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육군 중장(육사 41기)과 장경욱 전 육군 소장(육군 36기). 육사 5년 선후배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모두 군 정보기관 수장 자리인 국군기무사령관직에서 이임식조차 갖지 못하고 쫓겨나듯 내몰려진 부분이다. 두 사람이 직속 상관인 국방장관한테 비난받은 것도 유사하다.

 

1월 25일 서울 현충원에서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이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버린다”며 손을 씻는 세심의식을 하고 있다. 기무사 제공

 

2013년 10월 장군 인사 발표날 기무사 직원들은 장경욱 사령관이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축하 꽃다발과 함께 다과회까지 준비했다가 기무사령관이 경질됐다는 황망한 소식을 접했다. 기무사령관이 이임식도 갖지 못하고 교체된 경우는 1993년 3월 서완수 기무사령관이 회의 중 전화로 교체를 통보받는 형태로 잘린 이후 처음이었다. 장 사령관은 후임 보직조차 받지 못하고 군복을 벗었다.

 

약 4년 10개월 후인 지난 3일 기무사 직원들은 이석구 사령관이 전격 교체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다음날에는 신임 기무사령관 취임식이 열렸고, 남영신 신임사령관(학군 23기)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기무사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취임식장에 들어섰다.

 

장경욱 전 소장은 자신이 정권으로부터 ‘토사구팽’을 당했다고 여겼다. 이것이 그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육군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에 임명돼 순순히 대구로 내려가는 이 전 사령관의 경우는 정권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을 수 있다.

 

아무튼 두 사람이 경질된 결정적 이유는 청와대와 국방장관에 ‘지휘 부담’을 준 탓이었다. 두 사람 모두 국방장관과 맞서는 모양새였다. 그런 가운데 청와대가 기무사령관 손을 들어주게 되면 국방장관을 경질하고 후임 장관 청문회를 준비해야 할 판이었다. 그러기에는 정권 입장에서는 부담이 너무 컸다. 설사 국방장관을 자르려고 한다 하더라도 상명하복을 생명으로 하는 군 조직에서 부하인 기무사령관을 놔두고 상관인 국방장관부터 먼저 날리기는 어렵다.

 

두 사람의 차이점은 있다. 장 전 기무사령관은 중장과 대장급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에 김관진 국방장관의 인사 전횡 문제를 군내 여론동향으로 은밀하게 보고한 것이 화근이었다. 반면 이 전 기무사령관은 최근 국회국방위에서 공개적으로 송영무 국방장관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등 ‘하극상’을 연출한 탓이었다. 특히 이 전 사령관으로서는 청와대 의중을 충실히 받들었다고 여겼을 지 모르나, 표현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은밀하게든, 공개적이든 두 사람은 모두 정권이 자신들의 충정을 믿고 지지할 것으로 착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는 두 사람 모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됐다. 정권 차원에서 기무사령관으로 임명한 만큼 무한신뢰를 보낼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남영신 신임 기무사령관이 지난 4일 송영무 국방장관과 함께 취임식장에 들어서자 기무부대원들이 박수로 맞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게다가 정권 입장에서는 대체재가 없었던 게 아니다. 박근혜 정부 당시에는 후임 이재수 사령관에게는 ‘예정된 기무사령관’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이번에 취임한 남영신 사령관의 경우에도 지난해 9월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 전격 발탁됐을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 군부의 새로운 실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부산 동아대 학군(ROTC) 출신인 그는 비육사 출신 첫 특전사령관이었다. 그동안 특전사령관과 기무사령관은 육사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한 관례에 비춰 보면 정권 차원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남 신임 사령관에 대해 “특수전 및 야전 작전 전문가로, 폭넓은 식견과 전문성, 조직관리 능력을 갖췄다”며 “솔선수범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상하 모두에게 신망을 받는 장군이며, 기무사 개혁을 주도하고 추진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이석구 전 사령관도 경질돼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밀려나기 전까지는 새로 출범한 정권의 기대주였다.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기무사령관 자리를 놓고 합동참모본부 작전기획부장인 이석구 소장과 제1야전군 참모장인 최영철 소장(육사 41기·현 육군교육사령관)을 저울질하다 지난해 9월 이석구 장군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이 장군이 노무현 정부 당시 영관급 장교로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으로 파견 근무했던 인연도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는 ‘통수 보좌’ 임무를 강조한다. 대통령의 군 통수권 행사를 위한 ‘눈’과 ‘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기무사령관이 직속상관인 국방부 장관 보다 청와대와 지근 거리에 있다는 착각을 하게 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그러다 보면 기무사령관이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청와대에 직언하다 괘씸죄에 걸리거나, 거꾸로 청와대 의중을 믿고 국방장관을 압박하다 ‘역풍’을 맞는 사례도 있다. 장경욱 전 사령관은 지난 정권에서 국방장관의 독단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했지만, 돌아온 결과는 경질이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는 대통령 독대를 위해 기무사령관이 국방장관 주변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만약 국방장관이 독단과 전횡을 한다고 신임 기무사령관이 청와대에 보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마침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회는 ‘국방장관 비리에 대해서는 기무사령관이 군 통수권 보좌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청와대에 직보할 수 있다’고 발표한 터이다.

독단과 전횡이 비리 범주에 포함되는 지는 모르겠다. 어찌됐든 정답은 ‘(청와대 반응이) 그때그때 달라요’가 아닐까 싶다. 기무사령관 입장과 정권의 입장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변치 않는 결론은 있다. ‘군인은 명령이 나면 움직이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토사구팽일지언정~.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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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기무사령부가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과 당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통화 내용을 감청했다는 시민단체 군인권세터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달 30일 “노 전 대통령과 윤 전 장관이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맡고 있는 업무에 관해 논의를 했다”며 “장관이 사용하는 군용 유선전화를 통해 감청이 이뤄진 것”이라고 현직 기무사 요원의 제보 내용을 밝혔다.

 

기무사가 대통령과 국방장관 통화 내용을 감청한 것은 불법일까.

우선 기무사 감청이 다 불법은 아니다.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가 있거나 간첩에 대한 수사를 할 때는 고등법원의 감청 영장을 받아 당연히 이뤄진다.

 

수사 목적 외에도 기무사가 군 기관을 무작위 감청한다는 것은 군에서는 하나의 상식처럼 통한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른 국가안보 관련 중요사항과 관련한 군내 감청은 법원 영장이 있어야 하는 일반 감청과 다르기 때문이다. 기무사는 4개월마다 한번씩 대통령의 포괄적 승인을 받아 감청을 할 수 있다. 기무사는 이를 빌미로 사실상 무제한 감청을 해왔다.

 

 

국방장관과 국방차관, 합참의장 등 군 고위층 경우에는 24시간 감청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해 기무사는 수사 목적이 아닌 경우 무작위적으로 제한적 감청을 할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군 고위층이라 하더라도 특정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감청은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믿는 군 인사는 거의 없다.

 

안보문제가 아닌 단순 동향 보고를 위한 영장 없는 감청 혹은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은 불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무사는 암암리에 군 장성이나 국방부 고위관료 혹은 민간인의 단순 동향 파악도 해왔다는 증언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기무사 감청의 가장 큰 목적은 쿠데타 방지다. 쿠데타(coup d’Etat)는 ‘국가에 대한 일격’이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비롯됐다. 기무사 감청은 쿠데타 가능성을 막기 위한 여러 법적·제도적인 군부 감시 방안 중 하나다.

