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한·미,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개념 놓고 이견

ㆍ미국은 ‘6·25 참전국’이 아닌 국가들에도 문호 개방해 몸집 키우기 움직임

ㆍ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중국 견제’를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분석


유엔군사령부가 최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변수’로 등장했다. 주한미군이 최근 발간한 ‘2019 전략 다이제스트’의 잘못된 번역과 미국이 한국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독일군 장교를 유엔사에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일련의 사건들이 빚은 결과다.


유엔사의 미래는 한·미 간에 ‘뜨거운 감자’와 같은 이슈이지만, 양측은 애써 구체적 언급을 피해 왔다. 유엔사 문제에 대한 한·미 간 입장 조율이 어긋날 경우 동맹의 또 다른 주요 갈등 요인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미국 양국이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이 유엔사 영역 확대 의지를 표명하면서 한국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계병이 유엔사 정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 유엔사는 ‘휴화산’


한·미 양국은 한반도 유사시 전력을 제공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의 개념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한·미가 규정한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은 ‘6·25전쟁 당시 전투 병력을 파병한 국가 중 한반도 전쟁 재발 시 워싱턴 선언(1953년 7월27일)을 통해 재참전 의사를 표명한 나라’로 똑같았다.


그러나 미 합참이 지난해 6월 ‘유엔사 관련 약정 및 전략지침’을 개정하면서 한·미 간 유엔사 전력제공국의 정의가 달라졌다. 미국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유엔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유엔사에 군사적·비군사적 기여를 하였거나 할 국가’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유엔사 전력제공국 개념을 확대시킨 후 6·25 의료지원국인 덴마크와 노르웨이, 이탈리아에 가입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측이 주장하는 유엔사 전력제공국은 이들 3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터키, 호주, 필리핀, 태국, 네덜란드, 콜롬비아, 그리스, 뉴질랜드, 벨기에,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전투 파병 14개국 등 총 17개국이다.


미국은 앞으로 6·25 참전국이 아니더라도 유엔 가입국가라면 유엔사 전력제공국에 추가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엔사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유엔사 회원국가도 이들 17개국으로, 유엔사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있다. 유엔사 연락장교단은 대부분 대사관 무관이나 외교관들이 겸직하면서 군정위 순환대표, 정전협정 조사관 등 유엔사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은 유엔사 연락단을 운용하고 있을 뿐 회원국은 아니다.


미국은 최근 주한 독일무관을 유엔사에 파견하는 방안을 독일과 협의했다. 정부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미국과 독일의 협의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독일이 파견 의사를 철회했다. 그러나 독일이 동의했을 경우 우리 정부 입장이 받아들여졌을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일단 6·25전쟁 참전국을 대상으로 유엔사 전력제공국을 확대한 후 6·25 비참전국으로까지 문호를 개방해 늘려 나가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미측 기준으로 보면, 일본의 유엔사 전력제공국 가입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다만 유엔사는 지난 11일 “일본을 전력제공국으로 제안하지도 않았고, 일본이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일본은 (한국 정부 기준으로)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유엔사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우리의 요청으로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단체 “유엔사 해체하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유엔사 전력제공국 확대와 관련, ‘미국 규탄 및 유엔사 해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해체 VS 강화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합의문을 보면, 남북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계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참여연대와 민변 등 진보진영 단체들은 평화협정이 미래에 체결되면 정전협정을 대체하게 되므로 정전체제 유지·관리를 담당해 온 유엔사는 당연히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유엔사 해체는 유엔사가 창설될 때와 마찬가지로 유엔 안보리에서 결의안이 통과되거나 미국 정부가 해체 결정을 내려야만 가능하다는 게 국제법적 시각이다. 게다가 미국은 2014년부터 본격화한 ‘재활성화(revitalization)’ 프로그램의 강화를 통해 유엔사를 다국적 군사기구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유엔사 부사령관으로 웨인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을 임명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유엔사 부사령관을 미군이 아닌 장성에게 맡긴 것은 처음이었다. 후임으로도 스튜어트 마이어 호주 해군 소장이 임명됐다. 유엔사 참모장으로 취임한 마크 질레트 미 육군 소장이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을 겸직하지 않은 사례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엔사 재활성화 전략은 크게 세 방향이다. 첫째는 미군이 겸직하고 있는 유엔사 주요 보직을 줄이는 것이다. 두번째는 유엔사 주요 보직에서 미군을 줄이는 대신 영국, 캐나다 등 한·미를 제외한 다른 16개국의 인원을 증원하는 것이다. 세번째는 비무장지대(DMZ) 사건에 대한 대응을 이전에는 거의 한국군에 맡겼으나 앞으로는 유엔군 스스로 독자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다는 것이다. 평화협정이 체결된 후라도 평화협정 내용에 평화협정 준수 감독 및 분쟁 발생 시 사실 조사 등을 유엔사의 새로운 기능 또는 역할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파이브 아이(Five Eye)’로 불리는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는 ‘유엔군 재활성화’의 핵심이다. 지난 5년간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유엔사 참여국들의 키리졸브 등 한·미 연합훈련 참가가 늘었다.


미국의 구상은 유엔사의 현 상태를 유지하되 유엔사 참모 기능을 대폭 강화해 한반도 유사시 유엔사를 한반도 작전 주역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미측은 지난해 10월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제50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한국 합참·유엔사·연합사 관계 관련 약정(TOR-R)을 맺었다. 2급 비밀로 분류된 이 약정은 그동안 모호했던 유엔사와 연합사 간 역할 구분을 명확히 한 것이었다.


