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군 코멘터리

국방부·합참 이전은 ‘대선 공약’이어야 한다

용산 국방부 청사 연합뉴스

국방부는 꼭 서울에 있어야만 할까. 국회를 옮기자는 논의는 활발하지만, 국방부 이전은 논의조차 없다. 분단국가라는 점을 앞세워 국방부는 일종의 성역에 머물러 있다.

 

국방부의 서울 존치를 주장하는 이들은 청와대가 서울에 있고 안보부처가 서울을 벗어나면 안보 불안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또 국방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수시로 참석하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다수 국민들도 국방부가 서울 한복판인 용산에 있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다. 국방부의 이전을 얘기하는 것은 성역을 건드리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유사시를 대비하고 국가 위기사태를 고려하면 국방부가 서울에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비효율적이다. 합동참모본부 역시 마찬가지다. 육·해·공군 각군 본부는 이미 32년 전에 충남 계룡시 남선면 일대의 계룡대로 이전했다.

 

주한미군사령부도 평택으로 옮겼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내년 말까지 평택으로 옮길 예정이다. 소위 주한미군과의 원활한 연합작전을 위해서라도 국방부와 합참은 용산에 있어야 한다는 논리가 깨진 셈이다.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국방부 공무원들의 욕구와 국방부 차원의 재산 지키기 말고는 국방부가 용산에 있어야 할 까닭이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는 이유다.

 

대다수 직업군인들은 전략적·작전적 측면에서라도 국방부와 합참 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쟁을 미리 방지하면서도 유사시를 준비해야 하는 직업군인들 입장에서 현재의 전쟁 지휘구조에 따른 한국군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서다. 국방부와 합참은 각군 본부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유사시 청와대에 전문적이고 신속한 건의를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특히 국방부는 전쟁과 같은 위급한 시기에 각군 총장들이 긴밀하고 신속하게 논의를 하도록 조정하면서 군정 최고기관으로서 3군 본부의 지원 역할을 통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각군 참모총장과 간부들은 수시로 국방부, 합참, 국회 등 출장을 위해 서울을 왕복하고 있다. 평시에 이런 수준이라면 전시에는 전쟁 수행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국가 역량 결집 차원에서라도 국방부는 정부 부처가 대부분 모여 있는 세종시와 지리적으로 인접한 계룡대로 내려갈 필요가 있다.

 

국방부와 합참에 근무하는 군인과 직원들은 한·미 연합훈련 때만 되면 케이직스(합동지휘통제체계) 장비 등을 수도방위사령부 B1 벙커로 옮기기 위해 승합차에 실어 나르느라 부산을 떤다. 전쟁을 대비하는 데프콘(방어준비태세) 발령 수준이 높아지면 수방사 B1 벙커가 전쟁지휘본부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평소 용산 국방부와 합참 청사에서 근무하지만 연합훈련 때나 유사시가 되면 근무지가 B1 벙커로 바뀌는 셈이다.

 

이는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근무자들의 마음가짐을 전시와 평시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게 해 전·평시가 따로 없다는 현대전 관점과도 맞지 않는다. 한국군이 벤치마킹한 미군의 경우 펜타곤 내 최상부 조직에서 작전과 지원 기능이 신속하고 심도 있게 연결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방부와 합참이 서울을 떠나면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면, 국방부만 계룡대로 이전하고 합참은 B1 벙커가 있는 수방사로 옮기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국방부와 합참 청사의 이전은 대선 후보들의 ‘안보 공약’에 포함돼야 한다. 도심 한복판에 국방부와 합참이 있는 것은 안보적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 주변 고층 건물에서 국방부와 합참에서 근무하는 군 수뇌부의 움직임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보안이 뻥 뚫린 구조도 문제지만, 유사시 장사정포 등 적의 기습 공격에도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국방부와 합참이 옮긴다면 국가가 국방부·합참 부지를 계속 소유하고 건물은 분양하거나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필요하다면 20~30대 젊은 세대를 위한 ‘징검다리’ 임대 주거 공간도 마련할 수 있다. 일정 기간 거주하면서 목돈을 마련해 새로운 주거지로 옮겨가기까지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식이다. 여당 후보의 ‘기본주택’ 개념이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제시한 토지임대부주택안 등을 용산 부지에 맞게 새롭게 발전시키면 되지 않을까 싶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박성진의 군코멘터리]최신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