 

기무사의 쿠데타 방지 임무수행은 징후를 포착해 미리 제거하는 개념에 가깝다. 기무사가 군 주요 지휘관들이 누구를 만나는지, 누구와 통화하는지 등의 동향을 일일이 챙기는 배경으로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 고위층에 대한 무작위 감청 활동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기무사 전신인 보안사 감청은 신군부의 1979년 12·12 군사반란 사태의 빌미를 제공했다. 쿠데타를 막아야 할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쿠데타 수괴로 변신한 것은 보안사 감청의 결과였다. 정승화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동해경비사령관으로 내보내려던 계획이 보안사 감청을 통해 새나가면서 위기를 느낀 전두환 사령관이 쿠데타를 주도해 12·12가 일어난 것이다.

 

1993년 3월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하나회를 정리했다. 취임 11일 만에 육군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 경질했다. 12·12 군사반란 연루자의 군복도 벗겼다. 만약 감청 등을 통해 관련 정보가 새나갔다면 군부 쿠데타를 유발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문민정부 관계자들은 보안사 감청으로 12·12가 일어났던 것을 감안한 전격적인 조치였다고 밝혔다.

 

전화통화하는 송영무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만약 기무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 사이의 일상적인 업무 통화를 무작위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감청한 후 내부 이익을 위한 특정 목적에 사용했다면 위법성이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게 군 검찰관의 설명이다. 감청 업무 담당자들이 국방장관의 전화 통화를 별도로 감청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이 역시 합법이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감청 정보를 보고서로 만들어 문서로 만들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무사는 지난해 11월 말에도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태스크 포스(TF)’를 감청해 수사 정보를 미리 파악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기무사는 국방부 TF 책임자의 전화 통화를 세차례 감청해 기무사에 압수수색을 나온다는 정보를 미리 파악한 뒤 기무사령관에게 올리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문제는 국방부 TF가 기무사 압수수색을 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업무 수행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기무사 실무진이 이를 특이동향으로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해 수사기밀을 누출했다는 점이었다. 당시 군 검찰은 이 사안에 대한 위법사항 조사에 나섰다. 특이사항이 아닌 정상적인 활동내용도 감청 등을 통해 확보한 후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면 위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군 검찰은 한달 후 “(감청 정보를 이용한) 기무사의 추가적인 증거인멸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고, 감청 또한 합법적 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무사가 사이버 댓글공작 TF장의 회선이 아닌 상대방 회선을 합법적으로 감청하던 중 우연히 취득한 정보인 데다 이 같은 정보를 증거인멸이나 수사방해 등에 활용한 정황도 파악되지 않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수사 정보가 기무사 측에 더 많이 새나갔을 가능성과 함께 기무사의 무차별적인 군 전화회선 감청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무사의 감청 업무가 감청 목적에 부합하게 이뤄지는 지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였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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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자유는 우리의 생명. 멸공의 깃발 아래 굳게 뭉쳤다. 악마의 붉은 무리 무찌르고서. 영광의 통일전선 앞장을 서리(2절은 ‘역사가 우리를 명령하는 날, 범같이 사자같이 달려나가리’)….”

 

요새 ‘촛불 계엄 문건’으로 시끄러운 국군기무사령부 부대가 일부분이다. 부대가만 보면 은밀하게 일하는 보안·방첩부대인지 잘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명령만 내리면 (설사 그것이 정권을 찬탈하는 일일지라도 ‘역사’를 앞세운 사령관의 명령이라면) ‘범같이 사자같이’ 달려나가 임무를 완수했던 충성스러운 부대였다는 이미지는 와닿는다.

 

역대 기무사 위상은 대통령 독대 보고를 할 수 있는지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사라졌던 기무사령관 대통령 독대는 이명박 정부에서 부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무사령관 독대는 이뤄졌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직접 보고는 배석자가 없으면 ‘독대’가 된다. 과거 정부에서는 배석자가 있다 하더라도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직접 대면보고는 사실상 ‘독대’로 간주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지금까지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대면보고는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직접 보고를 예외적으로 일부 허용하는 기무사 개혁위의 검토안과 거리가 있어, 청와대가 향후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극히 예외적 상황이라 하더라도 대통령 직접 보고가 이뤄지면서, 국방부 장관도 기무사령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군 안팎의 공통된 시각이다. 기무사령관 역시 국방장관 부하로서 역할보다는 아무래도 견제하는 역할에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과거 기무사에서는 월요일이면 기무사령관 책상 위에 국방장관 주말 골프 스코어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군 고위층이 외부 인사와 회식을 가지면 기무요원이 상부 보고를 위해 ‘폭탄주는 몇 잔이나 마셨나’까지 알아보고 다녔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역대 정권마다 집권 초 기무개혁을 검토했지만 대통령 통수에 대한 보좌 기능이라는 논리에 순응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말이 통수기능 보좌이지, 이는 군의 쿠데타 방지 또는 군 수뇌부 부패 방지라는 명목으로 장교들의 동향을 관찰해 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이다. 그 결과가 김대중 정부 당시 “이제 기무사도 정부 햇볕정책에 어떤 도움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고 부하들에게 설파했던 한 기무사 영관 장교가 이명박 정부에서 장군이 된 뒤 “군내에서 ‘햇볕정책’ 운운하는 종북세력을 뿌리 뽑는 게 기무사 역할”이라고 부대원들에게 역설하는 것이었다. 김 의원은 “기무사 보고는 달콤할 뿐만 아니라 유용하다”며 “기무사 개혁의 핵심은 대통령과 기무사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무사를 영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절대 반지’에 비유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절대 힘을 갖고 있는 반지를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막상 반지를 끼고 난 뒤에는 반지의 힘에 휘둘리는 것처럼 정권은 기무사를 활용하고픈 유혹에 빠진다는 것이다. 비슷한 얘기로 군에서 기무사 보고서는 중독성이 있다는 말이 있다. 잘 훈련된 에이스 요원들이 작성하는 기무사 보고서는 일목요연하고 핵심을 찌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면에서 역설적으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이라는 기무사 촛불 계엄 문건의 보고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여러 곳 있다. 이번 계엄 문건 사건의 발단은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지난 3월16일 오전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이 문건을 보고한 것이다. 당시 송 장관은 국방연구소(ADD) 이사회 참석 때문에 이 사령관 보고를 자세히 듣지 못하고 “(문건을) 놓고 가라”고 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대목에서 의아스러운 점은 문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 사령관은 “중요한 문건이므로, 차후에라도 자세한 설명을 드려야 하니 다시 시간을 내주십시오”라고 했어야 했다. 송 장관 역시 나중에 이 문건을 정독한 후에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기무사령관을 다시 불러 추가 보고와 후속 절차를 지시했어야 상식적이다. 이런 절차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령관의 촛불 계엄 문건 보고에 대해서도 평소의 기무사답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사령관이 ‘문건 성격에 관한 기무사 내부의 확인 검토 및 향후 대응방안’까지 함께 마련해 보고했어야 했다”는 말이 기무사 예비역들 사이에 거론되고 있다. 이 사령관은 ‘이런 문건이 나왔으니 장관께서 알아서 하세요’로 끝내버린 셈이다.

