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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특전사와 왕세자


 <김태영 국방장관과 UAE 왕세자가 특전사 대원들의 시범을 보다가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한국군 특전부대의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왕세자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특수전사령부의 707 특수임무대대의 대테러 시범을 보고 감동한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고 국방부는 설명하고 있습니다.(왕세자님 이름이 좀 긴 편입니다. 왕세자는 아랍에미리트 군의 부총사령관직도 맡고 있답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워낙 리얼하게 해서 (특전대원들이) 다치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만큼 특전대원들이 온 몸을 던져 보여준 시범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도 707 특임대 뿐만 아니라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대테러부대 등의 시범을 여러차례 본 경험이 있습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특전시범은 보는 사람에게 짜릿한 긴장과 흥분을 전달합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수년 전 국정감사 때였습니다. 국회 국방위원들을 태운 CH-47 시누크 헬기가 경기 광주의 특수전사령부 교육단을 향해 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헬기 안에는 4명의 앳대 보이는 여군들도 함께 탑승하고 있었습니다. 고공침투복을 입은 특전사 여군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여군들이 갑자기 일어서더니 헬기 꽁무니의 반쯤 열려 있는 문쪽으로 슬슬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모두들 놀라서 쳐다보는 순간 이 여군들은 “국방위원님 여러분의 특전사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고 거수경례와 함께 외치더니 순간적으로 뒤로 넘어지듯이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그제서야 사태를 짐작한 헬기 탑승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랫쪽을 내려다 보니 잠시 후 특전 여군들은 낙하산을 펼치고 여유있게 어디론가 날아 갔습니다.(이날 특전사 국감은 특전대원들에 대한 격려 위주로 이뤄졌습니다)

 특전 요원들의 시범은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또 엉뚱한 실수가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할까요.

 특전사의 저격 시범은 가장 먼거리의 경우 700m 표적을 맞추는 것입니다. 시범을 참관하는 사람들도 표적이 맞았는 지를 확인하려면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특전사는 통상 400m 표적 맞추기를 통해 플래카드를 펼치며 방문객을 환영하는 관례가 있습니다. 환영 플래카드로는 ‘○○○○ 방문을 환영합니다’ 또는 ‘위풍당당, 대한육군’이 주요 메뉴입니다. 표적을 하나하나 맞출 때마다 한글자씩 씌여진 플래카드가 차례로 펼쳐지는거죠.

 그런데 가끔 플래카드 글자 하나가 펼쳐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위풍○당, 대한육군’ 식이죠. 이는 저격수의 실수가 아니라 플래카드를 펼치는 장비의 고장이 주원인입니다.(특전사 시범에서 어쩌다 이런 경우가 발생해도 저격수의 솜씨를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번 UAE 왕세자 방문 때 특전사는 특별한 플래카드를 준비했습니다.

 저격수가 한발 한발 표적을 명중시킬 때마다 'WELCOME'이라고 쓰여진 플래카드와 태극기, UAE 국기가 차례대로 펼쳐진 것이죠.

 마지막은 그 광경을 지켜보던 왕세자 일행의 박수 소리로 이어졌습니다.

 워낙 실전적인 격파와 대련 시범을 보이다 다치는 경우도 있지요. 앳된 여성 대원이 떠날 때 한 손을 붕대로 감싼 채 다른 한 손으로 잘가라고 흔들 때는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참고로 UAE 왕세자 앞에서 특전대원들이 깨뜨린 유리창은 홍콩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과 같은 설탕으로 만든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사실 사소한 호기심에 궁금해서 물어봤다가 ‘한소리’ 들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건물 유리창은 대부분 강화유리인데 그것도 군홧발에 깨질까요. 깨진답니다. 강화유리 상당수가 강도가 약한 중국산 짝퉁이기 때문이라나요.(진짜 강도가 센 유리창의 경우에는 다른 방도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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