 한일 ‘초계기’ 해결책은 ‘CUES’···군사력 충돌은 손해
  14. 2019.01.22 ‘초계기 사건’의 전말, 일본 측 ‘로그파일’에 들어있다
  15. 2019.01.07 경고등 켜진 대북 군사정보 신뢰성…합참은 “북한의 기만전술”
  16. 2019.01.04 일본 ‘피해자 코스프레’에 말려들지 말고 국방장관 직접 나서라
  17. 2018.12.27 연평도 도발 후 즉흥적 무력 증강…그 뒤에 숨은 보수정권의 안보 무능
  18. 2018.12.11 70년 전 뼈대 그대로…현대 전장과 동떨어진 ‘병과·직능특기’
  19. 2018.12.07 “한반도 평화에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20. 2018.11.13 못 잡나, 안 잡나…‘촛불 계엄’ 몸통 의혹 조현천 행적 미스터리
  21. 2018.11.12 '청와대 감귤’과 북한 인민무력부장
  22. 2018.11.09 ‘꿩 대가리 숨기기’ 군사기밀
  23. 2018.10.30 “군대는 선교·포교의 황금어장”…인사철엔 상관 종교 시설 북적?
  24. 2018.10.16 잠잠하던 북, 다시 ‘남측 선박 침범’…NLL은 아직 ‘분쟁의 선’ (1)
  25. 2018.10.12 여군 전투복은 패션의류가 아니다
  26. 2018.10.02 첨단 정찰 시대, GP는 더 이상 전면전 대비용 시설이 아니다
  27. 2018.09.14 독도함을 ‘국제관함식’ 좌승함으로 하라
  28. 2018.09.11 남북관계 가늠자 될 DMZ 지뢰 제거, 장비·기간·북 태도가 ‘복병’
  29. 2018.09.03 국방백서에 ‘적’ 표기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30. 2018.08.21 전사자 유해 발굴의 정치학

# “알수 없어. 도저히 알 수가 없어”.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작 영화 라쇼몽(羅生門)에 나오는 대사다. 영화는 숲길에서 무사가 도적에게 살해당했다는 한가지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진술은 모두 제각각이다.


라쇼몽의 등장 인물들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잊어버린다. 대신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을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진술 속에는 각자 입장과 이해관계가 담겨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사건에 모순된 진술과 입장이 공존한다. 심지어 그 진술과 입장이 번복되기도 한다.


지뢰지대 표식.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60·육사 39기)의 ‘영웅 조작설’ 논란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마치 라쇼몽을 보는 듯 하다. 핵심은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27일 육군 1사단 전방 수색부대 대대장(중령)으로 근무할 당시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을 때의 육군 발표를 둘러싼 의문이다.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 중령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 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이 중령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위험을 자초했다는 주장이 사실인 지 여부를 가리면 이 논란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다.


이게 쉽지 않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사고 다음날인 28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서 사고 장소를 ‘미개척된 3m 지점’으로 특정했다. 작전로가 아닌 곳에서 지뢰를 밟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의원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조사보고서 내용을 부인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박모 대령도 경향신문의 서면 질의에 ‘(사고 장소가) 개척된 수색로였다”고 답변했다. 두사람 모두 당시 사건 당사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만들었다는 군의 공식 보고서 내용을 지금에 와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상황에 대해서는 당사자들 주장이 모두 엇갈린다. 육군 헌병과 5부 합동조사단의 보고서는 일관되게 이 중령과 후임대대장인 설 중령, 중대장인 박 대위 등이 군사분계선(MDL) 가까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MDL 선상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반박했다. 자신이 (MDL쪽으로) 앞에 가고 그다음이 중대장, 설 중령이 맨 뒤에 따라갔다가 돌아나올 때는 역순으로 설 중령이 맨 앞에 나오고 자신이 맨 뒤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당시 중대장은 “진출 및 복귀간 이종명 의원이 제일 선두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선임 대대장이었던 이 의원과 중대장이었던 박 대령, 군 조사보고서가 당시 상황을 놓고 모두 엇갈리는 모순된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살인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진술이 모두 제각각이었던 영화 ‘라쇼몽’의 장면들이 철책선 인근에서 재현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 포스터


#영화 ‘커리지 언더 파이어(Courage Under Fire)’의 한 장면. 1991년 1월, 걸프전에 투입된 기갑대대 대대장 나다니엘 설링 중령(덴젤 워싱턴 분)은 알 바스라에서 야간 공격 작전 도중 T-54 적군 탱크라고 여겨진 물체에 포격을 명령한다. 그러나 그가 폭파한 것은 아군 탱크였고, 이 사고로 미군 수명이 숨졌다.


진상조사에 착수한 국방부는 이 사건을 ‘아군에의 오발’로 무마하고 설링 중령을 국방성의 ‘훈장 및 포상업무 부서’에 배속한다. 설링 중령은 작전중 숨진 ‘구조 헬리콥터 조종사’ 카렌 월든 대위(맥 라이언 분)의 명예훈장 자격 여부를 심사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월든 대위는 ‘치열한 전투 상황 속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은 용기’로 이 상의 수여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 상부에서는 ‘공적이 확실하니’ 명예훈장 수여 승인을 빨리 할 것을 재촉한다. 그러나 설링 중령은 부상자 구출 작전 도중 월든 대위의 행동에 대한 구출팀 대원들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에 의혹을 품고 불확실한 보고서 제출을 거부한다.


설링 중령은 국방부의 애초 발표가 월든 대위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영웅’으로 포장한 언론 플레이였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국방부 압력을 거부하고 월든 대위 죽음의 진상과 국방부의 은폐, 조작을 공개한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실링 중령의 오발 사건에 대해 그에게 불리한 쪽으로 결정내리겠다고 협박하지만, 그는 진실을 택한다. 국방부는 공격 받은 아군 전차가 피아식별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사실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난다. ‘진실의 왜곡과 그것의 규명’이란 점에서 이 영화는 19년 전 지뢰폭발 사고와 묘하게 오버랩된다.


지난주에 육군에 질의했다. 이종명 의원 등을 포함해 당시 지뢰폭발 사고 당시 수색대대원들의 훈장 및 포상이 있었는 지에 대한 문의였다. 이에 대해 육군본부는 “훈·포상은 개인 신상에 관계된 사안으로 외부에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육본 법무실의 공식 답변이라는 것이다. 과거 언론 보도를 검색해보니 이 의원은 이 사고와 관련해 보국훈장 삼일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공적으로 훈장을 수여했는 지 다시 물었더니 육군본부의 돌아온 답변은 “훈장 공적서 보존 기간 5년이 지나 폐기한 관계로 내용을 알 수 없다”였다.


육군은 지난 16일 김승겸 참모차장 주재로 언론대응 대책회의를 열고 “기자 질문에는 ‘검토중’ 스탠스를 유지하고 이슈가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육군은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17번이나 했다. 국방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방부는 지난 2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차원의 조사 필요성’을 묻는 질의에 “육군 확인 이후에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시간끌기를 하다 나중에 ‘뭉개버리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검토하겠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말은 군이 실제론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할 때 주로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또 국방장관과 육군참모총장은 진실을 ‘거추장스러운 악세사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군, 언론에서 ‘살신성인’ 보도가 나오자 이종명 중령을 ‘사고자’에서 ‘관계자’로 표기

군 조사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적시


동료를 구하려다 지뢰를 밟았다는 일화의 주인공 이종명 의원(육사 39기·60)이 ‘영웅조작설’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 27일 전방수색부대 대대장 당시 M3로 추정되는 대인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가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을 때 육군 발표가 의문 투성이라는 것이다.


사고 이후 상이군인으로는 첫 대령 진급자가 된 이종명 대대장은 2002년 제1회 ‘올해의 육사인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한 성대한 전역식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어 2016년 초에는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보국훈장 삼일장도 수상했고, 군은 그의 영웅담을 군가로 만든데 이어 뮤지컬 ‘마인’까지 제작했다. 육군 1사단 주둔지인 경기 파주시에는 이 중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겠다는 ‘살신성인탑’도 세웠다.


그러나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 중령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당시 이종명 대대장이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위험을 자초했느냐 여부다.


국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연합뉴스


①사고자→관계자


2000년 6월 27일 오전 9시쯤, 판문점 동쪽으로 5㎞ 지점 비무장지대. 육군 1사단 수색대대원 20명이 최전방지역 정찰에 나섰다. 이날 정찰엔 수색대대장 이종명 중령과 후임 대대장 설모 중령도 참가했다. 군사분계선 근처에 다다른 오전 10시 40분쯤, 폭음과 함께 앞서 가던 설 중령이 1950년대 매설된 대인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종명 중령은 병사들의 접근을 막은 뒤, 지형을 잘 아는 자신이 구조하겠다며 쓰러진 설 중령에게 혼자 다가갔으나, 잠시 뒤에 이 중령 역시 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 중령은 두 다리를 잃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위험하니 오지 말라’며 자신에게 접근하려던 병사들을 제지했다. 그런 뒤, 철모와 소총을 끌어안은 채 혼자 힘으로 기어서 사고현장을 빠져나왔다는 게 군의 설명이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60·육사 39기)은 전방 수색부대 대대장(중령)이던 2000년 6월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지면서 언론 등에 ‘살신성인’ ‘영웅’으로 표현됐다. 사진은 사고 당시 발목이 절단돼 지팡이를 짚고 있는 전역 때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시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28일 보고한 중간 사건보고서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등 전·후임 대대장 2명은 ‘사고자’로, 중대장 박모 대위는 ‘피해자’로 분류됐다. 1사단 헌병대 보고서 역시 6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일관되게 전·후임 대대장 2명을 ‘사고자’로 규정했다. 이 중령과 설 중령이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이란 의미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서 이 중령을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보도한 이후부터 육군참모총장과 육군 헌병감에게 올라간 ‘중요 사건 보고’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그리고 박 대위 3명을 모두 ‘관계자’로 기재됐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사고자는 ‘사고를 낸 사람’, 관계자는 ‘어떤 사건과 현상 따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육군 헌병은 왜 보고서를 2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지는 재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수색로 VS 미개척지


이 중령 일행이 수색로를 벗어난 정황은 논란의 핵심 의문이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사고 다음날인 28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사고 장소를 ‘미개척된 3m 지점’으로 특정하고 있다. 사고장소는 ‘99. 3. 23 수색대대에서 새로 개척한 GP 작전도로 MDL(군사분계선)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임’이라고 기술했다.


사고 당일 헌병감실이 작성해 육군참모총장 등 육군본부 고위간부들에게 배부한 보고서에도 지뢰 사고 장소를 ’MDL, 작전로 부근 앞“이라고 돼 있다. 작전로가 아닌 곳에서 지뢰를 밟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종명 중령이 ‘사고자’로 표기된 육군 헌병감실 보고서(위 사진·사고 발생일인 2000년 6월27일 작성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됨)와 이 중령이 ‘관계자’로 표기된 헌병 보고서(가운데·사고 발생 다음날인 6월28일 작성),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6월28일 국방장관에게 전달한 보고서에는 사고 장소가 ‘작전도로 MDL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이라고 명기돼 있다.


1사단 상급부대인 1군단이 사고 다음날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를 담은 5부(정보·인사·군수·감찰·헌병) 합동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에 대해 “수풀이 많아 식별 곤란(5m 후방에서 관찰)”으로 기술했다. 정확한 폭발 지점을 찾지 못했고 사고 현장에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사고가 수색로를 이탈한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5부 합동보고서가 사고원인을 ‘수색로 부근에서 M3 대인지뢰(추정)를 밟아 발생’으로 분명하게 적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즉, 이 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가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분명히 적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근 MBC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장소가) 수색로상이었고, 개척된 그 수색로를 5~6번 이상 정찰했던 장소“라고 반박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박모 대령도 경향신문의 서면 질의에 ”(사고장소가) 개척된 수색로였다“고 답변했다.


만약 이 의원과 박 대령의 주장대로 사고현장이 개척된 수색로였다면 1군단 5부 합동조사단이 ”식별이 곤란해 5m 후방에서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성립하기 힘들다. 게다가 또 다른 군 보고서에는 지뢰 폭발 지점과 안전지대까지 거리를 20m 정도로 표기했다.


미개척지에 들어가서 지뢰를 밟아 사고가 일어났다면 당사자들은 징계 대상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당시 사고는 수색대대장 전후임이 지뢰를 밟아서 둘 다 발목이 잘리고, 중대장까지 다쳐 최전방 대대 지휘부가 붕괴된 사건이었다. 이때문에 설사 정상적인 수색로라고 해도 이동중 지뢰가 두 번이나 터졌으면 제대로 지뢰를 제거하지 못해서 수색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책임을 지휘관에게 물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또 수색로를 이탈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면, 지휘관이 규정 위반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한 정밀 조사가 이뤄졌다면 훈장 대신 징계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연대장과 사단장까지 줄줄이 책임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대장(이 중령), 중대장(박 대위) 진술도 엇갈려···두사람 모두 ‘5부 합동조사보고서’ 내용은 부인

이종명 의원 “안전지대 복귀중 사고” VS 군 조사보고서 “MDL 접근중 사고” 


③관측중 VS 복귀중


사고가 발생한 시기도 논란거리다. 육군 헌병과 5부 합동 조사단의 보고서는 일관되게 이 중령과 설 중령, 박 대위 등이 군사분계선 가까이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가까이 대대장 2명과 중대장 등 세 명만 따로 이동한 건 전방을 더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1사단 헌병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장 박 대위는 “정보장교가 (1000㎜ 니콘카메라로) 사진촬영한 곳에서 지형을 관찰하던 이 중령과 설 중령이 공간이 협소해 군사분계선 방향 우측 수색로 약 15m 지점으로 이동했다”며 “이 중령이 좌우측 지형설명을 해주자 설 중령이 우측 지형을 상세히 보기 위해 약 5m 가량 맨 앞에서 접근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 장소 등을 포함해 군의 공식 조사보고서에 담긴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MDL 선상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다. 즉 정찰 임무를 마치고 안전지대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내가 제일 앞에 가고 그 다음에 중대장이 가고 설 중령이 맨 뒤에 따라갔고. 돌아나오는 게 설 중령이 맨 앞에 나오고 내가 맨 뒤에 나왔다”면서 “그 역순으로 나오는데 (맨 앞장 섰던) 설 중령이 지뢰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중령이 자신의 앞에서 다리를 잃고 피를 흘리는 설 중령을 지나쳐 위험지역을 혼자 빠져나온 후 다시 설 중령을 구하러 들어갔다 지뢰를 밟은 것으로 된다. 설 중령이 지뢰를 밟은 직후, 이종명 중령이 후방의 소대원들에게 급히 돌아와 ‘위험하니 내가 가서 구출하겠다’고 말한 후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당시 조사보고서는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당시 적진을 관측하려다 사고가 일어났다고 진술했던 박 대위는 경향신문 질의에 “이 중령이 (군사분계선쪽으로) 진출할 때도, (안전지대로) 복귀할 때도 제일 선두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는 본인이 1사단 헌병 및 1군단 합동조사에서 진술했던 내용과도 상이한데다 ‘복귀할 때는 설 중령이 앞쪽에 있었다’고 한 이 의원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후임 대대장인 설 중령을 구한 사람은 소대장···대검으로 땅을 찌르며 들어가 구조

“국방부가 재조사해야” 여론···이종명 의원 스스로 재조사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④모순되는 정황들


1사단 헌병 보고서와 1군단 5부 합동보고서를 보면 사고 당시 이 중령은 “6월 27일 오전 10시 42분경 000GP 추진철책 작전로상을 약 5m 앞서가던 설 중령이 갑자기 ‘꽝’ 소리와 함께 구조하려 했으나 2차 폭발이 예상돼 정보장교에게 병력 접근 통제를 위해 ‘내가 지형을 아니까 너희들을 기다려라’라고 한 후 사고장소로 들어가다 지뢰가 폭발해 다리를 다쳐 혼자 기어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이 중령의 진술과 정보장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당시 맨 앞에는 설 중령과 중대장이 앞서가고, 5m 뒤에 이 중령, 이 중령의 5m 뒷편에 정보장교가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대장이 지휘하는 2개 수색조는 사고장소에서 약 30m 후방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사고 이후 여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차 지뢰 폭발 당시 자신과 설 중령, 박 대위 등 3사람이 2m 범위 안에 있었고, 자신도 다리에 가벼운 파편상을 입었다고 했다. 이는 설 중령이 이 중령의 5m 전방에 있었다는 군 조사보고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박 대위도 이 의원의 주장이 맞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군 조사보고서가 틀렸다는 얘기다.


지뢰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다른 지뢰 위험 때문에 무리하게 들어가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결국 2차 사고로 이어진 것도 논란거리다. 이 중령이 후임 대대장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2차 사고를 일으켰고, 결국 설 중령을 구조한 사람은 사고지점 40m 뒤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소대장이었다. 소대장이 (지뢰 탐지를 위해) 대검으로 찌르면서 들어가서 설 중령을 끌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육군은 지난 2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된 확인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당시 수사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내에서는 당시 부실한 조사로 논란을 자초한 육군이 재조사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국방부 감사관실과 전비태세검열실 등에서 정밀 재조사를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본부의 ㄱ 대령은 ”이종명 의원 본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스로의 명예와 육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조사를 먼저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일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사진을 5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훈련 상황이 나온 모니터를 가리키자 수행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10여발 가운데는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기종이 포함됐다. 이를 놓고 군사 전문가들은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했지만, 한·미 당국은 6일에도 여전히 미사일로 공식 규정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은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일석삼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 대한 압박’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과 장사정포 혼용 발사를 겸한 복합 전술훈련’ 등이 그것이다.


■ 도발 VS 맞대응


주변국 반응 ‘조용’한 건

“남측 서해 5도 점령 목표”

2년 전 직접 위협과 달리

이번엔 ‘자주적 훈련’ 강조

폼페이오 “선 지켰다” 평가


한·미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측의 비핵화 협상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TV 시사프로에서 북한이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미 정부 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북측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남측 서해 5도 일부의 점령을 목표로 실시했다’고 직접적으로 위협했던 2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자위권 차원의 화력타격훈련’ 성격임을 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김정은 동지(국무위원장)께서 5월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하고 혁명의 전취물과 인민의 안전을 보위할 수 있게 고도의 격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이 2017년 8월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북 방향 김책 남단 연안의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을 당시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북한은 당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도발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동지가 섬 점령을 위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대상물 타격경기를 지도하셨다”면서 “이번 대상물 타격경기는 비행대와 포병, 특수작전부대들의 긴밀한 협동 밑에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계획의 현실성을 확정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백령도와 연평도를 ‘타격 및 점령’ 목표로 하는 작전지도까지 TV 화면에 노출시켰다.


남측은 최근 미 공군과 함께 기존 ‘맥스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5일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무력시위를 경고한 바 있다. 그 경고가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반발 배경에는 세부사항에서 불완전한 9·19 군사합의에서 비롯된다.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 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 상황에서는 서로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여서 남북 모두 ‘장군 멍군’을 교환한 셈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이라는 예민한 변수를 하나 더 추가해 상대 반응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


■ 진화하는 북 SRBM


북한이 얻은 ‘일석삼조’

미에 제재 완화 압력 넣고

한·미 연합훈련에는 ‘경고’

‘복합 전술’ 첫 시험해보면서

진화한 단거리 미사일 과시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작년 2월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지대지 탄도미사일)로 분석하고 있다. 외형이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를 빼닮았다는 평가에서다.


이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SRBM)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과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계열 단거리 미사일을 주력으로 하다가 고체연료형 이동식 단거리 미사일인 KN-02 ‘독사’ 미사일을 개발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시리아에서 러시아판 랜스 미사일인 SS-21 스캐럽을 들여와 KN-02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이 액체연료형에서 고체연료형으로, 다시 다단계 비행기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칸데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적 측면에서 기존 발사체보다 훨씬 유용하다. 러시아식 GPS인 글로나스와 광학탐색기 등을 이용한 종말 단계에서의 회피기동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대 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구체적인 제원과 타격 능력, 더 나아가 탄도미사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불꽃 색깔과 형상, 관성항법, 비행거리, 발사각도, 비행고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후 한·미는 서로의 감시자산에서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발사체 성격을 각각 잠정 평가한다. 그런 후 한·미가 발사 정보를 교환하고 정밀 분석한 다음 발사체가 어떤 종류이고, 어떤 궤도와 고도로 비행했는지를 종합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군의 추적자산은 주로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그린파인 레이더 등이다. 이 장비들을 통해 북한 발사체의 초기 발사부터 마지막 낙하 지점까지 레이더로 추적한다. 미국은 고해상도 정찰위성으로 북한 발사체의 발사 준비와 발사 과정 등을 영상으로 관측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단거리 발사체의 최대 고도와 비행거리, 발사각도 등 제원은 이미 분석이 끝나야 맞다. 이런 정황 등을 감안할 때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정체에 대해 최종 분석이 마무리된 후에도 결과를 내놓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정보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측으로서는 굳이 괌이나 미 본토는 물론 일본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 발사체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포병·방공작전 혼선 초래


북한은 이번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각이한 목표에 따르는 여러가지 사격 방식으로 진행한 사격시험과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사격 방식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 등 다양한 목표물에 대해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타격 목표에 따라 탄두 중량을 달리할 수 있고, 비행경로를 다르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240·300㎜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탄도미사일)를 섞어서 실시했다. 실전이라면 우리 군은 대응 작전에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응책이 절실하게 됐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완전히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비슷할 수 있지만 탄두 무게와 속도, 비행궤적, 파괴력 등에서 차이가 난다. 통상 방사포는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하기 때문에 비행고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낮다.


방사포는 탄두가 작고 비행궤적도 저고도이기 때문에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포병작전으로 대응한다.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방공작전이 이뤄진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을 통해 비행궤적을 탐지·추적해 패트리엇 등 무기체계로 요격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처럼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과 방사포 발사 차량을 동시에 끌고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사거리와 비행고도를 조절해 기만 발사할 경우 대응체계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문재인 정부의 공군 출신 국방장관과 학군(ROTC) 출신 합동참모본부의장은 상대적 ‘비주류’다. 물론 예외도 있지만, 과거 정권이 육군 출신 국방장관과 육사 출신 합참의장을 주로 임명해 온 것과 견줘 하는 비유다. 6·25전쟁을 빼고 육군에서 비육사 출신 대장이 육사 출신 보다 더 많이 배출한 것도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현 정부가 ‘비주류’ 군 고위층에게 맡긴 핵심 미션은 ‘전시작전권(전작권) 전환’이다. 이들에게 문 정부 임기내 전작권 전환을 책임지라고 한 것이다. 이는 과거 주류인 육군과 육사 출신이 전작권 전환에 소극적이고, 그 결과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사실상 퇴행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기내 전작권 전환 의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군 장성 진급 및 보직신고 후 가진 환담에서 한 발언에서도 읽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전 후 70년 가까이 아직도 한미 동맹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고, 독자적 전작권까지 갖지 못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핵도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만, 대화를 통한 해결도 강한 힘이 있어야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절치부심(切齒腐心)을 8차례나 언급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를 예로 들며 “이를 갈고 가슴에 새기면서 치욕이나 국란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새로 ‘별 넷’을 단 군 고위층들은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한목소리로 “전작권 전환 추진”을 강조했다.