 

송 장관도 마찬가지다. 나중에라도 보고자인 이 사령관을 다시 불러 의견을 교환하는 게 상식이지 않나 싶다. 국방부의 첫 보고 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시 정황 등을 복합적이고 입체적으로 들여다보다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국방부가 문건의 중요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단순 보고했다는 의미다. 더 거슬러가면 기무사령관이 국방장관에게 무성의한 보고를 했다는 의미로 이어진다. 군대에서 최고위층에게 보고할 때 핵심은 단순한 문건의 전달이 아니라 문건이 가지고 있는 성격과 파급력 및 그 대응 등에 대한 철저한 분석보고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 게 상식인 점에 비춰보면 이해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군대에서는 ‘끼워넣기 보고’라는 말이 있다. 지휘관에게 보고하기 껄끄러운 사안을 여러 보고 문건에 슬쩍 끼워넣어 보고하는 것을 말한다. 또 지휘관이 시간이 촉박해 가장 바쁠 때 보고시간을 잡은 후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우도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문건 파문의 출발점은 기무사의 5분 보고였다. 이것이 국방부의 청와대 부실 보고로 이어졌다.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책임 떠넘기기식 설명을 해 파문을 키웠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진 이번 파동의 책임은 이들 기관 모두에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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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 국군기무사령부가 작성한 ‘촛불계엄’(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관련 문건을 즉각 제출할 것을 국방부에 지시하면서 사건 파장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관련 문건에는 기무사 ‘촛불계엄 문건’뿐 아니라 국방부·기무사와 육군본부·수도방위사령부·특전사 등 사이에 오고 간 모든 문서와 보고까지 포함됐다.

특전사 등 관련 부대가 국방부나 기무사와 계엄과 관련해 교신한 흔적이나, 계엄령과 연계해 출동 준비를 했던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기무사 문건’ 파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무사 개혁 현안을 군을 담당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아닌 민정수석실이 주도적으로 챙겨왔던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기무사 개혁과 관련해 현재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국방부 장관 사이에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석구 기무사령관, 송영무 국방장관, 조국 민정수석(왼쪽부터)

 

■ ‘왝더독’ 기무사 개혁

 

송영무 장관의 ‘국방개혁 2.0’
기무사 장군 9명→2명 감축
장성 수 줄이기 ‘시범케이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군인권센터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기무사가 계엄령을 검토한 문건을 공개하면서 기무사 개혁 과제는 사실상 실종됐다. 당초 송영무 국방장관이 계획했던 기무사 개혁안은 특별수사단의 송 장관에 대한 조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계엄령 문건 파문에 묻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기무사 개혁이라는 ‘몸통’ 자체가 흔들리는 왝더독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국방부는 당초 국방개혁 2.0의 과제로 2020년까지 군 장성 수를 현재 430여명 중 75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국방부 직할부대인 기무사 장성 숫자를 9명에서 2명으로 감축하는 안을 놓고 청와대와 의견 조율을 시도했다.

 

송 장관은 군내 권력기관처럼 돼 있는 기무사의 장군 수 줄이기를 군 장성 숫자 축소의 시범 케이스로 삼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75명 장군 감축계획은 기무사 축소개편과 맞물린 사안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송 장관은 기무사의 조직적 반발을 우려해 기무사 개혁안을 후순위로 미루는 듯하면서 단호하게 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국방부 안이 확정될 경우 기무사령관은 소장, 참모장은 준장으로 계급이 한 단계씩 낮아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육·해·공군 기무부대장과 장성급 기무사 간부들은 계급이 준장에서 대령으로 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기무사는 이런 움직임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문재인 대선후보 지지모임을 했던 예비역 등을 앞세워 강력 저지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전·현직 간부 3명 등 군 출신이 12명이나 포함된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지난 5월 출범했다. 위원회는 기무사의 정치개입과 민간인 사찰 등 과거의 잘못된 부분을 제도적으로 막는 게 중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 사실상 송 장관의 개혁안과는 거리를 뒀다.

 

■ 민정수석실과 기무사

 

민정수석실이 기무개혁 주도
청 “현재 국방부와 이견 없어”

 

기무사 개혁의 청와대 주무부서는 국가안보실이지만, 실제로는 조국 수석이 이끄는 민정수석실이 이를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실은 기무사 계엄 문건이 불거진 이후에도 청와대 대응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계엄 문건과 관련한 두 차례 지시는 모두 민정수석실이 건의한 것”이라며 “조국 수석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기무사 개혁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육군과 기무사 출신을 배제한 특별수사단도 민정수석실이 문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방부 “지난 4월30일 회의서
임 실장·조 수석에 문건 언급”
청은 “주의 기울일 정도 아냐”

 

국방부는 지난 4월 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과 기무사 개혁방안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문건의 존재 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안보실에는 개혁방안 등 문건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에는 기무사 개혁방안 문건을 보고만 하고, 실제 난상토론은 민정수석 등과 했다는 것이다.

 

민정수석실에는 군 장교들에 대한 인사검증 등을 이유로 기무사 중령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검증이 이유라면 인사 전문장교가 파견돼야 마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민정수석실이 군 동향 파악을 이유로 기무사 장교를 근무시키고 있다면 전 정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해·공군 군검사들로 구성돼 이날부터 공식 수사에 들어간 특별수사단이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과 관련, 민간인 신분인 송 장관을 참고인으로 조사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별수사단은 대통령 지시에 의해 만들어진 만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수사 상황을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군 특수단이 국방장관을 건너뛰고 문건 보고의 책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청와대로 수사 상황을 직보하는 게 맞느냐는 반론이 나온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특별수사단의 보고체계에 대해서는 마땅한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무사 계엄 문건 보고 여부와 시점을 놓고 여전히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해당 문건은 작성된 후 1년 동안 문서철 속에 있다가 지난 3월 기무사 내부 보고를 통해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알게 됐다. 3월16일 이 사령관은 송 장관에게 문건의 존재를 보고했다.

 

송 장관이 계엄 문건 공개 등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한 데는 당시 청와대와 정부 내각이 4·27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여념이 없었고, 이후에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정무적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국방부는 주장했다.

 

■ 회색지대와 진실게임

 

‘청와대에 보고’ 언론 보도에
이석구 사령관은 강력 부인

 

앞서 청와대는 조국 수석이 해당 문건의 존재를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해 논란을 가중시켰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와 국방부는 기무사 개혁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문건 관련 사항도 있었으나 토론 주제인 기무사 개혁에 집중하느라 주의를 기울일 정도는 아니었다는 결이 다른 해명을 내놓았다.

