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3.16 제2의 새마을 노래
  2. 2013.12.15 박원순 시장과 로스토프
  3. 2013.10.28 서울 관광청이 시급한 이유

197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애국가보다 더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다. 바로 “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로 시작하는 ‘새마을 노래’다. 어릴 적 동네 쓰레기차가 이동할 때마다 이 새마을 노래를 줄기차게 틀었다. 게다가 아침마다 등굣길에 지나야 하는 동사무소 스피커에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마을 노래가 흘러나왔다. 그러다 보니 어린아이에게 새마을 노래는 좋든 싫든 들어야 하는 곡이 되었고, 일종의 ‘브레인 워싱’, 즉 세뇌곡이었다. 나이 50이 훌쩍 넘은 지금도 새마을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줄 아는 몇 안되는 곡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제 버스로 출퇴근하는 나에게 ‘제2의 새마을 노래’가 생겼다. 버스를 탈 때마다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하는 ‘음성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이 버스 음성광고 역시 ‘브레인 워싱’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이 80이 넘어 치매가 오더라도 간호사 앞에서 “OOO 가슴 성형으로 유명한 XXX 성형외과”를 읊조리지 않을까 싶다.

버스 승객의 졸린 귀를 뚫기 위해 반복되는 하이 톤의 음성광고는 정확히 12초 동안 떠들어댄다. 새벽 첫차부터 막차까지 정해진 정류소만 나타나면 차내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다. 성형외과 음성광고뿐만 아니라 안경점, 학원, 기업, 음식점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성형외과의 자극적인 멘트는 반복 효과가 다른 업종보다 탁월하다. 또 자주 듣다보면 음성광고에서 언급하고 있는 학원이나 음식점을 한 번쯤은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기도 하지만, 공포심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현대병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버스 승객에게 특정 질환에 대한 언급을 반복하면서 병원을 찾도록 유도하는 멘트가 나오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면 클래식 음악으로 하루 일과에 지친 승객의 심성을 달래주는 고마운 운전기사를 만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렇지만 이 버스도 특정 정류장에서는 여지없이 ‘XXX 성형외과’ 광고 멘트가 나온다.

성형외과 광고를 반복적으로 접하다 보면 성형수술을 간단한 미용 시술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경향이 생긴다는 게 심리학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신체 위험이 따를 수 있는 의료적 수술을 ‘미용적 시술’로 가볍게 여기게 만들도록 한다는 것이다.


성형외과 간판과 버스 광고(출처 :경향DB)


최근 성형수술 중 일어난 사고로 시끄러운 한 성형외과도 닥치는 대로 광고를 해 댄 곳이다. 만약 한 버스 승객이 음성광고를 듣고 성형외과를 찾았다가 의료사고를 당했다면 서울시도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할지 모른다. 서울시 역시 미용 성형수술에 대한 과도한 호기심이나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무절제한 광고를 규제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성형외과 광고뿐만이 아니다. 왜 버스 승객들은 본인이 동의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음성광고를 들어야 하는가. 이는 문자광고와는 분명히 다르다. 문자의 경우는 본인이 보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음성은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택적 노출이 불가능한 것이다.

언젠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귀를 괴롭히는 음성광고의 폐해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솔직히 버스에서 ‘소리지르듯’ 빠른 속도로 질러대는 광고음성보다는 은은히 흘러나오는 부드러운 음악이 서민들의 정서를 순화해준다고 믿고 있어서였다.

서울시 설명에 따르면 대다수 버스 승객의 짜증을 불러일으키는 그 음성광고라는 게 ‘시내버스 정류소 자동안내 방송기기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조건으로 하는 거란다. 게다가 버스 음성광고는 민간단체인 버스조합과 광고업체 간 계약이란다. 이런 음성광고라도 있어서 버스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간부의 설명이었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애용하는 서민들의 정서를 짜증스럽게 만드는 대가치고는 참으로 옹색했다.

그렇다면 아예 서울시 공용버스나 간부들의 승용차에서도 음성광고를 틀어주는 것은 어떤가. 서울시 오피니언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급 광고이니만큼 광고료도 좀 비싸게 받아 이 돈을 서울 시내버스 운용비에 보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음성광고를 듣고 여성분들의 가슴을 고치든지 말든지 하는 것은 서울시 간부 여러분이 알아서 할 일이겠다.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버스 음성광고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후보에게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한 표 찍겠다. 풀뿌리 민주주의는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라 사소한 변화에서 자랄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


박성진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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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 박성진

<미술관 옆 동물원>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서로 대조되는 성격을 가진 두 남녀가 한정된 공간에서 티격태격하다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영화다. 제목에 등장하는 ‘동물원’이라는 단어 자체가 낭만적이다.