유엔사는 1978년 한미연합사 창설 당시 작전통제권을 이양(handover)한 게 아니라 위임(reference)을 했다. 이는 유엔사 작전지휘권이 소멸되지 않았으며, 유엔사 작전통제 아래 주한미군과 한국군뿐만 아니라 주일미군까지 한반도 유사시 동원이 가능하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유엔사는 “유엔사를 작전 기능을 가진 사령부로 만들 계획은 없다”면서 “한국군 4성 장군이 전작권을 가진 연합사령부로 안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이 우려하는 유엔사의 전투사령부화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의 현실적인 작전 주도 능력이 없으면 유엔사로 작전권이 넘어갈 개연성이 있다고 보는 군사 전문가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미래연합군 사령관인 한국군 대장이 항모나 핵잠수함,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 전략자산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한·미 장성들은 없다고 봐도 무방한 형편이다.


미국이 유엔사 체제를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이후에도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동북아 평화관리 기구’로 변환해 존속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자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원하는 유엔사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롤랜드 윌슨 조지 메이슨대 교수는 지난달 한반도 안보환경 평가 세미나에서 “미래에는 유엔사 역할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며 “동북아 지역에서 나토를 벤치마킹한 동맹 모델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 앞날에 대한 진단이 제각각인 가운데 미국은 이미 유엔사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엔사는 50년 전에 유엔안보리 결의에 의거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이라크 전쟁 때처럼 유엔안보리 결의를 끌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사 강화는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반발을 불러 협상 과정을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할 소지가 많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 철책 건너 평화로 가는 길, 도보다리 새소리는 여전했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미래를 놓고 대화를 나눴던 판문점 도보다리 위 원형 탁자와 벤치가 판문점선언 이후 처음으로 지난 18일 공개됐다. 탁자와 벤치는 그동안 유엔을 상징하는 파란색 포장으로 가려져 있다가 이날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원들의 삼엄한 경계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북한 초소까지는 40m에 불과하다. 판문점 _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판문점 회담장에서 중립국감독위원회 캠프로 이어지는 도보다리는 푸른빛 그대로였다.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MDL) 101번째 푯말 앞에 앉아 한반도 미래를 놓고 희망의 대화를 나눈 곳이다. 둥근 탁자와 야외 벤치는 재떨이만 치워졌을 뿐 두 정상의 대화 도중 간간이 들리던 새소리도 여전했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 기자로는 내외신을 통틀어 처음으로 지난 18일 이곳을 찾았다. 한국군 당국과 유엔사 협조를 얻어 지난 13일 동부~중부~서부 전선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횡단 5박6일 취재를 시작했다. 율곡부대(육군 22사단)가 지키는 동해 지역 휴전선 철책에서 출발해 육군 1사단이 통제하는 서부전선 휴전선 철책에서 끝났다. 하루에도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대여섯 차례 들락날락하며 분단 현장을 맨눈으로 살피고 한반도의 미래 희망을 찾아보려 나선 길이었다. 판문점 도보다리는 휴전선 155마일(248㎞) 답사의 사실상 마지막 목적지였다. 남북 정상 간 만남 이후 남북한군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최전방에는 ‘무슨 변화가 있을까’ ‘비무장지대(DMZ)는 어떤 미래유산으로 남아야 할까’ 하는 성급한 생각으로 발을 뗀 여정이었다.

 

지난 14일 산악지대 일반전초(GOP) 휴전선 철책선을 따라 건봉산 전술도로를 달렸다. GOP는 남방한계선 철책선에서 장병들이 24시간 적 침입에 대비한 경계근무를 하며 적의 움직임을 살피는 곳이다.

 

백두대간의 큰 줄기이자 향로봉 산맥 봉우리인 건봉산의 험한 길은 배우 송중기씨가 근무했다는 독도중대로 이어졌다. “준비는 강력하게, 응징은 철저하게”라는 구호가 쓰인 초소들을 지나다보니 44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근무했다는 건봉산대대 전방관측소(OP)에 도착했다. 건봉산 정상(911m)에 ‘노무현 벙커’ 기념비가 서 있는 이 OP에서 노 전 대통령은 1968년 3월부터 1971년 1월까지 상황병으로 근무했다. 밤새 뜬눈으로 전방 경계근무 중 발생한 소·중대 상황들을 파악한 후 상급부대와 대대장 등에게 보고하고 조치를 취하는 게 당시 군번 51053545였던 병사 노무현의 임무였다.

 

군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북한군이 한국군 초병 귀를 베어가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고 전했다.

 

육군 12사단 향로봉중대원들이 떠오르는 태양을 등진 채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향로봉중대는 비무장지대(DMZ) 부대는 아니지만 육군에서 가장 높은 1293m 고지에 있어 폭설과 강풍이 잦기로 유명하다. 겨울철 체감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고 11월에 눈이 오기 시작해 5월 초까지 내린다. 육군 제공

 

 

확성기 철거되자 자연의 소리 돌아왔지만…북측엔, 통신 감청·전파 방해용 새 철탑들이 들어섰다
녹슨 탱크가 지키는 ‘노무현 벙커’를 지나
북 GP와 580m 떨어진 ‘최북단 관측소’에 오르니 해금강 말무리반도가 손에 닿을 듯
병사들이 직접 돌던 2000개 넘는 철책 순찰로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며 무인감시 가능해져

 

■ 노무현 벙커와 유엔사 관할 OP

 

노후화와 작전상 이유로 비어있는 노무현 벙커.

