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북한군의 중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총격 사건 당시 남측 GP는 북한군 사격에 맞서 북측 GP에 조준 사격으로 맞대응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13일 밝혔다. 합참은 GP 총격 사건에 대한 전모를 열흘이 지난 이날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이는 GP에 설치된 KR-6 중기관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등 의혹이 증폭되면서 지난해 6월 북한 목선 사태와 같은 상황이 재발될까 우려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지난해 북한 소형 목선 삼척항 접안 사건 당시 ‘인근’이라는 표현을 넣도록 지시해 국민들의 불신을 자초했다. 이번에도 청와대는 사건 초기에 북한군이 총격에 사용한 화기, 군 대응 총기 및 방식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공개하지 못하게 하고 북한 GP의 오발 가능성을 강조하도록 국방부와 합참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같은 정보 통제가 오히려 부작용을 빚자 상황 정보를 공개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꿔 이날 익명 브리핑이 실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이번 총격 사건이 북한군 고의가 아닌 우발적인 상황에서 빚어졌지만, ‘9·19 군사합의’ 위반사항은 맞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총격 사격과 관련한 쟁점들을 분석했다.



①‘늑장 대응’ VS ‘신속 대처’



남측 GP를 관할하는 GOP 대대장은 지난 3일 오전 7시 41분쯤 GP 부대원들이 처음 총탄 충격음을 청취한 지 15분만인 오전 7시 56분 대응 사격을 지시했다. 그러나 KR-6 원격사격체계 기능이 공이(뇌관을 쳐서 폭발토록 하는 쇠막대) 파열로 작동하지 않았다. 원격사격체계는 사수의 피격을 막고자 지휘통제실에서 원격으로 사격하는 소위 ‘자동화 시스템’이다.


만약 KR-6 중기관총이 불발되지 않고 8시 1분에 정상 발사됐다면 북 GP에서 날아온 총알 흔적을 발견한 지 10분 만이고, 총탄 충격음을 청취한 지 20분 만에 대응이 이뤄졌을 것이다.


이후 연대장 지시에 따라 남측 GP 장병들은 오전 8시 13분쯤 북측 GP 건물 앞쪽을 향해 K-3 기관총 15발을 발사했다. 총알 흔적을 발견한 지 22분 만이고, 총탄 충격음을 청취한 지 32분 만의 대응이다. 이어, 5분 후에는 사단장 지시로 북한군 GP 감시소(탑)를 향해 12.7㎜ K-6 중기관총 15발로 2차 대응 사격을 했다.


앞서 GP 근무자 전원은 7시 45분쯤 전투준비태세에 돌입했다. 만약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현장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면 GP에서 즉각 북한군 14.5㎜ 고사총에 대응해 중기관총으로 즉각 사격하는 ‘선 조치, 후 보고’ 상황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게 합참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총탄이 날아온) 원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GP장은 대대장의 명령을 일단 기다렸다는 것이다. 메뉴얼상 KR-6와 같은 중화기의 사격 지시권한은 대대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탄흔을 바탕으로 북한군 사격 원점을 파악한 시간과 북측 GP 감시소를 겨냥해 고장난 KR-6 대신 K-6 중기관총을 새롭게 거치한 후 조준하는 데 걸린 시간 등을 감안하면 대응 사격이 결코 늦지 않았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게다가 당시는 안개로 시정이 악화돼 시계가 0.5~1㎞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합참 관계자는 “원격사격체계가 정상 가동됐고, (총알이 날아온) 원점이 바로 확인됐더라면 2∼3분 이내로 응사가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는 북한군 사격 원점을 파악하지 않고 대응 사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남측 GP가 상대하는 북측 GP가 4곳이나 되기 때문이다. 해당 GP는 좌측 2.6㎞ 지점과 정면의 1.5㎞ 지점, 우측 1.7㎞ 지점 및 1.9㎞ 지점 등 4곳의 북측 GP를 상대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북한군 14.5㎜ 고사총이 네 곳에서 동시에 불을 뿜을 수도 상황에서 맞대응에 나선 셈이다.


