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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자수첩

남재준 국정원장의 인사 실험

 국정원 인사, 육군의 3심제 도입

 

 남재준 원장을 선장으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호’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했듯이 남재준 신임 국정원장의 색깔은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이뤄진 국정원 승진 인사는 육군 인사처럼 ‘3심제’로 이뤄졌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아마도 인사 청탁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3심제를 하게 되면 승진 인사를 하는데 외부의 입김이 아무래도 차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목에서 3심제가 뭔지를 간략히 보겠습니다. 육군 인사는 갑(甲)·을(乙)·병(丙) 3개 추천위원회(위원장은 2~3단계 상급자, 위원은 1~2단계 상급자)가 동시에 심사하는 3심제로 실시됩니다. 각 위원회는 배수(倍數)로 추천된 대상자 들 가운데 진급 적격자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진급이 당연히 될 만한 자격을 갖춘 장교는 갑, 을, 병 등 3개 위원회의 1차 심사에서 공통으로 추천이 됩니다. 그러면 그 후보자는 대상자를 최종선발하는 선발위원회에서 1순위로 진급이 됩니다. 그러면 다시 나머지 진급 대상자들을 놓고 3개 위원회가 진급자를 추리는 방식으로 진급 대상자 공석을 채우게 됩니다.

 

 이같은 육군의 3심제는 기본점수가 낮으면서도 심사위원 등과의 평소 친분관계로 진급이 되는 이른바 ‘진급부적격자’를 골라내 탈락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그러나 이 역시 갑위원회 위원장을 겸하는 선발위원회 위원장의 의견이 편중 반영될 수 있고, 모든 의결을 비밀투표 및 비공개를 원칙으로 함으로써 공정성에 의혹이 종종 제기된다. 어떤 군 간부는 “3심제인 군의 진급심사 제도 때문에 발탁인사가 어렵고, 무인(武人) 기질이 있는 사람들이 자꾸 탈락하면서 군이 관료화돼 버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아뭏든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수 없으니 3심제 인사에 대한 언급은 이정도로 하겠습니다. 이대목에 중요한 것은 남재준 원장이 과거 정권에서 외부의 입김과 줄타기가 난무했던 국정원 인사에서 군 인사 시스템을 접목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국정원은 지난달에 이미 1급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에 이어 30여명에 달하는 1급 중 본부 핵심 실·국장과 11개 지부장 등 80~90%를 교체한 바 있습니다. 이후 중간 간부 후속인사에서 군 인사시스템을 도입한 것입니다.

 

 국정원측은 최근 실시한 인사결과에 대해 “탈정치, 능력 위주라는 기준에 따라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사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평판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히고 있다고 하더군요.

 

 

왜 해병대 장군 출신인가

 재미있는 것은 이 모든 인사 절차를 해병대 장군 출신이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국정원 내부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실장에 해병대 준장 출신이 임명될 때부터 말들이 많기 했지요.

 

 이 해병대 출신 준장도 남재준 원장처럼 ‘원칙주의자’입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애초에 인사 청탁을 하기엔 무리라는 얘기입니다. 남 원장이 예비역 해병대 장군을 인사 책임자로 앉힌 것도 다 이런저런 점들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원 간부는 외부에 신원이 노출되면 안된다고 하니 그에 대한 소개는 이정도로 하겠습니다.

 

 국정원장 특보와 국방보좌관 등에도 대령 출신 인사가 각각 임명됐지만 이들 간부 역시 신상에 대한 언급은 대외비라고 하니 부연 설명 역시 생략하겠습니다.

 

국정원장과 3차장의 관계

 그러나 과학정보를 담당하는 3차장의 경우에는 외부에 공식적인 프로필을 제공하고 있기에 약간의 군 시절 에피소드를 소개하려 합니다.

 

 이미 언론에 보도됐다시피 사이버, 통신 등 과학 정보 담당인 3차장은 김규석 전 육군본부 지휘통신 참모부장(64·포항)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육사 29기인 김 3차장은 주스페인대사관 무관, 국군 지휘통신사령관, 육군정보통신학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2007년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국방안보 특보단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임명을 놓고 정보통신 분야 전문가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대응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2002년 국군 지휘통신사령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해 ‘사이버대응센터’를 최초로 구축하기도 했으니 그런 평가가 나올만 합니다.

 

 

 그런데 김 3차장이 국정원의 ‘딸각발이’ 역할을 주목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육군 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03∼2004년 지휘통신 참모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그는 4성장군인 남재준 참모총장 앞에서 직언을 서슴치 않는 거의 유일한 참모였습니다. 한마디로 총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해야 할 말은 하는 성품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당시 ‘골초’였던 남 총장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된 장소에서 참모들을 모아놓고 흡연을 하면 바로 그자리에서 “총장님! 여기서 담배를 피우시면 어떡하십니까. 공공장소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되지 않습니까”라고 바로 발언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당시 남 총장이 김 소장을 지휘통신 참모부장으로 부른 것도 상명하복의 군에서 4성 장군인 총장 앞에서 면박성 발언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쓴 소리’를 들으려 했기 때문이라는 편의적인 해석도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국정원에서도 김 3차장이 남 원장에게 할 말은 할 것이라는 얘기는 나오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어느 조직이 인사를 장악하면 조직을 쉽게 장악할 수 있습니다. 국정원은 이미 군 출신에게 접수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남재준 원장의 2차 인사 개혁

 

 그런데 남재준 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육군참모총장으로 있으면서 육군의 인사를 개혁하려다 저항에 부딪혀 자리에 물러난 전력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정중부 무신난 발언’ 사건에 휘말려 기무사의 약식조사를 받기도 했습니다. 당시 무신난 발언은 직접 들은 사람은 없는데 “(육군총장이) 말했다더라”는 제보만 있었습니다. 음해성이 짙어 보이는 대목입니다.

 

 아뭏든 남재준 신임 원장은 과거 육군총장 때처럼 국정원 인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향후 그 결

과가 어떻게 나타날 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