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 동해에서 열린 한·미 연합훈련.

한국과 미국이 10일부터 사실상 한·미 연합훈련을 시작한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한·미 병력은 전투참모단에 증원 인력을 편성하지 않는 등 전반기 훈련 때보다 대폭 쪼그라든 것으로 전해졌다. 군 내부에서는 “이럴 바에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했다 치고’ 식의 ‘같기도 훈련’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예상대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일 한·미 연합훈련 취소를 요구한 뒤부터 남남 갈등은 표면화됐다. 훈련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 얘기도 들린다. 김여정 발언 이후 통일부는 연합훈련 연기론을 띄웠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난 5일에는 여당 의원 74명이 ‘남북 대화 재개를 위한 연합연습 연기’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훈련 불가피론을 폈다. 그러면서 훈련의 방어적 성격, 실병력 기동 없는 지휘소 훈련, 전작권 회수를 위한 검증 필요성 등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야당에서는 집권여당이 북한 하명부를 자처하는 모습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이미 상당수 미군은 훈련을 위해 한반도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다. 김여정도 한·미 연합훈련 취소가 가능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물리적 환경이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군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여러 가지를 고려해 (미국 측과) 신중하게 협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군부에 군사적 판단이 아닌 정무적 판단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군 통수권자는 정무적 판단을 한 후 군부에 군사적 판단을 요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통수권자가 정무적 결정에 따른 부담을 국방장관에게 지운 것이다.

 

그나마 물꼬는 질병관리청이 터줬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조치를 한·미 연합훈련에도 적용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이 이뤄지는 지휘소 내부에서도 인원 간 2m 거리 두기를 엄격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미 연합훈련 참가인원 축소 요구의 핑곗거리가 됐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훈련에 백신 접종을 마친 병력만이 참가가 가능한데도 불구하고 ‘돌파감염’ 우려를 내세웠고, 이는 ‘같기도 훈련’으로 이어졌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하는 것은 정치이며 정치는 길 안내를 하는 지성”이라면서 군사적 관점을 정치적 관점에 종속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가 군사를 지도한다는 의미다. 군사가 정치의 수단이라는 위치에서 이탈하면 예상하지 못했던 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서욱 국방장관이 “지시대로 신중하게 판단한 결과,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강력한 동맹의 의지를 보이는 차원에서 이번 후반기 한·미 연합훈련은 정상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라고 했다면 문 대통령의 반응은 어땠을까. 가정이긴 하지만 “한번 더 신중하게 판단해보라”고 다시 지시했을 것이다. 군이 정치의 눈치를 보면서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되면 망가진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미 연합훈련이라는 말도 논리가 맞지 않는 이유다. 미국은 이미 전작권 전환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강대국과 약소국 관계에서 약소국의 침묵은 동의와 수용을 의미한다. 이해관계의 영역도 다르다. 지금 한·미 연합훈련은 미국 정부의 ‘군사 분야’이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정치 영역’이다. 미국의 군사 분야와 한국의 정치 영역을 ‘등가성’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이해가 빠르다. 미국의 지엽적 군사 분야가 한국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빛 샐 틈 없는 한·미 동맹의 비대칭성이 갖는 현실이자 숙명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군사적 판단이 자칫 남북관계에 매달리는 한국 정부에는 치명적인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에 있어서 한·미 연합훈련은 군사적인 옵션이지만, 한국 정부에는 군사적 성격을 넘어 남북 간 평화 문제에 직결되는 최고 수준의 정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결단은 정치 지도자의 책무이자 숙명이다. 전략적 결단을 보여주는 대신 부하에게 “신중하게 판단하라”고만 말하는 군 통수권자는 비겁하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지시가 전략적 결단이었다면 할 말은 없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 내 보안·방첩부대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공식 약칭은 ‘안지사’다. 군사안보지원사는 2018년 9월 출범하면서 조직의 약칭을 안지사로 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군사안보를 통해 군 내 작전부대의 성공을 ‘지원’하는 것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핵심 역할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랬던 안지사가 최근 태도를 슬그머니 바꿨다. 알음알음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약칭으로 ‘안지사’ 대신 ‘안보사’를 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원보다는 안보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약칭을 안지사에서 안보사로 바꾸면 ‘전제용 안지사령관’은 ‘전제용 안보사령관’이 된다. 안보의 최고 책임자라는 얘기인가. 현재 군사안보지원사 내부 문서에서는 조직의 약칭을 ‘안보사’로 쓰고 있다고 한다. 군사안보지원사가 출범했을 때부터 약칭을 외부에는 안지사로, 내부 문서에는 ‘안보사’로 했다면 국민과 언론에 이중적 얼굴을 보여준 셈이다. 또 출범 때 사용했던 ‘안지사’란 약칭을 이후 ‘안보사’로 바꿨다면 해편 후 약속한 초심을 배신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해편’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출범시켰다.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은 조직 해체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내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참여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까지 “졸속으로 만든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기무사 개혁은 실패했다”며 “안보지원사는 기무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안지사 출범 당시 폐쇄 구조였던 사령부에 외부 조직의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 상호 견제와 조직 쇄신을 도모하겠다며 기존 10% 수준이던 군무원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꼼수’ 채용으로 변질됐다. 안지사는 지난해 군무원 채용에서 과거 퇴출시켰던 기무부대원을 다시 군무원으로 받아들이는 등 합격자 96%를 전·현직 부대원으로 채웠다. ‘도기사’(도로 기무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안지사가 오히려 영향력을 기무사 시절보다 더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령급 이상 진급 대상자에 대한 인사자료로 제공되는 소위 ‘세평’ 수집은 이제 훈령으로도 보장받고 있다. 방위산업체에 대한 영향력도 더 확장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1일자로 계약업체 선정을 위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해 시행했다. 이 지침을 보면 ‘전년도 방위산업기술보호 통합 실태조사 우수업체’에는 가(산)점을 주도록 돼 있다. 이는 안지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방위산업기술보호 우수업체라 함은 국가정보원과 방사청, 안지사가 참가하는 실태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입찰 제안서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소수점 이하에서 점수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실태조사를 주도하는 안지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방산기술 보호라는 거창한 명분 뒤에서 안지사의 영향력 챙기기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방산업계에서는 다 안다.