현실의 동물원 역시 놀이문화가 없던 과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문화공간이었다. 마땅히 갈 곳 없던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 첫손에 꼽혔다. 학교 교사들에게는 쉽게 학생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좋은 체험학습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동물원은 논란이 대상이 되고 있다. 인간만을 위한 동물원이 아닌 인간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동물원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토착민까지 전시했던 유럽의 초기 동물원을 생각하면 상전벽해다.


서울대공원에서는 최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2011년 선물한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에 물려 사육사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한 공간에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과 맹수가 ‘우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만나 발생한 사고였다. 영화에서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만난 두 객체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것은 물론이다. 유감스럽게도 사고가 난 순간의 동물원은 아이들의 ‘꿈’이나 어른들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찰조사에서 사고는 동물원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잠금 장치 등의 안전시설 부재와 사육사에 대한 근무감독과 관련된 규정 위반 등이 복합된 사고였다. 사고는 여우 방사장에 임시로 호랑이를 옮겨둘 때부터 예견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호랑이가 여우가 살던 곳으로 옮기게 된 것은 대공원이 지난 10년간 대규모 투자 계획 논의만 하면서 신규 투자를 외면하다 뒤늦게 땜질식 시설 개선을 하느라 빚어진 일이었다.


서울대공원,호랑이 탈출사건(출처: 연합뉴스)



대공원은 이명박 서울시장 때인 2004년부터 3년간 디즈니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백지화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9년 미국 에이콤사 컨설팅을 통해 1조4000억원을 들여 열대우림과 대초원, 빙하기 등을 보여주는 대규모 테마파크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역시 재원 마련 부담과 입장료 인상에 따른 공익성 저하 논란 등으로 무산됐다. 그럼에도 서울대공원 동물원 사고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치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시도했다. 새누리당의 홍문종 사무총장은 동물원 사고의 책임을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돌리려 했고, 박 시장은 이를 반박했다.


제돌이까지 등장했다. 서울대공원에 있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를 제주도 앞바다에 방사하는 데 7억50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간 데 빗대 박 시장이 동물 이벤트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는 비난에 동원된 것이다. 이는 내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재선에 도전하는 박 시장 흠집내기 시도로 비친다. 오히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동물원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서울대공원에 무작정 예산을 쏟아붓기는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시설 개선을 제대로 하려면 아시아열대우림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수용하는 동양관은 200억원, 해양관은 600억원가량 필요하다고 한다. 게다가 어린이 1000원, 어른 3000원으로 10년째 묶인 입장료로 에버랜드 수준의 동물 관리는 언감생심이다.


지방의 동물원이나 사설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만 해도 대구시가 12년째 달성공원 이전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최근 1년7개월간 사자와 벵갈 호랑이 등 멸종위기 1·2급 동물 8마리가 폐사했다고 한다. 죽음에 이른 동물 대부분은 열악한 사육환경에 따른 복합적인 질환에 의해 사망했다.


스웨덴의 문호 악셀 문테는 “야만적이고 잔인한 짐승은 창살 뒤에 있지 않고 창살 앞에 있다”고 했다. 동물을 가둬 놓은 우리 앞에서 동물들을 지켜보는 인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동물원이 동물을 구경하기 위한 곳이었다면 앞으로는 멸종위기종이나 토종동물을 보존·복원하기 위한 곳으로 가치 정립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많은 동물들을 소유하고 보여주려고 한다면 한정된 예산과 인력 속에서 언제든 안전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동물 종(種)을 증식·보존해 멸종을 막고, 인간이 동물과 교감하는 체험을 제공하는 교육 공간을 우선한다면 해답은 상대적으로 쉽게 나온다. 이 경우 동물들의 수용 공간은 안전성이나 쾌적성을 먼저 따지게 된다. 박 시장도 “옛날 제국주의 시대처럼 신기한 동물을 잡아다가 구경시켜주는 기능의 동물원 시대는 지나갔다”며 “동물을 통해서 인간이 어떻게 세상과 우주와 생명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비전이 있는 동물원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시장이 앞으로 자신의 시정에 ‘동물원’ 정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화학적으로 녹일지 궁금하다. 졸지에 살인 호랑이로 낙인 찍힌 로스토프의 운명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박성진 전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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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경향 박성진

얼마 전 문학기행 ‘횡보와 함께 걷는 하루’에 참가했다. 경향신문과 한국작가회의 한국문학유산사업추진단이 공동 주최한 ‘2013 염상섭 문학제’의 마지막 행사였다. 원로 문학평론가 임헌영씨, 아동문학가 김이구씨 등을 비롯해 30여명의 문인·시민·학생들을 경복궁역 6번 출구에서 만나 잠깐 걷다보니 어느새 염상섭의 생가터였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는 <표본실의 청개구리> <삼대>의 작가다.

