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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앞세운 비밀 군사협정, 중동 정세 급변 땐 뜨거운 감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특사 방문으로 촉발돼 정치권 갈등으로 번진 UAE 파병 의혹이 ‘수건돌리기’ 끝에 한달 만에 봉합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앞의 정부에서 양국 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점에 대해서도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양국 간 이면합의는 수면 아래로 다시 잠수했다. 해외 파병까지 전제된 비밀 군사협정 내용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 채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봉인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UAE 파문의 발원지가 어디인지를 놓고 여당과 야당은 물론 청와대와 국방부까지 책임 떠넘기기를 하는 듯한 모습을 노출했다. 협정 체결 필요성을 놓고도 긍정론자와 비판론자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문제는 UAE 파병을 둘러싼 논란의 본질과..
문재인 정부의 ‘기무’ 사용설명서 # 장면 1 2018년 1월1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는 출입기자들이 언론보도에 대한 국군기무사령부 조사를 성토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에 보도된 ‘청(靑), 차관과 주요 현안 협의, 송 장관 조기 경질설 파다’ ‘한·미간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일정 확정’ ‘한미 연합사령부의 국방부 영내 이전’ 등 3가지 기사에 대한 기무사의 출처 조사에 항의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기사들이 보도됐을 당시 그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나중에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을 불신한다는 기사는 국방부의 공식 부인으로 봉합됐지만, 한·미 연합훈련 일정과 연합사 이전 기사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기무사가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기사 취재 과정을 조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가 차관과 주요 현안을 협의한다”는 언론보도의 경우 서주석..
평화 지키는 강군…정작 훈련장은 부족하다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 “오늘 밤이라도 당장 (최적의 태세로) 전투에 나설 수 있다”는 주한미군 슬로건이다. 한국군 수뇌부도 10여년 전부터는 ‘항재전장(恒在戰場·항상 전쟁터에 있다)의 자세’라는 전통적 한국군 구호와 함께 ‘파이트 투나잇’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 파이트 투나잇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오늘 밤 당장 전투에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는 문재인 정부 ‘국방개혁 2.0’의 상징인 ‘표범 같은 군대’의 필요충분조건이기도 하다. 현실은 거리가 있다. 군을 정예강병으로 키우기 위한 사격장과 훈련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휘관들이 훈련 중 안전과 주민 민원 등을 내세워 야간훈련이나 강도 높은 훈련을 기피하고 있는 게 군의 현주소다. ■ ..
기무사 감청과 ‘왝더독’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정국이 혼란스러워지면 시사잡지에 군부 동향에 대한 기사가 곧잘 오르내렸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 정세 분석을 할 때도 군부 동향을 눈여겨봤다. 군사독재정권이 종지부를 찍은 이후에도 상당 기간은 군부가 한국 정치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으로 꼽혔다. 그랬던 한국 군부는 이제 쿠데타와는 거리가 멀고 군 본연의 임무에만 전념하는 안보 전문가 집단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데타(coup d’Etat)는 ‘국가에 대한 일격’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비롯됐다. 당연히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민주군대와 쿠데타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한국군에는 쿠데타를 막기 위한 장치가 여러겹 있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쿠데타 가능성을 막기 위해 일찌감치 법적·제도..
‘더스트 오프’와 한국군 군진의학 최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탈북한 북한군은 주한 미8군 더스트 오프팀의 신속한 이송과 응급조치 덕분에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고 아주대 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가 밝혔다. 당시 알려지지 않은 게 하나 있었다. 주한미군 의무항공대 더스트 오프팀의 블랙호크 헬기가 JSA에 착륙한 지 2분 후 한국군 의무헬기도 현장에 도착했던 일이다. 만약 한국군 의무헬기가 미군 헬기보다 먼저 도착해 중상을 입은 탈북 북한군을 이송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시 더스트 오프 구급대원들은 헬기 안에서 흉관 삽입술을 실시했다. 이 교수는 “헬기가 상승하면서 기압이 낮아지면 찢어진 폐에서 나온 공기로 인해 압박성 기흉(氣胸) 문제가 발생한다”며 “더스트 오프팀이 헬기 안에서 흉관 삽입술을 실시해 폐에서 나..
미 해군의 ‘포토 EX’와 한·미·일 공동군사훈련 딜레마 ■왜 ‘포토 EX’인가 미 해군의 3개 항모강습단이 지난 12일 한국 해군 함정과 함께 동해상에서 본격적인 한·미 연합훈련에 돌입하면서 국내 언론에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했다. ‘Photo EX(Exercise)’가 그것이다. 한국군 공보장교들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고 했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사진 훈련‘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니미츠함(CVN 68) 등 미국 항공모함 3척이 ’Photo EX‘를 위해 동해 한국작전구역(KTO)에 진입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미 항모 3척은 다른 함정들과 함께 한국작전구역에서 동시에 항공 촬영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미 항모 3척과 미 이스함 6척, 한국 함정 6척 등 대형..
‘문제적 군인’ ① 김관진 전 국방장관 노무현 정부 합동참모의장(2006년 11월)→이명박 정부 국방장관(2010년 12월)→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 실장(2014년 6월)→문재인 정부 구속(2017년 11월). 김관진 전 국방장관(68)의 지난 11년간 이력이다. ■무너진 ‘운장(運將)’ 신화 군에서 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장(智將), 용장(勇將), 덕장(德將)이 모두 합쳐서 덤벼도 이기지 못하는 장수가 바로 운이 따르는 ‘운장’(運將)”이라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적어도 박근혜 정부때까지는 관운이 넘친다는 측면에서 운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육군본부 기참부장(소장)과 2군단장(중장), 합참 작전본부장(중장), 3군사령관(대장) 등으로 승승장구하다 군서열 1위인 합참의장으로까지 발탁됐다..
문 대통령과 따로 노는 군국주의 후예들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 현관에 들어서면 맨 처음 마주하게 되는 것이 있다. 운보 김기창 화백(1914~2001)의 대형 그림이다. 가로 2m, 세로 3m 크기의 대작으로 제목은 ‘적영’(敵影·적의 그림자라는 뜻)이다. 베트남 638고지(일명 안케 고개) 전투를 묘사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한국군의 정통성 훼손 논란까지 제기되는 등 10년 넘게 군 안팎에서 구설에 올랐다. 운보의 대표적인 친일 작품으로 분류되는 ‘적진육박’과 너무나 유사한 탓이다. ‘적진육박’은 운보가 일제강점기 당시 남양군도에서 적진을 향하고 있는 일본군을 묘사하면서 일제 군국주의를 찬양한 작품이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과거 친일행적에 대한 반성과 고민 없이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을 물리치는 일본군을 묘사한 작품을 한국군의 베트남전 그림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