 

안지사는 인원이 기무사 시절 4200여명에서 2900여명으로 줄었지만, 장군 숫자는 3성장군(중장)인 사령관과 2성장군(소장)인 참모장을 포함해 6명이다. 군사경찰이 인원 1만6000여명에 장군은 준장만 2명뿐인 것과 견줘 과도한 계급 인플레 조직임을 알 수 있다. 안지사 역시 기무사처럼 군 내 권력기관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오죽하면 다이어트로 기무사보다 더 튼튼해진 안지사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기무사 공군 부대장 출신인 전제용 현 안지사령관은 이례적으로 임기제 진급을 두 차례나 하면서 조종사 동기생보다 1년3개월이나 더 빨리 중장으로 진급하는 기록을 세워 특혜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기무사를 이름만 바꿔 계속 활용하는 쪽을 선택한 결과다. 안지사령관을 계속 3성장군으로 하는 것은 ‘국방개혁 2.0’에도 어긋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국방개혁도 버전업 시대다. 참여정부에서 만들어진 ‘국방개혁 2020’은 군 구조·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목표로 한 장기적 국방개혁 청사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국방개혁 2020을 기반으로 한 ‘국방개혁 2.0’을 선언했다. 현 정부 임기 내 완결을 목표로 했다.

 

그렇다면 국방개혁 2.0은 지금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을까. 국방부는 지난 15일 서욱 장관 주재로 국방개혁 2.0 추진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정부의 국방개혁 추진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과제를 수정하는 자리였다. 국방부는 22사단 ‘헤엄 귀순’으로 뚫린 경계 실패의 원인도 진단했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의 노후화와 기능 미흡으로 과도한 오경보 발생’ ‘육상·해안 동시 경계 등 경계작전 여건의 상대적 부족’이 지목됐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책이 인공지능(AI) 기반 과학화경계시스템 시범사업의 추진이었다.

 

국방부 설명을 들으면 AI 시스템이 도입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들린다. 과연 그럴까. 과학화경계시스템은 2015~2016년 사이에 전력화됐다. 당시만 해도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 시스템의 핵심은 광케이블망(광망)을 사용한 철책이었다. 광망에 일정 수준 이상의 힘이 가해지면 경보가 울리는 방식이다. 문제점은 곧 드러났다.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장비 기능이 약해지고 결함이 발생하는 순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고라니, 토끼 등이 건드려 경보가 울리는 일이 잦아지는 바람에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기피제를 담은 깡통들을 줄줄이 매달아야 했다. 장비 오작동도 수시로 일어났고, 기상상황에 따라 경보가 울리는 ‘민감도’가 달랐다. 경사가 심한 산악지대 광망은 폭우가 내리고 태풍이 불면 유실되기도 했다. 지금도 작년 8월 악천후로 유실된 광망 17㎞ 중 상당 부분이 복구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저런 환경을 생각하면 AI 시스템 도입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 같지는 않다. 경계 실패의 책임은 장비에 있으니,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미봉책일 뿐이다. AI 시스템 경계가 뚫리면 그때는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과연 철책만을 바라보는 경계가 최선인가를 놓고도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국방개혁 2.0의 현실은 뚫려서 문제가 된 후에야 개선점을 찾는 과학화경계시스템과 같다. 곳곳에 문제가 드러날 수 있는 복병이 숨어 있다. 군은 첨단전력 위주의 기동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30×70㎞’인 군단의 작전책임지역은 ‘60×120㎞’로 면적이 3∼4배 확대된다. 병력 우위의 기계화보병사단도 몸집을 줄인 기동사단으로 개편돼 K-2 전차와 K-21 보병전투차량으로 무장하게 된다. 군단과 사단이 기동하는 데는 ‘퍼스트 인, 라스트 아웃’을 모토로 하는 공병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유사시 공병이 전차와 자주포가 갈 수 있는 길을 뚫어줘야 하고, 도하작전을 통해 기동부대의 강습도하를 지원해야 한다.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는 평지작전 위주의 유럽이나 사막의 중동지역보다 공병의 역할이 더 크다. 그러나 공병의 경우 4.3%에서 3.5%로 병력을 줄인다고 한다. 공병이 7%인 미군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교훈으로 8%대까지 높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다보니 공병을 투입하는 훈련은 ‘했다 치고’ 하는 시뮬레이션이 많다. 이미 알려진 지뢰지대 100m를 개척하는 데 보통 3~4일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확인 지뢰지대를 개척하는 데도 짧은 시간에 ‘했다 치고’ 식으로 훈련이 이뤄진다.

