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군 내 보안·방첩부대인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공식 약칭은 ‘안지사’다. 군사안보지원사는 2018년 9월 출범하면서 조직의 약칭을 안지사로 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과거 국군기무사령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군사안보를 통해 군 내 작전부대의 성공을 ‘지원’하는 것이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핵심 역할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랬던 안지사가 최근 태도를 슬그머니 바꿨다. 알음알음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약칭으로 ‘안지사’ 대신 ‘안보사’를 써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원보다는 안보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서인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약칭을 안지사에서 안보사로 바꾸면 ‘전제용 안지사령관’은 ‘전제용 안보사령관’이 된다. 안보의 최고 책임자라는 얘기인가. 현재 군사안보지원사 내부 문서에서는 조직의 약칭을 ‘안보사’로 쓰고 있다고 한다. 군사안보지원사가 출범했을 때부터 약칭을 외부에는 안지사로, 내부 문서에는 ‘안보사’로 했다면 국민과 언론에 이중적 얼굴을 보여준 셈이다. 또 출범 때 사용했던 ‘안지사’란 약칭을 이후 ‘안보사’로 바꿨다면 해편 후 약속한 초심을 배신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해편’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해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를 출범시켰다. 당시 송영무 국방장관은 조직 해체를 강력히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군 내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참여연대 등 8개 시민사회단체까지 “졸속으로 만든 ‘군사안보지원사령부’, 기무사 개혁은 실패했다”며 “안보지원사는 기무사와 다를 것이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안지사 출범 당시 폐쇄 구조였던 사령부에 외부 조직의 새로운 인물들을 영입해 상호 견제와 조직 쇄신을 도모하겠다며 기존 10% 수준이던 군무원 비율을 3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발표는 ‘꼼수’ 채용으로 변질됐다. 안지사는 지난해 군무원 채용에서 과거 퇴출시켰던 기무부대원을 다시 군무원으로 받아들이는 등 합격자 96%를 전·현직 부대원으로 채웠다. ‘도기사’(도로 기무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군 안팎에서는 안지사가 오히려 영향력을 기무사 시절보다 더 키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령급 이상 진급 대상자에 대한 인사자료로 제공되는 소위 ‘세평’ 수집은 이제 훈령으로도 보장받고 있다. 방위산업체에 대한 영향력도 더 확장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3월1일자로 계약업체 선정을 위한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업무 지침’을 개정해 시행했다. 이 지침을 보면 ‘전년도 방위산업기술보호 통합 실태조사 우수업체’에는 가(산)점을 주도록 돼 있다. 이는 안지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방위산업기술보호 우수업체라 함은 국가정보원과 방사청, 안지사가 참가하는 실태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업체이기 때문이다. 입찰 제안서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소수점 이하에서 점수 차이가 나는 게 현실인 점을 감안하면 실태조사를 주도하는 안지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방산기술 보호라는 거창한 명분 뒤에서 안지사의 영향력 챙기기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의도가 무엇인지 방산업계에서는 다 안다.

 

안지사는 인원이 기무사 시절 4200여명에서 2900여명으로 줄었지만, 장군 숫자는 3성장군(중장)인 사령관과 2성장군(소장)인 참모장을 포함해 6명이다. 군사경찰이 인원 1만6000여명에 장군은 준장만 2명뿐인 것과 견줘 과도한 계급 인플레 조직임을 알 수 있다. 안지사 역시 기무사처럼 군 내 권력기관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오죽하면 다이어트로 기무사보다 더 튼튼해진 안지사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기무사 공군 부대장 출신인 전제용 현 안지사령관은 이례적으로 임기제 진급을 두 차례나 하면서 조종사 동기생보다 1년3개월이나 더 빨리 중장으로 진급하는 기록을 세워 특혜라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기무사를 이름만 바꿔 계속 활용하는 쪽을 선택한 결과다. 안지사령관을 계속 3성장군으로 하는 것은 ‘국방개혁 2.0’에도 어긋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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