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군 코멘터리

주한미군 숫자도 모르는 ‘깜깜이 한·미동맹’

주한미군은 몇 명인가. 한·미 국방당국이 밝히고 있는 주한미군 병력은 2만8500명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이후 줄기차게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병력 숫자를 3만2000명이라고 하고 있다.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3월14일에는 “지금 남북한 사이에 우리 군인 3만2000명이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자”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주한미군이 증원됐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는 언론보도로 이어졌다.

 

논란이 일자 크리스토퍼 로건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지난 4월14일 “공식적인 주한미군 수는 여전히 2만8500명이며, 일본 주둔 미군의 수는 5만명”이라면서 “병력 규모는 훈련과 다른 전개 상황에 따라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방부도 “주한미군은 2만85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SCM(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을 통해 주기적으로 재확인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다만, 주한미군 병력 수는 순환배치 및 훈련 등으로 일시적으로 일부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러나 순환배치에 따른 교대를 핑계로 대는 한·미 군당국 해명이 군색하다. 주한미군사령부는 최근 내놓은 ‘전략 다이제스트’ 2018년판을 통해 주한미군 병력이 3만명 이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한미군 ‘전략 다이제스트’는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현황과 기지 실태, 훈련 종류까지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는 공식 문건이다. 그동안 미국이 주한미군 숫자를 고무줄 셈법으로 계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미군 ‘입맛’대로 달라지는 ‘고무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사안은 주한미군 병력만이 아니다. 미군이 발표하는 한·미 연합훈련 참가 미군 병력도 고무줄이다. 대표적인 게 올해 훈련이 취소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 숫자다.

 

UFG가 처음 실시된 2009년 당시 훈련에 참여한 미군 병력은 1만여명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나자 한미연합사령부를 겸하는 주한미군사령부는 UFG 훈련에 해외 미군 3000여명을 포함한 미군 3만여명이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해외 병력 3000여명을 포함한 미군 참가 병력은 3만명’이라는 발표가 사실이라면, 주한미군은 2만7000명이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게다가 시뮬레이션 훈련인 UFG에 1만명이던 참가 병력 숫자가 순식간에 3배나 늘어난 것은 누가 봐도 비현실적이다. 이 수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차원의 액션을 기대하는 한국민들에게 내놓은 ‘립서비스’ 차원이었다. 이는 안보 무능을 숨기기 위한 한국 보수 정권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2015년 이후에는 참가 병력을 5000여명 줄여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UFG가 지휘소 훈련임을 감안하면 상식에서 벗어난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UFG에 실제 참가하는 미군 병력 숫자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군이 전략커뮤니케이션(SC)을 앞세워 거짓 숫자를 발표해 왔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에 통보나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하고 이를 먼저 북한에 통보했다. 그러다보니 8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남측 대표가 연합훈련 중단과 관련해 북측 대표한테 “남한 대표 준비 좀 잘해 와라” 하는 훈계를 듣고 반박조차 하지 못하는 불편한 일까지 일어났다. 그동안 한·미는 ‘빛 샐 틈 없는(No Daylight)’ 동맹관계라고 강조해 왔지만 이쯤 되면 (진실을 밝히는) 빛이 못 들어오는 ‘깜깜이 동맹’이라고 비판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앞서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과 한반도에서 진행되는 연합훈련을 ‘로키(low-key)’로 진행하기로 했다. 8월로 예정된 UFG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하되, 전략자산 전개의 경우 비공개하고 훈련 전반에 관한 사실도 나서서 홍보하지 않겠다는 합의였다.

 

당시 송 장관은 “(한·미관계는) 0.1㎜, 즉 한 치의 오차도 없다”고 말했지만, 양국 합의는 열흘 만에 깨졌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사전 교감은 전혀 없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디딤돌로 삼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일시 중단을 바라고 있었다는 점에서 ‘불감청이언정 고소원’이었다. 미국의 일방적 발표가 보수층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던 점도 유리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주한미군이나 다른 연합훈련에 관한 중요 사항도 일방적으로 통보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불균형 군사동맹인 한·미관계가 갖는 한계이기도 하다.

 

문제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UFG 등 3대 한·미 연합훈련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합훈련까지 북한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경우 대비책이 있냐는 것이다. 만약 이런 훈련조차 중단된다면 한·미 군사동맹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게 될 것이고, 다시 한번 ‘깜깜이 한·미동맹’의 일각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향후 북한이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행동을 이어나간다면 한·미 군사동맹의 미래는 새로운 길을 걸어야 한다. 주한미군의 향후 역할도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하거나 중국을 견제하는 ‘동북아 기동군’으로 급속하게 무게중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한·미 군사동맹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연합훈련 중단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철수도 공공연하게 시사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의 이완을 통해 북한의 긴장고조 행위를 막고자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한·미 군사동맹에 의존해온 한국 사회가 이런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주목된다. 사실 정확한 주한미군 병력 숫자조차도 어긋나는 한·미 군사동맹에서 ‘빛 샐 틈 없다’는 전제는 허구였다는 현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였어야 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