 

군수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작전 종심이 길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고 있다. 군수 지원이 시원치 않으면 기동화 군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첨단장비 도입은 서두르면서 막상 장비 가동률과 전쟁 지속 능력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다. 소위 과학화·기동화 군대의 그늘에 가려진 부분도 잘 살펴야만 국방개혁 2.0이 국방개혁 3.0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사용어에서 ‘훈련’과 ‘연습’의 정의는 다르다. ‘합참 훈령’을 보면 연습(Exercise)은 ‘연합·합동 작전 과정에서 작전술 제대의 작전 기획·준비·시행을 포함한 군사 기동 또는 모의된 전시작전 시행 절차 숙달 과정’이다. 연습은 최대한 실제처럼 실시해야 한다. 훈련(Training)은 ‘전술 제대의 개인 및 부대가 부여된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기술적 지식과 행동을 체득하는 조직적인 숙달 과정’으로 유격 훈련, 사격 훈련, 화생방 훈련 등을 말한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군에서 훈련과 연습을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 지난 18일 끝난 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CCPT)도 그렇다. 시대가 바뀌면 용어 사용 방법도 변하나 보다.

 

1954년 유엔군사령부 주관으로 실시한 포커스 렌즈 연습에서부터 시작한 한·미 연합훈련은 그 명칭과 방식이 한반도 안보 상황에 따라 계속 바뀌어 왔다. 포커스 렌즈는 포커스 레티나, 프리덤 볼트, 팀스피릿,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 키리졸브(KR) 및 프리덤가디언(FG) 연습 등 여러 명칭으로 이어졌다. 2019년에는 키리졸브를 대체해 ‘동맹 19-1’ 훈련이 처음 시행됐으나 이후 ‘동맹’이란 명칭도 사라졌다. 지금은 상반기 및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이란 이름으로 실시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보면 한·미 연합훈련도 일종의 진화를 거듭한 셈이다. 반면 이를 두고 보수층에서는 북한 눈치를 보며 한·미 연합훈련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1년에 두 차례 실시해 온 정기적인 한·미 연합훈련은 태권도에서 말하는 일종의 ‘약속 대련’이다. 한·미 연합작전계획인 작계5015를 기반으로 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통상 2주에 걸쳐 진행된다. 북한의 남침을 1, 2차 저지선에서 막아낸 후 평양이나 개성까지 진격한다는 게 대체적인 기본 골격이다.

 

한·미 연합훈련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한반도 유사시 미 본토나 하와이·괌 등에서 증원되는 전력을 수용·대기·전장이동·통합(RSOI)하는 연습이다. 한때 한·미 연합훈련에 RSOI 연습이란 명칭을 붙였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한·미 연합훈련 RSOI의 전제는 대규모로 증원되는 미군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실현 가능할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국방부가 발간하는 국방백서에는 미군이 최대 69만명의 증원 전력을 한반도로 보내게 돼 있다고 기술됐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터인가 이 기술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한·미 연합작계는 북한의 핵공격 능력을 반영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훈련은 없다. 현행 작전계획 시나리오대로 훈련을 한다면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군의 남침을 격퇴하고 평양까지 탈환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란 얘기다. 또 북한이 한반도 해역으로 향하는 미군 증원 병력의 접근을 위협하는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에도 미국이 증원 전력을 보내겠는가. 북한의 핵공격 이후에는 그 자체가 파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핵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추정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실현 여부는 불확실하다.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 보고문에서 전술핵무기 완료를 시사했다. 전략핵무기가 아닌 북한의 전술핵무기는 남한을 상대로 한 것이다. 혹자는 북한이 KN-23과 같은 단거리미사일이나 방사포 체계에 전술핵탄두를 실전 배치한다 해도 한·미 연합전력의 우선 선제타격 대상이기 때문에 위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0.1~0.2KT(킬로톤) 정도의 야포용 핵탄두까지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차라리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변수의 상황을 대입해 풀어나가는 ‘정치·군사게임(Pol·Mil Game)’이 한·미 연합훈련에 더 유용한 시점이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에서 자신의 인식론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고 했다. 천동설은 아무리 개선하고 발전시켜도 천체의 운행은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을 이기지 못한다. 지금은 한·미 연합훈련도 칸트처럼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대가 알게 모르게 무너지고 있다. 군 기강이 훼손되고 기본이 무너졌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위아래가 따로 논다. 또 뚫린 최전방 경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동해 최북단 해안으로 월남한 북한 남성은 폐쇄회로(CC)TV에 최소한 4차례 이상 포착됐는데도 감시병들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어 설치한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가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근무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화 경계감시 장비만 설치해주면 된다고 여긴 군 수뇌부 책임이 적지 않다.

 