 

노무현 벙커는 비어 있었다. 대대 주지휘소가 2016년 7월19일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벙커 노후화가 심한 데다 작전적 이유에서였다고 사단 측은 설명했다. 노무현 벙커 앞은 녹슨 미제 셔먼 탱크가 지키고 있다. 셔먼 탱크가 6·25전쟁 때 900m가 넘는 이 험한 산을 어떻게 올라왔는지, 또 왜 이곳에 방치됐는지는 미스터리다.

 

노무현 벙커를 벗어나 다시 철책선을 따라 ‘금강산 전망대’로 불리는 717 OP로 향했다. 군의 최북단 관측소다. 고성 통일전망대보다 2㎞ 정도 북쪽에 있다.

 

717 OP에 도착하자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에서 나온 미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자의 취재 목적 등을 묻기 위해서였다. 717 OP는 유엔사 관할구역이다. 전망대가 MDL을 중심으로 남측과 북측으로 각각 2㎞ 물러나 이어진 최초 DMZ 안쪽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DMZ를 관할하는 유엔사 허가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관광객들이 최전방 북한 땅굴을 관람하면서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도 그곳이 유엔사 관할구역인 탓이다. 717 OP는 1983년까지 DMZ 안쪽 최전방 경계초소(GP)였다.

 

강원 건봉산 정상의 ‘노무현 벙커’ 앞에 있는 셔먼 탱크.

 

155마일 남방한계선 철책이 북쪽으로 500m 정도, 길게는 1㎞ 안팎까지 북상한 것은 북한이 1968년 북방한계선 철책을 남쪽으로 1.2~1.8㎞ 내린 것에 대한 대응책이었다. 717 OP 지역의 경우 북한이 1983년 북방한계선을 1.71㎞나 남쪽으로 내렸다. 그러다보니 한국군 GP와 북한군 GP 사이 거리는 580m에 불과했다. 이곳은 휴전선 155마일 전선에서 남북이 가장 가깝게 대치하는 현장이다.

 

717 OP에서는 동해선 철도와 도로가 지나가는 구서 통문이 훤히 보였다. 북한이 동부전선 최전방의 영웅고지로 부르는 351고지와 레이더기지가 있는 국지봉도 한눈에 들어왔다. 351고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4년 7월14일 관망대에서 북한군 방사포 발사를 관람한 곳이다. 망원경을 통해서는 구선봉을 비롯해 감호와 금강산 끝자락인 해금강 말무리반도가 손에 닿을 듯했다. 관측장교인 이모 중위는 “삼일포 인근에는 집단농장이 있고, 말무리반도에는 북한군 고위층 휴양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 다리가 GOP 철책

 

휴전선 일대에는 남방한계선 철책 역할을 하는 다리가 여러 곳 있다. 신필승교와 오작교가 대표적이다. 경기 연천군 남방한계선에 있는 신필승교는 필승교 옆 북쪽으로 새로 만든 다리로 길이가 300m에 달한다. 과거 배터거리로 불리던 옛 나루터 자리에 있다. 군 당국은 이곳을 지난 18일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신필승교를 지키는 장병들의 경계 수준은 임진강 수위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이곳을 지키는 장병들은 지난 18일 수도권과 강원 등 중부 지역에 3일간 최대 190㎜가 넘는 폭우가 내리자 긴장한 표정으로 황토색으로 변한 임진강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다. 다리 위 초소는 레이더와 유속계까지 갖추고 있었다. 과거 이곳은 북한군이 불어난 임진강 물을 이용해 여러 차례 침투를 시도했던 곳이다. 또 수위가 높아지면 북한 쪽에서 일상용품은 물론 물에 빠진 시신까지 떠내려온다. 촘촘한 망으로 스크린이라 불리는 시설물을 신필승교 아래쪽에 설치한 것도 북쪽에서 떠내려오는 것들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위가 높아지면 수문과 함께 스크린도 들어 올려야 한다. 이는 이곳을 지키는 장병들에게는 GOP 철책을 들어 올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경계가 힘들어지는 것이다.

북한강은 DMZ부터 남방한계선이 지나는 오작교를 거쳐 ‘평화의 댐’까지 흐르고 있었다. 오작교는 강원 화천과 양구 사이를 흐르는 북한강 위에 세워진 다리다. 남한 영토로서는 북한강 최북단으로 GOP 철책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강 수계 최북단을 지키는 오작교는 북한강 수위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일상적인 장마철 방류 외에 북한의 수위조절을 가장한 대량 방류나 유사시 펼칠 가능성이 있는 수공을 포착해 조기 경보체계를 구축하려는 목적에서다.

 

오작교 일대는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초소 열영상감시장비(TOD)에 전국에 900여마리밖에 없다는 산양이 12~15마리 몰려다니다 한꺼번에 찍히기도 했다는 게 안내 장교의 설명이었다. 오작교 가는 길에도 너구리와 꿩, 까투리 등이 갑작스럽게 취재차량 앞으로 뛰어들어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곳은 2000개가 넘는 철책 순찰로가 있어 2016년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본격 도입되기 전에는 경계 병사들이 순찰을 위해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 북한군 GP와 전자전

 

지난 14일 동해안 남측 통문 앞에 휴전선 최북단 기념비가 서 있다.