과거 10여년 동안 전작권 전환이 지지부진했던 것은 육사와 육군이 주축인 ‘군 수뇌부’의 소극적 자세가 한몫했지만, 북한의 도발과 위협, 특히 핵무장 능력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당장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앞세운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였던 탓에 전작권 전환은 후순위로 밀렸다. 북의 현실적 군사위협은 지지부진한 전작전 전환에 대한 ‘핑곗거리’로는 충분했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북한의 도발 위협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런만큼 군 당국이 전작권 전환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합참도 합참의장 직속으로 ‘전작권 전환추진단’ 편제를 반영하는 등 외견상으로 전작권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군 당국은 올해 한국군 주도의 작전지휘체계를 구축하여 전작권의 안정적 전환여건을 조성하고 미래연합지휘구조 개편(안)을 구체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초작전운용능력(IOC)을 평가할 때는 미래 연합군사령부 편성안을 적용하고, 전환조건을 조기 충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 및 위기관리체제를 규정하는 근거문서와 관련약정도 작성해야 한다.


국방부는 25일 “한미 국방부가 23∼2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5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서 남북 군사합의 이행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완화됐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계획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국방부 발표와 설명을 듣고 있자면 ‘무지개 빛’ 얘기처럼 들린다. 무지개 건너편에 뭐가 있는 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구체적인 내용은 군사비밀이라니 공식 발표 때까지는 세부사항을 알 수 없다. 지상전은 한국군이, 해전·공중전은 미군이 주도한다는 과거 ‘무늬만 전작권 전환’이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이 어렵다. ‘막연한 안보’, ‘막연한 국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합참은 이번주에 “근무직원들의 사기진작과 화합, 단결 차원”이라며 매일 반나절씩 4일간 체육대회를 열었다. 직원들간에 서로 얼굴을 익히는 단합의 계기였다고 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서로 얼굴을 모르는 직원이 많았다는 것으로, 합참 기능이 수평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비효율적인 업무환경이라는 반증이다.


합참체육대회는 ‘전작권 전환’을 위한 군의 ‘치열한 몰입’과는 거리가 있다. 합참은 체육대회로 친목을 도모해야 하는 단순한 단위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체육대회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합참은 전쟁을 대비하는 육·해·공군의 최고 군령기관이다. 군정기능까지 겸하는 행동부대인 일선 야전 사단이라면 체육대회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지휘부인 합참은 성격이 다르다. 분야별 전략, 전력·작전기획 등 전문가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시간과 관계없이 일해야 하는 군의 ‘고급 두뇌’ 집단이다. 800여명 근무자들이 반나절씩이라고는 하지만 나흘간 단체로 체육대회를 하는 모습은 합참이 한가롭게 비쳐지게 한다. 누가 합참이 ‘절치부심’하고 있다고 보겠는가. 게다가 합참 근무자들에게는 수요일 전투체육의 날을 제외하고라도 매일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씩 체력 단련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옛말에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매지 말라’고 했다. 합참 체육대회는 북의 도발 위협이 없으니까 여유가 생겨 하는 것으로 밖에서는 보여진다. 북의 군사위협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전작권 전환에 군 당국이 ‘일로매진’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있다는 의문이 들게 한다. 이러다가 남북관계가 급냉각되면서 북한 도발이 재현되면 전작권 전환은 ‘조건에 의한’이란 단서 조항에 더 힘을 실어주면서 또다시 후순위로 밀려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경우 군의 ‘주류’와 ‘비주류’나 똑같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다.


국방부에서는 최근 불법 논란과 함께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강행하고 있는 ‘워라밸’을 위한 테니스장 건설로 시끄럽다.


문 대통령은 새로 임명된 군수뇌부 신고를 받으며 ‘칼은 칼집에 들어 있을 때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금의 모습을 보면, 군 수뇌부 칼집에서 나온 ‘칼’의 날이 시퍼렇게 서 있을 지 의문이다. 전쟁에 임한 7년 동안 허리 요대를 풀지 않았다는 ‘칠년불해대(七年不解帶)’란 이순신 장군의 어록이 생각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국방부, 15년 전에는 용산(龍山) ‘명맥’ 복원한다며 ‘무궁화 동산’ 조성


·‘테니스 애호가’ 정경두 국방장관 취임 후 ‘일사천리’ 진행···구청 명령으로 8일째 공사 중단



테니스장 시공업체가 지난 15일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중장비 등을 동원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해 놓은 모습.


대한민국 국방부가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20일 시작한 영내 테니스장 건설 공사로 시끄럽다. 22일 국방부와 용산구에 따르면 국방부가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시작했던 테니스장·족구장, 라커룸 조성 공사가 용산구청 명령으로 8일째 중단된 상태다.


국방부가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테니스장 건설을 진행중인 곳은 2004년 국방부가 용산의 명맥을 잇겠다며 자발적으로 복원했던 야산이다. 그러던 땅을 15년이 지나자 국방부는 절개했다. 이곳은 국방부와 용산미군기지 등을 포함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국민세금으로 국방부에 테니스장·족구장을 무리하게 짓는 것은 국민 감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연환경 파괴’ 논란


국방부 테니스장 예정 부지는 신청사와 구청사 사이에 위치한 잔류부지 1만2000여평 내에 있다. 국방부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 ‘용머리’로 불리는 곳이다. 용산 터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경내 부지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번지’인 국방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용산 미군기지를 포함해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무궁화 동산 일대는 오래 근무한 국방부 직원들에게는 ‘용머리’로 불린다. 이곳을 기준으로 이태원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는 녹사평이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용머리’는 그동안 수차례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질뻔 했다가 살아남기까지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과거에도 국방부는 영내 부지 활용을 위해 용머리 일대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용산’의 상징인 이곳을 함부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현재의 모습으로 남은 것이라 전해진다.


국방부는 1993년 이곳에 있던 무기고를 철수시키고 보전해 왔다. 이후 블럭 건물 등 인공 건조물이 생기면서 곳곳이 심하게 훼손되고 정상과 기슭 등에 소나무와 잡목 등 약 300그루가 어지럽게 자생해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국방부는 2004년 신청사 건립을 계기로 이곳을 다시 정비하고 대한민국 상징이 무궁화꽃임을 감안해 무궁화 나무로 조림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다. 당시 국방부는 조영길 장관 지시로 신청사 주차장 공사현장에 나오는 15트럭 1460대 분량의 흙으로 복토작업을 해 무궁화 동산을 더 높이는 방안을 한때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정상에는 돌탑이 조성돼 있다.


국방부가 ‘무궁화 동산’에 조성해 놓은 돌탑 모습.


무궁화 동산에서는 남산을 포함한 서울 시내 조망이 가능하다. 야간에는 서울시내 야경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지대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무궁화 동산 꼭대기 일부만 남기고, ‘ㄴ자’로 이미 절개해 놓은 상태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용의 정수리’를 쪼개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ㄱ씨처럼 국방부 근무자 상당수는 용머리 일대 테니스장 신축공사는 ‘용산’의 ‘지기(地氣)’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용산에 터를 잡고 있는 국방부는 물론,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용산은 도성 서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한강변을 향해 꾸불꾸불하게 지나가는 모양이 마치 용이 몸을 틀어 움직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으로 조선 고종 때까지만 해도 수풀이 무성했다.


용산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일본 관동군이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규모 택지와 상가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국방부 경내의 1만2000평을 제외하고는 용맥이 끊겼다고 풍수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이 한 곳밖에 없어 불편이 좀 많다. 영내 직원 후생복지를 위해 실시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용머리’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용산 지명과 관련된 사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용산의 용머리는 국방부가 있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동여지도, 서울역사편찬원, 한국땅이름학회, 용산향토사료편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옛 ‘용머리’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라 용산 청암동, 원효로 4가 일대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현재의 국방부 영내는 목멱산(남산)에서 뻗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형성된 과거 둔치산 지역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15년전 ‘용머리’를 보전한다면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방부의 테니스장 공사 구역은 ‘용머리냐 아니냐’ 논란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녹지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용산구청의 녹지축 구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한미군 부지를 생태공원(용산공원)으로 조성해 남산~용산공원~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들겠다고 공헌해 왔다.


녹지구역을 파괴하고 테니스장 등을 건설하려는 국방부 구상은 도시공원을 보호하면서 시내 곳곳에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잡고 도심 열섬현상도 막겠다는 서울시 정책에도 역행하는 조치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한 후 쌓인 토사 모습.



·국방부 “테니스장 조성, 문제 없다”

·MB 때는 기무사 골프장 건설하다 ‘원래 땅주인’ 반발에 무산



군의 체육시설 건설을 앞세운 자연환경 파괴는 한두번이 아니다. MB 정권 때는 국군기무사령부가 과천 기무사 영내에 골프장 조성을 시도했다.


당시 기무사는 건설예산까지 확보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원래 땅주인’들의 반발에 공사가 중단됐다. 이들은 “군이 군사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서 땅을 팔았지, 군 골프장 지으라고 땅을 판게 아니다”라며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단시켰고, 기무사 골프장 건설은 무산됐다.


국민세금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짓는 테니스장 건설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라도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MB 정권 당시 기무사의 골프장 건설 추진과 현 정부 국방부의 테니스장 건설 추진이 본질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의문 투성이’ 결정과정


국방부는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지난달 20일 용산구 인가가 나지 않았는데도 테니스장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관할 용산구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해 지난 15일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단체장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벌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야전부대 같으면 지휘관까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군 최상급 부서에서 저러면서 그 많은 예하부대를 뭐라하며 통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내 체육시설 조성은 ‘국방·군사시설 시행에 관한 법률로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할 수 있다”며 “용산구가 이달 말쯤 인가를 내줄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건축물인 라커시설만 용산구청 인가 사항인데 아직 라커시설 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테니스장 기반 공사만 먼저 했기 때문에 위법 사항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신규 테니스장 옆에 장병들을 위한 풋살장도 함께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공업체는 공사안내판에 ‘족구장 공사’라고 명시했다. 규모도 455㎡(138평)로 국방부의 기존 풋살장 크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테니스장 설치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족구장’을 끼워넣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족구장이 풋살장과 배드민턴장을 겸하는 다목적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테니스장 증설은 다른 체육시설들 조성 비용까지 포함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승인을 받아 청사종합발전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테니스장만 따로 조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국방부는 수송대대(과거 육군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종합스포츠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것이 ‘테니스 애호가’인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해 9월 21일 취임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12월 10일 테니스장 설계 공고를 결정하고 같은달 17일 이를 공고했다. 이후 지난 2월 25일 테니스장 건설 입찰공고를 냈고, 지난달 20일 계약체결과 동시에 공사가 일사천리로 시작됐다.


국방부는 “2016년부터 테니스 동호회가 지속적으로 테니스장 증설을 요청했다”며 “일부 고위급을 위해 테니스장을 짓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직원 ㄷ씨는 “당구도 스포츠”라며 “국당회(국방부 당구 동호회)가 당구시설과 당구장 건설을 요구하면 만들어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테니스장 조성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서울 용산일대 석양 모습.


테니스장 예산 편성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족구장 설계비는 2018년 국방부의 ‘기타 일반지원시설’ 집행 잔액 가운데 2000만원으로 충당했다. 당시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행정·복지시설 개선비‘ 예산은 모두 집행된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건설비는 올해 ‘기타 일반지원시설비’ 7억9000만원으로 집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테니스장·족구장은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복지시설 개선비’ 항목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다. 국방부가 ‘기타 일반지원시설’ 항목으로 설계비와 공사비로 책정한 것은 국방예산의 편법 집행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방부 고위간부 ㄹ씨는 “기타 일반지원시설비로 테니스장을 지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난해에 테니스장 조성을 위한 설계비를 배정한 것도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건설비 8억1000만원 가운데 설계비용으로 2000만원만을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불용예산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호회의 테니스장 증설 요청을 테니스장 조성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국방부 테니스 동호회는 합참에 근무하는 현역 군 간부들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민간 공무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역 군인들 부대인 국방부근무지원단이 공사를 발주하고 근무지원단 소속 병사들이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또 어떤 구체적인 절차를 거쳐 테니스장 건설이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누가 기안을 했고, 누가 최종 결정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테니스장 공사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남산타워 모습.


·건설비 8억1천만원이면 3개 여단병력에 ‘워리어 플랫폼’ 자켓 시범 보급 가능


게다가 8억1000만원은 야전부대 연병장이 3000여평 규모라면 10여곳에 잔디를 입힐 수 있는 돈이다. 그러면 병사들이 잔돌이 깔린 연병장에서 축구를 하다 다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공병 장교 ㅁ씨는 평당 2만~3만원이면 잔디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8억1000만원‘은 또 육군이 미래 병사를 키운다는 워리어플랫폼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액수다. 병사 6200여명에게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 간부 ㅂ씨는 “예산부족으로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시범 보급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8억1000만원이면 3개 여단 병력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는 액수”라고 말했다. 워리어플랫폼은 장병의 신체와 미래기술을 결합해 전투원 개개인의 생존성 및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개념의 최첨단 개인전투체계다.


용산지역 땅값은 최근 1억원에서 떨어져서 평당 7000만~8000만원 정도를 호가하고 있다. 합참 간부 ㅅ씨는 “아무리 국방부가 군사시설이라고 하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국민 세금으로 굳이 야산까지 절개해가면서 테니스장 건설을 강행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며 “국방부에서 가까운 효창운동장 부근이나 한강공원에도 테니스 코트는 많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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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 ‘백호리그’ 부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육해공군 각 군의 작전부대를 지휘, 감독하는 군령 최고 지휘부다. 9년 전 합참에서는 장성들을 주축으로 한 ‘별들의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합참은 2010년 2월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각 본부별로 4개 축구팀 발대식을 갖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리그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리그전 이름은 ‘백호리그’였다. 본부별로 나뉜 팀은 본부장을 주장으로 장성 진급 대상인 대령, 준장에서 대장까지 장성들, 2급 이상 군무원 등 과장급 이상 150여명으로 이뤄졌다. 백호리그는 합참 간부들의 근무 여건에 맞춰 화합 차원에서 진행돼 팀별 고정선수는 없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취임 후 첫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호리그는 그해 12월까지 운영 예정으로 6월과 12월에 해트트릭상, 발전상, 수비상, 득점상 수상자를 선정해 표창할 계획이었다. 백호리그는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제안해서 시작됐다. ‘군인의 1차 조건은 체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간부들과 축구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군 간부들의 체력관리 필요성이 리그 출범의 동기라고 당시 합참은 밝혔다.


하지만 백호리그는 두 달을 가지 못했다. 그해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고, 이상의 합참의장의 경질과 함께 백호리그도 사라졌다.


8년 뒤인 2018년 정경두 합참의장(현 국방장관) 제안으로 합참 체육대회가 사상 처음 개최됐다. 축구대회도 과거 백호리그처럼 시즌 대회는 아니지만 합참 체육대회 종목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부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합참 체육대회는 4월 말 열릴 예정이다. 종목은 축구와 줄다리기, 계주 등이다. 당초 올해 대회는 9일 축구리그 ‘킥 오프’를 시작으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강원도 산불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연기됐다.


축구리그는 상금 100만원을 내걸고 ‘킥 오프’한 후 4일간 열린다. 한 팀당 150여명 선으로 합참의 4개 본부 4개팀과 본부에 속하지 않는 부서를 모은 1개 팀 등 5개 팀이 참가한다. 9년 전처럼 팀별 고정선수 없이 두루 출전할 수 있다.


올해 축구대회는 첫날부터 셋째날까지는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예선리그를 치른다. 그런 뒤 12일 하루 종일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결승전을 벌인다. 합참은 비상대기와 필수요원들은 근무하기 때문에 합참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육군대령)은 8일 “합참 체육대회는 근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화합, 단결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합참 직원들끼리 각 본부별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합참 체육대회는 직원들 간에 서로 얼굴을 익히며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머리’와 테니스장


합참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다. 사무업무는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 합참 근무자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체력단련으로 시간을 보낸 후 오후 5시30분에 퇴근한다. 영내 목욕탕도 오후 4시30분에 문을 연다.


합참은 또 매주 수요일이 ‘전투체력의 날’로 사무업무는 오전에 종료된다.


국방부는 기존 테니스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새로운 테니스장 개장을 위해 영내 ‘용머리’로 알려진 언덕에서 관련 공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아리 회원 등 직원들의 요청으로 기존 테니스장 외에 새로 한 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37.6×35m 규모 테니스장과 26×17.5m 규모 풋살장, 6×9m 규모 라커룸의 조성을 준비 중이다. 국방부는 용산구청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신청하고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 공사를 오는 6월17일 마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내 근무인원은 군인을 포함해 간부 4000여명, 병사 1000여명 등 5000여명에 이르나, 영내 체육시설은 축구장 등 10개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로부터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방부 영내 테니스장 증설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테니스장을 조성하려는 언덕은 10년 전에도 시설 공사를 하려 했던 곳이다. 10년 전에는 용산 지명이 ‘용’에서 유래하고, 이 언덕이 풍수적으로 ‘용의 머리’로 알려진 곳이어서 “지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 국방부가 공사를 하지 못했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서울시와 용산구는 남산과 연결된 용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는 테니스장 공사를 위해 용산을 파헤치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그 기운으로 국방과 나라가 잘되는데, 용산의 정산에 길을 내 두 개로 갈라버리고 머리를 파헤치고 있으니 문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영내는 도시구역상 자연녹지구역에 있는 군사시설이다. 이에 따라 시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국방부는 용산구청과 시설 공사 협의를 마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공사라는 입장이다.


■ ‘행정군대’로 복귀


합참 체육대회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합참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성 ㄴ씨는 “군 최고 군령기관인 합참을 일반 야전사단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참이 조직적으로 일을 하면 체육대회 시간은 내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합참은 전쟁에 대비하는 지휘본부로서의 ‘배틀리듬’ 같은 것이 없다”며 “이는 합참 기능이 통합되지 않고 수직적으로만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업무가 특정 직원에게 몰리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직원이 생기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가 집중되는 합참 부서 직원들은 ‘전투체력의 날’이나 ‘체력단련 시간’에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서류 업무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라는 데 합참 간부들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워라밸 군인’ 따로 있고, ‘과로 군인’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ㄴ씨는 “군의 최고 작전지휘부가 체육대회를 할 여유가 있으면 합참 인원을 감축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며 “적절한 인원이 넘으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합참 간부 ㄷ씨는 합참이 전작권 전환 준비를 이유로 야전에서 많은 장교들을 차출해 놓고 이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내부 문제점을 전했다.


군 장성 ㄹ씨는 “합참은 분야별 전략, 전력·작전기획 등 소그룹별 발전분야 토의가 이뤄져야 하는 곳”이라며 “장병이 혼연일체로 움직이는 행동화된 야전부대와는 다르게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뇌집단에 걸맞은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합참은 요즘 ‘무사고 100일 작전’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를 놓고도 군사작전을 하는 군령기관이 사단급에서나 하는 ‘군사 행정’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고 군 간부들은 지적한다. 합참이 사단급 제대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군사작전을 총지휘하는 기관이 ‘무사고 작전’을 표방할 경우 예하 부대로 내려가면서 ‘몸사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북 위협이 줄어들고 합참 작전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형식에 치중하는 행정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참 보고문서는 육·해·공군의 공식 보고문서와 다르게 색깔이 들어가 있다. 보고서류에 동그라미와 네모 등을 표시한 후 3가지 색깔로 구분하라는 지시는 과거 행정군대에서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합참 장성 한 명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사건에 연루돼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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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은 진행형이다. 상당수 진실이 밝혀졌다고는 하지만 일부는 여전히 지진판 감지기록 시간인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1분58초에 멈춰 있다.


이명박 정부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침 사건’으로 규정했다. 이후 관련 책자도 쏟아졌다. 천안함 침몰 사건 조사 관계자나 사건을 나름대로 해석한 기자들이 저자였다. 그러나 애매모호했던 부분들에 대한 의문점들을 이 책들에서 해소하기란 어렵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에 ‘천안함의 진실’은 파고들 만한 가치가 있는 대상이 아니다. 정치적 공방 대상이 돼버린 대통령의 추모식 참석 여부가 더 큰 취재거리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났는데도 정부 발표를 믿지 않는 국민들은 여전히 많다. 왜 합동조사단 발표를 믿지 않는 국민들이 상당수인가.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하다가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라는 발표에 이르는 과정에서 생긴 의문점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뭔가 미진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북한 소행이라는 100% 근거를 찾아내 완벽한 조사를 했다고 발표한 탓이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진실은 팩트가 모여 만들어지지만 팩트가 취사선택될 경우 진실은 가려질 수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합조단이 수집하고 분석한 증거들은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도 이를 조합해서 발표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파생시켰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제라도 합조단이 발표한 내용의 근거를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여러 정황과 증거들을 볼 때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은 98%의 확률로 보인다. 이는 100%에서 2%가 모자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합조단 발표가 100% 과학적 결론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며 국내외 학자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부 근거가 미약한 주장도 있지만 합리적 의심에 기초한 학자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는 부분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침몰됐다는 것을 부인한 게 아니라, 합조단 발표의 과학적 허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빨갱이’라는 프레임을 걸어 이 학자들을 비난했다.


문제는 과학적인 허점이 드러나는 2%가 98% 확률을 깨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합조단은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확실’ ‘단언’ 등 단어가 들어간 확신에 찬 발표였다.


합조단은 증거가 ‘차고 넘친다’ 하더라도 겸허했어야 했다. 당시 합조단 발표가 확신의 ‘100% 확률’을 채우기에 ‘2%’ 부족했던 사실은 나중에 드러났다. 그런 만큼 ‘최종 조사결과’도 ‘중간 조사결과’ 발표였어야 했다. “98%의 확신이 있지만, 나머지 모자라는 2%의 확률을 채우기 위한 과학적 검증 작업은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어야 했다.


게다가 조사결과 발표 전에 군 당국이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의 의구심을 키우기에 충분했다. 사건 초기에는 “천안함 침몰 영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가 언론 보도로 관련 영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뒤늦게 공개했다. 속초함이 76㎜ 함포로 사격한 대상인 괴물체가 ‘새떼냐 잠수정이냐’를 두고 논란이 심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은 격파사격 영상 일부가 삭제된 사실조차 비밀에 부쳤다. 은폐 사실은 9년이 지난 최근 드러났다. 당연히 이 사실은 백서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설사 기기 오작동으로 녹화영상을 복사하는 과정에서 1분가량이 삭제됐다 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실제로 기계가 고장난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다. 똑같은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장비 결함 여부를 살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또 포렌식을 통해 지워진 영상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군 당국은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군 당국이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증거를 찾기 위해 ‘군의관이 백령도 인근에서 발견된 돌고래 사체까지 부검’한 해프닝까지 언론에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증거를 놓고 ‘입맛’에 맞게 가공했다는 의혹은 사지 말아야 한다. 검증한 결과 부식 정도로 봤을 때 1번 어뢰가 1개월 보름 정도 바닷속에 있었다고 발표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국방과학연구소(ADD)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그 어떤 전문가도 그런 결론을 내리고 합조단에 통보한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합조단의 발표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떤 절차와 어느 전문가 회의를 통해 나온 것인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굳이 논문과 비교하자면 각주가 제대로 달린 것인지를 검증해 보자는 것이다.