한두 곳도 아니고 최소한 4곳 이상에서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아무도 녹화 화면을 되돌려 움직이는 물체를 확인해보지 않았다는 것은 관행적으로 경보를 무시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부대 관리 자체에 큰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부대원이 새벽 운동을 한다며 감시구역을 달려 장비 경고음을 작동시키는 사례가 잦다는 제보도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작전군기 문란 행위다. 8군단의 대침투 경계령인 ‘진돗개 하나’의 늑장 발령도 비정상적이다. 지휘관의 책임의식 부재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일이 북한 통치자였을 때는 군내에서 ‘김정일이 한국군 장성 인사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천안함 사건처럼 북한 도발에 대한 부실 대응 등으로 군 수뇌부가 대폭 교체되는 사례가 왕왕 나오게 된 것을 두고 한 얘기였다. 역설적으로 북한 도발이 한국군의 실체를 드러냈다는 방증이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탄도미사일 도발을 했어도 이전 정권처럼 국지도발은 별로 없었다. 9·19 군사합의 영향이 컸다. 대신 이번에는 탈북자가 한국군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군 인사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군 서열 1위인 합참 의장은 최소한 30년이 넘는 야전 생활에서 쌓은 노하우를 부하들에게 전수하면서 전군의 작전 지휘에 혼신의 전력을 쏟아내는 직위다. 언제부터인지 합참 의장이 ‘대령급 TF그룹’을 만들어 작전환경을 배워가면서 전군을 지휘한다거나, 4성 장군 계급에 걸맞지 않게 사단장 수준의 지침을 전군에 내리는 사례도 나타났다. 또 작전보다 워라밸을 우선하는 합참 의장도 등장했다. 경험과 경륜이 모자란 장군을 정권 입맛대로 임명하다보니 생긴 결과였다. 과거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무능한 대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 인사를 놓고 이번 정권에서는 뒷말이 더 무성하다. 대선 캠프에 참여한 군부 인사들이 고위층과 관변 조직을 나눠먹고, 장군 인사는 원칙보다는 정권 줄서기처럼 비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장군단이 능력보다는 정권과의 연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군내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그러다보니 전문성을 살린 인사가 되기 어렵고, 부하들이 지휘관을 존경할 리 만무하다. 군에서 전문성을 더 쌓기보다는 국회 국방위원들과 안면을 트거나, 권력기관으로 파견을 나가는 게 진급의 지름길이 됐다. 과거 정권보다 훨씬 더 그렇다. 경계가 뚫린 8군단과 22사단은 전시가 아닌 평시에는 경계수요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적재적소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군 간부들은 입을 모은다.

 

지휘관이 부하 눈치를 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군대 내 ‘소원 수리함’과 같은 고발 창구가 된 지 오래다. 강철같은 규율과 기강을 앞세워 솔선수범하기보다는 ‘워라밸’을 강조하는 지휘관이 인기가 높다. 얼마 전에는 육군 원사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육군참모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존칭을 쓸 수도 있고 반말을 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을 놓고 고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창군 이래 부사관의 육군참모총장 고발은 초유의 일인 것 같다. 인권위원회가 인격권 침해가 아니라고 기각하면서 이 문제는 흐지부지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군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육군참모총장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군내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 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군 인사를 전문성보다는 정권의 ‘입맛’대로 한 탓이 크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파나마 2021.02.25 08: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팩트를 알고 계시는군요 일단 전문성이 없지만 정권가의 연줄로 장군되는 경우가 많지요
    능력도 부족한 사람들을~~ 심각한 일입니다
    출신좋고 교육성적 좋으면 거의 승진하는 사례 발생~~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의 경계작전 문제는 잊을 만하면 터지는 고질병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달 초 발생한 북한 주민의 탈북 당시 22사단 최전방 철책의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놓고 방위사업청과 육군이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다. 북한 주민이 철책을 넘을 때 전방 GOP(일반 전초) 철책 그물형 광망의 윗부분에 설치된 ‘감지유발기’가 작동하지 않아 경고 센서가 울리지 않은 것이 누구 탓이냐는 것이다. ‘감지유발기’는 압력을 센서에 전달해주는 나사가 풀려 있는 바람에 작동하지 않았다. 군은 앞으로 나사가 풀렸는지 여부까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나섰지만, 155마일 철책선의 봉인된 리벳까지 일일이 뜯어 그 안에 있는 나사 상태를 확인하겠다는 게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군의 경계인력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이처럼 현실에서는 뚫려봐야 문제가 뭔지 드러나는 수준이다. 이번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관리가 더 어렵다.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 이채익 의원에게 보고한 자료를 보면, 2015년 9월부터 5년간 과학화경계시스템의 장비 작동 오류 및 고장은 2749건이었다. 하루 평균 1.5건꼴이다. 경보음이 울린 것은 2016년 이후 총 1만2190여회로 집계됐다. 동물이 광망을 건드려 경보음이 울린 것은 2300여회(18.9%)였다. 철책마다 동물기피제 깡통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이유다. 시스템 오류로 인한 것은 3290여회(27%)였다. 시스템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유지·보수 예산이 매년 늘고 있다.

 

22사단의 경계작전은 사실 ‘모범 사례’다. 비록 광망시스템이 장비 오류로 작동하지 않았지만, 열상감시장비(TOD)로 이중철책을 넘는 상황을 포착하고 수색 작전에 나섰다. 일부에서는 포착 후 14시간이 지나서야 탈북자 신병을 확보했다면서 ‘늑장 대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밤중에 지뢰밭까지 깔려 있는 가파른 산악 지형에서 섣부른 작전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장병들은 작전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했지만, 철책이라는 ‘경계선’이 뚫렸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평균 1개 소대 병력으로 좌우 길이 5㎞ 정도의 휴전선 일대 경계를 맡는 상황에서 북한군 한 명도 철책을 뚫고 내려오지 못하게 막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학화경계시스템도 만능이 아니다. 한국군의 휴전선 방어 태세의 본래 목적은 북한군 병사 한두명이나 탈북자를 찾아내는 개념이 아니다. 중대나 대대 규모 이상의 병력이 전면전을 위해 남하할 때 철책에서 시간을 끌도록 만든 방어 태세다. 적 동향 등을 파악하는 경계 태세가 먼저다.

 

휴전선 GP(감시초소) 경계작전도 선의 개념이 아닌 공간 개념이다. 이에 따라 ‘철책 전방’ ‘철책 선상’ ‘종심 지역에서의 차단 작전’ 등 3단계로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이 뚫리면 군의 ‘기강 해이’와 ‘경계 허술’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전방보다 병력이 부족한 후방 지역 경계는 더욱 어렵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개미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말들이 역설적으로 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것은 맥아더 장군이 실제 한 말이 아니다. 맹목적인 ‘경계 도그마’를 합리화하기 위한 가짜 경구다. “물샐틈없는 경계태세로 (바다인) NLL을 지키겠다”는 말도 가당치 않은 표현이다.

