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수기부를 아십니까.
한자로는 ‘手旗部’입니다. 말 그대로 손으로 깃발을 흔드는 부입니다. 일반대학으로 치면 '응원 동아리'와 ‘치어리더 동아리’가 합쳐진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육사 수기부는 3사 체육대회 등이 열리면 응원석 앞에서 치어리더처럼 춤을 추며 육사 응원단의 흥을 돋우는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면서 깃발을 들고 흔들면서 응원에 나선 육사 생도들을 일사불란하게 통솔하는 역할을 하는거죠.
수기부원이 되려면 나름대로 춤을 포함한 예능에 재질이 있어야 합니다. 입부하기 위해서는 오디션을 보는 경우도 곧잘 있다고 합니다. 또 과거에는 수기부가 전원 남자 생도들로 이뤄졌지만 육사에 여자생도들이 입학하면서 여자 회원도 많이 늘었습니다.
수기부원이 되면 응원에 활용하기 위해 고고, 디스코, 브레이크 댄스, 탈춤, 힙합 등 당대에 유행하는 춤을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방송사 안무팀으로부터 위탁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도 수기부 출신 현역 군 간부들 가운데는 한춤하는 ‘춤꾼’들이 많습니다.
이 수기부가 지금 군 수뇌부를 장악(?)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지금 합참의장인 한민구 육군대장과 육군총장인 황의돈 육군대장이 수기부 출신입니다. 또 국방부 정책을 총책임지고 있는 장광일 국방부 정책실장도 육사 수기부를 거쳤습니다. 장광일 실장은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예비역 육군 중장입니다.
이분들은 모두 1971년도에 육사에 입학한 육사 31기 동기생들입니다.
가장 먼저 수기부에 들어간 분은 장광일 정책실장입니다. 나중에 한민구 의장과 황의돈 총장도 수기부에 입부했는데 특히 예능에 능한 황 총장은 육사 응원단 총무까지 역임했습니다.
해군사관학교에서는 육사 수기부 역할을 하는 동아리가 ‘기수반’입니다.
또 공군사관학교에서는 ‘리더반’이라고 부릅니다. 공사 리더반 출신으로는 황원동 국방정보본부장(공군 중장·공사 24기)이 있습니다.
앳된 청춘 시절, 깃발을 흔들며 사관학교 응원단을 통솔했던 이분들이 이제는 수십만 대군을 통솔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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