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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병사 몸값과 ‘파이트 투나이트’

‘몸값’.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사람의 가치를 돈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스포츠계나 연예계에서 많이 쓰인다. 돈으로 환산한 일종의 시장 가치라 하겠다. 축구 이적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지난 27일 발표한 것을 보면 손흥민의 몸값은 8000만유로(약 1084억원)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1인당 몸값은 50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손흥민이 병역특례를 받지 못하고 군대에 입대했다면 군에서 인정해주는 그의 몸값은 2022년 병장 월급 기준으로 67만6000원에 불과하다. 정부는 병장 월급을 2023년 100만원, 2024년 125만원, 2025년 150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BTS 멤버가 앞으로 입대를 한다면 전역할 때쯤 병장 월급으로 125만~150만원을 받지 않을까 싶다.

슈퍼스타 몸값에 견주면 1인당 병사 월급은 ‘껌값’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국가재정에서 볼 때 병사 월급 150만원은 적은 돈이 아니다. 여기에 먹여주고 입혀주는 숙식비용을 더하면 더욱 그렇다. 한 달 식비만 1인당 30만원이 훌쩍 넘는다. 2022~2026년 병사 봉급 예산은 16조6410억원 규모다.

슈퍼스타가 아닐지라도 병사들의 몸값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 이제 병사들은 군에서 비싸고 소중한 자원이다. 미군의 예를 보면 20대 병사가 부상할 경우 국가가 부담하는 평생 치료비가 680만달러라고 한다. 해마다 들어가는 평균 13만6000달러의 치료비를 50년 동안 더한 결과다. 병사들의 생존성을 높이는 개인 방호장비들이 비싼 것처럼 보이지만 전장에서의 인명 손실에 따른 손익계산과 견주면 상대적으로 비용이 싸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다.

전쟁 대응도 발상의 전환 필요

병사의 ‘몸값’은 갈수록 뛰고 있다. 사상자 발생은 국가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는 시대다. 게다가 한국군은 병력자원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한 자녀 가정이 갈수록 늘어나는 세상이다. 누군가의 자식이 군에서 다치거나 사망하면 그 후유증은 과거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워게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선형 방어를 고집하는 한국군의 경우 개전 초기에 10만명이 넘는 병력이 사망하거나 다친다고 한다. 희생 장병 대부분은 북한의 장사정포 등 북한의 화력 사정권 내에 있는 최전방 장병들이다. H-hour(전쟁 개시 시각) 이후가 되면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최전방초소(GP) 장병들은 사실상 옥쇄해야 하는 처지다.

이는 과거에는 맞았을지 몰라도 이제는 뭔가 문제가 있는 작전계획에 따른 시뮬레이션이다. 전쟁이 발발하면 전사상자가 나오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기존의 관성에 따른 대응은 바꿔야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 부상자에 대한 보훈비용도 국가재정에 큰 부담을 지울 것이 뻔하다.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듯이 전쟁에 대한 대응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병사들의 몸값은 갈수록 비싸지는데, 이들의 과도한 희생을 전제로 한 전쟁준비 계획은 이율배반적이다. 입으로는 스마트 군대를 얘기하면서, 자군 이기주의와 예비역·정치인 입김에 휘둘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과거와 달라진 현대전에서 뭐가 더 중요한지 한국군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걸림돌은 군 인사법에 따른 주어진 임기도 채우지 못하는 군 수뇌부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군 통수권자의 명령에 따르는 게 군대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이나 윤석열 정부의 ‘국방혁신 4.0’ 모두 인공지능(AI)에 기반한 과학기술강군을 지향하고 있다. 상비병력을 줄이면서 병사 복무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도 똑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나 윤석열 정부는 모두 편가르기식 군 인사권을 행사했다.

‘병사 희생양’ 파이트 투나이트 곤란

지난 정권에서는 장군들이 ‘빅 픽처’를 그리기보다는 정권의 눈치나 보게 만들어 ‘무늬만 안보’라는 말을 들었다. 앞으로는 합참의장뿐만 아니라 대장으로 진급하는 모든 장군들의 ‘빅 픽처’가 무엇인지 국회에서 정책 청문회라도 열어서 검증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 정권의 군 수뇌부는 미군이 즐겨 말하는 ‘파이트 투나이트’를 강조하는 것 같다. 대신 병사들의 피로 대가를 치르는 파이트 투나이트는 곤란하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은 ‘파이트 투나이트’를 외쳤던 MB 정권에서 일어났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연재 | 박성진의 한국군 코멘터리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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