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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미 해군의 ‘포토 EX’와 한·미·일 공동군사훈련 딜레마

■왜 ‘포토 EX’인가

 

한·미 해군이 지난 12일 동해상에서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에는 한국 해군의 세종대왕함 등 6척이, 미 해군 항공모함 3척을 포함해 총 9척이 참가했다. 양국 해군은 14일까지 동해상에서 미 해군은 항모 3척과 이지스함 11척, 우리 해군은 이지스구축함 2척 포함 7척의 함정이 연합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 해군 항공모함은 좌측상단부터 니미츠함(CVN-68), 로널드레이건함(CVN-76), 루즈벨트함(CVN-71). 해군 제공

 

미 해군의 3개 항모강습단이 지난 12일 한국 해군 함정과 함께 동해상에서 본격적인 한·미 연합훈련에 돌입하면서 국내 언론에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했다. ‘Photo EX(Exercise)’가 그것이다. 한국군 공보장교들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고 했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사진 훈련‘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로널드 레이건함(CVN 76),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 71), 니미츠함(CVN 68) 등 미국 항공모함 3척이 ’Photo EX‘를 위해 동해 한국작전구역(KTO)에 진입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미 항모 3척은 다른 함정들과 함께 한국작전구역에서 동시에 항공 촬영 카메라에 잡히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미 항모 3척과 미 이스함 6척, 한국 함정 6척 등 대형 함정 15척이 한꺼번에 카메라 앵글에 포착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 위용도 대단했다.

 

한미 해군은 동해상에서 먼저 3열 종대로 포즈를 취했다. 미 항모는 니미츠함과 로널드레이건함, 루즈벨트함 등을 선두로 세줄로 줄을 섰다. 그 뒤를 따라 이지스함을 포함한 한미 해군 함정들이 나란히 항해했다.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은 서애류성룡함(DDG-993)과 세종대왕함(DDG-991)이 합류했다.

 

항모 3척이 한반도 해상에 한꺼번에 등장한 것은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이후 처음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2007년 괌 인근 해역 훈련 이후 10년 만이다. 미국이 북한에 공개적으로 보내는 강력한 군사적 경고메시지다. 북한이 도발을 계속할 경우 언제든지 군사 옵션을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간 침공도 항모 3척에서 시작됐다.

 

미국으로서는 그만큼 위용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항모 3척의 동시 등장은 북한의 핵포기와 도발에 대해 역할을 하라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력이기도 하다. ‘포토 EX’는 단순한 훈련을 넘어 일종의 무력시위 작전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이다.

 

동해상에서 연합훈련 중인 한·미 해군. 미 해군 항공모함은 첫번째열 왼쪽부터 니미츠함(CVN-68), 로널드레이건함(CVN-76), 루즈벨트함(CVN-71). 두번째열 제일 왼쪽이 우리 해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제일 오른쪽이 세종대왕함. 해군 제공

 

■한·미·일 연합훈련의 딜레마

아마도 이번 포토 EX에 일본 해군도 함께 했다면 그 효과는 더 컸을 것이다. 일본 함정들까지 가세하면 군함 20~30척이 바다를 누비는 모양이 연출되니 그럴 만하다.

그러나 미 항모강습단은 일본 작전구역에서 미·일 연합훈련을 마친 후 한국작전구역(KTO)에 들어왔다. 한국작전구역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군사작전을 위해 한반도 주변에 선포하는 구역이다. 영해뿐 아니라 공해도 포함한다.

 

미 항모를 주축으로 한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국의 공동 군사훈련은 한국 측 거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2일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일정에 맞춰 핵추진 항공모함 3척을 동원한 훈련을 실시하자고 제안했으나 한국이 거부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한·미·일 결속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3국 공동훈련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환영했지만, 한국은 자위대의 한반도 주변 해역 진입을 경계하는 국민감정 등을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미국 측에 전했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은 미국, 호주와 함께 6~7일 제주도 앞바다에서 실시한 북한의 핵 관련 물질 수송 저지 공동훈련 때에도 일본의 동참 요구를 거절했다.

 

사실 한국은 3국 공동훈련을 요구하는 미국과 일본의 요청을 마냥 거부하기에도 난감한 형편이다. 한국작전구역의 수색 및 구조훈련에는 3국 해군이 그동안 공동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작전구역 중 공해는 미 해군 뿐만 아니라 러시아 해군도 마음대로 다니는 곳이다. 그런 해역을 일본 해상 자위대라는 이유로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미군 측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 항모강습단과 공동훈련은 대공방어, 해상감시, 해상보급, 기동 등이 포함돼 있다. 만약 한국 해군함정과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미 항모강습단과 함께 항모호송작전과 항공작전, 항공사격 등을 실시하는 모습이 미군의 포토 EX를 통해 전세계에 퍼진다면 한국 정부는 감당하기 힘든게 현실이다. 한·미·일 해군이 북한을 넘어서 중국 해군을 견제하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