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 숫자가 미군 ‘입맛’대로 달라지는 ‘고무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존 하이텐 미국 전략사령관(앞줄 오른쪽 두번째)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앞줄 맨 오른쪽)이 지난 7월말 미 전략사령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주 UFG 훈련을 참관하고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미 전략사령부 페이스북
미 국방부는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병력 숫자를 해외에서 증원되는 3000명을 포함해 1만7500명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UFG 훈련의 경우 한·미연합사는 해외 증원병력 2500명을 포함한 약 2만5000명이라고 보도자료를 냈다. 산술적으로 보면 올해는 해외증원 병력이 500명 늘어났고, 주한미군의 참가 숫자가 8000명 줄어든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다수 언론은 “올해 UFG 훈련에 참가하는 미군 전체 참가 병력이 지난 해 보다 7500여명이 줄었다”며, “이는 한·미 양국이 가급적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훈련의 규모를 축소한 결과”라고 보도했다.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은 UFG 연습에 참가하는 주한미군 병력이 대폭 축소된 것을 지목하면서 “코리아패싱이 아닌가”라며 우려 섞인 시선을 내비쳤다. 반면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일각에서 UFG 규모를 축소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아니라고 (국방부가) 말하지 않았느냐”며 “예정대로 이뤄지는 행사”라고 반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국내 언론이 미군의 숫자 장난에 놀아난 탓이다. 합동참모본부도 “올해 UFG 훈련은 작년 규모로 실시한다”고 밝히면서 미측의 발표가 실제 팩트와는 거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미연합사는 2년 전인 2015년 UFG 훈련 당시에는 해외에서 활동중인 병력 3000여명을 포함해 미군 3만여 명이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발표는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결같았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다음 달 16일부터 26일까지 연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실시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올해 UFG에는 해외에 있는 미군 3000여 명을 포함한 미군 3만여 명이 참가한다,”(2010년 동아일보 보도)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UFG 연습에는 해외주둔 미군 및 주한미군 병력 3만여명이 참가하고 있다.”(2012년 내일신문 보도)
“미군 측은 이번 UFG 연습에 외국에서 활동 중인 병력 3000여명을 포함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3만여 명이 참가했습니다.”(2013년 SBS 보도)
미 2사단 편제
그러다가 한·미연합사는 지난해의 경우 ”UFG에 2만5000명이 참가한다“며 전년도보다는 5000명이 줄어든 숫자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에는 참가병력이 5000명이나 줄어들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당시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 조짐과 함께 5차 핵실험까지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를 놓고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UFG에 참가하는 정확한 미군 병력 숫자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전략커뮤니케이션(SC)이라는 미명하에 거짓 숫자를 발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UFG가 처음 실시됐던 2009년 당시 훈련에 참여한 미군 병력은 1만여명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나자 한·미연합사령부는 UFG 훈련에 해외 미군 3000여명을 포함한 미군 3만여 명이 참가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3만여명이란 미군 참가 숫자는 2015년까지 이어진다.
사실 시뮬레이션 훈련인 UFG에 1만명이었던 참가병력 숫자가 순식간에 3배나 늘어난 것은 상식선에서도 어긋난다. 현실적으로도 실현성이 낮다. 그런면에서 이 수치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차원의 액션을 기대하는 한국민들에게 내놓은 ‘립 서비스’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미연합사의 ‘해외병력 3000여명을 포함한 미군 참가병력은 3만명’이라는 발표가 사실이라면, UFG에 참가하는 주한미군은 2만7000명이어야 한다. 2년 전까지 주한미군은 전체 2만8500명에서 1500명만 빼곤 모두 UFG 훈련에 참가했다는 의미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UFG는 명색이 지휘소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 말단 소총수까지 참가해야만 한다. 하지만 UFG는 시뮬레이션 지휘소훈련으로 현행작전병력을 포함시키면 안된다.
군사 전문가들도 지휘소 훈련인 UFG에 참가하는 실제 주한미군의 숫자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미 2사단이나 미 7공군 예하 대대병력은 빼야 상식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면에서는 올해 펜타곤이 밝힌 주한미군 참가병력 1만4500명(해외 주둔군 3000명을 더하면 1만7500명)도 많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UFG에 참여하는 실제 해외 주둔 미군병력 1000여명 정도를 공식 발표에서는 줄이고, 대신 이 1000여명을 주한미군 참가숫자에 슬쩍 끼어넣기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UFG 훈련에는 한국군은 군단, 함대, 비행단급 이상 지휘부 등이 참여하고, 주한미군은 사단급 이상 지휘부가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본토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UFG 연습에 참여하는 미군 병력도 있을 수 있지만, 미군은 이에 대해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언론은 UFG가 지휘소 훈련이기 때문에 실제 참가병력 숫자는 별 의미가 없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 측면이 있다. 지휘소 훈련엔 컴퓨터에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집어넣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올해 한·미연합사는 한국 언론에 매년 해오던 UFG 참가 병력 숫자를 포함한 훈련 설명회를 생략했다. 이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례적으로 미 국방부가 UFG 관련 자료를 내놓았다. 이것이 UFG에 참가하는 미군 숫자가 예년과 달리 나오게 된 배경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하나 눈여겨 볼 대목은 올해 UFG에 해외 미군의 참여숫자가 증가한 점이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대비한 작전량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태평사령부가 북한의 ‘괌 포위 사격’ 협박을 염두에 두고 각종 시뮬레이션 상황을 크게 늘렸다고 볼 수도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올해 UFG는 축소된 게 아니라 지난해보다 강화됐고, 실질적인 규모도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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