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타킷’이란 용어가 있습니다. 통상 하드 타깃은 ICBM 기지나 군사기지·시설물 등 견고한 대응 방어체제를 갖추고 있는 전략 공격 목표라는 뜻으로 통합니다.
또다른 의미로는 첩보 활동의 중요 목표나 국제 분쟁 예상 지역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 러시아 그리고 북한같이 감시하기 어려운 국가를 특정해서 언급할 때 사용되기도 합니다.
지난달 미국에서 전직 CIA 간부를 만났더니 북한은 ‘하드 타킷’ 중의 ‘하드 타깃’이라고 표현하더군요. 그의 설명이 재미있더군요.(그는 과거 이란과 이라크, 러시아도 담당했던 전문가입니다. 물론 북한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이 전직 CIA 간부는 북한에 대해 전략적 측면에서는 잘 알고 있지만, 적은 범주로 들어가면 잘 알 수도 없고, 예상하기도 힘든 곳이 북한이라고 말했습니다. 차라리 스포츠 경기 승패를 맞히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CIA에 근무했을 당시 ‘철의 장막’이었던 구소련 관측이 북한 감시 보다 더 쉬웠다고 덧붙이더군요.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경향신문DB)
북한은 특히 이미지 정보를 얻기가 무척 힘들다고 합니다. 주요 목표점이 산악지역 깊숙이 숨어있기 때문이지요. 평평한 지역은 군사 정찰위성을 통해 몇번 반복해서 감시하면 원하는 정보가 걸려 들지만 산악 지역에서는 이런 방법이 통하지 않습니다.(북한은 미국의 군사위성이 한반도 상공위를 지나가는 시간대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중요 군사 장비을 이동하는 경우에는 이 시간대를 피하는 수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북한은 ‘신호 정보’를 얻기도 쉽지가 않습니다. 이 전직 CIA 간부는 북한이 ‘특수 코드’를 사용한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는 이런 환경을 이용해 북한이 일부로 신호 정보를 조작해 역 정보를 흘리기도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워낙 ‘하드 타킷’이다 보니 그동안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해서도 한국 정부나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이 실제 실험을 할때까지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2009년 2차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에는 군의 대북 군사 최고책임자인 합참 정보본부장이 아침 일찍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날 북이 핵실험을 실시할 기미가 있었다는 것을 미리 알아챘다면 정보본부장이 골프장에 나타났을리가 만무했겠지요.
최근 외신에서 북한이 2주 정도 내에 추가 핵실험을 감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으나 핵실험에 따른 정치적 대가를 감당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재 핵실험에 필요한 갱도 굴착 등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거지요.
하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더라도 그들이 실제 실험을 실시해 지진계에 진동이 잡히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나마 핵 실험을 준비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것 정도는 관측할 수 있는 게 전부입니다.
과거 중국을 ‘죽의 장막’, 구 소련을 ‘철의 장막’이라고 불렀다면 이런 북한은 도대체 무엇이라고 부르는게 가장 잘 어울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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