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마후라’는 파일럿을 지칭하는 공군의 상징이다. 그 빨간 마후라(공군 조종사)를 주제로 하는 영화가 내년 개봉을 목표로 곧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쟁액션 영화로 출연진도 화려하다. 세계적 스타로 발돋음한 비와 여배우 신세경 등이 출연한다.
이 영화는 신영균과 최무룡이 등장했던 신상옥 감독의 1964년도 작품 ‘빨간 마후라’와 비견할만 하다.
당시 영화 ‘빨간 마후라’는 공군 전투기의 하늘을 나는 장면과 시원한 활주로가 당시 귀했던 컬러필름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욱 생생히 전달됐다. 빨간 마후라는 일본에 최초로 수출된 국산영화로 아시아 영화 역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언급되고 있다.
빨간 마후라는 6·25 전쟁 당시 강릉 전진기지를 배경으로 용감하고 터프한 나관중 대위(신영균)와 그의 동료 배대봉 대위(최무룡)가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는 배 대위가 술집 마담 지선(최은희)과 결혼하지만 그는 전사하고 절친한 친구가 지선을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애절한 로맨스를 가미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올해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는 현대 공군이 배경으로 주제는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전투 비행을 펼치는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들의 목숨을 건 작전과 그들의 삶과 사랑이다. 한마디로 국내 톱스타들이 참가하는 현대전의 공중 액션 블록버스터다.
기둥 줄거리는 에어쇼에서 금지하는 기동인 ‘제로 노트’를 시도했다가 눈밖에 나 지방 전투비행단으로 좌천된 블랙이글스 최연소 조종사 정태훈 대위(비)와 그곳에서 만난 깐깐한 정비사 유세영 중사(신세경)의 러브스토리로 하고 있다.
빨간 마후라에 등장하는 전투기가 F-86 세이버였다면 올해 찍는 공군 영화에서는 F-15K 전폭기가 등장한다.
이 영화에서는 한국과 북한의 대표 전투기인 F-15K와 미그 29기의 아찔한 공중전과 휴전선 근처에 떨어져 고립된 전투기 조종사를 구출해오는 긴박한 이야기도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영화의 제목이 이상하다. 가칭 ‘레드 머플러’다. 빨간 마후라의 영어식 표현이다.
아무리 가칭이라고는 해도 왜 굳이 빨간 마후라가 아닌 레드 머플러를 제목으로 택했을까. 옛날 영화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리메이크해 흥행에 크게 성공한 영화도 많은데 말이다.
사연인즉 빨간 마후라가 주는 이미지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세대들은 60년대 영화인 빨간 마후라에 대한 추억이나 애착 같은게 없다.
게다가 신세대들에게 빨간 마후라는 전쟁 영화가 아닌 포르로그라피로 더 친숙하다. 원래 제목이 ‘비디로를 보다’인 이 자작 포르노그라피는 1996년과 1997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유포돼 유명세를 탔다.
이 비디오 테이프는 화면에서 남고생들과 성행위를 하는 여중생이 빨간 스카프를 두르고 있어 ‘빨간 마후라’라는 제목으로 통했다.(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이 포르노그라피가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비디오 테이프와 컴팩트 디스크로 복제돼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일보 정진황 기자의 특종 취재로 세상에 알려졌다)
즉 요즘 세대들에게는 빨간 마후라 하면 ‘창공의 사나이’ 파일럿을 연상하기 보다는 ‘야동’이 먼저 떠오른다고 하니 '쩝' 할말이 없다.
아뭏든 ‘빨간 마후라’가 됐든 ‘레드 머플러’가 됐든 영화가 감동적이라면 청소년들에게 주는 영향은 지대하기 짝이 없다.
(왼쪽 사진은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공군 조종사용 빨간 마후라)
실제로 1964년 빨간 마후라가 개봉된 후 공사 경쟁률은 치솟았다. 지원자들 역시 자질이 매우 우수한 고교생들이었다. 그 가운데 2000년대 이후 공군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첫손가락을 꼽는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이 대표적 인물이다.
공사 17기로 현재 공사총동창회장을 맡고 있는 이한호 예비역 대장은 MB 정부 초기 강력한 국방장관 후보였지만 정부의 ‘제2 롯데월드’ 고도제한 완화를 강력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소신있는 장군으로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그를 따르고 있다.
그가 공사에 입교한 것은 1965년이었다. 그는 창공을 주름잡는 빨간 마후라를 대구 영화관에서 본 후 소위 ‘감격’을 먹고 ‘파일럿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레드 머플러 역시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 영화를 통해 이한호 장군처럼 많은 청소년들이 미래의 조종사를 꿈꾸었으면 싶다. 보고 들은 게 너무나 많은 요즘 세대들이 영화를 보고 감동하기란 과거에 비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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