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48건

  1. 2019.12.10 주한미군사령관, 미국 이익 대변하며 ‘반 정치인’ 영향력
  2. 2019.11.12 육군 2개 군단·6개 사단 해체…‘인구 절벽’ 대비 부대구조 정예화
  3. 2019.10.29 등 돌린 법제처…‘헌병 → 군사경찰’ 명칭 변경 1년째 지지부진
  4. 2019.10.18 북 신형 미사일이 소환한 ‘해킹의 추억’…한반도 사이버전은 진행형
  5. 2019.10.01 공군의 생일 ‘10월1일’이 국군의날이 된 이유
  6. 2019.09.17 미국판 ‘공중 일대일로’…F-35 벨트로 들어간 한국
  7. 2019.09.03 한반도 주변, 10년 후엔 ‘항모 러시’…한국은 2033년 ‘경항모’ 진수
  8. 2019.08.20 스피드·스마일·시그널…북한 ‘1호 사진’의 3S 전략
  9. 2019.08.06 ‘GSOMIA 파기’ 카드는 일본에 입김 행사하라는 미국 향한 메시지
  10. 2019.07.30 요격체계 허점 찌른 북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게임체인저’ 되나
  11. 2019.07.16 ‘유엔사 보폭’ 넓히려는 미국…북한 넘어 ‘동북아 체스판’까지 보나 (1)
  12. 2019.07.08 휴가중이던 23사단장은 왜 징계대상이 됐나
  13. 2019.07.02 ‘북 목선 귀순’ 발표 전, 군 수뇌부는 왜 사흘간이나 대책 회의했나
  14. 2019.06.18 F-4 팬텀, 공군의 패러다임 바꾸고 F-35 스텔스 전투기와 ‘바통 터치’
  15. 2019.06.03 요새 군대는 '총검술 빼고, 스마트폰 넣고’
  16. 2019.05.21 ‘지뢰영웅’ 이종명 3대 미스터리···‘사고자’에서 ‘관계자’로
  17. 2019.05.07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섞어 쏘기’는 다목적 노림수
  18. 2019.04.22 국방부 '무궁화 동산’ 절개해 테니스장···결정과정도 '미스터리’
  19. 2019.04.17 합참 체육대회 놓고 시끌···테니스장·풋살장 예산으로 8억 잡아
  20. 2019.03.26 “천안함 침몰 때 ‘괴물체 영상 삭제’ 혐의 속초함 함장 긴급체포 시도했다”
  21. 2019.03.12 내달 대장급 인사 단행…50년 만에 ‘비육사 육군총장’ 나올까
  22. 2019.03.05 월말이면 한·일 상공 넘나드는 ‘불청객’…1석3조 노리는 중 군용기
  23. 2019.01.22 ‘초계기 사건’의 전말, 일본 측 ‘로그파일’에 들어있다
  24. 2019.01.07 경고등 켜진 대북 군사정보 신뢰성…합참은 “북한의 기만전술”
  25. 2018.12.27 연평도 도발 후 즉흥적 무력 증강…그 뒤에 숨은 보수정권의 안보 무능
  26. 2018.12.11 70년 전 뼈대 그대로…현대 전장과 동떨어진 ‘병과·직능특기’
  27. 2018.11.13 못 잡나, 안 잡나…‘촛불 계엄’ 몸통 의혹 조현천 행적 미스터리
  28. 2018.11.12 '청와대 감귤’과 북한 인민무력부장
  29. 2018.10.30 “군대는 선교·포교의 황금어장”…인사철엔 상관 종교 시설 북적?
  30. 2018.10.16 잠잠하던 북, 다시 ‘남측 선박 침범’…NLL은 아직 ‘분쟁의 선’ (1)

ㆍ독특한 위상 배경에…한국 대통령에게 면담 요청도 가능

ㆍ전직 사령관들도 GSOMIA·방위비 분담 등에 발언 쏟아내

ㆍ친미단체·보수언론의 과도한 ‘띄워주기’가 영향력 더 키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청와대에서 한·미 군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 간담회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오른쪽)이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해 이뤄진 자리로 알려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최근 전·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목소리와 행동들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개월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전작권 전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핵 등에 대한 진단을 놓고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발언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국내 보수단체들은 이들을 각종 토론회나 세미나 등에 앞다퉈 부르고 있다. 언론인 단체도 가세해 이들에게 한반도 안보 진단 기고를 요청했다. 미 정부가 운영하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인터뷰 보도를 내보내면서 미국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독특한 역할 및 위상, 한국에서 사실상 ‘반 정치인’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분석했다.


■ ‘모자 4개’ 사령관


주한미군사령관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직책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군사령관, 주한미군 선임장교 등 4개 직위를 겸직하고 있다. 모자를 4개 쓰고 있는 셈이다. 각 사령관 직위에 따라 역할이 제각각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주요 임무는 한반도 위기 시나 전시 상황이 닥칠 때 한미연합사령부를 지원하는 일이다. 미 정부가 지정한 인원에 대한 ‘비전투원 소개작전(NEO)’ 지원도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또 미군과 다국적군에 대한 전시증원(RSO)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부가 인도태평양사령부 및 미군의 각 기능별 전투사령부(COCOM), 미 합참, 미국 정부 등과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 역할을 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이기도 하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지휘소와 구성군사령관들로 구성돼 있지만, 평시에 상설 전투부대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는 주한미군이 평시에는 한미연합사 소속이 아니라, 유사시에 통제 전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연합사는 평시 상설부대는 없지만, 연합위임권한(CODA·Combined Delegated Authority) 사항에 의해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CODA는 평시와 한반도 위기 시 초기에만 적용되고, 이후에는 한미연합사령관이 준비된 작전계획에 의거해 전구작전을 지휘하게 된다.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군사위원회의 전략지시와 작전지침을 받아 전시에 한미연합군을 지휘하게 된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사령관의 소전구 통합군사령관이다. 이에 따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 한미연합사는 인도태평양사를 통해 주한미군의 지원을 받도록 돼 있다.


현재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1978년 한·미 간 합의된 전략지시 1호에 따라 한국군 통수권자인 한국 대통령과 미군 통수권자인 미국 대통령이 합의해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지시를 내리면, 이를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게 돼 있다. 전략지시 1호에 의하면 한미연합사령관의 작전통제권은 4성 장군인 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함으로써만 그 효력이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리언 라포트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과거 한국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계획에 대해 “나는 주한미군사령관이면서 유엔군사령관이기에 그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이는 유엔군사령관으로서의 작전지휘권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유엔군(UNC)사령관도 겸하고 있어 평시에는 정전협정을 관리하고, 전쟁 발발 시에는 전력 제공국 병력을 협의에 따라 미8군이나 한국군에 배속하는 임무도 가지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또 주한미군 선임장교(SUSMOAK)로서 본인이 겸직하고 있는 한미연합군사령관, 유엔군사령관과의 업무를 조정하는 책임자다. 미 합참의장을 대리한 주한미군 선임장교 자격일 때는 한국군 카운터파트는 한국군 합참의장이다. 동시에 미 국방부 대표 권한을 부여받은 자격일 경우에는 한국 국방장관이 카운터파트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업무는 3개 사령관 직위가 엉켜 있는 만큼 미측은 주한미군사와 한미연합사, 유엔군사 등 3개 사령부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겸직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각 사령부 참모직을 겸직하게 함으로써 미측 사령부들의 복잡한 상호관계를 단순화시켜 지휘 및 통제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런 만큼 한국군으로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사령관의 역할과 위상이 한미연합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등을 겸직했을 때와는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왼쪽)이 지난달 22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의 백선엽 전 육군대장(가운데) 사무실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 전 대장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면서 ‘영웅’이라고 치켜세워 광복회의 반발을 샀다. 연합뉴스


■ ‘앞다퉈 모시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 군 주요 지휘관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실 이 자리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취임 후 문 대통령과의 만남을 강력하게 요구해서 이뤄진 자리였다는 후문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이라는 독특한 위상을 배경으로 할 수 있는 면담 요청이었다.


이런 주한미군사령관에게 광복회는 지난 5일 강력한 항의 공문을 전달했다. 백선엽 ‘전쟁영웅’ 찬양에 대해 사과 및 재발 방지, 면담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광복회는 공문에서 “최근 에이브럼스 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장성들이 독립군 학살에 앞장섰던 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의 100세 생일을 축하하며, 그를 ‘영웅’이라 치켜세운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을 모욕하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주는 행위로 인식하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보고>와 <친일인명사전>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하켄크로이츠 깃발 아래 ‘하일 히틀러!’를 외치며, 레지스탕스 대원을 학살한 나치 친위대원을 ‘영웅’이라고 찬양하는 행위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달 22일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백선엽 장군을 예방하고 주한미군이 페이스북에 사진과 함께 ‘백선엽 장군은 진정한 전사이자 지도자이며 오늘날도 우리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 데 대한 항의였다.


역대 주한미군사령관은 취임 후 갖는 중요한 의전 중 하나가 백선엽 전 육군대장에게 부임 인사를 하는 것이다. 이는 대다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불편하게 보이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는 상처를 주는 장면이라는 게 광복회 입장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나 주한미8군사령관, 주한미해군사령관, 주한미공군사령관들이 부임하면 의례적으로 언론에 소개되는 행사가 있다. 한국 이름 작명식이다. 박유종(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보우해(마이클 보일 주한미해군사령관), 우기수(케네스 윌스바흐 미7공군사령관) 등 전·현직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 수십명에게 한국 이름을 지어준 단체는 한미동맹친선협회다. 회장단이 육군 사단에서 명예사단장으로 위촉되고 지프를 타고 열병식까지 해 물의를 빚었던 바로 그 단체다. 외교부의 설립 허가를 받은 비영리법인인 이 단체가 홈페이지에 소개한 지난 3년간 활동 내역을 보면 주한미군 고위층 한글 이름 지어주기, 미군과 한국군 부대 방문, 미군 지휘관들의 이·취임식 참가, 한·미 군 관계자들과의 리셉션이 대부분이다.


주한미군을 가까이서 수십년 동안 지켜본 ㄱ씨는 주한미군 고위 간부들이 한·미동맹을 내세우는 미군 주변 단체들과의 접촉을 통해 한국민 정서를 일방적으로 읽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친미단체 주장을 대다수 한국민 정서로 받아들여 잘못된 판단을 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방위비 분담금 관련 세미나에서 분담금 인상이 결국 미국산 무기 구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미국의소리 방송은 10월24일 ‘유엔군사령부 해체 문제에 관해 일본 정부와의 조율도 필요하다’는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과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 한·미 간 각종 현안에 편승해 전 주한미군사령관들의 발언이 나오면 국내 언론은 워싱턴 기류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붙여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구조다. 이들 중 몇몇은 미국 방위산업체의 로비스트나 자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육군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까지 병력은 줄이고 부대 구조는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하는 대대적 개편을 진행한다. 이에 따라 육군은 ‘8개 군단, 39개 사단’ 체제에서 ‘6개 군단, 33개 사단’ 체제로 정예화하게 된다. 지난 8월8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훈련병들이 샤워 터널을 지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위 사진). 지난해 11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무인이동체 시스템산업 엑스포’의 육군 부스에 군수품 수송용 드론이 전시돼 있다(아래). 연합뉴스·경향신문 자료사진


육군 부대의 대대적 개편이 진행 중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절벽’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다. 국방부는 이를 ‘국방개혁 2.0’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급격한 인구감소 현상에 대응하면서 부대 구조를 정예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방개혁 2.0’ 일환으로

2022년까지 9만여명 감축

‘6개 군단·33개 사단’으로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57만9000명인 육·해·공군 상비병력은 2022년 말 50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축 병력 대부분은 육군이다.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보면 육군은 2개 군단과 최근 없어진 사단까지 포함해 6개 사단을 해체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줄어드는 병력만 8만명에 가깝다.


현재 대상 부대 2053개 중 602개(29.3%)에 대한 개편이 완료됐다. 2025년까지 나머지 1451개 부대의 개편도 마무리된다. 육군은 지난달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병력 수준을 올해 46만4000명에서 2022년까지 36만5000명으로 9만9000명을 줄이겠다고 보고했다. 올해 병력 감축 규모만 해도 2만명이다.


■ 사라지는 사단


수년 전만 해도 육군은 ‘8개 군단·39개 사단’ 체제였다. 육군은 병력 절감형 부대 구조개편을 통해 2025년 ‘6개 군단·33개 사단 체제’로 바꿀 계획이다.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부대는 제20·26·30 기계화보병사단과 제2·27·28 보병사단 등 6개 사단이다. 26사단은 이미 2018년 부대기를 내렸고, 20사단과 2사단은 올해 말까지 해체된다. 27·28·30사단은 수년 내 해체 대상이다. 이 밖에 철원지역 6사단은 경기 포천으로 이전하고, 강원 고성 22사단이 동해안에 분산 배치된다.


‘오뚜기 부대’ 8사단과 ‘불무리 부대’ 26사단 통폐합은 육군 구조개편 공식화의 신호탄이었다. 중서부 전선의 주력 사단으로 경기 양주에 있던 26사단은 지난해 12월 기계화보병사단(기보사)으로 재편된 8사단과 통폐합되면서 65년 만에 부대기를 내렸다. 육군은 이처럼 여러 군단에 흩어져 있던 기계화사단을 7기동군단 예하로 재편하고 정예화하기 위해 예하 기계화사단들을 통폐합하고 있다.


8사단은 26사단의 주력 2개 여단과 수도기보사 1개 여단, 20기보사 1개 여단을 흡수·통합해 ‘기계화보병사단’으로 재탄생했다. 8사단은 이름만 취했을 뿐, 사실상 기존 26사단 전력인 73기계화보병여단과 포병여단 등이 8기보사 주력이다. 8기보사의 핵심 전력은 최신예 K2 흑표 전차다.


다음달 1일부로 아시아 최강 기계화보병사단이란 평가를 받던 20기보사는 단대호(단위부대 번호)가 빠른 11기보사에 통합된다. 애초 최전방 경계부대였던 20기보사는 대대장의 무전병 대동 월북사건으로 1978년 사단 전체가 경기 양평에 있던 5사단과 주둔지를 맞바꿨다. 1980년에는 하나회 출신인 박준병 사단장 지휘로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압에도 동원됐다. 이후 1983년 수기사에 이은 육군의 두 번째 기계화보병사단으로 개편됐다.


2020년 말에는 30기계화보병사단도 독립기갑여단인 30기갑여단으로 축소된다. 육군 기계화사단은 8기보사와 11기보사 ‘투 톱’ 체제를 형성하면서 기존 ‘6개 기보사·5개 기갑여단’ 체제가 ‘3개 기보사(수기사 포함)·8개 기갑여단’ 체제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육군은 “앞으로 기갑여단에는 배속 전차대대가 많아지는 등 현재 여단과 사단의 중간급에 가까워진다”며 “전력이 증강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각 기보사에는 항공단을 창설해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를 배속할 계획이다.


3군단 예하 ‘노도부대’ 제2보병사단도 올해 말이면 사라질 예정이다. 2보병사단 내 3개 연대는 인근 21사단과 12사단으로 통합된다. 국방부는 대신 해체하는 2보병사단을 모체로 201·203특공여단을 묶는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7기동군단 예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후방 각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협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공중강습부대인 ‘신속대응부대’를 창설하는 방안이다. 


군단 작전지역 3~4배 확장

기갑여단·항공단 편성키로

보병사단도 통폐합에 박차

각 기보사엔 항공단 창설도


신속대응부대는 소수 병력이지만 특수작전용 헬기 등 기동장비로 무장한 특수목적 부대다. 미 육군의 101공중강습사단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병사단보다 적은 병력에다 헬기 등 항공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할 경우 동부전선 핵심 전투사단을 후방으로 빼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군단·모듈형


육군은 6군단과 8군단 등 2개 군단을 폐지해 숫자를 줄이는 대신 작전수행체계를 야전군사령부에서 군단 중심으로 개편하고 있다. 작전수행체계가 군단으로 이동하면 현재 ‘30(가로)×70㎞(세로)’인 군단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개편 군단은 과거 야전군사령부의 인사·군수·전투근무지원 등 군정 기능과 작전지휘 기능을 모두 행사하게 돼 사실상 ‘미니 야전군사령부’ 역할을 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군단별로 1~2개 기갑여단 및 공격·기동항공 지원을 할 수 있는 항공단을 편성할 계획이다. 전방 군단에는 다련장 로켓대대도 크게 신·증설된다.


부대 구조는 병력집약형에서 전투효율을 높인 맞춤형으로 개편한다. 육군은 “사단 정찰용 무인항공기(UAV), 한국형 기동헬기 등 필수전력을 적기에 전력화해 확장된 책임지역에 대한 제대별 감시정찰, 기동, 화력 등의 능력을 증대할 계획”이라며 “부대 수는 줄지만, 전투수행능력을 보강해 정예화된 구조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육군이 내세우는 미래 육군의 모습은 ‘아미 타이거 4.0’이다. 보병부대를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해 최적의 탐지·결심·타격 기능을 갖춘 고효율의 치명적 미래 전투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탄기능, 센서와 슈터, 원격사격통제체계를 갖춘 장갑차량을 도입할 계획이다. 육군은 “K808 차륜형 장갑차를 전력화한 25사단 1개 대대를 대상으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2020년까지 전투실험을 진행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실제 야전 운용과 보완작업을 거친 후 2023년부터 2025년까지 2개 대대에 시험 적용하고 2025년 이후 사단·여단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동군단도 마찬가지다. 예하 각 기계화보병사단에는 이전에 없던 항공단이 새로 창설된다. 공격용 및 병력수송용 헬리콥터까지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으로 최대 변혁

군 중심 사단서 여단으로

2025년 ‘모듈형 부대’ 마련


국방개혁 2.0이 완료되는 시점인 2025년부터는 군 중심이 사단에서 여단으로 바뀐다. 창군 이래 최대 변혁이다. 1948년 연대급 중심으로 창설된 육군은 6·25전쟁 이후 삼각편제와 사각편제를 혼용해오면서도 사단 중심으로 운영돼왔다.


육군의 미래 ‘여단 전투단’은 모듈형으로, 각종 지원부대가 상설 배치된 연대전투단의 확대판 격이다. 육군은 미래 여단이 기존 사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성패는 개별 병사 및 부대 장비의 확충, 특히 네트워크 통신망 확보에 달렸다. 12개 전방 사단의 보병연대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보병여단 전환에 나섰다. 사단 화력이던 105㎜ 견인식 곡사포를 차륜식 자주곡사포로 개량해 보병여단 화력으로 배치한다. 보병 기준으로 1개 연대는 3개 대대로 구성되지만 새로운 여단은 포병 등을 포함해 최대 5개 대대까지 편성될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주둔지가 대부대 단위로 통합되고 기동장비 보급이 확대되면서 부대 모듈화 환경이 마련됐다. 모듈화 관건은 단위부대를 미군과 같이 ‘레고’ 블록처럼 운용할 수 있느냐 여부다. 한국 주둔 미 육군은 2보병사단처럼 예하 여단이 2사단 소속이 아니라 다른 사단 소속이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식이다.


모듈화 부대 구조개편은 2030년까지 모든 보병을 기동화하겠다는 ‘아미 타이거 4.0’과도 맞물려 있다. 여단전투단이 지금의 사단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발휘하려면 기동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기 때문이다. 육군 관계자는 “한 시간 동안 5㎞를 도보로 이동하는 부대와 50㎞를 차량으로 이동하는 부대가 맡을 수 있는 영역 차이를 생각해 보라”며 “전개 속도가 10배라면 작전영역은 100배 넓어진다”고 말했다. 단위시간당 작전 가능영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헌병이 창설 70년 만에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는 등 변신을 모색하고 있지만 관련 법의 표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헌병’을 새긴 기존 헬멧을 전통 투구를 응용한 새 디자인으로 변경하는 등 복장과 장구류의 변화도 추진 중이지만 시행은 미뤄지고 있다. 왼쪽 사진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속 헌병의 모습. 오른쪽은 지난 4~7일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 지상군 페스티벌에 전시된 새 헌병 복장 시제품들로 전통 투구 디자인에 대한제국 시기 의복을 본뜬 행사복(오른쪽) 등이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헌병 창설 70년 만에 명칭을 군사경찰로 변경하겠다던 국방부 계획이 1년이 다 되도록 표류하고 있다. 법제처의 ‘입맛대로’ 입장 탓이다. 헌병을 군사경찰로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데 법제처는 상위법을 수정하는 게 먼저라며 국방부 안을 퇴짜놓은 후 요지부동이다. 그러나 법제처가 국군기무사령부 명칭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꿀 때는 가만있다가 헌병 명칭 변경안에만 브레이크를 거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 표류하는 법안


국방부는 28일 “헌병 병과 명칭을 군사경찰로 바꾸기 위한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해 11월14일부터 12월24일까지 입법예고를 거쳤으나 다음 단계에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1월 이미 통과돼 헌병은 군사경찰로 활동하고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 개정안 입법예고에도

법제처 “상위법 수정이 먼저”

1년여 동안 개정안 심사 중단


법제처는 지난 1월14일 해당 개정안을 접수한 이후 사실상 심사를 중단했다. 이는 헌병을 군사경찰로 변경하기 위한 군인사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이 대통령령인 만큼,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상위 법률인 ‘군사법원법’과 ‘군인사법’ 등을 먼저 개정해야 한다는 법제처 입장에서 비롯됐다.


군사법원법은 군사법경찰관인 헌병의 정의와 역할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상위법인) 법률에서 정한 ‘헌병’이란 명칭이 ‘군사경찰’로 고쳐져야 하위법인 시행령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게 법제처 의견”이라고 말했다.


법제처, 기무사 명칭 변경 땐

‘상위법’ 원칙 적용 안 해

일관성 없다 군 안팎 비판


그러나 법제처는 국군기무사령부가 폐지되고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출범할 당시에는 이 같은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안보지원사로 해편(解編)된 기무사 역시 군사법원법에는 ‘기무부대’라고 돼 있다. 또 군사법경찰관의 자격을 규정한 군인사법 43조는 ‘법령에 따른 기무부대에 소속된 장교, 준사관 및 부사관과 보안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처럼 안보지원사로 바뀐 옛 기무사의 경우 상위법인 군사법원법에는 여전히 ‘기무부대’로 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제처는 기관의 동일성이 인정돼 실무상 문제가 없다는 해석에 따라 군인사법 부칙을 통해 이름을 바꾸는 것을 허용했다. 군 쇄신을 위해 법 해석을 유연하게 한 결과다.


법제처가 헌병에 대해 기무사와 다른 잣대를 들이밀게 된 데는 국회 관련 상임위의 질책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법제처는 기무사 명칭 변경으로 ‘혼쭐’이 나자 나중에 명칭을 바꾸겠다고 나선 헌병에 대해서는 국회 입법을 요구했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법제처장에게 기무사와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달라며 재고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국방부는 법률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에 군사법원법과 군인사법 등의 개정을 요청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군사법원 업무보고를 통해 현재 ‘헌병’ 용어가 명시된 ‘군사법원법’과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며 “법률 개정과 동시에 명칭 변경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조차 ‘조국 사태’로 올해 내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등이 발의한 군사법원법 개정 법률안은 ‘헌병’을 ‘군사경찰’로 고쳐놨지만 법안 심의 일정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헌병 측은 당초 1월 시행령 개정 완료를 예상하고 이미 부대마크, 깃발, 간판, 현판, 차량 등을 제작했으나 현재는 ‘무용지물’인 상태다.


■ 정치 비밀경찰


헌병은 현재 군대 안에서 질서 유지와 군기 확립, 법률이나 명령 시행, 범죄 예방과 수사 활동, 교도소 운용, 교통 통제, 포로 관리, 군사시설과 정부 재산 보호 등 임무를 맡고 있다.


헌병 명칭은 일본 군국주의에서 비롯됐다. 일본 켄페이타이(憲兵隊·헌병대)는 정치 비밀경찰 임무를 수행하면서 국민을 감시하고 모략·암살까지 하는 조직으로 악명 높았다. 일본은 1896년 청일전쟁 후 대한제국에 헌병대를 처음 설치했다. 이후 대한제국 군대에도 1900년 헌병사령부가 설치됐다. 한국군 헌병은 이를 ‘헌병의 기원’으로 인식하고 있다.


1907년 일제에 의해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면서 대한제국 헌병도 폐지됐으나, 1948년 12월15일 국방경비대 예하 군기병을 헌병으로 명칭을 바꾼 이후 현재에 이르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군은 헌병이 일제강점기 헌병대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에 따라 병과 명칭을 군경(軍警), 군경찰(軍警察), 경무(警務) 중 하나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 국방부가 전군 의견을 수렴한 결과 헌병 명칭에 대해 군사경찰(40%), 군경찰(30%), 군경(17%), 경무(5%), 현행처럼 헌병(3%), 기타(5%) 순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군사경찰’ 명칭은 민간경찰과 구분하면서 민간경찰의 파트너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영국·인도·호주·브라질이 군사경찰(Military Police), 이탈리아·프랑스는 기병이란 명칭을 사용한다.


■ ‘환골탈태’ 헌병


헬멧·부대마크 등 새로 제작

복장·장구 디자인 변경에도

무용지물 상태로 남겨져


헌병은 명칭뿐만 아니라 복장과 장구류 등의 디자인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작업으로 육군 헌병은 올해 말까지 헬멧을 전통 투구를 응용한 새 디자인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현행 헬멧에는 검은 바탕에 흰색으로 앞면 중앙에 ‘헌병’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영화 &lt;공동경비구역 JSA&gt;에서 이수혁 병장(이병헌) 등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가 쓴 헬멧 이미지다.


육군 헌병의 새 헬멧은 앞면에 ‘헌병’이란 글자가 육군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바뀌게 된다. 헬멧 윗부분에는 작은 뿔 장식을 달았다. 옆면과 뒷면에도 뿔 장식으로 이어지는 금테를 둘렀다. 육군 관계자는 “조선시대의 ‘두석린 갑주(갑옷과 투구)’ 중 투구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응용해 겨레를 지키는 정통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육군 헌병은 짙은 녹색 계열의 행사복도 검은색 계열로 바꾸고, 하의 측면 봉제선엔 빨간 줄을 더 넣기로 했다. 대한제국 군인의 복제를 본뜬 것으로, 군의 뿌리를 대한제국군으로까지 넓히겠다는 군 당국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이 같은 디자인을 포함, 여러 안을 검토해 최종 확정한 뒤 12월부터 새 헬멧 등을 각급 부대 헌병대에 보급할 계획이다.


