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과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통화 내용을 감청했다는 시민단체 군인권세터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과 윤 전 장관이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맡고 있는 업무에 관해 논의를 했다”며 “장관이 사용하는 군용 유선전화를 통해 감청이 이뤄진 것”이라고 현직 기무사 요원의 제보 내용을 밝혔다.

 

기무사가 대통령과 국방장관 통화 내용을 감청한 것은 불법일까.

우선 기무사 감청이 다 불법은 아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있거나 간첩에 대한 수사를 할 때는 고등법원의 감청 영장을 받아 당연히 이뤄진다.

 

수사 목적 외에도 기무사가 군 기관을 무작위 감청한다는 것은 군에서는 하나의 상식처럼 통한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국가안보 관련 중요사항과 관련한 군내 감청은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하는 일반 감청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무사는 4개월마다 한번씩 대통령의 포괄적 승인을 받아 감청을 할 수 있다. 기무사는 이를 빌미로 사실상 무제한 감청을 해왔다.

 

 

국방장관과 국방차관, 합참의장 등 군 고위층 경우에는 24시간 감청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수사 목적이 아닌 경우 무작위적으로 제한적 감청을 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 고위층이라 하더라도 특정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감청은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믿는 군 인사는 거의 없다.

 

안보문제가 아닌 단순 동향 보고를 위한 영장 없는 감청 혹은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은 불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무사는 암암리에 군 장성이나 국방부 고위관료 혹은 민간인의 단순 동향 파악도 해왔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기무사 감청의 가장 큰 목적은 쿠데타 방지다. 쿠데타(coup d’Etat)는 ‘국가에 대한 일격’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비롯됐다. 기무사 감청은 쿠데타 가능성을 막기 위한 여러 법적·제도적인 군부 감시 방안 중 하나다.

 

기무사의 쿠데타 방지 임무수행은 징후를 포착해 미리 제거하는 개념에 가깝다. 기무사가 군 주요 지휘관들이 누구를 만나는지, 누구와 통화하는지 등의 동향을 일일이 챙기는 배경으로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 고위층에 대한 무작위 감청 활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기무사 전신인 보안사 감청은 신군부의 1979년 12·12 군사반란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 쿠데타를 막아야 할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쿠데타 수괴로 변신한 것은 보안사 감청의 결과였다.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동해경비사령관으로 내보내려던 계획이 보안사 감청을 통해 새나가면서 위기를 느낀 전두환 사령관이 쿠데타를 주도해 12·12가 일어난 것이다.

 

1993년 3월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하나회를 정리했다. 취임 11일 만에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했다. 12·12 군사반란 연루자의 군복도 벗겼다. 만약 감청 등을 통해 관련 정보가 새나갔다면 군부 쿠데타를 유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문민정부 관계자들은 보안사 감청으로 12·12가 일어났던 것을 감안한 전격적인 조치였다고 밝혔다.

 

전화통화하는 송영무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만약 기무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 사이의 일상적인 업무 통화를 무작위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감청한 후 내부 이익을 위한 특정 목적에 사용했다면 위법성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게 군 검찰관의 설명이다. 감청 업무 담당자들이 국방장관의 전화 통화를 별도로 감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이 역시 합법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감청 정보를 보고서로 만들어 문서로 만들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무사는 지난해 11월 말에도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 포스(TF)’를 감청해 수사 정보를 미리 파악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기무사는 국방부 TF 책임자의 전화 통화를 세차례 감청해 기무사에 압수수색을 나온다는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기무사령관에게 올리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국방부 TF가 기무사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 수행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기무사 실무진이 이를 특이동향으로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해 수사기밀을 누출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군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한 위법사항 조사에 나섰다. 특이사항이 아닌 정상적인 활동내용도 감청 등을 통해 확보한 후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 검찰은 한달 후 “(감청 정보를 이용한) 기무사의 추가적인 증거인멸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고, 감청 또한 합법적 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무사가 사이버 댓글공작 TF장의 회선이 아닌 상대방 회선을 합법적으로 감청하던 중 우연히 취득한 정보인 데다 이 같은 정보를 증거인멸이나 수사방해 등에 활용한 정황도 파악되지 않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수사 정보가 기무사 측에 더 많이 새나갔을 가능성과 함께 기무사의 무차별적인 군 전화회선 감청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무사의 감청 업무가 감청 목적에 부합하게 이뤄지는 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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