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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UFG 연습에는 핵 항모가 원래 없다

북한은 왜 연례적인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격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이 21일 공화국을 핵 선제공격하기 위한 을지프리덤가디언 합동군사연습을 끝끝내 벌여놓았다”며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이 북침 전쟁연습을 시작한 것은 조선반도에서 기어이 핵전쟁의 불집을 터뜨리려는데 그 흉악한 목적이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도 이날 “미제와 괴뢰 호전광들은 저(자기)들이 지른 불이 어떤 후과(결과)를 초래하게 되는가를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을지훈련은 방어적 성격의 연례 훈련”이라며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UFG는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PX·Command Post Exercise)이다. 실제 병력과 무기가 동원되지 않는 ‘워 게임’이다.

 

이런 UFG에 북한이 강력 반발하는 건 UFG를 전후해 핵 항공모함과 B-1B·B-52 등 전략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등 핵 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무기들이 한·미연합 해군 훈련이나 한·미연합 공군 훈련 참가 등의 명목으로 한반도 주변에 나타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여차하면 미 특수부대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하는 훈련을 실시할 듯 해온 것도 북한을 자극해 왔다.

 

이는 한·미 군당국이 순수한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고 밝혀온 UFG 연습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 시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응징·보복 목적의 다른 훈련을 겹쳐 실시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또 툭하면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보내 달라”는 한국군의 요구에 편승해 북한을 겁박하기 위한 미군의 무력시위가 빚은 현주소이기도 하다.

 

이렇듯 핵 항모나 B-1B 전략 폭격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핵잠수함 등은 UFG 연습에 참가하는 전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항모나 전략폭격기와 같은 미 전략무기가 UFG에 참가하는 대표 전력인 것처럼 잘못 알려진 측면이 있다.

 

21일부터 시작된 올 UFG 기간에는 항모 등 미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한·미가 지휘소 훈련인 UFG 외에 전력과 장비가 실제 기동하는 다른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차원에서 UFG 연습에 미 핵 항모 등 전략자산이 투입되지 않는다거나 빠졌다는 언론보도는 잘못된 것이다. UFG 훈련기간에 한·미가 핵 항모 등 전략자산을 동원한 별도의 연합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고 표현해야 맞는 보도다.

 

UFG는 모든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가정해 시나리오별로 빠르게 대응하는 훈련이다. 특히 한국에 새롭게 배치되는 미군들의 한반도 전장 적응을 위해 필수적인 훈련이다.

 

정경두 한국군 합참의장과 존 하이튼 미군 전략사령관

 

전인범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 방문교수(예비역 중장·전 특전사령관)는 “주한미군 병력이 1년에 50% 이상 교체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새로 배치된 미군들이 자기의 직책에서 해야 할 일을 한국군과 함께 종합적으로 연습하는 것이 UFG라는 것이다. 특히 지휘·통제를 담당하는 미 고위 장교들에게 UFG 연습은 자신이 체득해온 것들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개선하는 기회라는 게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의 설명이다.

 

그는 “병력 규모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습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컴퓨터로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항모전단도 2개 또는 3개, 심지어 10개도 컴퓨터상으로는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UFG 기간동안 미국 전략 무기가 투입되는 한·미연합훈련이 없는 대신 미군 수뇌부 3명이 한국에 집결했다. 한반도 유사시 작전 및 증원, 전략 무기 전개, 미사일 방어 등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 존 하이튼 전략사령관, 새뮤얼 그리브스 국방부 산하 미사일방어청장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22일 한국에서 전례 없는 합동 기자회견도 열어 “미국은 군사 옵션 쓰길 원치 않으니 상황을 오판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북한에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두 차례 ICBM급 미사일 ‘화성 14형’을 발사한 데 이어 ‘괌 포위 포격’ 등 추가 도발을 예고한 북한에 보내는 최후 통첩 성격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국은 올 UFG 기간동안 핵 항모와 같은 전략 무기를 한반도에 보내 별도의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대신 전략 무기 보다 더 강력한 확장억제력을 가진 미 고위장성 3명을 파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래저래 예사롭지 않은 UFG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