 

청와대와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월30일 임종석 실장, 조국 수석 등이 참여하는 기무사 개혁과 관련한 회의가 있었다. 이날 회의 석상에서 계엄령 문건과 관련된 질의나 토의는 없었다. 다만 국방부는 기무사의 정치개입 사례 중 하나로 ‘촛불계엄’ 검토 문건의 문제점을 언급해 청와대에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참모진이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장관이 생각하는 만큼 그 문제를 설명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분에서 소위 두부 자르듯 할 수 없는 ‘회색지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기무사령관이 ‘촛불계엄’ 문건을 청와대에 보고했는지도 논란거리다. 당초 군에서는 이 사령관이 3월16일 오전 송 장관에게 문건을 언급하면서 “청와대 민정에도 보고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무사는 관련 보도가 나가자 지난 13일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령 문건은 장관 외에는 보고한 사실이 없다”며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고 민정수석실에 보고하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분도 특수단의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드 보고 누락 사건 떠올라”
군 안팎선 ‘꼬리자르기’ 우려

 

군 안팎에선 벌써부터 “이번 수사도 전 국방장관과 전 기무사령관 등이 꼬리자르기를 한다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고 누락 사건 때처럼 유야무야 처리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군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골탈태해 방첩·보안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했지만 나중에 보면 조직을 더 탄탄하게 키우며 군내 권력기관으로 살아남았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기무사가 권력기관으로 행동하지 않는 게 기무개혁인데 청와대가 여전히 기무사를 대통령의 군 통치에 필요한 기관으로 인식해버리면 거기서 기무개혁은 끝나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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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면 1

2018년 1월18일 국방부 브리핑룸에서는 출입기자들이 언론보도에 대한 국군기무사령부 조사를 성토하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에 보도된 ‘청(靑), 차관과 주요 현안 협의, 송 장관 조기 경질설 파다’ ‘한·미간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일정 확정’ ‘한미 연합사령부의 국방부 영내 이전’ 등 3가지 기사에 대한 기무사의 출처 조사에 항의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 기사들이 보도됐을 당시 그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그러나 나중에 청와대가 송영무 장관을 불신한다는 기사는 국방부의 공식 부인으로 봉합됐지만, 한·미 연합훈련 일정과 연합사 이전 기사는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기무사가 국방부 출입기자들의 기사 취재 과정을 조사한 사실도 드러났다. “청와대가 차관과 주요 현안을 협의한다”는 언론보도의 경우 서주석 국방차관의 명령으로, 한·미 연합훈련 일정과 연합사의 국방부 영내 이전 보도는 청와대 지시를 받은 국방부 고위간부 명령으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이에 대해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혹시 조율되지 않은 의견들이 나갈 경우 국익을 해치거나 또는 불편한 사항을 만들 경우도 있기 때문에 보도된 내용이 비밀에 해당되지 않더라도 보안성 검토 등과 같은 관련 절차나 승인 없이 무분별하게 보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사보안업무 훈령에도 이 부분이 적시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지는 국방부가 제공하는 보도자료만 보도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방부의 이 같은 해명과 태도에 대해 기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들이 군사비밀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군 내부에서도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사안들에 대해서 기무사를 동원해 취재 경위를 조사하여 언론에 무리하게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한·미 연합훈련 일정은 평창 동계올림픽과, 연합사 이전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언급과 관련이 있는 보도들이었다.

 

국방부는 이전에도 정부가 공식 발표하지 않은 사안이 언론에 한 줄이라도 보도되면 기무사를 ‘조자룡 헌 칼 쓰듯’ 여러 차례 동원했다. 그러면서 대변인실을 통하지 않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는 국장급 이상만 가능하다는 국방부 훈령을 근거로 들었다. 취재 자유를 제한하는 이 훈령의 문제점은 10년 넘게 지적돼 오고 있다.

 

# 장면 2

25일 이석구 기무사령관(육군 중장) 등 기무사 간부 600여명은 국립서울현충원 등에서 ‘정치적 중립’ 선포식을 가졌다. 기무사령관 등 장군단은 물에 손을 씻고 자필로 작성한 정치적 중립 준수 서약서에 손을 얹은 뒤 ‘잘못된 관행 개선’ ‘정치적 중립 준수’ ‘오직 국가와 국민에게만 충성하겠다’ 등 기무사의 다짐을 읽어 내려갔다. 전국의 모든 기무부대도 지역 충혼탑 등지에서 같은 시간대 동시에 행사를 진행했다. 기무사 본부와 예하 부대가 동시에 참가해 정치적 중립을 다짐하는 행사를 연 것은 기무사 창설 이후 처음이다.

 

앞서 기무사 출신 장군·대령 22명은 지난해 4월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선언을 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군 최고의 강한 보수 이미지를 가진 국군기무사 지휘관 출신들이 민주진보 진영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 사례일 것”이라며 지지 선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당시 군 간부들은 이들의 성명 내용에 대해 상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들이 기무사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내부를 감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비역이라는 이유로 정치권 줄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시 기자회견을 주도한 기무사 출신 예비역 장성은 그 공로로 문재인 정부의 고위직에 취임했다.

 

지난 12일 이 기무사령관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의 김용화 감독과 배우 하정우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 영화에서 저승 삼차사의 리더로 출연한 하정우씨는 군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귀의 한을 풀어주는 연기도 했다. 기무사가 하씨에게 감사패를 준 이유는 그가 영화에서 군대 의문사를 수사하는 과정을 통해 기무사를 빛내고 홍보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무사는 군 의문사 조사와는 관련이 없는 기관이다. 이래저래 현충원 ‘세심 의식’과 함께 과도한 퍼포먼스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는 과거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 낡은 관행과 적폐를 청산한다며 조직개편 등을 통해 리모델링에 나섰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무사는 대부분 국방부 직할부대에서 장군 지휘관이 무더기로 없어진 가운데 유일하게 3성 장군이 지휘관인 부대로 남았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 개혁안의 하나로 기무사의 동향보고를 금지시켰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의 취재원에 대한 과도한 추적은 넓은 의미의 동향보고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기무사는 군사기밀 누출과 관련이 없는 기자의 취재원 조사는 기무사 본연의 업무를 왜곡시킬 수 있다며 ‘수명’(명령을 받아들인다는 기무사 용어)하지 말았어야 했다. 결국 기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국방부는 기무사의 조사를 중단시켰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정부는 국가 이익을 위해 비밀리에 조율한다는 핑계로 특정 사안을 정권 편의주의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잦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 정부와 맺어 후유증이 심각한 위안부 합의가 대표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사안을 취재·보도해 국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은 사회의 ‘감시견’인 기자의 역할이다. 기무사 역시 스스로의 역할이 오지랖 넓게 이것저것 다 들여다보는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군사기밀 보호와 방첩 등 본연의 업무가 아닌 상부의 명령이라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을 명령권자로 섬기는 진정한 ‘기무사의 다짐’, 즉 ‘DSC(기무사령부 영문 약자) Promise’는 멀리 있는 게 아니다. 국민은 충신을 토사구팽하지 않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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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군기무사령부 간부 22명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공개 선언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예비역 소장)과 기찬수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예비역 소장) 등 기무사 출신 장군·대령 22명은 지난 1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문 후보가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와 통일을 책임질 최고의 적임자임을 확인했다”며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장 전 사령관은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군맥 문제에 대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가 강제 전역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군 최고의 강한 보수 이미지를 가진 국군 기무사 지휘관 출신들이 민주진보 진영 대선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 사례일 것”이라며 이번 지지 선언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9년간 MB(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안보무능의 극치를 보였다. 보수라는 가짜 탈을 쓰고 ‘안보는 문제없다’는 오만한 행태를 보였고,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방치하고 국민 안보불안 심리를 정권유지에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 줄서기로 비춰지는 지지 선언

 

군 간부들은 이들의 성명 내용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을 내놓은 이들이 기무사 출신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이다.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의 주요 역할 중 하나가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내부를 감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예비역이라는 이유로 정치권 줄서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기무사 예비역 간부는 “군 간부들의 정치적 중립 위반이나 정치권 줄서기를 감시하는 기관이 기무사”라며 “앞으로 일선 야전 지휘관들이 기무사 직원들에게 ‘니들이나 잘하라’고 하면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다른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 기무사를 없애겠다고 해도 “예비역들의 문제였다”는 식으로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이에 대해 기무사가 말로만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며 사실상 정권의 입맛에 맞춰왔다는 점에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한 기무사 직원은 “DJ 정부 시절 ‘우리 기무사도 이제는 햇볕 정책을 바로 알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던 간부가 MB 정부가 들어서자 장군으로 진급한 후 ‘햇볕 정책 운운하는 종북 세력을 군내에서 척결하는 데 기무사가 앞장서야 한다’고 해 아연실색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캠프의 김진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기찬수 예비역 소장 등 국군기무사령부 출신 예비역 장군·대령들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기무사 출신 예비역 대령·장군들이 집단으로 지지 선언을 한 것은 문 후보가 ‘빨갱이 논란’에 시달릴 때마다 방패막이로 나서면서 문 캠프에 ‘전가의 보도’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는 군 관계자도 있었다.

