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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장군의 일편단심

<군 골프 시리즈 ①>

 

 

■장군들의 일편단심

 

 육·해·공군 참모총장과 참모차장 등 6인은 군 골프장이 폐장하는 추석 명절에도 계룡대 군 골프장의 잔디를 밟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명절에도 비상근무를 해야 하는 사정을 헤아려 이들에게만은 골프장이 폐장한 날에도 ‘나이스 샷’을 외칠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최 후보자의 골프 경력이 문제가 됐다. 야당 의원들은 최 후보자가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248회에 걸쳐 군 골프장을 찾았다고 지적했다. 일주일에 1회 넘게 골프장을 찾은 셈이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합참의장이 되면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사실 군의 골프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장군들은 더하다. 그러다보니 국정감사의 계절만 되면 국방부 국감장에서 군을 질타하는 단골 메뉴로 군 골프가 등장한다.

 

 국회 국방위원들은 군의 과도한 골프 사랑을 질타하지만 골프를 향한 ‘일편단심’은 변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마이동풍이다. 그러다 보니 군 골프를 비판하는 레파토리도 매년 대동소이하다.

 

■누가 치나

 

 군 골프장의 ‘단골 손님’은 ‘별’을 단 장군들이다. 군은 국방부 3곳, 육군 7곳, 해군 5곳, 공군 14곳을 비롯해 전국에서 군 골프장 29곳을 운영하고 있다. 총 320홀 규모다. 여기에다 새로 짓고 있는 골프장 3곳까지 합하면 곧 30곳이 넘을 예정이다.(참고로 전국에는 골프장이 410개 정도 있다)

 

 이용횟수를 보면 2011년과 2012년 육·해·공군 장군 450여 명이 2만2000번 넘게 군 골프장을 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명당 연평균 24.5회 정도니까 2주에 한 번씩 골프를 쳤다고 볼 수 있다.

 

 계급에 따라서는 대령이 연평균 16.9회, 중령이 9.9회, 소령이 4.1회 이용했다. 초급 간부급인 대위는 0.9회, 중위는 0.1회를 이용하는 등 계급이 낮은 군인은 거의 이용하지 못했다.

 

 군당국이 군 골프장은 이름 그대로 ‘체력 단련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논리라면 군의 체력단력도 장군 우선이라는 얘기가 된다. 일부에서는 군 골프장이 ‘별들의 사교장’이라고 비판한다.

 

 게다가 남북긴장 모드가 조성된다든지, 군내 사고가 잇따른다든지 하면 나오는 단골메뉴가 군의 골프 금지령이다. 군 골프장이 체력 단련장이라면 이런 금지령이 나올리 만무하다.

 

 군이 골프장을 체력증진을 위한 ‘체력단련장’이라면서 굳이 고수하는 이유는 각종 세금이 중과세되는 일반 골프장과는 다른 면세대접을 받는다는 점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면세 혜택으로 그린피 등이 싸 18홀 기준 정회원인 현역 군인과 예비역은 1만원대면 골프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군 체력단련장 운영통제 훈령’은 군인의 체력단련 및 건전한 여가 선용을 통해 전투력 향상을 제고하고 예비역의 복지증진을 도모하기 위해 골프장을 설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말이면 군 골프장 주차장에는 장군들의 관용차량이 즐비하다. 몇년전 국감때만해도 국방부나 합참 등에 근무하는 군 장성들이 관용차를 타고 골프장을 다니는 것에 대해 사적 용도로 이용한 것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광경을 보기가 힘들다. 군 골프장으로 향하는 관용차량 행렬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국회에서 요구하는 통계에는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군 간부들이 주말에도 ‘비상대기조’ 등 명목으로 관용차를 타고 골프장을 가기 때문에 관용차의 사적 용도로 집계되지 않는 것이다.