 

한국군은 세계에서 경계 근무 비중이 가장 큰 군대다. 문제는 병역 자원 감소로 갈수록 인력 투입형 경계작전이 불가능해지는 구조라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실천이 불가능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놓고 소위 물샐틈없다는 식의 ‘경계 도그마’만 내세우면 병력의 피로와 전력 약화만 초래한다.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비슷한 사례는 언제든 되풀이된다. 군 수뇌부가 좋아하는 특단의 대책보다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면서 합리적 대응을 말할 때다. 그것은 병사들의 훈련과 휴식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Goddamn 2021.03.01 1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신같은 시각이라면
    일과시간 이후의 미군의 경우
    상하관계가 없고 바에서는 맞잔도 하는데 그럼 군기가 빠지고 정신빠진 인간들 군대겠네?

    예전 군부독재정권 하의 군기나 안보 그리고 획일적 군인사 시스템을 원하냐?
    언론이 안보상업주의로 시민들을 토끼몰이하여 자본을 축적하던 경직된 그딴 시각으로 바라보니까

    우물안 개구리 꼰대식 시각의 글로 자기기만을 일삼는 기레기사회의 시각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ㆍ한·미,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개념 놓고 이견

ㆍ미국은 ‘6·25 참전국’이 아닌 국가들에도 문호 개방해 몸집 키우기 움직임

ㆍ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중국 견제’를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분석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수’로 등장했다.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의 잘못된 번역과 미국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일군 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일련의 사건들이 빚은 결과다.


유엔사의 미래는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이지만, 양측은 애써 구체적 언급을 피해 왔다. 유엔사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조율이 어긋날 경우 동맹의 또 다른 주요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유엔사 영역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유엔사 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 유엔사는 ‘휴화산’


한·미 양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가 규정한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은 ‘6·25전쟁 당시 전투 병력을 파병한 국가 중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워싱턴 선언(1953년 7월27일)을 통해 재참전 의사를 표명한 나라’로 똑같았다.


그러나 미 합참이 지난해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을 개정하면서 한·미 간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정의가 달라졌다. 미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을 확대시킨 후 6·25 의료지원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가입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측이 주장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이들 3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투 파병 14개국 등 총 17개국이다.


미국은 앞으로 6·25 참전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가입국가라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엔사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엔사 회원국가도 이들 17개국으로,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유엔사 연락장교단은 대부분 대사관 무관이나 외교관들이 겸직하면서 군정위 순환대표, 정전협정 조사관 등 유엔사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사 연락단을 운용하고 있을 뿐 회원국은 아니다.


미국은 최근 주한 독일무관을 유엔사에 파견하는 방안을 독일과 협의했다.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미국과 독일의 협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독일이 파견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독일이 동의했을 경우 우리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일단 6·25전쟁 참전국을 대상으로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확대한 후 6·25 비참전국으로까지 문호를 개방해 늘려 나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측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가입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다만 유엔사는 지난 11일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일본은 (한국 정부 기준으로)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체 “유엔사 해체하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엔사 전력제공국 확대와 관련, ‘미국 규탄 및 유엔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해체 VS 강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을 보면, 남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진보진영 단체들은 평화협정이 미래에 체결되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되므로 정전체제 유지·관리를 담당해 온 유엔사는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엔사 해체는 유엔사가 창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거나 미국 정부가 해체 결정을 내려야만 가능하다는 게 국제법적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은 2014년부터 본격화한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엔사 부사령관을 미군이 아닌 장성에게 맡긴 것은 처음이었다. 후임으로도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소장이 임명됐다. 유엔사 참모장으로 취임한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을 겸직하지 않은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전략은 크게 세 방향이다. 첫째는 미군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 주요 보직을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사 주요 보직에서 미군을 줄이는 대신 영국, 캐나다 등 한·미를 제외한 다른 16개국의 인원을 증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비무장지대(DMZ) 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전에는 거의 한국군에 맡겼으나 앞으로는 유엔군 스스로 독자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라도 평화협정 내용에 평화협정 준수 감독 및 분쟁 발생 시 사실 조사 등을 유엔사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이브 아이(Five Eye)’로 불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유엔군 재활성화’의 핵심이다. 지난 5년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사 참여국들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참가가 늘었다.


미국의 구상은 유엔사의 현 상태를 유지하되 유엔사 참모 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를 한반도 작전 주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측은 지난해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관련 약정(TOR-R)을 맺었다. 2급 비밀로 분류된 이 약정은 그동안 모호했던 유엔사와 연합사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을 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가진 연합사령부로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우려하는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현실적인 작전 주도 능력이 없으면 유엔사로 작전권이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미래연합군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항모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 전략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한·미 장성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형편이다.