 

이번에 문 대선후보 지지를 선언한 기무사 예비역 장군 중에는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 나섰다가 떨어진 전력자’ ‘대통령 자문기관 유력자의 도움을 받아 장군으로 진급한 것으로 기무사 내에서 알려진 전력자’ ‘정권이 바뀌자 호남 군맥 숙청에 깊숙히 개입한 전력자’들도 포함돼 있다. 또 본인의 능력 보다는 시류를 타 진급했던 간부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는 게 기무사 안팎의 평가다.

 

■정치권 대선 캠프의 ‘적폐’ 예비역들

 

현역 군 간부들은 군 선배들이 정권 교체기마다 대선 후보에게 줄서는 것에 대해서는 대개가 부정적이다. MB 정부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OO 포럼’ ‘XX 포럼’ 등 소위 포럼 출신 예비역 장군들이 장관이나 처장 등에 임명되고, 그 연줄이 현역 장성들 인사로 이어지면서 군 인사가 파행적으로 이뤄진 것을 목격해 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쪽 대선 캠프에서 ‘팽’ 당하면 다른 캠프로 옮겨가는 철새 예비역 장군들까지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 현실이다. 비리 방위사업체 연루 의혹으로 모 캠프에서 쫓겨한 후 지금은 다른 캠프에 가 있는 한 예비역 고위 장성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현역 시절에도 지역 차별 등 인사전횡으로 비판을 받았던 인사였다.

 

심지어 군 내에서는 차기 정부의 첫 안보부처 수장으로 내정됐다며, 특정 대선 캠프 참여자들의 이름까지 거론되는 판이다. ㄱ 예비역 대장이 국방장관, ㄴ 예비역 대장이 국정원장, ㄷ 예비역 영관 장교가 신설되는 청와대 방위산업 비서관으로 임명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 캠프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통해 마녀 사냥식 방산비리 수사를 부추겨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무리한 구속을 이끌었던 것으로 알려진 예비역 장교까지 가세해 무분별한 군부 인사 영입이라고 현역들은 비판하고 있다.

 

한 현역 장성은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미 대통령 후보에게 줄서서 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미 의회가 ‘군인은 전역 후 7년이 경과해야 국방장관이 될 수 있다’는 규정을 면제하는 법안까지 만들어 매티스가 국방장관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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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5일 단행된 국군기무사령관 경질 파동이 점입가경이다.

 

■송영근 전 기무사령관의 국감 발언 파문

 

 

 

 이번 기무사 파동 과정에서 기무사령관 출신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지난 1일 국방위 국감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을 질책하면서 의미심장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가 “내가 자료를 갖고 있다. 이걸 읽을까”라고 하자 김관진 장관은 “그러는 게 좋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렸다.

 

 작금의 여러 정황을 이해하는 데 송영근 의원의 질의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아 그 일부분을 소개하겠다.

 

 (송 의원) 다음에, 기무사 참모장으로 이번에 발탁된 K모 장군. 지난 4월, 장 전 사령관이 인사갔을 때, 참모장 시키라고 장관께서 얘기한 적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장관) 모든 인사는 건의를 받습니다. 건의 받아서 결심을 합니다.

 

 (송 의원) 있나 없나
 (장관) 그 문제도 대리근무체제였다. 마찬가지로 대리근무체제였다.

 

 (송 의원) 대리든 뭐든, 여하튼 장 전 사령관에게 K모 장군을 참모장 시키란 얘기를 한 적 이 있나 없나
 (장관) 저는 직접 지시한 적 없습니다. 건의를 받아서 한 거다.


 

 (송 의원) 없습니까. 장관님, 지금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K장군, 후배들에게 아주 모사꾼이라고 소문난 거 얘기 들었나
 (장관) 못 들었다.

 

 (송 의원) 당연히 못 들었겠지. 다음, 이번에 합참작전본부장으로 전격발탁된 S모 장군, 수방사령관 시절 부적절 처신한 것들 장 전 사령관에게 보고받은 적 있나 없나
 (장관) 어. 여러가지 사항을 보고를 다 받습니다. 제가. 특별히 수방사령관에 대해 보고받았거나 그런 건 잘 기억이 안나고.

 

 (송 의원) 더 자세히 갈까요?
 (장관) 개인의 인사사항에 대해서 사생활 문제까지 그렇게. 공적으로 거론하시는 것은 부적절하다.

 

 (송 의원) 제가 여기 내용들, 보고한 내용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사사항이라고 하니까 더 이상 밝히지 않겠습니다만은, 굉장히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 장관에게 보고됐고, 장관님이 그 사람에게 전화건 것 얘기 듣고 있습니다. 굳이 수방사령관 한 지 일년만에 작전 본부장으로 발탁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우리 군대에 작전본부장감이 없었습니까.
 (장관) 어, 특수하고 대단히 중요한 자리에 자질과 능력 갖춘 사람을 선발해서 보임하는 것은 다양한 것이다. 그 당연한 논리에 의해 조치한 거다.

 

 (송 의원) 다른사람, 그 분을 대체할 만한 인원이 잘 없었다?
 (장관) 네

 

 (송 의원) 우리 군대에 이른바 K고 학맥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되고 있다, 국방부 인사기획관 T모 예비역 장군,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장관님 보좌관 출신이죠, Y모 장군, 특히 이번에 기무사 참모장으로 발탁된 K모 장군. K고의 동기 내지 1년 선후배 관계죠
 (장관) 군대 내는 그런 학맥이나 인맥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능력과 품성과 자질, 리더십에 따라 인사발령 이뤄진다.

 

 (송 의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 내에는 이들이 앞으로 인사를 전횡할 것이다, 하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후배들이 굉장히 불안해하고, 이제 눈치보기가 시작되고 있다. 다음, 장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원, 제청 과정에서 다 보셨죠.
 (장관) 그 인사에 대한 사항을 여기서 공개할 수 없다.

 

 (송 의원) 내가 알기로는 참모장, K모 장군 추천된 거 바뀌었습니다. J모 대령, S모 대령 빠지고, 추천도 되지 않은 A모 대령이 됐습니다. 그 빠진 사람이 제청되지 못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장관) 어. 여러가지 인사는 그 조직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게 돼 있다. 정상 절차에 따라 선발했다.

 

 (송 의원) 추천도 되지 않은 사람을 그냥 제청할 수 있나
 (장관) 추천이 됐습니다.

 

 (송 의원) 됐어요? 누가? 전임사령관이 추천했나 후임 사령관이 추천했나
 (장관) 전임 사령관이 했다.