국방개혁 2.0과 연계한

헌병 병과 명칭 개정 지연에

‘헌병 작전·수사 조직 분리’

군 사법제도 개혁안

물 건너간 거 아니냐 비판도


그러나 정작 중요한 국방개혁 2.0과 연계한 헌병 병과 명칭 개정이 지연되면서 군 사법제도 개혁에 따라 헌병 작전과 수사 조직을 분리한다는 계획은 지지부진하다. 송영무 전 국방장관 시절 추진한 헌병개혁안이 사실상 ‘물 건너간 거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초기 수사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수사 전문부대와 야전 헌병조직의 전문화를 추진했다. 송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헌병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조직을 떼어내 각 군 참모총장 직속의 수사조직으로 만드는 방안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각 군 본부 헌병실 및 중앙수사단 등의 상부 조직과 일선 부대의 구조 개편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헌병의 기능 분리 방안은 육군헌병실과 중앙수사단 등 상부 조직과 야전부대의 구조를 개편해 수사 전문부대와 야전 헌병부대의 전문화 및 수사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병과 명칭 개정과 함께 헌병의 수사와 작전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 등을 골자로 한 군 수사기관 개선 작업은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군의 수사 및 경비·경호·군기 확립·교통까지 전담하는 헌병은 현재 육군 6000여명, 공군 7000여명, 해군 4000명 등 총 1만7000여명의 병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안보지원사 병력 4300여명보다 4배가량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병은 장군이 준장 2명인 데 반해 안보지원사는 중장 1명, 소장 1명, 준장 4명 등 6명으로 3배 많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제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14일로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이번 국감은 지난 2일 시작돼 21일까지 20일간 진행된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과학연구소(ADD) 국감에서는 북한이 잇따라 선보인 신형 미사일이 남측 기술로 제작됐을 개연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북한의 ‘해킹 가능성’이다. ADD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국방위원들은 과거 북한 해킹의 ‘추억’을 들춰가며 그럴 가능성에 대해 유의할 것을 촉구했다.


20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첫날인 지난 2일 정경두 국방장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감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위 사진). 북한이 8월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도하에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고 있다(두번째). 북한 조선중앙TV가 7월26일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세번째). 북한이 2016년 4월 공개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수중발사 모습(아래). 북한의 잇단 신형 미사일 발사를 두고 이번 국감에서는 과거 해킹된 남측 기술로 이들 미사일이 제작됐을 개연성이 제기됐다. 김영민 기자·경향신문 자료사진


■ ‘해킹설’ 배경


북한이 한국 기술을 해킹해 신형 미사일을 만들었을 가능성에 대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북한이 최근 발사한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과 대구경 조종방사포가 남측 무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2014년과 2016년 북한의 해킹으로 국방 자료가 대량 유출됐다는 점이다. 북한은 2014년 4월 ADD를 해킹했고, 2016년 8월에는 국방통합데이터센터(DIDC)를 해킹 공격해 국방망 PC 3200여대를 악성코드에 감염시켰다.


무기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우리 현무2B 미사일과 형태가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또 북한이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라고 밝힌 발사체는 천무2와 닮았고, 신형 미사일은 군이 지난해 개발을 마친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북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

최근 발사 무기 한국과 유사

국감서 ‘해킹 가능성’ 제기

북, 2014·2016년에도 ‘공격’

무기 기술 등 군사기밀 빼가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은 지난 7일 “북한의 이스칸데르는 우리 현무2B와 유사하고, 다른 건(발사체)은 미국의 에이태킴스. 케이티즘(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과 유사하다. 분석이 맞는 건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남세규 ADD 소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은 “이렇게 북한이 급격하게 기술 진보를 이룬 배경이 뭐냐, 그래서 다시 돌이켜보는 게 뭐냐면 2014년 ADD에 대한 북한의 해킹이 있었다”며 “엄청난 우리 기술 개발 문서들이 도용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년에만 쏜 북한 미사일 방사포,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체들이 고도의 기술을 갖춘 걸 보면, 북한 자체 기술 개발로는 되기 어렵고, 우리 쪽 기술을 도둑질해서 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남 소장은 “지금 말씀하신 무기들은 아예 2중망으로 해서 (외부)망과 연결되지 않도록 돼 있다”면서 해킹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또 “(북의) 이스칸데르는 현무2와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보고 비슷하게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에이태킴스 등도 일반에 공개되고 하니까 그걸 확대해서 만든 거 아닌가 싶다”며 “외형만 그렇지 안에 들어가 있는 기술은 동일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 소장은 ‘북한 해킹 부대 공격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방위사업청과 ADD 관계자들은 “지난 한 해에만 200건이 넘는 ADD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며 “하지만 2014년 ADD 해킹 사건에 대해 외부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 북 해킹의 ‘추억’


경향신문은 2017년 9월25일 북 정찰총국 관련 조직이 국내 방산업체를 해킹해 해군의 ‘3000t급 장보고Ⅲ 설계도’와 ‘콜드론치(Cold Launch)’ 기술을 절취한 사실을 보도했다. 콜드론치는 잠수함 발사관 내부에서 고압 압축공기시스템을 이용해 미사일을 사출시킨 뒤 공중에서 점화하는 기술로, 북한 SLBM 콜드론치 기술의 획기적인 진전을 감안하면 해킹한 우리 해군 기술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국방부는 이 보도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지만, 한 달 후인 같은 해 10월31일 국정감사에서 사실임이 확인됐다. 북한이 2016년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잠수함 장보고III와 이지스함 율곡이이함, 차기 호위함 울산급 배치-II, 수상함구조함 통영함 등의 설계도, 건조기술 자료, 무기체계 자료 등 60여건의 군사기밀을 절취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전투체계 개발 로드맵과 관련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 등이 유출됐다는 것은 무기체계 특성과 작전반경 등이 그대로 노출됐음을 의미한다.


군 당국은 쉬쉬했지만, 2016년 9월 국방망 해킹으로 빠져나간 자료만 235기가바이트나 됐다. ‘작계 5015’ 등 유출 내용이 확인된 데이터는 22.5%(1만700여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유출 흔적만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최신 무기는 플랫폼에 전자시스템을 장착하는 게 일반적이다. 가령 이지스 전투체계 프로그램은 ‘함정의 전투 두뇌’ 역할을 한다. 함정에 탑재된 모든 탐지체계와 무장체계, 항해 지원 장비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통합된 하나의 전술상황 정보를 만들어 공유하기 때문이다.


‘날아다니는 컴퓨터’로도 불리는 F-35 역시 마찬가지다. F-35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 중심전을 위한 데이터 통신 성능에서 나온다. F-35는 대량의 디지털 정보를 송수신하면서 비행지역의 전장 상황을 지휘부 및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F-35는 비행임무(작전), 군수(정비·보급), 교육훈련 등 주요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프로그램에 묶여 있다. 이 같은 F-35 데이터의 통합 관리는 인터넷 해킹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한국의 F-35 기지인 청주비행장에서 같은 부대원이라 하더라도 특별접근인가(SAP) 자격이 없으면 F-35 핵심 시설 접근을 막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F-35는 ‘해킹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가령 적성국 무인기가 F-35를 향해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다. 그 순간 F-35의 헬멧 디스플레이 시스템 내 숨겨져 있던 초미세 안테나가 작동한다. 이 초미세 안테나는 정비과정에서 수많은 마이크로 칩 가운데 일부를 교체할 때 심어진 것이다. 그 결과 이 초미세 안테나가 적이 쏜 미사일의 특정 주파수에 의해 활성화된 후 그 신호를 포착해 F-35를 끝까지 따라붙는 일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F-35는 해킹이 가능해진 마이크로 칩을 부착했을 때 이미 격추가 예정된 셈이다.


사이버 전문가들은 이지스함과 F-15K도 얼마든지 해킹이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런 만큼 모의 해킹을 통해 취약점을 미리 찾아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이버 전문가의 모의 해킹 시도 제안을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사이버전


남북 적대행위 전면중지에도

북, 대남 사이버 공격 지속

군사적 긴장 완화 영역에

사이버 테러 금지 포함해야


한반도 ‘사이버전’은 진행 중이다. 남북은 지난해 4월27일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선언문에 적시한 ‘모든 공간’에 사이버 공간이 포함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지만 북한의 대남 사이버 공격은 계속되고 있고,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 적어도 ‘제5의 전장’인 사이버 공간에서 적대행위는 포기하지 않은 셈이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사이버 전력을 핵·미사일과 함께 3대 비대칭 전력으로 설정해 놓고, 해커조직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강의 사이버 전투력을 확보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국방부에서 발표한 2018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사이버전 인력은 6800여명이다. 최근 10년간 2~3배 증가한 수치다. 양성과정 인원까지 판단하면 인원은 훨씬 늘어난다.


북한은 사이버 활동 근거지를 중국에서 동아시아·중동·남아메리카 등으로 넓혔다는 게 정보당국 분석이다.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적극적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해 2월 “미국이 중앙정보부(CIA)와 국방정보국(DIA) 역량을 총동원해 ‘한국미션센터(KMC)’를 신설해 2017년 중반부터 한국·일본에 북한 인터넷을 원격 감청하는 기지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지금도 한국의 잘 갖춰진 정보시스템과 네트워크는 북한의 실질적 공격 대상이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영역에 비핵 의제뿐만 아니라 ‘사이버 테러’ 금지를 구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를테면 사이버 공간의 평화선언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육·해군 이어 1949년 10월1일 공군이 가장 늦게 창설…

ㆍ육·해·공 ‘3군 체제 완성의 날’ 통합 기념일로 제정

ㆍ‘38선 돌파 날짜서 유래’ 주장엔 군 “공식입장 아니다”…

ㆍ문 정부 들어 “광복군 창설한 9월17일로 바꾸자” 잇따라


영국 종군기자 존 매켄지가 1907년경 촬영한 구한말 의병들(위 사진)과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전례식 후 한·중 대표들이 기념촬영하는 모습(아래). 국군의 뿌리를 의병과 광복군에서 찾아야 한다며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제71주년 국군의날 행사가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거행된다. 창군 이래 최초로 공군전투비행단에서 열린다. 대구 기지는 F-15K 전투기를 운용하는 11전투비행단과 공중전투사령부, 군수사령부가 있는 대한민국 영공 방어의 핵심 작전기지다.


■ ‘국군의날’ 논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행 국군의날을 10월1일에서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 등 다른 날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지난 4월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고 국경일로 격상하자는 국경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에도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자며 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대표 발의했고, 문희상·민병두·박광온·이해찬 의원, 민주평화당 조배숙 의원 등 32명이 결의안에 서명했다. 국군의날을 광복군 창설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은 국군의 정통성을 상하이 임시정부에서 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앞서 16대 국회 때인 2003년, 17대 때인 2006년에도 각각 ‘국군의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한국광복군동지회에서는 그동안 “한국광복군이 우리 민족의 군대로서 의병과 독립군의 전통을 이어 성립된 맥으로 보나, 우리나라 헌법정신에 입각한 정부 법통 계승 차원에서 보더라도 대한민국 국군의 원류임이 분명하다”며 “한국광복군 창군일인 9월17일로 (국군의날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군의날 변경에 대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에서는 “독립세력과 건국세력 편가르기”라며 반대하고 있다.


■ ‘10월1일’은 왜


10월1일 국군의날은 1956년 9월21일 대통령령 1173호에 의해 제정됐다. 1950년 6·25전쟁 당시 육군 제3사단이 처음으로 38선을 돌파해 북진한 날을 기념해 국군의날로 정했다는 주장은 군 당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국회 제출 자료 등에 따르면 10월1일을 국군의날로 정한 것은 창군 이후 각 군별로 창설기념일을 정해 시행해 오던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제일 마지막으로 출범한 공군 창립일이 1949년 10월1일로, 한국군이 육·해·공군 3군 체제를 완성하게 됐기에 그 날에 맞춰 국군의날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이후 육·해·공군 기념일은 국군 전체 통합 기념일로 단일화됐다.


국군의날을 확정한 당시 국무회의 심의경과표를 보면 국군의날 제안 이유와 제정 배경에 대해 ‘3군 단일화와 국군의 사기, 그리고 국민의 국방사상 함양에 바탕을 두고 재정 및 시간을 절약하는 데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육군의 38선 돌파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없다. 국방부 역시 국군의날이 38선 돌파일이라는 주장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다. 이날은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날이기도 하다.


국군의날이 정해지기 전까지 육군은 1946년 1월15일 미군정 아래서 남조선국방경비대 1연대가 창설된 날을, 해군은 1945년 11월11일 조선해안경비대의 모체가 된 해방병단의 창설일을, 공군은 1949년 10월1일 육군에서 분리된 날을, 해병대는 1949년 4월15일 부대 창설일을 기념일로 정했다.


국군의날이 논란이 된 이유는 육군 3사단 23연대 3대대가 38선을 돌파한 1950년 10월1일을 기념하는 것이 국군의날 지정의 배경이 됐다는 주장 때문이다. 육군은 1955년 ‘육군의날’을 당초 국방경비대 창설일에서 유엔군이 ‘작전명령 제2호’로 38선 돌파를 공식 승인한 10월2일로 변경했다. 이후 육군 3사단이 38선 위로 진격한 날짜가 10월1일이라는 게 확인되자 정부가 국군의날을 공군 창설일과 겹치는 10월1일로 정했다는 게 육군의 일반적 시각이다.


■ ‘9월17일’·‘8월1일’


1940년 9월17일은 상해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기념일이다. 광복군은 1940년 9월17일 중국 임시 수도였던 충칭에서 “한·중 두 나라의 독립을 회복하고자 공동의 적 일본 제국주의를 타도하며 연합군 일원으로 항전할 것을 목적”(한국광복군 선언문)으로 내걸고 창설됐다.


광복군은 광복 전까지 중국군사위원회에서 파견된 군인들과 함께 공동 항일전선을 구축하면서 항일 무장투쟁의 심장부 기능을 수행했다. 그러나 형식적으로는 장제스의 중국군사위에 예속돼 활동했다. 주요 부서 간부직에도 중국군을 두고 있었다. ‘5성 장군’으로 유명한 김홍일 장군(1898~1980)이 중국군 제19사단장 대리와 광복군 참모장으로 장제스의 중국군과 광복군을 넘나들며 일본과 싸울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중국군에서 중장(한국군 2성 장군급), 한국군에서 중장(3성 장군)을 역임해 ‘5성 장군’으로 불렸다.


이런 배경에서 국군 군번 1호인 이형근 예비역 대장은 “광복군은 망명군으로서 정식 군대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일본 육사 56기 출신인 그는 “조선경비대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며 “남조선국방경비대 창설일인 1946년 1월15일을 국군의날로 정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군 해산일인 8월1일이 국군의날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재향군인회가 1993년 8월 펴낸 ‘광복군전사와 국군의 맥’은 국군의 정통성이 의병에서 이어져 온다고 분석했다.


대한제국군은 을사늑약 이후 1907년 8월1일 일제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1940년 9월 광복군을 재조직할 때 기록인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보고서’를 보면 ‘정미년(1907년) 8월1일 국방군(대한제국군) 해산의 날이 곧 광복군이 창립된 날이라 할 것이다’라면서 일제에 선전포고한 날로 규정했다. 이 정신이 이후 의병과 독립군, 광복군, 국군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광복군 역사의 정통성은 독립군인 셈이고, 한국군의 뿌리는 항일 의병에 있다는 의미다.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2017년 국군의날 기념식. 국군 의장대와 최신 무기들이 도열해 있다. 국군의날 행사가 해군기지에선 열린 것은 창군 이후 처음이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방부도 국군의 근원이 된 실체를 한국광복군에서 구한말 ‘의병’으로 재평가했다. 대신 임시정부의 한국광복군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첫 공식 군대로 평가했다. 국방부는 올해 2월 ‘대한민국 국군’ 제목의 홍보책자를 발간하고 “강제로 해산된 대한제국 군대가 의병으로, 일제강점기 독립군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으로 발전해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가 됐다”고 기술했다. 국군 모태를 광복군 창설 이전인 의병으로까지 확대 재조명한 것이다.


국방부는 국군의 역사를 1894~1910년(의병전쟁기)에서 시작해 1910~1919년(의병항전 및 독립군 정비기), 1919~1933년(독립전쟁 발전기), 1933~1938년(독립군 개편기), 1938~1945년(광복전쟁기), 1945~1950년(건군기) 등으로 구분했다. 이어 1950~1961년(전쟁 및 전후 정비기), 1961~1972년(국방체제 정립기), 1973~1980년(자주국방 기반 조성기), 1981~1990년(자주국방 강화기), 1991년~현재(국방태세 발전기)로 나누고 있다.


■ ‘아버지’ 없는 육군


해군은 해방병단 창설을 주도한 손원일 초대 참모총장을 ‘해군의 아버지’로 꼽는다. 해군 214급 잠수함이 손원일급 잠수함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이었던 손정도 선생의 장남이다. 공군은 초대 국방차관인 최용덕 장군을 ‘공군의 아버지’로 부른다. 공군사관학교 교가도 작사한 그는 1913년 중국으로 망명해 중국 육군 군관학교를 졸업했고, 의열단과 광복군총사령부 총무처장 등을 거쳤다.


육군에는 ‘아버지’로 불리는 창군 원로가 없다. 이범석 초대 국방장관이나 김홍일 장군 같은 광복군 출신들이 있었지만, ‘1~16대 육군참모총장 가운데 12명이 일본군·만주군 출신’인 점이 영향을 끼친 탓이다. 1~16대 육군참모총장 13명 중 최영희 12대 참모총장을 뺀 12명 전원이 일본군(학도병 포함)이나 만주군 출신이다. 육군은 광복군 역사 찾기나 국군의날 변경에 대해 해·공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육군 출신들이 국군의날을 38선 돌파일로 정의하고 싶어 한 것도 6·25 이전 친일 역사를 부정하려는 일본군이나 만주군, 학도병 출신 창군 원로들의 영향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전력 패러다임 바뀌는 공군

ㆍ국군의날 첫선…연말까지 10+@ 대 보유 예정

ㆍ스텔스 기능으로 선제타격·응징보복 능력 탁월

ㆍ해킹 가능성·운영유지비·정비 종속 등 해결해야


상공을 비행 중인 F-35A 스텔스 전투기. 한국 공군이 지난 3월부터 도입을 시작한 F-35A는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침투해 지휘소 등 전략표적을 타격할 수 있어 한반도 하늘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F-35A는 다음달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첫선을 보인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반도 상공에도 레이더로 잡기 힘든 F-35A 스텔스 전투기가 날고 있다. F-35A가 지난 3월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돼 공군은 연말까지 F-35A ‘10+α’대를 보유하게 될 예정이다. 내후년까지는 총 40대를 미국에서 인도받게 된다. 정부는 F-35급 전투기 20대를 추가로 확보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F-35A는 제71주년인 올해 국군의날(10월1일) 기념식에서 국민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F-35A는 공군 주력 F-15K 전투기 등과 함께 ‘공중 분열(Fly-by)’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 ‘게임 체인저’


F-35는 ‘대북 킬체인(미사일 선제 타격 시스템)’의 핵심 전력이다. F-35는 북한 레이더망을 뚫고 은밀히 침투해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미사일·핵 기지, 비행장 등 전략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F-35는 AN/APG-81 레이더로 저피탐 전파를 발산해, 적의 전자정찰을 회피하면서 지상공격과 공중전 등은 물론 조기경보기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는 전투기다.


F-35A는 한국 공군의 전력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공군은 2000년대 F-15K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장거리 정밀유도폭격 능력을 확보했는데, 이제는 F-35A를 통해 선제타격과 응징보복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공군은 F-35A 전력화 과정에서 기존 주력기인 F-15K 및 KF-16 등과 어떻게 혼합해 운용할지에 대한 상호운용 개념 및 작전계획 반영 등을 고심 중이다. 공군 장성 ㄱ씨는 “F-35는 새로운 개념의 전투기로 무기체계 특성에 맞게 작전개념이 바뀔 수밖에 없다”며 “미 공군도 F-35를 4년 운용하면서 전술·전략적 개념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F-35A는 한반도 개전 초 북한 방공망을 제압하고 전략표적을 파괴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공군의 F-35A 도입은 한·미 연합작전계획에 따른 항공임무명령서(Pre-ATO)의 전시 북한 핵심 표적 분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신문은 F-35A를 전장의 흐름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부른다는 북한 관계 소식통의 언급을 소개하면서, 지난 6일 “북한이 무기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 있는 것은 한국군이 올해 3월부터 배치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A의 존재”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5월 이후 F-35A 기지인 청주비행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단거리 발사체 발사 실험을 거듭했다.


2016년 7월 영국 런던 판보로 에어쇼에 참가한 F-35. 경향신문 자료사진


■ 공중 일대일로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5세대 전투기 F-35 도입은 ‘군사적’ 차원을 넘어 미국의 ‘F-35 벨트’ 가입을 의미한다. 


포린폴리시는 7월 F-35를 중국의 ‘일대일로’와 비교하는 글 ‘F-35 Sales Are America’s Belt and Road’를 실었다. 생산대수 등을 감안한 F-35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이 1조달러를 넘고, 참여하는 작은 국가들을 하나의 큰 국가(미국)와 비대칭적인 상호의존 관계로 얽어매고 결과적으로 주도국 미국이 이해관계를 관철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이를테면 미국판 ‘공중 일대일로’이자 글로벌 경제·안보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나아가 F-35의 글로벌 배치는 중국·러시아 등에 맞선 배타적 연합전선이라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F-35 우산’으로 묶는 안보블록을 구축 중이라고 볼 수 있다. F-35는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만 2025년까지 총 220대가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찰스 브라운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7월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강연회에서 “앞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배치 F-35 전투기의 75%는 미국이 아닌 동반자 국가들이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과 동반자 국가 간의 상호운영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전했다.


‘태평양 F-35 운용국 콘퍼런스’가 3월12∼13일 하와이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에서 개최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당시 미국, 호주, 한국 그리고 일본의 F-35 운용부대 작전장교, 기술진, 군수지원 요원, 정보분석관 등 80여명은 하와이 펄하버 히캄 합동기지에서 F-35의 운용 개념, 전술기량, 공중작전 시 상호운용성 등에 대해 토의했다. 한국 공군에서는 청주 제17전투비행단 F-35 전투비행대 작전, 정보 및 군수 운용 요원들이 참가했다. 콘퍼런스를 주관한 미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미국·호주·한국·일본 간 F-35 연합작전 능력의 진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F-35 프로젝트는 국가 간 네트워크 사업 성격을 띠고 있다. 조종사 훈련과 운용기술 이전, 전용 부대 설치와 기지 운영까지 한 세트로 구성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 정비 종속


스텔스 기능 못지않은 F-35의 핵심 역량은 네트워크 중심전을 위한 데이터 통신 성능이다. F-35는 대량의 디지털 정보를 송수신하면서 비행지역의 전장 상황을 지휘부 및 동료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작전을 수행한다. F-35가 ‘날아다니는 컴퓨터’로도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신 F-35 프로젝트는 ‘해킹 가능성’ ‘후속 군수지원 비용 상승’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글로벌 재고 관리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최첨단 전투기의 부품 조달을 글로벌 재고 돌려쓰기에 의존하는 게 타당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주기적인 스텔스 도료 페인팅이 필요하고, 조종사 대신 다양한 전투상황을 판단하는 다기능 때문에 우주왕복선 못지않은 복잡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있다. 이런 요소를 고려해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은 F-35에 대해 기존 세대 전투기와 다른 ‘자율군수정보체계(ALIS)’를 적용하고 있다.


ALIS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비행임무(작전), 군수(정비·보급), 교육훈련 등 주요 현황을 통합 관리하는 네트워크 기반 시스템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특정 국가의 부품 재고가 F-35를 운용하는 다른 국가의 부품 재고 상태와 연결돼 통합 관리되는 등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있다.


F-35 데이터의 통합 관리는 인터넷 해킹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미국 국방부는 외국군과 F-35 데이터를 주고받는 시스템이 해킹됐을 때를 대비한 자체 방화벽을 구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F-35 기지인 청주비행장도 미국 보안요원들이 핵심 시설을 일일이 점검하고 있다. 이들은 F-35 비행 기록을 보관·처리하는 시설이 미국과 공유되는 시스템인 만큼 2중, 3중 점검을 하고 있다. 청주 기지 부대원이라 하더라도 특별접근인가(SAP) 자격이 없으면 F-35 핵심 시설에는 접근할 수 없다.


이 밖에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이 넘는 F-35는 기체 가격보다 수명 주기 동안 유지 및 정비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 20년 수명 기준으로 1대당 2500억원이 소요된다.


F-35는 5년, 10년 단위 주기 창정비가 아니라 수시 정비 개념으로 관리된다. 그렇지만 F-35의 내부 계통 고장으로 인한 분해 정비나 업그레이드를 위한 작업이 한국군 F-35에는 제한된다. 미 국방부가 2014년 12월 F-35 기체의 ‘정비 및 장비 업그레이드(MRO&U)’ 권한을 일본에 배정했고, 남태평양 지역의 경우 호주에 제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구성품 정비 수준만 할 수 있어 한국군 F-35 엔진 정비와 수시 업그레이드 작업은 미국이나 일본, 호주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일본에서의 정비는 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체나 엔진 분해가 필요한 F-35를 거리가 먼 미국이나 호주로 보내는 것은 정비비용 상승을 의미한다. 미국은 한·일이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해 F-35의 엔진 정비 등을 일본에서 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중국의 팽창 전략, 미국의 안보 전략, 일본의 보통국가 기조가 맞물린 역학 구조

ㆍ중, 원자력 항모까지 최소 4척 보유 계획…일본은 헬기 탑재형 2척을 개조키로

ㆍ국방부, 급변하는 정세와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 위한 전략으로 사업비 편성


지난해 5월13일 중국의 첫 자국산 항모 ‘001A’함이 시운항에 나서는 모습을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동북아시아 바다가 ‘항공모함 러시’를 이룰 날이 머지않았다. 2030년대 중반이 되면 한반도 주변 해상은 중국 항모 4~6척과 이에 맞선 한·미·일 항모 5~7척 등 항모 9~13척이 떠다니는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이 항모 건조를 서두르는 가운데 국방부도 지난달 29일 공개한 내년 국방예산에서 급히 사업비를 증액 편성해 3만t급 경항공모함(사업명 대형수송함-Ⅱ) 건조를 공식화했다. 당초 경항모 사업은 ‘장기전력소요’였는데, 이를 대폭 앞당겨 2033년쯤 진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장기계획이 한 달 만에 중기계획으로 바뀌어 내년부터 당장 예산을 투입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청와대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국방부가 밝힌 경항모 사업 배경은 ‘전방위 안보 위협’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경항모급 수송함은 군사 정찰위성, 차세대 잠수함(3000~3450t급)과 함께 주도적인 안보역량 강화를 위한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 동북아 ‘항모 방정식’


동북아시아는 중국의 팽창전략,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안보전략 기조, 일본의 보통국가 논리 등 3대 역학요인이 얽혀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미·중의 동북아 패권경쟁과 이 틈을 타 일본이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고, 틈새에 끼인 한국도 ‘최소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 항모 경쟁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한국의 경항모 건조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우리 해양 안보의 잠재적 위협요인이 될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해양전력 증강으로 독도와 이어도,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등에서의 전략 환경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어서다. 해군이 지켜야 할 해양 안보에는 유사시를 대비함은 물론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해상 교통로 역시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이는 큰 부담이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 서·남해를 중국 영역으로 집어넣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는 서해상 124도 E선 서쪽을 중국 바다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124도 E선으로 분쟁을 일으키고, 나아가 그 대상을 이어도까지 포함시키는 해양 ‘살라미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해군은 우려하고 있다.


