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3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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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5.07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섞어 쏘기’는 다목적 노림수
  3. 2019.04.22 국방부 '무궁화 동산’ 절개해 테니스장···결정과정도 '미스터리’
  4. 2019.04.17 합참 체육대회 놓고 시끌···테니스장·풋살장 예산으로 8억 잡아
  5. 2019.03.26 “천안함 침몰 때 ‘괴물체 영상 삭제’ 혐의 속초함 함장 긴급체포 시도했다”
  6. 2019.03.12 내달 대장급 인사 단행…50년 만에 ‘비육사 육군총장’ 나올까
  7. 2019.03.05 월말이면 한·일 상공 넘나드는 ‘불청객’…1석3조 노리는 중 군용기
  8. 2019.01.22 ‘초계기 사건’의 전말, 일본 측 ‘로그파일’에 들어있다
  9. 2019.01.07 경고등 켜진 대북 군사정보 신뢰성…합참은 “북한의 기만전술”
  10. 2018.12.27 연평도 도발 후 즉흥적 무력 증강…그 뒤에 숨은 보수정권의 안보 무능
  11. 2018.12.11 70년 전 뼈대 그대로…현대 전장과 동떨어진 ‘병과·직능특기’
  12. 2018.11.13 못 잡나, 안 잡나…‘촛불 계엄’ 몸통 의혹 조현천 행적 미스터리
  13. 2018.11.12 '청와대 감귤’과 북한 인민무력부장
  14. 2018.10.30 “군대는 선교·포교의 황금어장”…인사철엔 상관 종교 시설 북적?
  15. 2018.10.16 잠잠하던 북, 다시 ‘남측 선박 침범’…NLL은 아직 ‘분쟁의 선’ (1)
  16. 2018.10.02 첨단 정찰 시대, GP는 더 이상 전면전 대비용 시설이 아니다
  17. 2018.09.11 남북관계 가늠자 될 DMZ 지뢰 제거, 장비·기간·북 태도가 ‘복병’
  18. 2018.09.03 국방백서에 ‘적’ 표기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19. 2018.08.14 안보지원사, 군 수뇌부 동향 파악 그대로…인사는 각군 총장에 귀속
  20. 2018.07.17 ‘계엄령 문건’의 덫…‘기무개혁’ 본질 사라지고 진실게임 양상
  21. 2018.07.02 북 장사정포 후방배치, 획기적 전환점인가 ‘독사과’인가
  22. 2018.06.18 한미훈련에 내세운 트럼프 ‘돈의 논리’ 사실일까
  23. 2018.06.04 “북한 의식해 국민들에게 훈련을 알리지 않는 게 로키”
  24. 2018.05.23 판문점선언 이후, 휴전선 155마일을 가다
  25. 2018.04.30 판문점 재발견···비밀정원과 액션무대가 공존
  26. 2018.03.20 기계도 인간화하는 시대, 인간을 기계화하더니…국가 아닌 ‘국민에 충성’
  27. 2018.03.16 드론 정보는 전투헬멧으로 전송, 총알은 언덕 넘어 적까지 명중
  28. 2018.03.06 군 안팎 연례훈련 조정론, 특사 외교·한미동맹 사이 묘수 찾기
  29. 2018.02.22 “철책 안 고라니들만 감동”…남북관계 따라 부침하는 ‘DMZ 소음전쟁’
  30. 2018.02.13 ‘군 역사 바로 세우기’ 배경엔 정권의 정통성 강화 의도

군, 언론에서 ‘살신성인’ 보도가 나오자 이종명 중령을 ‘사고자’에서 ‘관계자’로 표기

군 조사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적시


동료를 구하려다 지뢰를 밟았다는 일화의 주인공 이종명 의원(육사 39기·60)이 ‘영웅조작설’ 논란에 휩싸였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이 2000년 6월 27일 전방수색부대 대대장 당시 M3로 추정되는 대인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가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을 때 육군 발표가 의문 투성이라는 것이다.


사고 이후 상이군인으로는 첫 대령 진급자가 된 이종명 대대장은 2002년 제1회 ‘올해의 육사인상’을 받았다. 2015년에는 육군참모총장이 주관한 성대한 전역식을 끝으로 군복을 벗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이어 2016년 초에는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2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보국훈장 삼일장도 수상했고, 군은 그의 영웅담을 군가로 만든데 이어 뮤지컬 ‘마인’까지 제작했다. 육군 1사단 주둔지인 경기 파주시에는 이 중령의 희생정신을 기리겠다는 ‘살신성인탑’도 세웠다.


그러나 사고 초기부터 군 내부에서는 ‘이종명 중령은 영웅이 아니라 징계대상’이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의 핵심은 당시 이종명 대대장이 후임 대대장 등을 데리고 수색로를 이탈해 지뢰밭으로 들어가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위험을 자초했느냐 여부다.


국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 연합뉴스


①사고자→관계자


2000년 6월 27일 오전 9시쯤, 판문점 동쪽으로 5㎞ 지점 비무장지대. 육군 1사단 수색대대원 20명이 최전방지역 정찰에 나섰다. 이날 정찰엔 수색대대장 이종명 중령과 후임 대대장 설모 중령도 참가했다. 군사분계선 근처에 다다른 오전 10시 40분쯤, 폭음과 함께 앞서 가던 설 중령이 1950년대 매설된 대인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종명 중령은 병사들의 접근을 막은 뒤, 지형을 잘 아는 자신이 구조하겠다며 쓰러진 설 중령에게 혼자 다가갔으나, 잠시 뒤에 이 중령 역시 지뢰를 밟고 쓰러졌다. 이 중령은 두 다리를 잃고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위험하니 오지 말라’며 자신에게 접근하려던 병사들을 제지했다. 그런 뒤, 철모와 소총을 끌어안은 채 혼자 힘으로 기어서 사고현장을 빠져나왔다는 게 군의 설명이었다.


자유한국당 이종명 의원(60·육사 39기)은 전방 수색부대 대대장(중령)이던 2000년 6월 지뢰를 밟은 후임 대대장을 구하려다 자신도 지뢰를 밟는 사고를 당했다고 알려지면서 언론 등에 ‘살신성인’ ‘영웅’으로 표현됐다. 사진은 사고 당시 발목이 절단돼 지팡이를 짚고 있는 전역 때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당시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28일 보고한 중간 사건보고서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등 전·후임 대대장 2명은 ‘사고자’로, 중대장 박모 대위는 ‘피해자’로 분류됐다. 1사단 헌병대 보고서 역시 6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일관되게 전·후임 대대장 2명을 ‘사고자’로 규정했다. 이 중령과 설 중령이 사고를 일으킨 당사자들이란 의미다.


그러나 당시 언론에서 이 중령을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보도한 이후부터 육군참모총장과 육군 헌병감에게 올라간 ‘중요 사건 보고’에는 이 중령과 설 중령, 그리고 박 대위 3명을 모두 ‘관계자’로 기재됐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사고자는 ‘사고를 낸 사람’, 관계자는 ‘어떤 사건과 현상 따위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육군 헌병은 왜 보고서를 2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는지는 재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②수색로 VS 미개척지


이 중령 일행이 수색로를 벗어난 정황은 논란의 핵심 의문이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사고 다음날인 28일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문건에는 사고 장소를 ‘미개척된 3m 지점’으로 특정하고 있다. 사고장소는 ‘99. 3. 23 수색대대에서 새로 개척한 GP 작전도로 MDL(군사분계선)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임’이라고 기술했다.


사고 당일 헌병감실이 작성해 육군참모총장 등 육군본부 고위간부들에게 배부한 보고서에도 지뢰 사고 장소를 ’MDL, 작전로 부근 앞“이라고 돼 있다. 작전로가 아닌 곳에서 지뢰를 밟았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종명 중령이 ‘사고자’로 표기된 육군 헌병감실 보고서(위 사진·사고 발생일인 2000년 6월27일 작성돼 육군참모총장에게 보고됨)와 이 중령이 ‘관계자’로 표기된 헌병 보고서(가운데·사고 발생 다음날인 6월28일 작성), 국방부 합동조사단이 6월28일 국방장관에게 전달한 보고서에는 사고 장소가 ‘작전도로 MDL 끝부분에서 미개척된 약 3m 지점’이라고 명기돼 있다.


1사단 상급부대인 1군단이 사고 다음날 실시한 현장 조사 결과를 담은 5부(정보·인사·군수·감찰·헌병) 합동보고서에는 사고 현장에 대해 “수풀이 많아 식별 곤란(5m 후방에서 관찰)”으로 기술했다. 정확한 폭발 지점을 찾지 못했고 사고 현장에 제대로 접근도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사고가 수색로를 이탈한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5부 합동보고서가 사고원인을 ‘수색로 부근에서 M3 대인지뢰(추정)를 밟아 발생’으로 분명하게 적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즉, 이 보고서는 사고 장소를 ‘수색로’가 아닌 ‘수색로 부근’으로 분명히 적시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최근 MBC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장소가) 수색로상이었고, 개척된 그 수색로를 5~6번 이상 정찰했던 장소“라고 반박했다. 당시 중대장이었던 박모 대령도 경향신문의 서면 질의에 ”(사고장소가) 개척된 수색로였다“고 답변했다.


만약 이 의원과 박 대령의 주장대로 사고현장이 개척된 수색로였다면 1군단 5부 합동조사단이 ”식별이 곤란해 5m 후방에서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성립하기 힘들다. 게다가 또 다른 군 보고서에는 지뢰 폭발 지점과 안전지대까지 거리를 20m 정도로 표기했다.


미개척지에 들어가서 지뢰를 밟아 사고가 일어났다면 당사자들은 징계 대상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당시 사고는 수색대대장 전후임이 지뢰를 밟아서 둘 다 발목이 잘리고, 중대장까지 다쳐 최전방 대대 지휘부가 붕괴된 사건이었다. 이때문에 설사 정상적인 수색로라고 해도 이동중 지뢰가 두 번이나 터졌으면 제대로 지뢰를 제거하지 못해서 수색로를 제대로 개척하지 못한 책임을 지휘관에게 물어야 하는 게 상식이라는 것이다. 또 수색로를 이탈해서 사고가 난 것이라면, 지휘관이 규정 위반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리기 위한 정밀 조사가 이뤄졌다면 훈장 대신 징계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또 연대장과 사단장까지 줄줄이 책임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대대장(이 중령), 중대장(박 대위) 진술도 엇갈려···두사람 모두 ‘5부 합동조사보고서’ 내용은 부인

이종명 의원 “안전지대 복귀중 사고” VS 군 조사보고서 “MDL 접근중 사고” 


③관측중 VS 복귀중


사고가 발생한 시기도 논란거리다. 육군 헌병과 5부 합동 조사단의 보고서는 일관되게 이 중령과 설 중령, 박 대위 등이 군사분계선 가까이 이동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가까이 대대장 2명과 중대장 등 세 명만 따로 이동한 건 전방을 더 자세히 관측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1사단 헌병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장 박 대위는 “정보장교가 (1000㎜ 니콘카메라로) 사진촬영한 곳에서 지형을 관찰하던 이 중령과 설 중령이 공간이 협소해 군사분계선 방향 우측 수색로 약 15m 지점으로 이동했다”며 “이 중령이 좌우측 지형설명을 해주자 설 중령이 우측 지형을 상세히 보기 위해 약 5m 가량 맨 앞에서 접근하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방송 인터뷰에서 사고 장소 등을 포함해 군의 공식 조사보고서에 담긴 사실관계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MDL 선상에서 임무를 마치고 돌아나오면서 일어난 사고”라고 말했다. 즉 정찰 임무를 마치고 안전지대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내가 제일 앞에 가고 그 다음에 중대장이 가고 설 중령이 맨 뒤에 따라갔고. 돌아나오는 게 설 중령이 맨 앞에 나오고 내가 맨 뒤에 나왔다”면서 “그 역순으로 나오는데 (맨 앞장 섰던) 설 중령이 지뢰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이 중령이 자신의 앞에서 다리를 잃고 피를 흘리는 설 중령을 지나쳐 위험지역을 혼자 빠져나온 후 다시 설 중령을 구하러 들어갔다 지뢰를 밟은 것으로 된다. 설 중령이 지뢰를 밟은 직후, 이종명 중령이 후방의 소대원들에게 급히 돌아와 ‘위험하니 내가 가서 구출하겠다’고 말한 후 사고 현장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당시 조사보고서는 돼 있기 때문이다.


또 당시 적진을 관측하려다 사고가 일어났다고 진술했던 박 대위는 경향신문 질의에 “이 중령이 (군사분계선쪽으로) 진출할 때도, (안전지대로) 복귀할 때도 제일 선두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는 본인이 1사단 헌병 및 1군단 합동조사에서 진술했던 내용과도 상이한데다 ‘복귀할 때는 설 중령이 앞쪽에 있었다’고 한 이 의원의 발언과도 배치된다.


후임 대대장인 설 중령을 구한 사람은 소대장···대검으로 땅을 찌르며 들어가 구조

“국방부가 재조사해야” 여론···이종명 의원 스스로 재조사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④모순되는 정황들


1사단 헌병 보고서와 1군단 5부 합동보고서를 보면 사고 당시 이 중령은 “6월 27일 오전 10시 42분경 000GP 추진철책 작전로상을 약 5m 앞서가던 설 중령이 갑자기 ‘꽝’ 소리와 함께 구조하려 했으나 2차 폭발이 예상돼 정보장교에게 병력 접근 통제를 위해 ‘내가 지형을 아니까 너희들을 기다려라’라고 한 후 사고장소로 들어가다 지뢰가 폭발해 다리를 다쳐 혼자 기어서 나왔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이 중령의 진술과 정보장교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당시 맨 앞에는 설 중령과 중대장이 앞서가고, 5m 뒤에 이 중령, 이 중령의 5m 뒷편에 정보장교가 위치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대장이 지휘하는 2개 수색조는 사고장소에서 약 30m 후방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사고 이후 여러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차 지뢰 폭발 당시 자신과 설 중령, 박 대위 등 3사람이 2m 범위 안에 있었고, 자신도 다리에 가벼운 파편상을 입었다고 했다. 이는 설 중령이 이 중령의 5m 전방에 있었다는 군 조사보고서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 박 대위도 이 의원의 주장이 맞다고 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군 조사보고서가 틀렸다는 얘기다.


지뢰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다른 지뢰 위험 때문에 무리하게 들어가선 안 됨에도 불구하고 결국 2차 사고로 이어진 것도 논란거리다. 이 중령이 후임 대대장을 구하겠다고 했지만 2차 사고를 일으켰고, 결국 설 중령을 구조한 사람은 사고지점 40m 뒤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소대장이었다. 소대장이 (지뢰 탐지를 위해) 대검으로 찌르면서 들어가서 설 중령을 끌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논란이 계속되자 육군은 지난 20일 국방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된 확인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며 “충분히 시간을 갖고 당시 수사기록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내에서는 당시 부실한 조사로 논란을 자초한 육군이 재조사를 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국방부 감사관실과 전비태세검열실 등에서 정밀 재조사를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본부의 ㄱ 대령은 ”이종명 의원 본인 주장이 사실이라면 스스로의 명예와 육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재조사를 먼저 요청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4일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사진을 5일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훈련 상황이 나온 모니터를 가리키자 수행 간부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 10여발 가운데는 북한이 ‘전술유도무기’라고 밝힌 기종이 포함됐다. 이를 놓고 군사 전문가들은 ‘단거리 미사일’로 평가했지만, 한·미 당국은 6일에도 여전히 미사일로 공식 규정하지 않는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은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일석삼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에 대한 압박’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경고’,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과 장사정포 혼용 발사를 겸한 복합 전술훈련’ 등이 그것이다.


■ 도발 VS 맞대응


주변국 반응 ‘조용’한 건

“남측 서해 5도 점령 목표”

2년 전 직접 위협과 달리

이번엔 ‘자주적 훈련’ 강조

폼페이오 “선 지켰다” 평가


한·미는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대해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측의 비핵화 협상 사령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TV 시사프로에서 북한이 ‘선’을 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미 정부 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북측의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남측 서해 5도 일부의 점령을 목표로 실시했다’고 직접적으로 위협했던 2년 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가 ‘자위권 차원의 화력타격훈련’ 성격임을 시사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5일 “김정은 동지(국무위원장)께서 5월4일 조선 동해 해상에서 진행된 전연(전방) 및 동부전선 방어 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또 김정은 위원장이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하고 혁명의 전취물과 인민의 안전을 보위할 수 있게 고도의 격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 나가야 한다”고 한 발언을 전했다.


이 같은 보도는 북한이 2017년 8월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북 방향 김책 남단 연안의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3발을 발사했을 당시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북한은 당시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도발했다.


당시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동지가 섬 점령을 위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들의 대상물 타격경기를 지도하셨다”면서 “이번 대상물 타격경기는 비행대와 포병, 특수작전부대들의 긴밀한 협동 밑에 백령도와 대연평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계획의 현실성을 확정하는 데 목적을 두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백령도와 연평도를 ‘타격 및 점령’ 목표로 하는 작전지도까지 TV 화면에 노출시켰다.


남측은 최근 미 공군과 함께 기존 ‘맥스선더’(Max Thunder)를 대체한 ‘연합편대군 종합훈련’을 실시했다. 이에 대해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지난달 25일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도전”이라며 “그에 상응하는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고 무력시위를 경고한 바 있다. 그 경고가 지난 4일 단거리 발사체 발사로 이어진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반발 배경에는 세부사항에서 불완전한 9·19 군사합의에서 비롯된다.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쌍방은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 행위 중지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지만, 북·미 정상회담 결렬로 더 이상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 상황에서는 서로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여서 남북 모두 ‘장군 멍군’을 교환한 셈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탄도미사일’이라는 예민한 변수를 하나 더 추가해 상대 반응을 떠보고 있는 것이다.


■ 진화하는 북 SRBM


북한이 얻은 ‘일석삼조’

미에 제재 완화 압력 넣고

한·미 연합훈련에는 ‘경고’

‘복합 전술’ 첫 시험해보면서

진화한 단거리 미사일 과시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작년 2월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지대지 탄도미사일)로 분석하고 있다. 외형이 러시아의 SS-26 ‘이스칸데르’를 빼닮았다는 평가에서다.


이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SRBM)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과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스커드 계열 단거리 미사일을 주력으로 하다가 고체연료형 이동식 단거리 미사일인 KN-02 ‘독사’ 미사일을 개발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시험발사했다. 북한은 시리아에서 러시아판 랜스 미사일인 SS-21 스캐럽을 들여와 KN-02 미사일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발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북한 단거리 미사일이 액체연료형에서 고체연료형으로, 다시 다단계 비행기종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칸데르는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적 측면에서 기존 발사체보다 훨씬 유용하다. 러시아식 GPS인 글로나스와 광학탐색기 등을 이용한 종말 단계에서의 회피기동도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대 사거리 40여㎞의 패트리엇(PAC-3) 미사일로는 요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방부는 “한·미 정보당국이 구체적인 제원과 타격 능력, 더 나아가 탄도미사일로 규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이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의 불꽃 색깔과 형상, 관성항법, 비행거리, 발사각도, 비행고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상 북한이 발사체를 발사한 후 한·미는 서로의 감시자산에서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발사체 성격을 각각 잠정 평가한다. 그런 후 한·미가 발사 정보를 교환하고 정밀 분석한 다음 발사체가 어떤 종류이고, 어떤 궤도와 고도로 비행했는지를 종합평가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군의 추적자산은 주로 이지스함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그린파인 레이더 등이다. 이 장비들을 통해 북한 발사체의 초기 발사부터 마지막 낙하 지점까지 레이더로 추적한다. 미국은 고해상도 정찰위성으로 북한 발사체의 발사 준비와 발사 과정 등을 영상으로 관측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 단거리 발사체의 최대 고도와 비행거리, 발사각도 등 제원은 이미 분석이 끝나야 맞다. 이런 정황 등을 감안할 때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의 정체에 대해 최종 분석이 마무리된 후에도 결과를 내놓지 않을 개연성이 크다. 정보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측으로서는 굳이 괌이나 미 본토는 물론 일본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 발사체에 집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 포병·방공작전 혼선 초래


북한은 이번 전술유도무기에 대해 “각이한 목표에 따르는 여러가지 사격 방식으로 진행한 사격시험과 특수한 비행유도 방식과 위력한 전투부 장착”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사격 방식에 따라 지상, 해상, 공중 등 다양한 목표물에 대해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타격 목표에 따라 탄두 중량을 달리할 수 있고, 비행경로를 다르게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이번 단거리 발사체 발사에 240·300㎜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탄도미사일)를 섞어서 실시했다. 실전이라면 우리 군은 대응 작전에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어 대응책이 절실하게 됐다. 방사포와 탄도미사일은 완전히 다른 무기체계로 대응 작전 개념 역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비슷할 수 있지만 탄두 무게와 속도, 비행궤적, 파괴력 등에서 차이가 난다. 통상 방사포는 표적에 떨어질 때까지 엔진 추진제가 연소하기 때문에 비행고도가 탄도미사일보다 낮다.


방사포는 탄두가 작고 비행궤적도 저고도이기 때문에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해 포병작전으로 대응한다.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방공작전이 이뤄진다.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 등을 통해 비행궤적을 탐지·추적해 패트리엇 등 무기체계로 요격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처럼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과 방사포 발사 차량을 동시에 끌고 나와 다양한 방식으로 사거리와 비행고도를 조절해 기만 발사할 경우 대응체계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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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15년 전에는 용산(龍山) ‘명맥’ 복원한다며 ‘무궁화 동산’ 조성


·‘테니스 애호가’ 정경두 국방장관 취임 후 ‘일사천리’ 진행···구청 명령으로 8일째 공사 중단



테니스장 시공업체가 지난 15일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중장비 등을 동원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해 놓은 모습.


대한민국 국방부가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달 20일 시작한 영내 테니스장 건설 공사로 시끄럽다. 22일 국방부와 용산구에 따르면 국방부가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시작했던 테니스장·족구장, 라커룸 조성 공사가 용산구청 명령으로 8일째 중단된 상태다.


국방부가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테니스장 건설을 진행중인 곳은 2004년 국방부가 용산의 명맥을 잇겠다며 자발적으로 복원했던 야산이다. 그러던 땅을 15년이 지나자 국방부는 절개했다. 이곳은 국방부와 용산미군기지 등을 포함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국민세금으로 국방부에 테니스장·족구장을 무리하게 짓는 것은 국민 감정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연환경 파괴’ 논란


국방부 테니스장 예정 부지는 신청사와 구청사 사이에 위치한 잔류부지 1만2000여평 내에 있다. 국방부에 오래 근무한 직원들에게 ‘용머리’로 불리는 곳이다. 용산 터 중 유일하게 옛 모습이 남아 있는 경내 부지로,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22번지’인 국방부에서 가장 높은 지대다. 용산 미군기지를 포함해서도 가장 고도가 높은 지역이다.


무궁화 동산 일대는 오래 근무한 국방부 직원들에게는 ‘용머리’로 불린다. 이곳을 기준으로 이태원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는 녹사평이 ‘용의 꼬리’에 해당하는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용머리’는 그동안 수차례 개발논리에 밀려 사라질뻔 했다가 살아남기까지 과정은 수월치 않았다. 과거에도 국방부는 영내 부지 활용을 위해 용머리 일대 개발을 시도했다. 그러나 ‘용산’의 상징인 이곳을 함부로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향토사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해 현재의 모습으로 남은 것이라 전해진다.


국방부는 1993년 이곳에 있던 무기고를 철수시키고 보전해 왔다. 이후 블럭 건물 등 인공 건조물이 생기면서 곳곳이 심하게 훼손되고 정상과 기슭 등에 소나무와 잡목 등 약 300그루가 어지럽게 자생해 황량한 모습으로 변했다.


국방부는 2004년 신청사 건립을 계기로 이곳을 다시 정비하고 대한민국 상징이 무궁화꽃임을 감안해 무궁화 나무로 조림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다. 당시 국방부는 조영길 장관 지시로 신청사 주차장 공사현장에 나오는 15트럭 1460대 분량의 흙으로 복토작업을 해 무궁화 동산을 더 높이는 방안을 한때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정상에는 돌탑이 조성돼 있다.


국방부가 ‘무궁화 동산’에 조성해 놓은 돌탑 모습.


무궁화 동산에서는 남산을 포함한 서울 시내 조망이 가능하다. 야간에는 서울시내 야경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지대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무궁화 동산 꼭대기 일부만 남기고, ‘ㄴ자’로 이미 절개해 놓은 상태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용의 정수리’를 쪼개 테니스장을 만들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ㄱ씨처럼 국방부 근무자 상당수는 용머리 일대 테니스장 신축공사는 ‘용산’의 ‘지기(地氣)’를 파괴하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용산에 터를 잡고 있는 국방부는 물론,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용산은 도성 서쪽으로 뻗어나간 산줄기가 한강변을 향해 꾸불꾸불하게 지나가는 모양이 마치 용이 몸을 틀어 움직이는 형상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된 지명으로 조선 고종 때까지만 해도 수풀이 무성했다.


용산은 1882년 임오군란 이후 일본 관동군이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훼손되기 시작했다. 이후 대규모 택지와 상가건물들이 들어서면서 국방부 경내의 1만2000평을 제외하고는 용맥이 끊겼다고 풍수전문가들은 지적해 왔다.


국방부는 “테니스장이 한 곳밖에 없어 불편이 좀 많다. 영내 직원 후생복지를 위해 실시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용머리’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용산 지명과 관련된 사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용산의 용머리는 국방부가 있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동여지도, 서울역사편찬원, 한국땅이름학회, 용산향토사료편람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옛 ‘용머리’는 삼각지 일대가 아니라 용산 청암동, 원효로 4가 일대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현재의 국방부 영내는 목멱산(남산)에서 뻗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형성된 과거 둔치산 지역임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15년전 ‘용머리’를 보전한다면서 무궁화 동산을 조성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국방부의 테니스장 공사 구역은 ‘용머리냐 아니냐’ 논란이 아니더라도 멀쩡한 녹지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용산구청의 녹지축 구상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주한미군 부지를 생태공원(용산공원)으로 조성해 남산~용산공원~한강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을 만들겠다고 공헌해 왔다.


녹지구역을 파괴하고 테니스장 등을 건설하려는 국방부 구상은 도시공원을 보호하면서 시내 곳곳에 나무를 심어 미세먼지를 잡고 도심 열섬현상도 막겠다는 서울시 정책에도 역행하는 조치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 조성을 위해 ‘무궁화 동산’을 절개한 후 쌓인 토사 모습.



·국방부 “테니스장 조성, 문제 없다”

·MB 때는 기무사 골프장 건설하다 ‘원래 땅주인’ 반발에 무산



군의 체육시설 건설을 앞세운 자연환경 파괴는 한두번이 아니다. MB 정권 때는 국군기무사령부가 과천 기무사 영내에 골프장 조성을 시도했다.


당시 기무사는 건설예산까지 확보해 공사를 시작했으나, ‘원래 땅주인’들의 반발에 공사가 중단됐다. 이들은 “군이 군사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서 땅을 팔았지, 군 골프장 지으라고 땅을 판게 아니다”라며 법원에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사를 중단시켰고, 기무사 골프장 건설은 무산됐다.


국민세금으로 자연환경을 파괴하면서까지 짓는 테니스장 건설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라도 막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MB 정권 당시 기무사의 골프장 건설 추진과 현 정부 국방부의 테니스장 건설 추진이 본질 면에서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의문 투성이’ 결정과정


국방부는 오는 6월 17일 완공을 목표로 지난달 20일 용산구 인가가 나지 않았는데도 테니스장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관할 용산구청의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해 지난 15일 공사중지명령을 받았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치단체장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벌이는 행위는 불법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야전부대 같으면 지휘관까지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져야 하는 사안”이라며 “군 최상급 부서에서 저러면서 그 많은 예하부대를 뭐라하며 통제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국방부는 “국방부 내 체육시설 조성은 ‘국방·군사시설 시행에 관한 법률로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할 수 있다”며 “용산구가 이달 말쯤 인가를 내줄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건축물인 라커시설만 용산구청 인가 사항인데 아직 라커시설 공사는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테니스장 기반 공사만 먼저 했기 때문에 위법 사항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신규 테니스장 옆에 장병들을 위한 풋살장도 함께 설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공업체는 공사안내판에 ‘족구장 공사’라고 명시했다. 규모도 455㎡(138평)로 국방부의 기존 풋살장 크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테니스장 설치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족구장’을 끼워넣은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족구장이 풋살장과 배드민턴장을 겸하는 다목적 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국방부는 테니스장 증설은 다른 체육시설들 조성 비용까지 포함해 기획재정부와 국회 승인을 받아 청사종합발전계획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테니스장만 따로 조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당초 국방부는 수송대대(과거 육군회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종합스포츠시설을 조성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것이 ‘테니스 애호가’인 정경두 국방장관이 지난해 9월 21일 취임한 지 2개월도 채 안된 12월 10일 테니스장 설계 공고를 결정하고 같은달 17일 이를 공고했다. 이후 지난 2월 25일 테니스장 건설 입찰공고를 냈고, 지난달 20일 계약체결과 동시에 공사가 일사천리로 시작됐다.


국방부는 “2016년부터 테니스 동호회가 지속적으로 테니스장 증설을 요청했다”며 “일부 고위급을 위해 테니스장을 짓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방부 직원 ㄷ씨는 “당구도 스포츠”라며 “국당회(국방부 당구 동호회)가 당구시설과 당구장 건설을 요구하면 만들어 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테니스장 조성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서울 용산일대 석양 모습.


테니스장 예산 편성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니스장·족구장 설계비는 2018년 국방부의 ‘기타 일반지원시설’ 집행 잔액 가운데 2000만원으로 충당했다. 당시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행정·복지시설 개선비‘ 예산은 모두 집행된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계획없이 갑작스럽게 추진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건설비는 올해 ‘기타 일반지원시설비’ 7억9000만원으로 집행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보면 테니스장·족구장은 ‘장병편의시설 개선비’나 ‘복지시설 개선비’ 항목으로 충당해야 할 부분이다. 국방부가 ‘기타 일반지원시설’ 항목으로 설계비와 공사비로 책정한 것은 국방예산의 편법 집행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국방부 고위간부 ㄹ씨는 “기타 일반지원시설비로 테니스장을 지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난해에 테니스장 조성을 위한 설계비를 배정한 것도 예산 집행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건설비 8억1000만원 가운데 설계비용으로 2000만원만을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불용예산을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호회의 테니스장 증설 요청을 테니스장 조성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국방부 테니스 동호회는 합참에 근무하는 현역 군 간부들도 가입이 가능하지만 민간 공무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역 군인들 부대인 국방부근무지원단이 공사를 발주하고 근무지원단 소속 병사들이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또 어떤 구체적인 절차를 거쳐 테니스장 건설이 결정됐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누가 기안을 했고, 누가 최종 결정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테니스장 공사 부지인 ‘무궁화 동산’에서 바라본 21일 남산타워 모습.