군 당국은 미국과 호주, 영국, 스웨덴 전문가가 합조단에 합류해 국제 공조체제하에 합동조사를 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결과를 도출했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합조단에 참여한 국내 인사들은 이들 국가 전문가의 경우 전시가 아닐 때 발생한 어뢰 폭발이 매우 희귀한 사례여서 관련 자료를 연구하기 위해 온 거나 마찬가지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천안함 피격사건 백서나 합조단의 종합조사결과는 향후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데 중요한 자료라는 점이다. 깔끔한 북한의 사과는 ‘과거를 딛고 미래를 여는’ 미래지향적인 남북관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대신 북한의 사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측이 꼬투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깔끔한 근거자료가 마련돼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의 천안함 백서나 합조단의 조사결과가 조금이라도 더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도록 검증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천안함 관련 재판에서 조사결과 발표의 일부라도 부정하는 판결이 나오면 어쩔 것인가. 남은 2%를 최대한 찾아내는 것 역시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방식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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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9년…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꼬리 무는 의문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1분58초. 지진파 감지기록을 토대로 한, 해군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이 시작된 시간이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은 구조되지 못했다. 3월27일 0시4분쯤 천안함은 완전 침몰했다. 26일이면 천안함 침몰 9주기다.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침 사건’으로 규정하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다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해군의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26일로 침몰 9주기를 맞지만 북한 잠수정의 폭침 사건이라는 당시 정부의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의원들이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를 방문,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 새떼 vs 잠수정


합조단 관계자 “영장 신청 안 받아져 사실 확인 못해”

군, 초기엔 북 잠수정 소행 추정 유력 증거 폐기 의혹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당시 군 수사기관이 해군 초계함인 속초함의 함장에 대해 긴급체포를 시도하려 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당시 ‘천안함 합동조사단’ 핵심 관계자였던 ㄱ씨는 25일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이 미확인 물체를 녹화한 광학추적장비(EOTS) 영상 2분 분량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속초함 함장 ㄴ중령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사관은 ‘긴급체포영장 신청 요청이 2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 이상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천안함 종합조사결과 발표 후 남이섬에서 열린 조사본부 워크숍 토의 과정에서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는 괴물체 정체가 북한 잠수정이 유력하다는 증거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군은 사건 초기에는 천안함 침몰과 북한 도발 가능성의 연관성을 지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당시 ‘속초함’은 작전명령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남단까지 북상했다. 속초함은 오후 10시55분쯤 사격통제 레이더상에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시속 76㎞)로 고속 북상하는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다. 이후 76㎜ 함포로 9.3㎞ 떨어진 물체를 향해 오후 11시부터 약 5분간 경고사격 후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속초함 레이더상에 포착된 물체가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합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육지 쪽으로 사라졌다며 새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EOTS에도 분산된 점의 형태로 나타났고, 고속 항해 시 발생하는 물결 흔적(웨이크)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새떼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6월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새떼 보고’를 놓고 국방부와 감사원이 주장과 반박을 거듭했다.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은 “속초함이 괴물체를 발견해 발포했고, 이를 2함대사령부에 보고하면서 속초함장과 승무원은 ‘이것은 괴물체, 나아가 북한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동참모본부 예규에 따라 가감 없이 상급부대에 보고토록 돼 있지만 2함대사령부가 새떼라고 유도해 왜곡시킨 잘못을 우리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속초함에선 검은 물체라고만 보고했지 신형 반잠수정이라고 보고한 적이 없다”며 “속초함과 2함대사령부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떼로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어뢰추진체 부식 상태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 공격의 ‘스모킹 건’이라고 제시한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어뢰추진체 스크루는 페인트칠된 표면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상태였다. 당시 독자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조사한 러시아 조사단은 ‘1번 어뢰’의 부식 정도 등에 비춰봤을 때 물속에 있던 기간에 문제가 있으며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김의수 박사(한국교통대 안전공학부 부교수)는 최근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합조단의 보고서 중 선체와 어뢰의 부식 상태 비교 분석 관련 내용이 검증 차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8년 만에 밝혔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있으면서 합조단 자문으로 위촉돼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검사를 담당했다. 그는 부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굉장히 많아 어뢰추진체가 바닷속에 얼마나 있었는지 최종적으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통보했는데도 정부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엔 (1번 어뢰와) 천안함 선체 부식 정도가 유사한 것처럼 돼 있다고 지적했다.


ㄱ씨도 “윤덕용 당시 합조단 공동단장(KAIST 명예교수)의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국과수나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그런 분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윤 공동단장이 해명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 당시 공동단장은 “(어뢰 모터에 있는) 철의 부식 상태를 보면 함수는 약 한 달 동안 해저에 있었고 (어뢰)추진체는 한 달 반 동안 해저에 있어서 부식 정도가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 화약성분의 출처


당시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HMX, RDX, TNT 등의 화약성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분석한 결과 어뢰에 들어가는 화약성분이라며 북한 어뢰나 중국 어뢰의 화약성분 표본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뢰가 누구 것이냐까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검출된 화약성분이 천안함의 40㎜ 함포나 76㎜ 함포의 포연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 내부에서도 “‘포항함’ 같은 해군의 다른 초계함의 함수와 연돌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될 경우 이는 함포에서 나온 포연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RDX 등은 증거 능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비교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묵살됐다. 이 밖에 ‘어뢰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백색 물질의 정체’ 등을 놓고도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어뢰 설계도 논란


어뢰 설계도 출처 또한 북한제냐 아니냐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의 핵심이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백령도 인근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산 ‘CHT-02D’라고 밝혔다. 그 근거는 북한의 해외 수출용 어뢰 카탈로그에 나온 설계도면이라고 발표했다. 카탈로그 출처에 대해서는 정보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함구했다.


이를 놓고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용 카탈로그에 설계도가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회로도까지 들어간 제작용 설계도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구조를 개념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1번 어뢰’ 추진체를 보고 북한제 CHT-02D 설계도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누가 내렸느냐이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은 두리뭉실하게 북한 설계도를 근거로 했을 뿐, 조사단의 누가 어떤 근거로 일치한다고 결론을 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서두른 조사결과 발표


어뢰 부식 상태와 설계도 논란, 화약 성분 출처 놓고도

이견 분분한데 ‘100% 과학적 검증’ 거친 것처럼 발표

당시 6·2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설 제기


당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은 발생 초기와 나중이 확연히 달랐다. 이는 사건 초기 청와대 내에서 ‘북이 그랬을 리 없다’고 여기던 분위기가 팽배하다가 나중에 북한 소행으로 단정지었던 과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피격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는 부분들까지 마치 100% 과학적 검증을 거친 것처럼 발표해 ‘의혹의 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당시 핵심 관계자 ㄱ씨는 “한국산 제품에 필리핀산 장신구를 달고 중국제 페인트를 칠해놓고 100% 한국산이라고 주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명백한 것으로 보지만, 당시 합조단 발표는 중간 조사단계 발표였어야 맞다”며 “당시 조사단이 마치 모든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100% 확인한 것처럼 공식 발표하는 바람에 오히려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키웠다”고 말했다. 사실상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19-1 동맹’ 한·미 연합연습이 12일 끝난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계없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군 고위 장성 인사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군 대장급 인사는 4월에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에는 대한민국의 대장 계급 8자리 가운데 7명이 바뀌었다. 육군의 경우 최소한 2.5기수가 젊어졌다. 이후 인사에서도 ‘진급 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세대교체가 이어졌다. 군에서는 전 정권에서 진급한 3성 장군 이상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현 정권에서 진급시킨 인사들로 ‘물갈이’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군 고위 장성 인사가 다음달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이 처음으로 배출될지 등에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진급자의 삼정검에 보직·계급 등이 새겨진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주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음달 인사 관전 포인트는 크게 4가지 정도다. 첫째는 50년 만의 첫 비육사 육군참모총장 배출 여부다. 둘째는 1971년 이후 48년 만에 해병대 대장이 나올 것인가, 셋째는 정보부대장 출신이 육군 대장으로 진급할 것인가, 넷째는 누가 공군참모총장이 될 것인가이다. 정부는 해병대 사령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2일을 전후해 대장급 인사를 실시하고 이어 육군 군단장급 등 3성 장군 이하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일정과 인사폭이 변수다. 다만, 정부가 군 수뇌부 인사를 하는 데 군사적 측면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사례가 많았다는 점은 유력 후보를 점치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 ‘바로미터’는 해군총장

 

청와대, ‘첫 비육사 육군총장’ 임명 의지 강해…
학군 22·23기, 3사 20기 주요 후보군

 

다음달로 예정된 군 수뇌부 인사의 ‘바로미터’(척도)는 해군참모총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해사 39기인 심승섭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해군참모총장에 임명했다. 3개 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 심 총장 선배인 해사 36~38기 장성 10여명이 군복을 벗고 전역해야 했다. 이런 배경에서 차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에 심 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선배 장군을 임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 총장의 육군 임관 동기는 육사 41기와 학군 23기다. 공사 동기는 33기다. 소위 81학번들이다.

 

‘육사 41기’ 육군총장 후보군으로는 최영철 교육사령관,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 최병혁 육군참모차장, 이정기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이상 중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육군 대장 진급 후보자들이기도 하다. 이석구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중장)도 육사 41기이지만 기무사령관 재직 당시 입은 ‘상처’가 워낙 크다.

 

그러나 육군총장의 경우 해군총장이나 공군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전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육사 40기인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과 김병주 연합사 부사령관(이상 대장) 가운데서 차기 총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이 나올 지 여부다. 이번 정부는 출범 이후 국회 청문회를 의식해 합참의장과 육군총장 인사를 사실상 ‘대장 돌려막기’ 식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육사 육군총장이 탄생하면 육군 인사행정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후보군은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학군 23기·중장)과 황인권 제2작전사령관(3사 20기·대장)으로 압축된다. 육군 내부 인사에서 3사 20기는 육사 41기와 비슷한 기수로 분류된다. 김성진 국방대 총장(학군 22기)도 넓은 후보군에 포함된다.

 

‘비육사’ 나오면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 깨져…
현 정부 ‘대장 돌려막기’ 비판도

 

이번에 비육사 출신이 육군총장에 임명되면 1969년 서종철 총장(육사 1기) 이후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이 깨지게 된다. 서 전 총장 이전에는 창군 주역이었던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 주로 육군총장을 맡았다.

 

남 사령관은 총장이 아니더라도 대장 진급은 유력하다. 44대 기무사령관 겸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인 남 중장이 진급하게 되면 군 정보기관장 출신으로는 20년 만의 대장 배출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합참의장을 지낸 이남신 전 기무사령관이 1999년 대장으로 진급한 이후 군 정보기관장 출신 대장은 없었다.

 

김용우 육군총장과 함께 2017년 8월 임명된 이왕근 공군총장(공사 31기) 교체도 확실시된다. 후임 공군총장 후보군은 공사 33기인 황성진 공군참모차장과 최현국 공사 교장(이상 중장)이 거론된다. 공사 32기인 원인철 합참차장과 이건완 공군작전사령관은 해군총장보다 선배 기수인 탓에 확률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해군처럼 기수를 건너뛰어 공사 33기인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의 발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군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미 이뤄진 만큼 일부 중장·소장급 지휘관들의 수평 이동이 예상된다.

 

■ 해병대 4성 장군

 

해병대 4성 장군 길 열렸지만 보직 형평성 둘러싼 갈등 많아
당장 실행될지는 미지수

 

3성 장군인 해병대사령관의 4성 장군 길이 최근 열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병대사령관이 임기를 마친 뒤에 전직이나 진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군 인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합·합동작전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해병대사령관을 다른 중장급 보직으로 임명하거나 대장급 직위로 진급시켜 군사력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였다. 현행 군 인사법은 중장 계급인 해병대사령관이 2년 임기를 마치면 ‘당연 전역’토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각군 수뇌부는 관계법 개정안을 반대하다 지난달 고위 정책간담회에서 입장을 바꿨다. 여야 모두 법 개정 취지에 찬성하는 사안을 무작정 반대만 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해병대사령관을 거친 뒤에 대장으로 진급해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자리로는 합동참모본부 차장(현재 중장 직위에서 대장 직위로 변경한 후 임명),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합참의장과 해군총장도 가능하다. 또 중장으로 전직이 가능한 자리로는 합참 차장·본부장과 해군참모차장, 해사 교장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육·해·공군은 불편한 입장이다. 해병대사령관의 대장 진급이나 중장급 2차 보직이 가능해지면 각군의 장군 보직에 미치는 영향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합참 본부장 자리에 해병대사령관 출신이 임명되면 육·해·공군 장성 가운데 1명은 합참을 나가야 한다.

 

육군과 공군은 해병대가 해군 소속인 만큼 해병대사령관의 2차 보직은 해군 몫에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육군 ㄱ중장은 “병력 2만9000여명인 해병대에서 4성 장군이 나온다면 병력 59만9000여명인 육군에서는 대장이 20명 나와야 비율이 맞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관계법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이는 근거조항 마련일 뿐 (3성 장군 이상) 정원 조정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가 있다”며 “실제 인사 실시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해병대사령관인 전진구 중장(해사 39기)이 이번 인사법 개정안 통과의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전 사령관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 12일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사령관이 중장 2차 보직을 받거나 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군 인사법 개정안이 4월12일 이전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게다가 전 사령관은 심승섭 해군총장과 동기생이어서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합참 1·2차장과 연합사 부사령관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개정된 군 인사법은 예비역이 전역 당시 계급으로 재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놔 전 사령관이 전역 후에 다시 군에 복귀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군총장, 해군처럼 ‘파격 임명’ 가능성…
안보지원사 출신 육군대장 나올지도 관심

 

이번 군 인사에서는 지난달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발탁된 김유근 예비역 중장(육사 36기)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거리다. 전임자인 이상철 차장이 예비역 준장이었고, 육사 38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체감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직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 1차장이 정경두 국방장관(공사 36기)보다 사관학교 기수가 2년 선배인 점을 감안하면 군 통수권자의 안보실을 통한 안정적인 군부 통제 의지가 읽혀진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는 2005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경호실 종합상황실장을 지내다 준장으로 1차 진급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환경이 녹록지 않다. 지난해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 이후 국민들이 체감하는 남북 군사적 긴장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군사력은 한반도를 에워싸면서 한국 해군과 공군의 작전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마치 우리 군의 전력을 ‘가두리 양식장’ 속 물고기처럼 일본과 중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울타리 안에 가두어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이 촉발한 ‘초계기 위협’과 중국의 반복되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진입과 ‘서해의 내해화(內海化)’ 움직임이 그 방증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가 지난해 말부터 1월까지 수차례 한국 해군 함정을 위협하는 저공비행을 한 배경에는 한국 해군으로 하여금 카디즈 바깥 해역으로 나오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이 숨어 있다. 군사적으로 분쟁지역을 확대해 자위대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표면적인 정치·군사적 목적 외에, 토끼몰이 하듯 한국 해군을 카디즈 안쪽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실질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사건의 발단은 일본 초계기가 카디즈 바깥쪽에서 조난당한 북한 어선 구조작전을 실시하던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180)로부터 조사(겨냥해 비춤)를 받았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일본 자위대는 사태를 봉합하기보다는 한국 해군의 율곡이이함과 노적봉함에까지 저공 위협비행을 실시했다. 그 이면에는 한국 해군이 굳이 카디즈를 벗어나 작전을 하지 말라는 경고가 숨어 있다고 해군 장교들은 지적한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은 한 수 더 뜬다. 전자전 정찰기를 중심으로 한 중국 군용기는 아예 카디즈를 무시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가 불과 2년 사이에 카디즈를 무단진입한 횟수는 2.8배나 늘어났다. 무단진입 범위는 더 깊어지고 있다.

 

중국 정찰기는 카디즈나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에 무단진입할 때 중국 군함과 함께 움직이는 입체작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카디즈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방공식별구역(CADIZ)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군사 패권주의’나 다름없다.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공역인 제주와 이어도 공역에서도 중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그들의 앞마당인 양 지나다니고 있다. 중국 해군 함정도 수시로 출몰하고 있다. 이어도 해역에 대한 실질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군당국의 분석이다. 

 

중국은 서해와 이어도 근해에 ‘중국해양관측부표’나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표시한 부표 8개를 설치했다. 이 부표들 가운데 4개는 한국 해군의 공해상 작전구역에 설치했다. 중국이 한·미·일 잠수함과 함정에 대한 감시·경계 목적으로 부표를 설치했을 것이라고 의심받는 이유다. 해군은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해를 내해화하기 위한 중국의 기도는 124도 E선을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틈만 나면 이곳 해역에서 매년 대규모 해군 연습을 정례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해군에 124도 E선을 넘지 말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124도 E선이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굳어지면 서해 대부분은 중국 바다가 된다.

동해는 각국이 군사정보를 수집하는 치열한 각축장이다. 공중에서는 미국의 RC-135 정찰기·MC-12W 정찰기·RQ-4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등이 날아다닌다. 일본은 EP-3, YS-11 전자정보 수집기를, 중국은 Y-8·Y-9 정찰기를, 러시아는 IL-20·Tu-214R 신호정보 수집기를 운용하고 있다.

 

바다에서는 일본의 정보수집함은 물론 중국의 동디다오급(815식) 정보수집함과 러시아의 발잠급 정보수집함 등이 활동하고 있다. 동해를 자신들의 작전 영역으로 여기는 주변국들은 한·미 연합훈련은 물론 한국 해군 자체 훈련도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본과 중국, 러시아의 정보수집함이 몰려드는 바람에 해군이 훈련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연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에 대한 한국군의 전력은 언감생심이다. 금강 정찰기는 대북 정보 전용이다. 정보수집함은 속도가 느려서 기동훈련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한국군이 대북 정보 외에 주변국 군사동향을 탐색하고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라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미군이 관련 정보를 주는 것도 아니다. 이어도 해역에는 중국과 일본 해군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한 해상 레이더조차 없다. 그나마 공중급유기를 들여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것이 위안거리다.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이나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진입은 단순한 일회성 무력시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이 구체적 대응전략을 세웠다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대북 상황에만 몰입하던 관성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국방부나 합동참모본부에서 일본, 중국, 러시아 전문가는 찾기 힘들다.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그동안 인재를 키우지 않은 탓이다.

 

주변국의 위협은 지금까지의 우리 안보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안보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군사 전략이나 정책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우리 군은 한반도 주변의 바다와 하늘이 중국이나 일본의 것이 아님을 분명하게 일깨워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

 

주변국의 살라미식 도발이라 하더라도 안보 상황은 한번 밀리면 계속해서 소용돌이에 말려들게 된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이에 대한 군의 대응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주변국 위협에 대응해 카디즈 전 공역에서의 정례 훈련이 가능한지도 보고받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가 의지가 반영된 ‘톱다운’ 방식의 전략지침이라도 군에 내려야 한다. 군 스스로 관성을 깨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한국방공식별구역 ‘카디즈’ 무단 진입…사상 처음 울릉도·독도 사이 비행
중국기 뜰 때마다 동해에선 한·일 전투기 맞대응 출격, 공중에서의 긴장 고조
안보패권 과시와 한·미·일 전력 관찰, 신호정보 수집  등 다목적 노림수 분석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진입 구역도 독도·울릉도·강릉 앞바다까지 더 깊숙해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중국 국방당국이 공개한 ‘신형 폭격기’. 중국군망 캡처 _ 연합뉴스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이 점입가경이다. 횟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범위는 깊어지고 있다.

 

중국 Y-9 정찰기는 지난 23일 카디즈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을 넘나들었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가기까지 했다.

 

■ ‘무단 진입’ 2년 만에 2.8배↑

 

울릉도 일대까지 침범하는 중국 군용기의 장거리 비행은 2017년 말부터였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은 주로 이어도 인근 지역과 서해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해협을 거쳐 강릉 앞바다까지 접근해 한국을 직접 압박하는 장거리 무단 진입 비행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는 8차례 카디즈를 무단 진입했다. 모두 이번처럼 월말에 들어왔다. 가까운 날짜순으로 보면 작년 12월27일, 11월26일, 10월29일, 8월29일, 7월27일, 4월28일, 2월27일, 1월29일 등이다. 그러다 보니 합참은 월말만 되면 카디즈를 예의주시하다가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하면 전투기 대응출격을 지시하는 게 월례 행사처럼 돼 버렸다.

 

중국 군용기는 통상 한 번 비행에 카디즈를 2~3회 드나들고 있다. ‘제주도와 이어도 주변~포항과 강릉 동쪽~울릉도 주변 북상’ 후 다시 왔던 경로를 따라 비행한 후 복귀하는 식이다.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와 맞닿은 자디즈를 넘나들며 월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해쪽에서는 맞대응 출격하는 한국 전투기 10여대와 일본 전투기 10여대 등 20여대가 중국 군용기에 근접비행을 하며 경고 통신을 하는 등 공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은 동·서·남해 전 지역에 걸쳐 확대되고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합참은 25일 “2016년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 횟수는 50여차례였지만 2017년엔 80차례, 작년엔 140여차례였다”고 밝혔다. 2년 만에 2.8배로 늘어났다.

제주와 이어도 주변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공역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군용기가 이곳을 진입하더라도 한국 공군은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 핫라인 등을 통해 적절한 교신이 이뤄지면 전투기의 대응출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해지역 카디즈는 한국의 고유 방공식별구역인 만큼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할 경우 전투기의 즉각 출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 이어도 노리는 중국

 

중국은 2013년 실질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센카쿠(尖閣) 열도와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배타적경제수역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더불어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카디즈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해군은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전조가 이제는 정례화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이라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된 구역이다.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한 임의선인 것이다. 항공기 속도가 워낙 빨라 적 항공기가 영공에 들어온 뒤 대응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다.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는 국가는 28개국 정도로, 국제법상에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무단 진입한 항공기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대응 출격해 정체를 확인하고,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날 때까지 퇴거를 유도하고 감시한다는 의미의 ‘요격’도 가능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처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한국은 한국전쟁 기간이던 1951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카디즈를 설정했다. 당시에는 중공군 항공작전 능력을 고려해 독도와 울릉도 일대, 마라도 남방까지만 포함했고 이어도는 제외했다.