 

휴전선 155마일 취재를 하면서 군 관측소와 전망대 10여곳에서 북쪽을 바라봤다. 가장 큰 변화는 확성기 철거였다. 남북 모두 웬만한 OP는 서로가 대북·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소음 전쟁’을 벌이는 ‘전투장’이었다. 남북이 확성기를 철수하자 그 자리에는 자연의 소리와 바람의 소리가 다시 돌아왔음이 느껴졌다.

 

북한군의 지뢰 매설 작업과 관련한 동향도 식별되지 않았다. 북한군은 매년 5월 초부터 DMZ 내에서 수풀과 잡목이 우거지는 녹음을 이용해 지뢰 지대 보강과 추가적인 대인·대전차 지뢰 매설을 해왔다. 이는 MDL 일대에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기로 한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남측을 위협하는 북 GP의 적대적인 총안구 개방도 관측되지 않았다. 북한군은 최근 GP 아래쪽이나 지하로 연결된 주변 은폐물에 숨긴 총안구를 환기 목적 등으로 개방할 뿐 전투준비를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155마일 전역에서 소리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 전자전이다. 북한군 OP 여러 곳에서 과거 왔을 때 없었던 철탑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한국군 통신을 감청하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가는 전파를 방해하려는 목적에서 세운 시설물이다. 과거 남측보다 열세였던 전자전 지원장비(ES)를 대폭 보강한 것으로 보였다.

 

GP는 MDL 너머를 바라보면서 적이 넘어오는지 감시하고 관찰하는 시설이다. 망원경으로 살펴본 북한군 GP 모습과 분위기는 인민군 사단마다 제각각이었다. 산악지대인 동부전선의 북한군 GP는 DMZ 안쪽에 요새처럼 점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평야지대가 많은 서부전선 쪽으로 갈수록 북한군 GP는 민경대대가 관할하는 휴전선 철책선과 거의 붙은 채 일정한 간격으로 줄줄이 있었다. 경기 연천군 열쇠 OP에서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GP 후방에서 하얀 마대자루를 들고 농사짓는 모습이 관측됐다.

북한군 GP는 인민군 최고사령관기와 인공기를 게양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한국군 GP는 유엔 협정을 준수하는 감시초소라는 상징으로 유엔 깃발을 상시 내걸고 있다.

 

중동부전선의 북한군 GP에서는 비가 내린 후 초소 정비 작업이 한창이었다. 북한군이 나와 방충망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망원경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북한의 휴전선 철책은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북한군이나 주민 탈북을 방지하기 위한 고압 전기 철책이었다. 지금은 전력난으로 전기가 흐르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군이 철책을 만지는 모습도 관측된다는 게 군 관계자의 말이다.

 

강원 화천군 칠성 OP에서는 금성천 줄기가 북한강 상류로 흘러들고 있었다. 금성천 자체가 MDL이다. 영화 &lt;고지전&gt;의 모티브가 된 425고지도 보였다. 전국 도로 가운데 유일하게 남과 북을 거쳐 다시 남쪽으로 이어진 후 7번 도로와 연결되는 4301번 도로는 ‘평화의 도로’로 불린다.

 

북한군은 DMZ 내에 박격포 진지 234개소, 고사포 진지 92개소, 대전차포 진지 28개소 등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P와 OP는 282개소를 설치해놓고 있다. 이에 대응해 남측은 GP 및 OP 100여개소를 운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선언을 통해 DMZ를 완전히 비무장화함으로써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자는 데 합의한 바 있다.

 

 

 

■ 스마트 철책의 적

 

이제는 휴전선에서 윤형 철조망이 뚫리지나 않았는지 Y자 막대기로 찔러보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철조망을 흔들어 침입 흔적을 찾지도 않는다. 2016년부터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이 본격 도입되면서 24시간 주간-전반야-후반야 3교대로 이뤄지던 경계근무가 사라졌다. 과거 1개 소대가 맡은 구간은 1.5~3㎞. 소초 간 거리가 300m를 넘는 곳도 있었다.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GOP 부대 병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제는 감시·감지·통제시스템으로 철책에 광그물을 씌우고, 감시카메라와 열영상감시장비 등으로 낮엔 1~2㎞, 야간엔 200~400m 경계가 가능하다. 광그물망에 침입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호가 울리고 카메라가 촬영해 영상을 지휘 통제실과 소초로 보내는 방식이다. 소위 스마트 철책이다.

 

그러나 광그물망은 짐승을 따로 구분하지 못해 감지되면 경계음이 울리고 통제실이 파악해 5분 대기조를 보내야 한다. 안개나 바람에 영향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최전방 병사들에게는 너구리와 토끼가 가장 기피하는 동물이다. 광그물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성분을 담은 봉지나 통들을 달아놓고 있다. 철책을 넘으려는 고라니도 골칫거리다.

 

과거 GOP 부대에서 멧돼지에게 주던 잔반은 전문 처리회사가 수거하고 있었다. 멧돼지 스스로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환경단체 조언에 따른 것이라는 게 안내 장교의 설명이다. 멧돼지의 철책선 접근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했다.

