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강한 군대는 훌륭한 장교들이 만든다. 훌륭한 장교는 유능한 전문직업군인이다. 훌륭한 장교단은 올바르게 정립된 민군관계에서 나온다. 고급장교들이 인사철만 되면 여기저기 민간 권력기관을 기웃거리거나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실력자를 찾는 군대라면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 반대 논리도 성립된다. 권력기관이나 실력자들이 국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양성한 고급장교들로 하여금 권력 주변을 기웃거리게 만든다면 그 군대 역시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우리 군은 오랜 세월 동안 사조직과 연줄, 파벌 등으로 인한 폐해를 겪어 왔다. 김영삼 정부 이후 사조직이 공식적으로 정리됐다고 했으나, 그 이후에도 군 인사에서 이런저런 연줄과 파벌은 작동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군 최고책임자는 진급을 사적관계 보상으로 이용했다는 내부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노무현 군부’의 색깔을 뺀다며 전 정권 때 잘나갔던 장성 상당수를 1차 진급에서 탈락시킨 후 한직으로 밀어냈다. 군내에서는 ‘전 정권 군부 수혜자 명부’, 소위 ‘살생부’가 나돌아다닌다는 소문까지 돌았고, 육본 인사참모부장(소장)의 사표 제출 파동까지 일어나는 등 내홍으로 시끄러웠다. 과거 정권에서 잘나갔던 고급장교들의 빈자리는 당시 군 최고실력자의 측근들로 채워졌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상황은 역전됐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관 등으로 청와대에 파견근무를 했던 고급장교들은 진급 ‘0순위’였다. 대신 과거 정권에서 잘나갔던 인사들은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역차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이라이트’는 박찬주 현역 육군대장의 구속이었다. 본래 박 대장에 대한 수사의 본질은 공관병 갑질 의혹이었다. 국방부는 박 대장의 전역지원서도 받아들이지 않고 법령에도 없는 임시 보직인 ‘육군인사사령부 정책연수’를 명령했다. 이후 수사는 별건으로 이어졌고, 갑질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어 수갑을 찬 그의 모습이 일반에 공개됐다. 현역 육군대장이 수갑을 찬 모습을 지켜본 고급장교들은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대법원은 박 전 대장 사건 상고심에서 뇌물 혐의는 무죄로 보고, 부하 중령에게 보직 청탁을 받고 들어준 혐의만 김영란법 위반으로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수사의 단초였던 직권남용에 대해서는 부인의 ‘갑질 혐의’와는 별개로 박 전 대장에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현역 육군대장의 자진전역까지 막고 수갑을 채웠던 박 전 대장에 대한 수사는 결과적으로 ‘망신주기’였다는 비판이 군 안팎에서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현역 신분의 대장을 포승줄에 묶어 대중 앞에 세운 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신모 대장 사건’의 재연이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방부 검찰단은 업무상 횡령과 뇌물수수 혐의로 신모 육군대장을 구속 기소하고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그 역시 수갑을 찬 채로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공개됐다. 그러나 결과는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고 벌금형에 그쳐 석방됐다. 그는 법정 최종진술에서 “금전적인 문제만큼은 부대와 부하를 위해 사용했다고 생각했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기꺼이 책임지겠다”며 “38년 동안 쌓아온 명예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비통하다”고 말했다. 당시까지는 군내에서 부대 지휘관이 부대 운영비 일부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게 오랜 관행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구속 수사는 다른 군 장성들을 겁주기 위한 ‘표적 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잣대를 들이댈 경우 혐의를 피할 수 있는 부대 지휘관은 거의 찾기 힘든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국방부 수석검찰관은 최강욱 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이다.


노무현 정부 때나 문재인 정부 때나 수갑을 찬 현역 대장이 포승줄에 묶인 모습이 공개되자 일선 지휘관들은 권력에 찍힐까 봐 ‘말 조심’ ‘행동 조심’에 나섰다. 정부의 거리낌 없는 장군 인사에 ‘토’를 다는 장군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30대 초반의 청와대 행정관과 50대 후반의 육군참모총장이 커피숍에서 만나 군 인사 관련 사항을 논의한 사실이 드러나도 군인들은 뒤에서나 수군거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또 하나의 특징은 청와대나 총리실에 근무하는 장성들의 ‘별 인플레이션’ 현상이다.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청와대 경호실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예비역 중장이다. 안보실 1차장은 과거 정부에서는 주로 국정원이나 외교부 출신이 맡았던 자리였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예비역 준장이 맡았던 직위다. 총리실 대테러센터장은 김혁수 육군중장이다. 전임자는 예비역 준장이었다. 두 자리 모두 ‘별 하나’ 자리에서 ‘별 셋’ 자리로 껑충 뛰었다.


현 국가안보실 국방개혁비서관은 김현종 육군중장이다. 청와대는 육군소장이던 그를 중장으로 진급시켜 계속 근무하게 하고 있다. 국방개혁비서관 계급을 ‘별 둘’에서 ‘별 셋’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과거 대통령 국방비서관 직제 때는 주로 ‘준장’이 임명됐던 직위다. 과거 정부에서는 ‘별 하나’인 준장 자리였던 국가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별 둘’인 소장 자리로 높였다.


군 안팎에서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장군들의 계급이 역할에 견줘 너무 높다는 여론이 주류다. 청와대에 근무하는 전·현직 장군들이 계급에 걸맞은 역할을 찾으려다 ‘월권’할 우려도 크다. 


지난해 북한 목선의 삼척항 정박 사건 때 빚어진 문제점이 대표적이다. 청와대 장군들은 ‘별 숫자’로 업무를 보는 곳이 아니다. 군내 상황의 종합·정리·보고가 주업무다. 설마 청와대가 ‘폼’ 재려고 ‘별 인플레이션’을 한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현 정부 청와대의 군 인사에 대한 인식은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적어도 삭막하고 외로운 전방고지와 망망대해, 순간이 생명을 가르는 하늘에서 청춘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장교들에게는 그렇게 비치고 있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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