 

러시아는 2017년 10여차례, 2018년 10여차례, 올해 1차례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 개념 자체가 없어 사전 통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카디즈를 이어도까지 확장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1969년 일본이 자디즈를 설정할 때 이어도 주변 수역까지 포함한 데 이어 2013년 11월23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데 대응해 이어도 남쪽 236㎞ 상공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후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민감한 공역이 됐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은 2014년 중첩된 방공식별구역을 지날 때 상대국에 제공하는 비행정보 교환방법과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 등에 합의했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와 관련한 합의를 하자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계속 카디즈를 침범하면서 한국 공군의 “귀측은 카디즈 통과를 허락받지 않았다. 즉시 벗어나라”는 경고 통신에 대해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1타 3피’ 노리는 중국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동중국해뿐만이 아니라 태평양까지 진출을 노리는 중국군의 안보 패권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정례적인 카디즈와 자디즈 무력화를 통해 한반도와 동해를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굳히려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중국 군함과 공동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안보 발전 태세 2018 연례 보고서’의 전략폭격기 장거리 훈련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은 태평양 서부의 미군과 동맹국 군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8월, 2017년 1·8·12월 네 차례 동해에서 진행한 전략폭격기 ‘H(轟·훙)-6K’ 훈련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은 카디즈와 자디즈 무단 진입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3국의 항공, 해상 군사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디즈와 자디즈를 무단 진입하고 있는 중국 군용기는 Y(運·윈)-8 조기경보기와 Y-9 정찰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이다. 이 가운데 수송기를 개조한 Y-9 정찰기가 가장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Y-9 정찰기의 동해상 장거리 비행에 대해 신호정보(SIGINT)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더, 통신, 무기의 각종 전파 신호들을 파악해 분류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중국 정찰기가 정례 비행을 하는 것도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 장거리 비행을 통해 한·미·일 군사 전력과 훈련상황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 카디즈 정례 훈련 필요

 

정부는 중국 측에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한·중 해·공군 간 직통전화 실무회의 개최와 직통망 추가 설치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응하지 않고 있다. 예비역 공군중장 ㄱ씨는 “공군력으로 실질적인 대응을 해 중국이 스스로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이어도 지역의 해상 레이더 설치와 공중급유체계와 같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구축해 카디즈 전 공역에서 정례 훈련 강화를 포함한 전술조치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카디즈와 자디즈를 넘나들며 불편한 한·일관계를 이용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할 경우 중국 군용기가 도발적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밖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외교장관 회담,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짚어 한국 정부의 명확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 사건은 국방백서에서 말하는 ‘잠재적 위협’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시사해줬다. 개인적으로도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가 ‘어거지’ 부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일반 사회라면 ‘무고죄’로 처벌받을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는 힘의 논리에 묻히는 현실을 목격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의 도발에 가까운 초계기 위협비행은 군사적으로 분쟁지역 확대를 통해 자위대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입을 모은다. 군사력 보유 명분의 확보 차원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국방예산 확보를 위해서도 군사 갈등을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2019년 이후 5년간 시행되는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서 이즈모급 함의 항모화와 F-35B 추가 도입 등을 위해 약 274조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이미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대 군사비 책정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처럼 일본 군사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평화헌법 제9조’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일본 자위대를 공격형 군대로 바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제는 ‘자위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앞뒤 맞지 않는 말이 돼버렸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중국의 도발에 가까운 군사적 행위 역시 상궤를 넘은 지 오래다. 중국은 서해 내해화를 위한 기도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적 위협보다 심각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중 해군은 124°E 선을 놓고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서해에서 124°E 선을 사실상의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고착시키려 하고 있다. 124°E 선이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굳어지면 서해 대부분이 중국 바다가 된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해군은 124°E보다 훨씬 먼 123°E 선 주변 바다에서 주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함정 역시 한국 함정을 따라다니며 밀착 감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해양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일본의 초계기 위협처럼 언제 한국 해군 함정에 근접해 위협을 가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중국은 서해를 일종의 군사적 안전해역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곳 해역에서 매년 대규모 해군연습을 정례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어도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중국은 2013년 이어도와 주변 배타적 경제수역(EEZ)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이어도를 포함하는 수역으로 확장했다. 이후 이어도 인근 해·공역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겹치는 군사적으로 민감한 영역이 돼버렸다.

 

중국은 이어도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KADIZ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조는 이제는 정례화되다시피 한 중국 군용기의 KADIZ 진입이다. 중국 정찰기는 이어도와 제주도 인근 해역에 진입한 후 한국 연안에 근접해 울릉도 동쪽 해역까지 북상 비행하다가 다시 같은 경로로 복귀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또 지난해 2월과 8월 사이에 서해와 이어도 근해상에 폭 3m, 높이 6m의 주황색 부표를 8개 설치했다. 이어도 관할권 확보나 한국과 EEZ 경계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차원이다. 실효적 지배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일 수 있다. 군사적으로는 해양 관측으로 가장해 잠수함 운항 정보 탐지용 감시장비를 겸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심지어 부표 4개는 한국 해군의 공해상 작전구역에 있다. 이는 한국 안보에 또 다른 도전이다.

 

중국과 일본의 행동은 미국이 빠진 힘의 공백만큼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툭하면 유엔사 후방기지가 자국 내 위치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한반도 유사시 일본 허락이 없으면 유엔사 후방기지 물자가 반출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 가세한 한반도 부근에서의 군사활동은 점점 더 강화되고 횟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언제 ‘쓰나미’로 변해 한반도로 몰려올지 모르는 형편이다.

 

물론 주변국과의 군사적 신뢰 구축이 먼저다.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 남북 군축을 넘어 동북아 군축까지 제안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주변국까지 가세한 잠재적 군사 위협은 안보 프레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북한에 집중했던 군사력 건설 방향을 새롭게 검토할 요인이 생긴 것이다.

 

현재 군 대비태세의 우선순위는 대북 작전에 있다보니 주변국의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위협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당장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중국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제78집단군에 대한 정보를 얼마나 갖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중국은 북한 내 중국인 보호를 명분으로 유사시 대북 군사개입까지 할 것으로 한·미 군 정보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한국군은 평시작전권의 경우 ‘유엔군사령부의 정전 시 교전규칙’에 따르게 돼 있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이 도발할 경우에 대해서도 이 교전규칙을 따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가 우방국 소속이라는 이유로 근접 위협비행에 속수무책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반도 안보 환경은 주변국의 군사력 강화 명분을 위한 도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이제는 만에 하나라도 주변국이 도발할 경우를 대비한 독자적 교전규칙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변국 군사활동에 대한 대응을 전담하는 ‘합동참모본부 제2작전본부’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합참 제2작전본부는 주변국 안보 상황 변화에 따른 최대한의 방어 전략까지 구상해야 한다. 육·해·공 각군의 교육사령부도 주변국 군사상황에 맞춘 교리를 개발해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다. 이 밖에 북한이 비난하는 F-35와 공중급유기 도입도 동북아 군사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북한이 더 이상 시비를 걸 사항이 아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 日은 치밀한 ‘시나리오’ 도발 VS 韓은 ‘냉·온탕’ 대응

· 지금 상황이 악화되면 ‘한·일 무력 충돌’ 가능성 배제 못해

· 일본의 의도된 무력충돌에 잘못 말려들면 ‘포크랜드 전쟁’ 악몽 재현될수도

 

일본의 도발로 촉발된 한·일 초계기 갈등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칫 ‘사소한 불씨’ 하나로 무력충돌로까지 번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왼쪽 사진 가운데)이 지난 26일 해군 초계기 조종사 가죽점퍼를 입고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부두에서 출항 준비중인 세종대왕함 전투통제실을 방문해 일본 해상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에 강력한 대응을 지시하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25일 초계기가 배치된 가나가와현 아쓰기 기지를 찾아 지속적 경계 감시활동을 당부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26일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를 방문해 “일본 초계기가 다시 위협비행을 할 경우 군 대응수칙대로 적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의 해작사 방문은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전날 해상자위대 아쓰기 기지를 찾은 데 대한 맞불 차원이다. 아쓰기 기지는 지난달 20일 광개토대왕함을 향해 저공 위협비행을 했던 P-1 초계기가 배치된 곳이다. 이와야 방위상은 이곳에서 “주변 해역의 경계 감시 활동을 착실하게 실시하라”면서 “여러분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바다, 하늘, 영토, 국민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익없는 군사력 대응

 

그러나 국제 여론은 이와야 방위상의 발언과 정 장관의 발언을 비교해본 후 한국 군부가 ‘호전적’이라고 평가할까 우려스럽다. 정 장관 발언은 ‘무력사용도 불사하라’는 의미로 읽혀지는 반면, 이와야 방위상 발언은 해상 자위대원들에 대한 격려발언에 방점을 두는 것처럼 외견상으로는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와야 방위상 발언의 뒤에 숨은 뜻까지 파악할 수 있지만 ‘제 3자’인 외국인 입장은 다르다.

 

이는 자칫하면 일본의 의도적인 도발에 이은 계획적인 군사적인 충돌에 말려들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간 일본은 치밀한 도발로 군사적 충돌까지 염두에 두고 ‘살라미’식으로 한국을 자극해 왔다. 교활하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 특히 국방부의 대응은 전략적인 시나리오 없이 ‘즉흥적’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본은 한일 갈등을 이용해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율을 어느정도 높이는데는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를 위기상황까지 몰아부쳐 더 높은 지지율을 얻으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국제 여론전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 자위대의 질주에 대한 경계심도 읽혀진다. 군사적으로는 한국 보다는 일본 입장을 거들어준 사례가 많은 미군조차도 개입을 거부했다.

 

‘말폭탄’ 수준을 넘어선 도발에 응징하라는 한국군 군령·군정권자의 발언의 파장은 실제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군사력이 대치하는 현장에서는 사소한 자극 하나가 확대돼 무력 충돌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일본의 의도된 계산인지 모른다.

 

한일간 군사분야 갈등에서 ‘버퍼링’(완충) 역할을 했던 미군이 끼어들 틈도 없이 양측이 무력충돌할 경우 그 파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만큼 이제는 군사외교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 무력 대응은 실익이 없다. ‘전쟁은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시작해야 한다’는 손자병법에도 어긋난다. 국내 여론을 의식해 시작한 아르헨티나의 ‘포크랜드 전쟁’ 악몽은 자칫 한반도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냉정한 현실은 무력충돌이 벌어지더라도 일본측에 승산이 크다는 점이다. 일본이 군사적 충돌을 마다하지 않을 개연성이 있는 배경이다.

 

일본은 해상초계기는 물론, 전투함정, 잠수함 등 거의 모든 해상전력에서 한국에 저만치 앞서 있다. 해상초계기만 살펴봐도 한국 해군은 P-3 16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 해상자위대는 P-3 80여대와 P-1 3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보유대수로 일본에 1대7의 압도적 열세다. 일본이 자체 제작한 신형 P-1은 최대속도, 항속거리, 최대이륙중량 등 모든 면에서 P-3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해군력 비교의 잣대인 함정 총 보유톤수는 일본이 46만t, 한국이 19만t으로 일본이 2.5배 앞선다. 초계기 사건이 발생한 원양에서의 작전이 가능한 대형 함정도 일본이 더 많이 갖고 있다.

 

작전 훈련중인 광개토대왕함. 해군 제공

 

■서태평양 23개국 해군이 배심원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책은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의 해상규범인 ‘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에 있다.

 

WPNS는 서태평양 지역 해군 간 해양 안보협력과 상호신뢰, 이해 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1988년부터 2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는 서태평양 역내 유일의 다자간 협의체다. WPNS는 돌발적인 해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해군 함정과 항공기들이 예기치 않은 만남에서 사용할 표준화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CUES는 2014년도에 호주 주도로 서태평양해군심포지엄(WPNS·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에서 한·일·미·중·러·싱가포르·뉴질랜드·베트남 등 아태지역 25개 국가들의 만장일치로 비준한 것이다. 이름 그대로 해상위에서 예상치 못한 선박·항공세력간 조우가 있을시 적대적인 행동이나 오해없이 서로 잘 넘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상호 무전방법 무터 대형, 속도까지 매우 상세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과 일본 역시 이 CUES에 서명했다. 비록 국가간 약속의 성격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어기면 국제 여론에 반하는 것이다.

 

12월 22일 일본 방위성은 광개토대왕함의 사격 관제 레이더 사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는 2014년 한일 양국이 모두 서명한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에 관한 강령’(CUES·Code for Unplanned Encounters at Sea)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광개토대왕함이 ‘승선중인 지휘관(해군 함장)이 적대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금한다’는 CUES 2조 8.2항을 어겼다는 것이다. CUES 2조 8.2항은 ‘···공격행위와 유사한 주포·미사일·대공포·사격통제(화기관제)레이더· 어뢰관 또는 다른 무기를 조우한 함선 또는 비행체 방향으로 향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이와 관련한 과학적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억지 주장만을 반복했다.

 

■‘CUES’ 위반한 日 초계기

 

일본 와야 방위상은 또 P-1 초계기가 150m 이하로 저공비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에 규정된 것보다 높게 비행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이 기준은 일본이 마음대로 독자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제법 또는 국내법, CUES나 항공법 등에 따른 것”이라며 “미군이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등도 거의 같은 기준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싱가포로 회담에서도 초계기 특성 및 전술 목적상 저고도 비행을 자주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폈다. 한국 해군 초계기도 (북한 상선 정찰을 위해) 저고도 비행을 하지 않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 목적 항공기의 운용은 군사자원의 운용에 관한 부분이고, 주권사항으로 그 누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한국 국방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 협약은 민간항공기에만 적용되는 것일 뿐, 군용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CUES 2조 8항에서는 ‘해군기(초계기 포함)에 대해 함정 주변에서의 곡예 비행이나 공격 태세 시연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저공비행이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일상적인 관행이라 하더라도 해군 함정에 저공으로 위협적인 근접 정찰비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만큼 국방부는 WPNS 회원국들에 일본 초계기가 CUES를 위반했는 지 여부를 물으면 된다. 일본에도 공동으로 하자고 제의할 필요가 있다. 일본 역시 CUES 합의국이니만큼 WPNS에 유권해석을 함께 요청하자고 하는 데 대해 반대할 명분이 없다.

 

정상적인 상식을 지닌 국가라면 일본 초계기가 CUES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CUES에 합의한 25개국 가운데 일본을 제외한 그 어느 국가도 일본 초계기의 도발적인 정찰활동을 용납하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회원국들이 ‘강령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린다 해도, 앞으로 해군 초계기도 일본 함정에 대해 똑같은 비행패턴으로 감시하면 될 일이다.

 

앞으로도 일본 초계기 도발은 일상화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WPNS 회원국에 CUES 문제를 제기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기간만큼은 일본도 국제여론을 의식해 초계기 도발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박한기 합참의장(가운데)이 전군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기 전 식순에 따라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합참의장 지휘서신의 ‘부작용’

 

박한기 합참의장의 지난 26일 ‘지휘서신 1호’는 예하 부대 입장에서는 자칫 무책임한 지시로 해석될 수 있다. 박 의장은 서신에서 최근 일본 초계기 저공위협 비행 상황과 관련, 작전 반응 시간 단축과, 작전현장 가시화를 위한 신속·정확한 상황 보고체계 확립 및 행동화 숙달을 강조했다. 이 지휘서신은 일본 초계기의 저고도 위협비행에 대한 지침으로 보인다.

 

합참은 군의 작전 대응 시간 단축과 신속 정확한 상황 보고체계 확립을 주문했다고 하지만, 합참의장 지휘서신에는 이율배반적인 내용이 숨어있다. 상부에 신속 정확한 상황보고를 하면서 동시에 작전 대응시간을 단축하기는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작전 현장의 지휘관이라면 상식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 북한군 도발에 대해서 ‘선 조치 후 보고’라는 작전 지침이 전군에 내려졌던 것이다.

 

현재 군지휘통제 및 전술통신체계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인근 해상에서 해군 함정과 일본 초계기가 맞대응을 하는 상황이라도 합참 지휘통제실과 해군 작전사령부에서 동시에 인지하고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돼 있다. 해군과 일본 자위대의 대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합참과 해군작전본부는 지통실에서 상황을 24시간 정밀하게 모니터하면서 먼 바다에서 작전중인 해군 함정으로부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보고 외에는 현장 조치를 우선시하도록 해 상부 보고부담을 덜어주는 게 맞다.

 

게다가 합참은 일본 초계기 위협 비행사건이 발생한 이후 대응수칙 매뉴얼을 다단계로 구체화한 터다. 그런만큼 바다위 함정에서는 각 단계마다 상부보고 절차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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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일 ‘자위대 자랑’ 해상 초계기 장비 오류 가능성은 외면

ㆍ‘독도 지킴이’ 광개토대왕함 견제, 정치적 목적 분석도

 

국방부는 21일 ‘초계기 사건’을 해결하려면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하라고 일본에 촉구했다. 로그파일 기록이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공개하겠다는 경고음(RWR·Radar Warning Receiver)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시와 방위,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며 일본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레이더 정보의 공개를 재차 요구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유튜브에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 위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서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원 안)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일본 초계기가 나타나기 직전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모습이다. 연합뉴스

 

그는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180)로부터 조사(겨냥해 비춤)를 받았다는 시점의 경고음인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를 탐지하고 냈다는 경보음이 울린 시점과 방위각, 주파수 특성 등이 함께 공개되지 않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될 경우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탐색용 레이더(MW-08)라면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음이, 강한 전파를 연속해 방사하는 사격통제레이더(STIR)라면 강한 음이 일정 시간 계속된다.

 

■ 데이터 없는 경보음 공개 무의미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단순히 레이더 경보음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초계기에 녹음됐다는 경보음이 한국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STIR-180)에서 나온 것인지를 분석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에는 녹음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달 28일 레이더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초계기가 녹음한 레이더 경보음도 함께 공개했어야 했다”면서 “뒤늦게 공개하면 그것이 당시 레이더 경보음인지, 아니면 일본 측에서 나중에 더빙한 경보음인지 누가 알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로그파일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그파일은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사용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파일이다. 항공기의 운항내역을 기록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최 대변인은 일본이 P-1 초계기의 레이더 탐지 당시 경보음을 공개할 방침인 것과 관련해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레이더)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경고음 공개도 일본이 불리한 국제적 관심을 전환하기 위해 벌이는 부적절한 여론전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경보음을 탐지했다고 주장한 시점부터 실시간으로 위협 시현 계기판에 기록된 자료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 성능 맹신, 장비 오류일 수도

 

일본 P-1 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0일 한국 해군작전사령부와 일본 해상자위대 사이의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았다. 그만큼 다급하고 심각한 사항으로 한·일 양측이 간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일본은 다음날 오후 와타나베 다쓰야 일본 해상자위대 무관(대령)을 통해 해당 해역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작전을 했는지 여부와 함께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광개토대왕함은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 중이었고,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하지 않고 탐색·추적레이더(MW-08)를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일본 무관은 국방부 설명을 본국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방부 답변을 무시했다. 지난달 22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한국 해군 함정이 화기관제레이더(사격통제레이더의 일본식 표현)로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 이는 일본이 실무적인 추가 협의도 없이 한국 국방부 설명을 일방적으로 거짓으로 간주한 처사였다.

 

이 같은 일본 행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 제고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치적 목적에다 일본이 자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 전자장비 성능에 대한 과신이 겹쳐 무리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P-1 초계기 장비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해군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일본이 확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는 P-3C를 대체하고 있는 일본의 주력 대잠초계기다.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P-1을 ‘대동아공영권 초계기’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자랑하는 전력이다.

 

전문가들은 P-1 초계기가 당시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구조작업 중이었던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탐색 및 사격통제 겸용인 삼봉호 켈빈 레이더는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와 같은 ‘I밴드’(주파수 8~12㎓)를 쓰기 때문에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가 사격통제레이더에 접촉했다고 말하는 순간 광개토대왕함은 삼봉호와 유사한 선상에 위치한 상태였다.

 

만약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다면, P-1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까지 저공비행을 하면서도 레이더파의 방위분석도 하지 못한 꼴이 된다.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 ‘초계기 도발’ 배경과 전망

 

해군은 P-1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한국 해군을 무시한 사실상 ‘도발’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초계기가 사격통제용 STIR 추적레이더 빔에 노출됐다면 상대방이 사격 조준 및 장전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일본이 공개한 영상에서 P-1은 오히려 고도 150m로 광개토대왕함에 500m까지 근접해 비행했다. 그러면서 함정에 헬기는 탑재돼 있지 않으며 함포는 우리 측을 향하고 있지 않다고 승무원끼리 이야기한다. 승무원들의 통신음에선 전혀 긴박함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예비역 해군 제독은 “만약 일본 초계기가 STIR의 위협을 감지했다면 대공 무기를 회피하도록 하는 금속물질인 ‘채프’를 발사하고, 즉시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났어야 한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기본 매뉴얼”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그토록 위험한 레이더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즉시 회피기동을 했어야 함에도 여유있게 비행을 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일본 측에 요구한 이유다.

 

사건이 발생한 공해상은 한·일 해상경계선상(양국 공유 수면)의 공해 어장이지만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수역이다. 한국 해군이 이곳을 통행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상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일본은 독도를 지키는 1함대의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이 나타나자 P-1 초계기를 발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연례적인 독도 방어훈련이 실시된 지난달 초순쯤을 전후해 훈련의 핵심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의 움직임에 신형 초계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초계기 위협비행과 함께 촉발된 레이더 공방의 진실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측이 레이더 정보를 일방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주파수 폭(PW), 주파수 간격(PRI)과 같은 고유 주파수 특성이 드러나면 상대방 전파방해(재밍) 공격으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모두 전파 데이터는 중요 기밀이다. 정보를 공개하면 관련 장비의 거리분해 능력과 방위분해 능력, 파형분석 능력 등과 같은 군사기밀이 모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보의 대칭성과 비례성만 확보되면 장비 제작사 등 제3자를 통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한 팩트 확인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면서 한국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를 달라고 하는,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이미 국제사회에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알렸는데, 이제 와서 다른 함정이라고 번복하거나 착각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본의 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문재인 대통령 ‘정보 문제’ 언급

·일부 대북 전술정보 오류···합참은 “북의 ‘기만전술’ 주장

·자의적 정보판단·오류 반복되면 ‘외과수술’ 불가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가운데)이 중동부전선 철원 지역 GP 철거현장을 둘러본 뒤 GP 뒤편에서 북측을 바라보며 군사분야 합의 이행과제를 현장토의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국방정보본부를 비롯한 군의 대북 군사정보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군 안팎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들 기관이 생산하는 북한군 전술·전략 정보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군사회담 협상 과정에서는 정확한 북한 군사정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군사정보 최고 책임부서인 국방정보본부 등에 대한 ‘경고등’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미 켜진 것으로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방정책 토론 자리에서 (대북) 정보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국방부 간부 ㄱ씨는 “VIP(대통령)께서 말씀 도중에 ‘정보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이는 합참정보본부를 비롯한 군 대북 정보부서를 언급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국방정보본부에서 특히 대북 군사정보는 합참정보본부 관할이다.

