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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후보들의 생각대로 말하기, 안보는 위험하다

 

대권 주자들이 안보 관련 발언을 할 때마다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고향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공약으로 육사를 안동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육사를 약 40만평 규모의 예전 36사단 부지로 이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지만, 육사 이전은 넓게 보면 안보 이슈다.

지금의 사관학교 교육은 폐쇄적인 군 특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21세기 다변화된 전장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육·해·공군 간 상호 합동 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육사 이전은 미래전에 대비하고 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각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하는 개혁안과 함께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위 ‘빅 픽처’가 요구되는 사안으로, 이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방부는 육·해·공 3군 사관학교 교육 통합을 염두에 두고 2009년 3월 ‘사관학교 교육운영 개선TF’를 구성하기도 했다.

앞서 나온 윤석열 후보의 ‘선제타격’ 발언 역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는 사안이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 안보상황이 명쾌한 발언으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사이다 발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여당 의원은 ‘선제타격’은 작전계획(작계)에도 없다고 제1야당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없는 게 아닌 것’이 선제타격이다. 작계는 전쟁을 잘 수행하기 위해 숙달해야 하는 일종의 기본계획일 뿐이다. 작계에만 집착하는 것은 태권도 실전대련에서 약속대련에 없는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 선제타격이 대량 응징 보복보다 효과적이라면 작계에 없어도 한·미 군통수권자들의 결심으로 실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윤 후보의 발언은 선제타격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공격을 차단하는 게 가능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문제는 한·미 정보자산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치를 100%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200여기에 달하는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동시에 포착해서 동시에 회복 불능 상태로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선제공격을 받은 후 북한이 단 한 발의 핵미사일이라도 남쪽으로 발사할 경우 그 피해가 천문학적이라는 의미다. 미국 역시 자국 영토에 대한 북한의 보복 핵공격, 소위 ‘제2격’(세컨드 스트라이크)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전쟁은 정치와 외교의 마지막 수단이다. 정치인 윤석열의 발언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수 있는) 선제타격까지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수사적 의지의 표현 정도라면 적절했을 것이다. 선제타격이나 선제공격은 모호성을 지닐 때 효용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그는 정치와 외교를 건너뛰었다.

윤 후보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언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보호라는 당위성은 좋지만 각론에서는 요격 고도 논란 등 시끄럽다. 성주에 배치된 사드는 평택 미군기지의 핵심시설 보호용이다. 포대당 1조5000억원짜리 사드를 아무리 많이 배치하더라도 서울 대규모 아파트 단지까지 방어하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 나아가 북한 장사정포나 미사일을 ‘지방 아파트 전셋값’ 수준 가격으로 비교하자면 요격 미사일은 ‘서울 강남 아파트 매매값’ 수준이다. 요격 미사일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군사적 대비는 최후 수단이다. 정치적·외교적 접근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가를 구분해 얘기하는 게 진정한 안보 공약이다.

다분히 보수집단의 감정적 정서에 기대며 논란만 야기하는 안보 공약은 전략적이지 못하다. 예비역 대장만 14명이나 있다는 제1야당 대선 캠프 수준에도 맞지 않다. 차라리 “킬체인은 여러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면 북한도 파멸한다고 인식하게 하는 게 억지력”이라며 “보복능력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고 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발언이 와닿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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