·건설비 8억1천만원이면 3개 여단병력에 ‘워리어 플랫폼’ 자켓 시범 보급 가능


게다가 8억1000만원은 야전부대 연병장이 3000여평 규모라면 10여곳에 잔디를 입힐 수 있는 돈이다. 그러면 병사들이 잔돌이 깔린 연병장에서 축구를 하다 다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공병 장교 ㅁ씨는 평당 2만~3만원이면 잔디로 교체가 가능하다고 했다.


’8억1000만원‘은 또 육군이 미래 병사를 키운다는 워리어플랫폼 시범사업을 할 수 있는 액수다. 병사 6200여명에게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보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 간부 ㅂ씨는 “예산부족으로 워리어플랫폼 자켓을 시범 보급도 하지 못하고 있다”며 “8억1000만원이면 3개 여단 병력을 상대로 시범사업을 할 수 있다는 액수”라고 말했다. 워리어플랫폼은 장병의 신체와 미래기술을 결합해 전투원 개개인의 생존성 및 전투능력을 향상시킨다는 개념의 최첨단 개인전투체계다.


용산지역 땅값은 최근 1억원에서 떨어져서 평당 7000만~8000만원 정도를 호가하고 있다. 합참 간부 ㅅ씨는 “아무리 국방부가 군사시설이라고 하지만 서울 도심 한복판에 국민 세금으로 굳이 야산까지 절개해가면서 테니스장 건설을 강행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며 “국방부에서 가까운 효창운동장 부근이나 한강공원에도 테니스 코트는 많다”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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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참 ‘백호리그’ 부활?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전투를 주 임무로 하는 육해공군 각 군의 작전부대를 지휘, 감독하는 군령 최고 지휘부다. 9년 전 합참에서는 장성들을 주축으로 한 ‘별들의 축구팀’이 만들어졌다. 합참은 2010년 2월10일 서울 용산 국방부 대연병장에서 각 본부별로 4개 축구팀 발대식을 갖고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리그전을 치르기 시작했다.


리그전 이름은 ‘백호리그’였다. 본부별로 나뉜 팀은 본부장을 주장으로 장성 진급 대상인 대령, 준장에서 대장까지 장성들, 2급 이상 군무원 등 과장급 이상 150여명으로 이뤄졌다. 백호리그는 합참 간부들의 근무 여건에 맞춰 화합 차원에서 진행돼 팀별 고정선수는 없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취임 후 첫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호리그는 그해 12월까지 운영 예정으로 6월과 12월에 해트트릭상, 발전상, 수비상, 득점상 수상자를 선정해 표창할 계획이었다. 백호리그는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제안해서 시작됐다. ‘군인의 1차 조건은 체력’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간부들과 축구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군 간부들의 체력관리 필요성이 리그 출범의 동기라고 당시 합참은 밝혔다.


하지만 백호리그는 두 달을 가지 못했다. 그해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고, 이상의 합참의장의 경질과 함께 백호리그도 사라졌다.


8년 뒤인 2018년 정경두 합참의장(현 국방장관) 제안으로 합참 체육대회가 사상 처음 개최됐다. 축구대회도 과거 백호리그처럼 시즌 대회는 아니지만 합참 체육대회 종목 가운데 하나로 선정돼 부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합참 체육대회는 4월 말 열릴 예정이다. 종목은 축구와 줄다리기, 계주 등이다. 당초 올해 대회는 9일 축구리그 ‘킥 오프’를 시작으로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강원도 산불과 문재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연기됐다.


축구리그는 상금 100만원을 내걸고 ‘킥 오프’한 후 4일간 열린다. 한 팀당 150여명 선으로 합참의 4개 본부 4개팀과 본부에 속하지 않는 부서를 모은 1개 팀 등 5개 팀이 참가한다. 9년 전처럼 팀별 고정선수 없이 두루 출전할 수 있다.


올해 축구대회는 첫날부터 셋째날까지는 오후 3시부터 5시30분까지 예선리그를 치른다. 그런 뒤 12일 하루 종일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결승전을 벌인다. 합참은 비상대기와 필수요원들은 근무하기 때문에 합참 업무는 정상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육군대령)은 8일 “합참 체육대회는 근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화합, 단결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합참 직원들끼리 각 본부별로 얼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합참 체육대회는 직원들 간에 서로 얼굴을 익히며 단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용머리’와 테니스장


합참 일과는 오전 8시30분에 시작된다. 사무업무는 오후 4시30분이면 끝난다. 합참 근무자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체력단련으로 시간을 보낸 후 오후 5시30분에 퇴근한다. 영내 목욕탕도 오후 4시30분에 문을 연다.


합참은 또 매주 수요일이 ‘전투체력의 날’로 사무업무는 오전에 종료된다.


국방부는 기존 테니스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새로운 테니스장 개장을 위해 영내 ‘용머리’로 알려진 언덕에서 관련 공사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 국방부는 테니스 동아리 회원 등 직원들의 요청으로 기존 테니스장 외에 새로 한 곳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예산 8억1000만원을 투입해 37.6×35m 규모 테니스장과 26×17.5m 규모 풋살장, 6×9m 규모 라커룸의 조성을 준비 중이다. 국방부는 용산구청에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인가 신청하고 사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국방부는 이 공사를 오는 6월17일 마칠 계획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내 근무인원은 군인을 포함해 간부 4000여명, 병사 1000여명 등 5000여명에 이르나, 영내 체육시설은 축구장 등 10개에 불과하다”며 “직원들의 체육활동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로부터 2016년부터 지속적으로 국방부 영내 테니스장 증설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방부가 테니스장을 조성하려는 언덕은 10년 전에도 시설 공사를 하려 했던 곳이다. 10년 전에는 용산 지명이 ‘용’에서 유래하고, 이 언덕이 풍수적으로 ‘용의 머리’로 알려진 곳이어서 “지기를 보호해야 한다”는 내부 반대에 부딪혀 국방부가 공사를 하지 못했다.


국방부 간부 ㄱ씨는 “서울시와 용산구는 남산과 연결된 용산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국방부는 테니스장 공사를 위해 용산을 파헤치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용산을 보호하고 보존해야 그 기운으로 국방과 나라가 잘되는데, 용산의 정산에 길을 내 두 개로 갈라버리고 머리를 파헤치고 있으니 문제”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방부 영내는 도시구역상 자연녹지구역에 있는 군사시설이다. 이에 따라 시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를 해야 한다. 국방부는 용산구청과 시설 공사 협의를 마치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공사라는 입장이다.


■ ‘행정군대’로 복귀


합참 체육대회에 대한 군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합참에서 근무했던 예비역 장성 ㄴ씨는 “군 최고 군령기관인 합참을 일반 야전사단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합참이 조직적으로 일을 하면 체육대회 시간은 내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합참은 전쟁에 대비하는 지휘본부로서의 ‘배틀리듬’ 같은 것이 없다”며 “이는 합참 기능이 통합되지 않고 수직적으로만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업무가 특정 직원에게 몰리고, 상대적으로 한가한 직원이 생기는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업무가 집중되는 합참 부서 직원들은 ‘전투체력의 날’이나 ‘체력단련 시간’에도 운동을 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서류 업무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라는 데 합참 간부들도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워라밸 군인’ 따로 있고, ‘과로 군인’ 따로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ㄴ씨는 “군의 최고 작전지휘부가 체육대회를 할 여유가 있으면 합참 인원을 감축할 생각부터 해야 한다”며 “적절한 인원이 넘으면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합참 간부 ㄷ씨는 합참이 전작권 전환 준비를 이유로 야전에서 많은 장교들을 차출해 놓고 이들에게 적절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내부 문제점을 전했다.


군 장성 ㄹ씨는 “합참은 분야별 전략, 전력·작전기획 등 소그룹별 발전분야 토의가 이뤄져야 하는 곳”이라며 “장병이 혼연일체로 움직이는 행동화된 야전부대와는 다르게 작동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뇌집단에 걸맞은 자리매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합참은 요즘 ‘무사고 100일 작전’ 표어를 내걸고 있다. 이를 놓고도 군사작전을 하는 군령기관이 사단급에서나 하는 ‘군사 행정’에 치중하는 게 아니냐고 군 간부들은 지적한다. 합참이 사단급 제대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군사작전을 총지휘하는 기관이 ‘무사고 작전’을 표방할 경우 예하 부대로 내려가면서 ‘몸사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북 위협이 줄어들고 합참 작전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형식에 치중하는 행정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참 보고문서는 육·해·공군의 공식 보고문서와 다르게 색깔이 들어가 있다. 보고서류에 동그라미와 네모 등을 표시한 후 3가지 색깔로 구분하라는 지시는 과거 행정군대에서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합참 장성 한 명은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와 관련한 사건에 연루돼 국방부 조사본부의 조사를 받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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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9년…새롭게 드러난 사실과 꼬리 무는 의문


2010년 3월26일 오후 9시21분58초. 지진파 감지기록을 토대로 한, 해군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이 시작된 시간이다.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은 구조되지 못했다. 3월27일 0시4분쯤 천안함은 완전 침몰했다. 26일이면 천안함 침몰 9주기다.


이명박 정부의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을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인한 ‘폭침 사건’으로 규정하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함 침몰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다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신상철 전 서프라이즈 대표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해군의 1200t급 초계함인 천안함이 26일로 침몰 9주기를 맞지만 북한 잠수정의 폭침 사건이라는 당시 정부의 조사결과를 둘러싸고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에서 세번째)와 의원들이 25일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를 방문,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는 장면이다. 연합뉴스


■ 새떼 vs 잠수정


합조단 관계자 “영장 신청 안 받아져 사실 확인 못해”

군, 초기엔 북 잠수정 소행 추정 유력 증거 폐기 의혹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당시 군 수사기관이 해군 초계함인 속초함의 함장에 대해 긴급체포를 시도하려 했던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당시 ‘천안함 합동조사단’ 핵심 관계자였던 ㄱ씨는 25일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이 미확인 물체를 녹화한 광학추적장비(EOTS) 영상 2분 분량이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속초함 함장 ㄴ중령에 대해 증거인멸 혐의로 긴급체포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수사관은 ‘긴급체포영장 신청 요청이 2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더 이상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다’는 사실을 천안함 종합조사결과 발표 후 남이섬에서 열린 조사본부 워크숍 토의 과정에서 토로했다”고 전했다. 


이는 괴물체 정체가 북한 잠수정이 유력하다는 증거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드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군은 사건 초기에는 천안함 침몰과 북한 도발 가능성의 연관성을 지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 당시 ‘속초함’은 작전명령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남단까지 북상했다. 속초함은 오후 10시55분쯤 사격통제 레이더상에 백령도 북방에서 42노트(시속 76㎞)로 고속 북상하는 미확인 물체를 포착했다. 이후 76㎜ 함포로 9.3㎞ 떨어진 물체를 향해 오후 11시부터 약 5분간 경고사격 후 격파사격을 실시했다.


국방부는 “속초함 레이더상에 포착된 물체가 한 개에서 두 개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합치는 현상이 반복되고, 육지 쪽으로 사라졌다며 새떼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EOTS에도 분산된 점의 형태로 나타났고, 고속 항해 시 발생하는 물결 흔적(웨이크)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새떼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그러나 2010년 6월2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새떼 보고’를 놓고 국방부와 감사원이 주장과 반박을 거듭했다.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은 “속초함이 괴물체를 발견해 발포했고, 이를 2함대사령부에 보고하면서 속초함장과 승무원은 ‘이것은 괴물체, 나아가 북한 반잠수정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동참모본부 예규에 따라 가감 없이 상급부대에 보고토록 돼 있지만 2함대사령부가 새떼라고 유도해 왜곡시킨 잘못을 우리가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은 “속초함에선 검은 물체라고만 보고했지 신형 반잠수정이라고 보고한 적이 없다”며 “속초함과 2함대사령부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새떼로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어뢰추진체 부식 상태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 공격의 ‘스모킹 건’이라고 제시한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는 정부 발표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합조단이 결정적 증거로 내놓은 어뢰추진체 스크루는 페인트칠된 표면이 온통 하얗게 뒤덮인 상태였다. 당시 독자적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조사한 러시아 조사단은 ‘1번 어뢰’의 부식 정도 등에 비춰봤을 때 물속에 있던 기간에 문제가 있으며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김의수 박사(한국교통대 안전공학부 부교수)는 최근 신상철 전 민군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합조단의 보고서 중 선체와 어뢰의 부식 상태 비교 분석 관련 내용이 검증 차원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8년 만에 밝혔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있으면서 합조단 자문으로 위촉돼 ‘1번 어뢰’ 추진체의 부식 검사를 담당했다. 그는 부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굉장히 많아 어뢰추진체가 바닷속에 얼마나 있었는지 최종적으로는 판단이 어렵다고 통보했는데도 정부의 합동조사결과 보고서엔 (1번 어뢰와) 천안함 선체 부식 정도가 유사한 것처럼 돼 있다고 지적했다.


ㄱ씨도 “윤덕용 당시 합조단 공동단장(KAIST 명예교수)의 조사결과 발표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국과수나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그런 분석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부분은 윤 공동단장이 해명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 당시 공동단장은 “(어뢰 모터에 있는) 철의 부식 상태를 보면 함수는 약 한 달 동안 해저에 있었고 (어뢰)추진체는 한 달 반 동안 해저에 있어서 부식 정도가 비슷하다”고 발표했다.


■ 화약성분의 출처


당시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HMX, RDX, TNT 등의 화약성분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들을 분석한 결과 어뢰에 들어가는 화약성분이라며 북한 어뢰나 중국 어뢰의 화약성분 표본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뢰가 누구 것이냐까지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합조단은 천안함 함수와 연돌에서 검출된 화약성분이 천안함의 40㎜ 함포나 76㎜ 함포의 포연에서 나온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조단 내부에서도 “‘포항함’ 같은 해군의 다른 초계함의 함수와 연돌에서도 같은 성분이 검출될 경우 이는 함포에서 나온 포연일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RDX 등은 증거 능력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비교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묵살됐다. 이 밖에 ‘어뢰 프로펠러에 붙어 있는 백색 물질의 정체’ 등을 놓고도 합동조사위원의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어뢰 설계도 논란


어뢰 설계도 출처 또한 북한제냐 아니냐를 가리는 중요한 문제의 핵심이다. 합조단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백령도 인근에서 수거한 어뢰의 프로펠러와 추진모터 등을 분석한 결과, 북한산 ‘CHT-02D’라고 밝혔다. 그 근거는 북한의 해외 수출용 어뢰 카탈로그에 나온 설계도면이라고 발표했다. 카탈로그 출처에 대해서는 정보 보안사항이라는 이유로 함구했다.


이를 놓고 방산업계 관계자는 “무기 수출용 카탈로그에 설계도가 들어가는 것은 일반적 관행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회로도까지 들어간 제작용 설계도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구조를 개념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문제는 ‘1번 어뢰’ 추진체를 보고 북한제 CHT-02D 설계도와 일치한다는 결론을 누가 내렸느냐이다. 이와 관련해 합조단은 두리뭉실하게 북한 설계도를 근거로 했을 뿐, 조사단의 누가 어떤 근거로 일치한다고 결론을 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다. 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서두른 조사결과 발표


어뢰 부식 상태와 설계도 논란, 화약 성분 출처 놓고도

이견 분분한데 ‘100% 과학적 검증’ 거친 것처럼 발표

당시 6·2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적으로 이용설 제기


당시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군의 대응은 발생 초기와 나중이 확연히 달랐다. 이는 사건 초기 청와대 내에서 ‘북이 그랬을 리 없다’고 여기던 분위기가 팽배하다가 나중에 북한 소행으로 단정지었던 과정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정부는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천안함 피격 사건 최종 조사결과를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다툼의 여지가 남아 있는 부분들까지 마치 100% 과학적 검증을 거친 것처럼 발표해 ‘의혹의 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당시 핵심 관계자 ㄱ씨는 “한국산 제품에 필리핀산 장신구를 달고 중국제 페인트를 칠해놓고 100% 한국산이라고 주장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은) 북한 소행이 명백한 것으로 보지만, 당시 합조단 발표는 중간 조사단계 발표였어야 맞다”며 “당시 조사단이 마치 모든 의문점을 과학적으로 100% 확인한 것처럼 공식 발표하는 바람에 오히려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키웠다”고 말했다. 사실상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19-1 동맹’ 한·미 연합연습이 12일 끝난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과 관계없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도 내부적으로는 상반기 군 고위 장성 인사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군 대장급 인사는 4월에 단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에는 대한민국의 대장 계급 8자리 가운데 7명이 바뀌었다. 육군의 경우 최소한 2.5기수가 젊어졌다. 이후 인사에서도 ‘진급 적체 해소’를 명분으로 세대교체가 이어졌다. 군에서는 전 정권에서 진급한 3성 장군 이상을 배제하고 그 자리를 현 정권에서 진급시킨 인사들로 ‘물갈이’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군 고위 장성 인사가 다음달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육사 출신의 육군참모총장이 처음으로 배출될지 등에 군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 진급자의 삼정검에 보직·계급 등이 새겨진 수치(끈으로 된 깃발)를 달아주는 장면. 경향신문 자료사진

 

다음달 인사 관전 포인트는 크게 4가지 정도다. 첫째는 50년 만의 첫 비육사 육군참모총장 배출 여부다. 둘째는 1971년 이후 48년 만에 해병대 대장이 나올 것인가, 셋째는 정보부대장 출신이 육군 대장으로 진급할 것인가, 넷째는 누가 공군참모총장이 될 것인가이다. 정부는 해병대 사령관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 12일을 전후해 대장급 인사를 실시하고 이어 육군 군단장급 등 3성 장군 이하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일정과 인사폭이 변수다. 다만, 정부가 군 수뇌부 인사를 하는 데 군사적 측면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사례가 많았다는 점은 유력 후보를 점치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 ‘바로미터’는 해군총장

 

청와대, ‘첫 비육사 육군총장’ 임명 의지 강해…
학군 22·23기, 3사 20기 주요 후보군

 

다음달로 예정된 군 수뇌부 인사의 ‘바로미터’(척도)는 해군참모총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해사 39기인 심승섭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해군참모총장에 임명했다. 3개 기수를 건너뛴 파격 인사였다. 심 총장 선배인 해사 36~38기 장성 10여명이 군복을 벗고 전역해야 했다. 이런 배경에서 차기 인사에서 육군참모총장과 공군참모총장에 심 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선배 장군을 임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심 총장의 육군 임관 동기는 육사 41기와 학군 23기다. 공사 동기는 33기다. 소위 81학번들이다.

 

‘육사 41기’ 육군총장 후보군으로는 최영철 교육사령관,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 최병혁 육군참모차장, 이정기 지상작전사령부 참모장(이상 중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육군 대장 진급 후보자들이기도 하다. 이석구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중장)도 육사 41기이지만 기무사령관 재직 당시 입은 ‘상처’가 워낙 크다.

 

그러나 육군총장의 경우 해군총장이나 공군총장보다 기수가 앞선 전례가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육사 40기인 김운용 지상작전사령관과 김병주 연합사 부사령관(이상 대장) 가운데서 차기 총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이 나올 지 여부다. 이번 정부는 출범 이후 국회 청문회를 의식해 합참의장과 육군총장 인사를 사실상 ‘대장 돌려막기’ 식으로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청와대는 ‘첫 비육사 육군총장’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육사 육군총장이 탄생하면 육군 인사행정체계 등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후보군은 남영신 군사안보지원사령관(학군 23기·중장)과 황인권 제2작전사령관(3사 20기·대장)으로 압축된다. 육군 내부 인사에서 3사 20기는 육사 41기와 비슷한 기수로 분류된다. 김성진 국방대 총장(학군 22기)도 넓은 후보군에 포함된다.

 

‘비육사’ 나오면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 깨져…
현 정부 ‘대장 돌려막기’ 비판도

 

이번에 비육사 출신이 육군총장에 임명되면 1969년 서종철 총장(육사 1기) 이후 육사 출신 ‘총장 대물림’ 관행이 깨지게 된다. 서 전 총장 이전에는 창군 주역이었던 군사영어학교 출신들이 주로 육군총장을 맡았다.

 

남 사령관은 총장이 아니더라도 대장 진급은 유력하다. 44대 기무사령관 겸 초대 안보지원사령관인 남 중장이 진급하게 되면 군 정보기관장 출신으로는 20년 만의 대장 배출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합참의장을 지낸 이남신 전 기무사령관이 1999년 대장으로 진급한 이후 군 정보기관장 출신 대장은 없었다.

 

김용우 육군총장과 함께 2017년 8월 임명된 이왕근 공군총장(공사 31기) 교체도 확실시된다. 후임 공군총장 후보군은 공사 33기인 황성진 공군참모차장과 최현국 공사 교장(이상 중장)이 거론된다. 공사 32기인 원인철 합참차장과 이건완 공군작전사령관은 해군총장보다 선배 기수인 탓에 확률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해군처럼 기수를 건너뛰어 공사 33기인 이성용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의 발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군은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미 이뤄진 만큼 일부 중장·소장급 지휘관들의 수평 이동이 예상된다.

 

■ 해병대 4성 장군

 

해병대 4성 장군 길 열렸지만 보직 형평성 둘러싼 갈등 많아
당장 실행될지는 미지수

 

3성 장군인 해병대사령관의 4성 장군 길이 최근 열렸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해병대사령관이 임기를 마친 뒤에 전직이나 진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군 인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연합·합동작전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해병대사령관을 다른 중장급 보직으로 임명하거나 대장급 직위로 진급시켜 군사력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였다. 현행 군 인사법은 중장 계급인 해병대사령관이 2년 임기를 마치면 ‘당연 전역’토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정경두 국방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 각군 수뇌부는 관계법 개정안을 반대하다 지난달 고위 정책간담회에서 입장을 바꿨다. 여야 모두 법 개정 취지에 찬성하는 사안을 무작정 반대만 하기는 어려웠던 탓이다.

 

해병대사령관을 거친 뒤에 대장으로 진급해 갈 수 있는 현실적인 자리로는 합동참모본부 차장(현재 중장 직위에서 대장 직위로 변경한 후 임명),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는 합참의장과 해군총장도 가능하다. 또 중장으로 전직이 가능한 자리로는 합참 차장·본부장과 해군참모차장, 해사 교장 등이 있다

 

이에 대해 육·해·공군은 불편한 입장이다. 해병대사령관의 대장 진급이나 중장급 2차 보직이 가능해지면 각군의 장군 보직에 미치는 영향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합참 본부장 자리에 해병대사령관 출신이 임명되면 육·해·공군 장성 가운데 1명은 합참을 나가야 한다.

 

육군과 공군은 해병대가 해군 소속인 만큼 해병대사령관의 2차 보직은 해군 몫에서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육군 ㄱ중장은 “병력 2만9000여명인 해병대에서 4성 장군이 나온다면 병력 59만9000여명인 육군에서는 대장이 20명 나와야 비율이 맞다”고 말했다.

 

국방부도 관계법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하면서도 “이는 근거조항 마련일 뿐 (3성 장군 이상) 정원 조정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다양한 요소가 있다”며 “실제 인사 실시 여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현재 해병대사령관인 전진구 중장(해사 39기)이 이번 인사법 개정안 통과의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다. 전 사령관의 임기 만료가 다음달 12일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 사령관이 중장 2차 보직을 받거나 대장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군 인사법 개정안이 4월12일 이전에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게다가 전 사령관은 심승섭 해군총장과 동기생이어서 실질적으로 갈 수 있는 자리는 합참 1·2차장과 연합사 부사령관밖에 없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당시 개정된 군 인사법은 예비역이 전역 당시 계급으로 재임용될 수 있는 길을 열어놔 전 사령관이 전역 후에 다시 군에 복귀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군총장, 해군처럼 ‘파격 임명’ 가능성…
안보지원사 출신 육군대장 나올지도 관심

 

이번 군 인사에서는 지난달 국가안보실 제1차장에 발탁된 김유근 예비역 중장(육사 36기)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거리다. 전임자인 이상철 차장이 예비역 준장이었고, 육사 38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방부가 체감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직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김 1차장이 정경두 국방장관(공사 36기)보다 사관학교 기수가 2년 선배인 점을 감안하면 군 통수권자의 안보실을 통한 안정적인 군부 통제 의지가 읽혀진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는 2005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경호실 종합상황실장을 지내다 준장으로 1차 진급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한국방공식별구역 ‘카디즈’ 무단 진입…사상 처음 울릉도·독도 사이 비행
중국기 뜰 때마다 동해에선 한·일 전투기 맞대응 출격, 공중에서의 긴장 고조
안보패권 과시와 한·미·일 전력 관찰, 신호정보 수집  등 다목적 노림수 분석

 

중국 군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횟수가 급증하고, 진입 구역도 독도·울릉도·강릉 앞바다까지 더 깊숙해지고 있다. 사진은 2015년 중국 국방당국이 공개한 ‘신형 폭격기’. 중국군망 캡처 _ 연합뉴스

 

중국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무단 진입이 점입가경이다. 횟수는 갈수록 늘어나고 범위는 깊어지고 있다.

 

중국 Y-9 정찰기는 지난 23일 카디즈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자디즈)을 넘나들었다. 이번에는 사상 처음으로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지나가기까지 했다.

 

■ ‘무단 진입’ 2년 만에 2.8배↑

 

울릉도 일대까지 침범하는 중국 군용기의 장거리 비행은 2017년 말부터였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항공기의 무단 진입은 주로 이어도 인근 지역과 서해에 한정됐다. 그러나 이제는 대한해협을 거쳐 강릉 앞바다까지 접근해 한국을 직접 압박하는 장거리 무단 진입 비행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지난해 중국 군용기는 8차례 카디즈를 무단 진입했다. 모두 이번처럼 월말에 들어왔다. 가까운 날짜순으로 보면 작년 12월27일, 11월26일, 10월29일, 8월29일, 7월27일, 4월28일, 2월27일, 1월29일 등이다. 그러다 보니 합참은 월말만 되면 카디즈를 예의주시하다가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하면 전투기 대응출격을 지시하는 게 월례 행사처럼 돼 버렸다.

 

중국 군용기는 통상 한 번 비행에 카디즈를 2~3회 드나들고 있다. ‘제주도와 이어도 주변~포항과 강릉 동쪽~울릉도 주변 북상’ 후 다시 왔던 경로를 따라 비행한 후 복귀하는 식이다.

 

중국 군용기는 카디즈와 맞닿은 자디즈를 넘나들며 월선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동해쪽에서는 맞대응 출격하는 한국 전투기 10여대와 일본 전투기 10여대 등 20여대가 중국 군용기에 근접비행을 하며 경고 통신을 하는 등 공중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고 있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은 동·서·남해 전 지역에 걸쳐 확대되고 횟수도 크게 늘고 있다. 합참은 25일 “2016년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 횟수는 50여차례였지만 2017년엔 80차례, 작년엔 140여차례였다”고 밝혔다. 2년 만에 2.8배로 늘어났다.

제주와 이어도 주변은 한·중·일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공역이다. 이에 따라 중국 군용기가 이곳을 진입하더라도 한국 공군은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지난(濟南)군구 방공센터 핫라인 등을 통해 적절한 교신이 이뤄지면 전투기의 대응출격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해지역 카디즈는 한국의 고유 방공식별구역인 만큼 중국 군용기가 무단 진입할 경우 전투기의 즉각 출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 이어도 노리는 중국

 

중국은 2013년 실질적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센카쿠(尖閣) 열도와 이어도를 포함한 주변 배타적경제수역 상공을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으로 선포했다. 더불어 인근 해역에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서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2016년 이후 대폭 늘어난 중국의 서해 및 카디즈 내 군사활동이 그것이다. 해군은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그 전조가 이제는 정례화된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이라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ADIZ)은 영공 외곽 공해 상공에 설정된 구역이다.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한 임의선인 것이다. 항공기 속도가 워낙 빨라 적 항공기가 영공에 들어온 뒤 대응하는 것은 늦기 때문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다.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는 국가는 28개국 정도로, 국제법상에 명확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는 관할국의 사전 허가를 받는 게 관례다. 무단 진입한 항공기가 안보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대응 출격해 정체를 확인하고, 방공식별구역을 벗어날 때까지 퇴거를 유도하고 감시한다는 의미의 ‘요격’도 가능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 처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한국은 한국전쟁 기간이던 1951년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카디즈를 설정했다. 당시에는 중공군 항공작전 능력을 고려해 독도와 울릉도 일대, 마라도 남방까지만 포함했고 이어도는 제외했다.

 

러시아는 2017년 10여차례, 2018년 10여차례, 올해 1차례 무단 진입했다. 러시아는 방공식별구역 개념 자체가 없어 사전 통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한국이 카디즈를 이어도까지 확장한 것은 2013년 12월이었다. 1969년 일본이 자디즈를 설정할 때 이어도 주변 수역까지 포함한 데 이어 2013년 11월23일 중국이 이어도를 포함한 중국방공식별구역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데 대응해 이어도 남쪽 236㎞ 상공까지 확대한 것이다. 이후 이어도 상공은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민감한 공역이 됐고,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 일본은 2014년 중첩된 방공식별구역을 지날 때 상대국에 제공하는 비행정보 교환방법과 미식별 항공기에 대한 전술조치 절차 등에 합의했다.

