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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기무사에선 무슨일이?(기무사령관은 왜 짤렸나)

■기무사에선 무슨 일이?(기무사령관은 왜 짤렸나)

 

 

 국군 기무사령부 사령관이 6개월만에 전격 교체되고 참모장 등 주요 간부도 경질되는 등 대대적인 인사이동이 이뤄진 데 대해 뒷말이 여전히 무성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절친한 고교·육사 동기인 이재수 중장(육사37기)이 군 정보기관의 수장 자리인 기무사령관으로 오면서 장경욱 전임 사령관(육사36기)은 취임 6개월만에 이임식도 갖지 못하고 짐을 꾸려 사무실을 떠났습니다.

 

 

 

 

 

 장 전 사령관은 인사 제청이 이뤄질 때까지도 본인의 경질을 에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기무사령부 직원들은 장군 인사 발표날 사령관과 참모장이 직무대리 꼬리표를 떼면서 별 하나씩을 더 달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축하 꽃다발과 함께 다과회까지 준비했다가 모두가 황망해 했다고 합니다.

 

 장 전 사령은 후임 보직도 받지 못해 전역하게 됐습니다. 김선일 전 참모장(육사40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재수 신임 사령관은 주말인 26일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참모장과 국방부 기무부대장 등 주요 간부 인사 조치도 단행했습니다. 기무사의 기존 주요 간부 대부분은 이제 전역하거나 한직인 야전사단 다른 부대로 옮기게 됩니다. 기무사 부장 중 한명은 사단 부사단장으로 전출되는데 대해 반발해 전역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장 전 사령관이 경질된 데는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와 인사에서 이견을 보인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대다수 언론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확대되는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과 관련해 기무사령부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설도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번 ‘인사 태풍’은 기무사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분석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방첩 임무는 물론, 군내 정보를 수집하는 핵심 정보 기관이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기무사를 다잡으면서 군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해석도 등장했습니다. 기무사가 군 보안과 방첩(防諜) 관련 군내 정보를 수집하고, 내란·외환(外患)·반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이나 지난 다음에 현 정부에서 임명한 기무사령관을 돌연 경질하고 간부들까지 대거 교체한 ‘인사 태풍’은 다분히 ‘꽤씸죄’ 성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무사령관이 취임 6개월 만에 이임식도 갖지 못하고 교체된 경우는 1993년 3월 서완수 기무사령관이 회의 중 전화로 교체를 통보받는 형태로 전격 경질된 뒤 처음이라고 합니다.

 

 장 전 사령관은 중·대장급 인사를 앞두고 청와대에 군내 여론 동향을 보고하면서 “지난 정권에 이뤄졌던 군인사의 난맥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의 코드와는 별로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에 대해서는 측근들을 중용한다는 식으로 인사를 잘못하고 있다는 내용도 전달해 장관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장 전 사령관은 역풍을 맞고 군복을 벗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장 전 사령관이 경질되자 과거 ‘찌라시’에서 언급됐던 기무사와 국방부 기자단과의 간담회까지 도마에 올랐습니다. 장 전 사령관이 기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여성 비하적 발언을 했다느니, 구태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느니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참석 기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찌라시의 내용은 상당부분이 부풀려지고 왜곡된 내용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기무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추석 선물을 보낸 것이 방송 뉴스로 보도된 것도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기무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보내는 것은 오랜 관례입니다. 다만 집으로 보내지 않고 국회로 보내 TV 카메라에 찍혔던 것이 비판의 빌미를 제공했던 것 같습니다.

 

 군 인사에 정통한 인사는 위의 모든 것들이 기무사령관을 경질하는데 쪼잔한 일부분으로 작용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핵심적인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가장 핵심적인 경질 사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알려지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국방부를 10년 이상 출입한 경험을 종합해 보면 기무사령관이 경질된 이유는 청와대와 군 수뇌부에 ‘지휘 부담’을 준 탓이 큰 것 같습니다. 청와대가 기무사령관의 보고를 긍정적으로 접수하고, 이를 군 인사에 반영하려면 국방장관부터 시작해 상당수 실세 장군들을 숙청해야 합니다.

 

 청와대가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기무사령관을 짤라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청와대는 기무사령관과 기무사령관이 비판한 군 수뇌부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후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기무사령관 경질을 놓고 “힘쎈 놈이 이기는 거죠”라고 한 군 관계자의 말이 와닫는 대목입니다.

 

 결국 기무사 지휘부가 적절치 못한 판단으로 청와대와 군 수뇌부에 지휘부담을 줬다는 이유로 청와대가 기무사 지휘부 간부들에게 ‘공동 책임’을 물었다고 해석이 됩니다. 마침 '예정된 기무사령관' 이재수 장군의 존재도 장경욱 건 사령관의 경질에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예정보다 일찍 임명되기는 했지만 어차피 이재수 장군이 기무사령관을 거칠 것이라는 예상은 대부분이 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물론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은 결정적인 문제가 드러나 경질됐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이 역시 기무사 지휘부가 모두 물갈이된 것으로 봐서는 그 가능성이 희박해 보입니다. 즉 청와대와 국방장관이 기무사 지휘부 모두의 책임을 물었기 때문이지요.

 

 장경욱 전 기무사령관과 김선일 전 기무사 참모장은 두사람 다 ‘튀는’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조용히 업무를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새롭게 기무사 수뇌부 라인업을 짠 이재수 신임 사령관과 김대열 신임 참모장(육사40기)은 색깔이 분명한 편입니다.

 

 이 대목에서 신임 참모장으로 부임한 김대열 장군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 대열 장군은 전임자인 김선일 준장과 경기고 동문인데다 육사 40기 동기생입니다. 김선일 준장이 재수해 육사를 들어가 고교는 1년 선배입니다.

 

 김대열 장군은 MB정권 초기에 청와대 근무를 하는 등 승승장구하다가 정권이 바뀌면서 김선일 준장이 기무사령부 참모장으로 치고 나오는 바람에 인사에서 ‘물’을 먹은 셈이 됐습니다. 그러다 이번 인사에서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신임 사령관이 기무사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기무사에서 뼈가 굵은 신임 참모장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모장의 결재가 없다면 주요 보고 사안은 기무사령관에게 전달될 수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