중·일 항모의 한반도 주변 해역 활동은 우리 해군의 작전구역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항모 함재기는 동북아 제공권과도 관계가 있다. 한국도 주변 열강에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항모를 ‘고슴도치 전력’의 하나로 선택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 지원 차원도 고려됐다.


둘째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과 함께 한·미동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 일환으로 항모를 선택했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미국 해군은 국방예산 절감 등으로 전 세계 해양에서 요구되는 작전소요를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자위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분담케 하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추진의 배경이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도 경항모 등의 전력화로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력 전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해군이 기동함대·항공·잠수함 전력으로 이뤄진 제2작전사령부를 만들어 미래의 잠재적·비군사적 위협에 대응하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 신도함(백령도함)


한국 해군 첫 대형수송함 독도함. 3번함을 독도함의 2배 크기경항공모함으로 건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해군은 독도함(1번함)에 이어 작년 5월 진수한 마라도함 등 대형수송함(1만4000t급) 2척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에 개념설계에 착수하는 대형수송함은 3번함에 속하지만, 1·2번함과 구조와 운용방식 등이 완전히 다르고, 배수량도 2배에 달해 ‘경함모’로 분류된다.


국방부는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 탑재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비로 271억원을 편성했다. 수직 이착륙기 하중을 견디는 갑판기술 연구에 255억원, 설계 전 함정 모양과 구조 등의 개념연구에 16억원 등이다.


한국의 경항모급 대형수송함에서 운용할 유력한 기종으로는 F-35B가 유력하다. 수직 이착륙을 하는 F-35B는 바퀴 무게가 F-35A보다 훨씬 무거운 데다 내부 무장도 많다. 함정 갑판도 수직 이착륙기가 뜨고 내릴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야 한다.


군은 애초 F-35A 60대를 도입하기로 했다가, 2013년 40대를 먼저 구매한 후 나머지 20대는 안보 환경 변화를 고려한 기종을 선정해 추가 확보하기로 한 바 있다. 정부는 ‘추가 구매’ 분량으로 남겨 놓은 20대를 놓고 모두 F-35B 기종으로 도입하거나, 10대 등 일부만 F-35B로 하고 나머지는 F-35A로 하는 방안을 놓고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F-35B 20대를 도입할 경우 이를 공군에 배치하고, 작전 등 필요할 때만 해군 경항모에 탑재해 운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F-35A와 F-35B의 운용개념이 달라 조종사를 별도 양성해야 한다는 것은 공군에 부담이다.


새롭게 건조될 예정인 경항모의 명칭도 관심거리다. 최동단을 상징하는 독도함과 최남단을 나타내는 마라도함에 이어 최서단을 표현하는 섬 이름을 붙인다면 백령도함일 것이라고 했지만, 해군이 당초 생각했던 섬은 평안북도 용천군 신도였기 때문이다. 압록강 하구로부터 약 12㎞ 떨어진 신도는 동경 124도10분47초로 한반도 최서단이다. 백령도는 남한 최서단 섬이다.


■ 중·일 항모


중국은 최근 나온 원자력 추진 항모 건조계획까지 합치면 최소 4척 이상의 항모를 보유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2030년까지 6척의 항모를 확보할 계획이라는 ‘항모굴기’ 얘기도 나온다.


중국은 랴오닝호(5만860t)에 이어 ‘001A함’인 산둥호(6만5000t급)가 내년에는 취역할 것으로 전망된다. 랴오닝호는 젠(J)-15 함재기를 26대 탑재할 수 있으나, 001A함은 32대 탑재할 수 있다.


국영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 소속 ‘현대함선’사는 지난 4월호에 중국 항모와 함재기 중·장기단계 계획에 관한 논문인 중국함재기발전계획을 게재했다. A2/AD(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을 수행하는 항모전투군을 발전시켜 2015년 랴오닝에 이어 2020년에 제1번 국산 항모 1척, 2030년에 제1번 신형 대형항모 1척, 2035년에 미 해군 제럴드 포드급 핵추진 항모와 비슷한 제2번 신형 대형항모(10만t급) 1척 등 모두 4척의 항모를 건조하겠다는 것이다. 함재기 대수는 적 내륙으로 군사적 투사를 하기 위해 최소 40대로 잡았고, 향후 미 해군 항모처럼 최대 70대 탑재를 목표로 했다.


일본은 무라카와 유타카 해상막료장이 올해 1월 신년사에서 ‘게임 체인저’ 개발을 언급했다. 이를 놓고 F-35B 스텔스기를 탑재한 항모와 핵추진 잠수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이즈모. 일본은 이즈모를 2020년 F-35B를 탑재하는 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은 헬기 탑재형 호위함인 ‘이즈모’(길이 248m·만재배수량 2만7000t)와 ‘가가’ 등 2척을 항공모함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2014년 말에 취역한 ‘이즈모’는 2020년에, 2016년 말에 취역한 ‘가가’는 2022년에 각각 F-35B 탑재를 위한 갑판 내열 강화 등 보수를 앞두고 있다. 일본은 내년에 우선적으로 810억엔을 투입해 F-35B 6대를 처음 도입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헬기 탑재 호위함 4척을 모두 경항모로 개조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즈모급 항모 이후 ‘호우쇼우’라는 5만t급 항공모함 건조 계획도 갖고 있다.


이즈모급 호위함이 항모로 개조돼 F-35B를 탑재하면 일본 정부가 그간 지켜왔던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은 사실상 무너진다. 항모에 전투기를 탑재하는 것은 원거리 전투 및 작전에 대비하는 사실상 공격용이기 때문이다. 일본 항모의 역할은 아베 정권이 추구해온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원거리 작전능력 확보를 통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지원이다.


한국 해군의 경항모는 주변국 전단을 상대로 장거리 단독 작전을 펼치기에는 부족하다. 이 경우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기본으로 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으로는 한·미·일 연합작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의 미사일 발사 사진·동영상을 이용한 프로파간다에 한국군이 속수무책이다. 조선중앙TV,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지난 17일 김 위원장의 지도하에 전날 ‘새 무기 시험사격’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달 25일부터 3주 사이 여섯 차례 발사체를 발사한 것이자, 올해 전체로 보면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8번째 발사였다.


북한은 이날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발사된 미사일이 함경남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 ‘알섬’인 것으로 추정되는 해상의 작은 바위섬을 정확하게 타격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이 발사체의 바위섬 타격 성공을 확인하고 주먹을 불끈 쥔 채 기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 진전된 미사일 기술을 과시해 왔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진을 신문뿐 아니라 방송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사진 한 장을 TV 화면에 10초 정도 띄워놓고 아나운서가 노동신문 기사를 그대로 읽는 식이다. 1~2분짜리 동정 보도에 10여장의 사진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이유다.



■ 김정은의 ‘3S’


북한 김정은 사진의 특징은

빠른 배포·웃음·의도 전달

아버지의 ‘비밀주의’와 달라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얼굴 사진은 소위 ‘1호 사진’으로 통한다. 김 위원장이 등장하는 1호 사진은 수년 전부터 ‘3S’라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빠른 전달(스피드·SPEED)’ ‘웃는 모습(스마일·SMILE)’ ‘의도된 메시지 노출(시그널·SIGNAL)’ 등이 그것이다.


김 위원장의 행태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사뭇 다르다. 과거 북한 언론매체들은 김정일의 군부대 시찰 사진을 한참 지난 뒤에 공개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촬영 날짜도 알리지 않았다. 이는 ‘최고사령관 동지 초청행사의 비밀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며 신변안전 문제를 들어 시찰 일정 자체를 보안에 부치는 게 관례였던 것과 무관치 않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주일은 물론 한 달이 지난 다음에 군부대를 다녀간 사실이 북한 언론에 보도되는 일이 흔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진은 조작되거나 변형된 사례도 상당수였다. 군부대 시찰 사진에서 인민군 장병의 그림자는 비스듬한 반면 김정일 위원장 그림자만 반듯한 사례가 관찰되기도 했다.


이처럼 1호 사진에 시간·장소가 표기되지 않은 것도 과거 북한의 일반적인 보도 방식이었다. 최고지도자에 대한 정보 노출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서방 정보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이 나오는 사진의 배경에 있는 초목 상태 등을 분석해 사진이 찍힌 시기를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 등장 이후 북한 매체는 그의 움직임을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보도했다. 심지어 보도가 당일 저녁에 나온 경우도 있다. 김정일 시대와 견주면 매우 빠른 전달임을 알 수 있다.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모습도 1호 사진의 상징처럼 됐다. 주먹을 불끈 쥐고 웃는 김 위원장 사진도 쉽게 볼 수 있다. 그의 웃는 모습은 2년 전부터 두드러졌다. 북한 노동신문은 2017년 8월23일자 1면에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사찰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이때 김 위원장이 웃고 있는 모습 뒤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추정되는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이 배경으로 등장했다. 북한이 1호 사진을 통해 SLBM 발사 능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한·미 정보당국에 전달한 것이다.


이보다 일주일 정도 앞서 북한은 노동신문 등에서 김정은의 지하벙커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을 보고받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런데 보고받는 김 위원장 뒤로 벽에 걸린 3개의 지도 때문에 전 세계가 떠들썩해졌다. 사진에서 ‘남조선 작전지대’ ‘일본 작전지대’ ‘태평양지역 미제 침략군 배치’ 등의 글씨로 북한의 미사일별 작전 가능 범위를 표시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역시 북한이 한·미에 보내는 위협 메시지였다. 


그러나 북한이 보여준 사진들 가운데 괌 미군기지가 6년 전 찍힌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변변한 위성사진 한 장 없는 북의 현실이 노출되는 역효과를 냈다.


미사일·작전판·스마트폰 등

장면·소품으로 대외 메시지

주먹 불끈·밝게 웃는 모습

당일 저녁 신속 보도되기도


북한은 지난달부터 단거리 미사일 전력 ‘3종 세트’를 잇따라 발사하면서 김 위원장이 주먹을 불끈 쥐고 웃으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장면을 연이어 내보냈다. 북한 내부용을 벗어나 글로벌 시대 맞춤용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1호 사진도 흔해졌다.


1호 사진은 이미지 기획자들 및 영상 전문가들이 각각 연출과 촬영을 맡아 주연 배우 ‘김정은’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미사일 발사 때는 ‘자아도취’한 듯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뒤에서 관계자들이 양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만세를 외치거나 격렬한 박수를 치는 모습을 연출한다. 지난 2일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 때의 경우 이를 지켜보는 김 위원장 책상 위에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 재떨이, 쌍안경, 담뱃갑과 라이터 등이 소품으로 놓여 있었다. 벽면에는 스마트TV도 걸렸다. 북한의 정보기술(IT) 발달을 과시하려는 시도로 정보당국은 해석했다.


■ 김정은의 미디어전략


“사진 의도 분석 중요하지만

북한, 현실 조작·왜곡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 잊어선 안돼”


남한 정보당국은 북한이 내놓는 김 위원장 사진이나 동영상의 정보를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다. 문제는 그 정보가 ‘100% 팩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는 이제 전통적인 전쟁의 의미를 벗어나 ‘제3의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미디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정보 왜곡과 굴절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북한에 유리한 쪽으로 조작하는 ‘미디어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 위원장 자신이 등장하는 1호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서방에 원하는 메시지를 자유자재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사진 노출 빈도도 그의 아버지 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늘었다는 게 정보당국 분석이다. 하루에 많아야 1~2장씩 사진이 노출되던 관행에서 벗어나 20~30장의 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유난히 미사일 발사장 사진에 많이 등장하는 것은 군심 다독이기 차원의 ‘사진 정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장감을 강조하기 위해 김정은의 뒷모습과 하늘로 날아가는 무기들의 화염을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TV에서 본 장면은 아무리 현실감이 있다 하더라도 한 단계 건너서 보는 ‘2차 세계’이지, 결코 ‘1차 세계’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사진에 숨어 있는 의도와 배경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은 현실을 왜곡하는 상징과 조작의 도구로 사진을 활용하는 국가”라며 “북한이 공개하는 미사일 발사 장면에는 ‘정보 왜곡’이 숨어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나 언론매체가 북한이 보여주는 사진이나 영상을 검증 절차 없이 이미지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화려한 이름(Glittering Generality), 나쁜 이름(Name Calling)’ 붙이기식의 나치 선전술을 모방한 북한의 프로파간다를 주목했다. 박 교수는 “김 위원장의 웃으면서도 당당하고 결의에 찬 모습은 일종의 ‘화려한 이름 붙이기’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우월감과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반면 남측에 대해서는 ‘삶은 소대가리’와 같은 ‘나쁜 이름 붙이기’로 남남 갈등과 불안심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과 언론의 수동적 전달은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면서 “정부의 적절한 분석 및 대응과 언론의 적확한 해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군사정보를 다루는 합참 정보본부는 미군의 도움을 얻어 북 미사일 궤도 추적에나 집중할 뿐, 북한이 공개한 표적 폭발 장면이 실제 발사체에 정확하게 맞은 것인지, 연출된 것인지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MB 때 ‘밀실 협상’ 논란으로 무산됐다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속전속결로 체결

미국이 ‘중국 견제’ 의도로 한·일에 체결 압박…북 미사일 방어 등 3각 공조의 핵

일본이 정보자산 더 강하지만 파기 땐 한국보다 손해 크다는 미 의회 보고서도 나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한국 제외 결정으로 격화된 한·일 갈등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여부가 최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가 1년마다 자동 연장되는 GSOMIA를 파기하려면 협정 만료 90일 전인 이달 24일까지 서면으로 상대국에 통보해야 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GSOMIA 체결 후 일본과 공유한 군사기밀은 올해 3건을 포함해 총 26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GSOMIA 파기 가능성에 대해 “GSOMIA 자체 효용성보다, 여러 안보와 관련된 우호 동맹국(미국) 간 관계가 복합적으로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서는 협정시한을 넘겨 파기를 선언해도 파기 효력은 내년 11월 이후부터 발생하지만, 파기 선언 직후부터 한·일 군사정보 교환을 실질적으로 중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 ‘아베의 꼼수’


당초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방침이 GSOMIA 연장 여부를 마지막으로 결정하기 이틀 전인 오는 22일쯤 시행될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감안한 결과였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4박5일 휴가를 빌미로 각의 의결을 5일이나 미루는 ‘꼼수’를 부렸다. 그 바람에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시행 날짜도 28일로 정해졌다. 한국 정부가 GSOMIA를 파기하려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전인 24일 이전에 먼저 결정해야만 한다. 이 경우 국제적으로는 한국 정부가 GSOMIA를 폐기하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이 강행되는 것처럼 비치는 등 한국 정부로서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한·일 GSOMIA는 논의 초창기부터 시끄러웠다. 한·일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6월 GSOMIA 체결 직전까지 갔지만, ‘밀실협상’ 논란이 불거져 막판 무산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틈을 타 군사작전하듯 2016년 11월23일 체결했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GSOMIA 서명식 장면도 비공개로 해 ‘졸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2012년 문건과 다를 바 없는 전문과 21개 조문으로 구성된 2016년 한·일 GSOMIA는 양국 정보당국이 기밀을 공유하는 선에서만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는 점이다. 군사정보뿐만 아니라 군사정보시설까지 개방할 수 있도록 했고, 제16조에서는 상대국 군사기밀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국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보당국 간 서면동의로 협정을 언제든지 개정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국 간 군사협력을 훨씬 더 강화하는 쪽으로 협정이 개정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의 군사협력으로는 최고 수준이다. 정부는 GSOMIA 체결 후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하는 로드맵까지 추진하다 중단된 상태다.


박근혜 정부가 GSOMIA 서명식을 비공개로 하자 사진기자들이 바닥에 카메라를 놓고 취재거부를 하며 항의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한·미·일 체제


미국 정부가 협정 체결을 압박한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로, ‘속전속결’식 한·일 GSOMIA의 진행은 한·미·일 3각 안보 공조를 압박한 ‘미국 변수’에 따른 결과였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예비역 장성 ㄱ씨는 “미국이 GSOMIA를 통한 한·일 안보협력을 원하는 것은 한·미·일의 북한 위협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의 군사적 부담 상당 부분을 일본에 맡기겠다는 미국 의도도 반영됐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 ㄴ씨는 “미국은 장기적으로 한·미·일 미사일방어를 위한 공동의 교전수칙과 작전계획까지 공유하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미 한·미·일은 미사일방어 공동훈련을 연례 행사로 하고 있다. 한·미·일 미사일방어 네트워크에는 위성 정보, 레이더 정보 등의 공유가 필수적이다.


GSOMI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 간의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이다. 당사국 간 군사정보의 비밀등급 분류, 보호원칙, 정보 열람권자 범위, 정보 전달과 파기 방법, 분실·훼손 시 대책, 분쟁해결 원칙 등을 담고 있다. 당사국들은 이 협정을 안전판으로 2급 이상 정보를 교환한다. 정부는 현재 일본을 포함한 21개국과 GSOMIA 협정을 맺고 있다. 이외에 13개국 및 1개 국제기구(NATO)와 군사기밀정보 보호에 관한 약정을 맺고 있다. 협정은 국내법 효력을 갖고 있으나, 약정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GSOMIA 파기는 ‘일본의 손해’다. 상당수 군사 전문가들은 GSOMIA로 일본이 제공할 수 있는 고급 대북 정보가 더 많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많은 정보수집 위성 6기와 탄도미사일 탐지 이지스함 6척,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P-3와 P-1 등 해상초계기 110여대 등 다양한 정보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내놓고 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미사일도 먼 동해상의 정확한 낙하지점 포착에는 일본 협력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본의 정보능력은 한반도 전구에서는 유용성이 떨어진다. 북한 미사일이 동쪽이 아닌 한반도 남쪽으로 날아오는 경우에는 한국 정보자산으로 100% 잡아낼 수 있고, 일본 정보자산은 차후 분석 과정에 도움이 되는 정도기 때문이다.


■ 일본이 요구한 GSOMIA


원래 GSOMIA는 정보자산이 부족한 한국군이 1989년부터 먼저 일본에 제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군 정보능력을 얕잡아 본 일본은 소극적이었다. 이후 한국군이 이지스 레이더 등 탐지자산을 확충하고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자 일본은 2010년부터 GSOMIA 체결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내 정서로 2012년 체결이 무산되자 한·미·일 미사일 공조체계 구축이 급한 미국은 2014년 말 3국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한·일 양국은 이를 토대로 미국을 매개로 해 간접적으로 북핵과 미사일 군사정보를 공유했다. 한국군으로서는 미국을 경유한 북핵·미사일 정보가 적시성 면에서 제한이 있었을 뿐 큰 불편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은 2016년 한·미·일 안보협력을 내세워 한·일 GSOMIA를 관철시켰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당시 GSOMIA 체결 이유로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대량응징보복(KMPR)을 내세웠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2013년 발간한 보고서는 “기술적 측면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근접한 북한에서 미사일이 수분 내에 저고도로 날아오기 때문에 한·미·일 3국 미사일방어 공조에서 이득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의 이지스함이나 백두(신호)·금강(영상) 정찰기가 수집한 감청·영상 정보(SIGINT·시긴트) 등에서 잡아낸 북한 미사일 움직임은 일본 측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때문에 요격을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일본 측에 훨씬 이득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한국은 올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도입한다. 일본은 절대 확보할 수 없는 고해상도 북한 지상 영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의 정보력은 미국의 종합능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GSOMIA를 통해 한·일 군사정보를 묶으려 한 목적은 한·미·일 3각 안보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서 비롯됐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 정부는 GSOMIA 파기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우리에게 GSOMIA를 강요했던 미국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안보를 내세워 경제도발을 한 일본에 영향력을 행사하라는 압력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GSOMIA 파기는 단순한 한·일 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 쇠태(衰態)로 해석되면서 동북아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긴다는 의미다. 미국으로서는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온 동북아 및 태평양 전략의 핵심적 기반이 훼손되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국이 주도한 한·일 GSOMIA를 한국 정부가 먼저 파기할 경우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 균열에 대한 책임을 놓고 한·미·일이 낯을 붉힐 수도 있게 됐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발사 장면 지켜보는 김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3종 세트’로 유사시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26일 공개한 이미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과 남측의 신형 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1967년 스틱스·샘릿 등 해외 도입으로 시작한 북한 미사일이 변형·유사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급 발사 성공으로까지 이어졌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등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3종 세트’로, 유사시 판을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로 꼽힌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ICBM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증명되지 않았고, SLBM은 바지선에서 시험 발사한 것이어서 실제 잠수함 발사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미 우주·미사일사령부(DEFSMAC)가 KN-23으로 분류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게임체인저 중 유일하게 성공을 인정받은 셈이다.


■ 진화와 교란


전문가들은 북한 미사일 개발사를 크게 도입기(1960년대 말~1970년대 중반)와 모방 생산기(1970년대 중반~1980년대 초), 독자 생산기(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성능 개선기(1990년대 중반~)로 구분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2012년 이후 단·중·장거리 미사일의 완전 전력화 및 체계화에 속도전을 펼쳤다. 그 결과 2017년 들어서부터는 동해상에서 태평양상으로 작전 반경을 넓혔고, 지난 25일에는 변형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편심탄도(Eccentric Ballistic) 비행의 일종인 회피기동을 할 때 ‘유사 탄도궤적’을 보였다. 추력 및 방향제어용 소형추진시스템 등을 이용해 정점고도를 낮추고 하강단계에서 풀업기동까지 한 것이다. 북한은 이를 전술유도무기체계의 ‘저고도 활공 도약형 비행 궤도 특성’이라고 했다. 이 미사일은 50㎞ 정점고도를 찍고 하강했다. 50㎞ 이내는 성층권 영역이어서 비행체·탄두 유도 제어에 유리하다. 전체 비행거리 중 약 20%가 변형된 비행 패턴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트리엇과 천궁 등 한·미 지대공미사일은 이스칸데르급의 불규칙한 비행 궤적 때문에 요격 성공 확률이 낮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이번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 발사는 두 가지 면에서 군의 허점을 찔렀다. 북이 이번에 발사한 두 발은 50여㎞의 일정한 고도를 유지했으며, 비행거리도 600㎞로 같았다. 군 당국은 이 두 발을 탐지·추적하는 데 있어 ‘사각지역’, 즉 레이더 음영구역을 노출했다. 마지막 궤적 추적에 실패했다는 의미다. 탐지거리가 800㎞가량인 그린파인 레이더는 호도반도 일대에서 발사될 때부터 이를 포착해 탐지했으나, 원산에서 430㎞ 이상 날아가자 이를 탐지하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지구 곡률(지구가 둥글어 생기는 각도)로 레이더 음영구역이 존재한다”며 “그로 인해 초기에 비행거리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동해 공해상에 이지스함을 배치했다면 레이더 음영구역을 없앴을 수 있었지만, 미사일 발사 당시 동해에는 이지스함이 없었다.


두 번째는 이스칸데르급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KN-06 단거리 미사일(사거리 150㎞) 발사차량과 혼동해 이스칸데르급 발사를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이동식 발사차량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26일 공개한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이동식 미사일 발사차량(TEL).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미사일을 쏠 때마다 새로운 TEL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사용한 이스칸데르급 TEL은 지난 5월 초 이용한 것과 달랐다. 북한은 지난 5월4일 강원 원산에서 쏠 때는 차륜형 TEL을, 5월9일 평북 구성에서 발사할 때는 무한궤도(캐터필러)형 TEL을 동원했다. 지난 25일에는 KN-06 차륜형 TEL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적재한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발사 2주 전부터 KN-06 계열의 지대공미사일 TEL과 이스칸데르급 미사일 TEL을 섞어 동해안으로 전개했다가 일부를 남겨 놓고 철수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KN-06 발사를 예측했는데, 정작 발사한 것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었다. 이는 다양한 이동발사대 동원으로 한·미 정보당국의 분석에 혼란을 야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스칸데르급 발사에 대비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 ‘피스아이’ E-737의 출동이나 이지스함의 동해 공해상 배치를 하지 못했고, 이는 600㎞까지 날아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궤적을 놓치는 사태로 이어졌다.


북한이 보유한 이동식발사대(TEL)는 110여기로, 통상 4축에 바퀴 수가 8개인 스커드 계열 발사용이다. 5축에 바퀴 수 10개는 노동미사일 발사용으로 분류된다. 한·미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등 영상 정보로 미사일 종류를 판단할 때 사전에 움직이는 TEL의 바퀴 숫자로 1차 기준을 삼았는데, 이제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는 ‘빨리·멀리 보고, 재빨리 요격’하는 군 대응책에도 일정 부분 구멍이 났음을 의미한다.


■ 스커드 대체


고체추진체를 사용하는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발사 준비 시간이 짧은 데다 저각 발사로 레이더가 조기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됐다. 기존의 액체추진체로 발사되는 스커드와 같은 단거리 미사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종으로, 남측에 새로운 위협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고체연료를 사용할 경우 5∼16분 만에 두 발 연속 발사가 가능하다. 액체연료형의 경우 발사 준비에 1시간가량 소요되는 것에 견주면 효용성과 생존성이 훨씬 뛰어나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북한이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줄이고, 노동·무수단 미사일은 보유량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고체 연료인 이스칸데르급으로 액체 연료인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것을 이번 시험발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종심이 짧은 한반도 환경에서 새로운 유형의 단거리 미사일 등장은 심각한 위협이다. 게다가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의 탄두를 분산자탄형, 연료기화탄, 관통포탄, 전자기탄 등으로 다양화할 경우 위협 강도는 배가된다.


도깨비 궤적

저고도 불규칙한 회피 기동

군, 마지막 궤적 탐지 못해

이동식 발사차량 혼용하거나

300㎜ 방사포와 섞어 쏘면

우리 측 대응 한층 어려워져


이스칸데르급 미사일과 300㎜ 방사포를 혼용 운용하면 대응은 더욱 어려워진다. 러시아군은 2010년쯤 300㎜ 대구경 방사포와 이스칸데르-M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군도 이를 벤치마킹해 지난 5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300㎜, 240㎜ 방사포와 섞어 발사했다. 이는 남측 포병·방공 작전의 혼선을 초래해 요격시스템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 역시 상이하기 때문이다.


■ 살라미식 발사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발사에 대해 관영매체를 통해 ‘전투적 성능 지표들이 만족스럽게 검증’됐고 ‘완벽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새로 작전 배치하게 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라는 표현도 썼다. 미사일 개발을 최종 완료하고 양산체제 및 작전부대 배치와 실전 운용까지 가능함을 시사한 것이다.


