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최고 수뇌부가 ‘K방산’(한국 방위산업)의 수출 지원에 나서는 것이 일상화됐다. 방산 수출에 그동안 쌓아온 군맥을 활용하는 일은 당연한 것이 됐다. 원인철 합참의장과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국산 중거리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2)’의 수출을 지원하고 8일 귀국한다. 천궁-Ⅱ는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4조원대 수출을 계약했다.
무기 수출에는 국제정세와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K방산의 ‘효자 상품’인 K-9 자주포 수출은 러시아와 중국의 주변 국가 위협과 연결돼 있다.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자 구 소련, 동유럽 국가들은 K-9 자주포를 구매해 왔다. K-9은 폴란드와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동유럽 및 북유럽 국가들이 집중 구매해 국제 무기시장에서 ‘K-9 벨트’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K-9 자주포는 2017년 인도 수출이 이뤄졌고, 호주 육군에도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의 잠재적 군사위협에 대비한 조치다.
무기 수출은 어느 한편에 서는 것일 수 있다. 지정학적 요인과 현지 외교의 복합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무기 수출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 측면에서는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지만, 한국 수출의 미래 먹거리인 것도 현실이다.
K방산 경쟁력에 미국 업체선 훼방
K방산의 경쟁력은 한국군이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데서도 나온다. 적과 대치한 국가에서 성능이 검증됐다는 것이다. 미국 군산복합체 입장에서는 K방산이 눈에 거슬린다. 록히드 마틴은 에이사 레이더 등 한국형 4.5세대 전투기 KF-21에 장착할 4가지 핵심 기술의 이전을 거부했다. 사실상 KF-21 개발을 방해한 셈이다. KF-21 시제품은 이런 어려움을 뚫고 나온 것이다.
KF-21에 장착하는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재즘(JASSM) 미사일 판매를 거부해 한국은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의 국내 개발을 진행 중이다. KF-21은 기본적인 임무수행이 가능한 블록Ⅰ이 2026~2028년 생산되고, 공대지 능력이 추가된 블록Ⅱ가 2028년부터 생산될 예정이다.
이 틈새를 노리고 독일 방산업체 타우러스시스템은 타우러스 미사일을 제안하고 있다. 이 업체는 한국 공군이 채택하지 않으면 타우러스가 단종될 위기에 빠지는 탓에 매우 공세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타우러스나 타우러스 개량형을 장착할 경우 향후 KF-21의 수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자칫 ‘죽 쑤어 개 주는 꼴’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방산 수준은 에이사 레이더를 독자 개발했듯이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개발 능력이 충분하다는 게 유도무기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한국에서 안보는 정치적 수단이다. 대선을 앞두고 벌어졌던 사드 이슈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캠프는 수도권 보호를 위해 사드를 도입해야 한다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는 국내에서 현재 개발 중인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L-SAM)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캠프에서는 “L-SAM 개발 기간 동안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된다”며 “사드를 긴급 구매하면 2~3년 안에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드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대신 무기 종속은 심각해질 것이다. 천궁-Ⅱ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K방산의 명품이라고 불리는 천궁-Ⅱ를 탄생시켰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 대응이 급하다며 미국 패트리엇(PAC-3) 체계를 계속 배치하겠다고 했으면 탄생하기 어려웠던 무기체계다.
사드 배치, 종속과 독자개발의 기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실제 사용은 남북의 ‘양패구상’을 초래한다. 사드를 아무리 많이 배치하더라도 수도권을 다 방어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제한적 방어만 가능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사드보다는 사드 수준의 K방산 무기체계 개발이 가성비를 포함해 여러모로 낫다는 의미다. 해외 수출도 가능해진다.
사드 배치는 록히드 마틴에 수조원을 퍼줄 것인지, K방산의 또 다른 명품 제작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록히드 마틴 제품인 F-35A만 해도 일본과 계약조건이 다르다. 수시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과정에서 한국 공군은 록히드 마틴에 ‘호갱’처럼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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