 

철책의 스마트화로 과자·음료수·라면·담배 등 100여가지 물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는 이동식 PX인 ‘황금마차’도 몇 년 후면 일부만 남고 대부분 퇴역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초들을 마트 PX가 있는 중대 이상 단위로 통폐합하면서 황금마차의 효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안보관광에서 평화관광으로…‘전쟁 통로’를 ‘남북 번영로’로

 

지난 14일 동부전선 717 OP에서 바라본 북쪽 동해안 쪽에 감호와 금강산 끝자락인 해금강 말무리반도가 손에 닿을 듯 펼쳐져 있다.

 

 

정상회담 후 판문점 견학 급증
내국인 2배·외국인 2.5배 늘어

DMZ 내 산림·초지 면적 95%
산불 나면 남북 공동대응 필요

철원 OP 앞 궁예도성 터 조사
남북 문화사업 첫 과제로 꼽혀

 

■ DMZ의 남북 교류

 

DMZ에서는 산림이 75%를 차지한다. 초지가 20%, 농지와 습지가 각각 3%, 1% 정도다. 동부전선은 장엄한 산세와 함께 수목들이 바다를 이루고, 서부전선으로 갈수록 초지가 넓게 펼쳐지고 관목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강원 동부전선 GOP 전술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는 나무들이 불에 타 넘어지거나 탄 흔적을 여기저기서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GOP 앞부분을 불모지화해 철책 앞에서 가까스로 불길을 막은 곳도 있었다. GOP 철책 앞 시야 확보를 위해 전방 100~200m 나무와 수풀을 제거해 만들어진 불모지는 방화지대를 형성해 산불이 철책을 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불모지 작전’을 생태계를 교란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달 초 발생한 산불로 강원 동부전선 북쪽에서 축구장 1000개 면적이 탔다. 산불은 지난 2일 발생해 11일 만에 꺼졌다. 이렇듯 산불은 남북의 경계인 MDL은 물론 DMZ까지 무시하고 넘나든다. 산불은 지뢰와 함께 DMZ를 위협하는 남북 공동의 적이다. 산불에 대한 남북의 공동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최전방 산불은 북한 지역에서 발화돼 남쪽으로까지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북한군이 농사를 짓기 위해 야초와 잡목을 태운 불씨가 북서풍에 날려 DMZ를 넘는 사례도 있었다.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동해안 군 통신선도 산불에 타버려 끊겨 있는 상태다. 정부는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면 남북 산불 및 홍수 방지 대책 등도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청 헬기가 DMZ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면 산불 진압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철원 평화 OP에서는 태봉국 도성도 모형을 볼 수 있었다. 평화전망대 앞이 바로 궁예도성 터다. 1100여년 전 철원 벌판에 궁예가 세운 ‘태봉국 도성’ 터는 철원 지역 남북을 합친 DMZ 4㎞ 안에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직사각형 형태로 꽉 낀 듯 들어가 있다. MDL은 궁예도성을 가로로 나누고, 6·25전쟁 이전까지 서울과 원산을 잇던 경원선 철도는 궁예도성 터를 세로로 지나간다. 본래 월정사역도 궁예도성 터 안에 있었다고 한다. 현재 궁예도성 흔적이 약간은 있다고 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봤을 때는 수풀만 보였다. 궁예도성 조사 연구는 남북 공동 문화사업의 첫번째 과제로 꼽히고 있다.

 

■ 남침·북진로는 번영로

 

도보다리 옆 101번째 MDL 푯말 판문점 도보다리 옆에 녹슬어 글자가 없어진 군사분계선(MDL) 101번째 푯말이 서 있다.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있는 MDL은 철조망이 아니다. 300~500m 간격으로 박혀 있는 푯말 1292개다. 서쪽 끝인 경기 파주시 장단면 정도리 임진강변(1번)부터 동쪽 끝인 강원 고성군 간성읍 동호리 동해안 해변(1292번)까지 이어지는 총 248㎞ 구간에 똑같은 모양의 푯말이 세워졌다. 어렵게 찾은 MDL 푯말은 모두 시멘트 기둥에 녹슨 철판이 붙어 있는 형태로 남아 있었다. ‘군사분계선’이 남쪽 방향 앞면에는 한글과 영어로, 북쪽 방향 뒷면에는 한글과 한자(중국어)로 철판에 적혀 있어야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글씨를 알아볼 만한 노란 철판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의 90번 푯말과 도보다리 끝의 101번째 푯말에서도 글씨는 확인할 수 없었다.

 

MDL을 관통하는 도로는 6·25 당시 남침로였다. 현재는 끊겼지만 육상에서 금강산까지 가장 가깝게 연결하고 있는 31번 도로가 대표적이다. 가칠봉 OP에서 금강산까지는 31번 국도로 달리면 37㎞ 거리다.