 

갑작스럽게 1950년대 신사 차림의 남자가 나타났다. 갈색 양복에 중절모와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었다. 생전의 염상섭으로 분장한 배우 이대연씨였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지금 여러분이 서 계신 자리가 어딘지 아세요? 체부동 106의 1번지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이죠. 예전에는 이곳 체부동·필운동·내자동·적선동 일대를 통틀어 필운방이라 불렀습니다.”


일행을 따라 덤으로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하는 시 ‘사슴’으로 유명한 노천명 시인이 서울생활을 했던 한옥집도 가봤다. 정확하게 말하면 노천명의 둘째언니가 변호사인 남편과 살던 집인 누하동 225-1번지다. 독신이었던 노천명은 언니 집에서 서울생활을 했다. 살짝 눈을 감고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는 혼자 삼켜 버리는 서글픈 버릇이 있다”고 고백했던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려는 순간 마침 그 집에서 한 아녀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우리 일행을 보고 순간 당황하더니 총총 시내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엽상섭 문학기행 (경향DB)

 

 

이날 문학기행에서 옛 문인들의 흔적을 100% 확인할 수는 없었다. 사실 염상섭의 생가터도, 노천명이 살던 집도 일제강점기 이후 번지체계가 많이 바뀐 데다 세월이 꽤 흘러 정확하게 옛날 그 자리인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골목길에 있는 장소들이어서 옛 지적도를 바탕으로 추론이 가능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이 일대에 재개발로 아파트 단지라도 들어섰다면 과거의 모습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염상섭과 노천명이 살았던 서촌 일대는 이외에도 시인 이상 등 다른 문인들의 흔적도 남아 있는 곳이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백사 이항복이 뛰어놀던 집터도 이곳에 있다. 사실 서울은 정도 600년이 넘는 도시이다 보니 꼭 서촌이 아니더라도 4대문 안은 걷는 골목골목마다 스토리텔링 대상이 무궁무진하다. 어찌보면 서울의 골목은 역사의 ‘보물지도’이자 ‘타임머신’이다.

 

마침 서울시가 관광 마이스산업을 육성해 2018년에는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을 유치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에서 “미래 성장 엔진으로 관광과 국제회의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며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관광객 수 기준 현재 11위에서 2018년 2000만명 돌파로 세계 5위까지 올리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발표에서 특히 422개 모든 동마다 탐방프로그램을 발굴하겠다는 방안이 눈길을 끌었다. 탐방프로그램에는 골목길에서 만나는 문화체험도 포함시킬 수 있다. 게다가 서울의 골목길에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지금도 낙산에서 동대문으로 이어지는 성곽길 아래 충신동 골목길을 순례자처럼 누비고 다니는 일본인 관광객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들은 골목길에 열광하고 불편한 집 밖의 초소 같은 화장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 낙산 충신동 골목길 (경향DB)

 

골목길들이 만나는 조그마한 동네 광장은 야외극장이다. 이곳에서는 소규모의 야외 콘서트나 뮤지컬, 연극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녁 노을이 지는 서울시내를 배경으로 낙산 중턱에서 멋진 콘서트가 펼쳐지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라. 그러나 현실은 이런 기대를 자꾸 배신한다. 당장 서울시는 문인들의 흔적을 만나는 문화체험의 확산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4대문 순례에 나서는 서울 도보꾼들의 이정표 역할을 했던 인왕산 공원 입구의 ‘옥경이 슈퍼’도 세븐일레븐 편의점으로 바뀐 지 꽤 됐다.


로렐라이 언덕을 가봤는가. ‘옛날부터 전해오는~’으로 시작하는 노래 한곡이 교과서에 수록됐다는 이유로 별 볼일 없는 라인강변의 한 언덕은 한국과 일본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관광코스가 됐다. 이에 견주면 ‘스토리텔링 도시’ 서울은 역사기행, 문화기행, 쇼핑기행, 시장기행 고궁기행 등 앞에 적당한 수식어만 붙이면 무지무지하게 가고픈 장소가 널려 있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서울시는 구슬을 제대로 꿰는 데 서툴러 보인다.

 

서울은 인구 1000만이 넘는 도시다. 인구 2배가 넘는 관광객을 불러들이겠다고 한다면 서울시는 관광청을 신설해 시청 여러 곳에 분산돼 있는 관광 관련 업무를 통폐합해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일관성 있는 관광행정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스토리텔링의 도시로 가는 지름길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골목길 타임머신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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