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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샌드위치 신세 된 F-15K

 ■KF-16D, 사상 처음으로 레드플래그 훈련 참가

 

 공군은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29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19일간 참가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합훈련은 전투기와 수송기 두 분야에 걸쳐 진행된다. 전투기 부문에 참가하는 우리 공군의 KF-16D 항공기 6대는 아일슨 미 공군기지에서, 수송기 부문에 참가하는 우리 공군의 C-130H 2대는 엘멘돌프 미 공군기지에서 각각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훈련에 참가하는 KF-16D 전투기 6대는 이날 새벽 2시40분 서산기지를 이륙해 미 공군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알래스카주의 아일슨 공군기지로 이동했다. 공군 전투기가 공중급유를 받으며 한반도를 벗어나 해외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지난해 F-15K에 이어 두 번째로 KF-16 기종으로는 처음이다.

 KF-16D 전투기 6대가 8100Km를 10시간 비행하는 동안 미 공군 공중급유기 KC-135 3대가 11차례에 걸쳐 공중급유를 지원했다.

 전투기 훈련은 항공차단, 방어제공, 공세제공, 긴급표적공격, 근접항공지원, 정밀유도폭탄 투하 등으로 구성된다. GBU-10, GBU-12, JDAM 등 정밀유도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은 국내에선 주로 해상에서 실시되나 알래스카에는 내륙 사격장이 있어 이동표적에 대한 정밀공격훈련도 가능하다.

 공군은 레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을 통해 전투계획 능력, 공간관리 능력, 전술전기, 공격편대군 능력을 점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송기 훈련은 저고도 침투 및 화물투하, 비상활주로 이착륙 훈련 등으로 구성된다.

 

 ■KF-16의 높아진 위상

 

 레드플래그 훈련 참가로 태평양을 건너게 된 KF-16의 위상은 높아졌다. 지난해에는 F-15K 6대가 대구기지를 이륙해 알래스카 미 공군 기지까지 갔다. F-15K는 알래스카 기지로 가는 동안 미 공군 공중급유기로부터 7차례 공중급유를 받았다.

 군 당국이 F-15K가 아닌 KF-16D의 레드 플래그 훈련 참가를 결정한 것은 향후 수십년 동안에도 성능개량 사업을 통해 KF-16이 공군의 주력기 역할을 하게 되는 한반도 전장 환경을 고려한 때문이다.

 


 KF-16D가 알래스카까지 비행할 수 있는 것은 비행중인 전투기에 연료를 보급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 덕분이다. 군의 계획대로라면 한국 공군은 2017~2019년 공중급유기 4대를 도입하게 된다. 1조원대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공중급유기 기종으로는 에어버스 밀리터리의 A330 MRTT와 보잉의 KC-46A 등이 꼽힌다.

 공중급유기의 도움이 있으면 KF-16의 작전시간이 한 시간 이상 늘어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불필요한 비상연료 대신 무장을 추가로 탑재할 수 있게 된다. 현재 KF-16 전투기에 연료를 가득 채우면 충주의 전투비행단에서 이륙하면 교전을 전제로 할 경우 독도에서는 10여분 이어도에서는 5분가량만 작전을 벌일 수 있다. 대구에서 이륙하는 F-15K가 175마일(324㎞) 떨어진 독도에서는 30여분, 285마일(527㎞) 떨어진 이어도에서는 20여분 작전을 진행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열악한 작전 환경이다.

 하지만 공중급유기의 연료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되면 KF-16의 작전 거리 능력은 F-15K와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필요하다면 24시간 작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군은 현재 F-15K 60대와 KF-16(F-16 포함) 170여대를 보유하고 있다. 공중급유 지원을 받게 되면 군은 구태여 F-15K를 독도나 먼 지역 작전에 우선적으로 보낼 필요가 없게 된다. 공군은 유사시 AESA 레이더를 장착해 더 멀리 볼 수 있게 된 KF-16을 빨리 이륙시켜 발빠른 대응을 한 후 최대 무장 탑재량이 2만3000파운드에 달하는 F-15K로 전략 목표를 폭격하면 된다.