 

15사단 승리 OP에서 바라본 남쪽 광삼역과 내금강은 과거 전기철도로 연결됐던 곳이다. 철원 지역의 멸공 OP에서는 남측 가늘골 통문을 지나 북상하면 북측 서방산 통문으로 나갈 수 있다. 이 길들은 남침로이기도 했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국군의 북진로다. 그러나 남북은 이제 끊긴 도로를 연결해 남북 경제교류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쟁 통로’를 ‘남북 번영로’로 탈바꿈시키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객들이 이용하던 동해선 육로는 7번 국도의 연장선으로 DMZ를 관통해 금강산 삼일포로 이어진다. 하지만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올해로 중단 10년째다.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 중단 피해액이 3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기 파주의 도라 OP에는 단체관광객을 실은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다. 북쪽으로 가는 경의선 도로와 전력 전신탑, 문산과 개성을 잇는 철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안내 장교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관광객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외국인 관광객은 2.5배 증가했다”고 전했다. OP에서 남과 북이 틀어대던 확성기 소리로 한반도 긴장을 느꼈던 ‘안보관광’은 이제 ‘평화관광’으로 바뀌고 있었다. 남북의 대표적 접경지역인 강원도에서는 평화특별자치도 지정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사단 상승 OP에는 프랑스 조형작가 장 미셸 후비오가 2012년 설치한 ‘평화의 손’이 휴전선 북쪽을 향해 우뚝 서 있었다. 손가락 두 개로 철책선을 집어 들어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남북이 서로 교통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 부시 벙커

 

마지막 일정으로 DMZ에 위치한 판문점을 찾았다. 판문점을 들어가려면 캠프 보니파스와 과거 ‘인계철선’으로 불리던 콜리어 GP와 오울렛 GP를 지나야 했다. 캠프 보니파스는 1976년 북한군에게 ‘도끼 만행’ 사건으로 살해당한 보니파스 대위 이름에서 따왔다. 이전까지 명칭은 캠프 키티호크였다.

 

콜리어 GP와 오울렛 GP가 인계철선이었던 것은 북한군이 침공하면서 이곳 2개 GP를 공격하면 미군이 전쟁에 자동개입한다는 의미였다. 콜리어(미 육군 40사단)와 오울렛(미 육군 9사단)은 6·25 때 훈장을 받은 미군 병사들 이름에서 비롯됐다. 콜리오 GP는 미 2사단에서 운영하다 한국군 1사단에 넘겼다. OP를 겸하고 있는 오울렛 GP는 한국군이 공동경비구역(JSA) 경비 임무를 맡게 되면서 한국군 경비대대 책임지역이 됐다.

 

오울렛 OP는 MDL에서 가장 가까운 GP 겸 OP로, MDL과 불과 25m 거리에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이 2002년 2월 오울렛 OP를 방문해 북쪽을 망원경으로 관찰했다. 이후 그가 북쪽을 살폈던 벙커는 미군들에게 ‘부시 벙커’로 불리고 있다. 2012년 3월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오울렛 OP를 다녀갔다. 이곳에서는 남한 대성동 마을과 북한 기장 마을이 동시에 보였다. 오울렛 OP를 나서 판문점 자유의집을 통과한 후 도보다리로 다가갔다. 유엔사는 ‘풋 브리지(Foot Bridge)’라고 부르지만, 중감위에서는 다리가 푸른색이라고 해서 ‘블루 브리지’로 부르는 곳이다. 중감위 외국군 장교들은 습지 위에 만들어진 도보다리를 통해 하루 두 차례씩 판문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원래 약 70m 일자형이던 도보다리는 T자형으로 바뀌었다. 두 정상이 산책을 한 후 남북 분단의 상징이었던 MDL 101번째 푯말 앞에 배석자 없이 앉아 함께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기자는 두 정상이 ‘평화, 새로운 시작’의 대화를 나눴던 벤치에 조심스럽게 앉아 보았다. 두 정상이 나눴던 ‘평화, 새로운 시작’의 대화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JSA 경비대원들의 삼엄한 경호 속에 북쪽의 감시카메라까지 의식하다보니 두 정상 대화 사이에 간간이 들렸던 새소리마저 부담스러웠다. 앞서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북한 초소의 감시카메라 앵글이 함께 따라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걸어온 터였다. 도보다리에서 북한 초소까지는 40m 거리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53년 정전협정의 산물인, 낡아빠진 분계선 푯말을 뽑아내는 날을 위해 두 정상이 미래를 기약했던 역사적 현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표현하기가 어려울 만큼 컸다.

 

<글 ·사진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대통령 특별보좌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발언한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 중단시 한미연합군사훈련 및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축소’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야당은 청와대까지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문 특보는 지난 19일 한 매체를 통해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지 일방적 요구만으로는 진전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한국군 지휘부가 한미연합훈련장을 방문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문 특보가 언급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매년 상반기에 실시하는 키 리졸브(Key Resolve)와 독수리(Foal Eagle) 연습, 하반기에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말한다.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에 알러지 반응

 

한미 양국군이 함께 하는 키 리졸브(Key Resolve) 훈련은 매년 4월 2주간 일정으로 진행된다.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ommand Post Exercise)이다.

 

키 리졸브 훈련은 한미연합군이 실제 투입되는 합동 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Foal Eagle) 연습과 함께 실시된다. 8주간 진행되는 독수리연습은 키 리졸브 훈련이 끝난 뒤에도 계속된다.

 

한·미연합군이 한반도에서 훈련을 시작하면 북한군의 ‘스트레스 지수’는 급상승한다. 한·미연합군의 전력 수준에 맞춰 대응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 핵항모에서 작전을 준비중인 함재기들

 

올해 한미연합사는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의 지시로 매년 해오던 훈련 시작을 북한측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북한 입장에서는 훈련 시작을 알리지 않는 행위 그 자체를 기습공격도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확대 해석해 받아들일 수 있는 조치였다.

