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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한반도 바다는 경항모를 부른다

을지프리덤실드 훈련 첫날인 22일 중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이 한·미연합훈련에 직접 반발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한반도를 미국과의 갈등을 벌이는 각축장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무역교역국이면서도 사실상 안보위협국가라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서해에서 매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중국이다. 그런 만큼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2033년 전력화 예정인 해군의 3만t급 경항공모함 건조 계획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해양 관할권과 자원을 차지하려는 주변국들의 위협은 심상치 않다. 한·중 해군은 서해에서 124도 E선을 놓고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24도 E선이 군사활동 경계선으로 굳어지면 서해 대부분이 중국 바다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해양권익’ 패싱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 해군은 124도 E선보다 훨씬 먼 123도 E선 주변 바다에서 주기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함정은 한국 함정을 따라다니며 밀착 감시하고 있다. 한국 함정에 근접해 언제 위협을 가할지 모르는 형국이다. 중국은 서해를 군사적 안전해역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곳에서 매년 대규모 해군연습을 정례화하고 있다.

주변 위협 속 최소한의 억지력 필요

중국 군함의 한국 배타적경제수역(EEZ) 잠정 등거리선 침범도 일상화된 지 오래다. 중국은 한국 해군의 공해상 작전 구역에 실효적 지배를 시도하기 위한 부표까지 설치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한국 해상 안보에 대한 도발이다. 중국은 이어도 인근 해역에도 수시로 함정과 항공기를 보내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유엔 해양법을 무시하고 이어도 문제를 영토분쟁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이 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국가가 되면 먼저 도발할 가능성이 큰 곳이 독도 해역이다. 2018년 연말부터 시작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저공 위협비행’은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시사해준 사건이었다.

동아시아 해양 이슈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중국의 팽창전략, 이를 억제하려는 미국의 안보전략 기조, 일본의 보통국가 논리 등 3대 역학요인이 얽혀 있다. 틈새에 끼인 한국은 ‘최소 억지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경항모가 필요하다. 한국 해군이 북방한계선(NLL)의 수호 못지않게 더 큰 틀의 국가적 해양 이익에 부합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보여주는 중국의 행보는 무역국가인 대한민국의 해상교통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자국 영해로 주장하는 해역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대해 신고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우리의 인도·태평양 무역로가 언제든지 위협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30년이면 중국 항모는 5~6척으로 늘어난다. 미 해군이 질적 우세로 중국의 양적 팽창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한국 해군의 경항모 사업은 ‘전방위 안보 위협’에 대한 주도적 대응이다. 외부 위협으로부터 최소한의 억지력이라도 갖추자는 것이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해상교통로 보호도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한국 해군의 경항모는 주변국 항모전단을 상대로 단독 작전을 펼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항모는 전력 현시를 통한 우리의 강한 안보의지를 전달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해양 분쟁 현장에서 항모가 없는 한국 해군 전투단은 주변국 항모에서 수분 내에 발진한 전투기의 위협에 위축돼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기 십상이다. 경항모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처럼 전투력과 생존성에 밀릴지라도 한국 해군이 ‘어깨 싸움’이라도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차이가 있다. F-35B가 어렵다면 함재기를 무인기로 하는 방안이라도 발전시켜야 한다. 미군도 해상 공중작전 혁신과 항공 과학기술 발전 등의 요인들을 고려해 10년 전부터 미래 함대의 주역으로 무인기 경항모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정권 바뀌었다고 사업 중단 안 돼

주변국과는 해상 전면전보다는 군사적 대치 상황과 같은 저강도나 회색지대 분쟁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는 경항모라도 현시 전력으로서 힘의 균형을 지킬 수 있다. 경항모는 원해에서도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비상수단’이다. 경항모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중단돼서는 안 된다. ‘현타’(현실 자각 타임)에서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연재 | 박성진의 한국군 코멘터리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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