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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코멘터리

한·미·일 대잠훈련 ‘북 잠수함의 동해 침투 저지 포기’

국방부는 3일 “한국과 미국, 일본이 오늘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처음으로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국방부 발표는 통상 예정된 사안이 아닌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국방부는 통상적으로 훈련과 관련한 브리핑 사안은 일주일 이전부터 예고해 왔지만, 한미일 대잠 훈련은 사실상 기습 발표나 마찬가지였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해군이 4월 3일부터 5일까지 제주 남방 한·일 중간 수역 공해상에서 미·일 해군과 함께 대잠전 훈련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SLBM을 장착한 북한 신포급 잠수함은 기존 상어급보다 더 커 고래급 잠수함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출항 기지는 함흥 윗쪽에 위치해 있다. 신포급 잠수함의 주 활동 무대가 동해라는 의미다.

 

해군 잠수함이 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런만큼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신포급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기 위해서는 동해에서의 훈련이 필수적이다.

 

한미일 해군이 북한의 신포급 잠수함의 수중 침투 경로를 포착하는 훈련을 처음 실시하는 만큼 그 장소는 동해여야 상식적으로 맞다. 남해에서의 훈련은 사실상 동해 바다가 뚫렸다는 가정하에 실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일은 SLBM 위협에 대응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연합 대잠수함전 훈련 장소로 동해가 아닌 남해를 선택했다. 국방부가 밝힌 해역은 중국 해군 잠수함의 태평양 진출 통로다.

 

이는 한미일이 북한 잠수함의 SLBM 위협을 핑계로 실제로는 중국 잠수함의 탐색·식별·추적 훈련에 나섰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군의 대잠전 훈련 모습.

 

이번 훈련에는 한미일 해군 함정들이 수중에 투입된 대잠훈련표적(EMATT·Expendable Mobile ASW Training Target)이 내는 음파를 적 잠수함의 것으로 간주해 탐지·식별 한 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문 대변인은 “이번 훈련은 SLBM 능력 개발 등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한 한미일 3국의 효과적 대응을 보장할 수 있도록 3국의 대잠 탐색, 식별, 추적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계획됐다”고 밝혔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사드 ‘못박기’에 이어 차기 정부 출범 전에 중국을 군사적으로 묶는 한미일 군사벨트와 관련한 훈련을 관행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한반도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합동참모본부나 잠수함을 운용하는 해군이 아닌 정부의 한 행정부처인 국방부가 미국과 일본과의 합동훈련이라는 이유로 훈련 작전상황을 브리핑하는 것도 이례적인 사안이라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교롭게 이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부산총영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일시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일본대사와 모리모토 부산 총영사를 4일 귀임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시다 외상은 “북한 문제에 대처하는데, 일한 간의 높은 레벨에서 긴밀한 정보교환을 실시해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 남방에 녹색으로 표시된 해역이 한일 중간수역으로 한미일 대잠 훈련 장소다.

군 안팎에서는 한미일 안보회의(DTT)의 의사 결정과정에서 어느 국가에서 먼저 대잠 합동훈련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한국은 어떤 입장이었는 지 등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한국이 사실상 미일이 주도하는 DTT의 통제와 지시에 따르는 수동적인 입장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해군도 자체적인 필요에 따른 건의가 아니라 국방부로부터 한미일 대잠 합동훈련에 참가할 것을 갑작스럽게 지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밝힌 훈련 참가 전력을 보면 한국 해군 구축함 강감찬함과 링스 대잠헬기 1대, 미 해군 이지스구축함 맥캠벨함과 MH-60 대잠헬기 1대, P-3 해상초계기 1대,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사와기리함과 대잠헬기 1대 등이다.

 

한미일 해상 전력은 가상의 적 잠수함을 탐색·식별·추적하고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국방부는 “한미일 3국간 대잠전훈련은 작년 12월 한미일 안보회의(DTT)에서 논의된 이후 최초로 시행되는 것”이라며 “점증하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한 3국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일본 아사히신문은 한미일 DTT에서 미국과 일본이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 체결을 계기로 3국 연합 대잠전훈련을 하자고 제의했으나 한국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