 

■ ‘괴물 정보’로 변질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보 문제’는 우선 합참의 대북 전술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참정보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군 관련 전술정보 일부가 남북 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팩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군이 아군의 혼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만전술을 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정보는 중요한 것도 아니고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군이 남북 군사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남측에 노출한 일부 정보는 북의 ‘기만전술’인 데다 정보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탈북 북한군에 대한 합동심문과 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탈북 북한군이 진술한 정보가 전술 군사정보에 반영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ㄱ씨는 ‘군사정보’가 ‘괴물 정보’로 변질되는 경우를 우려했다. 합참정보본부의 고질적인 관행이 전임자가 ‘A’라는 군사위협 정보를 생산하면 후임자가 전임자 판단을 뒤집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임자가 자신의 진급·보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개인적 친분이 깊은 선임자를 의식해 ‘A’를 기본으로 추가 정보를 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괴물 정보가 만들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정보본부 내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자의적 판단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 군사정보를 과대 포장했다는 의심을 산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북한군이 한때 장비 노후화와 기름 부족으로 일부 전차사단과 포병사단을 해체하자 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해체한 사단을 경보병 사단으로 재편해 전투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북한군 전투력이 줄어든 것을 오히려 높아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잘못 생산된 표적 정보 등으로 인한 유사시 아군의 화력 낭비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잘못된 정보 판단으로 다연장로켓체계(MLRS) 공격이면 충분한 표적에 대해 1발에 20억원 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까지 동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역 장성 ㄷ씨는 “정보본부가 생산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가끔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본부가 이순진 합참의장(육군 대장)에게 보고했던 북한군 ‘장사정포’ 관련 사례를 들었다. 당시 정보본부는 “북한군이 대공포로도 활용이 가능한 개량형 장사정포를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장사정포가 항공기도 격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공군의 전시 목표물 타격작전 방식을 모조리 뜯어고쳐야 할 판이었다. 종합적인 분석·조사 결과 이 보고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만약 이 보고에 기초해 전력증강이 이뤄졌다면 국민 ‘혈세’가 엉뚱한 곳에 투입될 수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부를 의식한 비효율적인 중복 보고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합참 간부 ㄹ씨는 “남북 군사합의 이후 북한정보부와 정보융합실의 대북 정보 상당 부분이 중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군 수뇌부 관심이 높아지자 양측이 정보를 조율하기보다는 경쟁적으로 보고를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본부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는 블랙북(일일 특수정보 보고서)조차 핵심적 분석은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단순한 정보 모음집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유효한 형편이다.

그러나 합참 장성 ㅁ씨는 “정보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팩트에 근접해 나가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감수한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현역 장성 ㅂ씨는 “적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는 비효율적인 전력 대응으로 돌아온다”며 “그런데도 ‘적에 대해서는 최대 평가, 아군에 대해서는 최소 평가’를 해야 전쟁에서 안전하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고급 지휘관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적을 과대 포장하면 자칫 적에 대한 잘못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는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 독점’을 활용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해외 무관 출신인 예비역 대령 ㅅ씨는 “지난 정권에서 ㅇ정보본부장(중장)이 무관 내정자들을 상대로 교육하면서 ‘북한 정권이 3년 이내에 붕괴한다’고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한 발언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합참정보본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북한 핵실험을 예측하지 못했다. 나아가 징후조차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정보본부장은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북의 핵실험 징후는 1개월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2016년 1월 북의 4차 핵실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해 ‘망신’을 샀다. 이후 군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후에는 언제 발사 버튼을 누를지 알 수 없다”며 “게다가 핵실험은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더더욱 알기 어렵다”고 변명했다.

 

■ ‘왔다 갔다’ 정보 분석

 

합참정보본부는 2016년 8월 북한 노동미사일 2발 발사를 1발 발사라고 정보를 왜곡해 발표한 사례도 있다. 당시 첫 번째 노동미사일 발사가 폭발로 실패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효용성 논란에 이용될 수 있다는 청와대 판단을 고려해 정보를 왜곡했다고 당시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군 정보당국의 이런 ‘왔다 갔다식’ 정보 분석이 나올 때마다 정보사항을 정치적으로 가공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안보 마케팅’이 필요할 경우 안보 위기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분석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낙관적인 ‘로 키’로 방향을 잡는 식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합참정보본부는 ‘안이한’ 정보 분석으로 또 질타를 받았다. 앞서 전년도 5월8일 북한이 SLBM 모의탄 사출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북한이 공중점화쇼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제 SLBM 개발 완료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하자 합참정보본부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북한의 죽기 살기식 도전’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군 정보당국 간부들의 일탈도 심상치 않다. 정보부대 ㅈ장군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에 부하 여성 장교를 성추행했다가 구속됐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국군정보사령부 간부들이 다른 국가 정보요원들에게 수천만원을 받고 해외 비밀공작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 100여건을 팔아넘겼다 구속 수사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정보본부 등은 군사기밀을 군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부서로 국가정보원 외에는 사실상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다. ‘정보 서비스’보다는 ‘정보 독점’에 집중하는 등 군 정보당국의 정보 전달체계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도 인식했다. 그는 재임 시절 국방정보본부에 정보병과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군 대북 군사정보당국의 자의적 정보 판단과 오류가 반복 노출될 경우 대대적인 ‘외부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판결 이후 날 선 대립을 이어오던 한·일관계가 지난달 20일 발생한 일본 자위대 P-1 초계기의 ‘위협비행’으로 격랑 속으로 더 빠져들고 있다. 상황은 점입가경이다. 일본 정부의 ‘피해자 코스프레’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방위상과 관방장관, 총리까지 나서 적반하장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국방부가 일본이 도발한 ‘프레임 전쟁’에 말려들었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13일 만인 지난 2일에야 일본 측에 사과를 처음으로 요구하는 등 수세적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그동안에는 마치 한국이 “우린 잘못한 것 없는데 일본 측이 오해하고 있다”는 식의 변명하는 듯한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줬다. 국방부가 일본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시지탄’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사실 사안은 간단하다. 엄밀히 말해 한국 해군 입장에서 보면 ‘레이더 논란’이 아니라 일본 자위대 P-1 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이 본질이다. 군국주의 시절 ‘가미카제’를 연상시킬 정도로 무모하게 비행한 일본 P-1 초계기가 문제였다는 게 사건의 핵심이다.

일본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가 공격적인 레이더 전파를 맞았다는 증거는 없다. 당시 일본 초계기는 아무런 위협도 느끼지 않았다. 위협을 느꼈다면 조종사는 무조건 ‘풀파워(전속력 회피)’를 외치며 자리를 피했어야 한다.

 

일본 초계기는 또 대공미사일을 갖춘 군함을 경계하기는커녕 무모하게 접근했다. 일본 P-1 초계기는 대잠탄과 어뢰뿐만 아니라 대함 유도탄, 공대지 미사일 등을 장착할 수 있다. 구축함 입장에서는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통상 예측불가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군함에는 함부로 접근하지 않는 게 국제 관례다. 그런 만큼 한국 해군 초계기는 외국 군함을 발견하면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멀찍이 떨어진 데서 사전 교신을 한다. 1~1.5㎞ 이내에는 접근하지 않은 상태에서 교신을 시도한다. 그런 후 인가를 받고 들어가서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게다가 일본 자위대는 ‘사고 전과자’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1990년대 림팩 훈련에서 표적 예인기 역할을 하던 미 해군의 A-6E기 한 대를 ‘오발’로 떨어뜨렸다. 일본은 호위함 근접방어무기(CIWS)가 오작동했다고 변명했으나 조준 자체가 A-6E기를 향했던 것으로 분석 결과 밝혀졌다. 미군기 격추 7개월 전인 1995년 11월에는 항공자위대의 F-15J 전투기가 앞서 가던 동료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 명중시키는 사건도 벌어졌다. 처음에는 기기 오작동으로 알려졌지만, 나중에 조종사 실수로 드러났다. 두 사건 초기에 일본은 거짓으로 일관했다. 만약 한국 해군 P-3 초계기가 일본 초계기처럼 행동했다면 격추당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초계기의 상식 밖 행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일본 초계기는 한·일 해군 간 소통할 수 있는 통신망 대신 국제상선공통망을 이용했다. 사전에 치밀한 계획하에 통신을 했다는 핑계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후 일본 정부 각료들이 문제를 확대시켰고, 지난달 28일 13분7초 분량의 일본어판·영문판 영상을 공개해 파문 확산의 기폭제로 사용했다. 지난 1일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까지 가세했다.

 

둘째, 일본 초계기는 인도적인 해상 수색 및 구조 작전(SAR Operation) 현장에 사실상 난입해 구조활동을 방해했다. 당시 일본 P-1기의 광개토대왕함 상공 150m 저공 위협비행은 국제적으로 ‘비전문적 행위(unprofessional behavior)’였다. 파도가 바람에 날리는 ‘백파’ 현상이 나타나는 현장에서 조난 선박 식별을 위해 광학영상장비(EOTS)를 작동한 것을 두고, 마치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P-1기에 대해 적대행위를 한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SAR 작전의 기본 원칙과 정신을 무시한 것이다.

 

일본 P-1기는 구조활동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광개토대왕함에 근접비행을 하면서 헬리콥터 탑재 여부 정찰 등 위협적인 정보수집 활동을 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적성국 항공기라면 대공 미사일 격추를 자초하는 행위였다. 공해상에서 빠른 속도로 초계기가 위험수준으로 접근해 머리 위까지 왔는데 미사일 발사 준비조치를 하지 않은 광개토대왕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항해 중인 군함에 대한 저공 접근은 그만큼 위험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개토대왕함은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고려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지 않았다.

 

셋째, 일본 해상자위대는 스스로 일본 해군이라고 자처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제4항공군 소속 초계기 기장은 ‘일본 해상자위대(Japan Maritime Self-Defense Force·JMSDF)’가 아닌 “Japan Navy(일본 해군)”라고 수차례 스스로 불렀다. 이는 이미 일본이 정상 군대를 갖고 있다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키기 위한 교묘한 술책이다. 또 군사적 분쟁지역 확대를 통해 자위대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다. 군사력 보유 명분의 확보 차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일본이 ‘기획도발’을 했다는 정황증거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앞으로도 꼬투리를 잡을 수 있으면 사사건건 걸고 넘어가겠다는 일본 정부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그런 만큼 군의 대응도 단호해야 한다. 일본의 속내가 무엇이든, 국내 정치적 명분을 얻기 위한 도발 대상으로 한국을 정조준한 것이 이번 사건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과 요구에 그치지 말고 필요하다면 정경두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인도적인 작전을 방해한 일본 해상자위대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요청해야 한다. 일본 초계기는 한·일 간 20년 가까이 실시해온 ‘수색 및 구조 훈련(SAREX)’을 무력화시켰다. 국제사회에도 일 자위대의 행위가 한·일 간 상호 협력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동북아 및 태평양 안보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군 당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극 부인하자니 ‘긁어 부스럼’이 되면서 오히려 가짜뉴스를 키워줄까 우려스럽고, 놔두자니 유언비어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서다.

 

최근에는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중장)의 ‘9·19 남북 군사합의서 불복’이라는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전 사령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상관의 불법 부당한 지시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정당 행위로 이번 9·19 남북 군사합의서는 3가지 이유로 따를 수 없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해병대는 사실무근의 가짜뉴스라는 입장이다.

 

경기 양평 비승사격장 일대에서 훈련 중인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코브라(AH-1S) 공격헬기가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같은 기종의 헬기 6대가 백령도에 배치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앞서 국방부는 ‘해병대가 동·서해 북방한계선 및 한강 하구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반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악의적 보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9·19 군사합의와 별개로 서북도서 등에 대한 군의 군사 전략 및 전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이 ‘안보 무능’을 가리기 위해 실시한 즉흥적인 ‘군사 아마추어리즘’ 무력 증강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서북도서에서의 끝없는 군비경쟁을 통해 무모한 소모전의 악순환이 빚어졌고, 역설적으로 보수정권의 안보 무능이 가려져왔다고 비판해왔다.

 

■ ‘계륵’이 된 코브라 헬기

 

군은 2010년 11월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육군 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 예하 111항공전대 AH-1S 코브라 헬기 6대를 백령도에 배치했다. 북한 공기부양정 침투 등 국지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목이었다. 북한의 고암포 기지에서 출발한 공방급 공기부양정이 1시간 내에 백령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코브라 헬기 전대가 백령도에 배치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코브라 헬기 6대를 백령도에 배치하기 위해 국민세금 500억원을 들여 격납고를 건설했다.

 

섬에서 산을 깎고, 격납고 안에 육지의 헬기 격납고에 없는 시설들까지 넣다보니 건설 예산이 육지 시설보다 훨씬 많이 투입됐다.

 

이 코브라 헬기 전대는 백령도 배치 때부터 ‘유사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코브라 헬기가 북한군 공기부양정의 기습 침투 대비용이라고는 하지만 북한군 해안포가 집중 포격을 할 경우 과연 뜰 수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코브라 헬기는 유도무기가 없어 명중률이 떨어지고 야간이나 악천후에 취약하다. 실제 서해5도 작전에선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당시 백령도를 찾은 예비역 육군 대장에게서도 나왔다. 육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역시 유사시 북한 공기부양정 차단을 위해 서해5도에 긴급 전개한다는 점도 코브라 헬기 배치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령도에 배치된 코브라 헬기에 대한 문제점은 과거 국회 국방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먼저 서북도서에 배치된 AH-1S 코브라 헬기는 전시에는 항작사로 복귀할 전력이다. 이 코브라 헬기를 운용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해상 공중이동이 어려워 독도함에 싣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육상용인 코브라 헬기는 부분적인 해상작전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엔진이 하나인 단발 헬기로 규정상 육지에서 수㎞ 떨어진 해상에서의 비행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백령도의 코브라 헬기는 정비 등을 위해서도 수시로 육지로 옮겨야 하는데 독도함에 바로 싣고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6시간이 소요된다.

코브라 헬기는 백령도에서 로켓포 발사 훈련을 할 때도 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상례다. 가까운 바다라도 나갈 경우 기체의 염분 세척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작업을 피하기 위해서다. 항작사는 부대 운용의 어려움이 많아 해병대에 백령도의 코브라 헬기 전대를 이양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병대가 거부하면서 백령도 코브라 헬기는 사실상 ‘계륵’이 됐다.

 

■ 무용지물 된 정찰·탐지자산

 

보수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대북 감시능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240억원을 들여 무인 전술비행선 2대를 도입했다. 열기구 형태의 전술비행선은 광학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갖추고 지상과 로프로 연결된 10㎞ 상공에서 북한 지역을 감시하는 정찰자산이다.

 

그러나 1대는 2013년 12월 업체 직원의 실수로 일부 파손됐고, 나머지 1대도 수락검사(성능검사) 도중 백령도 140m 상공에서 기술적 문제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게다가 비행체에서 수집된 정보가 지상으로 원활히 전송되지 않는 결함도 발생했다.

 

군 당국은 전술비행선의 도입 목적을 서북도서 북쪽 북한군, 특히 포병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약 단속 등 목적으로 주로 미국 남부 해안지역에서 사용하던 전술비행선을 바람이 강하고 기온차가 큰 서북도서에서 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 전술비행선은 고정식이나 마찬가지여서 유사시 북한군 미사일 한방이면 파괴되는 약점도 갖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활동 중인 해군 정보함인 ‘신세기함’에 무인정찰기(UAV)를 배치하는 사업도 2016년 말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영상 확보용 무인정찰기 3대 중 2대가 추락하는 등 기한을 넘기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허술한 검증과 조급증으로 사업을 추진해 대규모 국고가 투입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다 결국 실패로 끝난 셈이다. 보수정부의 안보 무능을 감추기 위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전력 증강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대당 50억여원에 달하는 음향표적탐지장비 ‘할로(HALO·Hostile Artillery Locating System)’도 실패로 끝난 대표적인 ‘땜질처방’ 전력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당 14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인 신형 대포병 레이더 ‘아서’가 하루 6시간 이상 가동하면 과부하로 고장나거나 해무가 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영국 셀렉스사로부터 할로 2대를 긴급 구입해 배치했다. 당시 군 당국은 “할로가 포격 시 발생하는 파열음을 마이크로 수신해 포탄의 탄착점과 도발 원점을 탐지할 수 있다”며 “탐지거리가 30㎞에 달하며 탐지 확률도 90%에 가깝다”고 밝혔다. 날아오는 포탄 소리를 듣고 적 포진지를 역추적해 K-9 자주포 등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신형 장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할로는 파도가 심한 서해5도 지역에서는 파도 소리 등에 간섭을 받아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애초부터 사막지대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할로를 서해5도에 배치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결국 해병대에서 운용하던 할로는 2013년 말과 2016년 단계적으로 철수해 육군 부대로 옮겨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1월23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관련 현황보고를 받기 위해 지휘통제실로 들어서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훈·포장 못 받은 해병대원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는 북한군 포격이 시작된 지 13분 만에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했다. 당시 연평도 K-9 자주포 6문 가운데 1문은 불발탄으로 포신이 파열됐다. 1문은 북한군 로켓포 파편이 자주포의 측면 열린 부분을 통해 튀어 들어가 장비 연결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또 북한군 로켓포탄이 폐장약에 떨어져 K-9 자주포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평부대 포7중대는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당시 포7중대장 김정수 대위(현재 소령)가 매일 전투배치 훈련을 하면서 1년간 460여회 전투배치 사격절차를 익힌 결과였다. 부대원들은 K-9 자주포 내부와 포상에서 눈을 감고도 사격절차 진행이 가능할 정도였다.

 

당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군이 10여명 숨지고 30여명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연평도 포격전 이후 북한 병사들이 ‘남조선 군대와 싸우기를 꺼린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평도 전투를 사실상 승리로 이끈 생존 해병대원들에게 훈·포장 수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군에 더 큰 타격을 준 해병부대의 전술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부대 표창만 주어졌다. 표창을 받은 사유도 ‘전공’이 아니라 ‘모범적인 부대생활’로 표기됐다. 이를 놓고 북한군 도발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로 일관했던 당시 군 수뇌부가 자칫 일선 해병부대의 단호한 전투태세와 비교될까 우려한 때문이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보수정부는 ‘연평도 포격 도발 백서’조차 만들지 않았다. 이 역시 군 수뇌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무능이 드러날까 봐서였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육군 병과 배지들

 

내년 1월부터는 ‘헌병’이 ‘군사경찰’로 바뀌는 등 군의 5개 병과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개정안은 오는 24일까지 입법예고된 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중 입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법예고에 따라 육·해·공군의 ‘헌병’은 ‘군사경찰’로, ‘정훈’은 ‘공보정훈’으로, ‘인사행정’은 ‘인사’로 병과 명칭이 바뀌게 된다. 해·공군의 ‘시설’은 ‘공병’으로, 육군 ‘화학’은 ‘화생방’으로 병과 명칭이 변경된다.

 

이를 놓고 군 내부에서는 병과 명칭 변경뿐만이 아니라 병과 통폐합 등 거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병과 대부분이 6·25전쟁 전후에 만들어져 70년 가까이 혁신적 변화가 한번도 이뤄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병과 역사에 집착하는 군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

 

■ 명칭 논란

 

정훈 병과는 육군의 경우 1966년 10월4일 창설됐다. 정훈은 정치훈련(政治訓練)의 줄임말로, 사상과 이념 무장을 강조했던 시절 군인의 정신력과 신념, 충성심을 강화시키기 위한 병과로 만들어졌다. 국군의 정훈장교는 북한군의 정치장교와 같은 개념으로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2002년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이 정훈 병과와 기무사의 통합을 지시하기도 했으나, 그의 퇴임 이후 유야무야됐다.

 

정훈 병과 명칭이 ‘공보정훈(公報精訓)’으로 바뀐 데는 ‘정훈’이란 용어를 버릴 수 없다는 예비역들의 압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훈’ 용어를 지키기 위해 ‘정치’를 떠올리게 하는 정(政)자를 정신을 뜻하는 정(精)자로 교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국가 군대에서 정훈 병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헌병’ 병과는 창설 70년 만에 군의 경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군사경찰’로 개명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헌병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던 것을 해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일부 헌병 예비역들은 “고종황제 때 설치된 일본식 헌병사령부는 1907년 일본의 군대 강제해산 때 폐지됐다”며 “광복 후 미국식 헌병(MP)으로 거듭났는데 일제 잔재를 이유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역 헌병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헌병 병과 내부에서는 ‘군사경찰’보다는 차라리 ‘군 검찰’처럼 ‘군 경찰’로 명칭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군사경찰’이라는 용어 자체도 여전히 ‘헌병’ 이미지와 겹친다는 것이다. ‘군사경찰’ 명칭은 군 수뇌부에서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병과와 전장 환경

 

군대의 병과는 군인이 수행하는 주요 임무를 분류한 것이다. 한국 육군은 24개 병과와 28개 직능특기를 운용하고 있다.

 

24개 병과는 8개 전투(보병·기갑·포병·방공·정보·공병·정보통신·항공), 5개 기술(화학·병기·병참·수송·군수), 4개 행정(인사행정·헌병·재정·정훈), 7개 특수(군의·치의·수의·의정·간호·법무·군종) 등으로 구성돼 있다.

 

28개 직능특기는 14개 부특기(인사관리·인력획득·인사근무복지·조직편성·교육훈련·연합합동작전·교리연구·특수전·군수관리·군수지원·동원관리·정책기획·군사전략·전력)와 4개 전문(정보전문·항공군수·군악·기무), 4개 직무(목사·신부·법사·교무), 6개 특수(교수·연구개발·획득전문·국방관리·정책·국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직능특기는 원래 병과를 유지하면서 특별한 전문성을 반영하는 체계를 말한다.

 

한국군의 병과와 직능특기 구분을 미군과 독일군 등 외국군과 견줘보면 현대 전장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 육군의 경우 병과를 28개로 구분하고 있다.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특수전, 심리전, 민사, 사이버(2014년 창설), 특수의무 병과를 운용하고 있다. 특수전·심리전·민사 병과는 장교 임관 후 특수전 부대에서 3년 이상 복무한 대위 가운데서 선발한다. 또 군사정보 병과 장교의 60%는 보병, 기갑, 포병, 방공, 화학 병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제병협동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미 육군에는 정훈 병과가 없다. 대신 군의 ‘공보’ 파트를 병과가 아닌 직능분야로 관리한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 중부군사령부 부사령관이면서 공보관을 겸했다. 미 해·공군은 육군과 다르게 ‘공보’를 직능이 아닌 병과로 분류한 게 특이하다. 이 밖에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우주작전’ ‘전자전’ ‘전력운영’ 직능을 운용하고 있다.