미국이 유엔사 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 평화관리 기구’로 변환해 존속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유엔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롤랜드 윌슨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지난달 한반도 안보환경 평가 세미나에서 “미래에는 유엔사 역할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나토를 벤치마킹한 동맹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 앞날에 대한 진단이 제각각인 가운데 미국은 이미 유엔사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엔사는 50년 전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 때처럼 유엔안보리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사 강화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불러 협상 과정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실버스타 2019.08.04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949년 6월말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7월1일부터 국군의 지휘권이 한국군에 돌아왔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7월1일 이후에도 지휘통제권이 계속 미국에 있었습니다.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서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간의 주한 미국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 협정

    1950년 1월 26일 협정서명
    1949년 7월 1일 소급발효

    < 제1조 골자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과 경찰의 조직 통할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

    1960년 10월 21일 개정서명
    1960년 10월 21일 발효

    < 제1조 개정요약 >
    군사고문단이 국군의 조직관리에 있어서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

    -------------------------------------------------------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를 고문한다는 뜻은 군사고문단이 대한민국정부(대통령)보다 우위라는 뜻입니다.
    조직 통할은 작전통제,군수,인사,행정 모두 포함되고 그때는 작전통제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국군과 경찰의 모든 통제는 군사고문단이 한다는 협정입니다.
    이유는 미국에서 제공하는 군사원조를 유용하게 쓰기위한 조건이며 원조를 받는 한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군사고문단은 미국 대사관 소속이기에 미국 국무장관에게 국군과 경찰의 지휘통제권이 있습니다.

    한국군의 참모총장은 미국 군사고문단의 명령에 따랐고 허수아비에 불과했습니다.
    1960년 10월21일 되어서야 겨우 대한민국정부에 조언한다로 바뀌었습니다.

    이형근 장군이 말한 10대 불가사의는 모두 군사고문단의 작품입니다.
    모든 책임을 채병덕에게 뒤집어 쒸우고 무능한 사람으로 비하합니다.
    군사고문단 설치에 관한협정 내용을 감추고 막연히 군사고문단이 조언만 했다고 합니다.
    군사전문가도 무기와 탄약의 관리를 고문관이 직접 했음을 수치로 인용하면서 말입니다.
    6.25전쟁중 다급한 국군은 눈치게임으로 고문관을 이겼죠 ?

    1950년 7월 14일 맥아더가 한국군의 지휘통제권을 인수했다는 것도 거짓입니다.
    맥아더가 이승만 대통령이 자기에게 지휘권을 의뢰하는 편지를 받았으니 이를 수락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즉 한국은 발표가 없었고 지휘통제권을 넘길수도 없습니다.
    협정에 따라 국군의 지휘통제권이 국무장관에 있는 상태에서 이승만 대통령도 권한이 없습니다.

    평시작전통제권 전환시 미 국무부가 발표한 내용이 있습니다.
    "미군이 작전통제권을 받은 사실이 없어 돌려줄 필요도 없다"

    작전통제권은 미군이 아닌 미 국무부에 있었고 1960년 10월 21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작전통제권이 미군에 넘어간 사실이 없으나 앞뒤가 맞지않는 현실에 미국도 부담이 될것입니다.
    미국도 작전통제권을 빨리 넘겨서 과거의 이상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것입니다.

한미 양국군이 함께 하는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은 2주 일정으로 지난 24일 끝났지만, 4월 말까지 진행하는 독수리(Foal Eagle) 훈련은 28일 현재까지 한창이다. 키 리졸브는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ommand Post Exercise)인 반면, 독수리 훈련은 야외기동훈련(Field Training Exercise)으로 진행된다.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항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올해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에서 한국군의 존재감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미군들의 ‘맹활약’은 한국 언론에 두드러지게 보도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반도에 전개된 미군의 전력 자산과 훈련 모습을 잇따라 공개한 결과다.

 

미군은 니미츠급 항모 CVN-70 칼빈슨(Carl Vinson)함을 선두로 미 전력 자산을 속속 소개했다. 대전차미사일과 소형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최신형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 중대의 한반도 배치, 주일 미 제3해병원정군 소속 F-35B 라이트닝II 공격기와 괌에서 날아온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의 한반도 출격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훈련중인 미 F-35B

 

주한미군은 또 경기 파주 사격장에서 사린으로 만든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워리어 스트라이크 6’ 훈련과 의정부 캠프 스탠리 미군기지에서의 갱도 내 훈련 장면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훈련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한 국내 신문과 방송매체들은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올린 홈페이지 내용을 받아쓰면서 살붙이기에 급급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미군이 공개한 것 가운데 실제로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 연관된 것은 항모 칼빈슨의 동해상 훈련 뿐이었다. F-35B 스텔스기 6~8대가 강원 태백의 필승사격장에서 실시한 훈련은 한미 해병대 교환프로그램인 케이멥(KMEP)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는 관련이 없다.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진행한 ‘워리어 스트라이크 6’나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 중대의 미 2사단 예하 2항공여단 배속, B-1B 랜서의 등장도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경기 의정부 캠프 스탠리 미군기지에서 이뤄진 갱도 내 훈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 갱도 훈련의 실상은 지휘소를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의 지하시설을 보호하는 게 주목적인 일상적 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훈련에 대해 ‘지하에 은신한 북한 수뇌부 제거를 가정한 훈련’이라는 과장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터무니없는 해석에 대해 주한미군들은 “사실과 다른 프로파간다(선전·선동)”라고 한국군에게 말했다.

 

주한미군이 지하 갱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그 동기야 어찌됐든 미군의 이례적인 훈련 장면의 잇따른 공개는 한국민들에게는 마치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엄청난 미 전력이 투입되고 여차하면 미 특수부대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듯 비춰지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대신 올해 훈련을 주도했다는 한국군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는 한미 군당국이 순수한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고 주장해온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 시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응징·보복 목적의 다른 훈련을 겹쳐 실시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또 툭하면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보내 달라”는 한국군의 요구에 편승해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북한을 겁박하기 위한 미군의 무력시위가 빚은 현주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쟁이 나기 전에는 쉽게 모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무기와 특수부대들이 한반도에 수시로 출몰하는데 익숙해지면서 국민들이 전쟁 위기에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반도 전쟁의 트리거(방아쇠)는 북한 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당길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한 채 미군 전략무기의 등장에 환호하는 팬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책을 한권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한국군 코멘터리>입니다.


