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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군 인사’ 박근혜 정부는 수준 이하···차기 정부에서는 제대로 할까

“한다” “안한다.” 군이 해년마다 실시해온 4월 상반기 정기 인사가 올해도 반복될 수 있을 지 여부를 놓고 군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박 전 대통령 파면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장군 인사를 단행할 수는 있지만, 차기 정권 출범이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러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한민구 국방장관 주재로 군 위기상황평기 및 대책회의가 열리고 있다.

 

예기치 않았던 일이 발생하면서 군 인사가 미뤄진 전례는 수차례 있다. 2004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로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바람에 헌법재판소가 5월 14일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내린 이후에야 장군 인사가 이뤄졌다. 2010년도에도 천안함이 3월 26일 북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침몰하면서 4월 정기 군 인사가 미뤄졌다. 군 내부 분위기는 과거 전례 등을 고려할 때 군 장성 인사가 차기 정부 출범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5~6월 중 이뤄질 군 장성 인사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폭이 될 전망이다. 새 정부의 국방부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하려면 지명 이후 인사청문회 과정 등을 거쳐야 해 6월 중순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러나 국방장관 내정자가 한민구 현 장관과 협의해 5월중에라도 군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정부 군 인사는 실패작

 

군 소장 장교들은 박근혜 정부의 군 인사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등 외부 인사들이 군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비판이 가장 대표적이다. 정권 초기에는 김 실장과 근무연이 없으면 요직에 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이순진 육군 대장(3사14기)이 합참의장에 임명됐을 때 ‘대구고 출신인 이 대장이 TK 실세의 지원으로 됐다’는 설과 함께 ‘이 대장이 김 실장을 대대장으로 모셨기 때문에 됐다’는 설이 함께 나돌기도 했다.

 

군에 무장(武將)다운 장군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권의 입맛대로 인사를 하다보니 계급이 높아질수록 대가 세고 무인의 풍모가 넘치는 장군 보다는 말 잘드는 유약한 서생적 장군이 판을 친다는 것이다. 그나마 김현집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 36기)은 ‘전쟁을 할 줄 안다’는 인물평과 함께 합참의장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군내 역학관계로 지난해 9월 전역해야 했다.

 

소위 ‘싸울줄 아는’ 장군을 찾기 힘들어진 것은 전시작전권이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미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에서 찾는 장교들도 있다. 한 장성은 “솔직히 군 수뇌부가 전면전에는 관심이 없고 북한의 국지도발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장병들의 피로도만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군 수뇌부가 미군과 중국이 있어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발 확률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자신의 직위 유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지도발에만 온 신경을 쓰다보니 장병들의 비상대기만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장 장교들은 장군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는 데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최전방 군단장 출신 합참 작전본부장을 찾기 힘든게 대표적이다. 최전방 군단에서 작전을 펼쳤던 경험자가 작전의 최고 전문가 자리인 작전본부장으로 가는 게 아니라 후방지역에서 임명되는 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육군 기계화사단이 전차훈련을 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소장 장교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실시될 인사에 대한 기대가 큰 편이다. 과거의 잘못된 적폐적 인사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반면 대선 캠프의 군 출신이 국방장관으로 오면서 나눠먹기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해병대 사령관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교체될 예정이다. 이상훈 해병대사령관의 2년 임기가 4월 중순 끝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병대는 사령관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인사에서 임기가 적게 남아 있는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육사36기)은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은 2015년 9월에 취임했다.

 

■알자회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영향력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 장군들의 행로에도 관심거리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25년 전에 조치를 취해 유명무실해졌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장군이 음해성으로 다시 끄집어 내 불거진 것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비판했지만 여전히 사조직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장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임호영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육사38기·대장)은 ‘최순실 비선을 활용한 군 인사개입 관련 의혹 보고’란 제목의 찌라시성 문건에 알자회 출신으로 거론되자 본인은 ”사실과 다르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 문건의 내용에는 오류가 많다. 알자회 출신 육사 38기 동기생은 ”알자회원이 아닌 임 장군은 억울한 측면이 많을 것“이라며 ”임 장군이 우리 알자회 동기생들과 친하게 어울린 탓에 알자회가 아니면서도 과거 진급에서 불이익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또 이름이 등장하니 화도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의 명단에는 알자회가 한 기수에 12명임에도 불구하고 38기의 경우 임 장군까지 이름을 넣는 바람에 13명인 것처럼 적혀 있다.

 

문건은 또 알자회도 아닌 육사 42기 출신 김모 사단장(소장)을 알자회 명단에 올렸다. 김 소장은 동명이인인 동기생 때문에 이름이 올라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하나회 출신 예비역 장성을 알자회로 바꿔 명단을 만드는 등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부 군 간부들은 가장 최근에 실시된 군 인사에서 알자회 문제에 묻히면서 드러나지 않았던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군 장성인사 개입 의혹의 실체는 한민구 장관 측근과의 연계성이라는 것이다. 여러 간부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 인사에서 한 장관이 외부의 입김에 휘둘렸던 과거와 달리 전권을 가지고 인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 전 수석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간부는 ”육사 44기 출신의 예비역이 고교 동창으로 절친인 우 전 수석과 한 장관의 측근 장군을 연결시켜줬다“며 ”이 덕분에 일부 영주 출신과 한 장관이 직접 챙긴 인사들이 혜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4성 놓고 복잡하게 얽힌 육사 38·39기

 

군내에선 앞으로 있을 군 수뇌부 인사에서 인사적체로 복잡하게 얽힌 육사 38기와 39기 진급 문제가 해결될 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육사 38기는 중장 5명이 추가 대장 진급 경합중인데 이들은 올 상반기 중 진급하지 않으면 대부분 전역해야 하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육사 39기 중장들도 올해 말까지 대장 진급을 하지 못하면 대부분 전역해야 할 판이어서 육사 38기와 39기가 동시에 경합을 벌일 수 밖에 없게 됐다.

 

합참의장 후보군은 현 장준규 육군참모총장과 육사 37기인 김영식 1군사령관·엄기학 3군사령관·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임호영 연합사부사령관 등이다.

 

해군은 지난 9월 인사에서 장성 부인들이 대통령 휴양시설인 저도에서 낯 뜨거운 파티를 열고 있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대폭 인사가 미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에서는 당시 동영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