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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자수첩

현빈과 송승헌의 신비주의


서태지와 이지아의 이혼 스캔들로 연예인들의 ‘신비주의’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연예계에서 신비주의는 이미 상업주의의 또다른 표현이 되버린지 오래입니다. 혹자는 신비주의가 본인만의 음악세계나 연기세계에 몰입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합리화시켜주기도 하지만 그들이 하는 행위를 보면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젊은 남자 연예인들의 경우 아무리 신비주의를 유지하고 싶다 해도 군에 입대하게 되면 신비주의의 가면을 벗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군이라는 집단 사회에서 고독을 수반해야 하는 신비주의자는 필요가 없을 뿐더러, 신비주의를 자처하다가는 영창가기 딱 좋기 때문이지요.

그런면에서 “이왕 하는 군 생활 화끈하게 하겠다”며 군기가 세다거나 근무환경이 녹록치 않은 최전방 부대의 수색대를 자원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통상 연예인들이 선호하는 소위 ‘연예 병사’의 길을 걷지 않겠다는 것입니다.(연예병사는 국방홍보원에서 지원을 받아 모집한다)

해병대를 지원한 현빈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송승헌도 연예병사를 마다하고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강원도 지역에서 군 복무를 했습니다.

특히 송승헌의 경우에는 국방홍보원이 그를 연예병사로 뽑으려 했으나 본인이 지원하지 않아 무산됐습니다.(당시 국방홍보원은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것이 군인’이라며 그를 연예병사로 배속 명령을 내리는 것까지 한때 검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송승헌은 왜 연예병사를 거부했을까요. 물론 군인답게 군 생활을 하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다른 숨은 이유도 있었습니다.

연예병사로 선발되면 국방홍보원이 정해준 스케줄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국군방송 DJ를 하라고 하면 해야 하고, 국군위문열차에 출연하라고 하면 나가야 합니다. 국군 홍보영화에 출연하라고 하면 해야 합니다.(배우 이준기는 국군방송 DJ를 하고 있고, 차인표는 홍보영화에 출연했다)

즉, 특A급 스타라도 꼼짝없이 B급 스타와 별반 다름없이 국군 홍보에 동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 경우 특A급 스타라면 이미지 관리에 ‘독’이 된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영화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광고도 가려서 하는 판에 소위 ‘싼마이’ 영화나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밀다 보면 이미지 관리가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연예기획사가 스타들에게 연예병사가 아닌 일반병사로 입대하는 것을 권유하기도 합니다.(회사의 큰 자산인 스타의 이미지 관리차원에서다) 이것도 일종의 신비주의의 아류에 해당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이것도 무지하게 잘나가는 배우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당장 군 입대로 2년여의 공백으로 팬들의 기억에 사라질 배우라면 연예병사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게 마련입니다.

배우뿐만이 아니죠. 음악 프로듀서는 국방홍보원에 배속되면 음악을 계속할 수 있어 홍보원의 문을 두드립니다. 개그맨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백없이 입담을 계속 갈고 닦기에는 연예병사가 제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연예병사가 아니면서도 자신의 재능을 계속 유지하는 방법으로 군악대의 문을 두드리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배우 조인성과 가수 성시경이 그랬습니다.(특히 조인성의 경우 공군이 매니지먼트를 매우 잘했다. 공군이 조인성의 언론 노출을 철저히 가려가면서 하는 등 일종의 신비주의 전략을 썼다는 게 중평이다)


다시 얘기를 현빈과 송승헌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송승헌은 본인의 강력한 고사로 연예병사 역할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빈은 입대하자 마자 해병대가 모집홍보병으로 병행해 활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종의 홍보대사격이지만 사실상 행사에 자주 동원되면서 어찌보면 연예병사의 역할을 일부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지요. 아마도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다 김관진 국방장관의 “현빈이 일반 병사로 근무했으면 좋겠다”고 발언하자 해병대는 그를 백령도에 배속시켰습니다. 어떤 면에서 현빈에게는 그같은 해병대의 결정이 더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위 ‘신비주의’를 위해서는 말이죠.

 어찌됐건 스타 병사는 동료 병사들의 관찰 대상입니다. 그래서 곧잘 병영 내에서 사인 요청이 쇄도하는 경우가 곧잘 있습니다. 지휘관도 자식들이나 조카들의 부탁으로 사인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답니다.

 그래서 한때 국방부 근무지원단에서는 연예병사들에게 사인 요청하는 것을 금지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지휘관 입장에서도 스타 병사들은 상당한 부담이라고 합니다. 이들에게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면 다른 병사들과는 달리 그 파장이 크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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