 

 (송 의원) 전임 사령관이? 제가 여기 분명히 밝혔습니다. 다음, 기무사 2부장 인사문제 담당이죠. P장군, 무슨 이유로 전방 부사령관 내보냈죠? 마찬가집니까?
 (장관) 여러가지 자질과 품성이 그 자리에 계속 있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송 의원) 그렇습니까? P장군은 그 인사에 승복하지 않고 전역지원서 냈죠
 (장관) 그 관계는, 전역지원서 냈다고 제가 보고는 받았습니다만, 그러나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송 의원) 기무사뿐 아니라 이번 인사 관련해서 후배들이 본 의원에게 참으로 많은 제보와 전화를 해오고 있습니다. 후배들이 지금 들끓고 있어요. 이런 적을 본 적이 없다. 제가 애정을 갖고 지휘했던 기무사가, 이렇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처연한 심정이다. 장 전 사령관은 저에게 무엇때문에 이렇게 됐는지 나도 모르겠다, 국민들이 내가 무슨 엄청난 잘못을 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이건 바로잡아야겠다고 하고 얘기를 해 왔다. 장관님, 이번 인사로 장관님의 위상은 추락했습니다. 재임 기간 중 큰 오점을 남기셨다. 대통께 누를 끼쳤다. 할 말씀 해보시죠.
 (장관) 기무사는 시대상황이 변하고, 또 군이 미래를 향해 가는 데 중요역할하는 조직이다. 기무사가 개혁돼야 한다. 개혁에 맞는 사람을 발탁하는 건 당연한 거다. 저는, 정당한 절차에 의해 인사했고, 인사결과 합당한 사람 보임 시켰고 기무사를 발전시킬 거다. 그 어느때보다도 발전이 될 거다.

 

 (송 의원) 분명히 지금 후배들이 듣고 있습니다. 에, 마지막으로···,  말을 아끼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러나 송 의원의 발언에 대해 반론을 펴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종의 편견으로 일방적인 한쪽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 적절한 기회에 다뤄보겠다.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보고, 적절한가

 

 이번 파동의 발단은 기무사령관이 국방장관의 인사 절차와 방식에 대한 비판 보고를 청와대에 하는 게 과연 맞는 가 여부에 서 사실상 비롯됐다.

 

 당사자인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소장·육사 36기)은 “장관의 독단 등을 견제하는 것은 기무사의 고유 임무”라며 “과거 사령관들도 그렇게 (청와대 보고를) 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관진 국방장관은 군령·군정권을 행사는 입장에서 볼때 장 전 기무사령관의 행위를 사실상 ‘항명’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군 기강의 생명인 지휘계통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독대는 노무현 정부 때 ‘기무사령부는 국방장관을 보좌하는 직할 부대로 청와대 보고는 국방장관을 거쳐야 한다’는 명분으로 금지했다가 이명박 정부 때 부활했다.

 

 역대 기무사령관들도 엇갈린 발언을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기무사령관을 지낸 허평환 예비역 중장(육사 30기)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장관에게 문제가 있으면 (기무사가) 청와대에 보고해 바로 잡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무사가 1차적으로 군내 문제를 국방장관에게 보고하고 바로 잡도록 조언해야 하나 그것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통령 혹은 청와대에 직접 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대중 정부 때 기무사령관을 지낸 문두식 예비역 중장(육사 27기)은 “기무사령관은 국방장관의 부하이기 때문에 우선 장관을 보좌해야 한다”며 “장관을 견제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쿠데타 등을 우려해 군내 동향을 기무사로부터 직접 보고받았지만 지금은 국방장관 보좌가 기무사의 최우선 임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군 관계자들은 군사 쿠테타 같은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직보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직보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파급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도 과거보다는 덜하다고 해도 여전히 ‘무소불위’적인 기무사가 청와대까지 배경으로 갖게 되면 통제가 안 된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음성적 군동향보고 폐지될까

 

 국군기무사령부는 군내 광범위한 인적 정보망을 통해 수집해온 군내 동향보고 자료를 음성적으로 윗선에 보고하는 관행을 철폐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기무사에 대해 ‘동향보고 음성적 보고관행 철폐’ 등을 통해 본연의 임무를 재정립하는 등 고강도 개혁방안을 마련할 것을 재차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무사가 군사령부에서부터 말단 부대에까지 파견된 부대원들을 통해 군내 동향 정보를 수집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이를 지휘계통이 아닌 윗선에 직보해 온 관행을 철폐하라는 취지의 지시였다는 국방부의 설명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뜻에 따라 기무사는 조직이 커졌다 작아졌다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국방장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군 통수권자의 의지에 따라 기무사는 군내동향보고를 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장군들

 

 이번 중장·대장급 군 인사를 국방장관의 독단으로 단행했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진급자들을 자세히 뜯어보면 국방장관 계열, 청와대 안보실장 계열, 경호실장 계열, 국정원장 계열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고루 섞여 있다고 보는 게 맞아 보인다.

 

 핵심은 이들 인사들이 진급할만한 자격이 있느냐 여부이다. 기무사가 비판한 인사들 상당수는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 정권 수혜자 명부’라는 기무사의 살생부에 이름이 올려져 ‘변방’으로 내쫓겼다가 김관진 장관의 취임과 함께 ‘복권’됐다.(기무사는 ‘살생부’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군 내부에서는 MB 정권 기무사의 살생부에 따라 노무현 정권 당시 중요 직위자들이 정권이 바뀌면서 숙청당했다고 여기고 있다)

 

 또 고명현 준장(육사 37기)의 경우 8차 진급자이다. 이는 국정원장의 몫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외에 청와대 경호실장이나 안보실장이 챙겼다고 해석될 수 있는 인사들이 진급자에 포함돼 있다.(심지어 군내에서는 진실 여부를 떠나 해군 출신 합참의장이 최초로 탄행한 것에 대해서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해군 출신이어서 가능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김 실장은 해군 법무관 출신이다)

 

 인사라는 게 통상 그렇듯이 결과를 놓고 인맥을 연결시키면 모두 그럴듯한 해석이 가능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청와대와 국방부는 적어도 군 인사를 하는데 한배를 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이 군 인사를 비판한 것은 청와대를 같이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 김 국방장관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육사 생도 때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소위 ‘독일 육사’ 출신들을 챙기는 인사전횡을 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독일 유학파 장성들이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라는 군내 평가와 맞서는 부분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기무사의 ‘살생부’에 올랐던 김모 장군의 기무사령관설이 나돌자 위기의식을 느낀 기무사가 장경욱 전 사령관을 앞세워 ‘일’을 저질렀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육사 41기

 

 지난 25일 발표된 중장급 이하 장성 진급 인사에서도 진급 적기를 넘겨 진급한 군인이 30여명을 넘었다. 심지어 37기 8차 진급자까지 나왔다.(미군은 진급 적기를 심각하게 따지는 것 같지 않다. 미국 대통령을 지낸 아이젠하워 장군은 나이 47세가 될때까지 소령 생활만 16년을 하고 나중에 원수까지 됐다.‘먀셜 플랜’으로 유명한 미국의 조지 마셜 장군은 소위 임관 14년 뒤에야 소령 진급을 했고, 중위 계급장만 9년을 달았다)

 

 이에 대한 군내 반응은 엇갈린다. 능력이 있으면 기수에 관계없이 진급해야 한다는 측이 있는가 하면, 인사적체 현상을 낳아 군내 불만 요소로 작용한다는 반론이 그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진급 적기가 지나고도 진급이 이뤄지는 바람에 일선 부대에서 적기가 지난 인사들도 최대한 버텨보자는 풍조가 생겼다는 말도 있다”면서 “이 때문에 진급 적기에 든 군인들이 오히려 탈락하여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아뭏든 김관진 국방장관의 등장과 함께 진급에서 가장 피해를 많이 봤다고 생각하는 장교들이 있다. 바로 육사 41기생들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육사 41기 선두주자들이 ‘물’을 먹고 사단장 진출에 실패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사단장 진출 ‘0순위’로 꼽히던 국방부와 합참 작전본부 특정부서 근무 후보자들이 사단장에 나가지 못한 것이다. 연합사에서도 대거 진급 잔치가 벌어졌는 데 정작 유력했던 41기생은 탈락했다. 군 장교들의 인사문제 담당 부서인 기무사 2부장으로 있다가 전방부대 부사단장으로 발령난데 반발해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박모 부장도 41기생이다.