 

중국은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 사전 통보와 관련한 합의를 하자는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이 계속 카디즈를 침범하면서 한국 공군의 “귀측은 카디즈 통과를 허락받지 않았다. 즉시 벗어나라”는 경고 통신에 대해 “우리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답변하는 배경이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자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하는 외국 항공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 ‘1타 3피’ 노리는 중국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동중국해뿐만이 아니라 태평양까지 진출을 노리는 중국군의 안보 패권전략에 따른 것이다. 중국이 정례적인 카디즈와 자디즈 무력화를 통해 한반도와 동해를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굳히려는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 군용기는 중국 군함과 공동작전을 펼치기도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해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안보 발전 태세 2018 연례 보고서’의 전략폭격기 장거리 훈련 분석 결과를 보면 중국은 태평양 서부의 미군과 동맹국 군대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 2016년 8월, 2017년 1·8·12월 네 차례 동해에서 진행한 전략폭격기 ‘H(轟·훙)-6K’ 훈련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은 카디즈와 자디즈 무단 진입 정례화를 통해 한·미·일 3국의 항공, 해상 군사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디즈와 자디즈를 무단 진입하고 있는 중국 군용기는 Y(運·윈)-8 조기경보기와 Y-9 정찰기, H-6 장거리 전략폭격기 등이다. 이 가운데 수송기를 개조한 Y-9 정찰기가 가장 빈번하게 출몰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Y-9 정찰기의 동해상 장거리 비행에 대해 신호정보(SIGINT) 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더, 통신, 무기의 각종 전파 신호들을 파악해 분류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중국 정찰기가 정례 비행을 하는 것도 지속적인 정보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 장거리 비행을 통해 한·미·일 군사 전력과 훈련상황을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 카디즈 정례 훈련 필요

 

정부는 중국 측에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한·중 해·공군 간 직통전화 실무회의 개최와 직통망 추가 설치 등을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응하지 않고 있다. 예비역 공군중장 ㄱ씨는 “공군력으로 실질적인 대응을 해 중국이 스스로 협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며 “이어도 지역의 해상 레이더 설치와 공중급유체계와 같은 장시간·장거리 작전능력을 구축해 카디즈 전 공역에서 정례 훈련 강화를 포함한 전술조치가 가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카디즈와 자디즈를 넘나들며 불편한 한·일관계를 이용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이는 한국과 일본이 공동 대응할 경우 중국 군용기가 도발적 행동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밖에 한·중 국방장관 회담은 물론 외교장관 회담,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짚어 한국 정부의 명확한 의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ㆍ국방부 “경보음 시점·방위각·주파수 데이터 공개하라”

ㆍ일 ‘자위대 자랑’ 해상 초계기 장비 오류 가능성은 외면

ㆍ‘독도 지킴이’ 광개토대왕함 견제, 정치적 목적 분석도

 

국방부는 21일 ‘초계기 사건’을 해결하려면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하라고 일본에 촉구했다. 로그파일 기록이 이번 사건의 ‘스모킹 건’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이 공개하겠다는 경고음(RWR·Radar Warning Receiver)이 증거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시와 방위, 주파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초계기) 로그파일을 공개해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며 일본 정부를 향해 구체적인 레이더 정보의 공개를 재차 요구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유튜브에 공개한 한·일 ‘레이더 갈등’ 일본 측 주장을 반박하는 동영상. 위 사진은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상공에서 저고도로 진입한 일본 초계기(원 안)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일본 초계기가 나타나기 직전 조난 선박 구조작전 중인 광개토대왕함 모습이다. 연합뉴스

 

그는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STIR-180)로부터 조사(겨냥해 비춤)를 받았다는 시점의 경고음인지가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를 탐지하고 냈다는 경보음이 울린 시점과 방위각, 주파수 특성 등이 함께 공개되지 않고 부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공개될 경우 국제사회에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탐색용 레이더(MW-08)라면 주기적으로 강약을 반복하는 음이, 강한 전파를 연속해 방사하는 사격통제레이더(STIR)라면 강한 음이 일정 시간 계속된다.

 

■ 데이터 없는 경보음 공개 무의미

 

군사 전문가들은 일본이 단순히 레이더 경보음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확실한 ‘물증’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일본 초계기에 녹음됐다는 경보음이 한국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STIR-180)에서 나온 것인지를 분석한 데이터를 제시해야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에는 녹음 일시, 방위, 주파수 특성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이 지난달 28일 레이더 영상을 처음 공개했을 때 초계기가 녹음한 레이더 경보음도 함께 공개했어야 했다”면서 “뒤늦게 공개하면 그것이 당시 레이더 경보음인지, 아니면 일본 측에서 나중에 더빙한 경보음인지 누가 알겠느냐”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래서 로그파일 공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로그파일은 컴퓨터 시스템의 모든 사용내역을 기록하고 있는 파일이다. 항공기의 운항내역을 기록하는 블랙박스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최 대변인은 일본이 P-1 초계기의 레이더 탐지 당시 경보음을 공개할 방침인 것과 관련해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칠 것이 아니라 정확한 (레이더) 증거를 제시하고 양국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경고음 공개도 일본이 불리한 국제적 관심을 전환하기 위해 벌이는 부적절한 여론전의 일환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일본 초계기 승무원들이 경보음을 탐지했다고 주장한 시점부터 실시간으로 위협 시현 계기판에 기록된 자료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일, 성능 맹신, 장비 오류일 수도

 

일본 P-1 초계기의 위협비행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0일 한국 해군작전사령부와 일본 해상자위대 사이의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았다. 그만큼 다급하고 심각한 사항으로 한·일 양측이 간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다만 일본은 다음날 오후 와타나베 다쓰야 일본 해상자위대 무관(대령)을 통해 해당 해역에서 광개토대왕함이 작전을 했는지 여부와 함께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한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당시 상황에 대해 문의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광개토대왕함은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 중이었고, 사격통제레이더를 가동하지 않고 탐색·추적레이더(MW-08)를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일본 무관은 국방부 설명을 본국에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국방부 답변을 무시했다. 지난달 22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한국 해군 함정이 화기관제레이더(사격통제레이더의 일본식 표현)로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겨냥했다”며 한국 측에 항의했다. 이는 일본이 실무적인 추가 협의도 없이 한국 국방부 설명을 일방적으로 거짓으로 간주한 처사였다.

 

이 같은 일본 행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지지율 제고라는 정치적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해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치적 목적에다 일본이 자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 전자장비 성능에 대한 과신이 겹쳐 무리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P-1 초계기 장비의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국 해군이 거짓말하고 있다고 일본이 확신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이 제작한 P-1 대잠초계기는 P-3C를 대체하고 있는 일본의 주력 대잠초계기다.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P-1을 ‘대동아공영권 초계기’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 해상자위대가 자랑하는 전력이다.

 

전문가들은 P-1 초계기가 당시 광개토대왕함과 함께 구조작업 중이었던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탐색 및 사격통제 겸용인 삼봉호 켈빈 레이더는 광개토대왕함의 사격통제레이더와 같은 ‘I밴드’(주파수 8~12㎓)를 쓰기 때문에 오인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일본 초계기가 사격통제레이더에 접촉했다고 말하는 순간 광개토대왕함은 삼봉호와 유사한 선상에 위치한 상태였다.

 

만약 해경 삼봉 5001호 레이더파와 혼동했다면, P-1 초계기는 광개토대왕함 150m 상공까지 저공비행을 하면서도 레이더파의 방위분석도 하지 못한 꼴이 된다. 성능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 ‘초계기 도발’ 배경과 전망

 

해군은 P-1 초계기의 위협비행은 한국 해군을 무시한 사실상 ‘도발’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초계기가 사격통제용 STIR 추적레이더 빔에 노출됐다면 상대방이 사격 조준 및 장전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다. 일본이 공개한 영상에서 P-1은 오히려 고도 150m로 광개토대왕함에 500m까지 근접해 비행했다. 그러면서 함정에 헬기는 탑재돼 있지 않으며 함포는 우리 측을 향하고 있지 않다고 승무원끼리 이야기한다. 승무원들의 통신음에선 전혀 긴박함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예비역 해군 제독은 “만약 일본 초계기가 STIR의 위협을 감지했다면 대공 무기를 회피하도록 하는 금속물질인 ‘채프’를 발사하고, 즉시 광개토대왕함으로부터 멀리 벗어났어야 한다는 것이 조종사들의 기본 매뉴얼”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그토록 위험한 레이더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 즉시 회피기동을 했어야 함에도 여유있게 비행을 한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일본 측에 요구한 이유다.

 

사건이 발생한 공해상은 한·일 해상경계선상(양국 공유 수면)의 공해 어장이지만 일본 해상자위대의 초계수역이다. 한국 해군이 이곳을 통행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통상 잘 가지 않는 곳이다. 그런 만큼 일본은 독도를 지키는 1함대의 기함인 광개토대왕함이 나타나자 P-1 초계기를 발진시킨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연례적인 독도 방어훈련이 실시된 지난달 초순쯤을 전후해 훈련의 핵심 함정인 광개토대왕함의 움직임에 신형 초계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점검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초계기 위협비행과 함께 촉발된 레이더 공방의 진실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99% 이상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 측이 레이더 정보를 일방적으로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주파수 폭(PW), 주파수 간격(PRI)과 같은 고유 주파수 특성이 드러나면 상대방 전파방해(재밍) 공격으로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한·일 양국 모두 전파 데이터는 중요 기밀이다. 정보를 공개하면 관련 장비의 거리분해 능력과 방위분해 능력, 파형분석 능력 등과 같은 군사기밀이 모두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정보의 대칭성과 비례성만 확보되면 장비 제작사 등 제3자를 통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을 통한 팩트 확인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신들의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면서 한국 군함 레이더 정보 전체를 달라고 하는,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이미 국제사회에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알렸는데, 이제 와서 다른 함정이라고 번복하거나 착각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일본의 처지도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문재인 대통령 ‘정보 문제’ 언급

·일부 대북 전술정보 오류···합참은 “북의 ‘기만전술’ 주장

·자의적 정보판단·오류 반복되면 ‘외과수술’ 불가피

 

김용우 육군참모총장(가운데)이 중동부전선 철원 지역 GP 철거현장을 둘러본 뒤 GP 뒤편에서 북측을 바라보며 군사분야 합의 이행과제를 현장토의하고 있다. 육군 제공

 

국방정보본부를 비롯한 군의 대북 군사정보 기관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군 안팎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이들 기관이 생산하는 북한군 전술·전략 정보에 대한 신뢰도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9·19 남북 군사합의’를 계기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 군사회담 협상 과정에서는 정확한 북한 군사정보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북 군사정보 최고 책임부서인 국방정보본부 등에 대한 ‘경고등’은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이미 켜진 것으로 보인다.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방정책 토론 자리에서 (대북) 정보 문제를 언급했다. 당시 업무보고에 배석했던 국방부 간부 ㄱ씨는 “VIP(대통령)께서 말씀 도중에 ‘정보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이는 합참정보본부를 비롯한 군 대북 정보부서를 언급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국방정보본부에서 특히 대북 군사정보는 합참정보본부 관할이다.

 

■ ‘괴물 정보’로 변질

 

문 대통령이 언급한 ‘정보 문제’는 우선 합참의 대북 전술정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복수의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참정보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군 관련 전술정보 일부가 남북 군사합의 이행 과정에서 ‘팩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군이 아군의 혼선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만전술을 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정보는 중요한 것도 아니고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북한군이 남북 군사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남측에 노출한 일부 정보는 북의 ‘기만전술’인 데다 정보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탈북 북한군에 대한 합동심문과 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탈북 북한군이 진술한 정보가 전술 군사정보에 반영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ㄱ씨는 ‘군사정보’가 ‘괴물 정보’로 변질되는 경우를 우려했다. 합참정보본부의 고질적인 관행이 전임자가 ‘A’라는 군사위협 정보를 생산하면 후임자가 전임자 판단을 뒤집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후임자가 자신의 진급·보직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거나 개인적 친분이 깊은 선임자를 의식해 ‘A’를 기본으로 추가 정보를 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잘못된 괴물 정보가 만들어지는 일이 반복되는 정보본부 내부 문제점을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자의적 판단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북한 군사정보를 과대 포장했다는 의심을 산 사례가 여러 차례 있다. 북한군이 한때 장비 노후화와 기름 부족으로 일부 전차사단과 포병사단을 해체하자 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해체한 사단을 경보병 사단으로 재편해 전투력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북한군 전투력이 줄어든 것을 오히려 높아졌다고 분석한 것이다.

 

예비역 장성 ㄴ씨는 잘못 생산된 표적 정보 등으로 인한 유사시 아군의 화력 낭비를 문제점으로 들었다. 잘못된 정보 판단으로 다연장로켓체계(MLRS) 공격이면 충분한 표적에 대해 1발에 20억원 하는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까지 동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현역 장성 ㄷ씨는 “정보본부가 생산하는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가끔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본부가 이순진 합참의장(육군 대장)에게 보고했던 북한군 ‘장사정포’ 관련 사례를 들었다. 당시 정보본부는 “북한군이 대공포로도 활용이 가능한 개량형 장사정포를 개발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장사정포가 항공기도 격추시킬 수 있다는 의미로, 공군의 전시 목표물 타격작전 방식을 모조리 뜯어고쳐야 할 판이었다. 종합적인 분석·조사 결과 이 보고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만약 이 보고에 기초해 전력증강이 이뤄졌다면 국민 ‘혈세’가 엉뚱한 곳에 투입될 수도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0일 국방부에서 열린 ‘2019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부를 의식한 비효율적인 중복 보고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합참 간부 ㄹ씨는 “남북 군사합의 이후 북한정보부와 정보융합실의 대북 정보 상당 부분이 중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군 수뇌부 관심이 높아지자 양측이 정보를 조율하기보다는 경쟁적으로 보고를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본부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하는 블랙북(일일 특수정보 보고서)조차 핵심적 분석은 없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단순한 정보 모음집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히 유효한 형편이다.

그러나 합참 장성 ㅁ씨는 “정보는 불확실성을 전제로 팩트에 근접해 나가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감수한 군사작전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반면 현역 장성 ㅂ씨는 “적 능력에 대한 과대 평가는 비효율적인 전력 대응으로 돌아온다”며 “그런데도 ‘적에 대해서는 최대 평가, 아군에 대해서는 최소 평가’를 해야 전쟁에서 안전하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닌 고급 지휘관들이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곡된 정보를 바탕으로 적을 과대 포장하면 자칫 적에 대한 잘못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는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군 정보당국은 정치적 목적으로 ‘정보 독점’을 활용한다는 의심을 사기도 한다. 해외 무관 출신인 예비역 대령 ㅅ씨는 “지난 정권에서 ㅇ정보본부장(중장)이 무관 내정자들을 상대로 교육하면서 ‘북한 정권이 3년 이내에 붕괴한다’고 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한 발언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합참정보본부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북한 핵실험을 예측하지 못했다. 나아가 징후조차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정보본부장은 2015년 9월 국정감사에서 ‘북의 핵실험 징후는 1개월 전에 파악이 가능하다’고 밝혔으나 2016년 1월 북의 4차 핵실험을 전혀 감지하지 못해 ‘망신’을 샀다. 이후 군 당국은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후에는 언제 발사 버튼을 누를지 알 수 없다”며 “게다가 핵실험은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더더욱 알기 어렵다”고 변명했다.

 

■ ‘왔다 갔다’ 정보 분석

 

합참정보본부는 2016년 8월 북한 노동미사일 2발 발사를 1발 발사라고 정보를 왜곡해 발표한 사례도 있다. 당시 첫 번째 노동미사일 발사가 폭발로 실패한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릴 경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효용성 논란에 이용될 수 있다는 청와대 판단을 고려해 정보를 왜곡했다고 당시 합참 관계자는 전했다. 군 정보당국의 이런 ‘왔다 갔다식’ 정보 분석이 나올 때마다 정보사항을 정치적으로 가공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안보 마케팅’이 필요할 경우 안보 위기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분석하거나, 아니면 반대로 낙관적인 ‘로 키’로 방향을 잡는 식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하면서 합참정보본부는 ‘안이한’ 정보 분석으로 또 질타를 받았다. 앞서 전년도 5월8일 북한이 SLBM 모의탄 사출실험에 성공했을 당시 “북한이 공중점화쇼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실제 SLBM 개발 완료까지는 4~5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북한이 SLBM 발사에 성공하자 합참정보본부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북한의 죽기 살기식 도전’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군 정보당국 간부들의 일탈도 심상치 않다. 정보부대 ㅈ장군은 지난해 10월1일 국군의날에 부하 여성 장교를 성추행했다가 구속됐다. 또 지난해 6월에는 국군정보사령부 간부들이 다른 국가 정보요원들에게 수천만원을 받고 해외 비밀공작요원 명단 등 군사기밀 100여건을 팔아넘겼다 구속 수사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국방정보본부 등은 군사기밀을 군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부서로 국가정보원 외에는 사실상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있다. ‘정보 서비스’보다는 ‘정보 독점’에 집중하는 등 군 정보당국의 정보 전달체계 문제점과 개혁 필요성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도 인식했다. 그는 재임 시절 국방정보본부에 정보병과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크게 나아진 것은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군 대북 군사정보당국의 자의적 정보 판단과 오류가 반복 노출될 경우 대대적인 ‘외부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군 당국이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이와 관련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적극 부인하자니 ‘긁어 부스럼’이 되면서 오히려 가짜뉴스를 키워줄까 우려스럽고, 놔두자니 유언비어로 확산될 우려가 있어서다.

 

최근에는 전진구 해병대 사령관(중장)의 ‘9·19 남북 군사합의서 불복’이라는 가짜뉴스까지 등장했다. 전 사령관이 “국가공무원법상 상관의 불법 부당한 지시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정당 행위로 이번 9·19 남북 군사합의서는 3가지 이유로 따를 수 없다”고 선언했다는 것이다. 해병대는 사실무근의 가짜뉴스라는 입장이다.

 

경기 양평 비승사격장 일대에서 훈련 중인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코브라(AH-1S) 공격헬기가 로켓포를 발사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같은 기종의 헬기 6대가 백령도에 배치됐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앞서 국방부는 ‘해병대가 동·서해 북방한계선 및 한강 하구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에 반대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악의적 보도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9·19 군사합의와 별개로 서북도서 등에 대한 군의 군사 전략 및 전술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보수정권이 ‘안보 무능’을 가리기 위해 실시한 즉흥적인 ‘군사 아마추어리즘’ 무력 증강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서북도서에서의 끝없는 군비경쟁을 통해 무모한 소모전의 악순환이 빚어졌고, 역설적으로 보수정권의 안보 무능이 가려져왔다고 비판해왔다.

 

■ ‘계륵’이 된 코브라 헬기

 

군은 2010년 11월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육군 항공작전사령부(항작사) 예하 111항공전대 AH-1S 코브라 헬기 6대를 백령도에 배치했다. 북한 공기부양정 침투 등 국지도발에 대비한다는 명목이었다. 북한의 고암포 기지에서 출발한 공방급 공기부양정이 1시간 내에 백령도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 코브라 헬기 전대가 백령도에 배치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코브라 헬기 6대를 백령도에 배치하기 위해 국민세금 500억원을 들여 격납고를 건설했다.

 

섬에서 산을 깎고, 격납고 안에 육지의 헬기 격납고에 없는 시설들까지 넣다보니 건설 예산이 육지 시설보다 훨씬 많이 투입됐다.

 

이 코브라 헬기 전대는 백령도 배치 때부터 ‘유사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코브라 헬기가 북한군 공기부양정의 기습 침투 대비용이라고는 하지만 북한군 해안포가 집중 포격을 할 경우 과연 뜰 수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코브라 헬기는 유도무기가 없어 명중률이 떨어지고 야간이나 악천후에 취약하다. 실제 서해5도 작전에선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비판이 당시 백령도를 찾은 예비역 육군 대장에게서도 나왔다. 육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역시 유사시 북한 공기부양정 차단을 위해 서해5도에 긴급 전개한다는 점도 코브라 헬기 배치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령도에 배치된 코브라 헬기에 대한 문제점은 과거 국회 국방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먼저 서북도서에 배치된 AH-1S 코브라 헬기는 전시에는 항작사로 복귀할 전력이다. 이 코브라 헬기를 운용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은 해상 공중이동이 어려워 독도함에 싣고 이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육상용인 코브라 헬기는 부분적인 해상작전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엔진이 하나인 단발 헬기로 규정상 육지에서 수㎞ 떨어진 해상에서의 비행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백령도의 코브라 헬기는 정비 등을 위해서도 수시로 육지로 옮겨야 하는데 독도함에 바로 싣고 이동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6시간이 소요된다.

코브라 헬기는 백령도에서 로켓포 발사 훈련을 할 때도 지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상례다. 가까운 바다라도 나갈 경우 기체의 염분 세척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번거로운 작업을 피하기 위해서다. 항작사는 부대 운용의 어려움이 많아 해병대에 백령도의 코브라 헬기 전대를 이양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병대가 거부하면서 백령도 코브라 헬기는 사실상 ‘계륵’이 됐다.

 

■ 무용지물 된 정찰·탐지자산

 

보수정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대북 감시능력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240억원을 들여 무인 전술비행선 2대를 도입했다. 열기구 형태의 전술비행선은 광학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갖추고 지상과 로프로 연결된 10㎞ 상공에서 북한 지역을 감시하는 정찰자산이다.

 

그러나 1대는 2013년 12월 업체 직원의 실수로 일부 파손됐고, 나머지 1대도 수락검사(성능검사) 도중 백령도 140m 상공에서 기술적 문제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게다가 비행체에서 수집된 정보가 지상으로 원활히 전송되지 않는 결함도 발생했다.

 

군 당국은 전술비행선의 도입 목적을 서북도서 북쪽 북한군, 특히 포병의 동향을 24시간 감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마약 단속 등 목적으로 주로 미국 남부 해안지역에서 사용하던 전술비행선을 바람이 강하고 기온차가 큰 서북도서에서 운용하겠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였다. 전술비행선은 고정식이나 마찬가지여서 유사시 북한군 미사일 한방이면 파괴되는 약점도 갖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활동 중인 해군 정보함인 ‘신세기함’에 무인정찰기(UAV)를 배치하는 사업도 2016년 말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영상 확보용 무인정찰기 3대 중 2대가 추락하는 등 기한을 넘기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결국 허술한 검증과 조급증으로 사업을 추진해 대규모 국고가 투입된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이어지다 결국 실패로 끝난 셈이다. 보수정부의 안보 무능을 감추기 위해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전력 증강사업을 하다가 실패한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대당 50억여원에 달하는 음향표적탐지장비 ‘할로(HALO·Hostile Artillery Locating System)’도 실패로 끝난 대표적인 ‘땜질처방’ 전력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당 140억원이 넘는 고가 장비인 신형 대포병 레이더 ‘아서’가 하루 6시간 이상 가동하면 과부하로 고장나거나 해무가 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자 영국 셀렉스사로부터 할로 2대를 긴급 구입해 배치했다. 당시 군 당국은 “할로가 포격 시 발생하는 파열음을 마이크로 수신해 포탄의 탄착점과 도발 원점을 탐지할 수 있다”며 “탐지거리가 30㎞에 달하며 탐지 확률도 90%에 가깝다”고 밝혔다. 날아오는 포탄 소리를 듣고 적 포진지를 역추적해 K-9 자주포 등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는 신형 장비라는 것이다.

 

그러나 할로는 파도가 심한 서해5도 지역에서는 파도 소리 등에 간섭을 받아 전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애초부터 사막지대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하는 할로를 서해5도에 배치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결국 해병대에서 운용하던 할로는 2013년 말과 2016년 단계적으로 철수해 육군 부대로 옮겨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11월23일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북한의 연평도 포격 관련 현황보고를 받기 위해 지휘통제실로 들어서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훈·포장 못 받은 해병대원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해병대는 북한군 포격이 시작된 지 13분 만에 K-9 자주포로 대응 사격을 했다. 당시 연평도 K-9 자주포 6문 가운데 1문은 불발탄으로 포신이 파열됐다. 1문은 북한군 로켓포 파편이 자주포의 측면 열린 부분을 통해 튀어 들어가 장비 연결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작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또 북한군 로켓포탄이 폐장약에 떨어져 K-9 자주포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연평부대 포7중대는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당시 포7중대장 김정수 대위(현재 소령)가 매일 전투배치 훈련을 하면서 1년간 460여회 전투배치 사격절차를 익힌 결과였다. 부대원들은 K-9 자주포 내부와 포상에서 눈을 감고도 사격절차 진행이 가능할 정도였다.

 

당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은 “북한군이 10여명 숨지고 30여명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며 “연평도 포격전 이후 북한 병사들이 ‘남조선 군대와 싸우기를 꺼린다’고 말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평도 전투를 사실상 승리로 이끈 생존 해병대원들에게 훈·포장 수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군에 더 큰 타격을 준 해병부대의 전술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부대 표창만 주어졌다. 표창을 받은 사유도 ‘전공’이 아니라 ‘모범적인 부대생활’로 표기됐다. 이를 놓고 북한군 도발에 대해 우유부단한 태도로 일관했던 당시 군 수뇌부가 자칫 일선 해병부대의 단호한 전투태세와 비교될까 우려한 때문이었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보수정부는 ‘연평도 포격 도발 백서’조차 만들지 않았다. 이 역시 군 수뇌부의 무기력한 대응과 무능이 드러날까 봐서였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육군 병과 배지들

 

내년 1월부터는 ‘헌병’이 ‘군사경찰’로 바뀌는 등 군의 5개 병과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다. 국방부가 지난달 ‘군인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일부 개정안은 오는 24일까지 입법예고된 후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 1월 중 입법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입법예고에 따라 육·해·공군의 ‘헌병’은 ‘군사경찰’로, ‘정훈’은 ‘공보정훈’으로, ‘인사행정’은 ‘인사’로 병과 명칭이 바뀌게 된다. 해·공군의 ‘시설’은 ‘공병’으로, 육군 ‘화학’은 ‘화생방’으로 병과 명칭이 변경된다.

 

이를 놓고 군 내부에서는 병과 명칭 변경뿐만이 아니라 병과 통폐합 등 거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병과 대부분이 6·25전쟁 전후에 만들어져 70년 가까이 혁신적 변화가 한번도 이뤄지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병과 역사에 집착하는 군 분위기와도 연관이 있다.

 

■ 명칭 논란

 

정훈 병과는 육군의 경우 1966년 10월4일 창설됐다. 정훈은 정치훈련(政治訓練)의 줄임말로, 사상과 이념 무장을 강조했던 시절 군인의 정신력과 신념, 충성심을 강화시키기 위한 병과로 만들어졌다. 국군의 정훈장교는 북한군의 정치장교와 같은 개념으로 출발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에서 2002년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이 정훈 병과와 기무사의 통합을 지시하기도 했으나, 그의 퇴임 이후 유야무야됐다.

 

정훈 병과 명칭이 ‘공보정훈(公報精訓)’으로 바뀐 데는 ‘정훈’이란 용어를 버릴 수 없다는 예비역들의 압력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훈’ 용어를 지키기 위해 ‘정치’를 떠올리게 하는 정(政)자를 정신을 뜻하는 정(精)자로 교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실 자유주의 국가 군대에서 정훈 병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헌병’ 병과는 창설 70년 만에 군의 경찰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군사경찰’로 개명된다. 일제강점기 일본군 헌병으로 인해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던 것을 해소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일부 헌병 예비역들은 “고종황제 때 설치된 일본식 헌병사령부는 1907년 일본의 군대 강제해산 때 폐지됐다”며 “광복 후 미국식 헌병(MP)으로 거듭났는데 일제 잔재를 이유로 명칭을 바꾸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역 헌병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헌병 병과 내부에서는 ‘군사경찰’보다는 차라리 ‘군 검찰’처럼 ‘군 경찰’로 명칭을 바꾸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군사경찰’이라는 용어 자체도 여전히 ‘헌병’ 이미지와 겹친다는 것이다. ‘군사경찰’ 명칭은 군 수뇌부에서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병과와 전장 환경

 

군대의 병과는 군인이 수행하는 주요 임무를 분류한 것이다. 한국 육군은 24개 병과와 28개 직능특기를 운용하고 있다.

 

24개 병과는 8개 전투(보병·기갑·포병·방공·정보·공병·정보통신·항공), 5개 기술(화학·병기·병참·수송·군수), 4개 행정(인사행정·헌병·재정·정훈), 7개 특수(군의·치의·수의·의정·간호·법무·군종) 등으로 구성돼 있다.

 

28개 직능특기는 14개 부특기(인사관리·인력획득·인사근무복지·조직편성·교육훈련·연합합동작전·교리연구·특수전·군수관리·군수지원·동원관리·정책기획·군사전략·전력)와 4개 전문(정보전문·항공군수·군악·기무), 4개 직무(목사·신부·법사·교무), 6개 특수(교수·연구개발·획득전문·국방관리·정책·국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직능특기는 원래 병과를 유지하면서 특별한 전문성을 반영하는 체계를 말한다.

 

한국군의 병과와 직능특기 구분을 미군과 독일군 등 외국군과 견줘보면 현대 전장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미 육군의 경우 병과를 28개로 구분하고 있다.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특수전, 심리전, 민사, 사이버(2014년 창설), 특수의무 병과를 운용하고 있다. 특수전·심리전·민사 병과는 장교 임관 후 특수전 부대에서 3년 이상 복무한 대위 가운데서 선발한다. 또 군사정보 병과 장교의 60%는 보병, 기갑, 포병, 방공, 화학 병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제병협동에 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미 육군에는 정훈 병과가 없다. 대신 군의 ‘공보’ 파트를 병과가 아닌 직능분야로 관리한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 사령관도 2003년 이라크전 당시 미 중부군사령부 부사령관이면서 공보관을 겸했다. 미 해·공군은 육군과 다르게 ‘공보’를 직능이 아닌 병과로 분류한 게 특이하다. 이 밖에 미군은 한국군에 없는 ‘우주작전’ ‘전자전’ ‘전력운영’ 직능을 운용하고 있다.

 

독일 육군은 2010년 합동지원군이 창설되면서 20개 병과를 14개 병과로 축소·통합했다. 독일군은 병과를 축소하면서 전자전 병과와 민사심리전 병과를 합동지원군 예하에 새로 만들었다. 독일군 병과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 위임이 가능한 분야는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임무를 수행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독일군은 경리와 군종 분야를 민간에 위임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군 일각에서도 군종 병과를 민간에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국군은 특히 4개 특정 종단만으로 군종장교 제도를 운용하고 있어 다종교 사회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일군에는 법무 병과도 없다. 독일군은 평시에 특별군사법원 설치를 금지하고, 전시나 해외 주둔인 경우에 특별군사법원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독립된 군 검찰 조직이 없고 군인 범죄 및 군 관련 범죄에 대한 수사 및 기소는 일반 검사가 담당한다. 프랑스군도 민간법원에 37개의 특별부를 설치해 군형법을 위반한 군인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 한국군 병과는 ‘골품제’

 

한국군 장교의 진급은 기본적으로 전투 병과 우선이다. 여기서도 보병이 가장 최우선이다. 같은 보병이라도 계급이 높아질수록 합동작전 등 특정 직능특기 장교가 통상 먼저 선발된다.

