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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야기

흑룡사와 백골 성당

백령도는 대한민국의 서북단 가장 끄트머리에 위치한 섬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해있지만 실제로는 북한 측 해역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다. 인천으로부터는 173㎞ 떨어져 있지만 북한 월래도와는 불과 11㎞, 황해도 해주와는 14㎞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백령도에는 해병대 6여단 본부가 있다.
취재차 인천 부두에서 백령도까지 쾌속선을 타고 건너간 적이 있다. 이곳에서 ‘흑룡사’(黑龍寺)란 현판 하나가 취재 목적인 북한군의 동향 보다 더 호기심을 끌었다.
‘흑룡사’(黑龍寺). 마치 무협지에 등장하는 무공과 내공이 수 십 갑자인 무림 고승들의 집단 거주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흑룡사는 백령도에 있는 군 사찰이다. 내부도 일반 사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확한 소재지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북포리. 흑룡사는 백령도 주둔부대의 명칭이 ‘흑룡부대’여서 그 이름을 따른 것이다.





‘백골 성당’ 그 이름만 보면 오컬트 영화에 등장하는 성당 처럼 느껴진다. 백골 성당은 육군의 많은 군 성당 가운데 하나다. 백골부대가 운영하는 성당이어서 붙은 이름이 백골성당이다.

군 장병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부대 명칭에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 ‘흑룡’이니 ‘백골’이니 하는 이름도 군의 특성이 무력을 사용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상대방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고 스스로의 군기를 다잡게 해준다는 것이다.







동부전선의 육군 ‘율곡부대’
는 부대명칭이 갖는 상징성이 부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다.
율곡부대의 이전 명칭은 ‘뇌종부대’였다. 그 의미는 적에게 벼락과 같은 충격을 안겨준다는 강력한 의미였지만 정작 병사들은 ‘골 때린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자 당시 사단장인 이성출 소장(나중 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진급)은 부대 명칭을 율곡부대로 바꾸었다. 이는 성공적인 개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이이(李珥) 선생의 호를 사용했다는 점과 이이는 곧 사단명칭의 숫자 ‘22’를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부대명칭은 현대 자본주의 시각으로 보자면 일종의 ‘브랜드 이미지’이다.
시장에 내놓는 상품이라면 이름부터가 상대방의 마음에 들어야 하겠지만 군 부대의 브랜드는 강력한 힘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헐리우드 영화를 통해 이미지의 확대 재생산을 해 온 미 해군의 ‘네이비 실’은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널리 퍼뜨린 특수부대로 평가받는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해군의 ‘청해부대’ 소속 대 테러부대원들의 자질도 미국의 ‘네이비 실’에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비 실’이 일등품이라고 한다면 우리 해군의 특수부대는 ‘특산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이미지 관리가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먹히지는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군의 특수부대 명칭이 ‘네이비 실’처럼 전세계에 상영되는 영화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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