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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별들의 잔치' 속살 보기(군 인사 관전평)

 군이 합참의장을 포함한 군 수뇌부 인사에 이어 25일 중장급 이하 군 장성 인사가 단행됐습니다.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이재수(55·육사37기) 중장(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육군 특전사령관으로 임명된 전인범(55·육사37기), 해군 참모차장으로 임명된 엄현성(해사35기) 소장,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으로 임명된 김용현(54·육사38기) 소장>

 

사 37기 전성시대

 

 진급자만 110명에 이르는 이번 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 회장과 동기인 육사 37기가 군내 핵심 요직에 포진된 것도 특징입니다.

 

 중장으로 진급한 전인범·엄기학·조보근 소장 등 3명이 육사 37기입니다. 연합사 부참모장에서 특전사령관으로 임명된 전인범 소장은 군내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으로 꼽힙니다.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전임범 장군의 부인입니다. 전인범 중장은 또 군내 최다 훈·포장 수여 기록자인 것으로 기무사는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중 상당수가 미군이 수여한 것들입니다.

 

 엄기학 장군은 노크 귀순사건으로 견책유예 처분을 받았는데 6개월이 지나 진급을 시켰다고 합니다. 또 작전 분야에서의 적임성도 인정받아 진급한 케이스입니다. 조보근 장군은 정보 분야 전문가로 국방정보본부장직을 맡게 됩니다.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이재수 중장도 37기입니다. 박지만 회장의 중앙고 동창이기도 한 이재수 장군은 지난 4월 상반기 인사 때 일찌감치 중장으로 진급해 육군 인사사령관직을 수행하다 불과 6개월 만에 기무사령관직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장경욱 현 기무사령관은 이번에 진급하지 못해 올해 말 전역할 예정입니다. 군 안팎에서는 이재수 중장이 지난 인사 때 진급하자마자 기무사령관으로 바로 보낼 경우 구설수에 오를 것을 우려해 무색무취한 장경욱 소장을 임시로 기무사령관 직무대리로 임명했다는 설이 파다했는 데 결과적으로 맞는 해석이 됐습니다.

 

 육사 37기는 300여 명이 임관했는데 이중 8명이 중장급 직위를 맡게 됐네요.

 

■ '8차' 장군 진급자 등장

 

 이번 인사에서 진급 적기를 놓친 17명이 발탁됐습니다다. 군에서 통상 3차 시기를 지나면 발탁 기회가 없어지는 데 올해는 육군에서만 4차 이상자가 17명으로 늘었다고 합니다.

 

 늦깎이로 별을 달게 된 지각 진급자 가운데 최대 하일라이트는 ‘8차 진급자’인 고명현 대령입니다. 8차 진급자라 함은 장군 진급 대상자로서 8년만에 진급을 했다는 얘기입니다.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육사 37기인 그는 무려 7년 후배와 같이 장군반 교육을 받게 됐습니다. 1차로 장군에 진급한 동기생 가운데서는 벌써 군문을 떠난 전역자까지 있는 판이니 그이 이례적인 진급에 대해 여러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의 지각 진급이 더 눈에 띄는 이유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그를 국정원으로 불러 국방보좌관으로 근무시키다가 다시 별을 달아 육군으로 복귀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는 국정원에 갔을 때도 화제였습니다. 국정원장 국방보좌관은 지금까지 준장 또는 소장이 임명돼 왔던 자리로 대령이 임명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다.

 

 국방부는 “준장 진급의 경우 통상 3차 진급까지만 가능하던 관행에서 탈피하기 위해 4차 이상 준장 진급자를 작년 대비 20%나 늘어난 31명으로 늘렸다”고 친절하게 배경 설명까지 하고 있네요.

 

■ 여전한 ‘영남 편식’과 홀대받은 '3사'

 

 이번 인사에서 육군 소장 진급자는 13명입니다. 이가운데 6명이 영남 출신으로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지역 편중’이라느니 ‘지역 차별’이라는 하는 얘기가 또 나올 것 같습니다.

 

 또 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한 3사 출신 가운데 사단장 진출자가 단 한명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출신별 안배로 3사 출신 사단장이 배출되는 게 관례였는데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 한·미연합사 출신의 대약진

 

 전인범 연합사 부참모장의 중장 진급을 포함해 이번 장군인사에서 한·미연합사령부가 7명의 진급자를 배출했습니다. 중장 진급이 1명, 소장 진급이 2명, 준장 진급이 4명 등 총 7명인거지요. 이같은 대량 진급 역시 과거 사례에서 찾기가 힘듭니다.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시기 연기, 미국의 MD 편입 여부 등을 놓고 예민한 한·미간 현안이 많아서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합니다. 전략이나 작전과는 큰 연관이 없는 수송 병과 진급자 등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미간 군사적 논의 사항이 많아질 것을 대비한 인사라는 것이지요.

 

■ 그밖에

 

 교육사령관으로 임명된 김종배 장군(육사 36기)은 ‘양병 전문가’의 역량을 인정받아 중장으로 진급했습니다.

그는 원래 합참 작전본부 합작과장 출신으로 작전 전문가입니다. 그러나 MB 정권이 들어서면서 참여정부에서 중책을 수행했다는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습니다. 이후 부사관학교장으로 부임했고, 그곳에서 군 교육 방식과 내용 등에서 그 수준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합참차장에 작전 전문가인 김현집 중장(육사36기, 왼쪽 사진)이 임명됐습니다. 해군 출신인 최윤희 합참의장을 작전적 차원에서 보완하기 위한 인사로 해석됩니다. 하나회 출신인 김현집 중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입니다. 그는 이런 이력으로 인해 진급 심사 때마다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작전 분야에 정통한 그의 능력은 그런 애로사항을 항상 뛰어 넘었습니다.

 

 육사 37기인 신원식 중장이 군단장 보직인 수방사령관에서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눈에 띕니다. 군단장은 통상 18개월 이상 근무하는데, 군단장의 법적 임기가 없다하더라도 3성장군 1차 보직에서 2차 보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데 만 1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뭐가 그리 급했는 지 곱씹어볼 대목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