 

문제는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의 사령관을 각 군의 특정 병과 장군이 독식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육군 항공작전사령부다. 항공작전사령관에는 허건영 소장이 지난해 9월 부임하기 전까지 4년5개월 동안 조종사 자격증도 없는 보병 출신 장군이 줄줄이 임명됐다. 수년 전에는 특수전사령부 근무 경험이 없는 보병 장군이 특전사령관을 맡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군은 자신이 지휘하는 부대의 임무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장군을 각 군 사령관으로 보임해 임무수행 능력을 제고하는 게 아니라, 특정 군·특정 병과·특정 출신을 발탁하는 데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인사사령부와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군수지원사령부, 방공관제사령부 등 전문성을 요하는 각 군 사령부 사령관에도 육군 보병·해군 항해·공군 조종 병과 출신 장군이 임명되는 사례가 잦다. 인사철만 되면 국방부는 “장군은 병과 구분이 없다”며 “지휘관의 지휘통솔 능력을 고려한 인사”라고 설명하지만, 군맥과 정치적 고려에 따른 선발 인사의 후유증이라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각 사령부의 임무 특성을 고려해 전문성을 겸비한 장군이 사령관에 보임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기행(기술행정) 병과 장교들은 장군 되기가 상대적으로 훨씬 힘들다. 특히 해·공군은 ‘별’ 달기가 더 힘들다. 이 때문에 해·공군 기행 병과에서는 “차라리 병과를 세세하게 나누지 말고 ‘대병과제’로 운영해 장교들이 역량을 두루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력 전문가인 육군 ㄱ소장은 “한국군은 미군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데다 그것마저 7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다”며 “국방개혁 2.0 못지않게 한국군의 병과를 발전적으로 재편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 사건을 수사한 민·군 합동수사단은 지난 7일 문건 작성의 실행계획 여부 등을 밝히지 못하고 104일 만에 수사를 잠정 중단했다. 합수단은 그 이유로 사건의 ‘키맨’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미국 도피를 들었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사가 조 전 사령관을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용두사미’ 격으로 사실상 끝나면서 그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 조현천 미스터리

 

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3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미국에는 조 전 사령관의 형들이 거주하고 있다. 그는 또 영관장교 시절 육군 종합행정학교 군사영어반 교관을 지냈을 만큼 영어 실력이 뛰어나 미국에서 생활하는 데 언어적 어려움이 없다.

 

출처: 경향신문DB

 

합수단은 지난 7월23일 수사 착수 이후 5개월에 가깝도록 조 전 사령관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간간이 해오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도 이미 합수단 수사 착수 열흘 전인 7월12일부터 모두 끊은 상태다.

 

합수단이 조 전 사령관의 여권 무효화 조치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요청도 통상 사례보다 뒤늦게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수단은 출범한 지 두 달이나 지난 9월20일에야 조 전 사령관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그것도 조 전 사령관이 혹시나 추석에 귀국할 경우 신병확보를 위해 발부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를 통한 ‘여권 반납 명령’과 같은 여권 무효화 조치는 10월2일에야 이뤄졌다. 인터폴에 수배를 요청하는 자료 송달은 이보다 더 늦은 10월16일이었다. 통상적인 특수수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강제귀국 절차를 밟더라도 최소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수사 기간이 한정된 합수단으로선 강제 신병확보 방안에 최대한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노만석 합수단장은 “체포영장에 담을 범죄혐의 소명 작업과 자진 귀국 설득 작업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지난 7월 군 검사 8명, 민간 검사 7명, 수사관 12명 등 총 37명으로 수사단을 꾸려 관련 사건을 수사했다.

 

합수단은 또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방문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을 직접 대면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합수단은 박 전 대통령과 황 전 권한대행을 상대로 그를 만난 적이 있는지 질의도 하지 못했다. 조 전 사령관을 먼저 조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조 전 사령관은 대구·경북(TK) 인맥이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대구고와 육군사관학교(38기)를 졸업했다. ‘친박’ 실세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구속)의 대구고 후배다. 조 전 사령관의 군 생활은 부침의 연속이었다.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영관장교 시절까지는 진급에서 번번이 누락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기에도 군을 장악하고 있던 같은 TK였던 상주·김천 라인 실세들로부터 홀대를 받았다.

 

그가 군 실세로 부각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였다. 조 전 사령관은 재직 시절 대부분 오후 10시 이전이면 종로구 청운동 기무사령관 공관으로 복귀했다. 술자리 2차를 가지 않는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시 기무사 안팎에서는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행동한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 전 사령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 재직해 기무사령관 임기 후반의 4개월가량은 현 정부 시기와 겹친다. 군 수뇌부 인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단행되지 못하고 8월 말에서야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사이 국방부 안팎에서는 “조현천 기무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진정한 국방개혁”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어찌 보면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이런 역설적인 발상의 발원지는 ‘여의도’였다. 당시 기무사 관계자들은 ‘헛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기무사 측에서 분위기를 띄웠다는 말이 파다했다.

 

조 전 사령관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적도 논란거리다. 군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출입기록을 조사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예비역 장성 ㄱ씨는 “군 내부뿐만이 아니라 예비역들 사이에서도 조 전 사령관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안 잡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지금 정부에서 조 전 사령관을 잡을 의지가 없다’는 소문을 일축시키기 위해서라도 조 전 사령관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적에 대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이 나온다면 ‘누구를’ ‘무슨 목적으로’ 만났는지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의 청와대 출입·행적 기록을 2016년 10월부터 대선 때인 지난해 5월 초까지만 조사했을 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분은 하지 않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의 미국 도피 중에도 매달 450만원에 달하는 그의 군인연금은 계속 지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군인연금이 도피자금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방부는 조 전 사령관에 대한 군인연금 지급을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고, 기소중지자에 대한 연금제한을 위한 법 개정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미국 교민들이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현상수배한 전단. 북미민주포럼 트위터 캡처

 

■ 소강원 미스터리

 

합수단은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에 대해 ‘계엄령 검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위장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허위로 연구계획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작성 의혹 사건은 소 전 참모장으로부터 비롯됐다. 군 간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소 전 참모장이 지난 3월 초 “이런 게 있습니다”라며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에게 용도폐기된 계엄령 문건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지난해 말 기무사 댓글사건 조사 TF가 기무사 서버를 조사하면서 찾아낸 것 가운데 계엄 문건도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소 전 참모장의 USB 자진 제출은 당시 군인권센터가 수방사의 위수령 관련 문건을 거론하면서 국방부에서 면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전 군에 내려진 상태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기무사)도 과거 이런 것을 검토했다’는 사항으로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USB의 자진 제출은 자신의 ‘목줄’을 스스로 조인 결과로 이어졌다. 전 기무사 간부는 “소 전 참모장이 USB를 폐기처분했으면 계엄령 문건 사건은 영원히 미궁에 빠지면서 절대 수면 위로 나올 수 없었다”며 “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자신의 충성심을 보이기 위한 차원에서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강원 전 기무사 참모장이 지난 7월26일 계엄령 문건 작성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국방부 특별수사단에 출석하고 있다. 김기남 기자

 

일각에서는 “계엄령 문건이 실행의지가 있는 것이었다면 소 전 참모장이 USB를 내놓았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합수단 조사결과 발표를 보면 문건 제출의 동기 부분에 대한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잘 알려졌다시피 이 전 사령관은 송영무 당시 국방장관에게 어떻게 이 사안을 보고했는지를 놓고 국회에서 송 장관과 ‘진실게임’ 설전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여야는 지난 8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군에서는 합수단의 계엄령 문건 수사가 잠정 중단된 상태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여야의 정치공세와 증인으로 나선 군 선후배들의 ‘진실공방 싸움’으로 진실규명은 더 오리무중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전망이 대세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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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200t은 28억원 어치, 송이버섯 2t 가격과 비슷···송이버섯 1㎏‘14만원’, 귤 10㎏ ‘1만4000원’

 

청와대는 11일 북한 측에 제주산 귤 200t을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귤은 10㎏ 상자 2만개에 담아 이날과 12일 이틀에 걸쳐 공군 수송기(C-130) 4대가 하루에 두 번씩 모두 네 차례로 나눠 운반된다고 하니 꽤 많은 양이다.

 

11일 제주공항에서 장병들이 북한으로 보낼 제주산 감귤을 공군 C-130 수송기에 적재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남측이 북측에 보낸 귤 200t은 대략 시중 가격으로 28억원 어치 쯤 되는 걸로 추정된다. 이로 미뤄 청와대가 북측이 보냈던 송이버섯 2t을 남측 시장가격으로 환산해 얼추 비슷하게 가격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에서 송이버섯 1㎏의 가격은 14만원 정도이고, 귤 10㎏은 1만4000원 정도에 팔린다.

 

사실 남북간 만남에서 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9월 제주도에서는 남북 첫 국방장관회담이 열렸다. 당시 조성태 국방장관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회담 파트너였다.

 

조 장관과 김 부장은 제주공항에서 첫 상견례를 갖고 숙소 겸 회담장인 제주 서귀포 중문단지 내 호텔 롯데까지 같은 승용차를 타고 가면서 대화를 나눴다.

 

조 장관은 제주공항에서 5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를 일부러 제주도 해안도로를 돌며 가도록 했다고 훗날 술회했다. 김일철 인민무력부장과 더 여유있는 대화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남북 군 수뇌부는 75분간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각 언론매체는 이를 ‘파격적인 승용차 밀담’이라고 보도했다.

 

두 군 수뇌는 시드니올림픽 남북한 공동입장을 화제삼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사람은 서로 살아가는 얘기와 제주도 풍광을 화제에 올렸다.

 

북측 김 부장은 승용차 안에서도 제주도의 감귤 농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나중에 조 전 장관은 “아마도 이북에서는 보기 힘든 감귤이 지천으로 깔린 모습이 눈에 크게 들어와서 그랬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조 장관은 김 부장의 표정을 읽고 “요즘 남한에서는 귤이 ‘쓰레기’가 됐다”며 “우리 군에서는 감귤 쓰레기까지 처리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부장은 “그게 무슨 말이냐”고 강한 호기심을 보이며 반문했다.

 

이에 조 장관은 “제주지사가 귤을 공짜로 줄테니 군에서 제발 가져가서 처리해 달라고 했다”고 답했다. 2000년에는 제주도에서 귤이 예상 외로 큰 풍년이 들어 귤 가격이 폭락했을 때였다. 농장주들은 육지까지 운반하는 운송비도 안나온다는 이유로 귤을 현지에서 폐기처분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제주도 차원에서 군에 감귤을 구매해달라고 ‘SOS’를 쳤다.

 

조 장관은 “해군 LST까지 동원해 귤을 육지로 실어 나르고 있다”며 “그렇게 해서 전군에 귤을 배급하고 있는 데 우리 군이 귤 처리까지 떠맡아 하고 있는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부장은 상당히 놀란 듯 했으나 이를 애써 내색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표정에서 일종의 ‘속상함’으로 보일 수 있는 표정이 읽혀졌다는 게 조 전 장관의 후일담이다. 당시 조 장관은 남쪽의 풍족함을 은근히 자랑한 셈이었다.

 

김일철 북한 전 인민무력부장은 현직에서 물러나 수년 전부터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가 만약 남측이 보낸 귤을 받는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진다. 혹시라도 그가 당시 기억으로 남측이 감귤이 남아 돌아 보낸 것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요새 귤은 그때처럼 가격이 폭락한 과일이 아니다. 그가 18년 전 제주도 감귤밭을 기억하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마침 맛 칼럼리스트 황교익 씨는 제주산 귤을 북측에 보낸 것과 관련해 “정치적인 타이밍이 아니라 맛의 타이밍이 참 좋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힌 터다. 황씨는 “유통과정 없이 곧장 보내는 것이니 귤밭에서 바로 따먹을 때의 맛이 날 것이다. 간혹 귤 옆에 작은 잎사귀가 하나씩 달려 있기도 할 것인데, 그 푸른 잎사귀를 보며 남녘 먼먼 섬의 따뜻한 겨울을 떠올릴 것”이라고 적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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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신앙’은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는 효과적인 정신전력이다. 유사시 생사를 넘나들어야 하는 군인에게 종교는 ‘생사관’과도 연관돼 있어 종교활동을 권장받는다. 하지만 군 인사철이 되면 인사권자가 다니는 종교시설 주차장이 갑자기 붐빈다는 얘기는 다음달 하순으로 예정된 군 장성 정기인사를 앞두고 여전히 유효하다.

 

■ 인사 논란과 반박

 

육군은 4연속으로 개신교를 믿는 참모총장을 배출했다. 최근에는 ‘육군본부 실·부장급 7명이 개신교’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특정 종교를 둘러싼 말이 유난히 많아졌다. 이에 대해 육군은 “전체 실·부장 참모 14명 가운데 절반인 것은 맞다”면서 “이는 육군 내 개신교(기독교) 신자인 장군 비율과 어긋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육군 내 장군 가운데 기독교가 49%, 천주교와 불교가 각각 21%, 무교가 9%라는 것이다.

 

 

군내 종교활동이 개인의 종교활동 보장 차원을 넘어 선교나 포교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설문조사 결과 응답 병사 중 17%는 특정 종교를 강요받은 적이 있고, 40%는 종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5월 단행된 육군 군단장·사단장 인사에서 진급자 12명 가운데 9명이 개신교였던 것에 대해서는 “종교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육군 준장 진급자 52명 가운데 불자가 전투병과 여군장군 2명을 포함해 18명이었다”며 “보통 10명 안팎이었던 평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육군은 한 훈련기관 지휘관의 임기를 이례적으로 연장한 것이 ‘군 선교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군내 의혹에 대해 “전문성을 고려한 것으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다른 종교를 믿는 장군의 임기가 연장된 사례를 들며 “인사철을 앞두고 진급이 어려워진 인사 불만자들의 음해”라고 했다.

 

한국기독군인연합회(KMCF) 소속 장교들이 종교시설이 아닌 육군본부 회의실에 모여 성경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과시간 이외 시간에 하는 것이어서 문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개신교 장교들은 대체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장교들의 군 근무시설 내 종교활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개월 전에는 예비역 장성이 영내 생활 중인 육사 기독교 생도들을 따로 불러내 종교모임을 가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김용우 참모총장이 지난 6월 6·25구국성회 행사 인사말에서 “우리 군이 ‘하나님이 지키시는 군대’가 되었으면 한다”고 한 언급이 장군 인사철을 앞두고 다시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육군은 “이 발언의 취지는 개인 종교를 떠나 각 종파별 행사가 군의 신앙전력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당부하는 차원이었다”며 “김 총장이 취임 때부터 출신지역, 성별, 종교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군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군사안보지원사령부는 육군 내부에서 종교적으로 편향된 부분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군내 선교·포교의 명암

 

군내 종교활동은 장병들에게 정신적·영적 자양분을 공급해 줌으로써 신앙을 통한 전력 강화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군내 종교활동이 개인의 종교활동 보장 차원을 넘어 선교나 포교 차원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가릴 것 없이 다 마찬가지다.

 

군종장교 스스로 “군대는 ‘선교의 가두리양식장’” “포교의 황금어장”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주변에 신자와 신도 확장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병사들에게 매주 종교시설을 찾을 때마다 찍어준 도장이 10개가 되면 1일 외박을 주는 부대도 생겨났다. 훈련소에서는 훈련병들이 간식으로 종교를 결정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군내에서 가장 종교적으로 영향력이 큰 군 교회에서는 ‘선 세례, 후 교육’을 앞세워 5주 신병훈련기간 동안 5차례 예배와 함께 세례식을 열고 있다. 그 결과 1년에 15만명이 세례를 받고 있다.

 

국방부 신앙전력과도 매년 9월이면 육·해·공군에 ‘장병 종교 신자 현황 입력 지시’ 공문을 내려보내고 있다. 국방통계연보 및 군종정책 입안 자료로 활용한다는 게 이유다. 국방부는 이를 통해 확보한 군내 신자 수를 토대로 군종장교 공석을 각 종교별로 할당하고 있다.

 

군대에서 선교나 포교 등을 할 수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에서도 군종장교의 종교 강요나 선교·포교가 금지돼 있다. 대신 개인의 종교활동은 철저히 보장되고, 군종장교는 이를 돕는 역할을 한다.

 

■ 종교 강요 금지

 

현행법은 군인들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지휘관들이 지위를 이용해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헌법 제20조가 보장하고 있는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을 자유’다. 유럽 국가 일부에서는 ‘인본주의’ 자체를 종교 차원으로 간주해 ‘무종교’ 군종장교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장병들의 정서 안정 및 인성 함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1인 1종교 갖기 운동의 대대적 전개’ ‘지휘관의 개인 철학에 따라 무조건적인 종교 선택을 강요하는 신앙전력화 운동’ ‘이등병들을 대상으로 정서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로 종교활동 참석 강제 교육’ ‘생도들의 올바른 가치관과 도덕적 품성 함양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수요일 종교교육 참석 강제’ 등을 종교의 자유 보장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들고 있다.

 

인권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병사들 중 17%는 특정 종교를 강요받은 적이 있고, 40%는 종교행사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받았던 것으로 나와 있다. 인권위는 종교행사에 불참할 경우 TV 시청을 금지하거나 청소 및 작업을 시켜 휴식권을 침해한 사례도 지적했다. 이런 배경에서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지난 6월 말 “현역 장병에게 종교활동 참여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 종교의 다양화

 

군내 종교활동을 담당하는 군종장교들은 군복 입은 성직자로 불린다. 이들은 종교활동뿐 아니라 사고 예방을 하는 군내 상담사와 정신전력 교육, 전장 스트레스·공포증 해소 역할까지 1인 다역을 하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성직자인 군종을 굳이 계급장을 단 군인으로 임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군 군종제도가 시작됐을 당시 군종은 민간인이었다. 군종제도는 6·25전쟁 중이던 1951년 2월 당시 이승만 대통령 지시에 따라 육군에서 시작됐다. 교계에서는 이 대통령에게 6·25전쟁이 반공사상전이므로 국군 장병에게도 유엔군처럼 신앙무장을 위해 군종활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군 당국도 ‘반공사상 계몽 및 신앙무장’을 통해 전쟁에 이기겠다는 목적으로 이에 공감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 목사 28명과 신부 11명이 군종으로 임명됐다.

 

초기 군종들은 ‘무보수 촉탁’이었다가 1952년 6월 유급 문관으로 신분이 전환됐다. 이후 군종 성직자들의 계급사회 적응을 위해 1954년 12월 현역으로 신분을 바꿨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교계나 종단 지원을 받는 민간인 또는 군무원 성직자로 군종을 임명할 때가 됐다는 논의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군종장교를 둘 수 있는 종교가 개신교와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개뿐인 것도 논란거리다. 당장 군에서는 다문화 자녀들의 입대가 늘어나 지난 5년 동안 4000명 가까운 장병이 다문화가정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슬람교도 등도 상당수이며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군에서는 신자나 신도가 일정 비율 이하면 군종장교를 둘 수 없지만, 외국군의 경우에는 종교나 종파 비율을 크게 따지지 않는 편이다. 미군에는 개신교, 천주교, 유대교는 물론 불교와 이슬람교, 힌두교 군종도 있다. 국내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분류하고 있는 모르몬교 군종도 포함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북한 경비정이 지난 14일 하루 동안 두 차례에 걸쳐 국제상선 공용통신망을 통해 남측 선박이 ‘(북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군 관계자는 15일 “북 경비정이 10월 들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는 태도를 단 한번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어제 하루 동안에만 2차례나 남측 선박의 경비계선 침범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북한 경비정은 지난 7월5일부터 9월28일까지 나흘에 한 번꼴로 총 21회에 걸쳐 함정 간 국제상선 공통망으로 ‘남측 선박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보름 동안 NLL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다가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북의 NLL 불인정’ 주장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은 이후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 차례나 NLL을 무시하는 통신을 시도한 것이다.

 

남북은 정상회담과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평화수역, 공동어로구역의 기준선은 합의되지 않았다. NLL 일대는 여전히 분쟁지역인 셈이다. 사진은 한 시민이 인천 옹진군 연평면 망향전망대에서 NLL 일대와 북녘을 망원경으로 보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노재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한 선박이 경비계선을 침범했다고 하는 북 경비정의 주장은 (행동이 따르지 않는) 수사에 불과할 뿐”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보름 동안 잠잠하던 북측이 경비계선 침범을 다시 주장한 것은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합참은 이날 “남북관계가 크게 개선된 올해 들어 NLL을 침범한 북한 선박이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이 NLL을 준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 선박의 NLL 침범 건수는 2014년 30건, 2015년 15건, 2016년 5건, 2017년 1건으로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가운데 북한 경비정의 NLL 침범이 29건으로 가장 많았으나 올해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군의 서해 NLL 일대 무력시위도 지난해 이후 사라졌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서해 NLL 일대 해상 포사격은 2014년 4회, 2015년 2회, 2016년 1회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로는 15일 현재 0건이다.

 

■ ‘부당통신’에 과민반응

 

NLL 표현은 과거 남북 군사회담에서 얘기만 꺼내도 북측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금기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4·27 판문점선언 2조 2항엔 ‘남과 북은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라고 되어 있다. 평양 공동선언 부속합의서로 채택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3조에도 ‘서해 북방한계선’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해 NLL은 피로써 지켜온 해상경계선으로, 우리 장병들이 계속 피로써 지킬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지킬 수 있다면 더더욱 가치 있는 일”이라며 “판문점(선언)부터 이번(9월 평양 공동선언 군사 합의)까지 일관되게 북한이 NLL을 인정하면서 NLL을 중심으로 평화수역을 설정하고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이 (서해 남북 해상통신망을 통해) NLL을 부정하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NLL을 인정한) 군사분야 합의서 내용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소한 북한 함대사령부급 성명도 아닌 경비정에서 떠드는 수준인 ‘부당통신’을 놓고 북이 NLL을 전제로 한 남북 정상 간 합의를 불인정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부당통신은 정전협정 위반이나 NLL 무실화를 목적으로 하는 유무선 통신이다.

 

■ NLL은 현재 분쟁지역

 

서해 NLL은 정전협정 합의로 그어진 선이 아니다. 북한은 남북 군사합의서에서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구체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여전히 서해 NLL 일대는 분쟁지역인 것이다.

 

남북은 군사분야 합의서 3조에 ‘남북이 서해 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충돌을 방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서해 해상에서의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남북은 서해 평화수역 조성에 필요한 해상기준선을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해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문 대통령이 말한 ‘북한의 NLL 인정’ 발언은 북측이 100% 공식 인정했다는 차원이라기보다는 군사공동위에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사항이라는 원칙을 일찌감치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해 NLL은 남북 정상 간 합의조차도 블랙홀에 빠뜨릴 수 있는 ‘국민 감정선’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과거 서해상에서 제1연평해전(1999년 6월15일), 제2연평해전(2002년 6월29일), 대청해전(2009년 11월10일), 천안함 피격사건(2010년 3월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23일) 등이 발생해 총 54명의 군 전사자가 발생한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NLL을 기준으로 일상적인 경계작전과 어로 보호는 현행대로 유지된다”며 “우리 원칙은 NLL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하면 이번 합의는 제로”라며 “우리는 (기존) 대응 절차대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NLL의 경우 북이 많이 양보해 군부의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MB 정부도 추진

 

그동안 서해 NLL 지역은 남북 간 군사충돌의 ‘화약고’였다. 남북 간 9·19 군사합의는 이 지역에서의 우발 충돌 방지를 포함하고 있다. 대규모 전술훈련이나 포병 실사격 훈련 등을 자제해 군사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을 막자는 것이다.

 

국방부는 “이번에 합의된 내용 상당수는 1953년 정전협정과 1992년 남북 기본합의를 큰 틀로 삼아 이미 과거 정부에서 검토를 마친 사항”이라고 밝혔다.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 당국은 이명박 정부에서도 2011년 ‘군비통제추진계획서’를 만들어 이번 협정과 사실상 동일한 협정을 추진했음을 설명했다. 2011년은 천안함 사건 1년 뒤로 남북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높아진 시기였다.

 

정경두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MB 정부 군비통제추진계획서에) 군사분계선(MDL)과 NLL로부터 일정 거리의 훈련 및 이동 금지구역을 설정했느냐”는 질문에 “있었다”고 답변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우발적 무력충돌 발생을 막기 위한 남북의 ‘공동 작전수행 절차’ 적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달부터 남북은 해상에서도 ‘경고방송→2차 경고방송→경고사격→2차 경고사격→군사적 조치’를 취하는 5단계 작전수행 절차를 공동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남북이 ‘공동 교전규칙’을 행사하는 것으로, 그만큼 상대방 의도를 예측하는 게 가능해 우발충돌 가능성을 줄여준다.

 

논쟁거리는 역시 서해 평화수역 조성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필요한 해상기준선이다. NLL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남북이 해주 직항로를 열고 5·24 조치로 차단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과 패키지로 논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NLL 부분은 북한이 형식상으로는 인정한 듯하지만 쉽게 공식화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10여년간 끌어온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남북은 9·19 군사합의에서 합의 이행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담았을 뿐 완전한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다.

 

남북은 우선적으로 다음달 1일부터 해상에서의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 중지와 포문 폐쇄 조치 등으로 우발충돌을 방지하기로 했다. 이는 NLL을 기준으로 한 평화수역·공동어로구역 논의를 장기 과제로 넘겼다는 의미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해상 적대행위 중단과 NLL 논의, 평화수역 및 공동어로구역은 동시에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달 13~14일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단이었던 안상민 해군 대령은 지난 12일 국감에서 “북이 군사합의 NLL을 단언컨대 인정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한기 합참의장은 “(북한이 NLL) 용어 사용을 인정한 것”이지만 군사적으로 인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앞으로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이 협의돼 가는 과정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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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군사당국이 제70주년 국군의날인 1일 휴전 이후 가보지 않았던 전인미답을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공동경비구역(JSA) 주변과 강원 철원 비무장지대(DMZ) 화살머리 고지 일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개시한 것이다. 이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의 주요 내용 실천을 위한 첫 삽이다. 이 군사합의안을 두고 사실상 남북 간 종전선언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부가 미국과 충분한 협의나 합의 없이 무리한 양보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최전방 감시초소(GP) 문제를 우선적으로 분석했다.

 

■ 왜곡 시비 ‘덫’에 걸린 GP 철수

 

남북은 DMZ 평화지대화 방안의 하나로 DMZ 내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상호 1㎞ 이내 근접해 있는 GP 11개소를 올해 내로 각각 시범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향후 DMZ 내 모든 GP도 철수키로 했다. 휴전협정 이후 남북 GP 간 우발적 무력충돌은 80여차례 발생했다. 남북한군 사이가 가장 가까운 강원 고성 지역 GP의 거리는 580m에 불과하다. 자칫 오발 사고 하나로도 무력충돌 가능성이 상존해 온 것이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에는 비무장지대 내 상호 1㎞ 이내에 근접 설치된 감시초소 11개를 12월 말까지 철수하는 등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조치들이 담겨 있다. 사진은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북한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이다. 김창길 기자

 

이를 놓고 보수 야당을 대변하는 한 예비역 장성은 “DMZ 내 우리 군 주둔지를 철수하는 것은 통일이 임박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계획”이라며 “전시상황에 북한이 1시간 내에 우리 측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본래 GP와 일반전초(GOP)의 임무는 적 공격 여부를 확인하고 적군 주력이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특히 GP는 전투 참가보다 적 공격을 경고하고 철수해 생존을 보장해줘야 한다. 전쟁 상황이라면 GP는 적이 알 수 없는 위치에 설치한다. 상대방이 알 수 없는 곳에서 적의 동태를 확인해야 피해를 입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운영 중인 남측 GP는 정규전에 대비한 군사적 측면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동안 남측은 북한이 계속해서 무장공비를 침투시켰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기 용이한 지역에 GP를 설치했다. 북한군 최전방 부대가 무장공비나 간첩 침투보다 탈북자 방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군의 155마일 휴전선 일대 DMZ 작전은 무장공비나 남파간첩 침투 방지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DMZ 일대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했고, 이제는 취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북한군은 남측 GP의 정확한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다.

 

야전군사령관 출신인 예비역 대장 ㄱ씨는 “사실 DMZ GP는 과거 북 무장공비와 같은 비정규군의 기습이나 침투를 대비하는 차원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사단장인 ㄴ소장은 “첨단 정찰자산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GP를 전면전 대비용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적이 이미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 DMZ 내 GP와 GOP는 전면전 발발 시 오히려 작전 부담이 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군 GP와 GOP 병력이 북한 포병 사정거리 내에 있는 것은 문제”라며 “전쟁이 발발하면 초기에 막대한 인명 피해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북한은 전방 GP를 주축으로 경계작전 개념을 수립한 데 반해 남측은 GP 후방의 GOP를 경계작전 주축으로 설정해 놨기 때문에 전방 GP를 철수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GP 후방에 다른 경계작전 시설물이 없는 북한군 입장에서는 GP 철수가 매우 불리한 합의라는 것이다. 군은 GP 후방에 155마일 GOP 철책선을 따라 3중 철조망과 무인 폐쇄회로(CC)TV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김 의원은 “북한군은 DMZ 내 생활이 일상화돼 있어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도 하다보니 GP 숫자가 군사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로도 계속 증가했다”며 북한군 GP 숫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DMZ 내 GP 철수의 경우 어느 쪽이 더 손해인지는 자명하다”며 “전방 GP 철수 아이디어도 2005년 한나라당 의원한테서 먼저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 DMZ와 유엔사의 이중적 태도

 

DMZ 관할권은 주한 유엔군사령부에 있다. 남북 군사 분야 합의도 유엔군사령관 허가 없이는 DMZ에서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유엔군사령관과 한미연합사령관도 겸하게 되는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지난달 26일 미국 연방의회 상원 청문회에서 DMZ와 관련한 남북한 군사 분야 합의는 유엔사 소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무장지대 GP 감축 합의에 대해서도 “유엔군사령부에 의해 중개·판단·관찰·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미국이 남북 군사 합의에 불만을 갖고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남북한 교류 과정에서 미국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유엔군사령관 이름으로 견제구를 날렸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군사령관 ‘모자’를 또 하나 쓰고 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유엔사가 기능을 강화해 한반도 평화유지군으로 거듭나 활동하기 위해서는 제3국 대장이 유엔군사령관직을 맡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전쟁을 준비하는 역할을 하고, 유엔군사령관은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는 이중적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 대장 한 명이 유사시 한반도 전쟁을 준비하면서 남북한군 사이 분쟁을 조정하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경기에서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연합사 출신인 한 예비역 육군 준장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군사와 관련한 많은 문제들은 전혀 역할이 다른 유엔군과 연합군 사령관이 동일 인물이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GP는 유엔사 관할인가

 

GP가 유엔사 관할인지도 논란거리다. 군에서는 GP를 얼마나 많은 숫자로, 어떤 방향으로 운영하는가 하는 문제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 영역이라는 입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국군은 1994년 연합사로부터 평시작전권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DMZ에서 북한 무장공비나 남파간첩에 대한 작전을 단독 수행해왔다. 한국군 합참의장이 대간첩작전본부장을 겸하고 있는 이유다. 그런 면에서 GP 운영에 관한 것은 평시작전권 행사와 관련한 내용으로 유엔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게 상당수 현역·예비역 장성들의 목소리다.

