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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이야기

휴가중이던 23사단장은 왜 징계대상이 됐나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지난 3일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관련한 합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여전히 핵심 의혹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군 내부에서는 관련자들의 징계도 끼워맞추기식으로 진행돼 ‘엿장수 맘대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승복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북한 소형목선 상황과 관련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합참의장,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을 예하부대 경계작전태세 감독의 소홀함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엄중 경고조치했다. 또 평시 해안경계태세 유지의 과실이 식별됐다며 육군 8군단장을 보직해임했다. 육군 23사단장과 해군 제1함대사령관에 대해서는 통합방위태세 유지에 과오가 밝혀졌다며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앞서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지난달 17일 군의 경계작전은 관련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시행되었으므로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되었다’고 밝혔다. 해상이나 해안선 작전단계에서 목선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메뉴얼 등 시스템 문제로 추후 보완할 요소가 있지만, 인사 문책까지 할만큼 책임질 부분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군이 경계에 실패했다’고 질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이 꾸려져 그동안 관행이었던 시스템 문제까지 해당부대 지휘관들이 책임지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한 책임 있는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나갔다.


■휴가중 ‘날벼락’ 맞은 사단장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장은 휴가 중이었고 행정부사단장이 직무대리를 수행 중이었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23사단장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사건 발생 당시 23사단 당직근무자는 행정부사단장에 대한 보고를 누락하고 대량문자전송서비스 및 고속상황 전파체계로 예하부대에 전파하지 않아 상황 판단을 안일하게 한 것이 드러났지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평상시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했어야 할 23사단장에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당직근무자의 실수를 문책하지 않은 것은 군의 사기를 고려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징계의 잣대가 명확하지 않은 것임을 국방부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국방부는 박한기 합참의장에게 해경의 전파를 ‘늑장 보고’한 군 실무자들에 대해서도 ‘기관 간 규정이 상이하다’는 이유로 문책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마치 23사단장이 전투준비태세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징계하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통합방위태세 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강원도 동부지역 통합방위 책임자는 8군단장이다. 동해안에서 대북 상황이 발생하면 통합방위 사령관인 8군단장이 해군과 해경을 통합지휘하는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도 마련돼 있다. 통합방위지침 제13조(군과 해양경찰 간의 지휘 및 협조체계)에 따라 대북 상황 발생시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육군 23사단은 8군단 지시를 받는 부대다. 육군 23사단과 해군 1함대, 동해 해양경찰청도 지역 통합방위작전 매뉴얼을 숙달하기 위해 매년 화랑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동해 해경은 상황전파 대외기관으로 1함대만 지정하고 지역책임부대인 8군단과 23사단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정부 합동조사에서 확인됐다. 이는 그동안 민관군 통합방위훈련인 화랑훈련이 동해 바다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해군과 해경 사이의 공조체계를 중심으로 실시돼 왔던 데 따른 것이다. 육군 부대인 23사단과 해경 사이에는 직통 라인이 개설되지 않았던 사실은 이번에 조사됐다.


게다가 군은 유선과 C4I 위주로 상황을 전파하고 FAX는 일반자료와 문서를 받는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반면, 해경은 FAX로 신속한 상황전파를 하게 돼 있는 등 정부 유관 기간 사이에 서로 관련 규정이 달랐던 사실도 정부 합동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23사단 당직근무자는 북한 목선이 지난달 15일 오전 6시20분에 삼척항에 접안한 지 55분이 지난 오전 7시 15분에 해군 1함대사령부로부터 최초 상황을 접수했다. 이후 23사단 당직근무자는 오전 7시 22분에야 해안대대에 관련 상황을 유선으로 전파했다. 이마저도 해안 소초까지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아 소초 초동조치부대는 오전 7시 25분에 상황을 접수받고 07시 35분에 소초를 출발하여 3.5㎞ 떨어진 현장에는 오전 7시 45분에 도착했다. 그때는 이미 북한 소형목선이 해경에 의해 예인되고 난 뒤 10분이나 지난 후였다.