당시 대대장은 출근길 차량 안에서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렸다. GOP 대대장은 일주일에 한차례 부대밖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마침 이날이 부대 밖에서 출근하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상황을 통제했다는 것이다. 합참 고위관계자는 “해당 GP는 훈련이 잘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GP 총격사건 시간대별 상황. 연합뉴스



②KR-6 불발은 ‘누구 탓’



합동참모본부는 “당시 기관총 원격사격체계인 12.7㎜ KR-6 중기관총으로 첫 대응 사격을 시도했으나 작동하지 않자 5.56㎜ K-3에 이어 K-6 중기관총으로 대응 사격했다”고 밝혔다.


합참에 따르면 해당 GP는 피격 20분 만인 오전 8시1분부터 3분까지 KR-6 중기관총 원격사격체계로 세 차례 타격을 시도했으나, 기능 고장으로 불발됐다. 이 자동화 시스템이 먹통이 되면서 GP 장병들은 방호 시설이 잘 돼있는 지통실을 벗어나 목숨을 걸고 수동으로 K-6 중기관총 사격을 실시했다.


그렇다면 KR-6 공이 파열은 왜 사격 전까지 발견되지 않았을까. 그것은 자동화 시스템인 KR-6 중기관총의 경우 GP 소대원들이 매일 직접 실시하는 ‘사용자 정비’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동인 K-6 중기관총은 장병들이 직접 분해·결합해 총기를 점검하지만, KR-6 중기관총은 자동화시스템으로 복잡한 구조다. 그런만큼 사단 정비대대의 ‘총기점검반’ 만이 노리쇠 뭉치를 분해·결합할 수 있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사단 정비대대 총기점검반이 매일 GP를 돌아다니면서 KR-6 중기관총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역설적으로 자동화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된 중기관총이 정비가 까다로워져 정작 실제 사격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현장 점검은 매일 하루에 한 번씩 하는데 노리쇠 후퇴 전진, 격발 점검을 다 하고 있다”면서 “공이 파손은 정비팀이 해당 GP에 가 분해해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합참은 “일단 다른 GP의 KR-6 중기관총은 정상 작동됨을 확인했다”며 “작동되지 않은 KR-6 중기관총의 경우 총기점검이 어떻게 이뤄졌는 지를 정밀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북한 GP로부터의 총격이 남한 GP 무기체계의 허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KR-6 중기관총 고장 사실은 지난 3일 사단장까지 보고됐다. 합참과 육군지상작전사령부는 다음날 지작사 현장조사반이 낮 12시 30분쯤 고장 사실을 확인하고 보고한 이후에야 알게 됐다. 왜 사단에서 상급 부대 보고를 누락했는 지 부분에 대한 군 당국의 공식 설명은 아직까지 없다.




③왜 3사단인가



북 GP에 대응 사격을 한 부대는 철원군 일대에 위치한 육군 3사단이다. 중부전선을 지키는 3사단은 ‘백골 부대’로 잘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3사단장은 터프한 강골 출신이 많다. 대표적인 사단장이 2016년 작고한 박정인 장군이다. 그는 1973년 3월 7일 DMZ에서 군사분계선(MDL) 푯말 정비작업을 하던 우리 군 1개 소대를 향해 북한군이 총격을 하자 도발 원점인 북한군 GP를 향해 백린탄 포 사격 명령을 내렸고, 이로 인해 북한군 수십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부 지시 없이 포격했다는 이유로 보직 해임된 후 전역했지만, 북한군에게 3사단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줬다.


3사단이 지키는 평야 지역으로 ‘민들레 평원’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북한군 기계화부대가 이곳을 지나가면 수도권이 바로 뚫린다. 그런만큼 군 수뇌부는 관행적으로 성격이 강한 장군들을 3사단장에 임명했다. 적의 도발에 가차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현종 5군단장, 남영신 지작사령관, 김운용 전 3군사령관, 신원식 전 합참차장 등이 3사단장 출신들이다. 현재는 신상균 소장(육사 45기)이 부대장이다.


북한군이 도발 후 남측 반응을 떠보기 좋은 대상이 중부전선을 지키는 3사단이다. 서울에서 먼 동부전선 부대는 남한 주민들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먼 곳이고, 수도권을 지키는 서부전선 부대의 경우에는 남한 국민들의 대북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초래할 수 있어 도발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곳이기 때문이다.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전통적으로 강골 장군들이 부대장으로 부임하는 3사단의 군사대비태세를 시험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9·19 군사합의’ 이후 군의 대적관이 무너졌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군은 이번 북의 GP 총격에 대해 강력하게 원칙 대응했다.



