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2일 조선인민군 제7군단과 제9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참관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3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동해안 일대에 머물며 2주일 연속 군사훈련을 지휘하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달 28일 평양을 떠난 이후 동해안을 돌며 4차례 군사훈련을 직접 참관·지휘했다. 이 훈련들이 모두 포병 중심 훈련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달 28일 육해공 합동 타격 훈련, 지난 2일과 9일 연발 사격 능력을 검증한 초대형 방사포 발사, 12일 포병 대항경기 등이 모두 포병과 관련 있는 훈련이었다. 김 위원장은 포병 훈련을 계속해 최강 병종으로 강화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보당국은 김 위원장이 이처럼 연속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동부전선 일대를 돌며 군사훈련을 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 김정은의 ‘포 사랑’


방사포 섞어쏘기 등 전력 향상에

최근 비행거리 짧고 고도 낮아져

F-35 있는 청주·평택 기지 겨냥

한·미 MD 맞춤형 전력 증강 분석


김 위원장이 12일 참관·지도한 훈련은 함경남도와 동해안을 담당하는 제7군단과 함경북도 국경을 관리하는 제9군단 예하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였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해안 방어용인 133㎜ 견인포, 연평도 포격 때 쏜 122㎜ 방사포, 107㎜ 방사포 등이 동원됐다.


현대전의 핵심을 포병전으로 간주하는 김 위원장의 각별한 ‘포 사랑’은 오래됐다. 그는 스위스 유학 뒤 귀국해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포병을 전공했다. 졸업 논문도 포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위성항법장치 활용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기간 내내 김 위원장을 수행한 박정천 총참모장은 포병국장 출신이다. 그는 지난해 9월 남한의 합참의장 격으로 북한군 서열 2위인 총참모장에 전격 임명됐다. 전임자 대부분이 군단장이나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을 거친 정통 야전군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 인사였다. 김 위원장의 ‘포병 중시’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의 4차례 군사훈련 지휘현장에 모두 수행한 군 인사는 박 총참모장이 유일하다. 앞서 박정천은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신형 전술유도무기 사격시험, 5월 동부전선방어부대와 서부전선방어부대 화력타격 훈련, 7월 말 새로 개발한 대구경조종방사포와 8월 초 신형 전술유도탄 위력시위 발사 참관·지휘 때도 수행했다.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재래식 무기에서는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전술·전략무기를 비대칭 전력으로 키우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군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김 위원장이 장기간 평양을 비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연결시켜 ‘도피성 시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한군 동계훈련 지휘·참관을 내세워 동해 청정지역으로 피신했다는 해석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군사훈련 현지지도를 이유로 평양을 장기간 비워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화력타격훈련장에서 실시한 비슷한 형태의 훈련을 계속해서 참관하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10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코로나19를 경계하며 최근 오랜 기간 평양을 비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13일(미국시간) 화상 언론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에 발병 사례가 있다고 단호히 말할 수 없지만 있다고 꽤 확신한다”며 “북한군이 코로나19 여파로 약 30일간 봉쇄됐다가 최근 훈련을 재개했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김 위원장 거주 구역은 방역이 매우 엄격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코로나19 우려로 평양을 벗어났다는 것은 표피적 분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동해안에서 군사 행보를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불안 등으로 뒤숭숭해진 민심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북한 인민군 포병부대들이 지난 12일 포사격을 하고 있다. 이번 포사격에는 평사포, 곡사포, 122㎜ 방사포 등 재래식 무기 위주로 동원됐다.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동계훈련의 일환으로 육·해·공군 합동타격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맞대응 훈련


동해안 돌며 2주 연속 직접 지휘

비슷한 훈련임에도 계속 참관

이례적으로 평양 장기간 비워

코로나 도피성 시찰 가능성 제기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전력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2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2발을 20초 간격으로 연속 발사하며 향상된 기습 발사 능력을 보였다. 9일 발사는 초대형 방사포와 함께 다양한 구경의 발사체를 연달아 쏴 대응을 어렵게 하는 ‘섞어 쏘기’였다.


군 당국은 김 위원장의 군사훈련 참관·지휘에 대해 “군사적으로는 동계훈련 일환으로 단거리 발사체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성능 점검 차원, 정치적으로는 북·미 협상 교착 상태에서 대북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주도권 확보와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의도, 내부적으로는 전 세계 코로나19 비상상황에서 김정은 리더십과 주도적 상황관리 능력 과시 측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7일 담화에서 “방사포병의 통상적인 훈련마저도 규탄의 대상이고 그 무슨 결의 위반으로 된다면 우리더러 눈앞에 있는 미국과 남조선의 군사력은 무엇으로 견제하며 우리 국가는 어떻게 지키라는 것이냐”라고 주장했다. 군사적 차원의 훈련일 뿐이라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가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남한 전력은 공군의 F-35다. F-35가 ‘참수작전’에 사용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 북한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작년 3월부터 F-35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공교롭게도 북한은 두 달 후부터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단거리 미사일, 신형 전술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를 잇달아 선보였다.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 종류를 늘리고 고도화하려는 시도는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방어(MD) 체계와 F-35를 겨냥한 ‘맞춤형 전력’ 증강이라는 방증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3일 청와대가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북한의 합동타격훈련에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담화를 통해 ”(남한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북한은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청와대의 비논리적인 주장과 언동은 개별적인 누구를 떠나 남측 전체에 대한 우리의 불신과 증오, 경멸만을 더 증폭시킬 뿐”이라며 “적반하장의 극치”라고 격하게 반응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김여정은 “몰래몰래 끌어다놓는 첨단전투기들(F-35)이 어느 때든 우리를 치자는 데 목적이 있겠지 그것들로 농약이나 뿌리자고 끌어들여 왔겠는가”라고 발언한 바 있다.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은 최근 ‘3월2일 북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함의’라는 글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여러 북한 군사 전문가들 견해를 종합해 북한 초대형 방사포의 비행궤도(최고 고도 35㎞·사거리 240㎞)를 보면 F-35A를 배치한 충북 청주 공군기지와 경기 평택 주한미군 캠프 험프리스 등 핵심 표적을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가 380㎞ 이상의 비행거리와 97㎞의 고도를 기록한 것과 견주면 올해는 비행거리가 짧아졌고 고도도 낮아졌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다양한 탄도 비행 시험을 통해 한·미 연합군의 MD 체계를 회피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이언 윌리엄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9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달 두 차례 발사 모두 발사각도가 낮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짧아진 비행거리와 낮은 고도 등을 고려하면, 낮은 발사각으로 발사하면서 다양한 궤도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비행고도를 40㎞ 이내로 제한한 것은 성주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요격고도(40~150㎞)를 피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형 MD’를 군비 증강의 우선순위로 삼았다. 이에 맞서 북한도 최근 수년 동안 단거리 발사체의 다양한 고도·사거리·회피기동 발사로 사드를 비롯한 한·미 연합군의 MD를 무력화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사적인 정면돌파 원칙과 방향하에서 내부적으로는 안보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됨을 보여준다”며 “대외적으로는, 군사훈련은 자위적 방어훈련으로서 국제사회의 비판 대상이 되지 않음을 분명히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국은 이미 스텔스전투기 F-35A,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대형 공격헬기 AH-64E 아파치 가디언과 해상초계기 P-8A, 각종 미사일과 정밀유도폭탄 수백발 등을 구매했다”며 한·미가 만약 결단을 내린다면 김정은 위원장을 언제라도 제거할 수 있는 정밀타격 능력도 보유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말 우려해야 할 것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북한의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이라며 “오히려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무시하는 것이 한반도 정세 관리와 향후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현명한 접근이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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