이런 제반 사항 등을 감안했을 때 국방부는 23사단장의 경우 화랑훈련 등을 통해 통합방위체제를 유지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데 실패했다고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 평소 통합방위체계 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해 동해해경으로부터 최초상황 및 북한 소형목선 예인상황이 사단에 통보되지 않는 등, 상황공유 및 협조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또 상황 발생 후 부대 내부적으로 신속한 전파가 이뤄지지 않은 책임도 지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합방위체제 유지의 과오를 묻는다면, 이번 사건의 책임을 현 23사단장에게만 묻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이런 잣대라면 과거 23사단을 거쳐간 지휘관들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합동조사단은 애초에 해경의 상황전파 대외기관에서 23사단을 뺀 메뉴얼이 작성된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기존 상황전파 메뉴얼의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23사단장에게 지운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뒤늦게 상황전파 지연 문제와 관련해 ‘긴급상황보고 목록 보완’, ‘군-해경 간 지휘협조체계 강화’, ‘유관기관 간 지휘관 회의 및 실무협의체 정례화’, ‘유관기관 간 다중전파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또 통합방위지침(제13조)을 개정해 각 군과 해경·경찰 상호간 상황전파 및 정보공유 조항을 신설하기로 했다.


2019넌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 회의 모습. 국방부


■국방부의 ‘유체이탈’


이번 북한 소형 목선 사건에 대한 징계 대상에서 국방부 고위층들은 비껴 나갔다. 이들은 국민들의 불신을 불러 일으키며 문제를 확산시킨 거짓 언론 브리핑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였다. 이번 사건은 국방부가 북한 어선이 표류했고, 발견 위치도 삼척항 방파제가 아닌 인근이라고 발표하는 바람에 허위 브리핑 논란이 일면서 문제가 커졌기 때문이었다.


이진형 국방부 정책기획관(육사 44기)은 지난달 26일 실시한 ‘북한 목선 사건’ 합동조사 브리핑에서 북한 어선의 발견 위치를 삼척항 인근이라고 한 경위에 대해 “통상적으로 저희가 북한 상황이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군사보안 때문에 그 지점을 명확하게 적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오해했을 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인근’이란 표현 등으로 ‘허위보고·은폐’ 의혹을 야기한 국방부 보도문안 작성에 관련한 간부 중 핵심 인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국방 현안을 청와대와 조율하는 것도 국방부 정책기획관 역할이다.


현역 육군 소장인 이 기획관은 육군 6사단장을 지냈다. 그는 2017년 9월 강원도 철원 6사단 사격장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길에서 부대로 복귀하던 이모 일병(22)이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부대장이었다. 당시 사고는 군 장성 인사가 늦춰지면서 군 지휘관들이 청와대와 국방부만 바라봐 야전부대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비판이 나오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6사단 사격장 사망 사고는 어이없는 인재였다. 부대 관리 부실로 사격장 사로는 표적이 고장났고, 출입통제 초소는 폭우로 떠내려갔는데 복구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통제 요원조차 사격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이 일병을 포함한 일행들을 위험지역으로 통행토록 한 사실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군 당국은 이진형 6사단장에 대해 부대지휘 및 관리감독 소홀 등의 책임을 묻고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으나, 나중 그에 대한 징계는 심의후 유예되는 등 흐지부지됐다. 이후 이 소장은 부대관리 부실로 심각한 악성 사고를 야기하고도 군단장 진급이 유력한 자리인 국방부 정책기획관으로 영전했다. 그리고 나서는 야전부대 지휘관들의 징계까지 포함한 합동조사단 조사결과 발표장에서 국방부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이번 북한 목선 사건 징계를 바라보는 야전군 간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방부 고위층이 자신들은 ‘유체이탈’하고, 청와대 눈치를 보며 ‘끼워맞추기’식 징계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