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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이야기

요새 군대는 '총검술 빼고, 스마트폰 넣고’

상병 월급은 19년만에 34배 인상

다양해진 병사 식단···푸드 트럭도 가능


병영 풍속도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병사들의 아버지 세대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낄만큼 변화가 빠르다. 봉급만 해도 상병의 경우 2000년 9900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33만6200원이다. 19년만에 34배가 올랐다.


식단 변화도 상전벽해다. 1년에 4차례에 불과하지만 육군의 경우 사단장 허가가 있으면 대대급 단위 식사 시간에 피자·치킨 등을 배달시킬 수 있고, 푸드트럭을 불러올 수도 있다.


육군 마스코트 ‘호국이’를 활용한 총검술과 수류탄 던지기 캐릭터. 출처/육군


■‘총검술’ 역사속으로


육군, ‘20㎞ 완전군장 행군’ 대체재 검토

소요진압 목적 실시하던 충정훈련은 구시대 유물

군. 면세담배 2009년 퇴출한 이후 ‘금연 상담실’ 운영


소총 끝에 대검을 꽂은 뒤 적과 육탄전을 벌이는 총검술 훈련은 군 신병교육에서 퇴출됐다. 해군은 바다에서 싸우는 해군의 특성상 비현실적이라는 이유로 총검술을 일찌감치 폐지했다. 공군 역시 신병 교육 훈련 과목 중 총검술 과목을 폐지하고 기지방어 기술과 통합했다.


육군도 최근 신병교육 과목을 통폐합하면서 총검술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육군 관계자는 “미국 육군도 2011년부터 총검술 교육을 폐지하고 권총과 격투기를 통해 근접전 능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육군은 ‘20㎞ 완전군장 행군’의 폐지 여부를 놓고 육군훈련소와 1개 보병사단 신병교육대를 대상으로 시험중이다. 행군 ‘실시 집단’과 ‘미실시 집단’의 체력 및 전투 기술을 이달 말까지 비교 분석한 후 그 결과에 따라 폐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20㎞ 완전군장 행군’으로 훈련이 완성된다는 의견과 화생방·각개전투 훈련에서도 완전군장으로 총 20㎞ 이상의 거리 이동을 하면 기본적인 전투력을 완성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총검술이 폐지되고 20㎞ 완전군장 행군까지 폐지를 검토하게 된 것은 군 복무기간이 줄면서 신병 훈련 기간도 5주에서 4주로 감축된 데 따른 것이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신병교육 방안이 필요해진 것이다.


‘충정훈련’은 완전히 사라졌다. 충정훈련은 명목상으로는 대정부 전복행위와 소요를 진압하기 위한 군의 훈련이었지만, 실제로는 민주화운동 진압 훈련이었다. 신군부는 1980년 초부터 수도권 인근 부대를 충정부대로 삼았다. 수방사 예하사단과 특전사 1·3·7·9여단, 수도권 17·20·26·30사단 등이 충정부대였다. 충정작전에 나선 군인들은 진압봉을 휴대하고 시위대를 향해 돌격했다.


충정훈련은 문민화 정부 출범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다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는 2012년 충정작전과 충정훈련을 완전히 페지했다.


군 면세담배는 2009년 사라졌다. 군은 무료로 지급하던 담배와 연초비를 없앤 후 금연을 권장하고 있다. 훈련소와 사단 의무대, 군병원, 여행장병 라운지에서는 상설 금연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철책선을 지키는 병사들. 출처/육군


■‘스마트 철책’ 등장


사라진 GOP ‘24시간 3교대’ 근무···순찰용 산악오토바이 등장

이동식 PX ‘황금마차’도 퇴역중···‘멧돼지 잔반’ 금지


과거 155마일 휴전선 철책을 지키는 병사들은 대거 철책 인근 초소에 투입돼 밤을 지새워야 했다. 지금은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 휴전선에서 윤형 철조망이 뚫리지나 않았는지 Y자 막대기로 찔러보는 모습도 볼 수가 없다. 철조망을 흔들어 침입 흔적을 찾지도 않는다. 2016년부터 ‘GOP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도입되면서부터다.


과거 장병들이 24시간 졸린 눈을 비비며 육안으로 감시하던 GOP 경계작전 개념이 바뀌었다. 24시간 주간-전반야-후반야 3교대로 이뤄지던 경계근무는 사라졌다. 과거 1개 소대가 맡은 구간은 1.5~3㎞. 소초 간 거리가 300m를 넘는 곳도 있었다. 지형이 험준한 곳에서는 GOP 부대 병사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개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이제는 감시·감지·통제시스템으로 철책에 하얀색 광그물(광망)을 씌우고, 감시카메라와 열영상감시장비(TOD) 등으로 낮엔 1~2㎞, 야간엔 200~400m 경계가 가능하다. 광그물망에 침입 움직임이 감지되면 신호가 울리고 카메라가 촬영해 영상을 지휘 통제실과 소초로 보내는 방식이다. 소위 ‘스마트 철책’이다.