 

한 예비역 장군도 “합참은 응당 GP 운영에 관한 것은 평시작전권 행사에 관한 내용이므로 유엔사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군이 해야 할 것은 GP 철수로 발생할 수 있는 경계작전의 공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고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GP 철수를 계기로 작전적 측면에서의 GOP, GP 개념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사시 불필요한 병력 소모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면전을 대비한 DMZ 일대 작전의 변화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DMZ 내 군사시설물인 GP는 정전협정 위반사항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전협정상 DMZ에는 무장 시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유엔사는 정전협정 관리 차원에서라도 남북한군 무장 GP의 철수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야당과 이를 대변하는 일부 예비역 장군들은 “JSA 비무장화와 DMZ 내 GP 철수는 현재의 유엔군사령부를 ‘핫바지’로 만든 것”이라며 “이는 또 유엔사 해체를 남북이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역할을 분담하는 연합방위체계에도 심각한 손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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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는 전쟁 중은 물론이고, 전쟁 후에도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인명 피해를 주기에 비열한 무기로 꼽힌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된 이 지뢰의 제거가 남북관계 진전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DMZ 내 유해 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문 대통령 발언 이후 군도 북한과의 지뢰 제거 협상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DMZ 평화지대화를 위한 DMZ 지뢰 제거 작전은 남북한 협의하에 추진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강원 철원군 백마고지로 올라가는 길목에 ‘지뢰 경고’ 표지판이 걸려 있다. 백마고지는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김기남 기자

 

■ 남북관계 이정표 된 ‘지뢰 제거’

 

남북 군사당국 간에 협의 중인 DMZ 내 GP(최전방 감시초소) 시범 철수, DMZ 내 격전지 6·25 전사자 유해 공동 발굴, 철원 ‘궁예도성’(태봉국 도성)과 같은 문화재 공동 연구, 남북관리구역 확대 등은 이곳에 매설된 대인·대전차 지뢰를 걷어내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군 당국은 남북 군사회담 후 유해 발굴 시범지역이 압축되면 지뢰 제거 작업에도 본격 시동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DMZ 남북 유해 공동 발굴 후보지로 우선 추천한 지역은 철원(백마고지 전투)을 비롯해 파주(벙커고지 전투), 연천(베티고지 전투), 양구(가칠봉 전투), 고성(월비산 전투) 등이다. 남북은 이 가운데 3곳 정도를 우선적으로 합의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지뢰 제거는 합참의 군사작전 개념이다. 그러다보니 남북 군사회담 전에 군의 지뢰 제거 계획안이 공개되는 것을 큰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 군 지뢰 제거 작전 실무장교들은 남북 유해 공동 발굴이 예상되는 지역의 지뢰 매설 현황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답사도 이미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 지뢰 제거 어떻게, 얼마나 걸리나

 

군 관계자는 10일 “지뢰 제거 작업은 폭파 작업으로 주변 수목과 토양의 훼손이 불가피한 또 하나의 환경파괴”라고 지적했다. 유일한 한반도 청정지역인 DMZ 생태 환경 보전을 위해서는 지뢰를 100% 제거하지 않고 남북 협의에 따라 필요한 부분만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군 당국은 DMZ 군사분계선(MDL) 남측 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측 및 남측 지역의 지뢰 지대 넓이가 여의도 면적의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DMZ는 통로 외에는 모두 지뢰 미확인 지대다.

 

군이 이 지역에 매설한 지뢰는 M-14와 M-16 대인 지뢰, M-15 대전차 지뢰 등이다. 북한은 목함(PMD-57), 수지재(PMN), 강구(BBM-82) 지뢰와 ATM-72, ALM-82 대전차 지뢰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목함 지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이 사용했던 것으로 비금속 지뢰다. 지금은 비금속도 탐지할 수 있는 탐지기가 개발되고 있어 목함 지뢰 탐지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DMZ 일대에 매설된 지뢰 숫자는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오타와 협약’으로 불리는 대인 지뢰 금지협약을 이끌어 노벨평화상을 받은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등은 남북 DMZ에만 200만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추정치로 나오는 게 DMZ 남쪽 지역에만 100만개 정도다. 군은 북한군이 최근까지 꾸준히 지뢰를 매설해 왔다는 점에서 북측에 더 많은 지뢰가 묻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남북 모두 지뢰지대를 표시한 지도가 있으나 폭우나 홍수, 산사태 등으로 유실되면서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그만큼 위험성이 높다. 또 세월이 흐르면서 지뢰가 지표면에서 1m 이상 깊이 묻힌 경우도 있다.

 

군이 과거 경의선 구간 85만㎡ 범위의 지뢰를 제거하는 데 28개월이 소요됐다. 동해선 구간은 13만㎡ 범위의 지뢰를 걷어내는 데 9개월이 걸렸다. 경의·동해선 구간에서 제거한 지뢰 및 폭발물은 5000여발로 집계됐다.

 

2015년 11월18일 국회 국방위 청원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박재민 당시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은 공병 3개 중대가 1년에 제거할 수 있는 지뢰지대 면적을 묻는 질문에 33만㎡라고 답했다. 육군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DMZ 군사분계선 남측지역과 민간인 출입통제선 남북 측 지역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기 위해 11개 공병대대를 투입하면 약 20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1개 중대가 가로, 세로 100m 지역의 지뢰 탐지·제거에 6개월이 걸린다는 전제와 과거 경의·동해선 지뢰 제거 경험으로 추정한 수치다.

 

산악 지형의 경우 중장비 투입이 곤란해 지뢰탐지병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들의 지뢰 제거 작업은 무게가 80㎏에 달하는 투명 방호벽 틈으로 장대 모양의 공압 장비를 넣고 강한 바람으로 낙엽과 흙을 걷어낸 후 탐색기로 땅속을 짚어 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육군 제1공병여단 장교는 “지뢰 제거 장비를 끌고 산길에서 10m를 수색하는 데 1시간이 걸린다”며 “공병 10명이 탐지할 수 있는 거리는 하루에 100m 정도”라고 설명했다. 지뢰제거병인 장창원 병장도 “지뢰방호복을 입고 교대로 작업을 한다”며 “무겁고 더워서 힘들긴 하지만 생각처럼 위험하지는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최신 장비와 인력을 집중 투입할 경우 지뢰 제거 기간을 얼마든지 단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200년이 걸린다는 것은 부족한 인력과 구형 장비를 전제로 한 과거 추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 진화하는 지뢰 제거 신기술

 

문제는 장비다. 군이 보유한 지뢰탐지기(PRS-17K)는 1995년 도입해 대부분 사용 연한인 8년을 넘긴 상태다. 이 탐지기는 금속지뢰를 탐지할 수 있지만 목함 지뢰 등 비금속 지뢰는 땅속 5~10㎝에 묻혀 있어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군은 한화시스템과 금속과 비금속 95% 이상을 탐지할 수 있는 지뢰탐지기-Ⅱ를 개발해 1300세트를 생산할 예정이지만 2021년에야 가능하다.

 

현대로템이 자체 개발한 장애물 개척전차가 지뢰 제거 시험을 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개발 중인 지뢰 제거용 장애물 개척 전차는 차체 전면의 지뢰 제거용 대형 쟁기를 지면에 박아 넣고 땅을 갈아엎어 묻혀 있던 지뢰가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인 및 대전차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자기장을 발사해 차량 앞에 매설된 자기감응지뢰를 터뜨려 무력화하는 성능도 갖췄다. 하지만 빨라야 2020년에야 전력화가 가능하다.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 뒤 2020~2023년까지 70여대를 배치한다는 게 방사청의 목표다.

 

이 때문에 군은 장애물 개척 전차와 신형 지뢰탐지기의 조기 전력화를 검토 중이다. 지뢰 제거의 안전성 확보와 속도전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드론을 활용한 신기술 도입’도 제시하고 있다. 드론에 지뢰 금속탐지기와 GPS 장비, 폭탄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드론이 DMZ 지뢰지대 1m 상공을 비행하면서 금속탐지기로 매설 지점을 찾아내면 GPS 장비로 해당 지점의 좌표를 자동으로 지도에 표시한다. 이어 드론에 탑재한 ‘기화폭탄(FAE)’을 지뢰지대로 떨어뜨려 지뢰를 제거하게 된다.

 

민간업체에 지뢰 제거 작업을 허용할지 여부는 논란거리다. 민간의 지뢰 제거를 허용하는 ‘지뢰제거업법’ 제정 시도는 2014년 11월 국회 국방위 법안소위에서 ‘국가의 지뢰 제거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과 ‘지뢰 제거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업체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DMZ 지뢰 제거가 단기간 내에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이 적극적 태도를 보일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지뢰를 북한군 귀순을 막기 위한 도구로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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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년마다 발간하는 국방백서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을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삭제 또는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해묵은 ‘주적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은 20년 넘게 국민 여론을 편가르기 시켜온 단골 프레임이다.

 

2016년 국방백서

 

국방백서는 군사적 위협 대상에 대한 표현에서 시대 상황과 남북관계를 반영해 왔다. 그런면에서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올 연말 발간 예정인 2018 국방백서에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어느정도 순화될 것이라는 관측은 예견된 사안이었다. 판문점 선언에서 상호 약속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중지’에 따라 남북 모두 군사적 상황에서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나온 예측이었다. 이후 막상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보수 야당·언론은 군의 정신전력 와해로 간주하고 비판 강도를 높이고 있다. 논란이 깊어지자 송영무 국방장관은 국방백서를 발간하지 않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방백서란

 

국방백서(White Paper)나 국방보고서(Annual Report)는 국민을 상대로 국방정책을 지지하도록 유도하고, 예산 확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출판하는 간행물이다. 포괄적인 국방 정보자료와 전략지침을 제공하는 것도 주요 발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같은 정보 제공은 자국의 국방력이 안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임을 천명하는 차원이기에 굳이 백서에서 특정 국가를 타도 대상인 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현 정부의 시각이다. 나아가 ‘(잠재적) 위협’ 정도의 표현 자체가 언제든지 ‘적’이 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수사적 표현이고, 국방백서 문구 변화를 장병들의 정신전력 와해로 직결시키는 것은 오히려 장병들의 수준을 무시하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국방백서가 국민 지지를 전제로 하는 만큼 발행 국가는 대부분 자유주의 나라들이다. 사회주의 국가는 국방백서에 언급할 수 있는 내용 자체를 국가안보개념으로 분류해 비공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군사굴기’를 앞세운 중국이 대폭적인 국방예산 증액을 하면서 국민지지와 주변국 경계심 완화를 목적으로 ‘중국적 국방’이라는 백서를 부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중국은 백서에서 평화적 발전 노선, 방어적 국방정책 고수와 군사적 상호신뢰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국방백서를 매년 발행하는 국가는 일본과 인도 정도로 많지 않다. 한국과 대만은 격년제로 내놓고 있다. 중국과 독일,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등은 부정기 발간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군사전략’과 ‘국가국방전략’이라는 이름으로 4년마다 국방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은 국방백서는 물론 군사적 실태에 대한 보고서 형태 문서를 일절 발간하지 않고 있다.

 

■‘주적의 탄생’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1995년 발간판이었다. 이는 1994년 3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문제를 놓고 남북이 특사 교환 실무접촉을 시작했을 때 박영수 북한 대표가 ‘서울 불바다’라는 협박성 발언을 한데서 비롯됐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보수층으로부터 이에 대한 맞불 대응을 종용받았고, 마땅한 방안이 없어 고육책으로 내놓은 것이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이었다. 1995년 국방백서 국방목표 해설 부분에는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과거 군사정권에서조차 거론하지 않았던 표현이 새로 등장했다.

 

이후부터 ‘북한=주적’이나 ‘북한군=적’ 표현은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자리잡았다. 김대중 정부는 첫 남북정상회담 이후 보수 언론 등의 시비를 차단하려고 2001년부터 ‘01~’03년 국방백서 발간을 중단하고, 정책자료집으로 대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수 언론은 정책자료집 발간이 ‘주적’ 표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주적 논란을 정치·사회 쟁점화했다. ‘(주)적 논란’은 지난해 대선 토론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해 ‘팩트 체크’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는 보수 야당·언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2004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대량살상무기, 군사력 전방배치 등은 직접적 군사위협’으로 표기해 발간했다. 이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2006년 국방백서에는 북한을 ‘우리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기술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인 2008년 국방백서에도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의 개발과 증강, 군사력 전방배치 등은 우리 안보에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고 명시했을 뿐, ‘적’이라는 표현은 없었다. ‘적’ 표현이 다시 등장한 계기는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었다. 이후 발간된 2010년 국방백서는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으로 표현했다. 이는 가장 최근 나온 2016년 국방백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이라는 전제를 달아 남북 대치상황 변화에 따라 표현을 달리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외국 사례

 

전 세계적으로 국방백서나 국방보고서, 또는 이와 유사한 공식문서에 ‘(주)적’ 표기 사례는 없다.

 

1980년대까지는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대상 국가 자체를 직접 거론하며 ‘○○국은 위협’이나 ‘○○국은 잠재적 위협’으로 표현했다. 서독이 1985년 국방백서에서 ‘소련의 군사적 위협’으로, 일본이 1987년 방위백서에서 ‘극동 소련군은 잠재적 위협’으로 기술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는 모든 국가가 국방백서에서 상대 국가를 직설적으로 지칭하는 대신 구체적 사안과 행위를 들어 ‘(잠재적) 위협’을 기술하고 있다.

 

가령, 미국은 2018년 ‘국가국방전략’에서 ‘중·러는 수정주의 세력으로 최우선 위협’ ‘북한·이란은 불량정권으로 지속적 위협으로 평가’라고 하면서 ‘수정주의’와 ‘불량’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중국도 가장 최근 발간한 2015년 ‘중국적 국방’에서 ‘대만독립 분열세력과 분열활동은 양안관계의 평화적 발전에 최대 위협’으로 기술했을 뿐 대만 자체를 위협으로 분류하지 않았다. 일본 역시 2017년 방위 백서에서 ‘북한의 핵무기, 탄도미사일 개발은 절박한 위협’ ‘중국의 현상변경 시도는 지역·국제안보에 심각한 불안요소’로 평가했다. 북한과 중국 정권이나 군부 자체를 위협으로 규정하지 않고 행위와 현상에 주목한 것이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26일 개성공단 등을 볼 수 있는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 도라전망대에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파주 _ UPI연합뉴스

 

■고심하는 국방부

 

국방부는 26일 국방백서에서의 ‘북한군=적’ 문구 삭제를 놓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상호주의와 비례성 원칙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작업과 속도를 지켜보면서 국방백서의 표현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과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을 지지한다는 측면에서 북한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간주하는 문구를 전향적으로 삭제해야 한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주적 개념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송 장관은 “(국방부) 실무진에게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에 관해 지시한 적이 없다”며 “영토·영해·영공을 침범 위해하거나 국민의 재산 생명을 위협하는 건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서의 관련 표현 삭제 여부는) 학자 등 여러 사람 얘기를 듣고 최종 결심을 (연말에) 발간하든지, 아예 발간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적이라 하더라도 이를 공개 문서에서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별개 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상호 신뢰를 구축해야 할 상대방을 ‘적’으로 공언한다면 앞으로도 대화하지 말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전국적 범위에서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 완수’라는 문구를 담고 있는 헌법적 성격의 북한 노동당 규약과 대외 군사외교에도 참고자료가 되는 국방백서를 비교하는 것 역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정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국군기무사령부령을 폐지하고 국방부가 새로 제정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대통령령)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다음달 1일부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조직이 바뀌는 국군기무사령부는 13일 인적 청산에 본격 돌입했다. 계엄령 문건 작성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 댓글공작 등 이른바 ‘3대 불법행위’에 연루된 기무사 간부 26명은 2차로 육·해·공군 원 소속부대로 돌려보냈다.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하는 새로운 보안·방첩 부대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다음달 1일 창설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출범하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임무나 역할이 기존 기무사령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 ‘도로 기무사’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출범과 함께 명칭, 상징물 등이 사라질 국군기무사령부의 입구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인사 교류·총장 인사권

 

국방부 담당 ‘100기무부대’
명칭만 바꿔 설치 법제화
인사는 ‘방사청 벤치마킹’
14일 국무회의서 대통령령
‘안보지원사령’ 의결 예정

 

국방부는 그동안 설치근거가 없었던 국방부 담당 100기무부대의 근거를 새로운 안보지원사령부령에 포함시켜 위상을 높였다. 100기무부대가 국방부 동향을 파악해왔던 기관이었다는 점에서 국방장관은 물론 국방부 간부들은 내심 마뜩잖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민병삼 전 100기무부대장(육군대령)은 주요 실·국장과 합참 장군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방장관 아침 간담회에서 들은 대화를 메모한 후 사령부에 보고한 내용을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에서 꺼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국방부는 안보지원사령부령에 안보지원사령관 소속으로 국방부 본부 지원부대를 두기로 명시하는 방식으로 100기무부대를 명칭만 바꿔 둘 계획이다.

 

국방부는 또 안보지원사령의 하위법령이나 예규에 기무사 개혁위에서 권고한 순환·교류 인사나 기무요원 양성에 대한 개선책들을 담을 예정이다.

 

현재 기무사령관이 갖고 있는 인사권은 안보지원사가 발족하면 육·해·공 각군 총장에게 귀속시킨 후 추천을 받는 방식이 유력하다. 이는 소속 기관장이 추천하면 육·해·공 각군 총장이 특별한 하자가 없을 경우 받아들이는 ‘방위사업청 인사 방식’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안보지원사의 경우 사령관이 추천하면 각군 총장이 수용하는 형식이다.

 

또 하위법령에 방위사업청처럼 안보지원사 현역 군인들을 원래 소속 군으로 순환근무시키는 방식으로 인사 교류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지원사는 기무사를 잇는 차원이 아니기 때문에 최고 수장은 제1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이 된다. 이에 따라 창설준비단은 안보지원사가 출범하면 새로운 보안·방첩부대 출범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기존 역사관을 없앨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기존 기무사 역사관에 보관한 자료는 국방부 내 다른 기관으로 옮겨지게 된다. 호랑이로 표현되는 기무사 상징물과 부대가도 바꾼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성 4명 등 원대 복귀

 

장성 2명 포함, 간부 26명
금명 소속부대 2차 원대복귀
향후 특수단 수사 대상 가능성

 

국방부는 13일 “해군본부 기무부대장 등 장성 2명을 포함한 기무사 간부 26명을 금명간 2차로 원대 복귀 조치했다”고 밝혔다. 2차 원대 복귀 대상에는 계엄령 문건(12명)과 세월호 민간인 사찰(준장 2명 포함 4명), 댓글공작(10명) 등 3대 불법행위 연루자가 육·해·공군별로 두루 포함됐다. 지난주에는 계엄령 문건 작성 태스크포스(TF) 책임자였던 소강원 참모장(육군 소장)과 계엄령 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작성한 기우진 5처장(육군 준장)이 1차로 원대 복귀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장성 4명을 포함, 기무사 간부 총 28명이 원대 복귀 조치 대상이 됐다.

 

군 당국은 불법행위 연루자 중 책임자급을 우선 원대 복귀 조치하고 연루 정도와 책임 여부 등을 따져가며 추가 원대 복귀 대상자를 선별 중이다. 이들은 향후 국방부 특별수사단 혹은 민·검 합동수사단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3대 불법행위 관련자 중 댓글공작에 연루된 인원이 수백명에 달해 가장 많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구성된 기무사 세월호 TF에는 60여명이 관련됐다. 작년 2월 구성된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 TF에는 소 전 참모장과 기 전 처장을 포함해 16명이 참여했다.

 

안보지원사는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의 30% 이상 인원감축 권고에 따라 대대적인 인적청산을 준비하고 있다. 4200명인 기무사 인원은 2900여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기존 기무사 직원 1300여명은 육·해·공군 원 소속부대로 돌아가야 한다.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육·해·공군 원 소속부대로 돌아갈 인원과 안보지원사에 남을 인원을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실상 새 조직에서 방출하는 ‘살생부’ 작성이다.

 

■ 현역 군인은 70% 이내

 

국방부는 새로 제정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령 제9조 2항에 사령부에 두는 현역 군인의 비율이 7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기무사 현재 정원 4200여명 중 장교·부사관 등 간부군인은 2500여명, 병사는 1300여명, 군무원은 400여명이다. 국방부는 간부군인과 군무원 비율 7 대 3을 2020년 1월1일까지 단계적으로 맞추도록 경과 규정을 뒀다.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은 남영신 기무사령관을 단장으로 모두 21명, 4개팀으로 구성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기획총괄팀장에는 청와대 안보실 행정관, 조직편제팀장에 현 기무사 대령, 인사관리팀장에는 국방부 인사기획과장을 각각 임명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또 노무현 정부 당시 남재준 육군참모총장과 갈등을 빚었던 군 법무관 출신인 최강욱 변호사를 특별자문관으로 임명했다.

 

■ 졸속 입법 논란

 

감찰실장에 현직 검사 임명
졸속 입법 논란 등 도마에
임무·역할 기존 기무사 동일
일부선 “도로 기무사” 반발도

 

국방부가 안보지원사 감찰실장으로 현직 검사를 임명토록 한 것은 국군조직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 법무팀장에 이용일 여주지청장을 임명했다. 그는 안보지원사 초대 감찰실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지원사령 제정안 제7조 2항은 “(기무 부대원의 비위 등을 조사할) 감찰실장은 2급 이상 군무원, 검사 또는 고위감사공무원으로 보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상위법인 국군조직법 제16조 1항에는 “국군에 군인 외에 군무원을 둔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이진우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유관기관(법제처)에서 법적 해석 또는 유권 해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안보지원사령을 제정하면서 입법예고 기간을 이달 6∼9일 총 4일만 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행정절차법에 따라 입법예고는 최소 40일 이상 해야 하는 게 통상적인 것을 감안하면 졸속입법이라는 것이다. 향후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도로 기무사’

 

정부는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60단위’의 대령급 지휘 기무부대 폐지와 30% 인원 감축을 개선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군 내부에서는 안보지원사 임무와 역할이 과거 기무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상 ‘간판’만 바꿔단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임무와 기능은 기존 기무사와 별 차이가 없을 뿐 ‘대(對)정부전복’ 임무를 ‘대국가전복’ 등으로 용어만 변경한 정도로 ‘도로 기무사’라는 것이다.

 

민간인 사찰이나 정치 개입의 근거로 악용돼 온 ‘군 관련’이라는 표현도 그대로 사용돼 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를 남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보지원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을 배제하고 (군 수뇌부 비리사항이라는 이유로) 청와대에 직보할 개연성도 남겨두었다.

 

기무사 감찰실장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는 것도 감사·검열, 직무감찰, 비위사항 조사·처리 등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외부에서 조직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려는 의도로 읽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명칭도 임무에 비해 너무 포괄적이라며, 정권이 바뀐 후 사령관과 감찰실장을 코드 인사로 할 경우 견제 기능은 사라지고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무사에 정통한 군 관계자는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 당시 군과 사이가 틀어져 애먹었던 트라우마가 있어 기무사와 같은 조직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며 “당시 기무사는 노 정부 민정수석실에 ‘통수권 확립 방안’을 제시해 사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안보지원사 역시 기무사처럼 정보기관이면서 수사권까지 갖고 있어 악용될 소지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군 당국은 안보지원사 조직개편·인적 청산을 놓고 군인권센터·민변·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과 ‘셀프개혁’ 논쟁을 벌이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촛불계엄’(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관련 문건을 즉각 제출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하면서 사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관련 문건에는 기무사 ‘촛불계엄 문건’뿐 아니라 국방부·기무사와 육군본부·수도방위사령부·특전사 등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까지 포함됐다.

특전사 등 관련 부대가 국방부나 기무사와 계엄과 관련해 교신한 흔적이나, 계엄령과 연계해 출동 준비를 했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기무사 문건’ 파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무사 개혁 현안을 군을 담당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이 주도적으로 챙겨왔던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방부 장관 사이에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 송영무 국방장관, 조국 민정수석(왼쪽부터)

 

■ ‘왝더독’ 기무사 개혁

 

송영무 장관의 ‘국방개혁 2.0’
기무사 장군 9명→2명 감축
장성 수 줄이기 ‘시범케이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한 문건을 공개하면서 기무사 개혁 과제는 사실상 실종됐다. 당초 송영무 국방장관이 계획했던 기무사 개혁안은 특별수사단의 송 장관에 대한 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계엄령 문건 파문에 묻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기무사 개혁이라는 ‘몸통’ 자체가 흔들리는 왝더독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국방부는 당초 국방개혁 2.0의 과제로 2020년까지 군 장성 수를 현재 430여명 중 75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국방부 직할부대인 기무사 장성 숫자를 9명에서 2명으로 감축하는 안을 놓고 청와대와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송 장관은 군내 권력기관처럼 돼 있는 기무사의 장군 수 줄이기를 군 장성 숫자 축소의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75명 장군 감축계획은 기무사 축소개편과 맞물린 사안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송 장관은 기무사의 조직적 반발을 우려해 기무사 개혁안을 후순위로 미루는 듯하면서 단호하게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국방부 안이 확정될 경우 기무사령관은 소장, 참모장은 준장으로 계급이 한 단계씩 낮아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육·해·공군 기무부대장과 장성급 기무사 간부들은 계급이 준장에서 대령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기무사는 이런 움직임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모임을 했던 예비역 등을 앞세워 강력 저지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전·현직 간부 3명 등 군 출신이 12명이나 포함된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지난 5월 출범했다. 위원회는 기무사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제도적으로 막는 게 중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사실상 송 장관의 개혁안과는 거리를 뒀다.

 

■ 민정수석실과 기무사

 

민정수석실이 기무개혁 주도
청 “현재 국방부와 이견 없어”

 

기무사 개혁의 청와대 주무부서는 국가안보실이지만, 실제로는 조국 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은 기무사 계엄 문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청와대 대응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계엄 문건과 관련한 두 차례 지시는 모두 민정수석실이 건의한 것”이라며 “조국 수석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기무사 개혁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배제한 특별수사단도 민정수석실이 문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지난 4월30일 회의서
임 실장·조 수석에 문건 언급”
청은 “주의 기울일 정도 아냐”

 

국방부는 지난 4월 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 기무사 개혁방안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문건의 존재 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실에는 개혁방안 등 문건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에는 기무사 개혁방안 문건을 보고만 하고, 실제 난상토론은 민정수석 등과 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에는 군 장교들에 대한 인사검증 등을 이유로 기무사 중령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검증이 이유라면 인사 전문장교가 파견돼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민정수석실이 군 동향 파악을 이유로 기무사 장교를 근무시키고 있다면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해·공군 군검사들로 구성돼 이날부터 공식 수사에 들어간 특별수사단이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과 관련, 민간인 신분인 송 장관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대통령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수사 상황을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군 특수단이 국방장관을 건너뛰고 문건 보고의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로 수사 상황을 직보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특별수사단의 보고체계에 대해서는 마땅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무사 계엄 문건 보고 여부와 시점을 놓고 여전히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문건은 작성된 후 1년 동안 문서철 속에 있다가 지난 3월 기무사 내부 보고를 통해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알게 됐다. 3월16일 이 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문건의 존재를 보고했다.

 

송 장관이 계엄 문건 공개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는 당시 청와대와 정부 내각이 4·27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이후에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정무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국방부는 주장했다.

 

■ 회색지대와 진실게임

 

‘청와대에 보고’ 언론 보도에
이석구 사령관은 강력 부인

 

앞서 청와대는 조국 수석이 해당 문건의 존재를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와 국방부는 기무사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문건 관련 사항도 있었으나 토론 주제인 기무사 개혁에 집중하느라 주의를 기울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결이 다른 해명을 내놓았다.

 

청와대와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 임종석 실장, 조국 수석 등이 참여하는 기무사 개혁과 관련한 회의가 있었다. 이날 회의 석상에서 계엄령 문건과 관련된 질의나 토의는 없었다. 다만 국방부는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촛불계엄’ 검토 문건의 문제점을 언급해 청와대에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참모진이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장관이 생각하는 만큼 그 문제를 설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에서 소위 두부 자르듯 할 수 없는 ‘회색지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무사령관이 ‘촛불계엄’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도 논란거리다. 당초 군에서는 이 사령관이 3월16일 오전 송 장관에게 문건을 언급하면서 “청와대 민정에도 보고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무사는 관련 보도가 나가자 지난 13일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은 장관 외에는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고 민정수석실에 보고하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분도 특수단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보고 누락 사건 떠올라”
군 안팎선 ‘꼬리자르기’ 우려

 

군 안팎에선 벌써부터 “이번 수사도 전 국방장관과 전 기무사령관 등이 꼬리자르기를 한다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고 누락 사건 때처럼 유야무야 처리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골탈태해 방첩·보안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지만 나중에 보면 조직을 더 탄탄하게 키우며 군내 권력기관으로 살아남았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기무사가 권력기관으로 행동하지 않는 게 기무개혁인데 청와대가 여전히 기무사를 대통령의 군 통치에 필요한 기관으로 인식해버리면 거기서 기무개혁은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 북 ‘MDL에서 남북 각각 40㎞ 사격 금지구역, 60㎞까지는 비행금지 구역’ 제안

· 북 제안은 남남 갈등까지 고려한 ‘독이 든 사과?’