 

독일 육군은 2010년 합동지원군이 창설되면서 20개 병과를 14개 병과로 축소·통합했다. 독일군은 병과를 축소하면서 전자전 병과와 민사심리전 병과를 합동지원군 예하에 새로 만들었다. 독일군 병과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위임이 가능한 분야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독일군은 경리와 군종 분야를 민간에 위임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군 일각에서도 군종 병과를 민간에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군은 특히 4개 특정 종단만으로 군종장교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다종교 사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군에는 법무 병과도 없다. 독일군은 평시에 특별군사법원 설치를 금지하고, 전시나 해외 주둔인 경우에 특별군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독립된 군 검찰 조직이 없고 군인 범죄 및 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는 일반 검사가 담당한다. 프랑스군도 민간법원에 37개의 특별부를 설치해 군형법을 위반한 군인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 한국군 병과는 ‘골품제’

 

한국군 장교의 진급은 기본적으로 전투 병과 우선이다. 여기서도 보병이 가장 최우선이다. 같은 보병이라도 계급이 높아질수록 합동작전 등 특정 직능특기 장교가 통상 먼저 선발된다.

 

문제는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의 사령관을 각 군의 특정 병과 장군이 독식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다. 항공작전사령관에는 허건영 소장이 지난해 9월 부임하기 전까지 4년5개월 동안 조종사 자격증도 없는 보병 출신 장군이 줄줄이 임명됐다. 수년 전에는 특수전사령부 근무 경험이 없는 보병 장군이 특전사령관을 맡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군은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의 임무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장군을 각 군 사령관으로 보임해 임무수행 능력을 제고하는 게 아니라, 특정 군·특정 병과·특정 출신을 발탁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인사사령부와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군수지원사령부, 방공관제사령부 등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 사령관에도 육군 보병·해군 항해·공군 조종 병과 출신 장군이 임명되는 사례가 잦다. 인사철만 되면 국방부는 “장군은 병과 구분이 없다”며 “지휘관의 지휘통솔 능력을 고려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군맥과 정치적 고려에 따른 선발 인사의 후유증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각 사령부의 임무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겸비한 장군이 사령관에 보임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행(기술행정) 병과 장교들은 장군 되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힘들다. 특히 해·공군은 ‘별’ 달기가 더 힘들다. 이 때문에 해·공군 기행 병과에서는 “차라리 병과를 세세하게 나누지 말고 ‘대병과제’로 운영해 장교들이 역량을 두루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력 전문가인 육군 ㄱ소장은 “한국군은 미군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데다 그것마저 7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다”며 “국방개혁 2.0 못지않게 한국군의 병과를 발전적으로 재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과거 한 건강식품 광고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란 광고 문구가 히트를 친 것이다. 이 광고 문구는 건강식품을 광고할 때 식품위생법상 제품 성분 및 효능을 구체적으로 넣을 수 없어서 나온 고육책이었는데 역설적으로 그 어떤 표현보다 더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오래전 건강식품 광고를 뜬금없이 내세운 것은 ‘9·19 남북 군사합의서’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안타까움에서다. 게다가 6개 항목의 22개 조항으로 돼 있는 남북 군사합의서가 갖는 의미는 벌써 퇴색되는 분위기인 데다 이를 둘러싼 논란만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마디로 “남북 군사합의서, 한반도 평화에 참 좋은데…, 국민들이 알아주질 않네”라는 푸념이 나오는 판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국방부를 출입하면서 군을 20년 가까이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봤을 때 정부의 ‘9·19 남북 군사합의서’ 대국민 홍보는 거의 최악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아도 싸다. 국방부가 군내 적폐청산과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 브리핑을 봇물 터트리듯이 해왔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남북 군사합의서가 담고 있는 6개 항목의 하나하나는 신문 1면 머리기사나 방송 헤드라인을 장식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것들이었다. 항목 하나하나가 모두 국방부의 백브리핑이나 군 고위관계자 및 실무자들의 자세한 배경 설명이 요구되는 사안들이었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군사 합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이 합의한 항목 하나하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 의미를 설명했어야 했다. 그러려면 언론을 상대로 한 개 항목씩 나눠서 백브리핑을 해야 하는 기간만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필요했다. 또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 설명이 아닌 ‘엠바고’를 전제로 한 사전 브리핑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마치 양계장 닭들에게 모이를 뿌리듯 ‘남북 군사합의’ 보도자료와 해설자료를 기자들에게 돌리고 한두 차례 질의응답을 한 게 전부였다. 게다가 해설자료에 잘못 표기된 부분이 몇 군데 있다보니 “군이 북한에 양보한 것을 숨겼다”는 불필요한 억측도 이어졌다.

 

군의 편의주의적 ‘비밀주의’는 남북 군사합의 이행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남북 군사협상의 대상인 최전방 초소(GP) 숫자조차도 군사기밀이라는 군의 입장은 이해하기 힘들다. 협상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자료를 교환해 서로가 뻔히 아는 사실조차도 국민들은 알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국민들은 최전방에 얼마나 많은 GP가 있고, 그동안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은 상식인데도 말이다. 이 같은 군의 태도는 남북 군사합의를 비판하는 세력들이 GP 철수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할 수 있도록 시빗거리를 제공했다.

 

여기에다 남북한군 지휘관이 만나 악수했던 시기조차도 숨기는 국방부의 태도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국방부는 지난달 22일 강원 철원 화살머리고지 일대에서 공동유해발굴을 위한 남북 도로 연결 작업에 참여한 남북 인원들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인사하는 장면을 포함한 사진 4장을 공개했다. 사진을 찍은 시기는 국방부가 공개한 날보다 약 일주일 전이었다. 국방부는 남북 인원들이 만난 지 일주일이나 지난 후에 사진을 공개하면서 ‘정확한 날짜를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남북한군이 만나 악수하는 사진을 한참 뒤에 공개하면서 그것도 날짜를 정확히 알려줄 수 없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까닭인가. 또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에 등장하는 남측 군 지휘관은 전유광 육군 5사단장이었다. 북측 군 지휘관의 신원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알아서’ 밝히지 않았다. 북측 지휘관이 장군이라면 MDL에서 남북 장성이 악수하는 사진은 역사적 기록물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그 의미를 축소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방부의 부실한 발표와 설명은 몇몇 보수언론과 일부 군 출신 인사들의 반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다. “9·19 군사합의서가 한국군의 손발을 묶어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국방부 장관 출신이 포함된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 토론회로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태도가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는 점이다. 정공법적인 대응보다는 뒷담화식으로 비판세력을 비난하는 식이기 때문이다. 남북 군사합의를 비판하는 예비역 고위 장성에 대해 ‘현역 시절 입장과 다르다’는 그의 이율배반식 태도를 여당 국회의원을 통해 지적하거나, 정부를 지지하는 예비역 장성들의 언론 기고를 부추기는 게 대표적이다.

 

야전에서는 정훈장교들의 하소연도 들린다. 상부에서는 남북 군사합의 의미를 장병들에게 잘 홍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뭐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다. 자신들도 기껏해야 신문 보도 수준의 정보밖에 없는데, 그나마도 중구난방식 보도여서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는 데는 남북 군사합의에 대한 ‘무소신’ 장군들의 태도도 한몫하고 있다. 구태여 나서서 정권이 바뀐 뒤에 불이익을 당할 이유가 없다는 식이다. 실제로 머릿속은 ‘태극기 깃발부대’인데 몸은 촛불이 흔들리는 대로 이리저리 따라가는 장군들의 모습도 보인다. 심지어 인사철을 앞두고 진급 후보 대상자들이 써야 하는 서식에 “본인은 진급을 원하지 않는다”고 기재했음을 주변에 밝힌 장군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어차피 지금 정권에 찍혀 진급이 안될 것이 뻔한 그의 입장에서는 정권이 바뀐 후에 ‘과거 정권에서 진급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신’으로 둔갑할 것이다.

 

어찌 됐든 정부가 남북 군사합의가 한반도 평화에 좋은 점을 국민들에게 표현할 방법은 차고도 넘친다. 건강식품처럼 제품 성분 및 효능을 구체적으로 광고 문구에 넣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안보부서 고위층과 장군들은 그것을 대놓고 표현하기를 싫어하는 것 같다. ‘군사기밀’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서 말이다. 그러면서도 언론 입장에서는 정보가 없어 팩트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한 한마디를 꼭 한다. “우리 군의 안보태세에는 전혀 변함이 없다”고.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은 지난 7일 문건 작성의 실행계획 여부 등을 밝히지 못하고 104일 만에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합수단은 그 이유로 사건의 ‘키맨’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미국 도피를 들었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가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용두사미’ 격으로 사실상 끝나면서 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 조현천 미스터리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미국에는 조 전 사령관의 형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는 또 영관장교 시절 육군 종합행정학교 군사영어반 교관을 지냈을 만큼 영어 실력이 뛰어나 미국에서 생활하는 데 언어적 어려움이 없다.

 

출처: 경향신문DB

 

합수단은 지난 7월23일 수사 착수 이후 5개월에 가깝도록 조 전 사령관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간간이 해오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미 합수단 수사 착수 열흘 전인 7월12일부터 모두 끊은 상태다.

 

합수단이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요청도 통상 사례보다 뒤늦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출범한 지 두 달이나 지난 9월20일에야 조 전 사령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것도 조 전 사령관이 혹시나 추석에 귀국할 경우 신병확보를 위해 발부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를 통한 ‘여권 반납 명령’과 같은 여권 무효화 조치는 10월2일에야 이뤄졌다.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는 자료 송달은 이보다 더 늦은 10월16일이었다. 통상적인 특수수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강제귀국 절차를 밟더라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수사 기간이 한정된 합수단으로선 강제 신병확보 방안에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노만석 합수단장은 “체포영장에 담을 범죄혐의 소명 작업과 자진 귀국 설득 작업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지난 7월 군 검사 8명, 민간 검사 7명, 수사관 12명 등 총 37명으로 수사단을 꾸려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

 

합수단은 또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을 직접 대면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합수단은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권한대행을 상대로 그를 만난 적이 있는지 질의도 하지 못했다. 조 전 사령관을 먼저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전 사령관은 대구·경북(TK) 인맥이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고와 육군사관학교(38기)를 졸업했다.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구속)의 대구고 후배다. 조 전 사령관의 군 생활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영관장교 시절까지는 진급에서 번번이 누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기에도 군을 장악하고 있던 같은 TK였던 상주·김천 라인 실세들로부터 홀대를 받았다.

 

그가 군 실세로 부각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조 전 사령관은 재직 시절 대부분 오후 10시 이전이면 종로구 청운동 기무사령관 공관으로 복귀했다. 술자리 2차를 가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 기무사 안팎에서는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행동한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 전 사령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 재직해 기무사령관 임기 후반의 4개월가량은 현 정부 시기와 겹친다. 군 수뇌부 인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단행되지 못하고 8월 말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사이 국방부 안팎에서는 “조현천 기무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국방개혁”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어찌 보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이런 역설적인 발상의 발원지는 ‘여의도’였다. 당시 기무사 관계자들은 ‘헛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기무사 측에서 분위기를 띄웠다는 말이 파다했다.

 

조 전 사령관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적도 논란거리다. 군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조사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비역 장성 ㄱ씨는 “군 내부뿐만이 아니라 예비역들 사이에서도 조 전 사령관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에서 조 전 사령관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소문을 일축시키기 위해서라도 조 전 사령관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적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이 나온다면 ‘누구를’ ‘무슨 목적으로’ 만났는지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출입·행적 기록을 2016년 10월부터 대선 때인 지난해 5월 초까지만 조사했을 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분은 하지 않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의 미국 도피 중에도 매달 450만원에 달하는 그의 군인연금은 계속 지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인연금이 도피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방부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군인연금 지급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고, 기소중지자에 대한 연금제한을 위한 법 개정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교민들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현상수배한 전단. 북미민주포럼 트위터 캡처

 

■ 소강원 미스터리

 

합수단은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에 대해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허위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은 소 전 참모장으로부터 비롯됐다. 군 간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소 전 참모장이 지난 3월 초 “이런 게 있습니다”라며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에게 용도폐기된 계엄령 문건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해 말 기무사 댓글사건 조사 TF가 기무사 서버를 조사하면서 찾아낸 것 가운데 계엄 문건도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소 전 참모장의 USB 자진 제출은 당시 군인권센터가 수방사의 위수령 관련 문건을 거론하면서 국방부에서 면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전 군에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무사)도 과거 이런 것을 검토했다’는 사항으로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USB의 자진 제출은 자신의 ‘목줄’을 스스로 조인 결과로 이어졌다. 전 기무사 간부는 “소 전 참모장이 USB를 폐기처분했으면 계엄령 문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지면서 절대 수면 위로 나올 수 없었다”며 “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차원에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이 지난 7월26일 계엄령 문건 작성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일각에서는 “계엄령 문건이 실행의지가 있는 것이었다면 소 전 참모장이 USB를 내놓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합수단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문건 제출의 동기 부분에 대한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잘 알려졌다시피 이 전 사령관은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에게 어떻게 이 사안을 보고했는지를 놓고 국회에서 송 장관과 ‘진실게임’ 설전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여야는 지난 8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군에서는 합수단의 계엄령 문건 수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여야의 정치공세와 증인으로 나선 군 선후배들의 ‘진실공방 싸움’으로 진실규명은 더 오리무중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대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귤 200t은 28억원 어치, 송이버섯 2t 가격과 비슷···송이버섯 1㎏‘14만원’, 귤 10㎏ ‘1만4000원’

 

청와대는 11일 북한 측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귤은 10㎏ 상자 2만개에 담아 이날과 12일 이틀에 걸쳐 공군 수송기(C-130) 4대가 하루에 두 번씩 모두 네 차례로 나눠 운반된다고 하니 꽤 많은 양이다.

 

11일 제주공항에서 장병들이 북한으로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적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측이 북측에 보낸 귤 200t은 대략 시중 가격으로 28억원 어치 쯤 되는 걸로 추정된다. 이로 미뤄 청와대가 북측이 보냈던 송이버섯 2t을 남측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얼추 비슷하게 가격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에서 송이버섯 1㎏의 가격은 14만원 정도이고, 귤 10㎏은 1만4000원 정도에 팔린다.

 

사실 남북간 만남에서 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9월 제주도에서는 남북 첫 국방장관회담이 열렸다.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회담 파트너였다.

 

조 장관과 김 부장은 제주공항에서 첫 상견례를 갖고 숙소 겸 회담장인 제주 서귀포 중문단지 내 호텔 롯데까지 같은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눴다.

 

조 장관은 제주공항에서 5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 일부러 제주도 해안도로를 돌며 가도록 했다고 훗날 술회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더 여유있는 대화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남북 군 수뇌부는 75분간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각 언론매체는 이를 ‘파격적인 승용차 밀담’이라고 보도했다.

 

두 군 수뇌는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공동입장을 화제삼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사람은 서로 살아가는 얘기와 제주도 풍광을 화제에 올렸다.

 

북측 김 부장은 승용차 안에서도 제주도의 감귤 농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나중에 조 전 장관은 “아마도 이북에서는 보기 힘든 감귤이 지천으로 깔린 모습이 눈에 크게 들어와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조 장관은 김 부장의 표정을 읽고 “요즘 남한에서는 귤이 ‘쓰레기’가 됐다”며 “우리 군에서는 감귤 쓰레기까지 처리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부장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반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제주지사가 귤을 공짜로 줄테니 군에서 제발 가져가서 처리해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2000년에는 제주도에서 귤이 예상 외로 큰 풍년이 들어 귤 가격이 폭락했을 때였다. 농장주들은 육지까지 운반하는 운송비도 안나온다는 이유로 귤을 현지에서 폐기처분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제주도 차원에서 군에 감귤을 구매해달라고 ‘SOS’를 쳤다.

 

조 장관은 “해군 LST까지 동원해 귤을 육지로 실어 나르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전군에 귤을 배급하고 있는 데 우리 군이 귤 처리까지 떠맡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부장은 상당히 놀란 듯 했으나 이를 애써 내색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표정에서 일종의 ‘속상함’으로 보일 수 있는 표정이 읽혀졌다는 게 조 전 장관의 후일담이다. 당시 조 장관은 남쪽의 풍족함을 은근히 자랑한 셈이었다.

 

김일철 북한 전 인민무력부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수년 전부터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가 만약 남측이 보낸 귤을 받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혹시라도 그가 당시 기억으로 남측이 감귤이 남아 돌아 보낸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새 귤은 그때처럼 가격이 폭락한 과일이 아니다. 그가 18년 전 제주도 감귤밭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마침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제주산 귤을 북측에 보낸 것과 관련해 “정치적인 타이밍이 아니라 맛의 타이밍이 참 좋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힌 터다. 황씨는 “유통과정 없이 곧장 보내는 것이니 귤밭에서 바로 따먹을 때의 맛이 날 것이다. 간혹 귤 옆에 작은 잎사귀가 하나씩 달려 있기도 할 것인데, 그 푸른 잎사귀를 보며 남녘 먼먼 섬의 따뜻한 겨울을 떠올릴 것”이라고 적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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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장군 숫자는 436명이다. 이 장군 숫자가 과거에는 군사기밀이었다. 군은 왜 ‘육·해·공군 장성이 몇명인지’를 비밀로 했을까.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에 국군 장성에 대한 정보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장군 숫자가 노출될 경우 “별이 너무 많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우려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정부는 비대해진 군 조직의 군살을 빼겠다는 게 국방개혁의 핵심이라며 장군 숫자를 공개했다.

 

군 관계자들은 언론의 질의나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해 툭하면 ‘군사기밀’이라고 포장해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실제로 군사기밀일 수도 있지만 대답하기가 귀찮으면 습관적으로 “비밀입니다”라는 말로 퉁쳐버리는 경우가 많은 듯싶다. 얼마 전에 합동참모본부 정보본부 관계자가 북한 인민무력성 부상(차관급) 숫자는 군사기밀이라고 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인민무력성 부상들에 대한 소개는 통일부 홈페이지에 실린 북한인명록에도 올라가 있는데 말이다.

 

 

지금은 창고로 들어간 대북확성기도 마찬가지다. 군은 합참 정보본부 심리전단이 관리했던 대북확성기의 위치도 비밀에 부쳤다. 그러나 전방지역 안보전망대를 가본 관광객들은 다 안다. 전망대 옆의 북한군 초소에서도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대북확성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처럼 북한군도 뻔히 알고, 관광객들도 훤히 알고 있는 대북확성기 위치를 군 당국은 ‘군사기밀’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알고 있더라도 군이 밝히는 것 자체가 북한군에게 확인시켜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비밀로 한다는 핑계를 댔다.

 

군의 군사기밀 분류는 자의적이고 이중적이기까지 하다. 정치적 목적이나 군의 책임 회피를 위해서는 군사기밀의 봉인이 너무도 쉽게 풀린다. 2015년 8월 경기 파주 인근 비무장지대(DMZ) 추진철책 통문에서 북한군이 설치한 목함지뢰 폭발사고(사진)가 대표적이다. 군 당국은 1953년 정전 이후 최초로 사건 현장인 DMZ 추진철책까지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관련 사진도 제공했다. 합참은 목함지뢰 2차 폭발 당시 상황을 담은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까지 공개했다. 군 감시장비 자산으로 찍은 영상은 북한군이 감시장비의 해상도를 알 수 있다는 이유로 모두 대외비로 해왔던 자료였다. 이 때문에 군 당국은 ‘안보 무능’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군사상황을 과잉 노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군 당국은 그러면서 서부전선 포격사건과 관련한 동영상 제공 요청은 묵살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당시 유엔사는 한국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다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던 터였다.

 

주요 군사기지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군 전략부대인 미사일사령부의 위치가 국감 일정 공개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이전까지 미사일사령부의 위치는 군 당국이 대외비로 해 왔다. 2년 전에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는 이유로 비밀이었던 수도권 패트리어트 레이더 기지와 조기경보 레이더 ‘그린파인’ 기지의 위치를 공개했다. 당시 군 당국은 사드 자체의 정확한 요격 범위나 효용성, 환경영향성 등에 대해서는 ‘군사보안’을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면서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비밀 군사시설은 공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군 당국이 언제는 군사기밀이라고 했다가, 느닷없이 언론에 공개하는 사례의 뒷배경에는 책임회피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

 

북한군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부근 섬인 장재도에 설치한 2개의 가짜 해안포를 봐도 군의 입장이 얼마나 조변석개인지를 알 수 있다. 군은 북이 2개 해안포의 포문을 닫지 않은 것은 가짜 포문이기 때문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과거 같으면 군의 정보능력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일절 언급하지 않았을 사안이었다.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를 성실히 지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 벌어진 일이었다.

 

최근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DMZ 남북유해발굴 현장 방문을 소개한 홍보 동영상에 감시초소(GP) 통문번호가 노출됐다는 이유로 공식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GP 통문번호가 과연 군사기밀로 분류할 만큼 비밀이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국방부는 ‘군사기밀에 속하는 사안은 아니나, 군사훈련을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한다.

 

남북은 10여 개의 최전방 GP를 시범 철수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데 합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군 당국이 아군 GP 현황을 북한군에 전달하고, 북한군 GP 현황에 대한 정보를 받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은 최전방의 남북한군 GP 현황은 물론 그 숫자조차도 군사기밀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언론보도마다 GP 숫자가 들쭉날쭉이다. 북한군도 뻔히 알고 있는 GP 숫자를 공개하지 않는 데 대해 군 당국은 ‘조자룡 헌칼 쓰듯’하는 이유를 댄다. 북한군이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 군이 이를 밝히면 공식적인 확인이 되기 때문에 공개가 어렵다는 것이다. 군 당국은 잘 이해되는 이유일지 모르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변명이다.

 

군은 책임회피나 원하는 여론조성을 위해서라면 군사기밀 봉인을 쉽게 떼고, 불리하면 ‘군사기밀’ 명패 뒤에 숨어버리는 게 습관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군사기밀 가운데 실제로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것들이 과연 몇프로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애초부터 비밀로 분류하지 않아도 될 사안들에 대해서도 일단 군사기밀에 넣고 보자는 식의 군내 관행을 반증하는 사례들이 숱하기 때문이다. ‘꿩 대가리 숨기기’라는 말이 있다. 꿩이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해야 할 때, 머리만 수풀에 처박고 몸통은 훤히 드러나게 두는 우스운 꼴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군 당국이 군사기밀이라고 하는 것들의 상당수가 이 ‘꿩 대가리 숨기기’를 연상시킨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군에서 ‘신앙’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효과적인 정신전력이다. 유사시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군인에게 종교는 ‘생사관’과도 연관돼 있어 종교활동을 권장받는다. 하지만 군 인사철이 되면 인사권자가 다니는 종교시설 주차장이 갑자기 붐빈다는 얘기는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군 장성 정기인사를 앞두고 여전히 유효하다.