고무줄 사거리

북, 최근 600여㎞까지 발사

제주 외 남측 전역 타격 가능

1000㎞ 넘을 땐 미국도 고민

고체연료 사용, 연속발사 용이

액체연료 쓰는 스커드 대체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사거리를 200~400여㎞에서 600여㎞로 늘리고 있다. ‘고무줄 사거리’라고 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사거리 조절이 가능한 것이 확실하다면 북한은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미사일 ‘3대 벨트’에 고루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미사일 3개 축선은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쪽으로 50~90㎞ 떨어진 1벨트와 비무장지대 북방 90~120㎞ 지역인 2벨트, 비무장지대 175㎞ 북쪽의 후방지역인 3벨트로 통상 구분된다.


사거리 600여㎞만 해도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은 제주도를 제외한 한반도 남측 전역 타격이 가능하다. 주요 군사시설인 계룡대, 평택 미군기지, 사드 배치 지역,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 배치 지역 등은 물론, TEL로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사한다면 미국 항공모함이 기항하는 일본 사세보항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스칸데르급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를 1000㎞ 안팎으로 확장하는 게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 1000㎞라면 단거리를 넘어 준중거리 미사일(MRBM)로 분류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살라미 방식으로 미사일 발사 거리를 늘려 1000㎞까지 시험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에 대한 정치적 대응에서 자칫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한·미,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개념 놓고 이견

ㆍ미국은 ‘6·25 참전국’이 아닌 국가들에도 문호 개방해 몸집 키우기 움직임

ㆍ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중국 견제’를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분석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수’로 등장했다.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의 잘못된 번역과 미국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일군 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일련의 사건들이 빚은 결과다.


유엔사의 미래는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이지만, 양측은 애써 구체적 언급을 피해 왔다. 유엔사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조율이 어긋날 경우 동맹의 또 다른 주요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유엔사 영역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유엔사 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 유엔사는 ‘휴화산’


한·미 양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가 규정한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은 ‘6·25전쟁 당시 전투 병력을 파병한 국가 중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워싱턴 선언(1953년 7월27일)을 통해 재참전 의사를 표명한 나라’로 똑같았다.


그러나 미 합참이 지난해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을 개정하면서 한·미 간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정의가 달라졌다. 미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을 확대시킨 후 6·25 의료지원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가입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측이 주장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이들 3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투 파병 14개국 등 총 17개국이다.


미국은 앞으로 6·25 참전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가입국가라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엔사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엔사 회원국가도 이들 17개국으로,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유엔사 연락장교단은 대부분 대사관 무관이나 외교관들이 겸직하면서 군정위 순환대표, 정전협정 조사관 등 유엔사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사 연락단을 운용하고 있을 뿐 회원국은 아니다.


미국은 최근 주한 독일무관을 유엔사에 파견하는 방안을 독일과 협의했다.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미국과 독일의 협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독일이 파견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독일이 동의했을 경우 우리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일단 6·25전쟁 참전국을 대상으로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확대한 후 6·25 비참전국으로까지 문호를 개방해 늘려 나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측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가입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다만 유엔사는 지난 11일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일본은 (한국 정부 기준으로)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체 “유엔사 해체하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엔사 전력제공국 확대와 관련, ‘미국 규탄 및 유엔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해체 VS 강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을 보면, 남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진보진영 단체들은 평화협정이 미래에 체결되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되므로 정전체제 유지·관리를 담당해 온 유엔사는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엔사 해체는 유엔사가 창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거나 미국 정부가 해체 결정을 내려야만 가능하다는 게 국제법적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은 2014년부터 본격화한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엔사 부사령관을 미군이 아닌 장성에게 맡긴 것은 처음이었다. 후임으로도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소장이 임명됐다. 유엔사 참모장으로 취임한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을 겸직하지 않은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전략은 크게 세 방향이다. 첫째는 미군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 주요 보직을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사 주요 보직에서 미군을 줄이는 대신 영국, 캐나다 등 한·미를 제외한 다른 16개국의 인원을 증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비무장지대(DMZ) 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전에는 거의 한국군에 맡겼으나 앞으로는 유엔군 스스로 독자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라도 평화협정 내용에 평화협정 준수 감독 및 분쟁 발생 시 사실 조사 등을 유엔사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이브 아이(Five Eye)’로 불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유엔군 재활성화’의 핵심이다. 지난 5년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사 참여국들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참가가 늘었다.


미국의 구상은 유엔사의 현 상태를 유지하되 유엔사 참모 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를 한반도 작전 주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측은 지난해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관련 약정(TOR-R)을 맺었다. 2급 비밀로 분류된 이 약정은 그동안 모호했던 유엔사와 연합사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을 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가진 연합사령부로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우려하는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현실적인 작전 주도 능력이 없으면 유엔사로 작전권이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미래연합군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항모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 전략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한·미 장성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형편이다.


미국이 유엔사 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 평화관리 기구’로 변환해 존속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유엔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롤랜드 윌슨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지난달 한반도 안보환경 평가 세미나에서 “미래에는 유엔사 역할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나토를 벤치마킹한 동맹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 앞날에 대한 진단이 제각각인 가운데 미국은 이미 유엔사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엔사는 50년 전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 때처럼 유엔안보리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사 강화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불러 협상 과정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실버스타 2019.08.04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49년 6월말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7월1일부터 국군의 지휘권이 한국군에 돌아왔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7월1일 이후에도 지휘통제권이 계속 미국에 있었습니다.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

    1950년 1월 26일 협정서명
    1949년 7월 1일 소급발효

    < 제1조 골자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과 경찰의 조직 통할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

    1960년 10월 21일 개정서명
    1960년 10월 21일 발효

    < 제1조 개정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의 조직관리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

    -------------------------------------------------------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는 뜻은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대통령)보다 우위라는 뜻입니다.
    조직 통할은 작전통제,군수,인사,행정 모두 포함되고 그때는 작전통제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국군과 경찰의 모든 통제는 군사고문단이 한다는 협정입니다.
    이유는 미국에서 제공하는 군사원조를 유용하게 쓰기위한 조건이며 원조를 받는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군사고문단은 미국 대사관 소속이기에 미국 국무장관에게 국군과 경찰의 지휘통제권이 있습니다.

    한국군의 참모총장은 미국 군사고문단의 명령에 따랐고 허수아비에 불과했습니다.
    1960년 10월21일 되어서야 겨우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로 바뀌었습니다.

    이형근 장군이 말한 10대 불가사의는 모두 군사고문단의 작품입니다.
    모든 책임을 채병덕에게 뒤집어 쒸우고 무능한 사람으로 비하합니다.
    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협정 내용을 감추고 막연히 군사고문단이 조언만 했다고 합니다.
    군사전문가도 무기와 탄약의 관리를 고문관이 직접 했음을 수치로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6.25전쟁중 다급한 국군은 눈치게임으로 고문관을 이겼죠 ?

    1950년 7월 14일 맥아더가 한국군의 지휘통제권을 인수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맥아더가 이승만 대통령이 자기에게 지휘권을 의뢰하는 편지를 받았으니 이를 수락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즉 한국은 발표가 없었고 지휘통제권을 넘길수도 없습니다.
    협정에 따라 국군의 지휘통제권이 국무장관에 있는 상태에서 이승만 대통령도 권한이 없습니다.

    평시작전통제권 전환시 미 국무부가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받은 사실이 없어 돌려줄 필요도 없다"

    작전통제권은 미군이 아닌 미 국무부에 있었고 1960년 10월 21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작전통제권이 미군에 넘어간 사실이 없으나 앞뒤가 맞지않는 현실에 미국도 부담이 될것입니다.
    미국도 작전통제권을 빨리 넘겨서 과거의 이상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것입니다.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지난 3일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핵심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관련자들의 징계도 끼워맞추기식으로 진행돼 ‘엿장수 맘대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승복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북한 소형목선 상황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을 예하부대 경계작전태세 감독의 소홀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조치했다. 또 평시 해안경계태세 유지의 과실이 식별됐다며 육군 8군단장을 보직해임했다.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제1함대사령관에 대해서는 통합방위태세 유지에 과오가 밝혀졌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앞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17일 군의 경계작전은 관련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시행되었으므로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되었다’고 밝혔다. 해상이나 해안선 작전단계에서 목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메뉴얼 등 시스템 문제로 추후 보완할 요소가 있지만, 인사 문책까지 할만큼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군이 경계에 실패했다’고 질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꾸려져 그동안 관행이었던 시스템 문제까지 해당부대 지휘관들이 책임지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한 책임 있는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나갔다.


■휴가중 ‘날벼락’ 맞은 사단장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장은 휴가 중이었고 행정부사단장이 직무대리를 수행 중이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23사단장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 당직근무자는 행정부사단장에 대한 보고를 누락하고 대량문자전송서비스 및 고속상황 전파체계로 예하부대에 전파하지 않아 상황 판단을 안일하게 한 것이 드러났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상시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했어야 할 23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당직근무자의 실수를 문책하지 않은 것은 군의 사기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징계의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 것임을 국방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국방부는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해경의 전파를 ‘늑장 보고’한 군 실무자들에 대해서도 ‘기관 간 규정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문책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마치 23사단장이 전투준비태세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징계하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통합방위태세 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강원도 동부지역 통합방위 책임자는 8군단장이다. 동해안에서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통합방위 사령관인 8군단장이 해군과 해경을 통합지휘하는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도 마련돼 있다. 통합방위지침 제13조(군과 해양경찰 간의 지휘 및 협조체계)에 따라 대북 상황 발생시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육군 23사단은 8군단 지시를 받는 부대다. 육군 23사단과 해군 1함대, 동해 해양경찰청도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을 숙달하기 위해 매년 화랑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 해경은 상황전파 대외기관으로 1함대만 지정하고 지역책임부대인 8군단과 23사단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 합동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민관군 통합방위훈련인 화랑훈련이 동해 바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해군과 해경 사이의 공조체계를 중심으로 실시돼 왔던 데 따른 것이다. 육군 부대인 23사단과 해경 사이에는 직통 라인이 개설되지 않았던 사실은 이번에 조사됐다.


게다가 군은 유선과 C4I 위주로 상황을 전파하고 FAX는 일반자료와 문서를 받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해경은 FAX로 신속한 상황전파를 하게 돼 있는 등 정부 유관 기간 사이에 서로 관련 규정이 달랐던 사실도 정부 합동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23사단 당직근무자는 북한 목선이 지난달 15일 오전 6시20분에 삼척항에 접안한 지 55분이 지난 오전 7시 15분에 해군 1함대사령부로부터 최초 상황을 접수했다. 이후 23사단 당직근무자는 오전 7시 22분에야 해안대대에 관련 상황을 유선으로 전파했다. 이마저도 해안 소초까지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아 소초 초동조치부대는 오전 7시 25분에 상황을 접수받고 07시 35분에 소초를 출발하여 3.5㎞ 떨어진 현장에는 오전 7시 45분에 도착했다. 그때는 이미 북한 소형목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고 난 뒤 10분이나 지난 후였다.


이런 제반 사항 등을 감안했을 때 국방부는 23사단장의 경우 화랑훈련 등을 통해 통합방위체제를 유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실패했다고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통합방위체계 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동해해경으로부터 최초상황 및 북한 소형목선 예인상황이 사단에 통보되지 않는 등, 상황공유 및 협조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 상황 발생 후 부대 내부적으로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도 지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방위체제 유지의 과오를 묻는다면, 이번 사건의 책임을 현 23사단장에게만 묻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런 잣대라면 과거 23사단을 거쳐간 지휘관들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합동조사단은 애초에 해경의 상황전파 대외기관에서 23사단을 뺀 메뉴얼이 작성된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존 상황전파 메뉴얼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23사단장에게 지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뒤늦게 상황전파 지연 문제와 관련해 ‘긴급상황보고 목록 보완’, ‘군-해경 간 지휘협조체계 강화’, ‘유관기관 간 지휘관 회의 및 실무협의체 정례화’, ‘유관기관 간 다중전파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또 통합방위지침(제13조)을 개정해 각 군과 해경·경찰 상호간 상황전파 및 정보공유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2019넌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모습. 국방부


■국방부의 ‘유체이탈’


이번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 대한 징계 대상에서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 나갔다. 이들은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였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가 북한 어선이 표류했고, 발견 위치도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인근이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허위 브리핑 논란이 일면서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진형 국방부 정책기획관(육사 44기)은 지난달 26일 실시한 ‘북한 목선 사건’ 합동조사 브리핑에서 북한 어선의 발견 위치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한 경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저희가 북한 상황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군사보안 때문에 그 지점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오해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인근’이란 표현 등으로 ‘허위보고·은폐’ 의혹을 야기한 국방부 보도문안 작성에 관련한 간부 중 핵심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국방 현안을 청와대와 조율하는 것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역할이다.


현역 육군 소장인 이 기획관은 육군 6사단장을 지냈다. 그는 2017년 9월 강원도 철원 6사단 사격장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길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이모 일병(22)이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부대장이었다. 당시 사고는 군 장성 인사가 늦춰지면서 군 지휘관들이 청와대와 국방부만 바라봐 야전부대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비판이 나오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6사단 사격장 사망 사고는 어이없는 인재였다. 부대 관리 부실로 사격장 사로는 표적이 고장났고, 출입통제 초소는 폭우로 떠내려갔는데 복구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통제 요원조차 사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일병을 포함한 일행들을 위험지역으로 통행토록 한 사실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군 당국은 이진형 6사단장에 대해 부대지휘 및 관리감독 소홀 등의 책임을 묻고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으나, 나중 그에 대한 징계는 심의후 유예되는 등 흐지부지됐다. 이후 이 소장은 부대관리 부실로 심각한 악성 사고를 야기하고도 군단장 진급이 유력한 자리인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영전했다. 그리고 나서는 야전부대 지휘관들의 징계까지 포함한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국방부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이번 북한 목선 사건 징계를 바라보는 야전군 간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방부 고위층이 자신들은 ‘유체이탈’하고, 청와대 눈치를 보며 ‘끼워맞추기’식 징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은폐 의혹 등을 빚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에 대한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상당부분 마무리돼 곧 결과가 발표된다. 사진은 삼척항에 입항한 북한 목선을 해경정이 지난달 15일 예인해 가는 장면이다. 독자 제공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을 조사해온 국방부 합동조사단은 이번주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군의 ‘허위보고·은폐 의혹’과 ‘경계근무 태세 문제’ 두 가지다. 이를 놓고 국방부 감사관실을 주축으로 작전·정보 분야 군 전문가,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등 30여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은 1일 현재 큰 틀의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추가 사항을 확인 중이다. 국방부는 조사 결과 발표 날짜와 장소 등을 내부적으로 조율 중이다.


야권 등에서 지적한 청와대가 관여한 정황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 차원에서 설명할지, 아니면 아예 ‘무시 전략’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육군 대령)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방부 합동조사단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 권한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합동조사단은 지난달 20일부터 합동참모본부, 해군 1함대와 육군 23사단 등에 대한 현장 방문과 관계자 면담, 북한 목선의 항적 분석 등을 통해 경계근무 태세와 보고체계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인근’은 군 용어인가


삼척항 ‘방파제 입항’을

‘인근서 발견’으로 발표

축소·은폐 의혹의 발단

청 “군 용어일 뿐” 거들어


군이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을 언론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은폐 또는 허위·축소 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것은 이번 합동조사의 핵심이다. 군의 허위보고·은폐 의혹은 합동참모본부가 지난달 17일 백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이 실제 발견된 장소인 ‘삼척항 방파제’를 ‘삼척항 인근’으로 바꿔 발표하면서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는 군 당국이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북한 목선이 인근 바다에서 표류하다 발견된 것처럼 꾸민 것 아니냐는 게 논란으로 확산됐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방부의 지난달 17일 발표에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에 “(인근은) 군에서 대북 보안상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라며 “해경 공지문에서 발표한 목선 발견 지점(삼척항)을 굳이 숨길 이유가 없다. 이미 공개된 장소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다시 확인드린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지난달 20일 브리핑에서도 “(국방부 발표 중) ‘인근’이라는 표현은 군에서 많이 쓰는 용어”라고 재차 언급했다.


고 대변인의 설명은 ‘팩트’이지만, ‘진실’은 아니다. 합참은 탄도미사일 발사 장소와 같은 북한 정보 사안을 브리핑할 때 정확한 좌표를 밝힐 경우 군의 대북 정보능력이 드러난다는 이유로 ‘인근’이나 ‘일대’ 표현을 써왔다. 지난 5월4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오늘 09시06분경부터 09시27분경까지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발사하였음’이라고 발표한 것이 최근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대북 정보사안도 아니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우선인 공보사항에 대해 ‘인근’이란 표현을 쓴 것은 사실을 은폐하려고 의도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짙다. 군 당국은 사건 당일 이미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하는 모습을 여러 주민이 목격한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눈 가리고 아웅’식 브리핑이 통할 것으로 봤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군 안팎에서는 합동조사단이 허위보고·은폐 의혹의 발단이 된 브리핑에 대해 용어 사용이 부적절했던 측면은 있었지만,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는 식으로 정리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설명이 신중하지 못했지만, 징계를 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식의 결론이 나면서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은폐 책임자는 누구


국방장관 주재 연석회의서

언론 가이드라인 만들어

군 합조단 ‘셀프조사’ 한계

부실 조사 가능성 우려 나와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목선이 내려온 지난달 15일부터 16일, 17일 등 사흘에 걸쳐 매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이 주재한 관계자 회의가 열렸다. 1.8t 규모의 목선이 함북 경성에서 삼척항까지 군경의 경계를 뚫고 700~800㎞를 이동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허위보고·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지난달 17일 브리핑을 앞두고 열린 회의에서는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과 대변인,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과 공보실장 등 6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서는 합참 작전 담당 조직에서 작성한 내부 문건에서 삼척항 방파제란 구체적인 위치를 빼고 ‘인근’이란 단어를 집어넣은 PG(언론 가이드라인)가 만들어졌다. 내부 문건 원본은 북 어선이 15일 오전 6시50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적시하면서 관련 요도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으로도 기술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목선이 엔진으로 움직여 삼척항에 입항한 사실을 숨기고 표류한 것처럼 브리핑하기로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 목선은 지난 15일 야간에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한참을 대기했다.


실제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삼척항 입항’이 명시된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했지만, 브리핑 준비 과정에서 ‘삼척항 인근’으로 용어가 바뀌었다. 전비태세검열실장인 조모 해병 소장은 “(삼척항에 들어와 있는 북한 목선을 주민이 신고한 것을 지난달 17일 브리핑에서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해) PG에 따랐을 뿐”이라고 밝혔다. 즉 국방부의 언론대응 지침에 따랐다는 것이다.


문제는 PG를 누가 작성했느냐는 점이다. 국방부 대변인을 지낸 ㄱ씨는 “언론대응이 필요한 중요한 사안이 발생하면 주로 장관과 정책실장, 관련 부서 국·실장, 대변인이 머리를 맞대고 브리핑에 필요한 PG를 만든다”며 “장관이 작성된 PG를 최종 승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관행대로라면 국방장관도 PG 작성에 일정 부분 이상 관여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이순택 국방부 감사관을 단장으로 하는 합동조사단이 정 장관과 박 합참의장을 조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방부 장관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합동조사단이 과연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까지 조사할 수 있겠느냐”며 “합조단의 결과가 나오나 마나 제대로 된 조사를 할 수 없겠다는 확신이 든다”고 부실 조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났다. 국방부 차원의 ‘셀프조사’에 대한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국방부 백브리핑에 두 차례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 관계당국의 허위보고·은폐 의혹 논란을 키웠던 김모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에 대한 합동조사단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것도 논란거리다. 해군 대령 진급 예정자인 김 행정관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져야 야당에서 주장하는 청와대의 개입 여부가 정확히 가려질 수 있어서다.


경계 실패인가


군 ‘경계 실패’ 인정했지만

“작전 문제없었다” 주장도

해경과 ‘통합방위’에 허점

NLL 경계 근본대책 필요


국방부는 합동조사단이 공식 조사를 착수하기도 전에 경계 실패가 명확하다고 정의하고, 정 장관은 지난달 20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 검열실장은 지난달 17일 최초 브리핑에서 “경계작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19일 브리핑에서 “합조(합동심문조의 조사) 결과 대입하면서 조사 과정에서 일부 과오가, 미비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상적으로 작전이 됐지만 탐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서는 레이더에 포착된 표적을 판독하고 식별하는 작업과 경계근무 과정에서 일부 문제점이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감시레이더 한 대에 북한 목선이 남긴 물결 흔적이 찍혀 있는 것이 사후 조사 과정에서 파악됐지만, 해당 경계요원의 책임구역 밖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지역에서 대북상황이 발생하면 해군과 해경을 지휘하는 통합방위작전 책임을 지는 육군 23사단이 해경으로부터 관련 사항을 직접 통보받지 못한 것은 통합방위 허점으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경계 전력을 강화한다 해도 ‘북·중 합영조업구역’ 확대로 조업 경쟁에서 밀린 북한 어선들이 북방한계선(NLL)을 넘는 사례가 계속 늘어나면서 해상 경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중국 어선들이 조업할 수 있도록 수천만달러를 받고 꽃게철인 4~6월에는 서해 조업권을, 오징어철인 6~12월에는 동해 조업권을 판매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반도 상공 비행을 마치고 착륙한 F-4E.


F-35 스텔스 전투기는 JSF(Joint Strike Fighter)로 불린다. 공군과 해군, 해병대가 함께 통합해 사용한다는 의미다. JSF에 앞서 미국 해군과 해병대, 공군이 함께 주력기로 처음 사용했던 전투기는 F-4 팬텀이다. 팬텀은 애초 미 해군용으로 개발됐으나 로버트 맥나마라 당시 미 국방장관 지시로 공군과 해병대도 임무 특성에 맞게 개량한 기종을 운영했다.


F-35와 F-4의 또 하나 공통점은 대량 생산이다. 미군이 도입하려는 F-35 대수는 2243대다. 여기에 개발에 동참한 영국을 비롯한 8개국 소요와 수출까지 포함하면 F-35 생산 대수는 3000대에 가까울 것으로 보인다. 팬텀은 1961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981년까지 5195대가 생산됐다.


■ F-35에 둥지 내준 F-4E


공군의 청주 제17전투비행단은 ‘F-4E 팬텀의 고향’이다. 1977년부터 도입하기 시작한 F-4E 팬텀 95대가 지난해 1월까지 청주 비행단에 둥지를 틀었던 까닭이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사건 이후 당시 전두환 군부는 북한에 응징보복하겠다며 청주 기지에 F-4E 전투기로 구성된 ‘살수 대기’ 부대를 만들기도 했다. 말하자면 원조 ‘참수 부대’인 셈이다. 이는 그만큼 군 수뇌부가 F-4E 팬텀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방증이다.


F-4E 팬텀은 청주 기지의 ‘터줏대감’ 자리를 F-35A에 넘겨줬다. 마지막까지 청주 비행단에 배치됐던 F-4E 팬텀 대대는 지난해 1월 수원 제10전투비행단으로 옮겨 갔다. 전력화가 시작된 F-35 스텔스기 부대에 둥지를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공군의 첫 스텔스기인 F-35A 2대는 지난 3월29일 청주 기지에 도착했다. 올해 말까지 10여대가 배치되고 2021년이면 청주 기지에 F-35A 40대가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된다.


한국 공군에 처음으로 인도된 F-35A.


북한은 우리 공군이 F-35A 전투기 2대를 처음 배치하자, 지난 4월 ‘동족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 공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F-35A의 스텔스 성능이 위협적이라는 의미다.


공군은 전통적으로 한반도 공역의 중심인 청주 기지에 최정예 비행부대를 배치해 왔다. 청주 기지에서 평양까지는 약 300㎞, 신의주까지는 약 500㎞다. F-35A는 북한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고 북한 전역의 지휘소, 레이더 기지, 비행장 등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F-35는 여러모로 F-4의 데자뷔 느낌을 준다. F-35와 F-4 모두 한국 공군의 전력 패러다임을 바꾼 ‘게임 체인저’다. F-35가 지금 공군 전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면, F-4는 1970년대 공군 전력을 수직 상승시킨 주역이었다.


한반도 하늘, 판도 바꾸다

1960~70년대 최강의 팬텀

베트남 파병 대가 무상임대

F-4D 18대 아시아 유일 운용

공군 전력 수직 상승의 주역

국민성금 구매 5대로 시작

개량 F-4E ‘참수 부대’ 원조

1994년 전력화한 KF-16과

공군 주력기로 종횡무진


F-4 팬텀 역시 ‘1960년대 말~1970년대’에는 세계 최강 전투기였다. 동시대 전투기 중 비행성능 및 공대공, 공대지 등 모든 능력에서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지금으로 치면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나 F-35에 해당하는 위상이었다. 대한민국 공군이 1969년 F-4 팬텀을 도입하면서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팬텀을 운용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공군이 팬텀을 들여오기 전만 해도 북한 공군력은 한국 공군에 비해 수적으로 2배 이상인 데다, 성능 면에서도 우수한 미그 계열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깊게 분산 배치된 작전기지들의 주요 장비 및 시설물들은 엄체화 또는 지하화돼 있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5분 내지 15분 이내에 항공기 150여대를 전 기지에서 비상 출격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군은 북한의 이 같은 기습공격 능력과 주변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1966년 ‘공군력 증강 5개년 계획서’를 통해 1968년부터 F-4D 팬텀을 도입할 것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 무렵은 1968년 1월21일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1월23일 미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이 발생한 때였다.


삼척, 울진 무장공비 사건 등도 연이어 일어나면서 한국 정부는 당시 베트남에 파병한 국군의 철군을 고려했다. 미국은 자국 다음 규모의 대병력을 파병한 국군이 철군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해 한국을 달래려 팬텀 공급을 약속했다. 


당시 국군이 보유 중인 F-5A를 베트남에 보내는 대신 F-4D 18대를 임차해 준 것이다. 임차 조건은 가격 무료, 기간 무기한이었다.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군은 무상임대했던 F-4D 18대의 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공군 전력의 감소를 우려한 정부는 국민성금 163억원을 모아 1975년 이 중 5대를 구매했다. 이 5대가 ‘방위성금헌납기’로, 공군은 헌납 전투기 편대를 ‘필승편대’로 명명했다. 


이후 공군은 F-4D를 추가 도입했고, 대구 제2전투비행단에서 F-4D 74대를 운용하면서 팬텀은 공군 주력기로 자리매김했다.


‘1980~1990년대’에도 팬텀은 7.25t에 달하는 강력한 무장 능력과 고성능 레이더 및 항법장치 등을 갖춘 다목적·전천후 항공기로 공군의 주력 전투기였다. 공군이 1994년 KF-16을 전력화하기 이전까지는 대한민국 공군을 대표하는 전투기로 공대공 및 공대지 임무를 수행했다. KF-16 도입 이후에도 F-4 팬텀은 (F-16 계열 항공기와 함께) 한국 공군의 핵심전력이었다.