·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한·미 화력 후방 배치 맞교환은 남측에 불리

· 장사정포 후방 배치까지는 남북 간 고차원 방정식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 장사정포의 후방 배치가 가능한가. 이 문제를 놓고 지난달 25일 이낙연 총리는 6·25 기념식 기념사에서 “장사정포의 후방 이전이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리실은 국방부가 이를 계속 부인해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남북 간 논의를 말한 것이 아니라 우리 정부 내부 검토를 했다는 뜻”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렇다면 북한은 장사정포 후방 배치를 시사한 적이 없는 것인가.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북한이 장사정포 후방 배치를 시사한 것‘처럼’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문제는 남측의 훈련장 재배치와 남북 간 전력지수 등과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사진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3월 보도한 북한군 훈련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MDL에서 40㎞ 사격 금지’

 

군 안팎에서는 북한이 지난달 14일 제8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남측에 ‘사격 금지와 비행 금지구역 지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측이 “남북이 각각 서해 북방한계선(NLL) 20㎞, 군사분계선(MDL) 40㎞씩을 ‘사격 금지구역’으로 정하자”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북측은 또 군사분계선의 경우 60㎞ 이내 지역을 ‘비행 금지구역’으로 두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게 보면 사격 금지구역 설정은 우선 실사격 훈련 중단과 이후 포 후방 배치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먼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한 ‘사격 금지구역’에서 남북 간 실사격 훈련 중지가 이뤄지면 이후 북의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남북 간 재래식 포병 전력의 균형추가 북측으로 기울어진다는 점이다. 군사분계선에서 40㎞씩 철수하면 남측 화력은 서울까지 밀리는 데 반해 북측 화력은 평양 남쪽으로 100㎞ 떨어진 지점에서 멈추기 때문이다.

 

현재도 평양은 비무장지대(DMZ)에서 180㎞ 거리인 반면 수도권은 60여㎞에 불과해, 남측은 화력을 비무장지대 인접지역에 집중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남측이 군사 방어적 측면에서 불리한 현실은 판문점이 서울에서 직선거리로 52㎞,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147㎞인 점만 봐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비행 금지구역’ 지정도 사실상 공중 감시정찰 자산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남측에만 적용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장사정포 후방 배치 미끼’를 내세워 남북 간 전력 균형을 단숨에 뒤집겠다는 북의 전략이라는 의심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국방부는 1일 북측이 ‘사격 금지와 비행 금지구역 지정’을 제안했는지에 대해 공식 확인을 거부하면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합의된 사항 이외에 남북이 서로 제안한 의제들에 대해서는 일일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다른 국방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북 화력 ‘MDL 사이에 두고 맞대결’

 

군사분계선 인근 북측 지역에 배치된 1000여문에 달하는 각종 북한군 포 가운데 장사정포는 핵과 미사일에 이은 3대 위협 전력으로 꼽혀왔다. 장사정포는 40㎞ 이상 사거리를 가진 북한군 야포와 방사포를 의미한다. 이 중 사거리 54㎞의 170㎜ 자주포 6개 대대와 사거리 60㎞의 240㎜ 방사포 10여개 대대 330여문이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는 것으로 군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장사정포는 갱도 진지 속에 있다가 발사 때만 갱도 밖으로 나온다. 갱도 밖으로 나와 발사하고 들어가는 데 6~15분가량 소요된다.

 

이에 맞서 한국군은 155㎜ K-9 자주포(사거리 40여㎞), 차기 다연장로켓포(MLRS) 천무(사거리 80㎞)를 전방에 배치하고 있다. 경기 연천과 포천 등 휴전선 인근 포병부대는 그동안 K55 자주포와 155㎜ 견인포(KH 179)를 운용하다 지난해 K-9 자주포로 주전력을 전환했다. 군은 서북도서와 전방 지역에 총 900문가량을 배치했다. K-9 포병부대는 비무장지대 이남 5~10㎞ 거리에 집중돼 있다. 북한이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트집 잡은 것도 K-9 자주포의 실사격 훈련이었다.

 

경기 동두천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 미2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의 다연장로켓포와 전술지대지 미사일(ATACMS), 신형 다연장로켓 발사기(M270A1), 장사거리 유도형 다연장로켓(G-MLRS) 탄약 등도 북 장사정포 대응 전력이다. 장사정포 후방 배치 논의를 본격화할 경우 K-9, K-55 등의 포병 전력 철수와 함께 미 210화력여단 전력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북 장사정포가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남북 화력이 맞붙을 경우 남측 전력이 압도적이다. 합참은 워게임을 통해 240㎜ 방사포는 6분 이내, 170㎜ 자주포는 11분 이내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수일 이내에 장사정포 전력을 괴멸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북 제안은 ‘남남 갈등’ 유발

 

남북 간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40㎞ 이내 사격 금지’와 ‘60㎞ 이내 비행 금지’ 구역이 정해진다면, 이는 사실상 남측 전방지역의 포사격 훈련장 무력화를 의미한다. 군 주요 포사격 훈련장이 군사분계선에서 40㎞ 이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경기 포천과 연천, 강원 철원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소음과 도비탄 피해 등을 이유로 군 사격장 이전이나 폐쇄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측이 40㎞ 사격 금지를 제안해 군사적 목적뿐만 아니라 군·보수층과 지자체 사이의 ‘남남 갈등’을 유발시키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게다가 남북 긴장 완화와 적대행위 중지라는 대의명분 아래 군이 사격훈련장 이전이나 폐쇄를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포천만 해도 영평사격장, 바이오넷, 다락대, 도마치사격장, 아시아 최대의 승진사격장 등 총 1억평 규모의 한·미 군 사격장 9개가 자리 잡고 있다. 연천지역의 경우 군부대 87곳과 포사격 등 훈련장 39곳이 있어 전국 최대 규모다. 포천과 연천 훈련장은 지역 주둔 부대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다른 지역 군부대도 들어와 훈련을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피해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후방지역 훈련장들이 도시화 등으로 인해 5년 전부터 연천 훈련장으로 통합된 이후에는 전차와 자주포 등의 훈련 횟수가 늘어났다. 한·미 연합훈련 때는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부대까지 날아와 이곳에서 훈련을 실시한다.

 

연천군 신답리와 장탄리 훈련장에서 포를 쏘면 3~5㎞ 거리의 연천읍 부곡리 ‘다락대훈련장’ 탄착지로 포탄이 떨어진다. 다락대훈련장은 전차사격장과 공병훈련장을 갖춘 800여만평 규모의 동양 최대 종합사격훈련장이다. 다락대훈련장은 국방연구소(ADD)의 신무기 시험장이기도 하다. 현궁 대전차미사일 최종 시험 발사도 이곳에서 실시된 바 있다. 다락대사격장은 군사분계선에서 20㎞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철원군 갈말읍에 있는 문혜리 포사격장은 군사분계선까지 거리가 15㎞로, 다락대사격장보다도 가깝다.

 

남측이 강원 고성군 야촌리와 송지호 해변 일대, 백령도 등 3곳에서 실시하는 장거리 포병 사격도 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육군과 해병대가 130㎜ 다연장 로켓탄과 K-9 자주포를 20㎞ 이상 발사할 수 있는 곳은 군의 30여개 포사격장 가운데 이 3곳뿐이다. 장거리 포병 사격은 사격하는 진지와 포탄이 떨어지는 표적 지역까지의 거리가 20~30㎞는 돼야 제대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 60㎞ 비행 금지구역을 설정하면 포천 승진훈련장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곳은 육군 보병과 포병, 기갑 부대들이 한꺼번에 참여하고 공군 전력의 실사격까지 가능한 유일한 공지합동훈련장이다.

 

■장사정포 후방 배치는 고차원 방정식

 

북한 장사정포가 후방으로 빠진다면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와 함께 장사정포의 후방 철수는 전쟁 위험의 실질적인 해소 대책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측이 북의 화력 전력 후방 배치 제안을 수락하기 위해서는 훈련장 재배치와 남북 간 전력지수 등 여러 가지 함수를 고려한 고차원적 방정식 해법이 요구된다. 국방부가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 군사적으로 매우 첨예한 사안까지 논의하기엔 남북 군당국 간에 아직 신뢰가 구축되지 않았다”고 강조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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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한·미동맹에 내세운 ‘돈의 논리’는 사실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주한미군에 적용하고 있는 ‘돈의 논리’는 사실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이 비싸다고 잇따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는 “이렇게 큰 비행기(미 폭격기)가 (괌에서) 한국까지 훈련하러 가고, 폭탄을 떨어뜨리고 괌으로 돌아오기에 긴 시간이다. 내가 항공기에 대해 많이 아는데, 아주 비싼 것이고 나는 그게 싫다”고 발언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에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우리가 수백만달러를 비행기와 모든 것을 위해 지불하고 있다”며 “훈련은 아주 비싸다. (훈련 중단으로) 내가 많은 돈을 절약했고, 그건 우리에게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괌의 미국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오후 ‘죽음의 백조’ B-1B 1대가 출격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 비용과 연계해 거론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는 “나는 적절한 시점에 가능한 한 빨리 (주한미군) 병력을 빼고 싶다”며 “우리는 많은 비용이 들고 있고, 한국이 (주둔 비용) 전액을 지불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우리는 한국에서 (무역으로) 돈을 잃고, 군대(주한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도 말했다.

 

■죽음의 백조 ‘13억5700만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실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들어가는 금액이 얼마인가’ 하는 궁금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싼 훈련 비용 대상으로 주로 비행기를 언급하고 있다. 이는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략폭격기 ‘3종 세트’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폭격기와 B-2A 스텔스 폭격기, B-52H 폭격기가 그것이다.

 

국내 대다수 언론 매체들은 군 당국자나 군사전문가들의 추정이라며 이들 3종류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를 한 차례 다녀가면 총 120억원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보도했다. B-1B는 공중급유기와 호위 전투기 출격 비용까지 포함해 20억~30억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되고, B-2A 폭격기는 한반도 상공으로 1회 출격하는 데 연료비와 스텔스 도료비 등 60억원가량 들어간다는 것이다. B-52H 출격비용은 20억~30억원으로 유사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정치는 연료비에 다른 지원 비용 등을 더했다 하더라도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연료비만 보면 민간 항공사가 괌과 인천을 운항하는 중형기인 767 기종은 약 3000만원이고, 대형기인 B747 기종은 약 6000만원이다.

 

미 공군의 분석은 한국 언론이 보도하는 액수의 3분의 1이 채 안된다. 미 CBS 뉴스는 지난 13일 “한국에서 워 게임을 중단하면 미국은 얼마나 많은 돈을 절약하나?(How much money would the U.S. save by ending Korean ‘war games’?)”라는 기사에서 미 공군 장교가 전략무기 출동 비용을 계산한 기사를 실었다.

 

B-1B의 한반도 1회 출동 비용은 13억5700여만원으로 계산됐다. B-1B의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을 1억400여만원(9만5758달러·환율 1090원 기준)으로 잡은 후 괌~한반도 왕복에 걸리는 13시간을 곱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B-2A ‘스피릿’의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은 1억3300여만원(12만2311달러)으로, 한반도 출격 비용은 17억3300여만원이었다.

 

B-52H는 1시간 작전비행 비용이 5300여만원(4만8880달러)으로 다른 전략폭격기에 견줘 저렴한 편이었다. 괌에서 한반도까지 비행에는 6억9300여만원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3종 폭격기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총출동한다고 가정해도 훈련비용은 총 347만337달러(37억8000여만원) 정도다. 서울 강남의 대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다. 이는 출격에 동원된 병력 인건비와 운영비, 유지·보수비, 지원비, 시스템 개선비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미국의 2019 회계연도 국방예산인 6811억달러(742조3990억원)에 견주면 0.0005%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게다가 미 전략폭격기 3종류가 한꺼번에 한반도에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CBS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 지시대로 (전략폭격기) 비행이 취소된다 해도 실제로 돈이 절약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전략폭격기는 한반도 비행이 취소되면 대신 다른 임무에 투입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엄청난 비용 절약’이라는 주장은 일방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핵항모나 폭격기 등 미 전략무기가 단순히 북한만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에 전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미 전략무기는 한반도 인근에서 중국이나 러시아를 겨냥해 단독훈련이나 한·미, 한·미·일 연합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용을 나누는 계산은 더 어렵게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중단하겠다고 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은 본래 미 전략무기가 투입되는 훈련이 아니다. 미군의 경우 미 본토나 태평양사령부 등에서 증원되는 전쟁수행요원 2000~3000명이 지하 벙커에서 한반도 유사시를 대비해 시뮬레이션 워 게임을 숙달하는 훈련이다. 실제 기동훈련이 아니기 때문에 항공모함이나 이지스함, 전략폭격기 등이 올 이유가 없다.

 

투입되는 비용도 주로 병력 인건비 위주다. 여기에 수송비, 피복비, 부식비, 의료용품 등 훈련 기본 비용과 장비 가동에 필요한 유류비와 수리부속비 등이 포함된다. 연합훈련에 소요되는 비용은 자국 부담이 원칙이다. UFG에 전략무기를 투입하지 않는다면 미측이 부담하는 비용은 확 떨어진다. “훈련비가 아주 비싸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는 상당히 다른 측면이 있다.

 

■한반도 주둔이 더 경제적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주한 미군)에서도 돈을 잃고 있다”고 한 발언 역시 트럼프 취임 직후부터 논리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미 싱크탱크 ‘아메리칸액션포럼(AAF)’은 2016년 11월 발간한 ‘동맹과 방위비 분담: 예산 현실 조사’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일본·독일에 미군을 주둔시켜 군사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을 미국 본토에 배치하는 것보다 한국에 주둔시키는 것이 더 큰 비용 절감이 된다는 의미다. AAF는 미 보수매체 워싱턴프리비컨이 소유한 싱크탱크다. AAF 보고서는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이 만약 독일 공군 기지를 이용하지 못했다면 군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많은 나라를 보호하지만 얻은 것은 전혀 없다’는 트럼프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거듭 밝혔다.

 

로렌스 코브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지난 14일 미국의소리(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한미군을 철수시켜 해산시킨다면 모를까, 주한미군을 귀환시키면 그들을 위한 시설을 짓는 등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46%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면 미국이 결국 모든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2016년 4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에 출석해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다”면서 미군이 미국 본토에 재정착하는 것보다 한국에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특히 미군의 해외 단일 기지 중 최대 규모라는 평택 험프리스 기지는 한국이 총 이전 비용 107억달러 중 92%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건설됐다. 험프리스 기지는 미국 수도인 워싱턴과 비교하면 알링턴 국립묘지, 국회의사당, 내셔널스 야구장까지 덮을 수 있는 규모다. 또 험프리스 기지는 주한미군 기지이자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동북아 기동군’ 기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장은 사실과 다른 레토릭을 앞세운 ‘장삿속’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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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SC와 로키·하이키는 ‘입맛대로’ 소통

·8월 UFG는 변화 가능성 낮아

·미 전략자산은 전개 목적 달라질 가능성

 

최근 한미가 연합훈련을 저강도로 실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한 국내 방송은 “한미가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설 경우 연합훈련을 낮은 강도로 진행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우선적으로 한미가 연합군사훈련 성격을 재조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B-1B 전략폭격기와 한국 F-15K가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비행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DB

 

저강도 한미연합훈련과 훈련성격 재조정 보도는 송영무 국방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회담한데서 비롯됐다. 여기서 양국 장관은 한반도 연합훈련을 ‘로키’(low-key)‘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연합훈련을 진행하되, 전략적 소통 차원에서 과다한 홍보를 안 할 수도 있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헷갈리는 발언이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약하게 하겠다는 것인지, 훈련은 과거처럼 고강도로 하지만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만 자제하겠다는 건지 모호하다.

 

이런 가운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 3일 림팩(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등 한미합동군사연습에 대해 “판문점 선언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남조선 호전광들은 오는 8월에 있게 될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과 관련하여서도 그것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남조선 군부세력이 판문점선언이 아니라 군사적 대결각본의 실행에 나서고 있다는것을 실증해 주고있다”고 했다.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항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경향신문 DB

 

 

■‘로키’와 ‘SC’ 변화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로키‘ 뜻은 주변의 이목을 끌지 않도록 억제한다는 의미다. 본래 사진·방송에서 화면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어둡게 연출하는 기법에서 비롯됐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국방부가 연합훈련을 로키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훈련을 저강도로 하겠다기 보다는 훈련 참가 전력 등을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미가 더 가깝다.

국방부 당국자가 밝힌 ’전략적 소통‘이라는 말은 한미 군 관계자들이 흔히 쓰는 SC, 즉 전략 커뮤니케이션(Strategic Communication)을 말한다. 미군 SC는 좁은 의미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 군사 점령지역의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선무적 성격의 소통 전략에서 출발해 군의 전략 목표 달성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강화·유지하기 위한 성격으로 확대됐다. 한국군은 미군을 모방해 ’핵심 대상‘에게 영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메시지 활용 방식으로 SC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군이 국민을 상대로 정확한 한미연합훈련 상황을 전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입맛대로‘ 로키와 하이키를 적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군의 로키·하이키와 SC가 노리는 핵심 대상이 북한인지, 국민인지도 헷갈린다.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잇따랐던 2016과 2017년의 경우 ’하이키‘를 앞세운 SC를 펼쳤다. 하이키 ‘단골 메뉴’는 핵추진 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 B-2 또는 B-52 전략폭격기 등 미 전략자산 공개였다. 심지어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 부풀리기도 포함됐다. 여기에는 보수 정권의 안보무능을 숨기기 위한 의도도 작용했다. 미군 역시 이에 편승해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하이키를 선택했다.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등 미 해군의 3개 항모강습단이 한국 해군 함정과 펼친 무력시위를 ’포토(사진) 훈련‘이란 이름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한 사례는 하일라이트였다. 항모 3척이 한반도 해상에 한꺼번에 등장한 것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 처음이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의 싱가포르 합의에서 나온 로키와 SC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판문점 선언을 이어나가기 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에게도 정확한 팩트는 숨기는 식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군사적으로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은밀성인데 훈련도 일부러 알리지 않으면 국민이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측) 전략자산도 연간 계획에 의해 전개되는데 공보 채널로 발표 안 하는 방법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키 한미연합훈련이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미 핵항모는 페이스북에 승조원 가족을 위해 항모 행선지를 미리 예고하고 있다. B-1B·B-52 등 전략폭격기나 F-22가 도심지 한국 공군기지를 이용하면 바로 민간에 노출된다.

 

이번 합의로 당장 오는 8월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UFG 훈련은 키리졸브(KR) 연습, 독수리(FE) 훈련과 더불어 한미가 매년 실시하는 연례적인 3대 연합훈련 중 하나이다.

 

UFG 성격상 한미 참가 병력이나 장비 등에서 변화가 있기는 어렵다. UFG 훈련은 북한의 국지 도발에 대비해 한국 정부와 한미 연합군의 공동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 컴퓨터 모의 연습으로 진행된다. 핵심은 UFG가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PX·Command Post Exercise)이라는 점이다. 실제 병력과 무기가 동원되지 않는 ‘워 게임’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습에서 참가하는 병력 규모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 컴퓨터로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항모전단도 2개 또는 3개, 심지어 10개도 컴퓨터상으로는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훈련이다.

 

다만 북한이 UFG에 강력 반발했던 것은 UFG를 전후해 핵 항공모함과 B-1B·B-52 등 전략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등 핵 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무기들이 한·미연합 해군 훈련이나 한·미연합 공군 훈련 참가 등의 명목으로 한반도 주변에 나타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이 전략 자산들은 본래 UFG 훈련과는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용도로 전개된 것들이었다. 최근 한반도 기류가 이어진다면 올해 UFG 훈련 기간에는 미 전략자산 전개는 없을 것으로 확실시 된다.

 

쌍룡훈련에 참가한 미 해병대원들이 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에 탑승하고 있다. 경향신문 DB

 

 

■저강도 보다는 횟수 축소

 

일련의 흐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내용, 그리고 강도는 모두 북한의 행동양상에 비례해 달라져왔다. 한미 연합훈련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규모가 커지고 성격도 참수작전 등을 포함하는 공세 성격이 강해졌다.

 

이제는 한반도 평화 기류가 계속된다면 한미 연합훈련은 1년에 연합지휘소연습 1회, 한미연합야외실기동훈련 1회의 조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북한이 우선 핵동결을 하고 핵동결이 충분히 검증된다면 거기에 상응해 우리가 한미 간 군사훈련을 조정하고 축소한다든가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는 과거에도 남북합의서로 상징되는 실질적인 남북관계 진전과 북한측에 신뢰감을 주기 위한 조치로 1992년 실시예정이던 군사훈련을 중지한 적이 있다. 이어서 1994년에는 북핵문제의 성공적인 해결과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팀스피리트 훈련의 조건부 중단을 발표했다.

 

남북 군사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올해 10월쯤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의 횟수 조정 문제가 의제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군 당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한편 북한의 체제안보 위협을 일정 부분 해소하자는 데는 지난 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미 합의를 끝낸 터이기 때문이다.

 

미 전략자산 전개 성격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미측은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의 숙달 차원 성격이 크다고 밝혀 왔다. 한미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시와 평시 북한이 핵과 WMD 사용을 위협하는 단계에서부터 직접 사용하는 단계까지를 포함한 대응방안이다. B-52 한반도 비행도 한·미동맹 항공전력의 확장억제 임무수행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만큼 북이 핵을 포기한다면 맞춤형 억제전략 차원의 전략무기 전개는 그 필요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 전략무기 전개는 201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대신 B-52나 B-1B, 핵항모 등과 같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주변 전개는 중국을 염두에 둔 훈련 성격에 더 방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국제정치학자들은 팀 스피리트 훈련도 1980년대 중반부터는 미군의 한미동맹만을 위한 작전이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미군 참가 병력이 20만 명을 넘어선 것 자체가 구 소련의 중동 산유지역에 개입에 대한 대처 차원으로 소련의 동해안 지역을 공격한다는 미국 레이건 정권의 ‘동시다발보복전략’ 차원이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키리졸브 훈련과 같은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면 한국군은 한반도 전장만을 바라보지만, 미군은 동북아 전체의 군사적 움직임을 구도로 작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 철책 건너 평화로 가는 길, 도보다리 새소리는 여전했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미래를 놓고 대화를 나눴던 판문점 도보다리 위 원형 탁자와 벤치가 판문점선언 이후 처음으로 지난 18일 공개됐다. 탁자와 벤치는 그동안 유엔을 상징하는 파란색 포장으로 가려져 있다가 이날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원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북한 초소까지는 40m에 불과하다. 판문점 _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판문점 회담장에서 중립국감독위원회 캠프로 이어지는 도보다리는 푸른빛 그대로였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MDL) 101번째 푯말 앞에 앉아 한반도 미래를 놓고 희망의 대화를 나눈 곳이다. 둥근 탁자와 야외 벤치는 재떨이만 치워졌을 뿐 두 정상의 대화 도중 간간이 들리던 새소리도 여전했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 기자로는 내외신을 통틀어 처음으로 지난 18일 이곳을 찾았다. 한국군 당국과 유엔사 협조를 얻어 지난 13일 동부~중부~서부 전선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횡단 5박6일 취재를 시작했다. 율곡부대(육군 22사단)가 지키는 동해 지역 휴전선 철책에서 출발해 육군 1사단이 통제하는 서부전선 휴전선 철책에서 끝났다. 하루에도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대여섯 차례 들락날락하며 분단 현장을 맨눈으로 살피고 한반도의 미래 희망을 찾아보려 나선 길이었다. 판문점 도보다리는 휴전선 155마일(248㎞) 답사의 사실상 마지막 목적지였다. 남북 정상 간 만남 이후 남북한군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최전방에는 ‘무슨 변화가 있을까’ ‘비무장지대(DMZ)는 어떤 미래유산으로 남아야 할까’ 하는 성급한 생각으로 발을 뗀 여정이었다.

 

지난 14일 산악지대 일반전초(GOP) 휴전선 철책선을 따라 건봉산 전술도로를 달렸다. GOP는 남방한계선 철책선에서 장병들이 24시간 적 침입에 대비한 경계근무를 하며 적의 움직임을 살피는 곳이다.

 

백두대간의 큰 줄기이자 향로봉 산맥 봉우리인 건봉산의 험한 길은 배우 송중기씨가 근무했다는 독도중대로 이어졌다. “준비는 강력하게, 응징은 철저하게”라는 구호가 쓰인 초소들을 지나다보니 4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근무했다는 건봉산대대 전방관측소(OP)에 도착했다. 건봉산 정상(911m)에 ‘노무현 벙커’ 기념비가 서 있는 이 OP에서 노 전 대통령은 1968년 3월부터 1971년 1월까지 상황병으로 근무했다. 밤새 뜬눈으로 전방 경계근무 중 발생한 소·중대 상황들을 파악한 후 상급부대와 대대장 등에게 보고하고 조치를 취하는 게 당시 군번 51053545였던 병사 노무현의 임무였다.

 

군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북한군이 한국군 초병 귀를 베어가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고 전했다.

 

육군 12사단 향로봉중대원들이 떠오르는 태양을 등진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향로봉중대는 비무장지대(DMZ) 부대는 아니지만 육군에서 가장 높은 1293m 고지에 있어 폭설과 강풍이 잦기로 유명하다. 겨울철 체감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11월에 눈이 오기 시작해 5월 초까지 내린다. 육군 제공

 

 

확성기 철거되자 자연의 소리 돌아왔지만…북측엔, 통신 감청·전파 방해용 새 철탑들이 들어섰다
녹슨 탱크가 지키는 ‘노무현 벙커’를 지나
북 GP와 580m 떨어진 ‘최북단 관측소’에 오르니 해금강 말무리반도가 손에 닿을 듯
병사들이 직접 돌던 2000개 넘는 철책 순찰로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며 무인감시 가능해져

 

■ 노무현 벙커와 유엔사 관할 OP

 

노후화와 작전상 이유로 비어있는 노무현 벙커.

 

노무현 벙커는 비어 있었다. 대대 주지휘소가 2016년 7월19일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벙커 노후화가 심한 데다 작전적 이유에서였다고 사단 측은 설명했다. 노무현 벙커 앞은 녹슨 미제 셔먼 탱크가 지키고 있다. 셔먼 탱크가 6·25전쟁 때 900m가 넘는 이 험한 산을 어떻게 올라왔는지, 또 왜 이곳에 방치됐는지는 미스터리다.

 

노무현 벙커를 벗어나 다시 철책선을 따라 ‘금강산 전망대’로 불리는 717 OP로 향했다. 군의 최북단 관측소다. 고성 통일전망대보다 2㎞ 정도 북쪽에 있다.

 

717 OP에 도착하자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나온 미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의 취재 목적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717 OP는 유엔사 관할구역이다. 전망대가 MDL을 중심으로 남측과 북측으로 각각 2㎞ 물러나 이어진 최초 DMZ 안쪽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 허가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관광객들이 최전방 북한 땅굴을 관람하면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도 그곳이 유엔사 관할구역인 탓이다. 717 OP는 1983년까지 DMZ 안쪽 최전방 경계초소(GP)였다.

 

강원 건봉산 정상의 ‘노무현 벙커’ 앞에 있는 셔먼 탱크.

 

155마일 남방한계선 철책이 북쪽으로 500m 정도, 길게는 1㎞ 안팎까지 북상한 것은 북한이 1968년 북방한계선 철책을 남쪽으로 1.2~1.8㎞ 내린 것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717 OP 지역의 경우 북한이 1983년 북방한계선을 1.71㎞나 남쪽으로 내렸다. 그러다보니 한국군 GP와 북한군 GP 사이 거리는 580m에 불과했다. 이곳은 휴전선 155마일 전선에서 남북이 가장 가깝게 대치하는 현장이다.

 

717 OP에서는 동해선 철도와 도로가 지나가는 구서 통문이 훤히 보였다. 북한이 동부전선 최전방의 영웅고지로 부르는 351고지와 레이더기지가 있는 국지봉도 한눈에 들어왔다. 351고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4년 7월14일 관망대에서 북한군 방사포 발사를 관람한 곳이다. 망원경을 통해서는 구선봉을 비롯해 감호와 금강산 끝자락인 해금강 말무리반도가 손에 닿을 듯했다. 관측장교인 이모 중위는 “삼일포 인근에는 집단농장이 있고, 말무리반도에는 북한군 고위층 휴양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 다리가 GOP 철책

 

휴전선 일대에는 남방한계선 철책 역할을 하는 다리가 여러 곳 있다. 신필승교와 오작교가 대표적이다. 경기 연천군 남방한계선에 있는 신필승교는 필승교 옆 북쪽으로 새로 만든 다리로 길이가 300m에 달한다. 과거 배터거리로 불리던 옛 나루터 자리에 있다. 군 당국은 이곳을 지난 18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신필승교를 지키는 장병들의 경계 수준은 임진강 수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이곳을 지키는 장병들은 지난 18일 수도권과 강원 등 중부 지역에 3일간 최대 190㎜가 넘는 폭우가 내리자 긴장한 표정으로 황토색으로 변한 임진강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다리 위 초소는 레이더와 유속계까지 갖추고 있었다. 과거 이곳은 북한군이 불어난 임진강 물을 이용해 여러 차례 침투를 시도했던 곳이다. 또 수위가 높아지면 북한 쪽에서 일상용품은 물론 물에 빠진 시신까지 떠내려온다. 촘촘한 망으로 스크린이라 불리는 시설물을 신필승교 아래쪽에 설치한 것도 북쪽에서 떠내려오는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위가 높아지면 수문과 함께 스크린도 들어 올려야 한다. 이는 이곳을 지키는 장병들에게는 GOP 철책을 들어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경계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북한강은 DMZ부터 남방한계선이 지나는 오작교를 거쳐 ‘평화의 댐’까지 흐르고 있었다. 오작교는 강원 화천과 양구 사이를 흐르는 북한강 위에 세워진 다리다. 남한 영토로서는 북한강 최북단으로 GOP 철책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강 수계 최북단을 지키는 오작교는 북한강 수위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상적인 장마철 방류 외에 북한의 수위조절을 가장한 대량 방류나 유사시 펼칠 가능성이 있는 수공을 포착해 조기 경보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에서다.

 

오작교 일대는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초소 열영상감시장비(TOD)에 전국에 900여마리밖에 없다는 산양이 12~15마리 몰려다니다 한꺼번에 찍히기도 했다는 게 안내 장교의 설명이었다. 오작교 가는 길에도 너구리와 꿩, 까투리 등이 갑작스럽게 취재차량 앞으로 뛰어들어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2000개가 넘는 철책 순찰로가 있어 2016년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는 경계 병사들이 순찰을 위해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 북한군 GP와 전자전

 

지난 14일 동해안 남측 통문 앞에 휴전선 최북단 기념비가 서 있다.