 

■ 인사 논란과 반박

 

육군은 4연속으로 개신교를 믿는 참모총장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육군본부 실·부장급 7명이 개신교’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특정 종교를 둘러싼 말이 유난히 많아졌다. 이에 대해 육군은 “전체 실·부장 참모 14명 가운데 절반인 것은 맞다”면서 “이는 육군 내 개신교(기독교) 신자인 장군 비율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육군 내 장군 가운데 기독교가 49%, 천주교와 불교가 각각 21%, 무교가 9%라는 것이다.

 

 

군내 종교활동이 개인의 종교활동 보장 차원을 넘어 선교나 포교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 결과 응답 병사 중 17%는 특정 종교를 강요받은 적이 있고, 40%는 종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5월 단행된 육군 군단장·사단장 인사에서 진급자 12명 가운데 9명이 개신교였던 것에 대해서는 “종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육군 준장 진급자 52명 가운데 불자가 전투병과 여군장군 2명을 포함해 18명이었다”며 “보통 10명 안팎이었던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육군은 한 훈련기관 지휘관의 임기를 이례적으로 연장한 것이 ‘군 선교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군내 의혹에 대해 “전문성을 고려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장군의 임기가 연장된 사례를 들며 “인사철을 앞두고 진급이 어려워진 인사 불만자들의 음해”라고 했다.

 

한국기독군인연합회(KMCF) 소속 장교들이 종교시설이 아닌 육군본부 회의실에 모여 성경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과시간 이외 시간에 하는 것이어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개신교 장교들은 대체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장교들의 군 근무시설 내 종교활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개월 전에는 예비역 장성이 영내 생활 중인 육사 기독교 생도들을 따로 불러내 종교모임을 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용우 참모총장이 지난 6월 6·25구국성회 행사 인사말에서 “우리 군이 ‘하나님이 지키시는 군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 언급이 장군 인사철을 앞두고 다시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은 “이 발언의 취지는 개인 종교를 떠나 각 종파별 행사가 군의 신앙전력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당부하는 차원이었다”며 “김 총장이 취임 때부터 출신지역, 성별, 종교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군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육군 내부에서 종교적으로 편향된 부분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군내 선교·포교의 명암

 

군내 종교활동은 장병들에게 정신적·영적 자양분을 공급해 줌으로써 신앙을 통한 전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군내 종교활동이 개인의 종교활동 보장 차원을 넘어 선교나 포교 차원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가릴 것 없이 다 마찬가지다.

 

군종장교 스스로 “군대는 ‘선교의 가두리양식장’” “포교의 황금어장”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주변에 신자와 신도 확장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병사들에게 매주 종교시설을 찾을 때마다 찍어준 도장이 10개가 되면 1일 외박을 주는 부대도 생겨났다. 훈련소에서는 훈련병들이 간식으로 종교를 결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군내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영향력이 큰 군 교회에서는 ‘선 세례, 후 교육’을 앞세워 5주 신병훈련기간 동안 5차례 예배와 함께 세례식을 열고 있다. 그 결과 1년에 15만명이 세례를 받고 있다.

 

국방부 신앙전력과도 매년 9월이면 육·해·공군에 ‘장병 종교 신자 현황 입력 지시’ 공문을 내려보내고 있다. 국방통계연보 및 군종정책 입안 자료로 활용한다는 게 이유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확보한 군내 신자 수를 토대로 군종장교 공석을 각 종교별로 할당하고 있다.

 

군대에서 선교나 포교 등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에서도 군종장교의 종교 강요나 선교·포교가 금지돼 있다. 대신 개인의 종교활동은 철저히 보장되고, 군종장교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한다.

 

■ 종교 강요 금지

 

현행법은 군인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지휘관들이 지위를 이용해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헌법 제20조가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을 자유’다. 유럽 국가 일부에서는 ‘인본주의’ 자체를 종교 차원으로 간주해 ‘무종교’ 군종장교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병들의 정서 안정 및 인성 함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1인 1종교 갖기 운동의 대대적 전개’ ‘지휘관의 개인 철학에 따라 무조건적인 종교 선택을 강요하는 신앙전력화 운동’ ‘이등병들을 대상으로 정서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로 종교활동 참석 강제 교육’ ‘생도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적 품성 함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요일 종교교육 참석 강제’ 등을 종교의 자유 보장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인권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병사들 중 17%는 특정 종교를 강요받은 적이 있고, 40%는 종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던 것으로 나와 있다. 인권위는 종교행사에 불참할 경우 TV 시청을 금지하거나 청소 및 작업을 시켜 휴식권을 침해한 사례도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서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지난 6월 말 “현역 장병에게 종교활동 참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 종교의 다양화

 

군내 종교활동을 담당하는 군종장교들은 군복 입은 성직자로 불린다. 이들은 종교활동뿐 아니라 사고 예방을 하는 군내 상담사와 정신전력 교육, 전장 스트레스·공포증 해소 역할까지 1인 다역을 하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성직자인 군종을 굳이 계급장을 단 군인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군종제도가 시작됐을 당시 군종은 민간인이었다. 군종제도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 지시에 따라 육군에서 시작됐다. 교계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6·25전쟁이 반공사상전이므로 국군 장병에게도 유엔군처럼 신앙무장을 위해 군종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군 당국도 ‘반공사상 계몽 및 신앙무장’을 통해 전쟁에 이기겠다는 목적으로 이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 목사 28명과 신부 11명이 군종으로 임명됐다.

 

초기 군종들은 ‘무보수 촉탁’이었다가 1952년 6월 유급 문관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이후 군종 성직자들의 계급사회 적응을 위해 1954년 12월 현역으로 신분을 바꿨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교계나 종단 지원을 받는 민간인 또는 군무원 성직자로 군종을 임명할 때가 됐다는 논의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군종장교를 둘 수 있는 종교가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개뿐인 것도 논란거리다. 당장 군에서는 다문화 자녀들의 입대가 늘어나 지난 5년 동안 4000명 가까운 장병이 다문화가정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 등도 상당수이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군에서는 신자나 신도가 일정 비율 이하면 군종장교를 둘 수 없지만, 외국군의 경우에는 종교나 종파 비율을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다. 미군에는 개신교, 천주교, 유대교는 물론 불교와 이슬람교, 힌두교 군종도 있다. 국내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분류하고 있는 모르몬교 군종도 포함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북한 경비정이 지난 14일 하루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국제상선 공용통신망을 통해 남측 선박이 ‘(북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15일 “북 경비정이 10월 들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는 태도를 단 한번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어제 하루 동안에만 2차례나 남측 선박의 경비계선 침범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북한 경비정은 지난 7월5일부터 9월28일까지 나흘에 한 번꼴로 총 21회에 걸쳐 함정 간 국제상선 공통망으로 ‘남측 선박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보름 동안 NLL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다가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의 NLL 불인정’ 주장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은 이후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 차례나 NLL을 무시하는 통신을 시도한 것이다.

 

남북은 정상회담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평화수역,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선은 합의되지 않았다. NLL 일대는 여전히 분쟁지역인 셈이다. 사진은 한 시민이 인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NLL 일대와 북녘을 망원경으로 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한 선박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하는 북 경비정의 주장은 (행동이 따르지 않는)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보름 동안 잠잠하던 북측이 경비계선 침범을 다시 주장한 것은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은 이날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된 올해 들어 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NLL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선박의 NLL 침범 건수는 2014년 30건, 2015년 15건, 2016년 5건, 2017년 1건으로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29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군의 서해 NLL 일대 무력시위도 지난해 이후 사라졌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서해 NLL 일대 해상 포사격은 2014년 4회, 2015년 2회, 2016년 1회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로는 15일 현재 0건이다.

 

■ ‘부당통신’에 과민반응

 

NLL 표현은 과거 남북 군사회담에서 얘기만 꺼내도 북측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금기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4·27 판문점선언 2조 2항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라고 되어 있다. 평양 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3조에도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해 NLL은 피로써 지켜온 해상경계선으로, 우리 장병들이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면 더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며 “판문점(선언)부터 이번(9월 평양 공동선언 군사 합의)까지 일관되게 북한이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서해 남북 해상통신망을 통해) NLL을 부정하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NLL을 인정한)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소한 북한 함대사령부급 성명도 아닌 경비정에서 떠드는 수준인 ‘부당통신’을 놓고 북이 NLL을 전제로 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불인정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부당통신은 정전협정 위반이나 NLL 무실화를 목적으로 하는 유무선 통신이다.

 

■ NLL은 현재 분쟁지역

 

서해 NLL은 정전협정 합의로 그어진 선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서에서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서해 NLL 일대는 분쟁지역인 것이다.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서 3조에 ‘남북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방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해 해상에서의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은 서해 평화수역 조성에 필요한 해상기준선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문 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NLL 인정’ 발언은 북측이 100% 공식 인정했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군사공동위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원칙을 일찌감치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해 NLL은 남북 정상 간 합의조차도 블랙홀에 빠뜨릴 수 있는 ‘국민 감정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과거 서해상에서 제1연평해전(1999년 6월15일), 제2연평해전(2002년 6월29일), 대청해전(2009년 11월10일),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23일) 등이 발생해 총 54명의 군 전사자가 발생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NLL을 기준으로 일상적인 경계작전과 어로 보호는 현행대로 유지된다”며 “우리 원칙은 NLL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이번 합의는 제로”라며 “우리는 (기존) 대응 절차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NLL의 경우 북이 많이 양보해 군부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MB 정부도 추진

 

그동안 서해 NLL 지역은 남북 간 군사충돌의 ‘화약고’였다. 남북 간 9·19 군사합의는 이 지역에서의 우발 충돌 방지를 포함하고 있다. 대규모 전술훈련이나 포병 실사격 훈련 등을 자제해 군사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에 합의된 내용 상당수는 1953년 정전협정과 1992년 남북 기본합의를 큰 틀로 삼아 이미 과거 정부에서 검토를 마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2011년 ‘군비통제추진계획서’를 만들어 이번 협정과 사실상 동일한 협정을 추진했음을 설명했다. 2011년은 천안함 사건 1년 뒤로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진 시기였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MB 정부 군비통제추진계획서에) 군사분계선(MDL)과 NLL로부터 일정 거리의 훈련 및 이동 금지구역을 설정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을 막기 위한 남북의 ‘공동 작전수행 절차’ 적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달부터 남북은 해상에서도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5단계 작전수행 절차를 공동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남북이 ‘공동 교전규칙’을 행사하는 것으로, 그만큼 상대방 의도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 우발충돌 가능성을 줄여준다.

 

논쟁거리는 역시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필요한 해상기준선이다. NLL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남북이 해주 직항로를 열고 5·24 조치로 차단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과 패키지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NLL 부분은 북한이 형식상으로는 인정한 듯하지만 쉽게 공식화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10여년간 끌어온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서 합의 이행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담았을 뿐 완전한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

 

남북은 우선적으로 다음달 1일부터 해상에서의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와 포문 폐쇄 조치 등으로 우발충돌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는 NLL을 기준으로 한 평화수역·공동어로구역 논의를 장기 과제로 넘겼다는 의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해상 적대행위 중단과 NLL 논의,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은 동시에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13~14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단이었던 안상민 해군 대령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북이 군사합의 NLL을 단언컨대 인정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북한이 NLL) 용어 사용을 인정한 것”이지만 군사적으로 인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이 협의돼 가는 과정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있는 용산 삼각지 일대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전투복을 착용한 군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여군은 남군과 달리 허리선이 안으로 약간 들어간 전투복을 입고 있다. 이는 국방부가 2011년부터 허리를 약간 잘록하게 디자인한 여군 전투복을 보급했기 때문이다. 남녀 구분이 없는 미군 전투복과 달리 한국군은 여군용 전투복이 따로 있는 셈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런데 일부 여군은 평균선을 벗어나 피팅 작업을 통해 상의 허리선을 더 파거나, 허벅지에 지나치게 달라붙도록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다. 심하게 전투복을 피팅한 여군의 경우 전시에 사격을 하다 봉제선이 터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 정도다. 이 정도면 전투복이 전투를 위한 기능복이 아니라 외부 시선을 끌기 위한 역할에 더 충실한 경우다. 과거 전투복 상의를 바지 안으로 집어 넣어 입어야 했던 시절 설문조사에서 상당수 여군 장교가 ‘전투복을 입었을 때 부하들 시선이 힙 라인에 쏠리는 것을 느껴 부담스러웠다’고 답했던 것과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대다수 여군은 ‘전투복은 전투복다워야 한다’고 단호히 말하고 있다.

 

삼각지는 요새 국정감사 시즌이다. 이맘때만 되면 낮은 여군 진급률이나 부족한 편의시설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들의 질타가 쏟아진다.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다. 여군의 활동영역이 다양해지고 있지만 시설과 환경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군이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임에도 여군을 위한 시설과 환경은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군 영관 장교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그들이 그 자리에 오기까지 겪었던 어려움은 만만치 않다. 한 간부는 신병훈련소 중대장 시절 행군을 앞두고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화장실 문제 때문이었다. 이쯤 되면 여군에게 화장실은 전투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같이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부터 진급에서의 ‘유리천장’ 깨기까지 여군의 질적·양적 전투력 향상을 위한 연구와 투자는 시급하다. 여군 스스로도 전투력을 생각한다면 전투복의 과도한 허리선 피팅에 관심을 가질 틈이 없을 터이다.

 

나아가 군내에서 여군과 관련한 성역도 무너뜨려야 한다. 대표적인 게 국군간호사관학교다. 국군간호사관학교는 생도 1명당 투자 비용과 향후 활용도를 비교해보면 소위 ‘가성비’가 매우 낮은 기관이다. 군당국도 이를 감안해 과거 정부에서 폐교를 시도했으나 여성 정치인 등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일반대학 간호학과 출신들의 군 취업을 제한하는 아이러니를 빚었다. 군내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지만 자칫 ‘역풍’을 맞을까 봐 군 간부들은 언급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다.

 

여군의 전투병과 진출도 마찬가지다. 충분한 사례 연구와 검토 없이 특정 병과의 ‘1호 여군’ 배출 홍보에만 신경을 쓰면 곤란하다. 군내 ‘금녀의 벽’을 깨뜨리는 것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현대전에서는 ‘전투’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수㎞ 후방에 위치한 야전 통신부대의 여군도 미사일 공격 밑에서는 소총수와 같은 위험에 처한다. 전투와 최전선의 개념이 모호해진 것이다. 전쟁 개념도 개인의 육체적 능력이 중시되는 섬멸전에서 하이테크 전략무기로 적 지휘부를 무력화하는 제한적 타격전으로 바뀌고 있다. 이처럼 전술이 중요해지고 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되는 등 전장 환경이 바뀌면서 여군의 활동영역은 더 넓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게 미군이다. 전체 군인 가운데 15%가 여성인 미군은 10여년 전만 해도 육군 전투병과에 여군이 없었다. 미 국방부(펜타곤)의 ‘직접지상전투’에 관한 규정에 여군은 최전선 지상 전투에 직접 참가하지 못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라크전 등 몇 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최전선 개념이 모호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미 국방부는 여군에 대한 전투임무 배치 금지 규정을 폐지했다. 이후 미군은 소규모 부대 편성 시 남군과 여군을 ‘몇 대 몇’ 비율로 하는 게 전투력 발휘에 가장 적합한지까지 연구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여성이라도 17세부터 준비해 만 18세가 되면 군에 입대한다, 여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31%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군 대외협력처에 따르면 이스라엘 여군은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국경선을 넘을 수 없다. 여군 전투병은 주로 혼성 국경방어부대에 소속돼 국경 방어 임무에만 활용된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적군에 의한 여군 피랍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되는 경우로 간주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여군 피랍 방지를 위한 방안 관련 연구를 장기간 실시해 왔고, 그 결과를 군 편성 및 전투교리 수립에 반영하고 있다.

 

육군은 마지막 ‘금녀지대’였던 기갑부대에도 여군을 배치했다. 이를 놓고 기계화부대 사단장 출신인 ㄱ 예비역 중장은 “전쟁이 벌어지면 전차 안에서 수일 동안 숙식과 생리현상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는 과거 이스라엘 전차부대가 골란고원 전투에서 실제 겪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남군과 구별하지 않는 전투병과 배치도 좋지만 군 당국이 과연 전투 발발 시 여군 전투력 활용의 명암을 고민했는지에 대한 반문이었다.

한국군에서 여군은 올해 6월 기준 1만1000여명이다. 전체 군인 가운데 6%다. 한국군에서 여군 참여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육군 보병 소대장과 특전대원에서부터 해군 전투함 요원, 공군 전투조종사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전투병과에 여군이 진출해 있다.

 

공군 조종사들의 전투기량을 측정하는 공중사격대회에서도 여성이 두드러진 성적을 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당국이 여군과 남군이 전투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실제 연구를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바 없다. 소위 실전용 연구·검토보다는 여군 비율 확대에만 골몰한 탓이다. 두가지는 병행해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전투복은 전투복일 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남북한 군사당국이 제70주년 국군의날인 1일 휴전 이후 가보지 않았던 전인미답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공동경비구역(JSA) 주변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개시한 것이다. 이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의 주요 내용 실천을 위한 첫 삽이다. 이 군사합의안을 두고 사실상 남북 간 종전선언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부가 미국과 충분한 협의나 합의 없이 무리한 양보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최전방 감시초소(GP) 문제를 우선적으로 분석했다.

 

■ 왜곡 시비 ‘덫’에 걸린 GP 철수

 

남북은 DMZ 평화지대화 방안의 하나로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상호 1㎞ 이내 근접해 있는 GP 11개소를 올해 내로 각각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DMZ 내 모든 GP도 철수키로 했다. 휴전협정 이후 남북 GP 간 우발적 무력충돌은 80여차례 발생했다. 남북한군 사이가 가장 가까운 강원 고성 지역 GP의 거리는 580m에 불과하다. 자칫 오발 사고 하나로도 무력충돌 가능성이 상존해 온 것이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에는 비무장지대 내 상호 1㎞ 이내에 근접 설치된 감시초소 11개를 12월 말까지 철수하는 등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들이 담겨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다. 김창길 기자

 

이를 놓고 보수 야당을 대변하는 한 예비역 장성은 “DMZ 내 우리 군 주둔지를 철수하는 것은 통일이 임박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계획”이라며 “전시상황에 북한이 1시간 내에 우리 측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본래 GP와 일반전초(GOP)의 임무는 적 공격 여부를 확인하고 적군 주력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GP는 전투 참가보다 적 공격을 경고하고 철수해 생존을 보장해줘야 한다. 전쟁 상황이라면 GP는 적이 알 수 없는 위치에 설치한다. 상대방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적의 동태를 확인해야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남측 GP는 정규전에 대비한 군사적 측면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동안 남측은 북한이 계속해서 무장공비를 침투시켰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기 용이한 지역에 GP를 설치했다. 북한군 최전방 부대가 무장공비나 간첩 침투보다 탈북자 방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의 155마일 휴전선 일대 DMZ 작전은 무장공비나 남파간첩 침투 방지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DMZ 일대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했고, 이제는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북한군은 남측 GP의 정확한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다.

 

야전군사령관 출신인 예비역 대장 ㄱ씨는 “사실 DMZ GP는 과거 북 무장공비와 같은 비정규군의 기습이나 침투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단장인 ㄴ소장은 “첨단 정찰자산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GP를 전면전 대비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적이 이미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DMZ 내 GP와 GOP는 전면전 발발 시 오히려 작전 부담이 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군 GP와 GOP 병력이 북한 포병 사정거리 내에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전쟁이 발발하면 초기에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북한은 전방 GP를 주축으로 경계작전 개념을 수립한 데 반해 남측은 GP 후방의 GOP를 경계작전 주축으로 설정해 놨기 때문에 전방 GP를 철수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GP 후방에 다른 경계작전 시설물이 없는 북한군 입장에서는 GP 철수가 매우 불리한 합의라는 것이다. 군은 GP 후방에 155마일 GOP 철책선을 따라 3중 철조망과 무인 폐쇄회로(CC)TV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김 의원은 “북한군은 DMZ 내 생활이 일상화돼 있어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도 하다보니 GP 숫자가 군사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도 계속 증가했다”며 북한군 GP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DMZ 내 GP 철수의 경우 어느 쪽이 더 손해인지는 자명하다”며 “전방 GP 철수 아이디어도 2005년 한나라당 의원한테서 먼저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 DMZ와 유엔사의 이중적 태도

 

DMZ 관할권은 주한 유엔군사령부에 있다. 남북 군사 분야 합의도 유엔군사령관 허가 없이는 DMZ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도 겸하게 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DMZ와 관련한 남북한 군사 분야 합의는 유엔사 소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무장지대 GP 감축 합의에 대해서도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중개·판단·관찰·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이 남북 군사 합의에 불만을 갖고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남북한 교류 과정에서 미국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유엔군사령관 이름으로 견제구를 날렸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또 하나 쓰고 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유엔사가 기능을 강화해 한반도 평화유지군으로 거듭나 활동하기 위해서는 제3국 대장이 유엔군사령관직을 맡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쟁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유엔군사령관은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이중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 대장 한 명이 유사시 한반도 전쟁을 준비하면서 남북한군 사이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경기에서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합사 출신인 한 예비역 육군 준장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군사와 관련한 많은 문제들은 전혀 역할이 다른 유엔군과 연합군 사령관이 동일 인물이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GP는 유엔사 관할인가

 

GP가 유엔사 관할인지도 논란거리다. 군에서는 GP를 얼마나 많은 숫자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는가 하는 문제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영역이라는 입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1994년 연합사로부터 평시작전권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DMZ에서 북한 무장공비나 남파간첩에 대한 작전을 단독 수행해왔다. 한국군 합참의장이 대간첩작전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GP 운영에 관한 것은 평시작전권 행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유엔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상당수 현역·예비역 장성들의 목소리다.

 

한 예비역 장군도 “합참은 응당 GP 운영에 관한 것은 평시작전권 행사에 관한 내용이므로 유엔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군이 해야 할 것은 GP 철수로 발생할 수 있는 경계작전의 공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GP 철수를 계기로 작전적 측면에서의 GOP, GP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사시 불필요한 병력 소모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전을 대비한 DMZ 일대 작전의 변화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DMZ 내 군사시설물인 GP는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전협정상 DMZ에는 무장 시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관리 차원에서라도 남북한군 무장 GP의 철수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과 이를 대변하는 일부 예비역 장군들은 “JSA 비무장화와 DMZ 내 GP 철수는 현재의 유엔군사령부를 ‘핫바지’로 만든 것”이라며 “이는 또 유엔사 해체를 남북이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역할을 분담하는 연합방위체계에도 심각한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대한민국 최초 관함식(觀艦式)은 1949년에 열렸다. 해군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1주년을 기념하고, 발전된 해군 모습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1949년 8월16일 인천 해상에서 관함식을 개최했다.

 

해군 함정 8척이 참가한 이 관함식은 요새 기준으로 보자면 편대기동훈련이나 다름없었지만, 단종진(單縱陣·함정이 일렬로 항진하는 형태)으로 항해하면서 실시한 37㎜ 함포 사격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사열한 이 관함식은 대한민국 해군의 위용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민에게 인식시킨 계기가 됐다.

