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 1

2018년 1월1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는 출입기자들이 언론보도에 대한 국군기무사령부 조사를 성토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에 보도된 ‘청(靑), 차관과 주요 현안 협의, 송 장관 조기 경질설 파다’ ‘한·미간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일정 확정’ ‘한미 연합사령부의 국방부 영내 이전’ 등 3가지 기사에 대한 기무사의 출처 조사에 항의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기사들이 보도됐을 당시 그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나중에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을 불신한다는 기사는 국방부의 공식 부인으로 봉합됐지만, 한·미 연합훈련 일정과 연합사 이전 기사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기무사가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기사 취재 과정을 조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가 차관과 주요 현안을 협의한다”는 언론보도의 경우 서주석 국방차관의 명령으로, 한·미 연합훈련 일정과 연합사의 국방부 영내 이전 보도는 청와대 지시를 받은 국방부 고위간부 명령으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에 대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혹시 조율되지 않은 의견들이 나갈 경우 국익을 해치거나 또는 불편한 사항을 만들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도된 내용이 비밀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보안성 검토 등과 같은 관련 절차나 승인 없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보안업무 훈령에도 이 부분이 적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지는 국방부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만 보도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 같은 해명과 태도에 대해 기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들이 군사비밀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서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사안들에 대해서 기무사를 동원해 취재 경위를 조사하여 언론에 무리하게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한·미 연합훈련 일정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합사 이전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언급과 관련이 있는 보도들이었다.

 

국방부는 이전에도 정부가 공식 발표하지 않은 사안이 언론에 한 줄이라도 보도되면 기무사를 ‘조자룡 헌 칼 쓰듯’ 여러 차례 동원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실을 통하지 않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는 국장급 이상만 가능하다는 국방부 훈령을 근거로 들었다. 취재 자유를 제한하는 이 훈령의 문제점은 10년 넘게 지적돼 오고 있다.

 

# 장면 2

25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육군 중장) 등 기무사 간부 600여명은 국립서울현충원 등에서 ‘정치적 중립’ 선포식을 가졌다. 기무사령관 등 장군단은 물에 손을 씻고 자필로 작성한 정치적 중립 준수 서약서에 손을 얹은 뒤 ‘잘못된 관행 개선’ ‘정치적 중립 준수’ ‘오직 국가와 국민에게만 충성하겠다’ 등 기무사의 다짐을 읽어 내려갔다. 전국의 모든 기무부대도 지역 충혼탑 등지에서 같은 시간대 동시에 행사를 진행했다. 기무사 본부와 예하 부대가 동시에 참가해 정치적 중립을 다짐하는 행사를 연 것은 기무사 창설 이후 처음이다.

 

앞서 기무사 출신 장군·대령 22명은 지난해 4월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선언을 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군 최고의 강한 보수 이미지를 가진 국군기무사 지휘관 출신들이 민주진보 진영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 사례일 것”이라며 지지 선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당시 군 간부들은 이들의 성명 내용에 대해 상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들이 기무사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내부를 감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비역이라는 이유로 정치권 줄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을 주도한 기무사 출신 예비역 장성은 그 공로로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에 취임했다.

 

지난 12일 이 기무사령관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김용화 감독과 배우 하정우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영화에서 저승 삼차사의 리더로 출연한 하정우씨는 군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귀의 한을 풀어주는 연기도 했다. 기무사가 하씨에게 감사패를 준 이유는 그가 영화에서 군대 의문사를 수사하는 과정을 통해 기무사를 빛내고 홍보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무사는 군 의문사 조사와는 관련이 없는 기관이다. 이래저래 현충원 ‘세심 의식’과 함께 과도한 퍼포먼스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는 과거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낡은 관행과 적폐를 청산한다며 조직개편 등을 통해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무사는 대부분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장군 지휘관이 무더기로 없어진 가운데 유일하게 3성 장군이 지휘관인 부대로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 개혁안의 하나로 기무사의 동향보고를 금지시켰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의 취재원에 대한 과도한 추적은 넓은 의미의 동향보고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기무사는 군사기밀 누출과 관련이 없는 기자의 취재원 조사는 기무사 본연의 업무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수명’(명령을 받아들인다는 기무사 용어)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국방부는 기무사의 조사를 중단시켰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정부는 국가 이익을 위해 비밀리에 조율한다는 핑계로 특정 사안을 정권 편의주의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맺어 후유증이 심각한 위안부 합의가 대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사안을 취재·보도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사회의 ‘감시견’인 기자의 역할이다. 기무사 역시 스스로의 역할이 오지랖 넓게 이것저것 다 들여다보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군사기밀 보호와 방첩 등 본연의 업무가 아닌 상부의 명령이라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명령권자로 섬기는 진정한 ‘기무사의 다짐’, 즉 ‘DSC(기무사령부 영문 약자) Promise’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은 충신을 토사구팽하지 않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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