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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자수첩

군견의 노후생활 보장하라

미군의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투입된 군견(軍犬)의 활약상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최근 미국에서는 ‘퇴역 군견’을 ‘입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300여 마리의 군견이 퇴역 후 민간에 입양되고 있습니다.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투입된 군견 ‘카이로’의 경우는 가치가 4만~5만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입양 열풍이 이해가 될만 합니다.



우리 군에도 ‘카이로’ 못지 않은 훌륭한 ‘견공’들이 많습니다. 다음달 오쉬노 부대 3진으로 아프카니스탄에 파병될 예정인 폭발물 탐지견 ‘대덕산’과 ‘베이지’가 대표 선수들입니다.
 
마리노이즈 종 수컷으로 올해 만 7살인 대덕산(위쪽 사진)은 해외 파병만 4번째입니다. 다음달 아프간으로 재파병되면 5번째 해외 나들이가 됩니다.

레트리버 종 암컷인 베이지(아래 사진)는 대덕산 보다 한살 어린 만 6살로 역시 다음달 4번째 파병길에 나서게 됩니다.

군견은 통상 평균 수명이 2년 정도 남은 노견(老犬)이 되면 현직에서 퇴역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미 군견과 한국 군견의 운명은 엇갈립니다.

미 군견은 국가에 헌신하고 폭발물을 탐지해 미군의 생명을 살리는 공을 세운 개들이라는 이유로 자식처럼 입양해 ‘행복한 마지막’을 선물하려는 사람들도 줄을 서고 있습니다.

억만장자인 토머스 분 피켄스의 아내 매들린도 지난해 이라크에서 활약한 군견 ‘치바’(아래 사진)를 입양했습니다. 치바는 요즘 나무 그늘에서 행복한 낮잠을 즐긴다고 AP는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군견의 사정은 어떨까요. 군견 후보견들은 적격 테스트를 통과해야 10개월의 강도높은 훈련을 받은 후 작전에 투입됩니다.

그러나 야생의 세계보다도 더 처절한 ‘적자생존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이 군견의 세계입니다.
이 과정에서 테스트 합격율은 전체의 25%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탈락견 대부분은 안락사 조치되거나 수의과 대학에 임상실험용으로 기증됩니다.(일각에서는 임상실험 후 사체의 행방이 묘연하다며 식용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운이 좋아 살아 남아 경비 보조견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례적입니다. 탈락견을 사회로 배출할 경우 군견으로 둔갑해 ‘견(犬) 시장’ 질서를 문란하게 하면서 사기 등 부작용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비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군은 군견을 매우 까다롭게 관리합니다. 군견 관리조항에는 ‘군견 막사 주위에 잡견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항목도 있습니다. 먹는 것도 과자류와 잔반은 일절 금지되며 전용 사료만 먹여야 합니다. 군견은 국내산 사료로 아침과 저녁 하루 2끼를 먹습니다.

군견은 적성과 능력에 따라 수색, 추적, 경계, 탐지 등 4가지 주특기 가운데 하나를 부여받습니다. 생후 9∼12개월이 되면 심사를 거쳐 6개월간 기본교육을 거친 뒤 주특기별로 7개월 동안 훈련을 거듭합니다.

군견은 훈련소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장애물 통과를 비롯해 폭탄탐지, 헬기레펠(헬리콥터에서 줄 타고 내려오기) 등 현역 군인 못지않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습니다.

임무를 마친 군견들은 평균 8살이 되면 전역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오랜 훈련과 군 작전의 스트레스로 후각이 둔해지거나 체력이 약해져 더 이상 임무 수행이 어렵기 때문에 8살을 기준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것입니다.
 
퇴역 군견은 군견훈련소에서 검사를 받고 상태가 양호하면 위병소를 지키는 역할이 부여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오랜 군 생활의 후유증으로 관절염 등 고질병을 앓고 있어 고통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전역하면 안락사 후 화장처리됩니다.

군견은 특별한 견공(犬公)입니다. 핏속에 흐르고 있는 사냥 욕구를 주인이 아닌 국가를 위해 드러내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군견은 계급이 없고 장비류로 취급됩니다.

대신 군견도 공을 세우면 훈장을 받는 사례가 있습니다. 1990년 강원 양구군 제4땅굴을 발견한 군견 ‘노도’는 훈장을 받은 것은 물론 죽어서도 이곳에 묻혔습니다.

미국도 군견이 2000년 이전까지는 열 살쯤 퇴역하면 대부분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역견 입양 허용 법안에 서명하면서 군견들의 ‘노후’가 달라졌습니다.

다행히 최근 군 당국과 경찰청, 관세청 등 특수목적 견(犬)들을 활용하고 있는 부처들이 퇴역 견들을 더이상 안락사시키지 않고 활용하는 방안을 토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디 협의가 잘 돼 한국 군견들도 안락한 노후 생활을 지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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