 

 41기생들은 이같은 인사의 배후에는 김관진 국방장관의 최측근인 Y모 장군 등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위에 있는 경기고 출신들을 꼽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경기고 출신 챙기기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 군내 경기고 출신 영관급 이상 장교들은 의외로 많다. 육사 입교생도 많았다는 얘기다. 이상희 전 국방장관과 김태영 전 국방장관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경기고 출신이다.)

 

 

■육사 37기

 

 전 기무사령관이 청와대 역린을 건드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육사 37기인데 그 동기들이 이번에 문제를 일으킬 소지 있으니 중책을 주지 말라고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식의 얘기다. 그 중심에는 수방사령관에서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1년만에 자리를 옮긴 3성 장군이 있다.

 

 

 장 전 기무사령관은 이 3성 장군의 수방사령관 시절 잦은 저녁 외출에 대해 경고를 하고, 이를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정황은 송영근 위원의 국방위 국감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마도 기무사는 이 3성 장군이 사적인 외출 후 누구를 만났는지도 다 체크했을 개연성이 크다.

 

 통상 수방사령관은 서울이 자신이 관할하는 위수지역이지만 사적인 용무로는 부대와 공관을 떠나지 않는 것이 상례다.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수방사령관 시절 사령관 공관을 '창살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가족들은 밖으로 마음대로 나다닐 수 있지만 정작 사령관인 자신은 공적인 외출 외에는 나갈 수 없는 처지를 빗댄 말이었다. 


 

 아뭏든 기무사가 경고까지 한 이후 상황에서 이 3성 장군의 37기생 동기인 이재수 장군이 신임 기무사령관으로 부임했다.

 

■차기 국방장관

 

 군 외부에서는 이번 기무사 파동을 놓고 배후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MB 정부에서 임명됐고, 현 정부에서 ‘지분’이 없다는 이유로 그를 교체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본인의 의지에 관계없이 차기 국방장관 후보로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한민구 전 합참의장, 남재준 장군의 측근인 예비역 장군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덩달아 청와대에 포진하고 있는 군 출신 인사들의 암투설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누가 밀었고, 누구는 누가 밀었고 등 하는 얘기들이 그것이다.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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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근 2013.11.05 1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군들이 저 지랄하니 똥별 소리를 듣지... 44배 세금 쓰면서 이북놈들에 져? 똥별들아. 떨어진 군화 밑창만 쳐 먹어도 아까운 밥통들...

■기무사에선 무슨 일이?(기무사령관은 왜 짤렸나)

 

 

 국군 기무사령부 사령관이 6개월만에 전격 교체되고 참모장 등 주요 간부도 경질되는 등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이뤄진 데 대해 뒷말이 여전히 무성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절친한 고교·육사 동기인 이재수 중장(육사37기)이 군 정보기관의 수장 자리인 기무사령관으로 오면서 장경욱 전임 사령관(육사36기)은 취임 6개월만에 이임식도 갖지 못하고 짐을 꾸려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장 전 사령관은 인사 제청이 이뤄질 때까지도 본인의 경질을 에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기무사령부 직원들은 장군 인사 발표날 사령관과 참모장이 직무대리 꼬리표를 떼면서 별 하나씩을 더 달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축하 꽃다발과 함께 다과회까지 준비했다가 모두가 황망해 했다고 합니다.

 

 장 전 사령은 후임 보직도 받지 못해 전역하게 됐습니다. 김선일 전 참모장(육사40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수 신임 사령관은 주말인 26일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참모장과 국방부 기무부대장 등 주요 간부 인사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기무사의 기존 주요 간부 대부분은 이제 전역하거나 한직인 야전사단 다른 부대로 옮기게 됩니다. 기무사 부장 중 한명은 사단 부사단장으로 전출되는데 대해 반발해 전역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장 전 사령관이 경질된 데는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와 인사에서 이견을 보인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대다수 언론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확대되는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과 관련해 기무사령부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인사 태풍’은 기무사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방첩 임무는 물론, 군내 정보를 수집하는 핵심 정보 기관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기무사를 다잡으면서 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해석도 등장했습니다. 기무사가 군 보안과 방첩(防諜) 관련 군내 정보를 수집하고, 내란·외환(外患)·반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나 지난 다음에 현 정부에서 임명한 기무사령관을 돌연 경질하고 간부들까지 대거 교체한 ‘인사 태풍’은 다분히 ‘꽤씸죄’ 성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무사령관이 취임 6개월 만에 이임식도 갖지 못하고 교체된 경우는 1993년 3월 서완수 기무사령관이 회의 중 전화로 교체를 통보받는 형태로 전격 경질된 뒤 처음이라고 합니다.

 

 장 전 사령관은 중·대장급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에 군내 여론 동향을 보고하면서 “지난 정권에 이뤄졌던 군인사의 난맥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의 코드와는 별로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측근들을 중용한다는 식으로 인사를 잘못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달해 장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장 전 사령관은 역풍을 맞고 군복을 벗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장 전 사령관이 경질되자 과거 ‘찌라시’에서 언급됐던 기무사와 국방부 기자단과의 간담회까지 도마에 올랐습니다. 장 전 사령관이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여성 비하적 발언을 했다느니, 구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느니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참석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찌라시의 내용은 상당부분이 부풀려지고 왜곡된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기무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추석 선물을 보낸 것이 방송 뉴스로 보도된 것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기무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는 것은 오랜 관례입니다. 다만 집으로 보내지 않고 국회로 보내 TV 카메라에 찍혔던 것이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 같습니다.

 

 군 인사에 정통한 인사는 위의 모든 것들이 기무사령관을 경질하는데 쪼잔한 일부분으로 작용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핵심적인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가장 핵심적인 경질 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알려지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국방부를 10년 이상 출입한 경험을 종합해 보면 기무사령관이 경질된 이유는 청와대와 군 수뇌부에 ‘지휘 부담’을 준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청와대가 기무사령관의 보고를 긍정적으로 접수하고, 이를 군 인사에 반영하려면 국방장관부터 시작해 상당수 실세 장군들을 숙청해야 합니다.

 

 청와대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기무사령관을 짤라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청와대는 기무사령관과 기무사령관이 비판한 군 수뇌부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후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기무사령관 경질을 놓고 “힘쎈 놈이 이기는 거죠”라고 한 군 관계자의 말이 와닫는 대목입니다.