 

북한은 1990년대 초까지 매년 실시됐던 팀스피리트 훈련 시기만 되면 사실상 준전시 상태로 돌입, 주민들이 비상식량을 챙겨 지하갱도에 들어가는 대응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지금도 한반도에서 한·미 연합 훈련 상황이 생기면 북한은 맞대응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막대한 인원과 물자를 동원하는 ‘소모전’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북한 관영매체들은 “평양 타격을 노리는 전쟁연습을 어떻게 방어적 성격이라고 하느냐”면서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북한에서는 군이 건설·어업·무역 등 다양한 경제적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런 만큼 키 리졸브와 같은 한·미 군사훈련이 벌어지면 그 기간 중 북한군이 경제적 부문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 군사적으로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북한이 “지금까지 북남관계는 남조선에서 해마다 거듭되는 전쟁연습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받아 왔다”고 밝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B1B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북한도 한·미가 연합훈련의 강도를 낮추면 이 과정을 통해 긴장 완화를 모색한 후 나름대로 경제 건설에 집중하려는 속내가 있다.

 

이때문에 군 당국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북한에 가장 커다란 고통을 줄 수 있는 제재 방법”으로 간주한다.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 있을 때마다 한·미가 이를 응징하는 조치로 합동군사훈련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략무기 뒤에 숨은 안보 무능

 

한·미는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참가 전력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하이키’(high-key)로 훈련을 진행한다. 이때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핵추진 항공모함과 B-2 또는 B-52 전략폭격기 등 전략무기 공개다. 특히 B-52 폭격기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탑재된 핵추진잠수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과 함께 미국의 3대 핵우산 전력의 하나다.

 

그러면 북한은 “핵 전면 대결전의 선전포고”라면서 용수철 튀어오르듯 발끈하는 것이 공식처럼 이어져 왔다. 과거 2009년에는 훈련을 빌미로 개성공단을 차단했고, 2011년에는 ‘서울 불바다’를 거론하며 남측을 협박했다. 2013년에는 키 리졸브 훈련 하루 전날 정전협정 무효를 선언했다. 이후에도 “거족적인 성전에 진입할 것” 등을 운운하며 한반도에서 긴장도를 높였다.

 

북한은 키 리졸브 훈련을 꼬투리 삼아 남북간 전화선을 단절했고,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싶으면 키리졸브·독수리훈련 기간 동안 다른 유형의 훈련을 끼워 넣는다. 지난 4월 주일 미 제3해병원정군 소속 F-35B 스텔스기 6~8가 대한미 해병대 교환프로그램인 케이멥(KMEP) 훈련 일환으로 한반도에 전개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괌에서 날아온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의 한반도 출격도 마찬가지다.

 

수년 전부터는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의 숙달 차원에서 미국의 전략 무기 전개가 잦아지고 있다. 한·미의 ‘맞춤형 억제전략’은 전시와 평시 북한이 핵과 WMD 사용을 위협하는 단계에서부터 직접 사용하는 단계까지를 포함한 대응방안이다. B-52 한반도 비행도 한·미동맹 항공전력의 확장억제 임무수행 차원으로 이뤄지고 있다.

 

미군도 훈련 장면을 이례적으로 잇따라 공개하면서 마치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엄청난 미 전력이 투입되고 여차하면 미 특수부대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듯 시사한다.

 

그러나 한·미는 북한 자극을 피하고자 할 때는 한반도에 전개되는 미군의 전력 공개를 피하거나 아예 항모나 전략폭격기를 보내지 않는 ‘로 키’(low-key)로 훈련을 진행한다. 이산가족 상봉 등을 포함해 남북간 접촉이 있으면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의 전력을 공개하지 않는 식이다.

 

최근 한미연합훈련에서 미군과 함께 훈련하는 한국군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다. 한미연합훈련이 아니라 마치 미군이 한반도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양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 군당국이 순수한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고 밝혀온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 시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응징·보복 목적의 다른 훈련을 겹쳐 실시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또 툭하면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보내 달라”는 한국군의 요구에 편승해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북한을 겁박하기 위한 미군의 무력시위가 빚은 현주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쟁이 나기 전에는 쉽게 모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무기와 특수부대들이 한반도에 수시로 출몰하는데 익숙해지면서 국민들이 전쟁 위기에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반도 전쟁의 트리거(방아쇠)는 북한 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당길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한 채 미군 전략무기의 등장에 환호하는 팬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한국군은 미국에 전략무기의 상시 배치 요구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 하지만 상시 배치가 아니더라도 미 전략무기는 한반도 등장 횟수가 잦아지면서 마치 ‘단골손님’처럼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B-52나 핵항모 등과 같은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사후약방문식 무력시위로 그치면서 한반도 긴장도를 높이고 중국의 반발만 샀을 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이다. 과거 10년 보수정권이 미국의 전략 무기 뒤에서 ‘안보 무능’을 숨겨온 측면이 있는 것이다.

 

문 특보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하는 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이전 수준으로 돌리자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조건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앞서 했던 자신의 발언에 대해 부언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현 시점은 북한과 대화할 수없는 상태라는 점에서 그 돌파를 역발상적으로 뚫어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종북 프레임의 선구자격인 주적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제19대 대선후보 초청토론’ 자리에서다. 이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강요하지 마라. 유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남북 간 문제 풀어가야 될 입장이다. 필요할 때는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정부 공식 문서(국방백서)에 북한군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고, 문 후보는 “내 생각은 그러하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발언이 아니라고 본다”고 거듭 말했다.