F-4E 팬텀기가 지난 4월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는 공군의 주력기로 활약한 ‘방위성금헌납기’ F-4D 필승편대의 비행 모습. 공군 제공


■ ‘불멸의 도깨비’


국내에서 F-4 팬텀의 별명은 ‘불멸의 도깨비’다. 수평꼬리날개 사이로 두 개의 엔진이 내뿜는 붉은 화염은 도깨비 얼굴을 연상시킨다. 팬텀의 전투력이 적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질 만큼 막강해서 붙었다는 설도 있다.


팬텀은 1958년 첫 비행을 한 후 1961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팬텀은 공중전 수행 능력뿐만 아니라 폭격 및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CAS)도 가능하다. 미군이 운용했던 팬텀은 핵폭탄까지 투하할 수 있었다.


한국 공군이 도입한 팬텀은 F-4D와 이를 업그레이드한 F-4E, 정찰기 버전인 RF-4C 등 세 종류다. 공군은 1969~1989년에 도입한 F-4D를 2010년 6월 퇴역할 때까지 100대 이상 운용했다. F-4D 생산 당시 설계수명은 4000시간이었다. 미 공군은 1974년부터 1983년까지 항공기 동체와 날개 등 18개 부위를 보강하는 항공기 기골보전 프로그램을 통해 수명을 8000시간으로 연장했다. 한국 공군도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이를 동일하게 적용해 수명을 연장했다. 이후 한국 공군은 정비사들의 노력으로 다시 F-4D 경제수명을 9600시간으로 추가 적용했다.


팬텀은 여전히 살아 있다

‘단일기종 41년’ 기록 F-4D

마지막 대대 2010년 해체돼

현충원 등 7곳에 ‘위용’ 전시

‘불멸의 도깨비’ F-4E 대대

지난해 수원기지에 새 둥지

최후 20여대 2024년에 퇴역

청주기지 넘겨받은 F-35A

2021년 40대 ‘게임 체인저’로


마지막까지 F-4D를 운용한 151 비행대대는 단일 기종 41년 운용, 24년 7개월 무사고라는 기록을 세우고 2010년 6월 해체됐다. 더 이상 날지 않게 된 F-4D는 대전 현충원과 가평군청 등 지상 전시대 7곳에 전시되고 있다.


공군은 F-4를 개조한 RF-4C 정찰기 18대를 1989~1990년에 도입했다.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는 RF-4C 생산을 1966년 11월 시작한 이후 1973년 종료했다.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이 운용하던 RF-4C 정찰기를 1990년 9월 15억4000만원을 주고 처음 구매한 이후 군사분계선(MDL) 남쪽 상공에 띄워 북한군에 관한 정보 수집에 적극 활용해 왔다. RF-4C는 2014년 6월 한국 공군에서도 사라졌다.


공군은 아직까지도 수원 기지에서 F-4E 1개 대대 20여대를 운용 중이다. 지금도 근접항공지원 등 한반도 전구에서의 작전적 유용성은 지속되고 있다. 공군은 마지막 팬텀 20여대를 2024년 퇴역시킬 예정이다. 2024년은 F-4E 팬텀의 설계수명인 생산 후 45년이 되는 해다.


팬텀 개발국이자 최대 사용국이던 미국에서는 2016년 12월 표적기로 활용하던 F-4 팬텀을 공식 퇴역시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상병 월급은 19년만에 34배 인상

다양해진 병사 식단···푸드 트럭도 가능


병영 풍속도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병사들의 아버지 세대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낄만큼 변화가 빠르다. 봉급만 해도 상병의 경우 2000년 9900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33만6200원이다. 19년만에 34배가 올랐다.


식단 변화도 상전벽해다. 1년에 4차례에 불과하지만 육군의 경우 사단장 허가가 있으면 대대급 단위 식사 시간에 피자·치킨 등을 배달시킬 수 있고, 푸드트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육군 마스코트 ‘호국이’를 활용한 총검술과 수류탄 던지기 캐릭터. 출처/육군


■‘총검술’ 역사속으로


육군, ‘20㎞ 완전군장 행군’ 대체재 검토

소요진압 목적 실시하던 충정훈련은 구시대 유물

군. 면세담배 2009년 퇴출한 이후 ‘금연 상담실’ 운영


소총 끝에 대검을 꽂은 뒤 적과 육탄전을 벌이는 총검술 훈련은 군 신병교육에서 퇴출됐다. 해군은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의 특성상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총검술을 일찌감치 폐지했다. 공군 역시 신병 교육 훈련 과목 중 총검술 과목을 폐지하고 기지방어 기술과 통합했다.


육군도 최근 신병교육 과목을 통폐합하면서 총검술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미국 육군도 2011년부터 총검술 교육을 폐지하고 권총과 격투기를 통해 근접전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은 ‘20㎞ 완전군장 행군’의 폐지 여부를 놓고 육군훈련소와 1개 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대상으로 시험중이다. 행군 ‘실시 집단’과 ‘미실시 집단’의 체력 및 전투 기술을 이달 말까지 비교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20㎞ 완전군장 행군’으로 훈련이 완성된다는 의견과 화생방·각개전투 훈련에서도 완전군장으로 총 20㎞ 이상의 거리 이동을 하면 기본적인 전투력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총검술이 폐지되고 20㎞ 완전군장 행군까지 폐지를 검토하게 된 것은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신병 훈련 기간도 5주에서 4주로 감축된 데 따른 것이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신병교육 방안이 필요해진 것이다.


‘충정훈련’은 완전히 사라졌다. 충정훈련은 명목상으로는 대정부 전복행위와 소요를 진압하기 위한 군의 훈련이었지만, 실제로는 민주화운동 진압 훈련이었다. 신군부는 1980년 초부터 수도권 인근 부대를 충정부대로 삼았다. 수방사 예하사단과 특전사 1·3·7·9여단, 수도권 17·20·26·30사단 등이 충정부대였다. 충정작전에 나선 군인들은 진압봉을 휴대하고 시위대를 향해 돌격했다.


충정훈련은 문민화 정부 출범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는 2012년 충정작전과 충정훈련을 완전히 페지했다.


군 면세담배는 2009년 사라졌다. 군은 무료로 지급하던 담배와 연초비를 없앤 후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훈련소와 사단 의무대, 군병원, 여행장병 라운지에서는 상설 금연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 출처/육군


■‘스마트 철책’ 등장


사라진 GOP ‘24시간 3교대’ 근무···순찰용 산악오토바이 등장

이동식 PX ‘황금마차’도 퇴역중···‘멧돼지 잔반’ 금지


과거 155마일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병사들은 대거 철책 인근 초소에 투입돼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 휴전선에서 윤형 철조망이 뚫리지나 않았는지 Y자 막대기로 찔러보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철조망을 흔들어 침입 흔적을 찾지도 않는다. 2016년부터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다.


과거 장병들이 24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육안으로 감시하던 GOP 경계작전 개념이 바뀌었다. 24시간 주간-전반야-후반야 3교대로 이뤄지던 경계근무는 사라졌다. 과거 1개 소대가 맡은 구간은 1.5~3㎞. 소초 간 거리가 300m를 넘는 곳도 있었다.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GOP 부대 병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제는 감시·감지·통제시스템으로 철책에 하얀색 광그물(광망)을 씌우고, 감시카메라와 열영상감시장비(TOD) 등으로 낮엔 1~2㎞, 야간엔 200~400m 경계가 가능하다. 광그물망에 침입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호가 울리고 카메라가 촬영해 영상을 지휘 통제실과 소초로 보내는 방식이다. 소위 ‘스마트 철책’이다.


GOP대대 지휘통제실에서는 가로 약 4.5m, 세로 약 4.3m 크기의 비디오 월을 통해 중·근거리 감시카메라와 TOD, 레이더, 광망 등 과학화 장비를 조종하며 전방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개폐 센서가 부착된 통문은 3㎝ 이상만 벌어져도 바로 지휘통제실에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깜깜한 밤에도 LED 투광등이 대낮처럼 밝히고 있어 감시카메라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로 GP를 철수시켜도 경계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광그물망은 짐승을 따로 구분하지 못해 감지되면 경계음이 울리고 통제실이 파악해 5분 대기조를 보내야 한다. 안개나 바람에 영향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너구리와 토끼는 기피 동물이다. 광그물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성분을 담은 봉지나 통들을 달아놓고 있다. 철책을 넘으려는 고라니도 골칫거리다. 군은 아예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을 겸한다는 자세로 출동한다.


병력들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초동 조치가 가능한 최소 인원만 감시초소에 직접 투입된다. 기존에는 대대급 부대의 40여개 감시초소에 장병들이 투입돼 보초를 섰다면, 지금은 6개 초소에만 병력이 투입된다. 도보 순찰은 철책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맨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점검 차원으로 매일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이뤄진다. 수색대대의 정찰·매복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GOP 부대의 ‘멧돼지 잔반’도 사라졌다. 멧돼지 스스로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찾도록 하는 동시에 멧돼지의 철책선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GOP 부대에는 유사시 신속한 대응과 기동순찰을 위한 순찰용 산악오토바이도 있다. 중대당 1대씩 배치된 산악오토바이는 988cc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철책의 스마트화로 이동식 PX인 ‘황금마차’도 사라지고 있다. 육군이 소초들을 마트 PX가 있는 중대 이상 단위로 통폐합하면서 황금마차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음료수·라면·담배 등 100여가지 물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던 ‘황금마차’는 대부분 퇴역 절차를 밟아 가고 있다.


국방부의 병사 휴대전화 사용 안내문. 출처/국방부


■스마트폰 병영문화


‘이등병의 편지’는 옛말···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 예약, 인터넷 강의 시청

군 ‘3득(소통·학습·창조적 휴식) 3독(도박·음란·보안위반)’ 운동 전개


병사용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최근 들어 병영에서 가장 큰 변화다. 국방부는 사회와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장병들의 단절감을 해소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계발 기회 확대 및 건전한 여가 활동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했다. 병사들은 지난 4월부터 부대별로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평일에는 오후 6시~10시, 휴일에는 오전 7시~오후 10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사이버지식정보방이나 공중전화 사용은 감소 추세다.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라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노래 가사는 옛말이 됐다.


생활관에서 TV채널 다툼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을 예약하고, 병영에서 은행업무까지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병사들도 생겨났다. 모바일 게임 열풍까지 불고 있다.


대신 생활관에서 대화가 줄어들었다. 농구나 족구 등 운동을 하는 병사들도 많이 줄었다. 체력단련실도 한가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지금은 과도기로 병사들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벌써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병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기원 육군 인사근무과장(대령)은 “병사 휴대전화 사용은 일과 이후 병사들을 통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수반되는 생산적인 군 복무를 돕는 혁신적인 시도”라며 “휴대전화를 교육훈련에도 적용해 원격교육 및 과학화훈련 등에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3득 3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휴대폰을 통한 소통·학습·창조적 휴식은 ‘3득’이고, 도박·음란·보안위반은 ‘3독’이라는 것이다.


병사들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는 ‘SECRET’이라고 쓰인 특수 보안스티커가 부착돼 있어 영상통화를 해도 자신의 영상은 상대방에게 보낼 수 없다. 육군 관계자는 “규정 위반 시 규정대로 처리하게 된다”며 “장병들이 자율적으로 규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휴대전화 촬영, 녹음 기능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올해 곧 장병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군은 과거 주말 위주로 실시했던 병사들의 외출도 지난 2월부터 평일 일과 후에도 월 2회 허용하고 있다. 일과 후 본인이 원하는 영화관람, 병원진료, 도서관 이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게 육군 설명이다.


병영 내에서 창업 동아리도 생겨났다. 육군 제3포병여단 병사 3명은 2018년 바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ECO-STI’를 만들어 K-스타트업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전역 후 실제 창업으로 이어나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군, 언론에서 ‘살신성인’ 보도가 나오자 이종명 중령을 ‘사고자’에서 ‘관계자’로 표기

군 조사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적시


동료를 구하려다 지뢰를 밟았다는 일화의 주인공 이종명 의원(육사 39기·60)이 ‘영웅조작설’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 27일 전방수색부대 대대장 당시 M3로 추정되는 대인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가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을 때 육군 발표가 의문 투성이라는 것이다.


사고 이후 상이군인으로는 첫 대령 진급자가 된 이종명 대대장은 2002년 제1회 ‘올해의 육사인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한 성대한 전역식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어 2016년 초에는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보국훈장 삼일장도 수상했고, 군은 그의 영웅담을 군가로 만든데 이어 뮤지컬 ‘마인’까지 제작했다. 육군 1사단 주둔지인 경기 파주시에는 이 중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겠다는 ‘살신성인탑’도 세웠다.


그러나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 중령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당시 이종명 대대장이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위험을 자초했느냐 여부다.


국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연합뉴스


①사고자→관계자


2000년 6월 27일 오전 9시쯤, 판문점 동쪽으로 5㎞ 지점 비무장지대. 육군 1사단 수색대대원 20명이 최전방지역 정찰에 나섰다. 이날 정찰엔 수색대대장 이종명 중령과 후임 대대장 설모 중령도 참가했다. 군사분계선 근처에 다다른 오전 10시 40분쯤, 폭음과 함께 앞서 가던 설 중령이 1950년대 매설된 대인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종명 중령은 병사들의 접근을 막은 뒤, 지형을 잘 아는 자신이 구조하겠다며 쓰러진 설 중령에게 혼자 다가갔으나, 잠시 뒤에 이 중령 역시 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 중령은 두 다리를 잃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위험하니 오지 말라’며 자신에게 접근하려던 병사들을 제지했다. 그런 뒤, 철모와 소총을 끌어안은 채 혼자 힘으로 기어서 사고현장을 빠져나왔다는 게 군의 설명이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60·육사 39기)은 전방 수색부대 대대장(중령)이던 2000년 6월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지면서 언론 등에 ‘살신성인’ ‘영웅’으로 표현됐다. 사진은 사고 당시 발목이 절단돼 지팡이를 짚고 있는 전역 때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시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28일 보고한 중간 사건보고서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등 전·후임 대대장 2명은 ‘사고자’로, 중대장 박모 대위는 ‘피해자’로 분류됐다. 1사단 헌병대 보고서 역시 6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일관되게 전·후임 대대장 2명을 ‘사고자’로 규정했다. 이 중령과 설 중령이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이란 의미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서 이 중령을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보도한 이후부터 육군참모총장과 육군 헌병감에게 올라간 ‘중요 사건 보고’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그리고 박 대위 3명을 모두 ‘관계자’로 기재됐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사고자는 ‘사고를 낸 사람’, 관계자는 ‘어떤 사건과 현상 따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육군 헌병은 왜 보고서를 2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지는 재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수색로 VS 미개척지


이 중령 일행이 수색로를 벗어난 정황은 논란의 핵심 의문이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사고 다음날인 28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사고 장소를 ‘미개척된 3m 지점’으로 특정하고 있다. 사고장소는 ‘99. 3. 23 수색대대에서 새로 개척한 GP 작전도로 MDL(군사분계선)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임’이라고 기술했다.


사고 당일 헌병감실이 작성해 육군참모총장 등 육군본부 고위간부들에게 배부한 보고서에도 지뢰 사고 장소를 ’MDL, 작전로 부근 앞“이라고 돼 있다. 작전로가 아닌 곳에서 지뢰를 밟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종명 중령이 ‘사고자’로 표기된 육군 헌병감실 보고서(위 사진·사고 발생일인 2000년 6월27일 작성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됨)와 이 중령이 ‘관계자’로 표기된 헌병 보고서(가운데·사고 발생 다음날인 6월28일 작성),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6월28일 국방장관에게 전달한 보고서에는 사고 장소가 ‘작전도로 MDL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이라고 명기돼 있다.


1사단 상급부대인 1군단이 사고 다음날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를 담은 5부(정보·인사·군수·감찰·헌병) 합동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에 대해 “수풀이 많아 식별 곤란(5m 후방에서 관찰)”으로 기술했다. 정확한 폭발 지점을 찾지 못했고 사고 현장에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사고가 수색로를 이탈한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5부 합동보고서가 사고원인을 ‘수색로 부근에서 M3 대인지뢰(추정)를 밟아 발생’으로 분명하게 적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즉, 이 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가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분명히 적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근 MBC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장소가) 수색로상이었고, 개척된 그 수색로를 5~6번 이상 정찰했던 장소“라고 반박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박모 대령도 경향신문의 서면 질의에 ”(사고장소가) 개척된 수색로였다“고 답변했다.


만약 이 의원과 박 대령의 주장대로 사고현장이 개척된 수색로였다면 1군단 5부 합동조사단이 ”식별이 곤란해 5m 후방에서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성립하기 힘들다. 게다가 또 다른 군 보고서에는 지뢰 폭발 지점과 안전지대까지 거리를 20m 정도로 표기했다.


미개척지에 들어가서 지뢰를 밟아 사고가 일어났다면 당사자들은 징계 대상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당시 사고는 수색대대장 전후임이 지뢰를 밟아서 둘 다 발목이 잘리고, 중대장까지 다쳐 최전방 대대 지휘부가 붕괴된 사건이었다. 이때문에 설사 정상적인 수색로라고 해도 이동중 지뢰가 두 번이나 터졌으면 제대로 지뢰를 제거하지 못해서 수색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책임을 지휘관에게 물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또 수색로를 이탈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면, 지휘관이 규정 위반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한 정밀 조사가 이뤄졌다면 훈장 대신 징계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연대장과 사단장까지 줄줄이 책임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대장(이 중령), 중대장(박 대위) 진술도 엇갈려···두사람 모두 ‘5부 합동조사보고서’ 내용은 부인

이종명 의원 “안전지대 복귀중 사고” VS 군 조사보고서 “MDL 접근중 사고” 


③관측중 VS 복귀중


사고가 발생한 시기도 논란거리다. 육군 헌병과 5부 합동 조사단의 보고서는 일관되게 이 중령과 설 중령, 박 대위 등이 군사분계선 가까이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가까이 대대장 2명과 중대장 등 세 명만 따로 이동한 건 전방을 더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1사단 헌병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장 박 대위는 “정보장교가 (1000㎜ 니콘카메라로) 사진촬영한 곳에서 지형을 관찰하던 이 중령과 설 중령이 공간이 협소해 군사분계선 방향 우측 수색로 약 15m 지점으로 이동했다”며 “이 중령이 좌우측 지형설명을 해주자 설 중령이 우측 지형을 상세히 보기 위해 약 5m 가량 맨 앞에서 접근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 장소 등을 포함해 군의 공식 조사보고서에 담긴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MDL 선상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다. 즉 정찰 임무를 마치고 안전지대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내가 제일 앞에 가고 그 다음에 중대장이 가고 설 중령이 맨 뒤에 따라갔고. 돌아나오는 게 설 중령이 맨 앞에 나오고 내가 맨 뒤에 나왔다”면서 “그 역순으로 나오는데 (맨 앞장 섰던) 설 중령이 지뢰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중령이 자신의 앞에서 다리를 잃고 피를 흘리는 설 중령을 지나쳐 위험지역을 혼자 빠져나온 후 다시 설 중령을 구하러 들어갔다 지뢰를 밟은 것으로 된다. 설 중령이 지뢰를 밟은 직후, 이종명 중령이 후방의 소대원들에게 급히 돌아와 ‘위험하니 내가 가서 구출하겠다’고 말한 후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당시 조사보고서는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당시 적진을 관측하려다 사고가 일어났다고 진술했던 박 대위는 경향신문 질의에 “이 중령이 (군사분계선쪽으로) 진출할 때도, (안전지대로) 복귀할 때도 제일 선두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는 본인이 1사단 헌병 및 1군단 합동조사에서 진술했던 내용과도 상이한데다 ‘복귀할 때는 설 중령이 앞쪽에 있었다’고 한 이 의원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후임 대대장인 설 중령을 구한 사람은 소대장···대검으로 땅을 찌르며 들어가 구조

“국방부가 재조사해야” 여론···이종명 의원 스스로 재조사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④모순되는 정황들


1사단 헌병 보고서와 1군단 5부 합동보고서를 보면 사고 당시 이 중령은 “6월 27일 오전 10시 42분경 000GP 추진철책 작전로상을 약 5m 앞서가던 설 중령이 갑자기 ‘꽝’ 소리와 함께 구조하려 했으나 2차 폭발이 예상돼 정보장교에게 병력 접근 통제를 위해 ‘내가 지형을 아니까 너희들을 기다려라’라고 한 후 사고장소로 들어가다 지뢰가 폭발해 다리를 다쳐 혼자 기어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이 중령의 진술과 정보장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당시 맨 앞에는 설 중령과 중대장이 앞서가고, 5m 뒤에 이 중령, 이 중령의 5m 뒷편에 정보장교가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대장이 지휘하는 2개 수색조는 사고장소에서 약 30m 후방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사고 이후 여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차 지뢰 폭발 당시 자신과 설 중령, 박 대위 등 3사람이 2m 범위 안에 있었고, 자신도 다리에 가벼운 파편상을 입었다고 했다. 이는 설 중령이 이 중령의 5m 전방에 있었다는 군 조사보고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박 대위도 이 의원의 주장이 맞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군 조사보고서가 틀렸다는 얘기다.


지뢰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다른 지뢰 위험 때문에 무리하게 들어가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결국 2차 사고로 이어진 것도 논란거리다. 이 중령이 후임 대대장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2차 사고를 일으켰고, 결국 설 중령을 구조한 사람은 사고지점 40m 뒤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소대장이었다. 소대장이 (지뢰 탐지를 위해) 대검으로 찌르면서 들어가서 설 중령을 끌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육군은 지난 2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된 확인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당시 수사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내에서는 당시 부실한 조사로 논란을 자초한 육군이 재조사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국방부 감사관실과 전비태세검열실 등에서 정밀 재조사를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본부의 ㄱ 대령은 ”이종명 의원 본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스로의 명예와 육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조사를 먼저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일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사진을 5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훈련 상황이 나온 모니터를 가리키자 수행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10여발 가운데는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기종이 포함됐다. 이를 놓고 군사 전문가들은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했지만, 한·미 당국은 6일에도 여전히 미사일로 공식 규정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은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일석삼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 대한 압박’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과 장사정포 혼용 발사를 겸한 복합 전술훈련’ 등이 그것이다.


■ 도발 VS 맞대응


주변국 반응 ‘조용’한 건

“남측 서해 5도 점령 목표”

2년 전 직접 위협과 달리

이번엔 ‘자주적 훈련’ 강조

폼페이오 “선 지켰다” 평가


한·미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측의 비핵화 협상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TV 시사프로에서 북한이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미 정부 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북측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남측 서해 5도 일부의 점령을 목표로 실시했다’고 직접적으로 위협했던 2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자위권 차원의 화력타격훈련’ 성격임을 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김정은 동지(국무위원장)께서 5월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하고 혁명의 전취물과 인민의 안전을 보위할 수 있게 고도의 격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이 2017년 8월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북 방향 김책 남단 연안의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을 당시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북한은 당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도발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동지가 섬 점령을 위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대상물 타격경기를 지도하셨다”면서 “이번 대상물 타격경기는 비행대와 포병, 특수작전부대들의 긴밀한 협동 밑에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계획의 현실성을 확정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백령도와 연평도를 ‘타격 및 점령’ 목표로 하는 작전지도까지 TV 화면에 노출시켰다.


남측은 최근 미 공군과 함께 기존 ‘맥스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5일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무력시위를 경고한 바 있다. 그 경고가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반발 배경에는 세부사항에서 불완전한 9·19 군사합의에서 비롯된다.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 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 상황에서는 서로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여서 남북 모두 ‘장군 멍군’을 교환한 셈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이라는 예민한 변수를 하나 더 추가해 상대 반응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


■ 진화하는 북 SRBM


북한이 얻은 ‘일석삼조’

미에 제재 완화 압력 넣고

한·미 연합훈련에는 ‘경고’

‘복합 전술’ 첫 시험해보면서

진화한 단거리 미사일 과시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작년 2월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지대지 탄도미사일)로 분석하고 있다. 외형이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를 빼닮았다는 평가에서다.


이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SRBM)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과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계열 단거리 미사일을 주력으로 하다가 고체연료형 이동식 단거리 미사일인 KN-02 ‘독사’ 미사일을 개발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시리아에서 러시아판 랜스 미사일인 SS-21 스캐럽을 들여와 KN-02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이 액체연료형에서 고체연료형으로, 다시 다단계 비행기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칸데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적 측면에서 기존 발사체보다 훨씬 유용하다. 러시아식 GPS인 글로나스와 광학탐색기 등을 이용한 종말 단계에서의 회피기동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대 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구체적인 제원과 타격 능력, 더 나아가 탄도미사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불꽃 색깔과 형상, 관성항법, 비행거리, 발사각도, 비행고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후 한·미는 서로의 감시자산에서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발사체 성격을 각각 잠정 평가한다. 그런 후 한·미가 발사 정보를 교환하고 정밀 분석한 다음 발사체가 어떤 종류이고, 어떤 궤도와 고도로 비행했는지를 종합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군의 추적자산은 주로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그린파인 레이더 등이다. 이 장비들을 통해 북한 발사체의 초기 발사부터 마지막 낙하 지점까지 레이더로 추적한다. 미국은 고해상도 정찰위성으로 북한 발사체의 발사 준비와 발사 과정 등을 영상으로 관측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단거리 발사체의 최대 고도와 비행거리, 발사각도 등 제원은 이미 분석이 끝나야 맞다. 이런 정황 등을 감안할 때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정체에 대해 최종 분석이 마무리된 후에도 결과를 내놓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정보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측으로서는 굳이 괌이나 미 본토는 물론 일본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 발사체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포병·방공작전 혼선 초래


북한은 이번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각이한 목표에 따르는 여러가지 사격 방식으로 진행한 사격시험과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사격 방식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 등 다양한 목표물에 대해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타격 목표에 따라 탄두 중량을 달리할 수 있고, 비행경로를 다르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240·300㎜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탄도미사일)를 섞어서 실시했다. 실전이라면 우리 군은 대응 작전에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응책이 절실하게 됐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완전히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비슷할 수 있지만 탄두 무게와 속도, 비행궤적, 파괴력 등에서 차이가 난다. 통상 방사포는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하기 때문에 비행고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낮다.


방사포는 탄두가 작고 비행궤적도 저고도이기 때문에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포병작전으로 대응한다.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방공작전이 이뤄진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을 통해 비행궤적을 탐지·추적해 패트리엇 등 무기체계로 요격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처럼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과 방사포 발사 차량을 동시에 끌고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사거리와 비행고도를 조절해 기만 발사할 경우 대응체계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국방부, 15년 전에는 용산(龍山) ‘명맥’ 복원한다며 ‘무궁화 동산’ 조성


·‘테니스 애호가’ 정경두 국방장관 취임 후 ‘일사천리’ 진행···구청 명령으로 8일째 공사 중단



테니스장 시공업체가 지난 15일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중장비 등을 동원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해 놓은 모습.