GOP대대 지휘통제실에서는 가로 약 4.5m, 세로 약 4.3m 크기의 비디오 월을 통해 중·근거리 감시카메라와 TOD, 레이더, 광망 등 과학화 장비를 조종하며 전방 지역을 감시하고 있다. 개폐 센서가 부착된 통문은 3㎝ 이상만 벌어져도 바로 지휘통제실에 경보가 울리도록 돼 있다. 깜깜한 밤에도 LED 투광등이 대낮처럼 밝히고 있어 감시카메라 작동에는 문제가 없다. 남북 군사분야 합의로 GP를 철수시켜도 경계작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광그물망은 짐승을 따로 구분하지 못해 감지되면 경계음이 울리고 통제실이 파악해 5분 대기조를 보내야 한다. 안개나 바람에 영향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너구리와 토끼는 기피 동물이다. 광그물망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철책 아래쪽에는 동물들이 싫어하는 성분을 담은 봉지나 통들을 달아놓고 있다. 철책을 넘으려는 고라니도 골칫거리다. 군은 아예 실제 상황을 가정하고 훈련을 겸한다는 자세로 출동한다.


병력들은 비상 상황 발생 시 초동 조치가 가능한 최소 인원만 감시초소에 직접 투입된다. 기존에는 대대급 부대의 40여개 감시초소에 장병들이 투입돼 보초를 섰다면, 지금은 6개 초소에만 병력이 투입된다. 도보 순찰은 철책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맨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점검 차원으로 매일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이뤄진다. 수색대대의 정찰·매복 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GOP 부대의 ‘멧돼지 잔반’도 사라졌다. 멧돼지 스스로 자연환경에서 먹이를 찾도록 하는 동시에 멧돼지의 철책선 접근을 막기 위해서다.


GOP 부대에는 유사시 신속한 대응과 기동순찰을 위한 순찰용 산악오토바이도 있다. 중대당 1대씩 배치된 산악오토바이는 988cc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철책의 스마트화로 이동식 PX인 ‘황금마차’도 사라지고 있다. 육군이 소초들을 마트 PX가 있는 중대 이상 단위로 통폐합하면서 황금마차의 효용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음료수·라면·담배 등 100여가지 물품을 트럭에 싣고 다니던 ‘황금마차’는 대부분 퇴역 절차를 밟아 가고 있다.


국방부의 병사 휴대전화 사용 안내문. 출처/국방부


■스마트폰 병영문화


‘이등병의 편지’는 옛말···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 예약, 인터넷 강의 시청

군 ‘3득(소통·학습·창조적 휴식) 3독(도박·음란·보안위반)’ 운동 전개


병사용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최근 들어 병영에서 가장 큰 변화다. 국방부는 사회와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장병들의 단절감을 해소시키면서 동시에 자기 계발 기회 확대 및 건전한 여가 활동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했다. 병사들은 지난 4월부터 부대별로 다를 수 있지만 대체로 평일에는 오후 6시~10시, 휴일에는 오전 7시~오후 10시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장으로 사이버지식정보방이나 공중전화 사용은 감소 추세다.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장 고이 접어 보내오’라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 노래 가사는 옛말이 됐다.


생활관에서 TV채널 다툼도 사라졌다. 스마트폰으로 휴가 교통편을 예약하고, 병영에서 은행업무까지 보는 것이 일상화됐다. 스마트폰을 켜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병사들도 생겨났다. 모바일 게임 열풍까지 불고 있다.


대신 생활관에서 대화가 줄어들었다. 농구나 족구 등 운동을 하는 병사들도 많이 줄었다. 체력단련실도 한가해졌다. 육군 관계자는 “지금은 과도기로 병사들이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벌써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는 병사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기원 육군 인사근무과장(대령)은 “병사 휴대전화 사용은 일과 이후 병사들을 통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율과 책임이 수반되는 생산적인 군 복무를 돕는 혁신적인 시도”라며 “휴대전화를 교육훈련에도 적용해 원격교육 및 과학화훈련 등에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3득 3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휴대폰을 통한 소통·학습·창조적 휴식은 ‘3득’이고, 도박·음란·보안위반은 ‘3독’이라는 것이다.


병사들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에는 ‘SECRET’이라고 쓰인 특수 보안스티커가 부착돼 있어 영상통화를 해도 자신의 영상은 상대방에게 보낼 수 없다. 육군 관계자는 “규정 위반 시 규정대로 처리하게 된다”며 “장병들이 자율적으로 규정을 잘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휴대전화 촬영, 녹음 기능을 제한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올해 곧 장병들에게 보급할 예정이다.


군은 과거 주말 위주로 실시했던 병사들의 외출도 지난 2월부터 평일 일과 후에도 월 2회 허용하고 있다. 일과 후 본인이 원하는 영화관람, 병원진료, 도서관 이용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게 육군 설명이다.


병영 내에서 창업 동아리도 생겨났다. 육군 제3포병여단 병사 3명은 2018년 바다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ECO-STI’를 만들어 K-스타트업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전역 후 실제 창업으로 이어나갔다.


<박성진  안보전문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