 

휴전선 155마일 취재를 하면서 군 관측소와 전망대 10여곳에서 북쪽을 바라봤다. 가장 큰 변화는 확성기 철거였다. 남북 모두 웬만한 OP는 서로가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소음 전쟁’을 벌이는 ‘전투장’이었다. 남북이 확성기를 철수하자 그 자리에는 자연의 소리와 바람의 소리가 다시 돌아왔음이 느껴졌다.

 

북한군의 지뢰 매설 작업과 관련한 동향도 식별되지 않았다. 북한군은 매년 5월 초부터 DMZ 내에서 수풀과 잡목이 우거지는 녹음을 이용해 지뢰 지대 보강과 추가적인 대인·대전차 지뢰 매설을 해왔다. 이는 MDL 일대에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한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남측을 위협하는 북 GP의 적대적인 총안구 개방도 관측되지 않았다. 북한군은 최근 GP 아래쪽이나 지하로 연결된 주변 은폐물에 숨긴 총안구를 환기 목적 등으로 개방할 뿐 전투준비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155마일 전역에서 소리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전자전이다. 북한군 OP 여러 곳에서 과거 왔을 때 없었던 철탑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한국군 통신을 감청하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전파를 방해하려는 목적에서 세운 시설물이다. 과거 남측보다 열세였던 전자전 지원장비(ES)를 대폭 보강한 것으로 보였다.

 

GP는 MDL 너머를 바라보면서 적이 넘어오는지 감시하고 관찰하는 시설이다. 망원경으로 살펴본 북한군 GP 모습과 분위기는 인민군 사단마다 제각각이었다. 산악지대인 동부전선의 북한군 GP는 DMZ 안쪽에 요새처럼 점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평야지대가 많은 서부전선 쪽으로 갈수록 북한군 GP는 민경대대가 관할하는 휴전선 철책선과 거의 붙은 채 일정한 간격으로 줄줄이 있었다. 경기 연천군 열쇠 OP에서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GP 후방에서 하얀 마대자루를 들고 농사짓는 모습이 관측됐다.

북한군 GP는 인민군 최고사령관기와 인공기를 게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한국군 GP는 유엔 협정을 준수하는 감시초소라는 상징으로 유엔 깃발을 상시 내걸고 있다.

 

중동부전선의 북한군 GP에서는 비가 내린 후 초소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북한군이 나와 방충망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망원경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북한의 휴전선 철책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군이나 주민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고압 전기 철책이었다. 지금은 전력난으로 전기가 흐르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군이 철책을 만지는 모습도 관측된다는 게 군 관계자의 말이다.

 

강원 화천군 칠성 OP에서는 금성천 줄기가 북한강 상류로 흘러들고 있었다. 금성천 자체가 MDL이다. 영화 &lt;고지전&gt;의 모티브가 된 425고지도 보였다. 전국 도로 가운데 유일하게 남과 북을 거쳐 다시 남쪽으로 이어진 후 7번 도로와 연결되는 4301번 도로는 ‘평화의 도로’로 불린다.

 

북한군은 DMZ 내에 박격포 진지 234개소, 고사포 진지 92개소, 대전차포 진지 28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와 OP는 282개소를 설치해놓고 있다. 이에 대응해 남측은 GP 및 OP 100여개소를 운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DMZ를 완전히 비무장화함으로써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자는 데 합의한 바 있다.

 

 

 

■ 스마트 철책의 적

 

이제는 휴전선에서 윤형 철조망이 뚫리지나 않았는지 Y자 막대기로 찔러보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철조망을 흔들어 침입 흔적을 찾지도 않는다. 2016년부터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본격 도입되면서 24시간 주간-전반야-후반야 3교대로 이뤄지던 경계근무가 사라졌다. 과거 1개 소대가 맡은 구간은 1.5~3㎞. 소초 간 거리가 300m를 넘는 곳도 있었다.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GOP 부대 병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제는 감시·감지·통제시스템으로 철책에 광그물을 씌우고, 감시카메라와 열영상감시장비 등으로 낮엔 1~2㎞, 야간엔 200~400m 경계가 가능하다. 광그물망에 침입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호가 울리고 카메라가 촬영해 영상을 지휘 통제실과 소초로 보내는 방식이다. 소위 스마트 철책이다.

 

그러나 광그물망은 짐승을 따로 구분하지 못해 감지되면 경계음이 울리고 통제실이 파악해 5분 대기조를 보내야 한다. 안개나 바람에 영향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최전방 병사들에게는 너구리와 토끼가 가장 기피하는 동물이다. 광그물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성분을 담은 봉지나 통들을 달아놓고 있다. 철책을 넘으려는 고라니도 골칫거리다.

 

과거 GOP 부대에서 멧돼지에게 주던 잔반은 전문 처리회사가 수거하고 있었다. 멧돼지 스스로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조언에 따른 것이라는 게 안내 장교의 설명이다. 멧돼지의 철책선 접근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철책의 스마트화로 과자·음료수·라면·담배 등 100여가지 물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는 이동식 PX인 ‘황금마차’도 몇 년 후면 일부만 남고 대부분 퇴역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초들을 마트 PX가 있는 중대 이상 단위로 통폐합하면서 황금마차의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보관광에서 평화관광으로…‘전쟁 통로’를 ‘남북 번영로’로

 

지난 14일 동부전선 717 OP에서 바라본 북쪽 동해안 쪽에 감호와 금강산 끝자락인 해금강 말무리반도가 손에 닿을 듯 펼쳐져 있다.

 

 

정상회담 후 판문점 견학 급증
내국인 2배·외국인 2.5배 늘어

DMZ 내 산림·초지 면적 95%
산불 나면 남북 공동대응 필요

철원 OP 앞 궁예도성 터 조사
남북 문화사업 첫 과제로 꼽혀

 

■ DMZ의 남북 교류

 

DMZ에서는 산림이 75%를 차지한다. 초지가 20%, 농지와 습지가 각각 3%, 1% 정도다. 동부전선은 장엄한 산세와 함께 수목들이 바다를 이루고, 서부전선으로 갈수록 초지가 넓게 펼쳐지고 관목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강원 동부전선 GOP 전술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는 나무들이 불에 타 넘어지거나 탄 흔적을 여기저기서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GOP 앞부분을 불모지화해 철책 앞에서 가까스로 불길을 막은 곳도 있었다. GOP 철책 앞 시야 확보를 위해 전방 100~200m 나무와 수풀을 제거해 만들어진 불모지는 방화지대를 형성해 산불이 철책을 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불모지 작전’을 생태계를 교란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달 초 발생한 산불로 강원 동부전선 북쪽에서 축구장 1000개 면적이 탔다. 산불은 지난 2일 발생해 11일 만에 꺼졌다. 이렇듯 산불은 남북의 경계인 MDL은 물론 DMZ까지 무시하고 넘나든다. 산불은 지뢰와 함께 DMZ를 위협하는 남북 공동의 적이다. 산불에 대한 남북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최전방 산불은 북한 지역에서 발화돼 남쪽으로까지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군이 농사를 짓기 위해 야초와 잡목을 태운 불씨가 북서풍에 날려 DMZ를 넘는 사례도 있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동해안 군 통신선도 산불에 타버려 끊겨 있는 상태다. 정부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남북 산불 및 홍수 방지 대책 등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청 헬기가 DMZ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면 산불 진압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철원 평화 OP에서는 태봉국 도성도 모형을 볼 수 있었다. 평화전망대 앞이 바로 궁예도성 터다. 1100여년 전 철원 벌판에 궁예가 세운 ‘태봉국 도성’ 터는 철원 지역 남북을 합친 DMZ 4㎞ 안에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직사각형 형태로 꽉 낀 듯 들어가 있다. MDL은 궁예도성을 가로로 나누고, 6·25전쟁 이전까지 서울과 원산을 잇던 경원선 철도는 궁예도성 터를 세로로 지나간다. 본래 월정사역도 궁예도성 터 안에 있었다고 한다. 현재 궁예도성 흔적이 약간은 있다고 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봤을 때는 수풀만 보였다. 궁예도성 조사 연구는 남북 공동 문화사업의 첫번째 과제로 꼽히고 있다.

 

■ 남침·북진로는 번영로

 

도보다리 옆 101번째 MDL 푯말 판문점 도보다리 옆에 녹슬어 글자가 없어진 군사분계선(MDL) 101번째 푯말이 서 있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있는 MDL은 철조망이 아니다. 300~500m 간격으로 박혀 있는 푯말 1292개다. 서쪽 끝인 경기 파주시 장단면 정도리 임진강변(1번)부터 동쪽 끝인 강원 고성군 간성읍 동호리 동해안 해변(1292번)까지 이어지는 총 248㎞ 구간에 똑같은 모양의 푯말이 세워졌다. 어렵게 찾은 MDL 푯말은 모두 시멘트 기둥에 녹슨 철판이 붙어 있는 형태로 남아 있었다. ‘군사분계선’이 남쪽 방향 앞면에는 한글과 영어로, 북쪽 방향 뒷면에는 한글과 한자(중국어)로 철판에 적혀 있어야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글씨를 알아볼 만한 노란 철판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90번 푯말과 도보다리 끝의 101번째 푯말에서도 글씨는 확인할 수 없었다.

 

MDL을 관통하는 도로는 6·25 당시 남침로였다. 현재는 끊겼지만 육상에서 금강산까지 가장 가깝게 연결하고 있는 31번 도로가 대표적이다. 가칠봉 OP에서 금강산까지는 31번 국도로 달리면 37㎞ 거리다.

 

15사단 승리 OP에서 바라본 남쪽 광삼역과 내금강은 과거 전기철도로 연결됐던 곳이다. 철원 지역의 멸공 OP에서는 남측 가늘골 통문을 지나 북상하면 북측 서방산 통문으로 나갈 수 있다. 이 길들은 남침로이기도 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국군의 북진로다. 그러나 남북은 이제 끊긴 도로를 연결해 남북 경제교류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 통로’를 ‘남북 번영로’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동해선 육로는 7번 국도의 연장선으로 DMZ를 관통해 금강산 삼일포로 이어진다. 하지만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올해로 중단 10년째다.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액이 3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 파주의 도라 OP에는 단체관광객을 실은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다. 북쪽으로 가는 경의선 도로와 전력 전신탑, 문산과 개성을 잇는 철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안내 장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관광객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2.5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OP에서 남과 북이 틀어대던 확성기 소리로 한반도 긴장을 느꼈던 ‘안보관광’은 이제 ‘평화관광’으로 바뀌고 있었다. 남북의 대표적 접경지역인 강원도에서는 평화특별자치도 지정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사단 상승 OP에는 프랑스 조형작가 장 미셸 후비오가 2012년 설치한 ‘평화의 손’이 휴전선 북쪽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손가락 두 개로 철책선을 집어 들어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남북이 서로 교통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 부시 벙커

 

마지막 일정으로 DMZ에 위치한 판문점을 찾았다. 판문점을 들어가려면 캠프 보니파스와 과거 ‘인계철선’으로 불리던 콜리어 GP와 오울렛 GP를 지나야 했다. 캠프 보니파스는 1976년 북한군에게 ‘도끼 만행’ 사건으로 살해당한 보니파스 대위 이름에서 따왔다. 이전까지 명칭은 캠프 키티호크였다.

 

콜리어 GP와 오울렛 GP가 인계철선이었던 것은 북한군이 침공하면서 이곳 2개 GP를 공격하면 미군이 전쟁에 자동개입한다는 의미였다. 콜리어(미 육군 40사단)와 오울렛(미 육군 9사단)은 6·25 때 훈장을 받은 미군 병사들 이름에서 비롯됐다. 콜리오 GP는 미 2사단에서 운영하다 한국군 1사단에 넘겼다. OP를 겸하고 있는 오울렛 GP는 한국군이 공동경비구역(JSA) 경비 임무를 맡게 되면서 한국군 경비대대 책임지역이 됐다.

 

오울렛 OP는 MDL에서 가장 가까운 GP 겸 OP로, MDL과 불과 25m 거리에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 2월 오울렛 OP를 방문해 북쪽을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이후 그가 북쪽을 살폈던 벙커는 미군들에게 ‘부시 벙커’로 불리고 있다. 2012년 3월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오울렛 OP를 다녀갔다. 이곳에서는 남한 대성동 마을과 북한 기장 마을이 동시에 보였다. 오울렛 OP를 나서 판문점 자유의집을 통과한 후 도보다리로 다가갔다. 유엔사는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지만, 중감위에서는 다리가 푸른색이라고 해서 ‘블루 브리지’로 부르는 곳이다. 중감위 외국군 장교들은 습지 위에 만들어진 도보다리를 통해 하루 두 차례씩 판문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원래 약 70m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는 T자형으로 바뀌었다. 두 정상이 산책을 한 후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MDL 101번째 푯말 앞에 배석자 없이 앉아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기자는 두 정상이 ‘평화, 새로운 시작’의 대화를 나눴던 벤치에 조심스럽게 앉아 보았다. 두 정상이 나눴던 ‘평화, 새로운 시작’의 대화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JSA 경비대원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 북쪽의 감시카메라까지 의식하다보니 두 정상 대화 사이에 간간이 들렸던 새소리마저 부담스러웠다. 앞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북한 초소의 감시카메라 앵글이 함께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걸어온 터였다. 도보다리에서 북한 초소까지는 40m 거리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3년 정전협정의 산물인, 낡아빠진 분계선 푯말을 뽑아내는 날을 위해 두 정상이 미래를 기약했던 역사적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표현하기가 어려울 만큼 컸다.

 

<글 ·사진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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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 ‘비밀의 정원’과 총탄이 난무하는 ‘액션 극장’, 국제뉴스의 초점이 되는 ‘외교 무대’가 공존하는 곳. ‘대결·분단의 상징’과 ‘화해·평화의 장’이란 두얼굴을 하고 있는 곳.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Joint Security Area)이다. JSA는 지역 이름인 판문점의 공식 정치·군사적 명칭이다. 공동경비 의미는 한국군과 미군이 공동으로 경비한다는 게 아니다. 유엔(UN)과 북한측이 공동으로 경비하는 구역이라는 뜻이다. 1958년 이전까지는 중국군(중공군)도 함께 경비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2018.04.27 판문점 _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향신문 서성일 기자

 

 

판문점은 연간 관광객 15만명이 거쳐 갈만큼 명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걸어서 넘어 문재인 대통령과 두손을 맞잡은 이후 그 내면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두 정상이 단독 면담을 한 장소인 도보다리 일대는 그동안 JSA를 방문했던 일반인들의 눈에는 숨겨져 있던 ‘시크릿 가든’이었다.

 

■영화는 영화일뿐

 

판문점(JSA)은 서울에서 서북방으로 62㎞, 평양에서 남쪽으로 215㎞, 개성시로부터는 10㎞ 떨어져 있다. 6·25 전에는 널문(板門)이라는 지명으로, 초가집 몇 채만 있던 외딴 마을이었다. 남한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파주시 진서명 어룡리(또는 군내면 조산리), 북측 행정구역으로는 개성특급시 판문군 판문점리이지만 남북한의 행정 관할권에 속하지 않는 특수한 지역이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은 유엔사 측과 공산 측(북한·중국)이 군사정전위원회 회의를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 1953년 10월 군사정전위원회 본부구역 군사분계선상에 설치한 동서 800m, 남북 600m 장방형 지대다.

 

판문점 구조.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판문점을 지키는 가장 가까운 군사시설은 캠프 보니파스다. 비무장지대 400m 남쪽에 있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으로 숨진 아더 G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을 땄다. 기지 내에 있는 한 홀짜리 파3(195야드) 골프 코스는 지뢰로 둘러싸여 있고, 공이 일단 러프로 들어가면 찾을 수도 없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코스’라고 미 군사전문지 &lt;성조&gt;가 보도한 이후 잊혀질만 하면 &lt;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gt; 등 외국 언론이 한번씩 다시 소개해 유명해졌다. 손에서 벗어난 골프채가 러프에 빠지는 바람에 400달러짜리 새 장비를 포기해야 했던 미군도 있었다.

 

실제 지뢰 폭발도 한차례 있었다. 주한 미군 일부 요원과 중립국 감시단이 주둔했던 캠프 보니파스에는 이제 한국군 JSA 경비대대가 미군이 같이 근무하고 있고, 한국군이 경비책임을 지고 있다. 한국군이 책임지게 된 이후 한홀짜리 골프 코스를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운용은 중단했다. 비무장지대가 평화지대로 바뀌면 이 골프 코스는 다시 문을 열고 세계적 명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1976년 도끼만행사건 이후 JSA에도 군사분계선이 생겼다. JSA경비대대 부대원은 영화에서처럼 판문점에서 북한군과 마주보고 근무하지 않는다. 북측은 경비병 2명이 마주보고, 남측 경비병은 북쪽을 향한 자세를 취하기 때문이다. 남북한군이 동시 배치되는 경우에는 영화에서처럼 지근거리가 아니라 통상 약 10m 정도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JSA 내에서는 수색정찰을 실시하지 않고 있어, 이 지역에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오는 것과 같은 장면은 볼 수 없다.

 

미군이 보니파스 기지를 책임지고 있을 당시 원홀 골프장 표지

 

 

■48시간 건물과 72시간 다리

 

판문점에는 10여 동의 건물이 있다. 군사분계선 위에 걸쳐진 단층건물은 총 7개 동이다.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하는 파란색 건물은 남측에서 봤을 때 왼쪽부터 T1(중립국감독위 회의실), T2(군사정전위 본회의실), T3(군사정전위 실무장교 소회의실)로 사용되고 있다. T는 ‘임시(Temporary)’의 첫 글자를 딴 붙인 것이다. 이 건물들은 정전협정을 위해 당시 48시간 만에 지어져 ‘48시간 건물’로 불린다. 정전 상황이 길어지면서 조립식 건물이 무려 65년째 사용되고 있다. 회의실 내부는 ‘중립지역’으로, 정전협정이 체결장소인 T2는 남측과 북측 관광객들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관광객들끼리는 남북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선착순’을 지켜주는 게 불문율이다.

 

판문점 인근에는 3개의 다리가 있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72시간 다리’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으로 ‘도보다리’(Foot Bridge)가 유명세를 탔다. 도보다리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비가 많이 올 땐 물골이 형성돼 판문점으로 멀리 돌아가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든 것이다.

 

남북간에는 공동경비구역 내 남북연락사무소간 2회선, 남북적십자연락사무소간 3회선의 연락채널이 있다. 유엔사와 북한군간에도 공동일직실을 통한 통신채널이 구성되어 있으나, 2013년 3월 이후 북한이 연락채널을 차단했다. 이때문에 유엔사는 한·미연합훈련 일정을 군사분계선상에서 확성기나 육성으로 통보해 왔다. 심지어 군사분계선 위에 북측에 보내는 메모 쪽지를 놓고 그위에 돌멩이를 얹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연락채널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판문점 내에 있는 중감위 스위스 캠프.

 

 

■비밀의 정원

 

JSA에는 ‘비밀의 정원’이 있다. 중립국 캠프다. 이곳에는 중감위 스위스와 스웨덴 대표단이 각각 5명씩 10명이 근무하고 있다. 중감위 스위스 군인들의 빨간색을 칠한 나무집 숙소는 새소리만 가득한 가운데 동화 속 풍경을 연상시킨다. 안으로 들어가면 스위스에서 공수된 과자와 초콜릿, 커피 등이 가득하다. 한국인 주방장도 근무하고, 선물용 스위스 나이프 등 상품도 판매한다.

 

이곳에서는 2010년 당시 스위스 대표단 위원장인 장 자크 요스 장군이 만 57세 나이로 늦둥이 딸을 얻어 화제가 됐다. 유럽 지역 언론에서는 ‘평화의 아이’, ‘장군의 딸’ 등으로 소개했다. DMZ의 맑은 공기와 물,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득녀 비결이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본래 중감위는 스위스와 스웨덴,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4개국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된 뒤 중립국 승계를 하지 않기로 했고, 폴란드는 대표단이 철수 후 비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감위 대표단은 정전협정문 41조에 따라 매일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한반도로 증원되는 병력과 무기 반입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등 양측 군사 동향 등을 유엔군 사령부에 보고한다. 탈북 북한군 면담도 업무의 하나다. 북한 측과는 서류로 소통을 시도하지만 반응이 없다. 그래도 매주 화요일이면 오전 10시 중감위 보고서를 북한 측 우편함에 넣어둔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이영애가 연기한 소피 장은 중감위가 파견한 스위스 국적의 책임수사관 여군장교다. 북한이 1990년대 초부터 중감위 활동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 소피 장이 현실에서 판문점 남측과 북측 지역을 자유롭게 통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18일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집에 미국 헌병이 서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상회담 세팅도 미군이 허락해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숨은 공신은 JSA를 관할하는 유군사였다. 유엔사 승인이 없었다면 회담장 바닥 카펫을 교체하고, 벽지와 전등도 새로 하는 회담장 내부 공사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유엔사는 민간인의 JSA 입출입 승인권한과 정전협정 1조 8항에 따라 군사분계선 월선 승인권도 가지고 있다.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관계자들의 일시 월선은 유엔사와 북한군의 동시 승인을 받아야 했다.

 

JSA 내 구조물 변경은 유엔사 허가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도보다리 단독 벤치회담’을 위한 T자형 곁가지 다리 만들기와 테이블 놓기도 마찬가지였다. 유엔군사령관을 겸하고 있는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의 결심이 없었다면 도보다리 회담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유엔사는 이번 회담 기간 내에 관할구역인 JSA 내에서 한국측 요구를 받아 들여 무장병력을 회담장 부근에서 모두 빼냈다. 북한 측도 수용해 회담 내내 두 정상의 동선 주변에는 판문점 근무 무장병력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남북 정상이 남측 군사분계선 인근 ‘소떼 길’에 1953년생 반송을 심고, ‘평화와 번영을 심다’는 기념석을 설치한 것 모두 유엔사 허가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심지어 환송행사에서 평화의 집 외벽 전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레이저 영상 쇼도 마찬가지였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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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 바람 부는 육군사관학교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대표기관인 육군사관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6일 서울 공릉동 육사 화랑연병장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신임 장교 233명은 ‘국민에 충성, 국가에 헌신’을 다짐했다. 육사는 이날 졸업식 슬로건에서 국민을 앞세워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했다.

 

지난 6일 서울 공릉동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4기 육사 졸업 및 임관식이 끝난 뒤 졸업생들이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함께 정모를 하늘 높이 던지는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불순한 의도로 국민 보다 ‘국가(주의)에 충성’을 먼저 앞세워 쿠데타와 독재권력을 정당화했던 과거 잘못된 선배들의 유산과 절연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고동흔 육사 정훈공보실장(대령)은 18일 “군인의 최고 덕목은 ‘충성’으로 졸업식 슬로건은 국민이 가장 우선적인 충성의 대상임을 새삼 확인한 것”이라며 “‘국민에 충성, 국가에 헌신’은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군인본분(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과어울리는 정신”이라고 말했다.

 

■ 사관학교 명칭은 일제 유산

 

육군사관학교 명칭의 원조는 일본 제국주의다. 일본 육사는 일제가 육군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1874년 개교한 군사학교로 1945년 폐교되었다. 일본은 패전 이후 평화헌법으로 군대를 가질 수 없어 1952년 방위대학교를 개교해 사관학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일본 자위대에는 사관이란 명칭도 없다. 북한군이나 과거 중국군의 사관은 한국군의 부사관을 뜻한다.

 

육사는 1946년 5월1일 개교한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모체로 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장교 양성기관을 ‘사관학교’라고 부르는 유일한 국가다. 미국 육군 장교를 양성하는 미합중국 군사대학과 독일 장교를 배출하는 연방군대학의 경우 국내에서 한국군 육사와 빗대어 편의적으로 사관학교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배경에서 사관학교 명칭을 바꾸는 것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완태 육사 교장(중장·육사 39기)은 “1896년 고종 재임 시절 대한제국은 초급 무관 양성기관인 ‘육군무관학교’를 설립했다”며 “고종의 ‘아관망명’으로 그 기능을 상실했다가 1898년 다시 설립돼 명실상부한 무관 양성기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1907년 고종의 강제퇴위와 군대 해산으로 일어난 정미의병 당시 무관학교 출신 군인들이 의병장으로 나서 대일전쟁에 크게 기여했다”며 “국군의 뿌리 찾기 차원에서 육사 명칭을 육군무관학교로 바꾸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임시정부도 3기생을 끝으로 폐교됐지만 1920년 임시육군무관학교를 설립했다. 일부 육사 출신 예비역 장성들은 ‘태릉 육군대학’으로 개칭해 제2의 도약에 나설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1905년 광화문 앞 훈련원에서 제식훈련 중인 대한제국의 군인들. 독립기념관 제공

 

 

■ 생도는 기계가 아니다

 

그동안 육사 생도에게는 모든 생활이 ‘절도에서 시작해서 절도로 끝난다’는 말이 통용됐다. 그만큼 ‘절도’를 중시한 탓이다. 밥 먹을 때는 ‘식사 군기’, 잠잘 때는 ‘취침 군기’, 심지어 ‘전화 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상생활에서 엄격한 절도를 강조했다. 여기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김 교장은 올해 졸업식 식사에서 “기계마저도 인간이 되려고 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간을 기계처럼 만들려고 하는 구시대적 관념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강요에 의한 절도보다는 자율에 의한 질서를 요구한 것이다.

사실 육사는 2013년 5월 발생한 생도 성폭행 사건 이후 규율이 수십년 전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런 만큼 생도들의 분위기는 경직됐다. 이를 바꾸기 위해 육사는 올해 입학식에 앞서 실시하는 기초군사훈련도 생도 스스로가 생각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실시했다. 과거 민간인을 군인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미명 아래 강압적 분위기에서 선배 생도들로부터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강요받던 관행과는 달랐다.

 

이달 초 임관한 ㄱ소위는 “1학년 생도가 기초군사훈련 기간 중에 햄버거까지 먹어가며 훈련을 했다는 얘기에 깜짝 놀랐다”며 “우리는 고생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데 좀 억울한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고 육사는 전했다.

 

김태진 생도대장(준장)은 “1학년 생도보다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훈련을 더 많이 받아 더욱 절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고학년으로 갈수록 저학년에겐 권위적이면서 자신에겐 관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선배 생도에게 중대장 등 간부 직위를 부여하는 것도 간부 실습을 하도록 한 것이지 후배들에게 군림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육사는 올해 ‘3사 생도와 동기 맺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고교 졸업 후 2년간 일반 대학 생활을 했던 3사 생도와 고교 졸업 후 곧바로 군 생활을 하게 된 육사 생도들은 1박2일간 생활하면서 교류했다. ㄴ생도는 “3사 생도가 아르바이트 경험 등을 통해 자신보다 훨씬 폭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얘기하는 데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얘기했다”고 고 실장은 소개했다. 육사는 생도들의 직간접 체험 확대를 위해 일반 사회와의 교류 및 봉사활동을 늘릴 계획이다.

 

■ 독립·광복군 전쟁사 정규 과목에 포함

 

육사는 지난해 말 ‘독립군·광복군의 독립전쟁과 육군의 역사’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연 이후 올해부터 독립군·광복군 전쟁사를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켰다. 생도들은 ‘독립군과 광복군 그리고 국군’을 교재로 대한제국과 의병전쟁 시기, 일제강점과 독립전쟁 시기, 해방 전후 국군 창설 시기 등을 공부하고 있다. 1897년부터 1910년 사이 대한제국과 의병전쟁 시기와 관련한 대한제국 군사제도와 군사교육기관인 육군무관학교 등도 배움의 대상이다.

 

육사는 정미7조약 체결 후 항일 투쟁 사례로 ‘남대문 전투’를 소개하고 군대 해산 이후 국내외 의병 작전과 동향, 안중근 장군과 연해주 의병 국내 진공작전 연계 설명 등 고종 퇴위와 군대 해산 이후 항일운동도 가르치고 있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강점과 독립전쟁 시기와 관련해서는 독립군 양성과 신흥무관학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 임시육군무관학교, 신민부·정의부·참의부, 한국독립군·조선혁명군, 한국광복군 등을 다루고 있다.

 

1945년부터 1948년 사이 해방 전후 광복군을 중심으로 한 창군 과정과 연계해 임춘생·김홍일 장군 등 광복군 출신 학교장 임명 등 육군사관학교 개교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학년 생도들은 독립전쟁 관련 해외 전적지 탐방에 나선다. 청산리대첩 전적지, 봉오동전투 전적지, 한국광복군 창설지 등이 답사 대상이다. 육사 생도대장 출신인 김 교장은 독립군·광복군 역사 교육 필요성을 놓고 “군의 과거 역사를 반쪽이 아니라 모두 아울러야 정통성 싸움에서도 북에 이길 수 있고, 통일 이후를 준비할 수 있다”며 생도들과 끝장 토론을 하기도 했다.

 

육사에는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인 이회영 선생실과 본격적인 의병활동의 기폭제가 된 박승환 참령실, 이범석·지청천·김좌진·홍범도 장군실 등이 올해 생겼다. 박석봉 육사 교수부장(준장)은 “이곳에서 생도들이 모임과 토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군과 광복군 선배들의 정신을 기릴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지난 삼일절에는 장병들이 사용한 5만발 실탄의 탄피 300㎏을 녹여 이들 5인의 흉상을 육사 충무관 앞에 세웠다. 육사는 내년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무관학교 기념관 또는 독립전쟁 박물관 건립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 민간에 문호 개방 나선 육사

 

국방부는 2005년 민간인 출신 전문인력의 비중을 40%로 확대한다는 육사 교수 임용 방침을 밝혔으나, 별 진척이 없는 상태다. 육사 교수 159명 중 10명만 민간인 출신이다. 이 때문에 육사 출신 현역 교수 요원들의 강의가 획일적이고 창의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박 교수부장은 “민간인 교수의 경우 정년이 되도록 군무원 5급과 6급 대우밖에 받을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육사를 기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국립대학처럼 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길을 열어 우수한 민간인 교수를 영입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육사는 또 “육사 교수가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 전문가 식견으로 여러 군사 사안들을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민간 무기전문가들의 편향된 시각으로 안보 상황을 잘못 설명하는 것을 막는 것도 군 전문가의 역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 육사 임관식 생중계도 육사 교수가 했다. 육사는 생도 생활공간이 아닌 교정 등을 민간인에게 과감히 개방해 서울시민들의 ‘핫 플레이스’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 육군, ‘워리어 플랫폼’ 개발계획 공개···12일 국회에서 발전 전시회

| ‘꿈의 개인 전투체계’로 육군 5대 게임 체인저 중 하나

 

워리어 플랫폼으로 무장한 전투원의 예상 활동 모습. 육군 제공

 

 

군 장병의 생존성과 전투력을 증대시키기 위한 개인 전투체계인 ‘워리어플랫폼’ 관련 첨단 무기·장비를 한눈에 보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워리어 플랫폼’(Warrior Platform) 발전 전시회가 12일 국회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12일부터 이틀간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진행된다. IoT 헬멧, 조준경, 레이져포적지 시기, 소총 레일, 기능성 외피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전투 무기 및 장비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워리어플랫폼은 육군이 추진 중인 5대 게임 체인저 중의 하나로, 개인 전투장비 현대화를 위해 육군이 추진 중인 사업이다. 개인 전투원의 전투복과 방호장비 등을 강화해 생존성과 전투력을 증대시키는 내용이 핵심이다. 육군은 국방개혁 2.0 차원에서 첨단 워리어 플랫폼 등 5대 게임 체인저들을 준비 중이다.