3사단 상징물인 ‘백골’



④과연 오발인가



합참은 이번 총격 사건이 북한군의 우발적인 상황이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군이 두차례 대응 사격에도 불구하고 북측 반응이 없었고, 북한군은 일상적인 영농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투 상황이 벌어지면 근무자가 철모를 써야 하는데 당시 북한군 GP 근무자들이 철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도적 도발’이었다면 철모 등 안전대책을 강구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합참 관계자는 또 “군은 우발적 상황이라는 정황을 분명히 입수했으나 그것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이 ‘SI’로 불리는 감청 등을 통해 취득한 특별취급 정보로 우발 정황을 판단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사건 직후 북한군쪽에서 ‘총기 관리에 신경 쓰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군은 수년 전부터 남측의 감청을 의식해 휴전선 일대에서 중요한 교신은 무선 대신 유선 통신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북한군이 교란작전의 일환으로 일부로 오발 사고 정황을 드러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참은 사건 초기 이번 총격사건에 사용된 북한군 고사총의 유효사거리가 1.4㎞이기 때문에 1.5㎞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남측 GP를 상대로 한 의도적 도발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합참은 고사총 유효사거리가 지상에서 3㎞라고 한 2018년 국회 보고자료가 드러나자, “수년 전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명시된 3㎞는 한미 군 당국이 공식 인정하는 책자 외의 자료를 당시 실무자가 잘못 쓴 것으로 판단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는 대공용일 때 1.4㎞라는 것만 한미 군사당국이 공식 인정하는 팩트”라며 “그밖에 고사총의 최대 사거리가 대공용일 때 5㎞, 지상용일 때 8㎞라는 사항도 알려져 있지만 고사총에 있어 유효 사거리란 대공용일 때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3일 “북한 GP는 우리 군 GP보다 낮은 지형에 위치해 있어 도발에는 부적절한 GP”라며 “GP가 보유한 화기로 도발 효과를 낼 수 있는 유효 사거리 내에서 도발하는 것이 도발의 일반적인 양상”이라면서 북한 GP의 오발 가능성을 강조했다. 합참은 또 해당 GP 일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있어 정상적인 사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총격을 전후로 북한군이 GP 주변에서 영농작업을 하는 등 특이 동향이 나타나지 않은 점들도 북한군의 고의 도발로 보기에 어려운 부분들이라고 했다.


북한군이 쏜 4발은 남측 GP 관측실 방탄 창문 아랫쪽 벽에 1∼2의 탄착군을 명확히 만들었다. 이는 (남북) 쌍방 GP에서 평소에 공용화기를 정확히 조준해 놓고 있기 때문에 한쪽에서 총탄을 발사하면 어려움 없이 상대 GP를 타격하기 때문이다. 이는 표적을 겨냥하도록 미리 세팅돼 있는 GP 총기의 특성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도발 사격과 의도하지 않은 오발 사격 모두 날씨와 사격 위치 등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합참 관계자는 사건 당시 나쁜 날씨와 좋지 않은 사격 위치로 인해 의도적 사격이 어렵고, 오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입맛대로’ 분석을 내놓았다.


합참은 사건 초기에 총격 시점인 7시 41분은 북한군의 근무 교대시간이어서 오발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군 GP 근무 교대시간은 오전 7시“라는 지적이 나오자, 합참 관계자는 13일 ”북한군 GP의 근무 교대시간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북한군 근무 교대 등의 행태를 분석할 때 대략적으로 교대 시간이 언제쯤이란 걸 알 수는 있지만, 정확히 딱 떨어지게 특정할 수는 없다“고 결이 다른 설명을 했다. ”안개가 끼어서 늦어지지 않았을까 추정만 하고 있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북한군이 총격 당시 철모를 착용하지 않고, 정상적인 영농 작업을 한 것 역시 특정 목적을 지닌 고의적 도발을 숨기기 위한 북한군의 위장술일 가능성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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