 그런데 책 내용보다 출판사에 만든 보도자료가 훨씬 그럴듯한 것 같습니다. 후배기자가 쓴 서평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소련은 왜 펜타곤의 핫도그 가게를 노렸을까 …‘한국군 코멘터리’

 

 10년간 국방부를 출입한 베테랑 기자가 대한민국 군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담아낸 책 ‘한국군 코멘터리’가 출간됐다.

 

 책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군대의 여러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냉전시대 구소련이 미국 펜타곤(국방부)의 핫도그 가게를 사령부 건물로 착각해 1급 표적으로 지목한 일, 북한이 소련보다 감시가 어려운 ‘하드 타킷’인 이유 등이 보는 이들에게 흥미를 준다. 책은 또 우리 육·해·공군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추려냈으며, 성생활 문제 등 여군들의 애로사항까지 충실히 담아냈다.

 

 책의 저자인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는 2001년초부터 2011년말까지 국방부를 출입했으며 지금은 군 관련 블로그 ‘박성진의 군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은 군에 대한 막연한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들에게 논문처럼 딱딱하게 군대를 설명하고 싶지 않아 단편적인 정보나 단상의 쪼가리들을 만들어 본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 그려진 정보들을 모자이크하듯 짜 맞춰나가면 한국군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색다른 시각으로 눈에 그려진다. 저자는 “군입대를 앞둔 젊은이에게, 과거의 군과 현재의 군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한 이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잘 몰랐던 우리 軍 이야기]

 

 ―육해공 이야기에서 1번 어뢰의 비밀까지, 국방부 출입 10년의 베테랑 기자가 밝히는 한국군 비하인드 스토리.


 

 ‘남자 두 사람만 모여도 군대 이야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군에 관해 저마다의 생각을 늘어놓지만, 대개는 군 복무 시절의 일천한 경험에 의존하거나 정체모를 거부감이나 근거 없는 상상력에서 비롯된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우리 군의 미래를 논하고 현재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팩트’에 바탕을 둔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히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안보상황에서는 말이다. 신간《 한국군 코멘터리》(도서출판 예문)는 국방부 출입 10여 년의 베테랑 기자가 현장 취재 경험과 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군의 면모를 다각도로 살핀 책이다.


 한국전쟁 이후 특수한 안보 상황과 국민 개병제도로 말미암아 한국인의 일상 및 담론과 밀접한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보다 깊이 있게 다루고 파헤쳤다.

 

 군에 대한 딱딱한 논설식 접근이나 막연한 오해와 정치적 입장에 따른 호불호를 떠나, 저널리즘에 바탕을 두면서도 동시에 따뜻한 시선과 평이한 글쓰기로 군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한국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군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시간은 흘러가고 언젠가 제대할 때가 온다는 뜻으로, 흔히‘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들 말한다. 과연 국방부에는‘ 국방부 시계’라고 부를 만한 상징적인 시계가 있을까? 저자는 의외로 이것을 궁금해하는 지인들이 많았으나 그럴 만한 시계는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예전과는 병영문화가 많이 달라져서, 제대 날을 그리며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기다리던 시대에서 시간을 쪼개 가며 쓰기 바쁜 시대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 요즘 군대라는 것이다.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여서 원거리 화상회의에 참석하며, 사단장을 하면서도 관할 지역 명소 한번 가보지 못하고 이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리지 않으면 후줄근해보이던 얼룩무늬 전투복 또한‘ 링클프리’의 신형 전투복으로 바뀌면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이처럼 변화하는 병영문화와 여군, 다문화 군대, 해외파병 같은 군의 변화와 미래상, 그리고 우리나라만의 어쩔 수 없는 안보 환경과 군 문화가 빚어낸 여러 뒷이야기,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의 취재 후기 등을 담았다.

 

또한 육·해·공·해병대 각 군의 어제와 오늘, 무기 장비 현황, 남북의 엄중한 군사적 대치 상황과 맞물린 주한미군·북한군·중국군 문제, 국방 예산, 방위산업과 첨단 무기 수출입,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등 중대한 군사 현안에 관한 이야기도 적지 않게 실려 있다. 군의 내일을 그려볼 수 있는 정보에서부터 일반인이 궁금해 할 만한 여담까지, 베테랑 국방부 출입기자의 내공이 오롯이 드러난다.

 

 군 입대를 앞둔 이들, 과거와 비교해 오늘날 한국군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한 이들, 한국군의 정체를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책 속으로]

 

 그런데 해군도 매년 탑건을 뽑는다. 해군의 탑건은 포술 최우수 전투함을 말한다. 해군은 지난 1년간 초계함 이상의 전투 함정을 대상으로 대공·대함 평가 사격을 실시해 최고의 점수를 얻은 함정에‘바다의 탑건 함’호칭을 부여한다. 잠수함은 어뢰 발사 능력을 기준으로 선발한다. ─25쪽

 

 6·25 전쟁에서는 장렬하게 공중에서 산화한‘하늘의 영웅’들이 많았다. 그 가운데는 고성 상공에서 유성처럼 사라졌다가 나중에 보라매의 요람인 공군사관학교 교정에 동상이 세워져 있는 임택순 중위(전사한 뒤 대위로 추서) 같은 이들도 있지만 일본 항공학교를 졸업한 조종사들이 꽤 있었다. ─38쪽