 

 결국 기무사 지휘부가 적절치 못한 판단으로 청와대와 군 수뇌부에 지휘부담을 줬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기무사 지휘부 간부들에게 ‘공동 책임’을 물었다고 해석이 됩니다. 마침 '예정된 기무사령관' 이재수 장군의 존재도 장경욱 건 사령관의 경질에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예정보다 일찍 임명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재수 장군이 기무사령관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은 대부분이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물론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결정적인 문제가 드러나 경질됐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 역시 기무사 지휘부가 모두 물갈이된 것으로 봐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즉 청와대와 국방장관이 기무사 지휘부 모두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지요.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과 김선일 전 기무사 참모장은 두사람 다 ‘튀는’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조용히 업무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기무사 수뇌부 라인업을 짠 이재수 신임 사령관과 김대열 신임 참모장(육사40기)은 색깔이 분명한 편입니다.

 

 이 대목에서 신임 참모장으로 부임한 김대열 장군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대열 장군은 전임자인 김선일 준장과 경기고 동문인데다 육사 40기 동기생입니다. 김선일 준장이 재수해 육사를 들어가 고교는 1년 선배입니다.

 

 김대열 장군은 MB정권 초기에 청와대 근무를 하는 등 승승장구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김선일 준장이 기무사령부 참모장으로 치고 나오는 바람에 인사에서 ‘물’을 먹은 셈이 됐습니다. 그러다 이번 인사에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신임 사령관이 기무사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기무사에서 뼈가 굵은 신임 참모장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모장의 결재가 없다면 주요 보고 사안은 기무사령관에게 전달될 수도 없습니다.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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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1.04 1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퍼런 칼날을 휘두르시는건 간만이네요. 잘 보았습니다

  2. 흠.. 2014.12.13 1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었으나, '와닫는 대목'이 아니라 '와닿는 대목'이라고 쓰셔야 맞습니다. 기자 분이신 것 같은데, 기본적인 맞춤법이 아쉽네요.

 군이 합참의장을 포함한 군 수뇌부 인사에 이어 25일 중장급 이하 군 장성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이재수(55·육사37기) 중장(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육군 특전사령관으로 임명된 전인범(55·육사37기), 해군 참모차장으로 임명된 엄현성(해사35기) 소장,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임명된 김용현(54·육사38기) 소장>

 

사 37기 전성시대

 

 진급자만 110명에 이르는 이번 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동기인 육사 37기가 군내 핵심 요직에 포진된 것도 특징입니다.

 

 중장으로 진급한 전인범·엄기학·조보근 소장 등 3명이 육사 37기입니다. 연합사 부참모장에서 특전사령관으로 임명된 전인범 소장은 군내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꼽힙니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전임범 장군의 부인입니다. 전인범 중장은 또 군내 최다 훈·포장 수여 기록자인 것으로 기무사는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중 상당수가 미군이 수여한 것들입니다.

 

 엄기학 장군은 노크 귀순사건으로 견책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6개월이 지나 진급을 시켰다고 합니다. 또 작전 분야에서의 적임성도 인정받아 진급한 케이스입니다. 조보근 장군은 정보 분야 전문가로 국방정보본부장직을 맡게 됩니다.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이재수 중장도 37기입니다. 박지만 회장의 중앙고 동창이기도 한 이재수 장군은 지난 4월 상반기 인사 때 일찌감치 중장으로 진급해 육군 인사사령관직을 수행하다 불과 6개월 만에 기무사령관직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장경욱 현 기무사령관은 이번에 진급하지 못해 올해 말 전역할 예정입니다. 군 안팎에서는 이재수 중장이 지난 인사 때 진급하자마자 기무사령관으로 바로 보낼 경우 구설수에 오를 것을 우려해 무색무취한 장경욱 소장을 임시로 기무사령관 직무대리로 임명했다는 설이 파다했는 데 결과적으로 맞는 해석이 됐습니다.

 

 육사 37기는 300여 명이 임관했는데 이중 8명이 중장급 직위를 맡게 됐네요.

 

■ '8차' 장군 진급자 등장

 

 이번 인사에서 진급 적기를 놓친 17명이 발탁됐습니다다. 군에서 통상 3차 시기를 지나면 발탁 기회가 없어지는 데 올해는 육군에서만 4차 이상자가 17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늦깎이로 별을 달게 된 지각 진급자 가운데 최대 하일라이트는 ‘8차 진급자’인 고명현 대령입니다. 8차 진급자라 함은 장군 진급 대상자로서 8년만에 진급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육사 37기인 그는 무려 7년 후배와 같이 장군반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1차로 장군에 진급한 동기생 가운데서는 벌써 군문을 떠난 전역자까지 있는 판이니 그이 이례적인 진급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의 지각 진급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그를 국정원으로 불러 국방보좌관으로 근무시키다가 다시 별을 달아 육군으로 복귀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정원에 갔을 때도 화제였습니다. 국정원장 국방보좌관은 지금까지 준장 또는 소장이 임명돼 왔던 자리로 대령이 임명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다.

 

 국방부는 “준장 진급의 경우 통상 3차 진급까지만 가능하던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해 4차 이상 준장 진급자를 작년 대비 20%나 늘어난 31명으로 늘렸다”고 친절하게 배경 설명까지 하고 있네요.

 

■ 여전한 ‘영남 편식’과 홀대받은 '3사'

 

 이번 인사에서 육군 소장 진급자는 13명입니다. 이가운데 6명이 영남 출신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지역 편중’이라느니 ‘지역 차별’이라는 하는 얘기가 또 나올 것 같습니다.

 

 또 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한 3사 출신 가운데 사단장 진출자가 단 한명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출신별 안배로 3사 출신 사단장이 배출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 한·미연합사 출신의 대약진

 

 전인범 연합사 부참모장의 중장 진급을 포함해 이번 장군인사에서 한·미연합사령부가 7명의 진급자를 배출했습니다. 중장 진급이 1명, 소장 진급이 2명, 준장 진급이 4명 등 총 7명인거지요. 이같은 대량 진급 역시 과거 사례에서 찾기가 힘듭니다.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시기 연기, 미국의 MD 편입 여부 등을 놓고 예민한 한·미간 현안이 많아서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전략이나 작전과는 큰 연관이 없는 수송 병과 진급자 등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미간 군사적 논의 사항이 많아질 것을 대비한 인사라는 것이지요.

 

■ 그밖에

 

 교육사령관으로 임명된 김종배 장군(육사 36기)은 ‘양병 전문가’의 역량을 인정받아 중장으로 진급했습니다.

그는 원래 합참 작전본부 합작과장 출신으로 작전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참여정부에서 중책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이후 부사관학교장으로 부임했고, 그곳에서 군 교육 방식과 내용 등에서 그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합참차장에 작전 전문가인 김현집 중장(육사36기, 왼쪽 사진)이 임명됐습니다. 해군 출신인 최윤희 합참의장을 작전적 차원에서 보완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됩니다. 하나회 출신인 김현집 중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입니다. 그는 이런 이력으로 인해 진급 심사 때마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작전 분야에 정통한 그의 능력은 그런 애로사항을 항상 뛰어 넘었습니다.

 

 육사 37기인 신원식 중장이 군단장 보직인 수방사령관에서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눈에 띕니다. 군단장은 통상 18개월 이상 근무하는데, 군단장의 법적 임기가 없다하더라도 3성장군 1차 보직에서 2차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만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 지 곱씹어볼 대목같습니다.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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