 

세계 각국의 군함이 참가하는 국제관함식은 해군이 건군 50주년을 기념해 1998년 처음 개최한 이래 올해 3번째로 열린다. 해군은 다음달 10~14일 제주 민군복합관광미항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을 실시할 예정이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 국제관함식이 일본 해상자위대 군함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하는 문제로 시끄럽다. 논란은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욱일기를 달고 참가할 예정이라고 해군이 지난 6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14개국 21척의 외국 군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국제관함식에는 미국이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등 4척, 러시아가 순양함 바랴그 등 3척을 보낼 예정이다. 중국과 일본은 구체적으로 어떤 함정을 파견할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일본 자위대 함정은 과거 제국주의 해군기에서 유래한 욱일기를 달고 참가한다는 것이다. 군함은 정박 시 통상 함수(뱃머리)에 소속 나라의 해군기를 단다.

 

일본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는 일본 국기 ‘일장기’의 붉은 태양 주위에 욱광(旭光·아침 햇살)이 퍼져나가는 것을 형상화했다. 일본은 1945년 패전과 함께 욱일기 사용을 일시 중단했으나, 1954년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를 창설하면서 욱일기를 자위대기로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국제사회가 용인해주다보니 심지어 주일미군마저 후지산과 욱일기 햇살 문양을 합해놓은 형상의 마크를 사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욱일기를 단 일본 군함의 참가를 거부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수십개나 올라온 상태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 상징이며 한국민에겐 아픔과 치욕의 역사를 떠오르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급기야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13일 “전범기(욱일기)는 달지 말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e메일과 편지를 자위대와 무라카와 유타카 해상막료장(해군참모총장)에게 보내기에 이르렀다. 서 교수는 e메일에서 “행사에 초대받아 참여하는 것은 좋으나, 일본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전범기를 군함에 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역사를 제대로 직시한다면 스스로 게양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고 밝혔다.

“일본은 또 다른 곳에서 제주 입항을 사례로 들며 전범기 사용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 뻔하다”는 서 교수의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독일은 전쟁이 끝난 뒤 ‘나치기(하켄크로이츠)’ 사용을 법으로도 금지했지만, 일본은 전범기를 부활시켜 여전히 군사제국주의 사상을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해군은 국제 관례 등을 고려할 때 초청 국가인 우리가 일본에 자국 해군의 군함기인 욱일기 게양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함의 경우 국제법적으로 치외법권이 인정되기 때문에 일본 함정이 우리 영해에 들어오더라도 국내법이 아닌 일본법의 적용을 받는 까닭에 자위대 함정에 어떤 깃발을 달지는 전적으로 일본의 권리라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는 1998년과 2008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관함식 때도 모두 욱일기를 달고 참가했다는 과거 사례도 소개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1만4500t급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을 이번 국제관함식의 좌승함(座乘艦)으로 해야 한다. 관함식에서 좌승함은 대통령이 탑승하는 사열함이다. 국가 주요 인사, 군 수뇌부, 외국군 대표 등 초청 인사도 함께 탑승하는 영예로운 함정인 것이다.

 

해군은 이번 국제관함식의 좌승함이 4900t급 한국형 상륙함인 ‘일출봉함’으로 정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독도함으로 좌승함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 독도함은 일본이 자국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하는 독도를 함정의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국제관함식 때도 해군이 애초 계획했던 좌승함은 독도함이었다. 그러자 일본이 “독도함이 좌승함이라면 관함식 참가를 거부하겠다”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정부는 자칫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까 우려해 좌승함을 ‘강감찬함’으로 변경했고, 독도함을 시민 등이 탑승하는 시승함으로 변경했다. 그것이 올해도 반복돼 독도함은 시승함으로 예정돼 있다.

 

만약 당시에도 해군이 일본의 억지 주장을 수용하지 않고 독도함을 좌승함으로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국제사회가 한국 해군이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할지, 아픈 식민지 역사를 다시 한번 자극한 일본 해군의 오만함을 비판할지 그것은 모르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그러는 사이 일본은 욱일기를 자랑스럽게 군함에 내걸고 유세를 떨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과거 미국·영국·독일·중국 등 14개국 외국 무관들이 참석한 독도함 진수식 때 자국 무관의 참석 거부를 지시했다.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해상자위대 예비 장교들에게 다른 함정의 견학은 허용하지만, 독도함만큼은 탑승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본 해군은 욱일기를 달고 한국 군항을 방문하고 있다.

이에 맞서 독도함이 좌승함으로 나서는 것은 전 세계 해군에 ‘독도는 대한민국 영토’임을 분명히 인식시켜주는 카드다. 일본 욱일기를 누르는 자존심의 과시이기도 하다. 또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홍보하는 최대·최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는 일본의 반발이나 불참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지뢰는 전쟁 중은 물론이고, 전쟁 후에도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인명 피해를 주기에 비열한 무기로 꼽힌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이 지뢰의 제거가 남북관계 진전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DMZ 내 유해 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군도 북한과의 지뢰 제거 협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DMZ 평화지대화를 위한 DMZ 지뢰 제거 작전은 남북한 협의하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로 올라가는 길목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걸려 있다. 백마고지는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김기남 기자

 

■ 남북관계 이정표 된 ‘지뢰 제거’

 

남북 군사당국 간에 협의 중인 DMZ 내 GP(최전방 감시초소) 시범 철수, DMZ 내 격전지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철원 ‘궁예도성’(태봉국 도성)과 같은 문화재 공동 연구, 남북관리구역 확대 등은 이곳에 매설된 대인·대전차 지뢰를 걷어내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군 당국은 남북 군사회담 후 유해 발굴 시범지역이 압축되면 지뢰 제거 작업에도 본격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DMZ 남북 유해 공동 발굴 후보지로 우선 추천한 지역은 철원(백마고지 전투)을 비롯해 파주(벙커고지 전투), 연천(베티고지 전투), 양구(가칠봉 전투), 고성(월비산 전투) 등이다. 남북은 이 가운데 3곳 정도를 우선적으로 합의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지뢰 제거는 합참의 군사작전 개념이다. 그러다보니 남북 군사회담 전에 군의 지뢰 제거 계획안이 공개되는 것을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군 지뢰 제거 작전 실무장교들은 남북 유해 공동 발굴이 예상되는 지역의 지뢰 매설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답사도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뢰 제거 어떻게, 얼마나 걸리나

 

군 관계자는 10일 “지뢰 제거 작업은 폭파 작업으로 주변 수목과 토양의 훼손이 불가피한 또 하나의 환경파괴”라고 지적했다. 유일한 한반도 청정지역인 DMZ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지뢰를 100% 제거하지 않고 남북 협의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군 당국은 DMZ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측 및 남측 지역의 지뢰 지대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DMZ는 통로 외에는 모두 지뢰 미확인 지대다.

 

군이 이 지역에 매설한 지뢰는 M-14와 M-16 대인 지뢰, M-15 대전차 지뢰 등이다. 북한은 목함(PMD-57), 수지재(PMN), 강구(BBM-82) 지뢰와 ATM-72, ALM-82 대전차 지뢰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목함 지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비금속 지뢰다. 지금은 비금속도 탐지할 수 있는 탐지기가 개발되고 있어 목함 지뢰 탐지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DMZ 일대에 매설된 지뢰 숫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오타와 협약’으로 불리는 대인 지뢰 금지협약을 이끌어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등은 남북 DMZ에만 2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추정치로 나오는 게 DMZ 남쪽 지역에만 100만개 정도다. 군은 북한군이 최근까지 꾸준히 지뢰를 매설해 왔다는 점에서 북측에 더 많은 지뢰가 묻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남북 모두 지뢰지대를 표시한 지도가 있으나 폭우나 홍수, 산사태 등으로 유실되면서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지뢰가 지표면에서 1m 이상 깊이 묻힌 경우도 있다.

 

군이 과거 경의선 구간 85만㎡ 범위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 28개월이 소요됐다. 동해선 구간은 13만㎡ 범위의 지뢰를 걷어내는 데 9개월이 걸렸다. 경의·동해선 구간에서 제거한 지뢰 및 폭발물은 5000여발로 집계됐다.

 

2015년 11월18일 국회 국방위 청원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박재민 당시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공병 3개 중대가 1년에 제거할 수 있는 지뢰지대 면적을 묻는 질문에 33만㎡라고 답했다. 육군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DMZ 군사분계선 남측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 남북 측 지역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 11개 공병대대를 투입하면 약 2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개 중대가 가로, 세로 100m 지역의 지뢰 탐지·제거에 6개월이 걸린다는 전제와 과거 경의·동해선 지뢰 제거 경험으로 추정한 수치다.

 

산악 지형의 경우 중장비 투입이 곤란해 지뢰탐지병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들의 지뢰 제거 작업은 무게가 80㎏에 달하는 투명 방호벽 틈으로 장대 모양의 공압 장비를 넣고 강한 바람으로 낙엽과 흙을 걷어낸 후 탐색기로 땅속을 짚어 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육군 제1공병여단 장교는 “지뢰 제거 장비를 끌고 산길에서 10m를 수색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며 “공병 10명이 탐지할 수 있는 거리는 하루에 100m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뢰제거병인 장창원 병장도 “지뢰방호복을 입고 교대로 작업을 한다”며 “무겁고 더워서 힘들긴 하지만 생각처럼 위험하지는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신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할 경우 지뢰 제거 기간을 얼마든지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00년이 걸린다는 것은 부족한 인력과 구형 장비를 전제로 한 과거 추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 진화하는 지뢰 제거 신기술

 

문제는 장비다. 군이 보유한 지뢰탐지기(PRS-17K)는 1995년 도입해 대부분 사용 연한인 8년을 넘긴 상태다. 이 탐지기는 금속지뢰를 탐지할 수 있지만 목함 지뢰 등 비금속 지뢰는 땅속 5~10㎝에 묻혀 있어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은 한화시스템과 금속과 비금속 95% 이상을 탐지할 수 있는 지뢰탐지기-Ⅱ를 개발해 1300세트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2021년에야 가능하다.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장애물 개척전차가 지뢰 제거 시험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지뢰 제거용 장애물 개척 전차는 차체 전면의 지뢰 제거용 대형 쟁기를 지면에 박아 넣고 땅을 갈아엎어 묻혀 있던 지뢰가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인 및 대전차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자기장을 발사해 차량 앞에 매설된 자기감응지뢰를 터뜨려 무력화하는 성능도 갖췄다. 하지만 빨라야 2020년에야 전력화가 가능하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뒤 2020~2023년까지 70여대를 배치한다는 게 방사청의 목표다.

 

이 때문에 군은 장애물 개척 전차와 신형 지뢰탐지기의 조기 전력화를 검토 중이다. 지뢰 제거의 안전성 확보와 속도전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드론을 활용한 신기술 도입’도 제시하고 있다. 드론에 지뢰 금속탐지기와 GPS 장비, 폭탄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드론이 DMZ 지뢰지대 1m 상공을 비행하면서 금속탐지기로 매설 지점을 찾아내면 GPS 장비로 해당 지점의 좌표를 자동으로 지도에 표시한다. 이어 드론에 탑재한 ‘기화폭탄(FAE)’을 지뢰지대로 떨어뜨려 지뢰를 제거하게 된다.

 

민간업체에 지뢰 제거 작업을 허용할지 여부는 논란거리다. 민간의 지뢰 제거를 허용하는 ‘지뢰제거업법’ 제정 시도는 2014년 11월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국가의 지뢰 제거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과 ‘지뢰 제거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업체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DMZ 지뢰 제거가 단기간 내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적극적 태도를 보일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뢰를 북한군 귀순을 막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정부가 2년마다 발간하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삭제 또는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해묵은 ‘주적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은 20년 넘게 국민 여론을 편가르기 시켜온 단골 프레임이다.

 

2016년 국방백서

 

국방백서는 군사적 위협 대상에 대한 표현에서 시대 상황과 남북관계를 반영해 왔다. 그런면에서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올 연말 발간 예정인 2018 국방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어느정도 순화될 것이라는 관측은 예견된 사안이었다. 판문점 선언에서 상호 약속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중지’에 따라 남북 모두 군사적 상황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나온 예측이었다. 이후 막상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보수 야당·언론은 군의 정신전력 와해로 간주하고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논란이 깊어지자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방백서를 발간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방백서란

 

국방백서(White Paper)나 국방보고서(Annual Report)는 국민을 상대로 국방정책을 지지하도록 유도하고, 예산 확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출판하는 간행물이다. 포괄적인 국방 정보자료와 전략지침을 제공하는 것도 주요 발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정보 제공은 자국의 국방력이 안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천명하는 차원이기에 굳이 백서에서 특정 국가를 타도 대상인 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현 정부의 시각이다. 나아가 ‘(잠재적) 위협’ 정도의 표현 자체가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수사적 표현이고, 국방백서 문구 변화를 장병들의 정신전력 와해로 직결시키는 것은 오히려 장병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국방백서가 국민 지지를 전제로 하는 만큼 발행 국가는 대부분 자유주의 나라들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국방백서에 언급할 수 있는 내용 자체를 국가안보개념으로 분류해 비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군사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대폭적인 국방예산 증액을 하면서 국민지지와 주변국 경계심 완화를 목적으로 ‘중국적 국방’이라는 백서를 부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중국은 백서에서 평화적 발전 노선, 방어적 국방정책 고수와 군사적 상호신뢰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백서를 매년 발행하는 국가는 일본과 인도 정도로 많지 않다. 한국과 대만은 격년제로 내놓고 있다. 중국과 독일,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은 부정기 발간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군사전략’과 ‘국가국방전략’이라는 이름으로 4년마다 국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은 국방백서는 물론 군사적 실태에 대한 보고서 형태 문서를 일절 발간하지 않고 있다.

 

■‘주적의 탄생’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5년 발간판이었다. 이는 1994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문제를 놓고 남북이 특사 교환 실무접촉을 시작했을 때 박영수 북한 대표가 ‘서울 불바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한데서 비롯됐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보수층으로부터 이에 대한 맞불 대응을 종용받았고,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육책으로 내놓은 것이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이었다. 1995년 국방백서 국방목표 해설 부분에는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과거 군사정권에서조차 거론하지 않았던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

 

이후부터 ‘북한=주적’이나 ‘북한군=적’ 표현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자리잡았다. 김대중 정부는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수 언론 등의 시비를 차단하려고 2001년부터 ‘01~’03년 국방백서 발간을 중단하고, 정책자료집으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수 언론은 정책자료집 발간이 ‘주적’ 표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주적 논란을 정치·사회 쟁점화했다. ‘(주)적 논란’은 지난해 대선 토론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해 ‘팩트 체크’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보수 야당·언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2004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 전방배치 등은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표기해 발간했다. 이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2006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을 ‘우리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기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2008년 국방백서에도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명시했을 뿐, ‘적’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적’ 표현이 다시 등장한 계기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었다. 이후 발간된 2010년 국방백서는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가장 최근 나온 2016년 국방백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아 남북 대치상황 변화에 따라 표현을 달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외국 사례

 

전 세계적으로 국방백서나 국방보고서, 또는 이와 유사한 공식문서에 ‘(주)적’ 표기 사례는 없다.

 

1980년대까지는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상 국가 자체를 직접 거론하며 ‘○○국은 위협’이나 ‘○○국은 잠재적 위협’으로 표현했다. 서독이 1985년 국방백서에서 ‘소련의 군사적 위협’으로, 일본이 1987년 방위백서에서 ‘극동 소련군은 잠재적 위협’으로 기술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모든 국가가 국방백서에서 상대 국가를 직설적으로 지칭하는 대신 구체적 사안과 행위를 들어 ‘(잠재적) 위협’을 기술하고 있다.

 

가령, 미국은 2018년 ‘국가국방전략’에서 ‘중·러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최우선 위협’ ‘북한·이란은 불량정권으로 지속적 위협으로 평가’라고 하면서 ‘수정주의’와 ‘불량’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중국도 가장 최근 발간한 2015년 ‘중국적 국방’에서 ‘대만독립 분열세력과 분열활동은 양안관계의 평화적 발전에 최대 위협’으로 기술했을 뿐 대만 자체를 위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일본 역시 2017년 방위 백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탄도미사일 개발은 절박한 위협’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는 지역·국제안보에 심각한 불안요소’로 평가했다. 북한과 중국 정권이나 군부 자체를 위협으로 규정하지 않고 행위와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26일 개성공단 등을 볼 수 있는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 도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주 _ UPI연합뉴스

 

■고심하는 국방부

 

국방부는 26일 국방백서에서의 ‘북한군=적’ 문구 삭제를 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상호주의와 비례성 원칙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작업과 속도를 지켜보면서 국방백서의 표현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간주하는 문구를 전향적으로 삭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주적 개념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송 장관은 “(국방부) 실무진에게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에 관해 지시한 적이 없다”며 “영토·영해·영공을 침범 위해하거나 국민의 재산 생명을 위협하는 건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서의 관련 표현 삭제 여부는) 학자 등 여러 사람 얘기를 듣고 최종 결심을 (연말에) 발간하든지, 아예 발간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공개 문서에서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할 상대방을 ‘적’으로 공언한다면 앞으로도 대화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전국적 범위에서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 완수’라는 문구를 담고 있는 헌법적 성격의 북한 노동당 규약과 대외 군사외교에도 참고자료가 되는 국방백서를 비교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언제부턴가 한반도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유해 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6·25 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과 과거청산의 일환으로 진행된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 발굴이 대표적이다. 두 작업은 발굴 대상이 비정상적이고 비참한 죽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물론 차이점은 있다. 전사자 유해 발굴은 강한 국가보훈적 성격을 띠고 있다. 반면 민간인 피학살자 유해 발굴은 부당한 ‘국가 권력’의 폭력성과 과오에 대한 반성을 통해 과거청산의 계기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학살자 유해 발굴작업을 재개하기도 했다.

 

전사자이든, 피학살자이든 발굴해 재매장한다는 것은 죽은 자의 유해를 이데올로기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까지만 해도 전사자는 대체적으로 숨진 곳에 묻혔다. 전사자 본국에 ‘무명용사의 묘’가 많았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였다. 여기에 변화를 일으킨 나라가 미국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을 치른 후 전사자 유해를 본토로 송환하는 사업을 중점 추진했다.

 

미국은 1973년 실종자와 전사자를 찾는 전문 기관인 ‘전쟁포로·실종자 확인 합동사령부(JPAC)’를 설립했다. 이들의 모토는 ‘우리는 절대로 당신을 전장에 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 어느 경우든 반드시 당신을 집으로 다시 데려온다’였다. 전쟁 실종자나 전사자는 반드시 가족에게 인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은 2016년 1월 JPAC에 미공군 생명과학연구소 등 2개 기관을 더해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으로 확대했다. DPAA에는 유럽·지중해 작전 파트와 아시아·태평양 파트까지 있다. 이들은 한국전쟁과 월남전은 물론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실종자와 미수습 전사자까지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국방부도 JPAC를 벤치마킹해 2007년 1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을 창설했다.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 유해발굴감식단 휘호석에 새겨진 문구다.

 

DPAA는 한국군 유해발굴감식단과 유해공동발굴 작업을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 송환을 계기로 북한에서의 미군 전사자 유해 발굴작업 재개를 북측과 협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 이송된 미군 6·25 전쟁 전사자 유해 55구에 대한 송환 행사가 지난 1일 미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첫 미군 유해 송환은 1990년 5월 28일 이뤄졌다. 이날 판문점에서는 북한이 유엔사 군사정전위를 통해 한국전쟁 중 실종, 사망한 미군 유해 5구를 주한유엔군사령부에 인계하는 행사가 열렸다.

 

북한이 건넨 유해함은 길이 2m, 폭 40㎝, 높이 30㎝ 잣나무관이었다. 유골은 몸형태 부위별로 수습돼 흰솜과 종이로 쌓여 있었다. 소위 ‘K208’ 유해들이었다.

 

이후 북한이 발굴해 판문점에서 전달하는 유해 송환 행사는 33차례 더 이어졌다. 그 사이에 ‘인도주의적 차원’이란 이름하에 미군 유해 송환작업이 진행되면서 미군 유해를 인수하는 주체는 ‘유엔군사령부’에서 ‘주한미군’으로 바뀌어 갔다. 과거 주한미군을 인수주체로 표기한 언론에 대해 꼬박꼬박 ‘잘못’을 지적하면서 유엔군사령부로 표기해달라던 유엔군사령부측 요청도 나중에는 사라졌다.

 

미군유해 인수주체는 정전협정 체제에 대한 남북한 간의 상이한 견해, 남북한과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나름 심각한 사안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정전협정이 유효하기 때문에 판문점에서 이뤄지는 미군 유해 송환의 주체는 유엔군사령부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북측은 96년 4월에 정전협정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이후부터는 유엔군사령부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면서 유엔군사령부가 아닌 미군 대표가 판문점에 나와 미군유해를 인수해 가라고 줄기차게 요구했다. 핵심은 북한이 미군 유해 인도를 미국과의 직접 통로 창구로 활용하려는 데 있었다.

 

북한의 의도는 관철됐다. ‘유엔군 유해 송환’이란 말은 ‘미군 유해 송환’으로 바뀌었고, 유엔군이 아닌 미군이 유해를 인수했다는 보도로 바뀌었다.

 

이처럼 북한의 유해 발굴과 송환은 철저한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뤄졌다. 지금도 북한은 미군 유해 발굴과 송환 문제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활용하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음을 숨기려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북한이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도 북한 외교처럼 ‘살라미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찔끔찔금 미군 유해를 전달하면서 종전선언을 이끌어내기 위한 연결 고리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유해를 보내는 북측의 협상 태도에 미국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베트남을 벤치마킹하라고 공공연하게 권하고 있다. 미국과 베트남이 성공적인 정치·경제·안보 관계를 이룰 수 있는 토태를 마련해준 것은 미군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베트남 당국은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에 이 문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직접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베트남은 1988년 미군 전사자 유해 송환을 계기로 미국과 관계가 발전해 1995년 양국간 공식 수교로 이어졌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비무장지대(DMZ)의 실질적인 평화지대화를 합의했다. ‘6·25 전사자 유해 공동발굴’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를 위한 효과적인 수단으로 등장했다. 사실 ‘비무장지대(DMZ) 유해발굴’은 2007년 11월 국방장관회담 때 남북 간 합의사항이었다. 경색된 남북관계로 오랫동안 서류철 깊은 곳에 묻혀 있다가 11년만에 다시 끄집어져 나온 것이다.

 

이렇듯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끝까지 찾아 책임지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로 자리매김했지만, 여러가지 다른 성격의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비무장 지대의 전사자 유해 발굴은 남북한군 뿐만 아니라 미군 및 다른 유엔군 참전용사들, 심지어 중국군 유해 발굴까지 겸하는 작업이다. 남북간 평화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세계 여러나라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래저래 유해 발굴은 단순히 죽은 자를 다시 찾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