 

■군 골프장과 돈

 

 2014년 국방부 예산안 반영현황에 따르면, 2014년 국방부 군인복지기금 중 군 골프장(체력단련장) 관련 예산은 141억을 요구해 136억이 반영되어 96% 반영률로 대부분 반영되었다. 반면, 병사 선호도가 높은 풋살경기장 확대 설치를 위한 예산은 268억을 요구하였으나 140억원만 반영되어 52%의 반영률을 보였다.

 

 국방부는 현재 군인복지기금 290억원을 들여 오산에 골프장을 신설하는 것을 비롯해 처인, 39사단, 특전사 등 3곳에도 LH의 기부대양여방식으로 골프장을 새롭게 건설 중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4곳의 사업비 총액은 2,290억원이다.

 

 민주당 김광진의원은 “현재 진행 중인 군골프장 건설비용으로 병사들의 풋살경기장 1,526개를 건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체력단련이라는 취지와 무관한 군 골프장의 고가 승용식 카트구입보다는 병사들의 선호도가 높은 풋살경기장 확대 설치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국방부가 전국 29개 군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승용식 전동카트 구입비용으로 157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은 전국 29개 골프장에서 157억원을 들여 전동카트 1579개를 구입했다는 것이다.

 

 서울 태릉 군 골프장이 구입한 승용식 전동카트는 한 대당 가격이 1400만 원이었고, 최고가는 2008년 구입한 동여주클럽의 5인승 전동카(일본산 야마하로)로 1694만원을 들여 구입했다. 국방부는 전동카트 구입비용으로 평균 1000만원을 사용했다. 국방부는 이 전동카트를 관리하는 비용도 매년 4억6000만원을 지출했다. 또 잔디와 클럽하우스 관리 등 골프장의 시설유지 및 개선을 위한 군인복지기금으로 매년 평균 350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는 누가 메꾸나

 

 군 골프장(체력단련장)은 적자난에 허덕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펴낸 ‘2012회계연도 재정사업 성과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적자를 기록한 군 골프장은 모두 14곳으로 누적 순손실은 20억3700만원이다.

 특히 14곳 중 12곳이 공군 골프장으로 4년간 누적 순손실은 15억88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 골프장 경영난에 대해 국방부는 시설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경영상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장성이나 영관장교만 군 골프장 사장으로 임용하는 제도를 고쳐 전문 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골프장 경영성과는 군인복지기금 재원확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적자를 기록하는 골프장 수가 증가하고 있고 전체 골프장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문호 개방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국방부는 각군 복지시설과 체육시설 통합 운영.관리를 위해 지난 2010년 1월 ‘국군복지단’이 만들었다. 하지만 골프장 29곳 중 26곳, 휴양시설 13곳 중 7곳은 여전히 육·해·공군이 따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예산정책처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사실상 위법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설 통합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이유는 각 군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실제 각 군은 시설 운영 수익을 별도로 보유하고 여유자금 운용 수익금 역시 지분에 따라 각각 배분받고 있다.

 

 한편 영남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구지역의 경우 군부대 골프장을 이용한 민간인이 현역 군인의 3배 가까이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사설 골프장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2011~2012년 2년간 대구시 수성구 무열대 체력단련장(육군)에서 골프를 친 이용자는 총 10만2165명이었다. 이 중 예비역과 민간인이 8만418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78.7%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현역 군인은 2만1747명으로 21.2%에 불과했다.

 

 공군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K2 체력단련장의 골프장 이용현황을 살펴보면, 같은 기간 골프장을 이용한 민간인은 6만5449명으로 전체(9만5767명)의 68.3%에 달했다. 현역 군인은 3만318명으로 31.6%였다.

 

 지난 2년간 무열대와 K2 체력단련장에서 골프를 친 군인은 5만여명인 데 반해, 민간인은 이보다 2.8배 많은 14만5867명에 달했다. 현역은 주로 주말에 군 골프장을 찾고, 주중에는 민간인이 많이 찾은 것이다. 이때문에 군 골프장의 적자를 민간인이 메워주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