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 추진과 맞물려 전국 지자체들이 육군사관학교 유치를 위한 물밑 경쟁에 나섰다. 육사 유치 경쟁에는 충남 논산시, 강원 화천군, 경북 상주시 등이 뛰어들었다. 동두천·연천 등 경기 북부 지자체와 전북 장수군도 유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육사 이전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육사도 결국 이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가운데 육사는 유일하게 서울에 남아 있다. 공사는 청주, 해사는 진해에 있다.


군 내부 기류는 부정적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육사는 국군 역사와 호국정신이 깃든 곳”이라며 “차라리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기는 게 지방을 살리는 길”이라는 반응까지 보였다. 게다가 육사 바로 옆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육사의 녹지와 체육시설을 개방하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시달릴 것이 뻔하다.


정부는 정권 초기에 택지 개발 차원이 아니라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합을 위한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육사 이전 후보지를 살펴본 적이 있다. 이는 육사뿐만 아니라 해사와 공사 이전까지 아우르는 3군 통합사관학교 후보지로, 새만금 일대가 거론됐다. 이곳에 3군 통합사관학교를 세울 경우 공군사관학교를 위한 활주로와 해군사관학교를 위한 항구 건설도 가능하다는 게 이유였다.


육해공군 통합사관학교, 가칭 국군사관학교가 사람들 입길에 오르내린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미래전에 대비하고 육해공군의 통합 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개혁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꾸준히 제기됐다.


국방부는 2009년 3월 ‘사관학교 교육운영 개선 TF’를 구성해 사관학교 교육과정의 합동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따로 놀던 육해공 3군의 통합성을 제고하기 위한 해법으로 사관학교 교육 통합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각 군의 미온적 입장과 조직이기주의에 눌려 흐지부지됐다.


하지만 지금의 사관학교 교육이 폐쇄적인 군 특성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21세기 다변화된 전장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육군은 보병, 해군은 함정, 공군은 조종 병과가 진급과 서열에서 중심이 돼야 한다는 뿌리 깊은 인식에도 변함이 없다. 그 결과 육해공군 간 상호 합동 작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군 상부지휘구조 개편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군 작전지휘구조 개편은 ‘합참의장(합동군사령관 기능)-3군 참모총장’으로 개편하고 육해공군 합동성을 강화해 군의 신속한 대응력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이 개편안은 “군 안팎의 기득권을 확대하려는 육군 주도로 통합군제를 도입하려는 꼼수”라고 규정한 해군과 공군 예비역 장성들과 “참모총장의 효과적인 지휘가 어렵고 한·미 연합작전이 혼란에 빠진다”는 일부 육군 예비역 장성들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상부지휘구조 개편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그 논리는 해석하기에 따라 모두 일응 타당했지만, 결국은 각 군이 서로 특성과 작전을 이해하는 ‘합동성 마인드’를 공유하지 못했다. 지금도 육해공군 지휘부 사이에서 합동성 강화 방안에 대한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통합사관학교 계획이 무산되자 국방부가 내놓은 게 1학년 생도들의 순환교육이었고, 지금은 2~3주간 생도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합동성 강화 차원으로 포장했을 뿐, 사실 합동성을 높이는 것과는 별 관계없는 생도들 간의 친목 강화 조치에 불과하다. 일본 방위대학의 경우 군사전략이나 전사 등 핵심 공통과목에 대해 2년간 통합교육을 한 뒤 고학년이 되면 육해공군의 특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해 나머지 과정을 이수한 후 초급장교로 임관하는 시스템이다.


통합사관학교는 현재 사관학교 교육의 폐쇄성을 깨고, 학문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 절실하다. 사관학교 교수진은 거의 대부분이 군 출신으로 민간 전문가를 찾기 힘들다. 생도들이 군사학 분야를 제외한 국제관계·경제학 등 주요 학문에서 민간 수준의 전문성을 쌓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군사학 분야에서조차 3군 전체를 아우르는 교육을 받기 어렵고 전략가를 키우기 힘든 구조다. 박사학위 보유자까지 일반 대학 교수진에 견줘 상당히 떨어지는 수준이다.


초급장교 교육과정에 소요되는 인력과 시설, 비용의 중복 투자를 없애기 위한 국방개혁 차원에서도 통합사관학교는 필요하다. 생도 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의 사관학교 교육시스템은 비효율적이다. 육사는 생도 1200여명, 교수진 150여명이다. 해사는 생도 680명, 교수진 100여명이고, 공사는 생도 750여명, 교수진 110여명이다. 전문가들은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해 운용하면 교육자원 집중으로 현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교육이 가능하다고 진단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운영유지비가 들어가는데도 장기 복무 자원을 배출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 등으로 국방개혁 차원에서 폐교 위기까지 갔던 간호사관학교도 3군 사관학교에 더해 통합 대상으로 포함시킬 만하다. 3군 사관학교가 통합한 국군사관학교 교장이 꼭 군인일 필요도 없다.


통합사관학교가 되면 관리 주체를 군에서 정부로 바꿔 국가 핵심 인재를 유치하는 등 위상을 높이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사관생도들을 안보·외교·행정의 국가 인재로 키우자는 것이다. 군에 남길 원하는 인재는 장교로, 사회에 진출하고자 할 경우에는 5년 의무복무 이후 사회 각계에서 두루 활약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자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5년 군 복무 후 사회에 진출한 미 육사 출신이다. 각 군의 의견을 듣고, 공청회라도 열어 한 발짝씩 발걸음을 뗐으면 싶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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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ngshik 2020.08.16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합사관학교는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하다

  2. ynkshik 2020.08.16 13: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합사관학교는 자칫 3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하나의 동기생으로 뭉칠 수있고
    그래서 태국이나 인니 사례를 참고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