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합동수사단의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사고에 대한 지난 9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조차 “미흡하다. 이게 최선인가”라면서 “합동수사단이 눈치보기, 제 식구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을 꿈꾸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한마디로 부실수사, 봐주기 수사라는 것이다.
국방부는 “수사·징계·보직해임 대상자가 총 38명”이라며 “공군 창설 이래 역대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수사 대상자는 내사자를 포함했고, 징계 및 보직해임자도 앞으로 할 예정까지 포함시켰다. 숫자 부풀리기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게다가 투망식 수사로 형사입건 대상 숫자를 늘리면서도 정작 핵심 연루자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국방부 검찰단이 주도한 합동수사단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문에서 황당한 것은 여군 부사관의 사망 원인 부분이다. 이번 사건 개요를 ‘이 중사가 선임부사관에 의해 성추행당한 이후, 여러 차례 신고하였으나 군으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회유와 협박, 면담 강요, 피해 사실 유포 등의 2차 가해가 지속되어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이라고 해놓고, 나중에는 “피해자 사망의 원인에 대하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에 있습니다”라고 전혀 엉뚱한 말을 하고 있다. ‘짜맞추기식’ 얼렁뚱땅 수사결과 발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군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허접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군 20비행단 검찰은 부실·늑장 수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고, 공군본부 법무실과 법무실장은 부실 초동수사의 ‘윗선’으로 지목받고 있다. 공군 법무관들을 수사해야 하는 국방부 검찰단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드러났듯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군 검찰 법무관은 따지고 보면 군 판사 법무관이기도 하다. 군 검사를 하다가 국선 변호장교, 군 판사를 순환보직하듯 번갈아 맡는다. 여기에 과거 상관이었던 법무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면 ‘원님 재판’이 이뤄진다는 의혹의 시선이 쏠린다. 군 법무관들의 동료의식과 폐쇄적 근무환경에서는 군 사법제도가 제대로 기능할 리 만무하다.
이런 폐쇄적 문화에서는 지휘관에 따라 사건 처리 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오지만, 거꾸로 법무관이 법을 잘 모르는 지휘관을 ‘가스라이팅’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허점투성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놓고도 군 법무조직이 장관의 지휘권을 훼손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군 법무관의 자질을 의심하는 시선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일선 부대 법무관이 수사능력에 대한 부담감과 부대생활 부적응 등을 호소하면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발생했다. 또 군 법무조직이 피의자의 전역을 기다리며 시간을 끌다 사건을 민간으로 떠넘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수사능력 부족이나 직무태만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법무관들은 2005년 국가를 상대로 낸 보수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본봉 35%가량을 수당으로 받는다. 조종사나 잠수함 승조원보다 많다. 일반 장교가 22년가량 근무해야 가능한 대령 진급도 15년이면 된다. 그런데도 지난 4월에는 7개월 동안 19일만 정상 출근하고 나머지는 무단결근하거나 지각, 허위 출장 등을 일삼은 한 공군 법무장교의 존재가 민간법원 판결에서 드러났다.
군 법무관들을 ‘군대 귀족’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8년 9월에는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직원 69명이 평일 일과시간에 단체 술자리를 가졌다. 국회 국방위의 야당 의원이 징계를 요구하고 장관도 징계를 지시했으나, 사건은 유야무야됐다. ‘과연 조사권, 징계권, 수사권, 기소권, 재판권을 모두 갖고 있는 법무병과답다’는 말이 나왔다.
민간법원 법관이 1인당 연평균 700건 정도를 처리할 때 군 판사는 1인당 17건(2014년 국회 법사위 국감) 담당하고 있다. 군사법원이 과도하면서도 비대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군내 범죄의 95%가 군사와 관련없는 일반범죄(2020년 국회 법사위 국감)다. 평시 군사법원 및 군 검찰 운영을 중단하고, 관련 업무를 민간법원 및 검찰로 이관하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법무병과는 군사 관련 법과 연합훈련에서의 국제법적 지원, 지휘관의 원활한 지휘권 행사를 위한 법률적 조언 등에 주력하는 게 맞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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