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1월 25일 오전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미연합군사령부를 방문했다. 연합사는 김 장관 취임을 축하하는 의장행사를 열었다.
김 장관이 의장행사 중 월터 샤프 한·미연합군사령관과 함께 경례하는 사진(왼쪽)을 보고 있자니 우리 군의 현실이 오버랩됐다.
샤프 사령관이 취힘한 것은 2008년 6월이었다. 그는 약 2년 6개월간을 주한미군 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 유엔군 사령관 직을 수행하고 있다.
샤프 사령관은 그동안 한국군 수뇌부가 바뀔 때마다 이들을 초청하거나 또는 직접 가서 사열을 했다.
이러는 과정에서 샤프 사령관의 사열 사진만 봐도 우리 군 수뇌부가 어떻게 바뀌었는 지를 알 수 있게 됐다.
샤프 사령관이 처음 취임했을 당시 국방장관은 이상희 장관(육사26기)이었다. 이후 김태영 장관(육사29기)으로 바뀌었다가 경질되고, 최근 김관진 장관이 취임했다. 그는 무려 3명의 한국 국방장관에게 의장 행사를 열어 준 것이다.
샤프 사령관이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군대장)의 경우를 봐도 유사하다. 샤프 사령관이 취임한 이후 지난 2년 6개월 동안 연합사 부사령관은 이성출 대장(육사30기), 황의돈 대장(육사31기), 정승조 대장(육사32기) 순으로 바뀌었다. 역시 3명이다.
한국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처음 취임했을 때 합참의장은 김태영 육군 대장이었다. 이후 이상의 육군 대장(육사30기), 한민구 육군 대장(육사31기)으로 ‘카운터 파트’가 변경됐다.
시선을 육·해·공군 참모총장으로 돌려도 비슷하다. 한국군의 경우 합참의장이나 육·해·공군 총장 임기가 2년임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군 수뇌부의 변화는 심하다.
게다가 지난 2년간 한국군 수뇌부 인사는 사실상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정 부분 개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여파로 수뇌부가 경질됐기 때문이다.(어떤 의미에서 ‘한국군 장성 인사는 김정일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조크가 틀린 말도 아니다. 북한의 김정일은 툭 하면 ‘도발 사고’를 쳐 결과적으로 고위 장성 인사에 개입(?)한 꼴이 됐다)
김태영 장관은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 논란에 휘말리면서 일종의 ‘꽤씸죄’로 경질됐다.(크게 기분이 상한 김태영 장관은 이임식 없이 떠나려 했다가 김관진 신임 장관의 만류와 설득으로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이상의 합참의장은 천안함 사건으로 경질됐다. 한민구 합참의장도 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소극적 대응 논란에 휩싸이면서 교체 위기에까지 몰렸으나 기사회생, 이번 삼호주얼리호 인질구출 사건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면서 체면을 지켰다.
이처럼 한국군 수뇌부가 자주 바뀌다 보니 그때마다 사열을 해야 하는 샤프 사령관 입장에서는 이제 사열이 지겨워질만도 하다.
아뭏든 샤프 사령관과 견주면 우리 군 수뇌부는 무척이나 단명하다.(이와 관련해 샤프 사령관은 자신의 파트너들이 너무 자주 바뀌는 것에 대해 짜증을 낸 적도 있다. 겨우 상대방과 호흡을 맞출만 하면 바뀌니 그럴만도 하다. 미 육사를 1974년에 졸업한 샤프 사령관은 한국군 육사 30기와 동기격이다)
게다가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라는 말은 우리 군 수뇌부에는 통하지 않는 것 같다. 천안함 사건으로 작전 분야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인 황중선 전 합참 작전본부장(육사32기)이 낙마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관학교 기수별로 우루루 진급했다가 전역할 때도 한꺼번에 하다 보니 한국군에서는 샤프 사령관과 같은 장수하는 장군이 나오기 힘들다. 여기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 인사가 새로 등장한 실세들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다 보니 능력있는 장군들도 ‘인사 태풍’을 피하기 힘들다.
반면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군 수뇌부는 물론 정무직인 국방장관조차 바뀌지 않는 경우가 제법 있다. 로버트 게이츠 현 국방장관이 대표적이다. 게이츠 장관은 공화당 정부의 부시 대통령 시절 임명됐으나 지금도 민주당 정부의 오마바 대통령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은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가진 첫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게이츠 국방장관에게 “언제쯤 그만두느냐, 그만 두면 뭘 할 것인가”라고 나름대로 덕담을 건넸다가 분위기가 썰렁해진 회담 에피소드가 있다. 이 전 장관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게이츠 장관도 바뀔 것이라고 한국식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샤프 사령관의 사열 행사 등을 보면서 우리 군도 정권의 부침에 관계없이, 북의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하고 일관성 있게, 군을 지휘하는 ‘장수(長壽)하는 장수(將帥)’가 나왔으면 싶다. 주어진 임기도 채우기 힘든 것이 작금의 현실이긴 하지만.
'온라인 기자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군이 '레드 머플러'? (5) | 2011.02.18 |
---|---|
북 인민무력부장과 감귤 (8) | 2011.02.04 |
해적과 장군의 위장발언 (4) | 2011.01.26 |
소말리아 해적 피하는 법 (11) | 2011.01.17 |
장군님, 별(★)판이 뭐길래 (7) | 2011.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