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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블랙이글, 기지로 돌아오라!

 다큐소설 <리턴 투 베이스(Return to Base)>의 작가인 차인숙씨가 불의의 사고로 지난 15일 순직한 김완희

대위(32·공사 51기)를 추모하는 글을 16일 발표했다.

 

 공군 애호문인단 ‘창공클럽’의 총무를 맡고 있는 차인숙씨는 소설 <리턴 투 베이스>를 통해 공군 조종사들의 충성심과 공군 조종사 양성과정, 사관생도의 생활 모습 등을 세밀하게 묘사한 바 있다. ‘리턴 투 베이스’는 조종사들이 공중 임무를 마치고 기지로 귀환할 때 사용하는 비행용어다.

 

 

 <추모 글>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영웅들

 

                                                                                          차인숙(소설가)

 

                             

                                                                                                                 <차인숙 작가>

 

 “동기생의 첫 단독비행을 견학할 때, 이륙하던 기체가 그대로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날 밤 내내, 우리들은 군가 ‘성난 독수리’를 부르며 동기와 작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날이 밝았을 때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조종간을 잡았습니다. 그것은 조종사의 길을 택한 우리 모두의 숙명입니다.”

 

 

 나는 소설『리턴 투 베이스』를 쓰며, 조종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때 당시, 생과 사를 초월한 조종사의 담담한 어조를 잊을 수 없다. 조종사들은 추락사고가 나면 육신 없이 치러야 하는 장례를 위해 미리 머리카락과 손톱을 보관해 놓는다. 하늘에서 살다가 하늘로 돌아가기에 ‘귀천’한다고 말하는 이들의 표현에서 산화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었다.

 

 

 왜 유독 조종사의 순직을 ‘산화’라고 하는가? 그것은 그들의 육신과 영혼, 그 모든 것을 불태워 조국에 바치기

때문이다. 하늘에 떠 있는 기체가 불가항력의 위기에서 추락했을 때, 충격으로 인해 육신은 온전히 남아있기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조종사들은 이륙함에 망설임이 없다. 그들에게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 우리는 또 한 명의 탁월한 조종사를 잃었다. 故 김완희 대위는 특수비행팀의 타고난 베테랑 조종사였다. 올해 영국 국제에어쇼에 출전해 당당히 1등을 수상했던 블랙이글 멤버였고, 아홉 차례 에어쇼에 참가해 갈채를 받았던 조종사였다.

 

 

 어제 나는 대한민국 공군 인터넷 홈페이지에 마련된 그의 추모관을 보며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국민들의 진지한 애도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비행기와 함께 산화한 그의 넋에 대한 깊은 슬픔이 수많은 추모글로 담아졌다. 하늘을 지키는 그들 모두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그것은 바로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다.

 

 

안개가 깔린 활주로로 나가기 전에 故 김완희 대위는 갓 8개월 된 딸아이의 복사꽃 같은 볼을 쓰다듬었을 것이며, 27세의 영산홍 꽃잎처럼 여린 아내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을 것이다. 후일 딸아이는 아버지의 넉넉하고 따스했던 품을 기억 못할지도 모른다. 자랄수록 아버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이 될까.

 

 

 

 땅을 딛고 힘차게 날아올라 하늘을 지키다 순직한 분들과 오늘도 묵묵히 조종간을 잡는 조종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공군이 전우를 잃은 슬픔을 딛고 故 김완희 대위의 꿈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라며, 『리턴 투 베이스』의 한 구절을 전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택한 길이었다. 찬란한 출세와 엄청난 보상이 기약된 길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오늘 이 시각 현재에도 수많은 젊은이들이 전투조종사로서의 길을 택한다. 험난하고 위험한 길이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가야 하는 길. 그러나 아무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기에 내가 간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그들만이 그 길을 간다. 우리는 그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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