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미 국방부)과 화장실은 공통점(?)이 있다. ‘볼 일’을 보기 위해서는 허리띠를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름 전 펜타곤을 다녀왔다. 국방부 출입기자 시절 한·미연례안보협의회 취재차 수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그때는 단체 방문이었다.(기자회견에서 본인이 미 국방장관에 질문하는 장면이 CNN에 라이브로 나온 적도 있다)

 

  이번에는 미 국무부 초청을 받아 간 개인자격 방문이었다. 지하철을 타고 펜타곤 역에서 내려 걸어 들어갔다. 이번에는 단체 방문 보다 오히려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대신 ‘볼 일’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서는 것처럼 허리띠를 풀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놈의 보안 검색 절차가 워낙 까다로운 탓이었다.

 

 게다가 펜타곤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 한장 찍는 것도 막았다. 대신 실내 브리핑룸에서 펜타곤 로고를 배경으로 찍은 ‘개폼’ 잡는 사진 한장(아랫쪽)으로 만족해야 했다.

 

 미 국무부에서 파견나온 파견관이 마중나와 펜타곤 곳곳을 안내하면서 친절한 설명을 해줬다. 덕분에 단체 방문때는 전혀 보지 못했고, 알지 못했던 곳들도 살펴 볼 수 있었다.

 

 가장 재미 있는 장소는 ‘Court Yard’였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면 ‘궁전 안뜰’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Court Yard는 오각형인 펜타곤 건물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5에이커 면적의 공터다.

 

 Court Yard 한 가운데에는 역시 오각형 모양의 조그만 건물이 하나 있다. 과거 냉전 시대 구 소련의 미사일이 이 건물을 타격 목표로 삼아 24시간 겨냥하고 있었다고 국무부 파견관이 설명해 줬다. 그 이유인즉 구 소련이 군사 정찰위성을 통해 집중 감시한 결과, 이 건물을 펜타곤에서도 핵심중의 핵심인 ‘커맨더 센터’(사령부)로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펜타곤 한 가운데에 있는 조그마한 단층 건물로 들락날락거리는 것을 보고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Court Yard에 있는 조그마한 건물의 실제 정체는 핫도그 가게이다. 펜타곤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배가

  출출할 때마다 찾았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본인이 방문한 날에도 이 핫도그 가게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결론적으로 구 소련은 펜타곤 구내 핫도그 가게를 전쟁 발발시 가장 먼저 파괴해야 하는 1급 표적으로 간주했던 셈이다.

 

 펜타곤에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2만5000여명쯤 된다. 펜타곤이 착공된 날짜는 1941년 9월 11일이다. 공교롭게도 9·11 테러가 일어난 날과 겹친다.

 

 2001년 9·11테러로 비행기가 펜타곤의 4번 코리도(corridor)에 충돌했을 당시 124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당시 4번 코리도의 경우, 펜타곤은 낡은 건물을 헐고 만든 새건물이 입주 전이었다. 이때문에 안에 있던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지 않아 그나마 희생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했다고 한다. 만약 입주가 끝났다면 이곳에는 4000~5000명이 근무하고 있어 희생자는 훨씬 많았을 것이다.

 

 펜타곤 건물 주변에는 9·11 테러로 숨진 희생자의 이름이 벤치마다 한명씩 새겨져 있다.(아래 사진) 끝 부분이 펜타곤쪽을 향하고 있으면 펜타곤 건물 안에서 근무하다 사망한 경우이다. 벤치 끝 부분이 바같쪽을 향하고 있으면 그 희생자는 펜타곤 건물에 충돌했던 비행기에 탑승했던 사람이다.

 

  당시 희생자 가운데는 Hebert Homer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펜타곤 직원이었는데 휴가를 떠났다가 변을 당한 경우다.

 

 그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근무하던 펜타곤에 충돌한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숨졌다.

 

 펜타곤은 미국의 국방부를 말한다. 정식 명칭은 ‘Department of National Defence’이다. 미합중국의 육·해·공 3군을 통합 관장하는 최고군사기관이다.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 주 알링턴 포토맥 강변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 군 신경계의 중심이기도 한 펜타곤은 5층 오각형 건물이다. 펜타곤(pentagon)은 오각형이라는 뜻이다.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까지 있다. 층마다 다섯 개의 링 복도가 있다. 건물 내 복도의 길이를 모두 합하면 28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사무실도 무지하게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령 사무실의 표식이 ‘2C949’라고 하면 펜타곤 2층에 있는 C9(링)의 49호실이라는 식이다. 그러니 사무실의 표식 넘버만 알면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이한 것은 펜타곤이 관광코스 중 한곳이라는 점이다. 이날도 사전 예약을 한 미국 시민들이 줄줄이 펜타곤을 관광하기 위해 입구에서 허리띠를 풀고 보안 검색을 받고 있었다.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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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eegoeun.khan.kr BlogIcon 이고은 2012.08.02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흔히 볼 수 없는 펜타곤 방문기!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사진도 완전 귀엽게(!) 나오셨어용.ㅋ

  2. 장광 2012.08.03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더 귀욤(?) 사진 많습니다~.

  3. 그래서 2012.08.03 16: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그래, 허리띠 아래는 잘 간수(^^) 하셨습니까? ㅋㅋ

  4. 운전병전역자 2012.08.20 2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셨나요
    그동안 미국도 다녀오시구 유로파이터공장도 다녀오시고
    해외 군 관련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추모공원의 벤치디자인이 범상치 않아서 찾아보니,
    미국의 저명한 조경가인 제프 리(한국계 미국인)씨가 설계를 했다네요.
    벤치의 캔틸레버(한 쪽이 공중에 떠있는 보) 방향은 충돌항공기의 궤적과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추모'벤치이긴 하나,
    겨우 벤치인데 시공비가 엄청 비싼 캔틸레버로 설치한 것이 이색적이네요.
    금전적으로 평가하긴 어려우나
    미국은 역시 국가를 위해 일하다가 떠난 사람들에 대한 예우가 확실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 그리고 기자님 실물은 처음 뵙네요!!
    스마트하게 생기셨어요, 풍채도 있으실 것 같구ㅋㅋ
    계~속 글로만 뵙다가
    갑자기 사진을 보니 뭔가 연예인 보는 기분이에요.ㅋ

  5. 장광 2012.08.22 0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오랜만입니다. 맞습니다. 글에서는 자세히 쓰진 않았지만 벤치 방향을 충돌항공기의 궤적을 따라 정했다고 하더군요. 예사롭지 않은 예리한 분석은 여전하군요. 그리고 연예인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가끔은 사진도 올리려고 합니다. 아뭏든 오랜만의 댓글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좋은 한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