대한민국 국방부가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20일 시작한 영내 테니스장 건설 공사로 시끄럽다. 22일 국방부와 용산구에 따르면 국방부가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시작했던 테니스장·족구장, 라커룸 조성 공사가 용산구청 명령으로 8일째 중단된 상태다.


국방부가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테니스장 건설을 진행중인 곳은 2004년 국방부가 용산의 명맥을 잇겠다며 자발적으로 복원했던 야산이다. 그러던 땅을 15년이 지나자 국방부는 절개했다. 이곳은 국방부와 용산미군기지 등을 포함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국민세금으로 국방부에 테니스장·족구장을 무리하게 짓는 것은 국민 감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연환경 파괴’ 논란


국방부 테니스장 예정 부지는 신청사와 구청사 사이에 위치한 잔류부지 1만2000여평 내에 있다. 국방부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 ‘용머리’로 불리는 곳이다. 용산 터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경내 부지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번지’인 국방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용산 미군기지를 포함해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무궁화 동산 일대는 오래 근무한 국방부 직원들에게는 ‘용머리’로 불린다. 이곳을 기준으로 이태원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는 녹사평이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용머리’는 그동안 수차례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질뻔 했다가 살아남기까지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과거에도 국방부는 영내 부지 활용을 위해 용머리 일대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용산’의 상징인 이곳을 함부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현재의 모습으로 남은 것이라 전해진다.


국방부는 1993년 이곳에 있던 무기고를 철수시키고 보전해 왔다. 이후 블럭 건물 등 인공 건조물이 생기면서 곳곳이 심하게 훼손되고 정상과 기슭 등에 소나무와 잡목 등 약 300그루가 어지럽게 자생해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국방부는 2004년 신청사 건립을 계기로 이곳을 다시 정비하고 대한민국 상징이 무궁화꽃임을 감안해 무궁화 나무로 조림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다. 당시 국방부는 조영길 장관 지시로 신청사 주차장 공사현장에 나오는 15트럭 1460대 분량의 흙으로 복토작업을 해 무궁화 동산을 더 높이는 방안을 한때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정상에는 돌탑이 조성돼 있다.


국방부가 ‘무궁화 동산’에 조성해 놓은 돌탑 모습.


무궁화 동산에서는 남산을 포함한 서울 시내 조망이 가능하다. 야간에는 서울시내 야경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지대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무궁화 동산 꼭대기 일부만 남기고, ‘ㄴ자’로 이미 절개해 놓은 상태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용의 정수리’를 쪼개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ㄱ씨처럼 국방부 근무자 상당수는 용머리 일대 테니스장 신축공사는 ‘용산’의 ‘지기(地氣)’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용산에 터를 잡고 있는 국방부는 물론,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용산은 도성 서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한강변을 향해 꾸불꾸불하게 지나가는 모양이 마치 용이 몸을 틀어 움직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으로 조선 고종 때까지만 해도 수풀이 무성했다.


용산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일본 관동군이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규모 택지와 상가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국방부 경내의 1만2000평을 제외하고는 용맥이 끊겼다고 풍수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이 한 곳밖에 없어 불편이 좀 많다. 영내 직원 후생복지를 위해 실시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용머리’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용산 지명과 관련된 사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용산의 용머리는 국방부가 있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동여지도, 서울역사편찬원, 한국땅이름학회, 용산향토사료편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옛 ‘용머리’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라 용산 청암동, 원효로 4가 일대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현재의 국방부 영내는 목멱산(남산)에서 뻗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형성된 과거 둔치산 지역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15년전 ‘용머리’를 보전한다면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방부의 테니스장 공사 구역은 ‘용머리냐 아니냐’ 논란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녹지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용산구청의 녹지축 구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한미군 부지를 생태공원(용산공원)으로 조성해 남산~용산공원~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들겠다고 공헌해 왔다.


녹지구역을 파괴하고 테니스장 등을 건설하려는 국방부 구상은 도시공원을 보호하면서 시내 곳곳에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잡고 도심 열섬현상도 막겠다는 서울시 정책에도 역행하는 조치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한 후 쌓인 토사 모습.



·국방부 “테니스장 조성, 문제 없다”

·MB 때는 기무사 골프장 건설하다 ‘원래 땅주인’ 반발에 무산



군의 체육시설 건설을 앞세운 자연환경 파괴는 한두번이 아니다. MB 정권 때는 국군기무사령부가 과천 기무사 영내에 골프장 조성을 시도했다.


당시 기무사는 건설예산까지 확보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원래 땅주인’들의 반발에 공사가 중단됐다. 이들은 “군이 군사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서 땅을 팔았지, 군 골프장 지으라고 땅을 판게 아니다”라며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단시켰고, 기무사 골프장 건설은 무산됐다.


국민세금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짓는 테니스장 건설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라도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MB 정권 당시 기무사의 골프장 건설 추진과 현 정부 국방부의 테니스장 건설 추진이 본질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의문 투성이’ 결정과정


국방부는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지난달 20일 용산구 인가가 나지 않았는데도 테니스장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관할 용산구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해 지난 15일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단체장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벌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야전부대 같으면 지휘관까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군 최상급 부서에서 저러면서 그 많은 예하부대를 뭐라하며 통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내 체육시설 조성은 ‘국방·군사시설 시행에 관한 법률로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할 수 있다”며 “용산구가 이달 말쯤 인가를 내줄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건축물인 라커시설만 용산구청 인가 사항인데 아직 라커시설 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테니스장 기반 공사만 먼저 했기 때문에 위법 사항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신규 테니스장 옆에 장병들을 위한 풋살장도 함께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공업체는 공사안내판에 ‘족구장 공사’라고 명시했다. 규모도 455㎡(138평)로 국방부의 기존 풋살장 크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테니스장 설치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족구장’을 끼워넣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족구장이 풋살장과 배드민턴장을 겸하는 다목적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테니스장 증설은 다른 체육시설들 조성 비용까지 포함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승인을 받아 청사종합발전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테니스장만 따로 조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국방부는 수송대대(과거 육군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종합스포츠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것이 ‘테니스 애호가’인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해 9월 21일 취임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12월 10일 테니스장 설계 공고를 결정하고 같은달 17일 이를 공고했다. 이후 지난 2월 25일 테니스장 건설 입찰공고를 냈고, 지난달 20일 계약체결과 동시에 공사가 일사천리로 시작됐다.


국방부는 “2016년부터 테니스 동호회가 지속적으로 테니스장 증설을 요청했다”며 “일부 고위급을 위해 테니스장을 짓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직원 ㄷ씨는 “당구도 스포츠”라며 “국당회(국방부 당구 동호회)가 당구시설과 당구장 건설을 요구하면 만들어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테니스장 조성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서울 용산일대 석양 모습.


테니스장 예산 편성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족구장 설계비는 2018년 국방부의 ‘기타 일반지원시설’ 집행 잔액 가운데 2000만원으로 충당했다. 당시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행정·복지시설 개선비‘ 예산은 모두 집행된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건설비는 올해 ‘기타 일반지원시설비’ 7억9000만원으로 집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테니스장·족구장은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복지시설 개선비’ 항목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다. 국방부가 ‘기타 일반지원시설’ 항목으로 설계비와 공사비로 책정한 것은 국방예산의 편법 집행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방부 고위간부 ㄹ씨는 “기타 일반지원시설비로 테니스장을 지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난해에 테니스장 조성을 위한 설계비를 배정한 것도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건설비 8억1000만원 가운데 설계비용으로 2000만원만을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불용예산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호회의 테니스장 증설 요청을 테니스장 조성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국방부 테니스 동호회는 합참에 근무하는 현역 군 간부들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민간 공무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역 군인들 부대인 국방부근무지원단이 공사를 발주하고 근무지원단 소속 병사들이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또 어떤 구체적인 절차를 거쳐 테니스장 건설이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누가 기안을 했고, 누가 최종 결정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테니스장 공사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남산타워 모습.


·건설비 8억1천만원이면 3개 여단병력에 ‘워리어 플랫폼’ 자켓 시범 보급 가능


게다가 8억1000만원은 야전부대 연병장이 3000여평 규모라면 10여곳에 잔디를 입힐 수 있는 돈이다. 그러면 병사들이 잔돌이 깔린 연병장에서 축구를 하다 다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공병 장교 ㅁ씨는 평당 2만~3만원이면 잔디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8억1000만원‘은 또 육군이 미래 병사를 키운다는 워리어플랫폼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액수다. 병사 6200여명에게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 간부 ㅂ씨는 “예산부족으로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시범 보급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8억1000만원이면 3개 여단 병력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는 액수”라고 말했다. 워리어플랫폼은 장병의 신체와 미래기술을 결합해 전투원 개개인의 생존성 및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개념의 최첨단 개인전투체계다.


용산지역 땅값은 최근 1억원에서 떨어져서 평당 7000만~8000만원 정도를 호가하고 있다. 합참 간부 ㅅ씨는 “아무리 국방부가 군사시설이라고 하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국민 세금으로 굳이 야산까지 절개해가면서 테니스장 건설을 강행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며 “국방부에서 가까운 효창운동장 부근이나 한강공원에도 테니스 코트는 많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 합참 ‘백호리그’ 부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육해공군 각 군의 작전부대를 지휘, 감독하는 군령 최고 지휘부다. 9년 전 합참에서는 장성들을 주축으로 한 ‘별들의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합참은 2010년 2월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각 본부별로 4개 축구팀 발대식을 갖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리그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리그전 이름은 ‘백호리그’였다. 본부별로 나뉜 팀은 본부장을 주장으로 장성 진급 대상인 대령, 준장에서 대장까지 장성들, 2급 이상 군무원 등 과장급 이상 150여명으로 이뤄졌다. 백호리그는 합참 간부들의 근무 여건에 맞춰 화합 차원에서 진행돼 팀별 고정선수는 없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취임 후 첫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호리그는 그해 12월까지 운영 예정으로 6월과 12월에 해트트릭상, 발전상, 수비상, 득점상 수상자를 선정해 표창할 계획이었다. 백호리그는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제안해서 시작됐다. ‘군인의 1차 조건은 체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간부들과 축구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군 간부들의 체력관리 필요성이 리그 출범의 동기라고 당시 합참은 밝혔다.


하지만 백호리그는 두 달을 가지 못했다. 그해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고, 이상의 합참의장의 경질과 함께 백호리그도 사라졌다.


8년 뒤인 2018년 정경두 합참의장(현 국방장관) 제안으로 합참 체육대회가 사상 처음 개최됐다. 축구대회도 과거 백호리그처럼 시즌 대회는 아니지만 합참 체육대회 종목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부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합참 체육대회는 4월 말 열릴 예정이다. 종목은 축구와 줄다리기, 계주 등이다. 당초 올해 대회는 9일 축구리그 ‘킥 오프’를 시작으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강원도 산불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연기됐다.


축구리그는 상금 100만원을 내걸고 ‘킥 오프’한 후 4일간 열린다. 한 팀당 150여명 선으로 합참의 4개 본부 4개팀과 본부에 속하지 않는 부서를 모은 1개 팀 등 5개 팀이 참가한다. 9년 전처럼 팀별 고정선수 없이 두루 출전할 수 있다.


올해 축구대회는 첫날부터 셋째날까지는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예선리그를 치른다. 그런 뒤 12일 하루 종일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결승전을 벌인다. 합참은 비상대기와 필수요원들은 근무하기 때문에 합참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육군대령)은 8일 “합참 체육대회는 근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화합, 단결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합참 직원들끼리 각 본부별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합참 체육대회는 직원들 간에 서로 얼굴을 익히며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머리’와 테니스장


합참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다. 사무업무는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 합참 근무자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체력단련으로 시간을 보낸 후 오후 5시30분에 퇴근한다. 영내 목욕탕도 오후 4시30분에 문을 연다.


합참은 또 매주 수요일이 ‘전투체력의 날’로 사무업무는 오전에 종료된다.


국방부는 기존 테니스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새로운 테니스장 개장을 위해 영내 ‘용머리’로 알려진 언덕에서 관련 공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아리 회원 등 직원들의 요청으로 기존 테니스장 외에 새로 한 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37.6×35m 규모 테니스장과 26×17.5m 규모 풋살장, 6×9m 규모 라커룸의 조성을 준비 중이다. 국방부는 용산구청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신청하고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 공사를 오는 6월17일 마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내 근무인원은 군인을 포함해 간부 4000여명, 병사 1000여명 등 5000여명에 이르나, 영내 체육시설은 축구장 등 10개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로부터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방부 영내 테니스장 증설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테니스장을 조성하려는 언덕은 10년 전에도 시설 공사를 하려 했던 곳이다. 10년 전에는 용산 지명이 ‘용’에서 유래하고, 이 언덕이 풍수적으로 ‘용의 머리’로 알려진 곳이어서 “지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 국방부가 공사를 하지 못했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서울시와 용산구는 남산과 연결된 용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는 테니스장 공사를 위해 용산을 파헤치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그 기운으로 국방과 나라가 잘되는데, 용산의 정산에 길을 내 두 개로 갈라버리고 머리를 파헤치고 있으니 문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영내는 도시구역상 자연녹지구역에 있는 군사시설이다. 이에 따라 시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국방부는 용산구청과 시설 공사 협의를 마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공사라는 입장이다.


■ ‘행정군대’로 복귀


합참 체육대회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합참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성 ㄴ씨는 “군 최고 군령기관인 합참을 일반 야전사단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참이 조직적으로 일을 하면 체육대회 시간은 내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합참은 전쟁에 대비하는 지휘본부로서의 ‘배틀리듬’ 같은 것이 없다”며 “이는 합참 기능이 통합되지 않고 수직적으로만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업무가 특정 직원에게 몰리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직원이 생기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가 집중되는 합참 부서 직원들은 ‘전투체력의 날’이나 ‘체력단련 시간’에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서류 업무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라는 데 합참 간부들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워라밸 군인’ 따로 있고, ‘과로 군인’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ㄴ씨는 “군의 최고 작전지휘부가 체육대회를 할 여유가 있으면 합참 인원을 감축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며 “적절한 인원이 넘으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합참 간부 ㄷ씨는 합참이 전작권 전환 준비를 이유로 야전에서 많은 장교들을 차출해 놓고 이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내부 문제점을 전했다.


군 장성 ㄹ씨는 “합참은 분야별 전략, 전력·작전기획 등 소그룹별 발전분야 토의가 이뤄져야 하는 곳”이라며 “장병이 혼연일체로 움직이는 행동화된 야전부대와는 다르게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뇌집단에 걸맞은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합참은 요즘 ‘무사고 100일 작전’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를 놓고도 군사작전을 하는 군령기관이 사단급에서나 하는 ‘군사 행정’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고 군 간부들은 지적한다. 합참이 사단급 제대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군사작전을 총지휘하는 기관이 ‘무사고 작전’을 표방할 경우 예하 부대로 내려가면서 ‘몸사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북 위협이 줄어들고 합참 작전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형식에 치중하는 행정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참 보고문서는 육·해·공군의 공식 보고문서와 다르게 색깔이 들어가 있다. 보고서류에 동그라미와 네모 등을 표시한 후 3가지 색깔로 구분하라는 지시는 과거 행정군대에서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합참 장성 한 명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사건에 연루돼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침몰 9년…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꼬리 무는 의문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1분58초. 지진파 감지기록을 토대로 한, 해군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이 시작된 시간이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은 구조되지 못했다. 3월27일 0시4분쯤 천안함은 완전 침몰했다. 26일이면 천안함 침몰 9주기다.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침 사건’으로 규정하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다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해군의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26일로 침몰 9주기를 맞지만 북한 잠수정의 폭침 사건이라는 당시 정부의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의원들이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를 방문,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 새떼 vs 잠수정


합조단 관계자 “영장 신청 안 받아져 사실 확인 못해”

군, 초기엔 북 잠수정 소행 추정 유력 증거 폐기 의혹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당시 군 수사기관이 해군 초계함인 속초함의 함장에 대해 긴급체포를 시도하려 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당시 ‘천안함 합동조사단’ 핵심 관계자였던 ㄱ씨는 25일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이 미확인 물체를 녹화한 광학추적장비(EOTS) 영상 2분 분량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속초함 함장 ㄴ중령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사관은 ‘긴급체포영장 신청 요청이 2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 이상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천안함 종합조사결과 발표 후 남이섬에서 열린 조사본부 워크숍 토의 과정에서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는 괴물체 정체가 북한 잠수정이 유력하다는 증거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군은 사건 초기에는 천안함 침몰과 북한 도발 가능성의 연관성을 지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당시 ‘속초함’은 작전명령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남단까지 북상했다. 속초함은 오후 10시55분쯤 사격통제 레이더상에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시속 76㎞)로 고속 북상하는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다. 이후 76㎜ 함포로 9.3㎞ 떨어진 물체를 향해 오후 11시부터 약 5분간 경고사격 후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속초함 레이더상에 포착된 물체가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합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육지 쪽으로 사라졌다며 새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EOTS에도 분산된 점의 형태로 나타났고, 고속 항해 시 발생하는 물결 흔적(웨이크)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새떼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6월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새떼 보고’를 놓고 국방부와 감사원이 주장과 반박을 거듭했다.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은 “속초함이 괴물체를 발견해 발포했고, 이를 2함대사령부에 보고하면서 속초함장과 승무원은 ‘이것은 괴물체, 나아가 북한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동참모본부 예규에 따라 가감 없이 상급부대에 보고토록 돼 있지만 2함대사령부가 새떼라고 유도해 왜곡시킨 잘못을 우리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속초함에선 검은 물체라고만 보고했지 신형 반잠수정이라고 보고한 적이 없다”며 “속초함과 2함대사령부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떼로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어뢰추진체 부식 상태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 공격의 ‘스모킹 건’이라고 제시한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어뢰추진체 스크루는 페인트칠된 표면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상태였다. 당시 독자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조사한 러시아 조사단은 ‘1번 어뢰’의 부식 정도 등에 비춰봤을 때 물속에 있던 기간에 문제가 있으며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김의수 박사(한국교통대 안전공학부 부교수)는 최근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합조단의 보고서 중 선체와 어뢰의 부식 상태 비교 분석 관련 내용이 검증 차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8년 만에 밝혔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있으면서 합조단 자문으로 위촉돼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검사를 담당했다. 그는 부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굉장히 많아 어뢰추진체가 바닷속에 얼마나 있었는지 최종적으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통보했는데도 정부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엔 (1번 어뢰와) 천안함 선체 부식 정도가 유사한 것처럼 돼 있다고 지적했다.


ㄱ씨도 “윤덕용 당시 합조단 공동단장(KAIST 명예교수)의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국과수나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그런 분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윤 공동단장이 해명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 당시 공동단장은 “(어뢰 모터에 있는) 철의 부식 상태를 보면 함수는 약 한 달 동안 해저에 있었고 (어뢰)추진체는 한 달 반 동안 해저에 있어서 부식 정도가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 화약성분의 출처


당시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HMX, RDX, TNT 등의 화약성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분석한 결과 어뢰에 들어가는 화약성분이라며 북한 어뢰나 중국 어뢰의 화약성분 표본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뢰가 누구 것이냐까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검출된 화약성분이 천안함의 40㎜ 함포나 76㎜ 함포의 포연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 내부에서도 “‘포항함’ 같은 해군의 다른 초계함의 함수와 연돌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될 경우 이는 함포에서 나온 포연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RDX 등은 증거 능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비교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묵살됐다. 이 밖에 ‘어뢰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백색 물질의 정체’ 등을 놓고도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어뢰 설계도 논란


어뢰 설계도 출처 또한 북한제냐 아니냐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의 핵심이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백령도 인근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산 ‘CHT-02D’라고 밝혔다. 그 근거는 북한의 해외 수출용 어뢰 카탈로그에 나온 설계도면이라고 발표했다. 카탈로그 출처에 대해서는 정보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함구했다.


이를 놓고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용 카탈로그에 설계도가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회로도까지 들어간 제작용 설계도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구조를 개념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1번 어뢰’ 추진체를 보고 북한제 CHT-02D 설계도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누가 내렸느냐이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은 두리뭉실하게 북한 설계도를 근거로 했을 뿐, 조사단의 누가 어떤 근거로 일치한다고 결론을 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서두른 조사결과 발표


어뢰 부식 상태와 설계도 논란, 화약 성분 출처 놓고도

이견 분분한데 ‘100% 과학적 검증’ 거친 것처럼 발표

당시 6·2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설 제기


당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은 발생 초기와 나중이 확연히 달랐다. 이는 사건 초기 청와대 내에서 ‘북이 그랬을 리 없다’고 여기던 분위기가 팽배하다가 나중에 북한 소행으로 단정지었던 과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피격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는 부분들까지 마치 100% 과학적 검증을 거친 것처럼 발표해 ‘의혹의 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당시 핵심 관계자 ㄱ씨는 “한국산 제품에 필리핀산 장신구를 달고 중국제 페인트를 칠해놓고 100% 한국산이라고 주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명백한 것으로 보지만, 당시 합조단 발표는 중간 조사단계 발표였어야 맞다”며 “당시 조사단이 마치 모든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100% 확인한 것처럼 공식 발표하는 바람에 오히려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키웠다”고 말했다. 사실상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9-1 동맹’ 한·미 연합연습이 12일 끝난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계없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군 고위 장성 인사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군 대장급 인사는 4월에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에는 대한민국의 대장 계급 8자리 가운데 7명이 바뀌었다. 육군의 경우 최소한 2.5기수가 젊어졌다. 이후 인사에서도 ‘진급 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세대교체가 이어졌다. 군에서는 전 정권에서 진급한 3성 장군 이상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현 정권에서 진급시킨 인사들로 ‘물갈이’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군 고위 장성 인사가 다음달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이 처음으로 배출될지 등에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진급자의 삼정검에 보직·계급 등이 새겨진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주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음달 인사 관전 포인트는 크게 4가지 정도다. 첫째는 50년 만의 첫 비육사 육군참모총장 배출 여부다. 둘째는 1971년 이후 48년 만에 해병대 대장이 나올 것인가, 셋째는 정보부대장 출신이 육군 대장으로 진급할 것인가, 넷째는 누가 공군참모총장이 될 것인가이다. 정부는 해병대 사령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2일을 전후해 대장급 인사를 실시하고 이어 육군 군단장급 등 3성 장군 이하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일정과 인사폭이 변수다. 다만, 정부가 군 수뇌부 인사를 하는 데 군사적 측면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사례가 많았다는 점은 유력 후보를 점치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 ‘바로미터’는 해군총장

 

청와대, ‘첫 비육사 육군총장’ 임명 의지 강해…
학군 22·23기, 3사 20기 주요 후보군

 

다음달로 예정된 군 수뇌부 인사의 ‘바로미터’(척도)는 해군참모총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해사 39기인 심승섭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해군참모총장에 임명했다. 3개 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 심 총장 선배인 해사 36~38기 장성 10여명이 군복을 벗고 전역해야 했다. 이런 배경에서 차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에 심 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선배 장군을 임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 총장의 육군 임관 동기는 육사 41기와 학군 23기다. 공사 동기는 33기다. 소위 81학번들이다.

 

‘육사 41기’ 육군총장 후보군으로는 최영철 교육사령관,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 최병혁 육군참모차장, 이정기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이상 중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육군 대장 진급 후보자들이기도 하다. 이석구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중장)도 육사 41기이지만 기무사령관 재직 당시 입은 ‘상처’가 워낙 크다.

 

그러나 육군총장의 경우 해군총장이나 공군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전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육사 40기인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과 김병주 연합사 부사령관(이상 대장) 가운데서 차기 총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이 나올 지 여부다. 이번 정부는 출범 이후 국회 청문회를 의식해 합참의장과 육군총장 인사를 사실상 ‘대장 돌려막기’ 식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육사 육군총장이 탄생하면 육군 인사행정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후보군은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학군 23기·중장)과 황인권 제2작전사령관(3사 20기·대장)으로 압축된다. 육군 내부 인사에서 3사 20기는 육사 41기와 비슷한 기수로 분류된다. 김성진 국방대 총장(학군 22기)도 넓은 후보군에 포함된다.

 

‘비육사’ 나오면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 깨져…
현 정부 ‘대장 돌려막기’ 비판도

 

이번에 비육사 출신이 육군총장에 임명되면 1969년 서종철 총장(육사 1기) 이후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이 깨지게 된다. 서 전 총장 이전에는 창군 주역이었던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 주로 육군총장을 맡았다.

 

남 사령관은 총장이 아니더라도 대장 진급은 유력하다. 44대 기무사령관 겸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인 남 중장이 진급하게 되면 군 정보기관장 출신으로는 20년 만의 대장 배출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합참의장을 지낸 이남신 전 기무사령관이 1999년 대장으로 진급한 이후 군 정보기관장 출신 대장은 없었다.

 

김용우 육군총장과 함께 2017년 8월 임명된 이왕근 공군총장(공사 31기) 교체도 확실시된다. 후임 공군총장 후보군은 공사 33기인 황성진 공군참모차장과 최현국 공사 교장(이상 중장)이 거론된다. 공사 32기인 원인철 합참차장과 이건완 공군작전사령관은 해군총장보다 선배 기수인 탓에 확률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해군처럼 기수를 건너뛰어 공사 33기인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의 발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군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미 이뤄진 만큼 일부 중장·소장급 지휘관들의 수평 이동이 예상된다.

 

■ 해병대 4성 장군

 

해병대 4성 장군 길 열렸지만 보직 형평성 둘러싼 갈등 많아
당장 실행될지는 미지수

 

3성 장군인 해병대사령관의 4성 장군 길이 최근 열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병대사령관이 임기를 마친 뒤에 전직이나 진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군 인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합·합동작전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해병대사령관을 다른 중장급 보직으로 임명하거나 대장급 직위로 진급시켜 군사력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였다. 현행 군 인사법은 중장 계급인 해병대사령관이 2년 임기를 마치면 ‘당연 전역’토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각군 수뇌부는 관계법 개정안을 반대하다 지난달 고위 정책간담회에서 입장을 바꿨다. 여야 모두 법 개정 취지에 찬성하는 사안을 무작정 반대만 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해병대사령관을 거친 뒤에 대장으로 진급해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자리로는 합동참모본부 차장(현재 중장 직위에서 대장 직위로 변경한 후 임명),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합참의장과 해군총장도 가능하다. 또 중장으로 전직이 가능한 자리로는 합참 차장·본부장과 해군참모차장, 해사 교장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육·해·공군은 불편한 입장이다. 해병대사령관의 대장 진급이나 중장급 2차 보직이 가능해지면 각군의 장군 보직에 미치는 영향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합참 본부장 자리에 해병대사령관 출신이 임명되면 육·해·공군 장성 가운데 1명은 합참을 나가야 한다.

