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12년 전 일이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 국방위원회 요청으로 국방부 국회연락단 철수를 요구했다. 국회 본청에 마련돼 있던 국방부 연락단 ‘방을 빼라’는 얘기였다. 국방부 국회연락단은 국방부와 국방위의 협조 연락 창구라는 이유로 1963년 이후 45년간 유지돼 오던 터였다. 결국 대령급 단장을 비롯한 군 장교 6명의 사무실 출입이 봉쇄됐다.
당시 국방위는 국회연락단 철수 요구 배경으로 국방장관의 국정감사 답변 내용 및 태도와 국방 현안에 대한 국방부의 무성의를 내세웠다. 또 국방부 국회연락단 자체가 ‘그 어떤 법적 근거가 없는 편제기구’라는 점을 들었다. 한마디로 국방부 국회연락단 자체가 ‘유령 조직’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국회연락단 폐쇄는 당시 국방위 차원에서 요구한 국회연락단장 A대령의 장군 진급을 국방장관이 거부한 데 따른 후폭풍이었다는 것을 알 만한 군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
1년 후 국방장관이 바뀌자 반전이 이뤄졌다. 국회 국방위는 ‘국방부 국회연락단’ 부활을 국방부에 요구했다. 새 장관이 온 만큼 과거를 잊고 국회와 국방부의 가교 역할을 잘하도록 하자는 게 취지였다.과거 국회연락단장은 사실상 국방위원들의 ‘심부름꾼’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회연락단 장교들은 군 골프장 정회원 대우를 받지만 공식 부킹이 쉽지 않은 국방위원이나 보좌관들의 군 골프장 예약까지 국방장관실에 연락해 대신해주기도 했다. 국회연락단장은 소위 ‘잘 나가는’ 대령들이 기피하는 자리였다. 그러다보니 장군 진급이 어려운 환경의 간부들이 국방위원들의 로비로 별을 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국방위원 모시기’에 최선을 다하는 직위로 인식됐다. 국회연락단장으로 임명된 이유도 국방위원장의 고교 후배여서, 기무사(현 안보지원사)에서 퇴출됐지만 로비력이 뛰어나서, 능력이 뛰어난 아까운 인재여서 마지막 기회를 주기 위해서 등 각양각색이었다.
이후 국방부 국회연락단은 국회협력단이란 이름으로 다시 국회 본청에 자리 잡았다. 협력단장의 계급은 대령급에서 장군으로 높아졌다. 문제의 A대령도 나중에 준장으로 진급했다. 군 내부에서는 국회 국방위의 ‘국방부 길들이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회협력단을 바라보는 군내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군 정기 인사가 끝날 때면 누구누구가 진급한 데는 특정 국방위원의 ‘입김’이 있었다는 뒷말이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협력단은 국방장관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는 창구라는 비판도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과거 국회 국방위가 지적했듯이 국회협력단은 지금도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 조직’이라는 점이다. 군에는 국방부와 육해공군 각 군에 다른 행정부처럼 국회담당이 각 1명씩 있을 뿐이다. 당연히 ‘국회협력단장’이라는 직위도 공식적으로 없는 자리다. 입법기관이 법을 지키지 않으면서 ‘유령 조직’을 통해 업무 협조를 한다는 사실에 기가 찰 노릇이다. 국회협력단이 꼭 필요하다면 법으로 설립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 단장 계급도 장군이어서는 안 된다. 대령 계급으로도 그 역할을 하기에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국방개혁으로 내세운 장군 숫자 줄이기는 ‘눈 가리고 아웅’이다.
국회협력단과 함께 국방장관 정책보좌관들의 역할도 논란거리다. 국방정책이 정권 철학에 맞도록 제어하고, 국회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정무적 역할이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당 의원이 민감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양해를 구하는 소위 ‘마사지’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치권 민원을 국방장관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정치권과 군부가 유령 조직인 국회협력단이나 정치권 출신 정책보좌관들을 통해 ‘악어-악어새’와 같은 공생 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사이 정치군인의 토양은 커진다. 검찰이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한 추미애 법무장관 아들 문제를 군 간부들이 ‘국회협력단과 정책보좌관’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면서 여전히 의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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