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군이 함께 하는 키 리졸브(Key Resolve) 연습은 2주 일정으로 지난 24일 끝났지만, 4월 말까지 진행하는 독수리(Foal Eagle) 훈련은 28일 현재까지 한창이다. 키 리졸브는 전쟁 시나리오별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하는 지휘소연습(Command Post Exercise)인 반면, 독수리 훈련은 야외기동훈련(Field Training Exercise)으로 진행된다.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항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올해 키리졸브·독수리훈련은 한국군 주도, 미군 지원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에서 한국군의 존재감은 사실상 없다는 게 중론이다. 대신 미군들의 ‘맹활약’은 한국 언론에 두드러지게 보도되고 있다. 주한미군이 이례적으로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한반도에 전개된 미군의 전력 자산과 훈련 모습을 잇따라 공개한 결과다.

 

미군은 니미츠급 항모 CVN-70 칼빈슨(Carl Vinson)함을 선두로 미 전력 자산을 속속 소개했다. 대전차미사일과 소형 정밀유도폭탄을 장착한 최신형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 중대의 한반도 배치, 주일 미 제3해병원정군 소속 F-35B 라이트닝II 공격기와 괌에서 날아온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의 한반도 출격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훈련중인 미 F-35B

 

주한미군은 또 경기 파주 사격장에서 사린으로 만든 화학무기를 제거하는 ‘워리어 스트라이크 6’ 훈련과 의정부 캠프 스탠리 미군기지에서의 갱도 내 훈련 장면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훈련과 관련한 정보가 부족한 국내 신문과 방송매체들은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올린 홈페이지 내용을 받아쓰면서 살붙이기에 급급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미군이 공개한 것 가운데 실제로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 연관된 것은 항모 칼빈슨의 동해상 훈련 뿐이었다. F-35B 스텔스기 6~8대가 강원 태백의 필승사격장에서 실시한 훈련은 한미 해병대 교환프로그램인 케이멥(KMEP)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는 관련이 없다.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함께 진행한 ‘워리어 스트라이크 6’나 무인공격기 ‘그레이 이글’ 중대의 미 2사단 예하 2항공여단 배속, B-1B 랜서의 등장도 키리졸브·독수리훈련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경기 의정부 캠프 스탠리 미군기지에서 이뤄진 갱도 내 훈련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이 갱도 훈련의 실상은 지휘소를 포함한 주한미군 기지의 지하시설을 보호하는 게 주목적인 일상적 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훈련에 대해 ‘지하에 은신한 북한 수뇌부 제거를 가정한 훈련’이라는 과장된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같은 터무니없는 해석에 대해 주한미군들은 “사실과 다른 프로파간다(선전·선동)”라고 한국군에게 말했다.

 

주한미군이 지하 갱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그 동기야 어찌됐든 미군의 이례적인 훈련 장면의 잇따른 공개는 한국민들에게는 마치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엄청난 미 전력이 투입되고 여차하면 미 특수부대가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듯 비춰지게 하는데는 성공했다. 대신 올해 훈련을 주도했다는 한국군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는 한미 군당국이 순수한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고 주장해온 키리졸브·독수리훈련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및 핵실험 시도에 대한 강력한 경고·응징·보복 목적의 다른 훈련을 겹쳐 실시하면서 벌어진 결과다. 또 툭하면 “전략자산을 한반도로 보내 달라”는 한국군의 요구에 편승해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북한을 겁박하기 위한 미군의 무력시위가 빚은 현주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전쟁이 나기 전에는 쉽게 모일 수 없는 어마어마한 무기와 특수부대들이 한반도에 수시로 출몰하는데 익숙해지면서 국민들이 전쟁 위기에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반도 전쟁의 트리거(방아쇠)는 북한 뿐만이 아니라 미국도 당길 수 있다는 점을 외면한 채 미군 전략무기의 등장에 환호하는 팬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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