 

육군과 공군은 해병대가 해군 소속인 만큼 해병대사령관의 2차 보직은 해군 몫에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육군 ㄱ중장은 “병력 2만9000여명인 해병대에서 4성 장군이 나온다면 병력 59만9000여명인 육군에서는 대장이 20명 나와야 비율이 맞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관계법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이는 근거조항 마련일 뿐 (3성 장군 이상) 정원 조정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가 있다”며 “실제 인사 실시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해병대사령관인 전진구 중장(해사 39기)이 이번 인사법 개정안 통과의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전 사령관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 12일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사령관이 중장 2차 보직을 받거나 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군 인사법 개정안이 4월12일 이전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게다가 전 사령관은 심승섭 해군총장과 동기생이어서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합참 1·2차장과 연합사 부사령관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개정된 군 인사법은 예비역이 전역 당시 계급으로 재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놔 전 사령관이 전역 후에 다시 군에 복귀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군총장, 해군처럼 ‘파격 임명’ 가능성…
안보지원사 출신 육군대장 나올지도 관심

 

이번 군 인사에서는 지난달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발탁된 김유근 예비역 중장(육사 36기)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거리다. 전임자인 이상철 차장이 예비역 준장이었고, 육사 38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체감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직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 1차장이 정경두 국방장관(공사 36기)보다 사관학교 기수가 2년 선배인 점을 감안하면 군 통수권자의 안보실을 통한 안정적인 군부 통제 의지가 읽혀진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는 2005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경호실 종합상황실장을 지내다 준장으로 1차 진급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국방공식별구역 ‘카디즈’ 무단 진입…사상 처음 울릉도·독도 사이 비행
중국기 뜰 때마다 동해에선 한·일 전투기 맞대응 출격, 공중에서의 긴장 고조
안보패권 과시와 한·미·일 전력 관찰, 신호정보 수집  등 다목적 노림수 분석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진입 구역도 독도·울릉도·강릉 앞바다까지 더 깊숙해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중국 국방당국이 공개한 ‘신형 폭격기’. 중국군망 캡처 _ 연합뉴스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이 점입가경이다. 횟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범위는 깊어지고 있다.

 

중국 Y-9 정찰기는 지난 23일 카디즈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을 넘나들었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가기까지 했다.

 

■ ‘무단 진입’ 2년 만에 2.8배↑

 

울릉도 일대까지 침범하는 중국 군용기의 장거리 비행은 2017년 말부터였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은 주로 이어도 인근 지역과 서해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해협을 거쳐 강릉 앞바다까지 접근해 한국을 직접 압박하는 장거리 무단 진입 비행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는 8차례 카디즈를 무단 진입했다. 모두 이번처럼 월말에 들어왔다. 가까운 날짜순으로 보면 작년 12월27일, 11월26일, 10월29일, 8월29일, 7월27일, 4월28일, 2월27일, 1월29일 등이다. 그러다 보니 합참은 월말만 되면 카디즈를 예의주시하다가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하면 전투기 대응출격을 지시하는 게 월례 행사처럼 돼 버렸다.

 

중국 군용기는 통상 한 번 비행에 카디즈를 2~3회 드나들고 있다. ‘제주도와 이어도 주변~포항과 강릉 동쪽~울릉도 주변 북상’ 후 다시 왔던 경로를 따라 비행한 후 복귀하는 식이다.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와 맞닿은 자디즈를 넘나들며 월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해쪽에서는 맞대응 출격하는 한국 전투기 10여대와 일본 전투기 10여대 등 20여대가 중국 군용기에 근접비행을 하며 경고 통신을 하는 등 공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은 동·서·남해 전 지역에 걸쳐 확대되고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합참은 25일 “2016년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 횟수는 50여차례였지만 2017년엔 80차례, 작년엔 140여차례였다”고 밝혔다. 2년 만에 2.8배로 늘어났다.

제주와 이어도 주변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공역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군용기가 이곳을 진입하더라도 한국 공군은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 핫라인 등을 통해 적절한 교신이 이뤄지면 전투기의 대응출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해지역 카디즈는 한국의 고유 방공식별구역인 만큼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할 경우 전투기의 즉각 출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 이어도 노리는 중국

 

중국은 2013년 실질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센카쿠(尖閣) 열도와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배타적경제수역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더불어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카디즈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해군은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전조가 이제는 정례화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이라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된 구역이다.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한 임의선인 것이다. 항공기 속도가 워낙 빨라 적 항공기가 영공에 들어온 뒤 대응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다.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는 국가는 28개국 정도로, 국제법상에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무단 진입한 항공기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대응 출격해 정체를 확인하고,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날 때까지 퇴거를 유도하고 감시한다는 의미의 ‘요격’도 가능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처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한국은 한국전쟁 기간이던 1951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카디즈를 설정했다. 당시에는 중공군 항공작전 능력을 고려해 독도와 울릉도 일대, 마라도 남방까지만 포함했고 이어도는 제외했다.

 

러시아는 2017년 10여차례, 2018년 10여차례, 올해 1차례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 개념 자체가 없어 사전 통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카디즈를 이어도까지 확장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1969년 일본이 자디즈를 설정할 때 이어도 주변 수역까지 포함한 데 이어 2013년 11월23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데 대응해 이어도 남쪽 236㎞ 상공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후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민감한 공역이 됐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은 2014년 중첩된 방공식별구역을 지날 때 상대국에 제공하는 비행정보 교환방법과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 등에 합의했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와 관련한 합의를 하자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계속 카디즈를 침범하면서 한국 공군의 “귀측은 카디즈 통과를 허락받지 않았다. 즉시 벗어나라”는 경고 통신에 대해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1타 3피’ 노리는 중국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동중국해뿐만이 아니라 태평양까지 진출을 노리는 중국군의 안보 패권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정례적인 카디즈와 자디즈 무력화를 통해 한반도와 동해를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굳히려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중국 군함과 공동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안보 발전 태세 2018 연례 보고서’의 전략폭격기 장거리 훈련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은 태평양 서부의 미군과 동맹국 군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8월, 2017년 1·8·12월 네 차례 동해에서 진행한 전략폭격기 ‘H(轟·훙)-6K’ 훈련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은 카디즈와 자디즈 무단 진입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3국의 항공, 해상 군사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디즈와 자디즈를 무단 진입하고 있는 중국 군용기는 Y(運·윈)-8 조기경보기와 Y-9 정찰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이다. 이 가운데 수송기를 개조한 Y-9 정찰기가 가장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Y-9 정찰기의 동해상 장거리 비행에 대해 신호정보(SIGINT)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더, 통신, 무기의 각종 전파 신호들을 파악해 분류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중국 정찰기가 정례 비행을 하는 것도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 장거리 비행을 통해 한·미·일 군사 전력과 훈련상황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 카디즈 정례 훈련 필요

 

정부는 중국 측에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한·중 해·공군 간 직통전화 실무회의 개최와 직통망 추가 설치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응하지 않고 있다. 예비역 공군중장 ㄱ씨는 “공군력으로 실질적인 대응을 해 중국이 스스로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이어도 지역의 해상 레이더 설치와 공중급유체계와 같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구축해 카디즈 전 공역에서 정례 훈련 강화를 포함한 전술조치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카디즈와 자디즈를 넘나들며 불편한 한·일관계를 이용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할 경우 중국 군용기가 도발적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밖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외교장관 회담,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짚어 한국 정부의 명확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ㆍ국방부 “경보음 시점·방위각·주파수 데이터 공개하라”

ㆍ일 ‘자위대 자랑’ 해상 초계기 장비 오류 가능성은 외면

ㆍ‘독도 지킴이’ 광개토대왕함 견제, 정치적 목적 분석도

 

국방부는 21일 ‘초계기 사건’을 해결하려면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하라고 일본에 촉구했다. 로그파일 기록이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공개하겠다는 경고음(RWR·Radar Warning Receiver)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시와 방위,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며 일본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레이더 정보의 공개를 재차 요구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유튜브에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 위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서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원 안)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일본 초계기가 나타나기 직전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모습이다. 연합뉴스

 

그는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180)로부터 조사(겨냥해 비춤)를 받았다는 시점의 경고음인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를 탐지하고 냈다는 경보음이 울린 시점과 방위각, 주파수 특성 등이 함께 공개되지 않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될 경우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탐색용 레이더(MW-08)라면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음이, 강한 전파를 연속해 방사하는 사격통제레이더(STIR)라면 강한 음이 일정 시간 계속된다.

 

■ 데이터 없는 경보음 공개 무의미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단순히 레이더 경보음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초계기에 녹음됐다는 경보음이 한국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STIR-180)에서 나온 것인지를 분석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에는 녹음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달 28일 레이더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초계기가 녹음한 레이더 경보음도 함께 공개했어야 했다”면서 “뒤늦게 공개하면 그것이 당시 레이더 경보음인지, 아니면 일본 측에서 나중에 더빙한 경보음인지 누가 알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로그파일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그파일은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사용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파일이다. 항공기의 운항내역을 기록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최 대변인은 일본이 P-1 초계기의 레이더 탐지 당시 경보음을 공개할 방침인 것과 관련해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레이더)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경고음 공개도 일본이 불리한 국제적 관심을 전환하기 위해 벌이는 부적절한 여론전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경보음을 탐지했다고 주장한 시점부터 실시간으로 위협 시현 계기판에 기록된 자료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 성능 맹신, 장비 오류일 수도

 

일본 P-1 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0일 한국 해군작전사령부와 일본 해상자위대 사이의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았다. 그만큼 다급하고 심각한 사항으로 한·일 양측이 간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일본은 다음날 오후 와타나베 다쓰야 일본 해상자위대 무관(대령)을 통해 해당 해역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작전을 했는지 여부와 함께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광개토대왕함은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 중이었고,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하지 않고 탐색·추적레이더(MW-08)를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일본 무관은 국방부 설명을 본국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방부 답변을 무시했다. 지난달 22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한국 해군 함정이 화기관제레이더(사격통제레이더의 일본식 표현)로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 이는 일본이 실무적인 추가 협의도 없이 한국 국방부 설명을 일방적으로 거짓으로 간주한 처사였다.

 

이 같은 일본 행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 제고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치적 목적에다 일본이 자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 전자장비 성능에 대한 과신이 겹쳐 무리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P-1 초계기 장비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해군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일본이 확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는 P-3C를 대체하고 있는 일본의 주력 대잠초계기다.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P-1을 ‘대동아공영권 초계기’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자랑하는 전력이다.

 

전문가들은 P-1 초계기가 당시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구조작업 중이었던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탐색 및 사격통제 겸용인 삼봉호 켈빈 레이더는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와 같은 ‘I밴드’(주파수 8~12㎓)를 쓰기 때문에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가 사격통제레이더에 접촉했다고 말하는 순간 광개토대왕함은 삼봉호와 유사한 선상에 위치한 상태였다.

 

만약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다면, P-1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까지 저공비행을 하면서도 레이더파의 방위분석도 하지 못한 꼴이 된다.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 ‘초계기 도발’ 배경과 전망

 

해군은 P-1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한국 해군을 무시한 사실상 ‘도발’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초계기가 사격통제용 STIR 추적레이더 빔에 노출됐다면 상대방이 사격 조준 및 장전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일본이 공개한 영상에서 P-1은 오히려 고도 150m로 광개토대왕함에 500m까지 근접해 비행했다. 그러면서 함정에 헬기는 탑재돼 있지 않으며 함포는 우리 측을 향하고 있지 않다고 승무원끼리 이야기한다. 승무원들의 통신음에선 전혀 긴박함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예비역 해군 제독은 “만약 일본 초계기가 STIR의 위협을 감지했다면 대공 무기를 회피하도록 하는 금속물질인 ‘채프’를 발사하고, 즉시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났어야 한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기본 매뉴얼”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그토록 위험한 레이더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즉시 회피기동을 했어야 함에도 여유있게 비행을 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일본 측에 요구한 이유다.

 

사건이 발생한 공해상은 한·일 해상경계선상(양국 공유 수면)의 공해 어장이지만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수역이다. 한국 해군이 이곳을 통행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상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일본은 독도를 지키는 1함대의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이 나타나자 P-1 초계기를 발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연례적인 독도 방어훈련이 실시된 지난달 초순쯤을 전후해 훈련의 핵심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의 움직임에 신형 초계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초계기 위협비행과 함께 촉발된 레이더 공방의 진실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측이 레이더 정보를 일방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주파수 폭(PW), 주파수 간격(PRI)과 같은 고유 주파수 특성이 드러나면 상대방 전파방해(재밍) 공격으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모두 전파 데이터는 중요 기밀이다. 정보를 공개하면 관련 장비의 거리분해 능력과 방위분해 능력, 파형분석 능력 등과 같은 군사기밀이 모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보의 대칭성과 비례성만 확보되면 장비 제작사 등 제3자를 통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한 팩트 확인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면서 한국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를 달라고 하는,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이미 국제사회에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알렸는데, 이제 와서 다른 함정이라고 번복하거나 착각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본의 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문재인 대통령 ‘정보 문제’ 언급

·일부 대북 전술정보 오류···합참은 “북의 ‘기만전술’ 주장

·자의적 정보판단·오류 반복되면 ‘외과수술’ 불가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가운데)이 중동부전선 철원 지역 GP 철거현장을 둘러본 뒤 GP 뒤편에서 북측을 바라보며 군사분야 합의 이행과제를 현장토의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국방정보본부를 비롯한 군의 대북 군사정보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군 안팎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들 기관이 생산하는 북한군 전술·전략 정보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군사회담 협상 과정에서는 정확한 북한 군사정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군사정보 최고 책임부서인 국방정보본부 등에 대한 ‘경고등’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미 켜진 것으로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방정책 토론 자리에서 (대북) 정보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국방부 간부 ㄱ씨는 “VIP(대통령)께서 말씀 도중에 ‘정보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이는 합참정보본부를 비롯한 군 대북 정보부서를 언급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국방정보본부에서 특히 대북 군사정보는 합참정보본부 관할이다.

 

■ ‘괴물 정보’로 변질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보 문제’는 우선 합참의 대북 전술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참정보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군 관련 전술정보 일부가 남북 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팩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군이 아군의 혼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만전술을 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정보는 중요한 것도 아니고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군이 남북 군사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남측에 노출한 일부 정보는 북의 ‘기만전술’인 데다 정보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탈북 북한군에 대한 합동심문과 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탈북 북한군이 진술한 정보가 전술 군사정보에 반영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ㄱ씨는 ‘군사정보’가 ‘괴물 정보’로 변질되는 경우를 우려했다. 합참정보본부의 고질적인 관행이 전임자가 ‘A’라는 군사위협 정보를 생산하면 후임자가 전임자 판단을 뒤집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임자가 자신의 진급·보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개인적 친분이 깊은 선임자를 의식해 ‘A’를 기본으로 추가 정보를 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괴물 정보가 만들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정보본부 내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자의적 판단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 군사정보를 과대 포장했다는 의심을 산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북한군이 한때 장비 노후화와 기름 부족으로 일부 전차사단과 포병사단을 해체하자 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해체한 사단을 경보병 사단으로 재편해 전투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북한군 전투력이 줄어든 것을 오히려 높아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잘못 생산된 표적 정보 등으로 인한 유사시 아군의 화력 낭비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잘못된 정보 판단으로 다연장로켓체계(MLRS) 공격이면 충분한 표적에 대해 1발에 20억원 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까지 동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역 장성 ㄷ씨는 “정보본부가 생산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가끔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본부가 이순진 합참의장(육군 대장)에게 보고했던 북한군 ‘장사정포’ 관련 사례를 들었다. 당시 정보본부는 “북한군이 대공포로도 활용이 가능한 개량형 장사정포를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장사정포가 항공기도 격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공군의 전시 목표물 타격작전 방식을 모조리 뜯어고쳐야 할 판이었다. 종합적인 분석·조사 결과 이 보고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만약 이 보고에 기초해 전력증강이 이뤄졌다면 국민 ‘혈세’가 엉뚱한 곳에 투입될 수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부를 의식한 비효율적인 중복 보고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합참 간부 ㄹ씨는 “남북 군사합의 이후 북한정보부와 정보융합실의 대북 정보 상당 부분이 중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군 수뇌부 관심이 높아지자 양측이 정보를 조율하기보다는 경쟁적으로 보고를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본부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는 블랙북(일일 특수정보 보고서)조차 핵심적 분석은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단순한 정보 모음집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유효한 형편이다.

그러나 합참 장성 ㅁ씨는 “정보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팩트에 근접해 나가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감수한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현역 장성 ㅂ씨는 “적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는 비효율적인 전력 대응으로 돌아온다”며 “그런데도 ‘적에 대해서는 최대 평가, 아군에 대해서는 최소 평가’를 해야 전쟁에서 안전하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고급 지휘관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적을 과대 포장하면 자칫 적에 대한 잘못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는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 독점’을 활용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해외 무관 출신인 예비역 대령 ㅅ씨는 “지난 정권에서 ㅇ정보본부장(중장)이 무관 내정자들을 상대로 교육하면서 ‘북한 정권이 3년 이내에 붕괴한다’고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한 발언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합참정보본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북한 핵실험을 예측하지 못했다. 나아가 징후조차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정보본부장은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북의 핵실험 징후는 1개월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2016년 1월 북의 4차 핵실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해 ‘망신’을 샀다. 이후 군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후에는 언제 발사 버튼을 누를지 알 수 없다”며 “게다가 핵실험은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더더욱 알기 어렵다”고 변명했다.

 

■ ‘왔다 갔다’ 정보 분석

 

합참정보본부는 2016년 8월 북한 노동미사일 2발 발사를 1발 발사라고 정보를 왜곡해 발표한 사례도 있다. 당시 첫 번째 노동미사일 발사가 폭발로 실패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효용성 논란에 이용될 수 있다는 청와대 판단을 고려해 정보를 왜곡했다고 당시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군 정보당국의 이런 ‘왔다 갔다식’ 정보 분석이 나올 때마다 정보사항을 정치적으로 가공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안보 마케팅’이 필요할 경우 안보 위기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분석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낙관적인 ‘로 키’로 방향을 잡는 식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합참정보본부는 ‘안이한’ 정보 분석으로 또 질타를 받았다. 앞서 전년도 5월8일 북한이 SLBM 모의탄 사출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북한이 공중점화쇼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제 SLBM 개발 완료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하자 합참정보본부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북한의 죽기 살기식 도전’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군 정보당국 간부들의 일탈도 심상치 않다. 정보부대 ㅈ장군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에 부하 여성 장교를 성추행했다가 구속됐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국군정보사령부 간부들이 다른 국가 정보요원들에게 수천만원을 받고 해외 비밀공작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 100여건을 팔아넘겼다 구속 수사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정보본부 등은 군사기밀을 군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부서로 국가정보원 외에는 사실상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다. ‘정보 서비스’보다는 ‘정보 독점’에 집중하는 등 군 정보당국의 정보 전달체계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도 인식했다. 그는 재임 시절 국방정보본부에 정보병과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군 대북 군사정보당국의 자의적 정보 판단과 오류가 반복 노출될 경우 대대적인 ‘외부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군 당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극 부인하자니 ‘긁어 부스럼’이 되면서 오히려 가짜뉴스를 키워줄까 우려스럽고, 놔두자니 유언비어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서다.

 

최근에는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중장)의 ‘9·19 남북 군사합의서 불복’이라는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전 사령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상관의 불법 부당한 지시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정당 행위로 이번 9·19 남북 군사합의서는 3가지 이유로 따를 수 없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해병대는 사실무근의 가짜뉴스라는 입장이다.

 

경기 양평 비승사격장 일대에서 훈련 중인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코브라(AH-1S) 공격헬기가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같은 기종의 헬기 6대가 백령도에 배치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앞서 국방부는 ‘해병대가 동·서해 북방한계선 및 한강 하구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반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악의적 보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9·19 군사합의와 별개로 서북도서 등에 대한 군의 군사 전략 및 전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이 ‘안보 무능’을 가리기 위해 실시한 즉흥적인 ‘군사 아마추어리즘’ 무력 증강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서북도서에서의 끝없는 군비경쟁을 통해 무모한 소모전의 악순환이 빚어졌고, 역설적으로 보수정권의 안보 무능이 가려져왔다고 비판해왔다.

 

■ ‘계륵’이 된 코브라 헬기

 

군은 2010년 11월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육군 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 예하 111항공전대 AH-1S 코브라 헬기 6대를 백령도에 배치했다. 북한 공기부양정 침투 등 국지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목이었다. 북한의 고암포 기지에서 출발한 공방급 공기부양정이 1시간 내에 백령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코브라 헬기 전대가 백령도에 배치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코브라 헬기 6대를 백령도에 배치하기 위해 국민세금 500억원을 들여 격납고를 건설했다.

 

섬에서 산을 깎고, 격납고 안에 육지의 헬기 격납고에 없는 시설들까지 넣다보니 건설 예산이 육지 시설보다 훨씬 많이 투입됐다.

 

이 코브라 헬기 전대는 백령도 배치 때부터 ‘유사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코브라 헬기가 북한군 공기부양정의 기습 침투 대비용이라고는 하지만 북한군 해안포가 집중 포격을 할 경우 과연 뜰 수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코브라 헬기는 유도무기가 없어 명중률이 떨어지고 야간이나 악천후에 취약하다. 실제 서해5도 작전에선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당시 백령도를 찾은 예비역 육군 대장에게서도 나왔다. 육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역시 유사시 북한 공기부양정 차단을 위해 서해5도에 긴급 전개한다는 점도 코브라 헬기 배치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령도에 배치된 코브라 헬기에 대한 문제점은 과거 국회 국방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먼저 서북도서에 배치된 AH-1S 코브라 헬기는 전시에는 항작사로 복귀할 전력이다. 이 코브라 헬기를 운용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해상 공중이동이 어려워 독도함에 싣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육상용인 코브라 헬기는 부분적인 해상작전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엔진이 하나인 단발 헬기로 규정상 육지에서 수㎞ 떨어진 해상에서의 비행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백령도의 코브라 헬기는 정비 등을 위해서도 수시로 육지로 옮겨야 하는데 독도함에 바로 싣고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6시간이 소요된다.

코브라 헬기는 백령도에서 로켓포 발사 훈련을 할 때도 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상례다. 가까운 바다라도 나갈 경우 기체의 염분 세척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작업을 피하기 위해서다. 항작사는 부대 운용의 어려움이 많아 해병대에 백령도의 코브라 헬기 전대를 이양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병대가 거부하면서 백령도 코브라 헬기는 사실상 ‘계륵’이 됐다.

 

■ 무용지물 된 정찰·탐지자산

 

보수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대북 감시능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240억원을 들여 무인 전술비행선 2대를 도입했다. 열기구 형태의 전술비행선은 광학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갖추고 지상과 로프로 연결된 10㎞ 상공에서 북한 지역을 감시하는 정찰자산이다.

 

그러나 1대는 2013년 12월 업체 직원의 실수로 일부 파손됐고, 나머지 1대도 수락검사(성능검사) 도중 백령도 140m 상공에서 기술적 문제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게다가 비행체에서 수집된 정보가 지상으로 원활히 전송되지 않는 결함도 발생했다.

 

군 당국은 전술비행선의 도입 목적을 서북도서 북쪽 북한군, 특히 포병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약 단속 등 목적으로 주로 미국 남부 해안지역에서 사용하던 전술비행선을 바람이 강하고 기온차가 큰 서북도서에서 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 전술비행선은 고정식이나 마찬가지여서 유사시 북한군 미사일 한방이면 파괴되는 약점도 갖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활동 중인 해군 정보함인 ‘신세기함’에 무인정찰기(UAV)를 배치하는 사업도 2016년 말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영상 확보용 무인정찰기 3대 중 2대가 추락하는 등 기한을 넘기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허술한 검증과 조급증으로 사업을 추진해 대규모 국고가 투입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다 결국 실패로 끝난 셈이다. 보수정부의 안보 무능을 감추기 위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전력 증강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대당 50억여원에 달하는 음향표적탐지장비 ‘할로(HALO·Hostile Artillery Locating System)’도 실패로 끝난 대표적인 ‘땜질처방’ 전력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당 14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인 신형 대포병 레이더 ‘아서’가 하루 6시간 이상 가동하면 과부하로 고장나거나 해무가 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영국 셀렉스사로부터 할로 2대를 긴급 구입해 배치했다. 당시 군 당국은 “할로가 포격 시 발생하는 파열음을 마이크로 수신해 포탄의 탄착점과 도발 원점을 탐지할 수 있다”며 “탐지거리가 30㎞에 달하며 탐지 확률도 90%에 가깝다”고 밝혔다. 날아오는 포탄 소리를 듣고 적 포진지를 역추적해 K-9 자주포 등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신형 장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할로는 파도가 심한 서해5도 지역에서는 파도 소리 등에 간섭을 받아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애초부터 사막지대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할로를 서해5도에 배치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결국 해병대에서 운용하던 할로는 2013년 말과 2016년 단계적으로 철수해 육군 부대로 옮겨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1월23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관련 현황보고를 받기 위해 지휘통제실로 들어서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훈·포장 못 받은 해병대원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는 북한군 포격이 시작된 지 13분 만에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했다. 당시 연평도 K-9 자주포 6문 가운데 1문은 불발탄으로 포신이 파열됐다. 1문은 북한군 로켓포 파편이 자주포의 측면 열린 부분을 통해 튀어 들어가 장비 연결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또 북한군 로켓포탄이 폐장약에 떨어져 K-9 자주포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평부대 포7중대는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당시 포7중대장 김정수 대위(현재 소령)가 매일 전투배치 훈련을 하면서 1년간 460여회 전투배치 사격절차를 익힌 결과였다. 부대원들은 K-9 자주포 내부와 포상에서 눈을 감고도 사격절차 진행이 가능할 정도였다.

 

당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군이 10여명 숨지고 30여명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연평도 포격전 이후 북한 병사들이 ‘남조선 군대와 싸우기를 꺼린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평도 전투를 사실상 승리로 이끈 생존 해병대원들에게 훈·포장 수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군에 더 큰 타격을 준 해병부대의 전술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부대 표창만 주어졌다. 표창을 받은 사유도 ‘전공’이 아니라 ‘모범적인 부대생활’로 표기됐다. 이를 놓고 북한군 도발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로 일관했던 당시 군 수뇌부가 자칫 일선 해병부대의 단호한 전투태세와 비교될까 우려한 때문이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보수정부는 ‘연평도 포격 도발 백서’조차 만들지 않았다. 이 역시 군 수뇌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무능이 드러날까 봐서였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육군 병과 배지들

 

내년 1월부터는 ‘헌병’이 ‘군사경찰’로 바뀌는 등 군의 5개 병과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개정안은 오는 24일까지 입법예고된 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중 입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법예고에 따라 육·해·공군의 ‘헌병’은 ‘군사경찰’로, ‘정훈’은 ‘공보정훈’으로, ‘인사행정’은 ‘인사’로 병과 명칭이 바뀌게 된다. 해·공군의 ‘시설’은 ‘공병’으로, 육군 ‘화학’은 ‘화생방’으로 병과 명칭이 변경된다.