 

육군은 인구감소로 인한 병력자원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군 구조 개편으로 조정된 지상군 전력을 최첨단 개인전투장비체계로 보완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육군 워리워 플랫폼을 첨단장비로 병력 숫자를 대체하는 육군 개혁의 시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꿈의 개인 전투체계’로 불리는 병사 워리어 플랫폼은 미국과 이스라엘 등 방산분야 선진국들도 본격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워리어 플랫폼의 단계별 발전 단계. 육군 제공

 

■네트워크 중심전과 연계된 워리어 플랫폼

 

워리어 플랫폼은 육군의 가장 기본 전투요소인 각개 전투원이 최상의 전투력 발휘를 위해 착용하는 전투피복, 장구 및 장비가 통합된 전투체계다. 전투원에게 보급되는 피복류와 헬멧·조끼 등 개인장구, 개인화기·광학장비 등 전투장비를 통합한 전투체계를 말한다.

 

워리어 플랫폼은 네트워크 중심전과 연계돼 있다. 워리워 플랫폼은 전투지역의 병사가 수집한 전장 정보가 바로 군 장성 지휘관에게 전달된다. 워리어 플랫폼의 핵심은 전투병사의 생존율을 높여주는 전투장비와 병사들을 네트워크로 이어주는 C4I 장비로 나눠진다.

 

워리어 플랫폼은 전투원이 스마트폰으로 지형을 읽고 신속한 작전 전개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장 정보는 실시간으로 상부에 전달되기 때문에 무전으로 따로 상부에 보고할 필요가 없다.

 

워리어 플랫홈이 완성된면 육군 전투원이 미사일처럼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소총탄과 웨어러블 로봇, 자동 조준되는 초소형 스마트 소총, 표적정보 자동영상 전시기로 무장하게 된다. 현재 보병 전투원의 구식 전투장비를 완전히 첨단으로 바꾸겠다는 게 ‘워리어 플랫폼’ 사업이다.

 

미군은 ‘퓨처 워리어’라는 이름으로 워리어 플랫폼을 완성해가고 있으며, 2025년쯤 실전에 선보일 예정이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을 중장기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최우선 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을 적과 직접 교전하는 전투부대를 대상으로 우선 전력화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특전사와 특공부대, 수색대대, 보병부대, 기계화보병 대대 전투원이 우선 보급 대상이다. 워리어 플랫폼으로 무장한 전투부대원은 1인이 감시와 기동, 화력, 방호가 동시에 가능한 전투능력을 갖추게 된다. 또 위험 지역에서의 생존성이 보장된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 계획의 하나로 한반도 작전환경 특성과 새로운 위장 무늬, 색상 등을 적용한 신형 전투복 개발에 착수했다”며 “올해 말 시제품 개발을 시작으로 내년에 최종안이 완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형 전투복은 주·야간 위장 능력(열영상 관측 차단) 등을 갖춘 첨단 신소재로 개발될 예정이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 장비 구매비용을 전투원의 쿠폰이나 봉급계좌로 개별 송금한 후 개별 구매가 가능한 방식인 ‘충성마트 구매방식’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이 워리어 플랫폼은 최우선 사업으로 진행하려는 것은 현재 전투력은 갈수록 낙후되는 가운데 병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반영한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보병 전투원의 무장은 기본적으로 6·25 전쟁 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며 “기본 편제 무기의 교체에만 급급했던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낮은 출산율 등으로 육군 병력은 현재 48만3000명에서 36만5000명으로 줄어드는데다 병사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축하면 병력 축소는 더 심각해진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5대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육군의 5대 게임 체인저는 ‘전술 탄도미사일(KTSSM)’ ‘ 전략기동군단’ ‘드론봇전투체계’ ‘특임여단(참수부대)’ ‘워리어 플랫폼’ 등이다.

 

워리어 플랫폼을 장착한 전투원. 육군 제공

 

 

■워리어 플랫폼의 핵심 장비들

 

육군은 첨단 지능형 워리어 플랫폼을 갖춘 전투원은 그 자체가 강력한 무기체계라고 설명했다. 해군은 함정이, 공군은 전투기가 전투 플랫폼이 되는 것처럼, 보병 전투원 개개인이 전투 플랫폼이 된다는 것이다.

 

육군은 워리어 플랫폼을 3단계로 개발할 예정이다. 1단계는 개별조합형 플랫폼을 개발해 2025년까지 2단계 통합형 개인 전투체계(블럭-1)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2026년 이후에는 3단계로 일체형 개인 전투체계(블럭-2)를 개발하겠다는 게 육군 계획이다.

 

1단계 핵심은 한국군 특성을 고려한 피복 착용체계 정립과 품목 다양화, 첨단소재를 활용한 임무유형별 다기능 전투복 개발이다. 현재 보급된 전투 피복과 장구, 장비의 성능과 품질도 개선한다.

 

육군은 “화염 방호가 부족한 전투복과 K2 소총, 무거운 방탄복, 일반 전투모 장비로는 개인 생존성과 전투 효율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수임무여단, 기동군단, 공정사단 등 공세적 종심 기동작전의 새로운 작전수행 개념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인 전투체계의 우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1단계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2단계는 전투원 체형과 작전 운용성을 고려해 장비를 경량·모듈화하고, 무기와 전투 피복 및 장구를 일체형으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3단계는 미래 전투수행 능력 극대화를 위해 첨단기술을 적용, 일체형 및 지능형 개인 전투체계를 개발한다.

 

육군은 “3단계 계획이 완성되면 개인화기인 스마트 차기 소총은 일체형 헬멧과 네트워크로 연동된다”고 밝혔다.

 

육군은 “3단계 플랫폼이 완성되면 현재 10명 수준의 분대를 7∼8명으로 줄일 수 있다”며 “필요에 따라서는 4∼5명의 전투조 편성도 가능해 전투원 자체가 강력한 무기체계가 된다”고 설명했다.

 

육군이 개념적으로 구상하는 워리어 플랫폼은 대략 33개의 무기와 장비로 구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대표적인 기본장비인 스마트 차기 소총은 일체형 헬멧과 연동돼 있다. 이에 따라 3단계 계획이 완료되면 정찰용 드론 등이 파악한 적의 위치와 동태는 헬멧 안경의 영상전시기에 비쳐진다. 그러면 전투원은 그 방향으로 총구를 겨냥하고, 표적이 소총 과녁에 자동 조준된다. 표적이 과녁에 일치할 때 탄알이 발사되고, 이 탄알은 표적을 향해 미사일처럼 유도돼 언덕 넘어 적까지 알아서 맞춰준다.

 

생체인식 전투복은 주변 환경에 맞춰 위장이 가능하고 전투원의 생체신호를 모니터링해 건강 상태까지 점검하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방탄 슈트는 현재 방탄복보다 훨씬 가볍고 불에도 잘 타지 않아야 한다. 화학탄과 생물무기에 대한 방호기능도 갖추도록 할 예정이다.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전투원은 자신의 근력보다 40∼50㎏ 이상 나가는 장비를 갖고 다녀도 큰 부담이 없게 된다. 장시간 신속 행군에도 유리하다. 육군은 최근 민간이 개발하고 있는 하지근력 증강체계를 전투용으로 전환해 개발할 계획이다.

 

육군은 최종 모델인 일체형의 경우 1인 전투원의 장비가격을 4000만∼5000만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한·미 연합군의 대북 군사억제력 상징인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FE)훈련이 올해는 한·미동맹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군 안팎에서는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따라 올해 독수리훈련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대화 협의까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이 취소될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대화 결렬에 따른 ‘한반도 4월 위기설’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2017년 3월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에 참가한 미국 제3함대 소속 핵항공모함인 칼빈슨호 비행갑판에 FA-18 전투기가 착륙하고 있다. 같은 기간 열린 독수리훈련에는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인 F-35B도 참여, 한국의 F-15K 전투기와 함께 북한에 대한 핵심정밀타격 연습을 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키리졸브연습은 한반도 유사시 미군 지원병력의 ‘수용·대기·전개·통합’ 훈련을 의미하는 RSOI연습의 명칭이 한·미 간 전작권 전환 합의 이후 바뀐 것이다. 키리졸브연습과 연계해 실시하는 독수리훈련에는 한·미 연합작전과 후방 방호작전 능력을 키우기 위해 통상적으로 한국군은 군단·함대사령부·비행단급 부대의 20여만명, 미군은 주로 해외에서 증원된 1만여명이 전략 자산과 함께 참가한다.

 

■연습은 예정대로, 훈련은 축소하나

 

한·미 군 당국은 4월1일부터 5월30일까지 두 달간 야외 실기동훈련(FTX)인 독수리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한 상태다. 한반도 전시상황을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지휘소 연습(CPX)인 키리졸브연습은 4월23일부터 약 2주간 실시하는 것으로 확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PBS 방송 인터뷰에서 “키리졸브는 (한·미 간에) 합의된 것으로 이야기를 들었다”며 “독수리훈련은 아직 일정을 안 잡은 것으로, 북·미 간에 대화가 되면 조정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게 워싱턴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였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연습(Exercise)’인 키리졸브와는 달리 연합군사 ‘훈련(Practice)’인 독수리훈련은 북·미 간에 대화가 되면 일정 축소와 같은 조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로 국내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면서 통상 두 달간 실시되던 독수리훈련 기간의 ‘한 달 단축설’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도 “독수리훈련에 관행적으로 포함시켰던 각군별 훈련을 나중으로 미루고, 종료일을 조정하면 기간 축소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한·미 연합훈련을 2~3월에 실시하는 이유 자체가 본격적인 농사철 전에 야외 기동훈련을 마쳐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올해는 독수리훈련이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농사철인 4월로 늦춰졌기 때문에 야외 기동훈련을 한 달로 단축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수리훈련을 2개월간 할 경우 5월에는 합참이 주관하는 한국군 최고 훈련인 태극훈련과 겹치는 문제가 있다”며 “미군도 전 세계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는 해외 훈련 일정을 감안하면 굳이 2개월씩 한반도에서 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남북대화가 북·미대화까지 이어지면서 미측에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올 경우 한·미 연합훈련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될지 주목된다.

 

키리졸브가 진행 중인 2017년 3월 서울 한미연합사 용산기지 내 연합전투모의훈련센터에서 한·미 양국군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작전 훈련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키리졸브·독수리에 경기 일으키는 북한

 

북한은 키리졸브연습을 방어가 아닌 ‘침공을 위한 전쟁연습’으로 규정하고 있다.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이 시작되면 북한군의 ‘스트레스 지수’는 급상승한다. 막대한 인원과 물자를 동원하는 ‘소모전’을 감수해야 하는 맞대응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군이 건설·어업·무역 등 다양한 경제적 역할까지 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한·미 군사훈련이 실시되면 그 기간 중 북한군이 경제적 부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군사적으로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런 만큼 북한도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2009년 개성공단을 차단했고, 2011년 ‘서울 불바다’를 거론하며 남측을 협박했다. 2013년에는 키리졸브연습 하루 전날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하는 등 한반도에서 긴장도를 높였다.

 

지난해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에는 주한미군과 해외 증원전력을 포함한 미군 약 1만명,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 핵잠수함 콜럼버스함(SSN 762),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 등 전략무기를 대거 투입해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관전 포인트는 전략자산·해병 훈련·북 참관 여부

 

최근 미군 전력의 태평양 지역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독수리훈련에 미 전략자산이 어떤 규모로 참가할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에서 칼빈슨 항모전단과 F-35B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와스프, 괌의 B-52, B-1B 전략폭격기의 참가가 유력하다. 문 특보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는 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이전 수준으로 돌리자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조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현재 일본 요코스카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 사세보에는 강습상륙함 와스프가 머물고 있다. 또 다른 핵항모 칼빈슨호와 강습상륙함 본 험 리처드, 병원선 머시함과 고속수송선 폴 리버함 등은 남중국해에서 다국적 재해대응훈련인 퍼시픽 파트너십(Pacific Partnership)에 참가하고 있다. 이 미군 전력들은 남북대화가 결렬될 경우 언제든지 한반도로 전개돼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경우 4월 위기설의 재발은 불가피해진다.

 

올해는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연합 상륙훈련인 쌍룡훈련이 독수리훈련과 연계돼 있다. 올해처럼 짝수 연도에 대규모로 실시하는 쌍룡훈련은 북한 내륙 (가상)진공작전도 포함해 북한이 북침 연습이라고 맹비난하는 훈련이다. 현재는 미 핵항모가 쌍룡훈련을 지원하는 것을 양국 군 당국이 합의한 상태로, 이것이 실현되면 북한은 강력히 반발할 게 뻔하다.

 

정부가 북한에 키리졸브연습·독수리훈련의 참관을 요청할지와 북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그동안 정부는 한·미 연합훈련이 순수한 방어훈련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북측에 훈련 참관을 요청해 왔다. 그러나 키리졸브연습의 핵심인 ‘작계 5015’ 자체에 북한 수뇌부를 겨냥한 공세적 작전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훈련 참관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진화하는 한·미 연합훈련

 

한·미 연합 모의 지휘소 훈련이 상반기·하반기에 걸쳐 매년 두 차례씩 실시되는 것에 대해 군 내부에서는 평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한쪽에서는 상반기 키리졸브연습과 하반기의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하나로 통합해 내실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군조차도 주한미군사령관이 1년에 두 차례씩 훈련 강평서를 내놓는 바람에 미 의회의 예산 등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런 면에서 1년에 연합지휘소 연습 1회, 한·미 연합 야외실기동훈련 1회의 조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매년 3~4월 키리졸브와 독수리 훈련, 8~9월 UFG 훈련을 반복하는 바람에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차례 훈련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걸림돌은 훈련 축소를 한·미동맹의 약화나 북핵 용인으로 간주하는 보수층의 시각과 미측에 한국 정부를 비판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이라며 “만약 북한의 무력도발이 계속된다면 아예 말을 꺼내기도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관건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반면 고위장성 ㄱ씨는 “주한미군 병력이 1년에 50% 이상 교체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 새로 배치된 미군들이 자기의 직책에서 해야 할 일을 한국군과 함께 종합적으로 연습하는 것은 1년에 한 차례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인범 예비역 중장(전 특전사령관)은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을 합친 결과가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과 유사해졌다”며 “이는 한·미 연합훈련이 수십년간 진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남북관계의 틀을 재건하겠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훈련 횟수를 줄이겠다면 그 대안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 대신 북한이 핵무장을 한 상황에서 우리가 얻는 게 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으면서 논의와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북 간 군사적 대립을 푸는 방편으로 우선 ‘상호 비방 대남·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카드가 꼽히고 있다.

 

군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남북 합의에 따라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으나,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재설치하는 등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확성기 방송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이뤄진 2016년 1월 이후 대북 확성기 방송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군도 이에 맞서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남북 간 ‘소음전쟁’은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휴전선 일대에서 과거 북한군이 남측을 향해 설치한 확성기 등 대남 비난 방송 시설. 경향신문 자료사진

 

남북 간 확성기 방송에서 해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대남 비방방송 음량을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 외신은 북한이 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이후 비무장지대(DMZ)의 대남방송 음량을 줄였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력 상황에 따른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대남 유화정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군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최전방 지역의 확성기 방송 내용을 일부 변경했다. 합참은 19일 “국군심리전단이 최근 대북 확성기를 통해 평창 올림픽 소식을 방송했다”고 밝혔다. 국군심리전단은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평창 올림픽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 등의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방남과 예술단 공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안 등의 내용도 방송했다.

 

■ 베일에 가려진 대북 확성기 실태

 

군 당국은 매일 500W급 대형 스피커 48개로 구성된 확성기 40여대를 통해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은 ‘남한의 발전상’과 ‘북한 실상 및 체제 비판’ 등이 주류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174억원을 들여 고정형 24대, 이동형 16대 등 대북 확성기 40대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차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이동식 확성기 16대의 성능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입 기준은 소리가 10㎞까지 퍼져나가야 하는 것이었지만, 상당수 장비의 방송이 5㎞ 정도밖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DMZ에 수풀이 우거진 점 등을 고려하면 북방한계선을 1㎞밖에 넘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은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소리가 밤에는) 평지에서 10㎞를 간다고 해도 낮에는 산이 있고, 바람이 불고 그러면 1~2㎞밖에 못 간다”며 “확성기 방송이 경우에 따라 북측 철책조차 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동형 대북 확성기가 최전방 전술도로를 제대로 이동하지 못하는 문제점도 군 내부에서 제기됐다.

 

2016년 1월8일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응해 경기 연천군 중부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회 보고 자료 등에 따르면 대북 확성기 방송은 하루에 적게는 8시간, 많게는 16시간 등 하루 평균 13시간씩 실시되고 있다. 실제로는 2시간, 장소에 따라 6시간 정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외부에서는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다. 국방부가 ‘작전’과 ‘보안’을 내세워 대북 확성기 방송의 시간과 장소, 내용 등의 구체적인 공개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군심리전단이 지난해 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북 확성기를 통한 한국 가요 현황’을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가수 방미씨의 ‘날 보러와요’를 가장 많이(14회) 방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적으로 보면 지난해 상위 50위권 가요의 송출 횟수를 모두 합쳐도 265회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1월1일부터 11월27일까지 330일 동안 하루에 한 곡조차 채 틀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군 당국이 비밀과 보안을 핑계로 자세한 현황을 숨기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군 당국은 북한 정치보위부 요원들이 대북방송 내용에 대해 ‘허위 거짓날조’라고 아무리 교육시켜도 매일 전달하는 일기예보가 정확하고, 북한 내부에서 제대로 전파하지 않는 정권의 치부나 군부 인물 처형, 홍수 등 대규모 재해, 사건 등을 사실대로 전달하면 방송 내용을 믿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남한의 최신 음악을 포함한 감성적인 유행가도 통제된 북한 사회엔 강력한 심리전 무기로 작동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16년 6월 중부전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온 북한군 귀순자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했다는 사례도 들고 있다.

 

■ 부실한 확성기 효과 검증

 

대북 확성기 방송의 직간접 영향을 받는 이들은 MDL 북쪽 2㎞를 담당하는 북한군 민경(민사행정경찰) 대원과 DMZ 바깥쪽 2㎞ 안팎을 책임지는 ‘1제대’ 부대(한국의 GOP 성격), 1제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등 세 부류다.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에 대한 심리전 차원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실효성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다.

 

북한군은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북한군은 신형 디지털 스피커까지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군인들과 주민들이 듣지 못하게 하는 맞대응 방송(맞불방송)과 내부방송 등 소위 ‘심리전 제압방송’도 한다. 일부 지역의 경우 확성기를 남측의 대북 확성기와 같은 방향인 북쪽으로 돌려놓고 방송하는 것이 군 당국의 감시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남측의 대북방송이 북측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게 된다. ‘사운드 마스킹’ 효과다.

 

북한군은 출력이 약해도 소리 전달효과가 큰 심야에는 남측을 향해 선전선동 수단의 대남방송도 같이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은 북한군 총정치국 산하 적공국의 지시를 받아 군단 산하 적공부와 사단 산하 적공과가 운영하는 전선지역의 대남방송국과 80여곳의 비무장지대 확성기 초소를 통해 전개되고 있다.

 

군은 북한군이 예측할 수 없도록 불규칙하게 대북방송을 하고, 이동식 확성기로 장소를 바꾸어가며 방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 군인 또는 주민에 대한 실태조사를 겸한 청취율이나 효과 검증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통신병과 출신 예비역 장성 ㄱ씨는 “남쪽에서 북한군이 맞대응 방송을 하는 실제 환경처럼 만든 후 일정 거리(10㎞ 정도)가 떨어진 곳에서 보내는 방송의 소리가 어떤 식으로 들리는지를 검증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실제 작전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 당국의 대북방송 시험 평가는 10㎞ 떨어진 지점에서 북의 제압방송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 여기에다 소음이 많은 한낮에는 하지 않고, 주간은 오전 6시~6시20분, 야간은 오후 9시50분~10시30분에 실시했다. 이동식 확성기의 경우 차량에 탑재한 게 아니라 아예 땅에다 두고 테스트를 했다. 소리는 바람, 습도, 주변 소음 등 주변의 변수에 따라 들리는 거리가 달라지는데 이러한 매개변수는 아예 입찰제안서에조차 반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2016년 1월 소리공학 전문가에게 ‘사운드 마스킹’ 효과에 대해 문의하고도 이를 심리전 작전에 적극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신형 확성기 방송출력을 최대로 하면 낮에는 방송이 10㎞로 개성공단 이상, 밤에는 24㎞로 황해북도 금천군까지 퍼져나가 가까운 북한 군부대는 물론 DMZ 북쪽 민간인 거주지에서까지 들을 수 있다고 내세웠다. 현실에서는 지형적 조건과 기상 환경이 나쁘면 10㎞ 도달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량 확성기는 최적의 환경에서도 도달 범위가 3㎞에 불과했다. 대북방송은 DMZ 고라니들만 감동시킨다는 비아냥이 나왔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확성기 방송은 대략 4~6㎞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이 폐쇄적이긴 해도 외부 정보가 아예 차단돼 있지는 않고 있다고 군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보다 오히려 풍선에 담겨 넘어오거나 중국에서 몰래 들여오는 USB 메모리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북 간 확성기 방송 전쟁’으로 인한 피해도 적지 않다. 최전방의 군 장병과 접경지 주민들은 밤낮으로 계속되는 확성기 방송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북측은 남측보다 송출력이 약한 약점을 심야 방송으로 메우고 있다. 접경지 주민들은 “확성기를 통한 남북한 소음전쟁이 2년 가까이 지속되는 동안 정부는 접경지 거주민을 방치해왔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7월에는 민통선 지역의 시민·종교단체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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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군의 진짜 생일은?

 

■ 북한군의 과거 생일로 돌아가기

 

북한이 올해 북한군의 생일 날짜를 바꿨다. 한국군도 국군의 날 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남북한군의 진짜 생일 찾기의 배경은 무엇인가.

 

북한은 지난 8일 북한군 ‘생일’인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평양에서 ‘건군절’ 열병식을 실시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2월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일로 할 데 대한 결정서를 22일 발표하였다”고 보도했다. 정규군 창설일인 2월8일을 ‘건군절’로 공식화한 것이다.

 

북한 건군절은 애초부터 2월8일이었다. 그러다 1978년부터는 김일성 주석이 중국 동북의 안도현에서 정규군 모태가 된 첫 ‘주체적 혁명무력’인 반일인민유격대를 조직했다는 1932년 4월25일을 군 창건일로 정하고 건군절로 불러왔다. ‘생일’을 바꾼 것이다. 북한의 4·25문화회관, 4·25체육선수단, 4·25예술영화촬영소, 4·25훈련소, 4·25여관 등은 인민군 창건일로 지정된 4월25일에서 비롯됐다. 반일인민유격대는 1934년 3월에 조선인민혁명군으로 개편됐다. 이후 조선인민혁명군은 북한 정부 수립을 앞두고 1948년 2월8일에 정규 무력인 조선인민군으로 개편됐다. 즉 반일인민유격대→조선인민혁명군→조선인민군으로 변화한 것이다.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군인들이 대열을 맞춰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올해부터 군 생일(건군절)을 2월8일로 환원했다. 북한이 건군절을 다시 2월8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3년 전부터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2015년부터 2월8일에 별도로 대대적인 경축 행사를 벌이며 기념해왔다. 북한은 2015년 2월7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황병서 당시 군 총정치국장,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당시 군 총참모장을 비롯한 군부 고위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보고 행사를 개최했다. 정규군 창설일을 기념해 북한 군부가 총출동해 행사를 치른 것은 최근에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중요한 기념일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나오는 노동신문 사설도 이때부터 등장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신년사에서 “위대한 수령님께서 조선인민혁명군을 정규적 혁명무력으로 강화 발전시키신 일흔 돌이 되는 올해”라고 언급했다. 이로 미뤄볼 때 2월8일 열병식은 오래전부터 준비돼온 것임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이 2월8일을 인민군 창건일로 기념하기로 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의 아버지인 김정일과 차별성을 노리고 일종의 ‘군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항일투쟁과정에서 무장세력(군)이 당을 만들었다는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인 김정일의 통치이념인 이른바 ‘선군후당’과 반대로 당을 앞세우는 ‘선당후군’을 내세워 노동당이 군을 만든 것으로 바꿔버렸다. 이를 통해 비대해진 군부 권력을 견제하고, 군이 통치하던 비상 국가에서 당이 주도하는 정상 국가로 발돋움했다는 걸 과시하는 걸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격대 전통을 강조하는 김정일 시대를 벗어나 당 국가체제를 복원하면서 국가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건군절 변경은 김정은이 군에 대한 아버지·할아버지의 해석과 다른 자신만의 군에 대한 관점을 차별화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라며 “특히 올해가 정권 수립 70주년인 만큼 정규군 창설일을 건군절로 지정함으로써 국가성의 의미를 더 부각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가 과도체제라면 김정은 시대의 선당정치는 당 우위의 국가체제로 정상화시키는 그런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멀어진 중국과의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정부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항일유격대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친밀하던 때인 1932년 4월25일에 이뤄졌는데, 이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려는 시도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28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국군의날 행사에 참석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열병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10월1일은 국군의 진짜 생일인가

 

한국군도 국군의 날(창군일)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오고 있다. 현행 국군의 생일은 1956년 9월21일 대통령령 1173호에 의해 제정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몇몇 여당 의원들은 국군의 날을 10월1일에서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앞서 16대 국회 때인 2003년, 17대 때인 2006년에도 ‘국군의 날 기념일 변경 촉구 결의안’이 발의된 바 있다. 하지만 두 결의안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광복군은 1940년 9월17일 중국 충칭에서 한국광복군 선언문을 내걸고 창설됐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국군의 날 시작을 임시정부의 광복군 창설기념일인 1940년 9월17일로 옮기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정통성 차원에서 맞다는 주장의 근거다.

 

일제의 대한제국군 해산일이 국군의 날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1940년 9월 광복군을 재조직할 때 기록인 ‘한국군 광복군 총사령부 성립보고서’를 보면 ‘정미년(1907년) 8월1일 국방군(대한제국군) 해산의 날이 곧 광복군이 창립된 날이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일제에 선전포고한 날로 규정했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일제의 대한제국군 해산에 박승환 참령이 자결한 1907년 8월1일, 대한제국군은 총을 들고 일제에 대항했다. 이 정신은 이후 의병과 독립군, 광복군, 국군으로 이어졌다. 기록을 보면 1908년 한 해만 해도 수백회의 전투와 7만여명의 참전이 있었다. 재향군인회가 1993년 8월 펴낸 <광복군전사와 국군의 맥>은 국군의 정통성이 의병에서 이어져 온다고 분석했다.

 

조선국방경비대 창설일(1946년 1월15일)이나 정부수립일(1948년 8월15일)을 국군이 탄생한 날로 하자는 의견도 있다. 정작 흔히 알려진 ‘38선 돌파일이 국군의 날’이라는 통설은 국방부 공식 입장을 보면 맞지 않다.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자료를 보면 10월1일은 창군 이후 군별로 창설기념일을 제정하여 시행해 오던 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출범한 공군의 창립일이 1949년 10월1일이기에 이에 맞춰 국군의 날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것으로 돼 있다. 국군의 날을 확정한 당시 국무회의의 심의경과표를 보면 국군의 날 제안 이유와 제정 배경에 대해 ‘3군 단일화와 국군의 사기, 그리고 국민의 국방사상 함양에 바탕을 두고 재정 및 시간을 절약하는 데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제각각 창설기념일에 행사를 치러 물적·시간적 낭비를 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의미다.

 

국군의 뿌리를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에서 찾는 것은 남북 통일 후를 생각한다면 모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영관 전 광복군동지회 회장은 “6·25 전쟁에는 동족상잔의 아픔이 담겨있는데, 국군이 38선을 돌파했을 때를 국군의 날로 기념하는 것은 남북 통일을 생각해서도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나아가서 38선 돌파일은 일본군 출신들이 자신들의 친일 행적을 회피하려고 마치 동족상잔의 아픔이 담겨있는 6·25 전쟁에 국군의 정통성이 있는 양 호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장병들의 인식 역시 국군이 항일독립전쟁의 역사와는 무관한 것처럼 여기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군 당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광복군 역사를 국군 역사로 편입시키는 문제를 검토해달라”고 말한 이후 국군의 역사를 광복군과 연계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육군사관학교는 지난해 육군과 육군사관학교의 역사가 독립군·광복군에서 유래됐다는 취지의 특별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학술대회 발표를 놓고 마치 빙하기에 멸종한 ‘매머드’가 ‘코끼리’의 조상이라고 주장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코끼리의 조상은 멸종한 매머드가 아닌 신생대 마이오세와 플라이오세 때 생존했던 ‘프리멜레파스’다.

 

당시 학술대회 발제자들과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우리 군의 다수가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었지만 건군 당시 수뇌는 광복군이 이끌어야 한다는 공동인식이 있었다”며 “중국에 주둔했던 일본군과 만주군 내의 조선인도 광복군에 흡수됐기 때문에 광복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현대사적 의미에서의 재해석과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문헌 고찰 등은 미흡했고, ‘광복군은 한국군의 뿌리’라는 당위적이고 감정적인 접근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로 국군의 날을 변경하면 북한군처럼 정권 편의에 따라 군 창설일을 바꿨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론적·논리적 근거가 취약할 경우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국군의 날 변경 주장이 나올 개연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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