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방이야기

공군 우주인 프로젝트 발표

우주는 공군의 영역일까, 해군의 영역일까. 더 나아가서 우주선은 공군 비행기인가, 해군 함정인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공군이 내놓은 보도자료를 본 후 뚱단지같은 호기심이 생겼다.

공군은 국정감사에서 2030년쯤 우리나라에서 유인 우주선 발사가 가시화될 때를 대비해 우주선 조종을 책임질 우주 조종사를 양성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부터 30대 초반의 위관급 전투조종사를 대상으로 3년마다 우주인후보를 지속 선발해 관리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먼저 우주조종사 후보의 경우 공간지각능력과 위기대처능력이 뛰어난 전투기 편대장급(4대 항공기 지휘) 조종사(위관급, 30~35세) 중에서 올해 2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2013년에도 우주조종사 후보들을 선발한 후 2018년에는 최종 후보자를 선정, 미국이나 러시아 우주선에 탑승시킨다는 계획이다.

공군은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선진국의 사례를 들어 공군 조종사가 경험과 신체 조건 등에서 우주 조종사에 적합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최초 우주인인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왼쪽 사진), 달 착륙에 성공한 미국의 ‘닐 암스트롱’, 중국 최초 우주인인 ‘양리웨이’ 등이 모두 공군 조종사 출신이라는 것이다.

일본도 현재 F-15 전투기 조종사 ‘유이키미아’ 중령을 우주실험전문가로 선발했으며, NASA 파견훈련을 거쳐 2015년경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탑승시킬 예정이라고 공군은 덧붙였다.

그러나 우주인들이 탑승하는 우주선은 선체라고 하지 기체라고 부르지 않는다. 우주선의 한자를 봐도 ‘宇宙船’이라고 하지 않는가. 영어로도 우주선은 ‘spaceship'이다.

좀 오래되기는 했지만 일본의 유명한 에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에서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머나먼 우주로 항해하는 야마토호가 아예 해군 함정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물론 스타 트랙에 등장하는 엔터프라이즈호는 조금 다르긴 하다.

                                                       <우주전함 야마토>

또 미항공우주국(NASA)가 선발한 미국 최초의 우주인은 공군이 아닌 해군 소령 알란 쉐퍼드였다. 그는 1961년 5월 지구를 반바퀴쯤 도는 15분간의 탄도 비행에 성공했다. 우주인 출신 상원의원으로 유명한 존 글렌은 해병대 중위 시절 우주인으로 선발돼 지구 궤도 비행을 성공했다. 나아가서 1998년 77세의 나이로 우주왕복선에 탑승했다.

공군의 야심찬 우주조종사 양성 계획에 시비를 걸 생각은 아니었는데 얘기를 풀어가다 보니 자칫 ‘딴지걸기’로 비쳐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 해군은 미 해군처럼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심지어 해병대는 용맹스러운 ‘빨간 명찰’ 장병들을 적지에 침투시킬 수 있는 헬기 한대조차 없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위아래를 구분하기 힘든 공중 환경에서 중력과 싸워가며 경험을 쌓아 온 공군 전투조종사가 우주조종사로 선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화제를 잠깐 돌려보자.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육·해·공군의 슬로건 때문에 한때 유행했던 ‘썰렁한’ 유머가 하나 있었다. “한반도는 누가 지키나?”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주한미군’이라는 것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각군이 만든 슬로건에 따라 육군은 ‘미래로’, 해군은 ‘세계로’, 공군은 ‘우주로’ 갔고, 남아 있는 해병대마저 ‘귀신 잡으러’ 가서 한반도에는 주한미군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육군은 ‘미래로’ 대신 위풍당당한 ‘강한 친구, 대한 육군’을 내세우고 있고, 해군은 천안함 사건을 겪고 나서 ‘세계로’ 나아가는 대양해군의 이미지를 잠시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공군이 지금도 ‘우주군’을 지향하고 있다. 우주와 관련된 분야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당장 우선 우주발사체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종합체다. 고온에서 파괴되지 않는 물질 연구를 포함한 비군사적 이득에서부터 위성 자세 변환 기술, 레이저 무기 탑재 기술, 다탄두 로켓 기술 등 군사적인 이득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부가가치를 지닌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강대국들이 우주비행에 열을 올리는 것도 다가올 미래의 삶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미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 교훈 속에서 미래를 열기 위해 눈을 우주로 돌린 것이다.





현재의 로켓 속도로는 목성까지 5~6년, 토성까지는 10년 남짓, 태양계의 맨 끝인 명왕성까지는 40여 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많은 세월이 흐르면 그 기간도 단축되고, 그러다 보면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병 환송식처럼 언젠가는 ‘화성 파견군’ 환송식을 열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그때쯤 되면 ‘화성 파견군’이 공군 소속인지, 해군 소속인지는 무의미해질 듯 하다. 각군의 통합성 논란이 그때까지 이어지지는 않을테니까.

 (참고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은 구소련이 1967년 10월 4일 발사한 스푸트니크 1호다. 생명체 최초의 우주 비행의 주인공은 ‘라이카’라는 이름을 가진 개였다. 라이카는 57년 11월 3일 스푸트니크 2호를 타고 지구 궤도를 돌았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따낸 우주인들은 멋있는 멘트도 날렸다. 1961년 4월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우주 최초로 우주비행에 성공한 가가린은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암스트롱은 달에 다녀온 후 “달의 표면은 곱고 가는 분말 상태였고 이 가루가 내 신발의 둘레에 마치 초크 가루처럼 얇은 층으로 달라붙었다. 이 고운 물질에 찍힌 내 발자국들을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지금도 그의 발자국은 남아 있다.)

 

'국방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기부가 군 수뇌부 장악했다  (13) 2010.10.19
군번줄 대신 계급장  (15) 2010.10.18
국적없는 훈련  (1) 2010.10.13
흑룡사와 백골 성당  (7) 2010.10.12
한국군과 미군의 차이  (3) 201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