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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자수첩

대통령기 탄 북 VIP


지난 3월 12일 수도권 일대에는 노탐(NOTAM)이 두차례나 걸렸다. 대통령전용기(공군 1호기)가 이례적으로 하루에 두차례나 이륙을 했기 때문이었다.
 (노탐은 안전운항을 위한 항공정보로 국가원수가 탑승한 전용기가 하늘에 있을 때 발령될 경우 해당 공역 내 모든 항공기는 이 구역을 벗어나야 하고, 인근 공항의 모든 비행기는 이륙이 금지된다.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국군기무사령부 파견대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관련 기관들과의 노탐 협의다)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단을 태운 대통령전용기(공군 1호기)는 성남공항에서 이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향해 이륙한지 30여분 지난 오전 8시40분쯤 군산을 넘어 서해상에 접어들 시점부터 갑자기 소음과 함께 기체의 진동(떨림)이 감지됐다.

공군 1호기는 이후 몇십분간 서해 상에서 선회비행을 했다. 안전한 착륙을 위해 허공에 기름을 버리기 위해서였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엠뷸런스와 소방차가 비상대기에 들어갔다.

전용기는 이륙 100분만인 오전 9시50분쯤 인천공항에 비상착륙해 긴급 점검에 들어갔고 점검을 마친 전용기는 재급유를 받은 뒤 오전 11시15분쯤 다시 UAE를 향해 출발했다.

이에 따라 UAE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방문이 45분 정도 연기되는 등 이명박 대통령의 일정은 줄줄이 밀렸다.

                                   <대통령 전용기가 비상착륙을 위해 항공기 연료를 공중에서 배출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의 회항은 어떤 의미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대통령의 안위와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타는 전용기는 우리의 경우 ‘공군 1호기’로 부른다. 일종의 콜 사인이다. 비행기 편명은 ‘KAF(Korean Air Force)001’이다. 1층 맨 앞부분에 있는 대통령 전용공간은 집무실과 회의실, 휴식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비상 상황시에는 청와대 및 합동참모본부 등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각종 통신망과 보안 장비를 갖췄다.

현재 대통령 전용기는 보잉 747-400기종의 내부를 개조한 것으로 정부가 지난해 대한항공으로부터 5년간 장기 임차했다. 비행기 뿐만 아니라 승무원과 정비사까지 통째로 빌렸다.
 (그런면에서 콜 사인이기는 하지만 대통령 전용기를 ‘공군 1호기’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항공 1호기’가 더 적절해 보인다)

보잉 747-400 기종 이전의 대통령 전용기는 1985년에 구입한 보잉737기를 40인승으로 개조한 것이었다.

이 보잉737과 관련한 비사를 하나 소개하겠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고 정부가 공개한 적이 없는 사건이다.

이 보잉737 대통령 전용기(오른쪽 아래 사진)는 88올림픽 이전에 대통령이 아닌 다른 VIP들을 태운 적이 있었다. 그것도 북한에서 온 ‘귀한 손님들’을 태웠다.

당시는 서슬이 퍼런 ‘군사 독재’ 시절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가 북한 고위층을 태우고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이들은 남한 정부가 초청한 북한 고위층 인사들이었다. 초청의 목적은 88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북한의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제주도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은 후 공군 1호기를 다시 타고 출국했다. 이들은 88올림픽을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종의 ‘보험료’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은 버마 아웅산 테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시도했다. 이과정에서 정부 고위 인사 수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전국적으로 규탄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북한 집권층에 손을 내밀었다.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위해서였다.

당시는 한반도가 남북 모두 독재 정권으로 냉전이 심했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핫 라인’이 가동되고 있었다. 지금 이명박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