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 윗부분에는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참가가 있다. 꼭 참가가 아니래도 좋다. 관람만 해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리우 카니발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두 번 놓쳤다. 두차례 브라질을 방문했는데 공교롭게도 한차례는 리우 카니발이 시작하는 날 브라질을 떠나야 했고, 또 한차례는 리우데자네이루 공항에 도착하는 날이 라우 카니발이 끝나는 날이었다. 그게 아쉬워서 카니발을 위한 학교인 삼바 학교 방문을 계획했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대신 TV로 비춰주는 카니발의 하이라이트만 시청했는데도 마치 다른 우주의 세계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리우 카니발은 사순절을 앞두고 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의 나흘 동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축제다. 최강의 삼바 무용수를 가려내는 경연대회가 펼쳐지고, 전 세계의 관광객이 이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브라질로 향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18일 시작된 리우 카니발 행사. (AP연합)



삼바학교는 카니발을 위한 학교이다. 사람들은 삼바학교에 등록해 1년 동안 퍼레이드를 준비한다. 최초의 삼바학교는 1928년 리우데자네이루의 흑인 빈민가인 에스타시오데사에 설립됐다. 지금은 여러 개의 삼바학교가 생겨, 카니발이 열리면 학교의 명예를 걸고 퍼레이드를 준비한다. 리우데자네이루 시청에서는 주요 삼바학교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브라질의 카니발 축제는 리우에서만 열리는 게 아니다. ‘국제 스타’ 싸이가 지난 2월 참가했던 살바도르 축제도 리우 축제와 유사한 카니발이다. 브라질에는 리우 축제나 살바도르 축제와 유사한 카니발이 전국 각지에서 열린다. 리우 카니발의 핵심이 삼바 퍼레이드라고 한다면 군소도시에 열리는 카니발은 타악기를 연주하는 밴드 ‘바테리아’ 중심이라는 게 차이라면 차이다. 물론 규모는 리우 축제가 가장 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에서 한 삼바스쿨의 여왕으로 뽑힌 비비안 아라우조.


카니발은 원래 포르투갈에서 브라질로 건너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와 춤이 합쳐져서 생겨났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20세기 초에 지금과 같은 형식의 카니발이 완성됐다. 그렇다고 해서 브라질의 카니발을 놓고 원조 논쟁이나 경쟁이 벌어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도시 특색에 맞게, 주민 특성에 맞게 지역 카니발마다 제각각 특징을 갖고 있다.


장황하게 브라질의 카니발을 들먹인 것은 ‘등’(燈)축제를 놓고 경남 진주시가 원조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진주 시장은 1인 시위까지 벌이며 서울시의 등축제가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모방했다고 비난했다.


서울시청으로 간 진주시장 (경향DB)


등축제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게·송이·고추·무술과 같은 축제를 개최하면서 서로 원조를 주장하면서 다른 지역의 유사축제를 공격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대게축제’를 놓고는 동해안 대게 주산지인 경북 영덕군과 울진군이 서로 ‘대게 원조 고장’을 자처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은 인근 봉화군과도 ‘송이축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충북 음성군과 괴산군은 고추축제를 놓고 10여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먹거리 축제만이 아니다. 지역을 연고로 한 스토리 텔링도 원조 경쟁이 치열하다. 전북 완주군과 김제시는 설화 ‘콩쥐팥쥐’의 고향이 서로 자기 지역에 있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완주군은 1919년 출간된 박건회의 소설 <대서두서>에 콩쥐팥쥐의 고향이 ‘전주 서문 밖 30리’로 묘사돼 있는데, 이곳이 완주군 이서면 앵곡마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제시는 ‘전주 서문 밖 30리’는 김제시 금구면 둔산마을 일대라고 항변하고 있다.


충북도가 2015년 개최하는 ‘세계무술올림픽’도 기존 충북 충주시가 개최해 온 ‘충주세계무술축제’와 성격이 비슷하다.


한반도의 동서남북을 놓고 벌이는 지자체 간 주장도 낯간지럽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동해안 ‘정동진’이 뜨자 ‘정서진’을 놓고도 지자체들 간에 논쟁을 벌인 게 얼마 전이다. 인천 서구는 정동진은 ‘임금이 사는 광화문의 정동쪽에 있는 나루’에서 유래한 것으로 광화문의 정서쪽에 있는 인천터미널 주변이 정서진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반면 태안군에서는 한반도의 중심인 충북 중원 일대를 기점으로 했을 때 만리포가 진짜 정서진이라고 반박했다. 정남진을 놓고는 전남 장흥지역에서 관산읍 신동리와 용산면 남포리가 서로 자기 지역이 원조 정남진이라고 ‘집안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청출어람이라고 했다. 음식점도 그 지역에서 처음 문을 연 집이 아무리 원조를 주장해도 더 맛있게 하는 집으로 손님은 몰리게 마련이다. 여름철의 대표 음식인 냉면만 해도 그렇다. 원조집을 주장하는 집은 많지만 냉면집마다 제각각 알게 모르게 특징적인 맛을 지니고 있다. 그 맛을 좇아 손님들은 입맛에 맞게 찾아간다.


등축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리우 카니발이 있다고 해서 살바도르 카니발이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듯이.



Posted by 경향 박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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