 

 ■샌드위치 신세 된 F-15K

 

 대신 한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신예 전투기 F-15K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대당 1000억~1200억여원에 달하는 F-15K는 외견상으로만 보면 대한민국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최첨단 전투기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F-15K의 위상은 시간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오히려 하이급 F15-K의 전진 배치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KF-16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하는 KF-16 성능개량 및 정비 관리사업 때문이다.

 정부는 KF-16 개량사업을 통해 2020년쯤까지 공군이 보유하고 있는 KF-16 전투기 내부의 임무컴퓨터를 최신 장비로 교체하고, 레이더를 F-15K에도 장착되지 않은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AESA)로 교체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70도에 불과한 레이더의 탐지각이 100~120도까지 넓어지는데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KF-16은 또 개량사업을 통해 전술 데이터 링크의 표준인 링크 16(Link-16)으로 연계돼 함정 및 지상군과 함께 거의 실시간으로 전술 사진을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지상군 및 해상 전력과의 합동작전 능력이 크게 확장되는 것이다. 가동률 역시 크게 향상된다.

 군은 또 한국형전투기(KF-X)의 형상을 2개의 엔진이 장착되는 C-103으로 최근 확정했다. KF-X 사업은 2025년부터 국산 전투기 120대를 만들어 노후 기종인 F-4, F-5를 대체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 20조 원의 국내 단일규모 최대의 무기 도입 사업이다. 쌍방 엔진 전투기이면 2000파운드(약 910kg) 이상 중무장을 할 수 없는 단발 엔진에 비해 무장 능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는 군의 유사시 작전에서 F-15K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F-15K는 60대 3개 대대 전력에서 더이상 늘어나지 못하고 KF-16을 보완하는 성격이 돼버린 감이 있다. 군이 차세대 전략기로 F-35 스텔스 전투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더 이상 주문 물량이 없어 F-15K는 앞으로 단종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부품 조달이 힘들어진다.

 

 

 4년 전에도 F-15K는 수리 부품이 모자라 10대 가운데 1.4대꼴로 ‘비행 열외’ 상태인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열외 사유는 수리 부품이 모자라서 같은 기종의 고장 난 전투기에서 필요한 부품을 빼내어 임시방편으로 돌려막기(동류 전용)를 하기도 했다. F-15K를 생산하는 보잉사는 생산이 중단될 경우를 전제로 향후 30년간 사용할 부품을 미리 주문할 것을 한국 공군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공군의 최신예 전투기인 F-15K가 주력기의 위상을 KF-16에 다시 넘겨주고,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 전투기에게는 전략 무기 지위를 넘겨줄 위기에 처하면서 F-15K 조종사들의 사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 시제기를 넘겨 받아 태평양을 넘어 비행했던 조종사 들 상당수는 이미 전역한 상태다.

 

 군 관계자는 "F-15K는 대구의 11전투비행단에서만 운영하다 보니 조종사들이 11전비 소속 3개 비행대대 내에서 다람쥐 쳇바퀴식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가 되버렸다"며 "게다가 이들이 갈 정책이나 사업부서도 마땅히 없다 보니 전역한 사례가 꽤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해군에서 전략무기인 잠수함을 도입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해군이 209급 잠수함을 처음으로 들여 왔을 때는 해군 내 최고 엘리트 장교들이 잠수함 근무를 지원했지만 나중에는 열악한 수중 근무환경과 낮은 장군 진출율과 겹쳐 지원자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군은 F-15K를 공군 기지 여러 곳에 순환 배치하는 방식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등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대응해 정부가 제주도 서남방 이어도 및 거제도 남방의 홍도 상공까지 새로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확대 선포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공중급유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공군은 미확인 항공기가 이어도 남방 236㎞ 지점에 접근할 경우 탐지, 경고 절차를 거쳐 대응 출격해야 한다.

 

 현재 이어도 수역까지 작전 가능한 기종은 두 개의 엔진이 탑재돼 비행거리가 긴 F-15K뿐이다. 이제 마지막 4세대 전투기인 F-15K는 한국 공군의 '중추 전력'이라기 보다는 향후 KF-16과 F-35의 '틈새 전력'으로 분류되는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