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국군기무사령부와 도마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꼬리자르기에 능하다”입니다.
기무사는 최근 부대내 간부들의 횡령, 성매매, 음주운전 사고 등을 적발하고도 군 수사기관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합니다.
기무사 측은 “이들에 대해 별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지만 기무사령부에서 방출했다”면서 “해당 간부들에게는 기무사에서 내보낸 것만으로도 징계”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기무사에서 다른 부대로 방출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본인에게는 큰 불이익”이라며 “이것도 하나의 징계로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 군 안팎에서는 기무사가 고위 간부를 포함한 간부들의 위법 사실을 적발해놓고도 최소한의 징계를 내리거나 군 사법기관에 통보하지 않고 은폐하는 것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다른 버전의 해석을 하나 내놓겠습니다. 방출된 당사자들로서는 ‘힘센’ 기관인 기무사에서 쫓겨난 것은 기무사 측 설명대로 하나의 징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무사가 물의를 빚은 간부들을 사령부에서 방출한 것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입니다.
무슨말이냐고요. 대한민국 군대에서 가장 청렴하고 군기가 엄정한 부대는 공식적인 자료로만 본다면 ‘기무사령부’일 것입니다. 바로 기무사의 꼬리자르기 덕분입니다.
기무사는 사고를 저지른 부대원은 즉시 원대복귀시킵니다. 기무사는 육·해·공·해병대 장병들이 합동으로 근무하는 부대입니다. 당연히 기무부대원들은 소속 (육·해·공)군이 있고, 소속 병과도 따로 있습니다. 방출된 기무부대원은 소속 군의 병과에서 다시 재분류해 근무지를 정해주게 됩니다.
문제는 기무부대원이 기무사 소속으로 사고를 쳤다 하더라도 정작 행정적인 징계나 사법처리는 원대복귀한 소속 군에서 이뤄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들의 행위가 기무사의 군기 사고 통계에는 잡히지 않게 됩니다.
대신 애꿏게도 이들을 다시 받아들인 부대의 사고 통계에 잡히게 됩니다. 대신 기무사는 여전히 사고치는 군인이 없는 모범 부대가 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기무사의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국군기무사령부
기무사에는 다른 군 부대에 비해 군의 우수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힘센 기관이기도 하거니와 기무사 자체적으로도 군내 우수 자원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애쓰기 때문이지요.
그런만큼 기무사 출신 군 간부들은 기무사를 떠나더라도 군내에서 고위직에 오르는 사례가 꽤 있습니다.(통상 기무사를 떠나 원대복귀하는 경우는 두가지입니다. 사고를 쳐 방출되는 경우와 본인이 스스로 원해서 원대복귀하는 경우입니다. 군내 고위직에 오르는 기무사 출신 간부는 후자의 경우입니다)
‘꼿꼿장수’로 잘 알려진 김장수 전 국방장관이 대표적입니다. 김 전 장관은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령부 시절 대위로 근무했습니다. 이후 기무사를 떠나 작전 장교로 두각을 나타내 육군참모총장에 이어 국방장관까지 역임했지요.
김 장관 외에도 3성 장군 이상을 지낸 기무출신 간부들이 몇사람 더 있습니다. 현역 3성 장군에도 있습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기무사 시절이 군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기무사(보안사) 시절이 잠시나마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였다고 합니다. 군복을 입고 근무하다 보면 자칫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분야만 파는 외골수로 흐를 수 있는데 사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군내 사안을 여러모로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키웠다는 것이지요.
얘기가 옆으로 잠시 흘렀습니다만 기무사령부가 문제를 일으킨 간부들을 방출하는 데 그친 데 대해서는 군내 여론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무사와 국가정보원은 자체 감찰 기능이 강한 기관들로 소문나 있습니다. 두 기관 모두 외부에 잘 노출이 되지 않은 조직이기 때문에 자정 기능이 강하지 않으면 조직의 기능이 흔들리기 쉽기 때문이지요. 이는 툭하면 자기 식구 감싸기에 나서는 검찰이나 경찰, 국세청 등 다른 힘센 기관과 다른 특성입니다.
그런 면에서 기무사 수뇌부가 당시 횡령, 성매매,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지시를 내렸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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