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 주변에 가부장적인 선배가 한 분 있다. 혹자는 그분을 두고 마초이스트라고 말한다. 그분이 사는 아파트 화장실에는 공중화장실도 아닌데 좌변기와 함께 서서 ‘볼 일’을 볼 수 있도록 소변기가 나란히 마련돼 있다. “남자가 어찌 앉아서 계집애처럼 오줌을 눌 수가 있는가.” 집안에 소변기를 들여 놓은 데 대한 본인의 설명이다.
이와는 대조적인 환경에 놓인 선배도 있다. 대기업체 고위 간부인 이분은 집안 화장실의 좌변기 이용 문제를 놓고 종종 처자식들과 다툰다. 다툼은 딸만 둘을 둔 이분이 소변을 본 후 변기의 엉덩이 받침대를 올려 놓는 데서 시작한다. 부인과 두 딸이 화장실을 나오면서 왜 받침대를 내려놓지 않느냐고 따지곤 한다. 사태는 결국 아버지가 “다음부터는 볼 일을 본 후 받침대를 내려놓겠다”고 사과한 후 수습된다.
이분 왈(曰), “남자 신입사원 중에도 좌변기에 앉아서 여자처럼 소변을 보는 놈들이 있는 것을 알았다”며 “어렸을 적부터 엄마한테 훈련받은 결과”라고 혀를 찼다.
아무래도 남녀의 역할뿐만 아니라 이를 둘러싼 문화 등에서도 시대가 바뀌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바지가 대표적이다. 여성들이 남자처럼 바지를 입는 유행이 세계를 휩쓸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중반부터다. 남성들이 무화과 잎새로 앞을 가리기 시작한 이래 남자들이 복식문화로 개발시킨 의복의 모든 장점을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모방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디 남자 바지의 앞단추 또는 지퍼의 기능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입고 벗을 때 편하기 위한 이완(弛緩)의 기능이다. 두 번째는 생리작용을 위한 편리 기능이다. 남성들은 소변을 볼 때 ‘꽈배기’처럼 틀어져서 나오는 생식기를 연상하면서 여성들이 바지를 입더라도 지퍼만은 옆구리에 달려 있을지언정 절대로 정면으로는 옮겨오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청바지가 남녀 공용으로 애용되면서 이 같은 자신감은 한낱 잠꼬대에 지나지 않게 돼 버렸다. 이제는 중년 숙녀들의 슬랙스에도 지퍼는 45도 앞으로 이동했다.
주역의 대가이신 대산 김석진 옹은 “지금은 정신보다 물질, 동양보다 서양, 남자보다 여자, 아버지보다 자식이 앞서는 ‘음(陰)’의 시대”라고 지적했다. 요즈음 세태와 잘 들어맞는 대가다운 해석이다. 우리나라도 여성 후보가 여당의 대통령 후보다.
김옹은 그러나 양(陽)과 음(陰)이 반복하는 게 세상의 이치라며 음이 극에 달하면 다시 양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한복을 벗고 양복을 입듯) 수시변역(隨時變易·때에 따라 바꾸는 것)이 주역의 본 뜻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육·해·공군 사관학교가 모두 여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3사관학교는 여학생을 뽑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여군 장교의 과다 배출로 인한 문제점을 이유로 제3사관학교의 여학생 입학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군에서는 여군이 남군보다 자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여군이 100% 역량을 발휘하는 데 신체적·환경적 제약을 받는 분야가 많다. 하지만 여성 단체에서는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대의 흐름은 변화무쌍하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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