 

 다문화 출신 군인은 과거에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임진왜란 당시 ‘해귀’(海鬼)라는 존재가 왜군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왜장 가토 기요마사는 경주성 공략을 앞두고 해귀에게 수많은 부하를 잃었다고한다. 해귀는 바다 건너에서 온 귀신을 뜻한다. 해귀는 파랑국(현재의 포르투갈) 출신 흑인 노예였다. 이전에 흑인을 본 적도 없는 왜군들은 그를 귀신으로 여겨 해귀로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해귀가‘무예가 뛰어나고, 조총과 칼을 자유자재로 다룬다’고 나와 있다. ─172쪽

 

 그가 남긴 한마디가“한자야”였다. 그가 말한‘ 한자’의 의미는 한글이 어뢰에‘ 한’ 글자 표기돼 있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정확한 대답이다. 왜냐하면 어뢰 추진체에는 아라비아 숫자‘ 1’과 한글‘ 번’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아라비아 숫자도 한 자, 한글도 한 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모 언론사의 국방부 출입 기자는 국방부 고위 인사의 대답을 한글‘ 한 글자’가 아닌 중국‘ 한자’(漢字)로 잘못 알아들었다. 그러고는 잘못된 기사를 봇물처럼 쏟아냈다. ─224쪽

 

 

< 목차 >

 

■·머리말
 ·

■육군 이야기
 ·지상군 페스티벌 / 널문리 / JSA 부대원의 자격 / 러시아 훈련장 / DMZ의 힐링캠프

■해군·해병대 이야기
 ·한국 해군에도 탑건이 있다 / 해군의 계급장 /독도함의 숨은 1인치‘ 캣 워크’ / 해병대가 강한 이유

■공군 이야기
 ·공군 1호기 / 공군의 우주인 프로젝트 /공군의 영웅이 된 일본 항공학교 출신들 / 소음과 전투하는 군용기 /비상활주로 / 우주군 /공군에는‘ 릴리프 투수’가 아닌‘ 릴리프 백’이 있다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좌석의 비밀

■미군 이야기
 한국군과 미국군 / 펜타곤과 화장실의 공통점 / 한반도 단골손님‘ 조지 워싱턴’함 / 미군의 무기 개발 /미군 병장은‘ 6대 장성’ / 역할이 3개인 주한미군 사령관

■북한군 이야기
 북한은 왜 하드 타깃인가 / 대통령 전용기 탄 북한 VIP /북한군 인민무력부장과 감귤 /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진 /독도함 남북 국방장관 회담 / 통일 후 북한군 /북한군의 계급 / 북한군 특수부대

■여군의 세계
 한국 여군의 역사 / 최초의 여군 / 최초의 여성 조종사 /여군과 전투 / 미스 여군 선발대회 / 여군 브래지어는 국방색인가 / 세계의 여군 / 북한의 여군 / 해군과 여군 / 여군과 섹스

■잠수함의 세계
 한국 해군 잠수함에는 ○○가 있다 / 잠수함의 천적은 그물 / 잠수함에서 생활한다는 것 / 잠수함에서의 식사 / 잠수정 태운 잠수함 / 209급은 베스트셀러 / 35조 원대 국방 예산과 무기

■돈으로 본 첨단 무기

  질’보다‘ 양’을 내세우는 북한군 무기 /국군의 날에 등장한 한국군 무기 / 첨단 무기의 아킬레스건 / 일본은 왜 문제 많은 F-35를 선택했나 / 한국의 무기 개발 /한국군의 저격용 소총 / 한국 방위산업의 수준

■작전과 훈련, 그리고 말
 아덴만 여명 작전 ‘/ 키 리졸브’는 무슨 뜻 / 연어급의 유래 / 엄사리의 유래 / 전쟁이 만든 언어 / 흑룡사와 백골성당 / 연평도와 원탁의 기사 / 디데이와 C데이

■장군 이야기
 장군이 되는 길 / 장군은 뭐가 다른 걸까 / 장군의 종류 / 독일 육사 출신 장군들 / 장군의 배낭

■신세대 병영
 국방부 시계’는 없다 / 신세대 연예 병사와 신비주의 / 신세대 전투복의 로열티 / 군대와 돼지 / 신세대 병사와 외국어

■다문화 시대의 한국군
 한국군에 부는 다문화 물결 / 다문화는 오랜 역사 /한국군은 다문화 용광로 / 다문화 가정 출신 장병들 / 다문화 시대의 국적 문제 / 한국군의 문화·종교·스포츠

■군인과 군복
 군인 선생님을 아시나요 / 주스와 와인 / 사라지는‘ 군용 추억’들 / 국방부 컬렉션 / 군대와 스포츠맨 / 수류탄 던지기도 스포츠 / 한국군의 체력 / 한국군의 종교

■제3의 전쟁
 미디어 전쟁 / 담배와의 전쟁 / 기상 무기의 등장 / 세상을 바꾸는 군

■이런저런 군 이야기
 군가와 응원가의 공통점 / 전쟁과 트로트 / 군견의 노후 / 군 출신 국회의원 / 독도함과 백두산 정계비 / 한반도 비핵화 / 한국전쟁 비사 / 교전규칙

■국방부 취재기자
 북한의 이상 동향과 기자의 사생활 / 1번 어뢰의 비밀 / 중국군의 언론플레이 / 블랙이글과의 인연

 

 

Posted by 경향 박성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yblee 2013.11.13 2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들이 읽기에는 너무 재미있겠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