 

유 후보는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유승민의 분노,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올해 초 발간한 ‘2016 국방백서’

 

그러나 명확한 팩트 체크를 하자면, 유 후보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가장 최근에 발간한 국방백서 제2절 1항 국방목표에는 북한이 아닌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북한 주민과 명백히 분리한 것이다.

 

게다가 국방백서는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중략)···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같은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이란 단서를 달았다. 이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과 위협을 포기하고 평화적인 대화에 나선다면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지 않을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군 관계자도 “향후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표현이 또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북한이 주적’이라고 한 발언은 1995~2000년판 국방백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1995~2000년판 국방백서의 국방목표에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 함은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뿐만 아니라…’로 표기돼 있다.

 

국방백서에서 북한과 북한정권·북한군 등에 대해 기술한 부분.

 

국방백서는 이후 세계 어느 나라의 국방백서도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고. 군 내부에서조차 “북한이 주적이면,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조중조약에 따라 전쟁에 나서면 ‘사이드 적’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때문에 정부는 한때 국방백서를 대신한 ‘국방 주요자료집’을 발간한 적도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미국이 4년마다 발간하는 ‘국방정책 검토(QDR) 보고서’에서 테러집단을 ‘지속적 위협’, 대만이 ‘국방보고서’에서 중국을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할 뿐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국방부 관계자도 “외국의 경우 국방백서나 이와 유사한 공식문서에서 ‘주적’이나 ‘적’으로 표현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명기한 적이 없다. 다만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적이라고 기술하고 있음에도 보수세력은 ‘북한=주적’이란 프레임에 찬성하지 않으면 종북으로 몰아부쳐 왔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국방부는 3일 “한국과 미국, 일본이 오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처음으로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방부 발표는 통상 예정된 사안이 아닌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국방부는 통상적으로 훈련과 관련한 브리핑 사안은 일주일 이전부터 예고해 왔지만, 한미일 대잠 훈련은 사실상 기습 발표나 마찬가지였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해군이 4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주 남방 한·일 중간 수역 공해상에서 미·일 해군과 함께 대잠전 훈련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SLBM을 장착한 북한 신포급 잠수함은 기존 상어급보다 더 커 고래급 잠수함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출항 기지는 함흥 윗쪽에 위치해 있다. 신포급 잠수함의 주 활동 무대가 동해라는 의미다.

 

해군 잠수함이 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런만큼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신포급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기 위해서는 동해에서의 훈련이 필수적이다.

 

한미일 해군이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의 수중 침투 경로를 포착하는 훈련을 처음 실시하는 만큼 그 장소는 동해여야 상식적으로 맞다. 남해에서의 훈련은 사실상 동해 바다가 뚫렸다는 가정하에 실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일은 SLBM 위협에 대응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 장소로 동해가 아닌 남해를 선택했다. 국방부가 밝힌 해역은 중국 해군 잠수함의 태평양 진출 통로다.

 

이는 한미일이 북한 잠수함의 SLBM 위협을 핑계로 실제로는 중국 잠수함의 탐색·식별·추적 훈련에 나섰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군의 대잠전 훈련 모습.

 

이번 훈련에는 한미일 해군 함정들이 수중에 투입된 대잠훈련표적(EMATT·Expendable Mobile ASW Training Target)이 내는 음파를 적 잠수함의 것으로 간주해 탐지·식별 한 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SLBM 능력 개발 등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한 한미일 3국의 효과적 대응을 보장할 수 있도록 3국의 대잠 탐색, 식별, 추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계획됐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사드 ‘못박기’에 이어 차기 정부 출범 전에 중국을 군사적으로 묶는 한미일 군사벨트와 관련한 훈련을 관행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나 잠수함을 운용하는 해군이 아닌 정부의 한 행정부처인 국방부가 미국과 일본과의 합동훈련이라는 이유로 훈련 작전상황을 브리핑하는 것도 이례적인 사안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교롭게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총영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일시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와 모리모토 부산 총영사를 4일 귀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시다 외상은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데, 일한 간의 높은 레벨에서 긴밀한 정보교환을 실시해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 남방에 녹색으로 표시된 해역이 한일 중간수역으로 한미일 대잠 훈련 장소다.

군 안팎에서는 한미일 안보회의(DTT)의 의사 결정과정에서 어느 국가에서 먼저 대잠 합동훈련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한국은 어떤 입장이었는 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한국이 사실상 미일이 주도하는 DTT의 통제와 지시에 따르는 수동적인 입장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해군도 자체적인 필요에 따른 건의가 아니라 국방부로부터 한미일 대잠 합동훈련에 참가할 것을 갑작스럽게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밝힌 훈련 참가 전력을 보면 한국 해군 구축함 강감찬함과 링스 대잠헬기 1대,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맥캠벨함과 MH-60 대잠헬기 1대, P-3 해상초계기 1대,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사와기리함과 대잠헬기 1대 등이다.

 

한미일 해상 전력은 가상의 적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국방부는 “한미일 3국간 대잠전훈련은 작년 12월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논의된 이후 최초로 시행되는 것”이라며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한 3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미일 DTT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계기로 3국 연합 대잠전훈련을 하자고 제의했으나 한국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