 

이를 놓고 군 내부에서는 병과 명칭 변경뿐만이 아니라 병과 통폐합 등 거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병과 대부분이 6·25전쟁 전후에 만들어져 70년 가까이 혁신적 변화가 한번도 이뤄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병과 역사에 집착하는 군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

 

■ 명칭 논란

 

정훈 병과는 육군의 경우 1966년 10월4일 창설됐다. 정훈은 정치훈련(政治訓練)의 줄임말로, 사상과 이념 무장을 강조했던 시절 군인의 정신력과 신념, 충성심을 강화시키기 위한 병과로 만들어졌다. 국군의 정훈장교는 북한군의 정치장교와 같은 개념으로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2002년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이 정훈 병과와 기무사의 통합을 지시하기도 했으나, 그의 퇴임 이후 유야무야됐다.

 

정훈 병과 명칭이 ‘공보정훈(公報精訓)’으로 바뀐 데는 ‘정훈’이란 용어를 버릴 수 없다는 예비역들의 압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훈’ 용어를 지키기 위해 ‘정치’를 떠올리게 하는 정(政)자를 정신을 뜻하는 정(精)자로 교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국가 군대에서 정훈 병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헌병’ 병과는 창설 70년 만에 군의 경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군사경찰’로 개명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헌병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던 것을 해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일부 헌병 예비역들은 “고종황제 때 설치된 일본식 헌병사령부는 1907년 일본의 군대 강제해산 때 폐지됐다”며 “광복 후 미국식 헌병(MP)으로 거듭났는데 일제 잔재를 이유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역 헌병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헌병 병과 내부에서는 ‘군사경찰’보다는 차라리 ‘군 검찰’처럼 ‘군 경찰’로 명칭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군사경찰’이라는 용어 자체도 여전히 ‘헌병’ 이미지와 겹친다는 것이다. ‘군사경찰’ 명칭은 군 수뇌부에서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병과와 전장 환경

 

군대의 병과는 군인이 수행하는 주요 임무를 분류한 것이다. 한국 육군은 24개 병과와 28개 직능특기를 운용하고 있다.

 

24개 병과는 8개 전투(보병·기갑·포병·방공·정보·공병·정보통신·항공), 5개 기술(화학·병기·병참·수송·군수), 4개 행정(인사행정·헌병·재정·정훈), 7개 특수(군의·치의·수의·의정·간호·법무·군종) 등으로 구성돼 있다.

 

28개 직능특기는 14개 부특기(인사관리·인력획득·인사근무복지·조직편성·교육훈련·연합합동작전·교리연구·특수전·군수관리·군수지원·동원관리·정책기획·군사전략·전력)와 4개 전문(정보전문·항공군수·군악·기무), 4개 직무(목사·신부·법사·교무), 6개 특수(교수·연구개발·획득전문·국방관리·정책·국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직능특기는 원래 병과를 유지하면서 특별한 전문성을 반영하는 체계를 말한다.

 

한국군의 병과와 직능특기 구분을 미군과 독일군 등 외국군과 견줘보면 현대 전장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 육군의 경우 병과를 28개로 구분하고 있다.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특수전, 심리전, 민사, 사이버(2014년 창설), 특수의무 병과를 운용하고 있다. 특수전·심리전·민사 병과는 장교 임관 후 특수전 부대에서 3년 이상 복무한 대위 가운데서 선발한다. 또 군사정보 병과 장교의 60%는 보병, 기갑, 포병, 방공, 화학 병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제병협동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미 육군에는 정훈 병과가 없다. 대신 군의 ‘공보’ 파트를 병과가 아닌 직능분야로 관리한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 중부군사령부 부사령관이면서 공보관을 겸했다. 미 해·공군은 육군과 다르게 ‘공보’를 직능이 아닌 병과로 분류한 게 특이하다. 이 밖에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우주작전’ ‘전자전’ ‘전력운영’ 직능을 운용하고 있다.

 

독일 육군은 2010년 합동지원군이 창설되면서 20개 병과를 14개 병과로 축소·통합했다. 독일군은 병과를 축소하면서 전자전 병과와 민사심리전 병과를 합동지원군 예하에 새로 만들었다. 독일군 병과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위임이 가능한 분야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독일군은 경리와 군종 분야를 민간에 위임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군 일각에서도 군종 병과를 민간에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군은 특히 4개 특정 종단만으로 군종장교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다종교 사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군에는 법무 병과도 없다. 독일군은 평시에 특별군사법원 설치를 금지하고, 전시나 해외 주둔인 경우에 특별군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독립된 군 검찰 조직이 없고 군인 범죄 및 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는 일반 검사가 담당한다. 프랑스군도 민간법원에 37개의 특별부를 설치해 군형법을 위반한 군인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 한국군 병과는 ‘골품제’

 

한국군 장교의 진급은 기본적으로 전투 병과 우선이다. 여기서도 보병이 가장 최우선이다. 같은 보병이라도 계급이 높아질수록 합동작전 등 특정 직능특기 장교가 통상 먼저 선발된다.

 

문제는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의 사령관을 각 군의 특정 병과 장군이 독식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다. 항공작전사령관에는 허건영 소장이 지난해 9월 부임하기 전까지 4년5개월 동안 조종사 자격증도 없는 보병 출신 장군이 줄줄이 임명됐다. 수년 전에는 특수전사령부 근무 경험이 없는 보병 장군이 특전사령관을 맡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군은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의 임무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장군을 각 군 사령관으로 보임해 임무수행 능력을 제고하는 게 아니라, 특정 군·특정 병과·특정 출신을 발탁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인사사령부와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군수지원사령부, 방공관제사령부 등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 사령관에도 육군 보병·해군 항해·공군 조종 병과 출신 장군이 임명되는 사례가 잦다. 인사철만 되면 국방부는 “장군은 병과 구분이 없다”며 “지휘관의 지휘통솔 능력을 고려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군맥과 정치적 고려에 따른 선발 인사의 후유증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각 사령부의 임무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겸비한 장군이 사령관에 보임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행(기술행정) 병과 장교들은 장군 되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힘들다. 특히 해·공군은 ‘별’ 달기가 더 힘들다. 이 때문에 해·공군 기행 병과에서는 “차라리 병과를 세세하게 나누지 말고 ‘대병과제’로 운영해 장교들이 역량을 두루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력 전문가인 육군 ㄱ소장은 “한국군은 미군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데다 그것마저 7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다”며 “국방개혁 2.0 못지않게 한국군의 병과를 발전적으로 재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은 지난 7일 문건 작성의 실행계획 여부 등을 밝히지 못하고 104일 만에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합수단은 그 이유로 사건의 ‘키맨’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미국 도피를 들었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가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용두사미’ 격으로 사실상 끝나면서 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 조현천 미스터리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미국에는 조 전 사령관의 형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는 또 영관장교 시절 육군 종합행정학교 군사영어반 교관을 지냈을 만큼 영어 실력이 뛰어나 미국에서 생활하는 데 언어적 어려움이 없다.

 

출처: 경향신문DB

 

합수단은 지난 7월23일 수사 착수 이후 5개월에 가깝도록 조 전 사령관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간간이 해오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미 합수단 수사 착수 열흘 전인 7월12일부터 모두 끊은 상태다.

 

합수단이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요청도 통상 사례보다 뒤늦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출범한 지 두 달이나 지난 9월20일에야 조 전 사령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것도 조 전 사령관이 혹시나 추석에 귀국할 경우 신병확보를 위해 발부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를 통한 ‘여권 반납 명령’과 같은 여권 무효화 조치는 10월2일에야 이뤄졌다.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는 자료 송달은 이보다 더 늦은 10월16일이었다. 통상적인 특수수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강제귀국 절차를 밟더라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수사 기간이 한정된 합수단으로선 강제 신병확보 방안에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노만석 합수단장은 “체포영장에 담을 범죄혐의 소명 작업과 자진 귀국 설득 작업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지난 7월 군 검사 8명, 민간 검사 7명, 수사관 12명 등 총 37명으로 수사단을 꾸려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

 

합수단은 또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을 직접 대면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합수단은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권한대행을 상대로 그를 만난 적이 있는지 질의도 하지 못했다. 조 전 사령관을 먼저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전 사령관은 대구·경북(TK) 인맥이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고와 육군사관학교(38기)를 졸업했다.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구속)의 대구고 후배다. 조 전 사령관의 군 생활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영관장교 시절까지는 진급에서 번번이 누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기에도 군을 장악하고 있던 같은 TK였던 상주·김천 라인 실세들로부터 홀대를 받았다.

 

그가 군 실세로 부각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조 전 사령관은 재직 시절 대부분 오후 10시 이전이면 종로구 청운동 기무사령관 공관으로 복귀했다. 술자리 2차를 가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 기무사 안팎에서는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행동한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 전 사령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 재직해 기무사령관 임기 후반의 4개월가량은 현 정부 시기와 겹친다. 군 수뇌부 인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단행되지 못하고 8월 말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사이 국방부 안팎에서는 “조현천 기무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국방개혁”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어찌 보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이런 역설적인 발상의 발원지는 ‘여의도’였다. 당시 기무사 관계자들은 ‘헛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기무사 측에서 분위기를 띄웠다는 말이 파다했다.

 

조 전 사령관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적도 논란거리다. 군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조사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비역 장성 ㄱ씨는 “군 내부뿐만이 아니라 예비역들 사이에서도 조 전 사령관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에서 조 전 사령관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소문을 일축시키기 위해서라도 조 전 사령관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적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이 나온다면 ‘누구를’ ‘무슨 목적으로’ 만났는지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출입·행적 기록을 2016년 10월부터 대선 때인 지난해 5월 초까지만 조사했을 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분은 하지 않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의 미국 도피 중에도 매달 450만원에 달하는 그의 군인연금은 계속 지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인연금이 도피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방부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군인연금 지급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고, 기소중지자에 대한 연금제한을 위한 법 개정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교민들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현상수배한 전단. 북미민주포럼 트위터 캡처

 

■ 소강원 미스터리

 

합수단은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에 대해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허위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은 소 전 참모장으로부터 비롯됐다. 군 간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소 전 참모장이 지난 3월 초 “이런 게 있습니다”라며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에게 용도폐기된 계엄령 문건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해 말 기무사 댓글사건 조사 TF가 기무사 서버를 조사하면서 찾아낸 것 가운데 계엄 문건도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소 전 참모장의 USB 자진 제출은 당시 군인권센터가 수방사의 위수령 관련 문건을 거론하면서 국방부에서 면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전 군에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무사)도 과거 이런 것을 검토했다’는 사항으로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USB의 자진 제출은 자신의 ‘목줄’을 스스로 조인 결과로 이어졌다. 전 기무사 간부는 “소 전 참모장이 USB를 폐기처분했으면 계엄령 문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지면서 절대 수면 위로 나올 수 없었다”며 “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차원에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이 지난 7월26일 계엄령 문건 작성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일각에서는 “계엄령 문건이 실행의지가 있는 것이었다면 소 전 참모장이 USB를 내놓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합수단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문건 제출의 동기 부분에 대한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잘 알려졌다시피 이 전 사령관은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에게 어떻게 이 사안을 보고했는지를 놓고 국회에서 송 장관과 ‘진실게임’ 설전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여야는 지난 8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군에서는 합수단의 계엄령 문건 수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여야의 정치공세와 증인으로 나선 군 선후배들의 ‘진실공방 싸움’으로 진실규명은 더 오리무중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대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귤 200t은 28억원 어치, 송이버섯 2t 가격과 비슷···송이버섯 1㎏‘14만원’, 귤 10㎏ ‘1만4000원’

 

청와대는 11일 북한 측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귤은 10㎏ 상자 2만개에 담아 이날과 12일 이틀에 걸쳐 공군 수송기(C-130) 4대가 하루에 두 번씩 모두 네 차례로 나눠 운반된다고 하니 꽤 많은 양이다.

 

11일 제주공항에서 장병들이 북한으로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적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측이 북측에 보낸 귤 200t은 대략 시중 가격으로 28억원 어치 쯤 되는 걸로 추정된다. 이로 미뤄 청와대가 북측이 보냈던 송이버섯 2t을 남측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얼추 비슷하게 가격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에서 송이버섯 1㎏의 가격은 14만원 정도이고, 귤 10㎏은 1만4000원 정도에 팔린다.

 

사실 남북간 만남에서 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9월 제주도에서는 남북 첫 국방장관회담이 열렸다.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회담 파트너였다.

 

조 장관과 김 부장은 제주공항에서 첫 상견례를 갖고 숙소 겸 회담장인 제주 서귀포 중문단지 내 호텔 롯데까지 같은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눴다.

 

조 장관은 제주공항에서 5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 일부러 제주도 해안도로를 돌며 가도록 했다고 훗날 술회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더 여유있는 대화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남북 군 수뇌부는 75분간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각 언론매체는 이를 ‘파격적인 승용차 밀담’이라고 보도했다.

 

두 군 수뇌는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공동입장을 화제삼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사람은 서로 살아가는 얘기와 제주도 풍광을 화제에 올렸다.

 

북측 김 부장은 승용차 안에서도 제주도의 감귤 농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나중에 조 전 장관은 “아마도 이북에서는 보기 힘든 감귤이 지천으로 깔린 모습이 눈에 크게 들어와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조 장관은 김 부장의 표정을 읽고 “요즘 남한에서는 귤이 ‘쓰레기’가 됐다”며 “우리 군에서는 감귤 쓰레기까지 처리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부장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반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제주지사가 귤을 공짜로 줄테니 군에서 제발 가져가서 처리해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2000년에는 제주도에서 귤이 예상 외로 큰 풍년이 들어 귤 가격이 폭락했을 때였다. 농장주들은 육지까지 운반하는 운송비도 안나온다는 이유로 귤을 현지에서 폐기처분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제주도 차원에서 군에 감귤을 구매해달라고 ‘SOS’를 쳤다.

 

조 장관은 “해군 LST까지 동원해 귤을 육지로 실어 나르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전군에 귤을 배급하고 있는 데 우리 군이 귤 처리까지 떠맡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부장은 상당히 놀란 듯 했으나 이를 애써 내색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표정에서 일종의 ‘속상함’으로 보일 수 있는 표정이 읽혀졌다는 게 조 전 장관의 후일담이다. 당시 조 장관은 남쪽의 풍족함을 은근히 자랑한 셈이었다.

 

김일철 북한 전 인민무력부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수년 전부터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가 만약 남측이 보낸 귤을 받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혹시라도 그가 당시 기억으로 남측이 감귤이 남아 돌아 보낸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새 귤은 그때처럼 가격이 폭락한 과일이 아니다. 그가 18년 전 제주도 감귤밭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마침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제주산 귤을 북측에 보낸 것과 관련해 “정치적인 타이밍이 아니라 맛의 타이밍이 참 좋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힌 터다. 황씨는 “유통과정 없이 곧장 보내는 것이니 귤밭에서 바로 따먹을 때의 맛이 날 것이다. 간혹 귤 옆에 작은 잎사귀가 하나씩 달려 있기도 할 것인데, 그 푸른 잎사귀를 보며 남녘 먼먼 섬의 따뜻한 겨울을 떠올릴 것”이라고 적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군에서 ‘신앙’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효과적인 정신전력이다. 유사시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군인에게 종교는 ‘생사관’과도 연관돼 있어 종교활동을 권장받는다. 하지만 군 인사철이 되면 인사권자가 다니는 종교시설 주차장이 갑자기 붐빈다는 얘기는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군 장성 정기인사를 앞두고 여전히 유효하다.

 

■ 인사 논란과 반박

 

육군은 4연속으로 개신교를 믿는 참모총장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육군본부 실·부장급 7명이 개신교’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특정 종교를 둘러싼 말이 유난히 많아졌다. 이에 대해 육군은 “전체 실·부장 참모 14명 가운데 절반인 것은 맞다”면서 “이는 육군 내 개신교(기독교) 신자인 장군 비율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육군 내 장군 가운데 기독교가 49%, 천주교와 불교가 각각 21%, 무교가 9%라는 것이다.

 

 

군내 종교활동이 개인의 종교활동 보장 차원을 넘어 선교나 포교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 결과 응답 병사 중 17%는 특정 종교를 강요받은 적이 있고, 40%는 종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5월 단행된 육군 군단장·사단장 인사에서 진급자 12명 가운데 9명이 개신교였던 것에 대해서는 “종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육군 준장 진급자 52명 가운데 불자가 전투병과 여군장군 2명을 포함해 18명이었다”며 “보통 10명 안팎이었던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육군은 한 훈련기관 지휘관의 임기를 이례적으로 연장한 것이 ‘군 선교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군내 의혹에 대해 “전문성을 고려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장군의 임기가 연장된 사례를 들며 “인사철을 앞두고 진급이 어려워진 인사 불만자들의 음해”라고 했다.

 

한국기독군인연합회(KMCF) 소속 장교들이 종교시설이 아닌 육군본부 회의실에 모여 성경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과시간 이외 시간에 하는 것이어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개신교 장교들은 대체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장교들의 군 근무시설 내 종교활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개월 전에는 예비역 장성이 영내 생활 중인 육사 기독교 생도들을 따로 불러내 종교모임을 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용우 참모총장이 지난 6월 6·25구국성회 행사 인사말에서 “우리 군이 ‘하나님이 지키시는 군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 언급이 장군 인사철을 앞두고 다시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은 “이 발언의 취지는 개인 종교를 떠나 각 종파별 행사가 군의 신앙전력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당부하는 차원이었다”며 “김 총장이 취임 때부터 출신지역, 성별, 종교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군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육군 내부에서 종교적으로 편향된 부분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군내 선교·포교의 명암

 

군내 종교활동은 장병들에게 정신적·영적 자양분을 공급해 줌으로써 신앙을 통한 전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군내 종교활동이 개인의 종교활동 보장 차원을 넘어 선교나 포교 차원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가릴 것 없이 다 마찬가지다.

 

군종장교 스스로 “군대는 ‘선교의 가두리양식장’” “포교의 황금어장”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주변에 신자와 신도 확장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병사들에게 매주 종교시설을 찾을 때마다 찍어준 도장이 10개가 되면 1일 외박을 주는 부대도 생겨났다. 훈련소에서는 훈련병들이 간식으로 종교를 결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군내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영향력이 큰 군 교회에서는 ‘선 세례, 후 교육’을 앞세워 5주 신병훈련기간 동안 5차례 예배와 함께 세례식을 열고 있다. 그 결과 1년에 15만명이 세례를 받고 있다.

 

국방부 신앙전력과도 매년 9월이면 육·해·공군에 ‘장병 종교 신자 현황 입력 지시’ 공문을 내려보내고 있다. 국방통계연보 및 군종정책 입안 자료로 활용한다는 게 이유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확보한 군내 신자 수를 토대로 군종장교 공석을 각 종교별로 할당하고 있다.

 

군대에서 선교나 포교 등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에서도 군종장교의 종교 강요나 선교·포교가 금지돼 있다. 대신 개인의 종교활동은 철저히 보장되고, 군종장교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한다.

 

■ 종교 강요 금지

 

현행법은 군인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지휘관들이 지위를 이용해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헌법 제20조가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을 자유’다. 유럽 국가 일부에서는 ‘인본주의’ 자체를 종교 차원으로 간주해 ‘무종교’ 군종장교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병들의 정서 안정 및 인성 함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1인 1종교 갖기 운동의 대대적 전개’ ‘지휘관의 개인 철학에 따라 무조건적인 종교 선택을 강요하는 신앙전력화 운동’ ‘이등병들을 대상으로 정서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로 종교활동 참석 강제 교육’ ‘생도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적 품성 함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요일 종교교육 참석 강제’ 등을 종교의 자유 보장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인권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병사들 중 17%는 특정 종교를 강요받은 적이 있고, 40%는 종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던 것으로 나와 있다. 인권위는 종교행사에 불참할 경우 TV 시청을 금지하거나 청소 및 작업을 시켜 휴식권을 침해한 사례도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서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지난 6월 말 “현역 장병에게 종교활동 참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 종교의 다양화

 

군내 종교활동을 담당하는 군종장교들은 군복 입은 성직자로 불린다. 이들은 종교활동뿐 아니라 사고 예방을 하는 군내 상담사와 정신전력 교육, 전장 스트레스·공포증 해소 역할까지 1인 다역을 하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성직자인 군종을 굳이 계급장을 단 군인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군종제도가 시작됐을 당시 군종은 민간인이었다. 군종제도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 지시에 따라 육군에서 시작됐다. 교계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6·25전쟁이 반공사상전이므로 국군 장병에게도 유엔군처럼 신앙무장을 위해 군종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군 당국도 ‘반공사상 계몽 및 신앙무장’을 통해 전쟁에 이기겠다는 목적으로 이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 목사 28명과 신부 11명이 군종으로 임명됐다.

 

초기 군종들은 ‘무보수 촉탁’이었다가 1952년 6월 유급 문관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이후 군종 성직자들의 계급사회 적응을 위해 1954년 12월 현역으로 신분을 바꿨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교계나 종단 지원을 받는 민간인 또는 군무원 성직자로 군종을 임명할 때가 됐다는 논의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군종장교를 둘 수 있는 종교가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개뿐인 것도 논란거리다. 당장 군에서는 다문화 자녀들의 입대가 늘어나 지난 5년 동안 4000명 가까운 장병이 다문화가정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 등도 상당수이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군에서는 신자나 신도가 일정 비율 이하면 군종장교를 둘 수 없지만, 외국군의 경우에는 종교나 종파 비율을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다. 미군에는 개신교, 천주교, 유대교는 물론 불교와 이슬람교, 힌두교 군종도 있다. 국내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분류하고 있는 모르몬교 군종도 포함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북한 경비정이 지난 14일 하루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국제상선 공용통신망을 통해 남측 선박이 ‘(북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15일 “북 경비정이 10월 들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는 태도를 단 한번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어제 하루 동안에만 2차례나 남측 선박의 경비계선 침범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북한 경비정은 지난 7월5일부터 9월28일까지 나흘에 한 번꼴로 총 21회에 걸쳐 함정 간 국제상선 공통망으로 ‘남측 선박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보름 동안 NLL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다가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의 NLL 불인정’ 주장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은 이후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 차례나 NLL을 무시하는 통신을 시도한 것이다.

 

남북은 정상회담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평화수역,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선은 합의되지 않았다. NLL 일대는 여전히 분쟁지역인 셈이다. 사진은 한 시민이 인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NLL 일대와 북녘을 망원경으로 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한 선박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하는 북 경비정의 주장은 (행동이 따르지 않는)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보름 동안 잠잠하던 북측이 경비계선 침범을 다시 주장한 것은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은 이날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된 올해 들어 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NLL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선박의 NLL 침범 건수는 2014년 30건, 2015년 15건, 2016년 5건, 2017년 1건으로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29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군의 서해 NLL 일대 무력시위도 지난해 이후 사라졌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서해 NLL 일대 해상 포사격은 2014년 4회, 2015년 2회, 2016년 1회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로는 15일 현재 0건이다.

 

■ ‘부당통신’에 과민반응

 

NLL 표현은 과거 남북 군사회담에서 얘기만 꺼내도 북측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금기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4·27 판문점선언 2조 2항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라고 되어 있다. 평양 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3조에도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해 NLL은 피로써 지켜온 해상경계선으로, 우리 장병들이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면 더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며 “판문점(선언)부터 이번(9월 평양 공동선언 군사 합의)까지 일관되게 북한이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서해 남북 해상통신망을 통해) NLL을 부정하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NLL을 인정한)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소한 북한 함대사령부급 성명도 아닌 경비정에서 떠드는 수준인 ‘부당통신’을 놓고 북이 NLL을 전제로 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불인정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부당통신은 정전협정 위반이나 NLL 무실화를 목적으로 하는 유무선 통신이다.

 

■ NLL은 현재 분쟁지역

 

서해 NLL은 정전협정 합의로 그어진 선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서에서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서해 NLL 일대는 분쟁지역인 것이다.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서 3조에 ‘남북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방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해 해상에서의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은 서해 평화수역 조성에 필요한 해상기준선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문 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NLL 인정’ 발언은 북측이 100% 공식 인정했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군사공동위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원칙을 일찌감치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해 NLL은 남북 정상 간 합의조차도 블랙홀에 빠뜨릴 수 있는 ‘국민 감정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과거 서해상에서 제1연평해전(1999년 6월15일), 제2연평해전(2002년 6월29일), 대청해전(2009년 11월10일),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23일) 등이 발생해 총 54명의 군 전사자가 발생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NLL을 기준으로 일상적인 경계작전과 어로 보호는 현행대로 유지된다”며 “우리 원칙은 NLL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이번 합의는 제로”라며 “우리는 (기존) 대응 절차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NLL의 경우 북이 많이 양보해 군부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MB 정부도 추진

 

그동안 서해 NLL 지역은 남북 간 군사충돌의 ‘화약고’였다. 남북 간 9·19 군사합의는 이 지역에서의 우발 충돌 방지를 포함하고 있다. 대규모 전술훈련이나 포병 실사격 훈련 등을 자제해 군사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에 합의된 내용 상당수는 1953년 정전협정과 1992년 남북 기본합의를 큰 틀로 삼아 이미 과거 정부에서 검토를 마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2011년 ‘군비통제추진계획서’를 만들어 이번 협정과 사실상 동일한 협정을 추진했음을 설명했다. 2011년은 천안함 사건 1년 뒤로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진 시기였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MB 정부 군비통제추진계획서에) 군사분계선(MDL)과 NLL로부터 일정 거리의 훈련 및 이동 금지구역을 설정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을 막기 위한 남북의 ‘공동 작전수행 절차’ 적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달부터 남북은 해상에서도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5단계 작전수행 절차를 공동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남북이 ‘공동 교전규칙’을 행사하는 것으로, 그만큼 상대방 의도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 우발충돌 가능성을 줄여준다.

 

논쟁거리는 역시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필요한 해상기준선이다. NLL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남북이 해주 직항로를 열고 5·24 조치로 차단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과 패키지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NLL 부분은 북한이 형식상으로는 인정한 듯하지만 쉽게 공식화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10여년간 끌어온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서 합의 이행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담았을 뿐 완전한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

 

남북은 우선적으로 다음달 1일부터 해상에서의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와 포문 폐쇄 조치 등으로 우발충돌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는 NLL을 기준으로 한 평화수역·공동어로구역 논의를 장기 과제로 넘겼다는 의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해상 적대행위 중단과 NLL 논의,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은 동시에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13~14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단이었던 안상민 해군 대령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북이 군사합의 NLL을 단언컨대 인정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북한이 NLL) 용어 사용을 인정한 것”이지만 군사적으로 인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이 협의돼 가는 과정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hanwhainssu.tistory.com BlogIcon *loveme* 2018.10.16 11: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은 경계를 늦출때는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